공유

제227화

작가: 일설연우
봉장미가 정신을 차린 것은 특대 희소식이었다.

사실을 전해들은 봉구안은 그날 밤 궁을 나갔다.

깊은 밤, 채월은 찾아온 봉구안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그녀를 안으로 들어보낸 후, 문밖을 지켰다.

방 안.

봉장미는 가면을 쓰고 들어온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봉구안이 가면을 벗은 후에야 봉장미의 눈에서 눈물이 솟구쳤다.

“언니…”

봉구안은 재빨리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봉장미는 언니의 허리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언니! 언니 맞아? 언니야?”

봉구안은 치솟는 감정을 억제하며 손을 들어 동생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래. 언니가 돌아왔어.”

막 정신을 차린 봉장미는 아직 의식이 몽롱한 상태였고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당연히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대부분 시간을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채월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언니를 만난 후에야 그녀의 영혼이 돌아온 것 같았다.

봉구안은 자리에 앉아 손으로 동생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봉장미는 극도로 야위어 있었다.

“황성을 떠나 언니랑 북부로 갈래?”

봉장미 앞에서 봉구안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녀는 혹시라도 동생이 잔혹한 기억을 떠올릴까, 그 사건에 대해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먼저 입을 연 것은 봉장미였다.

“언니, 산적들이… 그들이 나한테…”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마치 무서웠던 그날로 돌아간 것처럼 불안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봉구안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겁내지 마, 장미야. 더 이상 말하지도 마.”

“다 지나간 일이야. 언니랑 북부로 가자. 언니가 영원히 곁에 있어줄게.”

모든 안 좋은 기억들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사라질 것이다.

봉장미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나가지 않을 거야.”

“언니, 나한테 그들이 보여. 아직도 그들이 보인다고…”

그녀는 갑자기 봉구안의 등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들이 거기 서 있어. 그리고 황귀비까지… 그들이 날 잡으러 왔어… 언니, 빨리 저들을 쫓아내 줘!”

그녀는 불안에 떨며 봉구안의 품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호정
2025. 01. 05. 15:45
댓글 모두 보기

관련 챕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28화

    밤중의 역관 주변은 무척이나 고요했다.교먹은 봉구안에게 다가가서 반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언니, 어떻게 온 거야?”봉구안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교먹은 애써 침착한 척, 피하지 않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봉구안을 바라봤다.봉구안은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은 낙엽을 떼버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배웅하러 왔어.”교먹은 그제야 큰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눈물을 글썽였다.“언니, 난 또… 장군연에 있었던 일 때문에 다시는 날 보러 안 올 줄 알았어…”그녀는 감동한 얼굴로 봉구안을 끌어안았다.“언니!”봉구안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주먹을 움켜쥐었다.잠시 후, 그녀는 교먹을 밀어내고 상대의 눈동자를 주시하며 물었다.“정말 날 속인 적 없니?”교먹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지! 나 항상 언니한테는 숨기는 게 없었잖아! 걱정 마, 내가 지금 맹 소장군이긴 하지만 이 자리는 언제나 언니의 것이야. 사부, 사모님과 함께 언니를 기다리고 있을게.”“난 언니의 신분과 공훈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 거야.”봉구안은 교먹의 볼을 매만지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기다리고 있어. 곧 돌아갈 것 같으니까.”순간 교먹의 얼굴 근육이 눈에 띄게 굳었다.입으론 웃고 있었지만 그 잠깐의 반응을 봉구안은 놓치지 않았다.잠시 후.봉구안은 제 자리에 서서 교먹이 역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배웅했다.교먹은 많이 아쉬운 듯,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문이 닫히고 구름이 달빛을 가리자, 봉구안은 어둠속에서 음침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평생 황궁에서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를 지키며 살아.”봉장미의 기억 속에 황귀비가 했던 말이었다.봉장미를 그렇게 유린해 놓고 그녀가 황궁에 들어갈 수 있다고 어떻게 확신했을까?채월은 봉장미가 아무에게도 황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그건 그만큼 불경한 발언이었다.그런데 배후의 인물은 어떻게 봉장미가 평생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의 곁을 지킬 거라고 확신했을까?어쩜 그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29화

    서재로 들어선 봉구안은 태연한 얼굴로 예를 행했다.“폐하를 뵙습니다.”유사양은 황후의 얼굴을 살짝 살폈다. 안색으로 보아 어디 아파 보이지는 않은데 눈빛은 더욱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소욱은 상서더미에서 고개를 들고 그녀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지?”“폐하, 신첩은 부모님을 뵈러 친정에 한번 다녀오고 싶습니다.”교먹이 그 배후라면 증거를 찾아내야 했다.아직 실질적 증거가 없으니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고 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무고하게 애먼 사람을 모함하고 싶진 않았다.계속 황궁에 있는 것은 무의미했다.봉구안은 고개를 숙이고 황제의 답을 기다렸다.사내는 한참 그녀를 빤히 바라보더니 위압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황후가 함부로 황궁을 떠날 순 없지. 부모님이 그리우면 궁으로 부르면 될 일이다.”봉구안은 가슴이 갑갑했다.이 기회에 출궁하였다가 다신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런데 소욱의 경계심이 이토록 강할 줄이야.계속 간청을 드린다면 오히려 의심만 살 뿐이었다.정당한 방법으로 궁을 나갈 수 없다면 위험하더라도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 옳았다.“알겠습니다. 그럼 신첩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유사양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참으로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황후였다.간만에 폐하를 알현하러 온 건데 왜 제대로 대화조차 나누려 하지 않은 걸까?소욱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진길에게 분부했다.“영화궁을 잘 감시하고 있거라.”갑자기 친정에 가고 싶다니, 황후에게 뭔가 있음이 틀림없었다.효현궁.녕비는 모용선의 그림에 글을 써주었고 후자는 그녀의 글이 훌륭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강가에 무성히 자라난 들풀을 갈망하는 궁궐에 자란 버드나무. 누각에 서 있는 가녀린 여인은 아련한 눈으로 창가를 바라보네. 모두가 서로 아끼고 사랑을 주는 부부관계를 희망하지만 그것을 바랄 수 없는 궁중의 여인들은 시에 소망을 담을 수밖에 없지요.”“이 궁에서 폐하의 정실은 황후뿐이니까요.”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30화

    폐태자는 형제를 모해했다가 선제에 의해 서인으로 강등당한 인물이었다. 원칙대로라면 이번 추석연회에 참석할 자격이 없었다.태황태후는 처음 모용선의 제안을 들었을 때,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모용선은 부드럽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태황태후에게 말했다.“마마께선 신첩에게 이런 말을 하셨지요. 페하께서는 자식을 하나만 둘지언정, 아들들이 황위를 두고 다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요.”“마마께서 이 일 때문에 근심이시니 저도 마마의 근심을 풀어드리고 싶었습니다.”“어쩜 폐태자를 불러온다면 폐하의 형제애를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렇게 된다면 폐하가 마음을 바꾸실 수도 있고 자식은 많은 게 복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요. 황궁에 황자가 한 명만 존재한다면 많이 외로울 것 같아요.”태황태후는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황제가 한 말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만약 소욱이 정말 자식을 한 명만 낳을 계획이라면 그 아이는 황후의 아이일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모용선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좀 더 생각을 해보마.”태황태후가 폐태자의 입궁을 동의한다고 해도 그의 신분은 골칫거리였다.모용선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예를 취했다.“예.”불과 이틀 후, 만수궁 궁인이 영화궁으로 오더니 폐태자를 명단에 넣으라는 태황태후의 뜻을 전했다.봉구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반면 연상은 얼굴에 근심을 드러냈다.만수궁 궁인들이 돌아간 후, 그녀는 다급히 말했다.“태황태후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폐태자라면 본디 마마와 혼약이 있었던 분 아닌가요?”정확히 말하면 봉장미와 혼약이 있었던 사람이었다.봉구안은 잠깐 붓놀림을 멈추었다.그녀도 알고 있는 일이었으나, 그쪽으로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봉장미는 선황이 선택한 황가의 며느리로 성년 후에 태자와 결혼할 운명이었다.하지만 세상 일이 변화무쌍하여 혼약이 정해지자마자 일년도 안 되어 태자는 죄를 짓고 태자의 자리를 박탈당하면서 혼사도 흐지부지 되었다.그러나 선황의 뜻에 따라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31화

    폐태자 소탁은 푸른 천옷을 걸친 채, 이 화려하게 금빛으로 물든 궁궐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치 아련한 구름 봉우리에 불쑥 스며든 한 줄기의 먼지 같았다. 그는 자녕궁 밖에 서서 태후의 소환을 기다리는 듯했다.오늘은 날씨가 유독 좋지 않았다. 검은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두운 그림자가 그의 몸에 드리워졌다. 강한 바람이 그의 옷자락을 흔들고 소매 안으로 파고들어 그의 누더기처럼 기운 소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연상은 복잡한 표정으로 소탁을 바라보았다. 기억 속 그는 존귀하기 그지없었는데, 지금의 모습은…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봉구안이 그런 연상의 이상한 기색을 곧바로 눈치챘다. 연상이 폐태자의 옆모습만으로도 그를 알아본 것이 신경 쓰였지만 굳이 묻지 않고 무심하게 걸음을 재촉했다.연상은 긴장된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마, 저 분은 폐…""알고 있다." 봉구안이 평온한 어조로 대답하며, 연상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자신마저 마음이 약해져 머뭇거린다면 다른 이들은 더욱 입을 맞춰 험담을 퍼뜨릴 것이었다."황후마마!" 문을 지키던 호위가 공손히 인사했다.소탁이 그 소리에 고개는 돌리지 않았으나 몸이 살짝 떨렸다. 그도 분명 과거의 약혼녀를 이곳에서 만나리라 예상치 못한 모양이었다. 그는 평범한 백성처럼 고개를 숙인 채 옆으로 물러나 길을 열어주었다.봉구안은 한 치 흔들림 없이 곧장 자녕궁 안으로 들어갔다.자녕궁 내부. 녕비가 태후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다정하게 웃음을 나누고 있었다. 봉구안의 등장은 이 친밀한 분위기를 순식간에 깨뜨렸다. 태후는 곧바로 미소를 거두었다."황후, 앉으시오. 오늘 내가 황후를 부른 것은 곧 있을 잔치에 관한 일 때문이오."그때, 우르릉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큰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연상은 불안한 듯 자꾸만 밖을 내다보았다. 녕비는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가끔 말을 보탰다.봉구안은 녕비가 딴생각을 품고 있음을 알아차렸고 연상이 불안해하는 이유도 곧장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32화

    궁중에 퍼진 소문을 맞닥뜨리고도 봉구안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비슷한 일을 겪은 것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문을 다루기보다 중요한 것은 소문의 근원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태황태후가 갑자기 폐태자에게 추석 연회에 참석하라고 명령하신 것도 이미 누군가 계략을 세우고 있음을 의미했다. 다만, 그 계략을 꾸민 이가 태황태후이실 리는 없었다. 봉구안은 차가운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효헌궁. 녕비는 추석 연회에 나갈 음식 목록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 있던 시녀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마마, 마마께서 기회를 만드시지 않았더라면, 중전마마와 폐태자가 서로 마주할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소문이 이렇게 빠르게 퍼진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다만, 중전마마께서 마마를 의심하시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녕비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시녀의 말을 흘려넘겼다. “나를 의심한다고 해서 무슨 상관이더냐? 소문이 돌고 있다 해도 나와는 아무 관련 없는 일이지 않느냐.” 이상하게도 며칠 후, 소문은 점차 거세게 번졌고, 중전이 계신 영화궁에서도 이를 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의아하게 여긴 녕비는 시녀를 시켜 중전의 반응을 살피도록 했다. 시녀는 잠시 후 돌아와 보고했다. “마마, 추석 연회가 다가오면서 중전마마께서는 지금 연회에 나갈 선물을 준비하느라 무척 바쁘신 듯합니다. 소문에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선물 준비가 그리 바쁜 일이라고?” 녕비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모든 사람이 받을 추석 연회의 선물은 항상 통일된 품목으로 준비되기에 하급 시종들이 알아서 처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시녀가 덧붙여 말했다. “중전마마께서는 올해 특별히 다른 선물을 준비하신다고 하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저희도 알지 못하지만, 영화궁의 사람들이 그 일로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중전마마께서는 그 소문들을 아직 모르고 계신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녕비는 터무니없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33화

    소문이 온 궁에 퍼져도, 봉구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추석 연회 준비와 출궁 계획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 혼자만 나가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봉가도 생각해야 했다. 그녀가 홀연히 사라지면 봉가가 곤경에 처할 것이 뻔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죽음을 가장하여 탈출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봉가나 소욱 황제 모두 더는 그녀를 찾지 않을 것이고, 그녀 또한 뒷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하지만, 멀쩡한 몸으로 갑자기 죽게 된다면 분명 사람들의 의심을 살 것이었다. 그러니 시기를 고르는 것이 중요했다. 그녀는 그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황제 폐하, 납시오!"봉구안은 서둘러 정돈한 뒤 일어나 맞이하였다. 소욱은 영화궁에 들어서서 그녀의 눈 밑에 엷은 다크서클이 진 것을 보고 며칠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것을 짐작하였다. 그녀가 이 추석 연회를 준비하느라 분명 마음과 힘을 쏟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소욱은 그녀가 그렇게 애쓰는 것이 사실은 출궁을 위한 준비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폐하, 무슨 분부가 있으신지요?" 봉구안의 눈빛은 평온하고 일렁임이 없었다. 소욱은 주상에 앉아 소매의 주름을 매만지며 무심히 말하는 듯하였다."짐이 그 연회 참석자 명단을 보았도다."봉구안은 그가 폐태자의 일에 관해 물을 줄 알고 준비하고 있었으나, 그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가족을 그리워한다 하니, 이번 추석 연회에 그대의 부모도 궁에 들 수 있도록 하겠소.”봉구안은 약간 놀랐다. 그녀가 전에 외가에 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적은 있었으나, 부모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그들 곁에서 자라지 않아 애틋한 정이나 끌림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욱은 원래 세심하거나 배려심 깊은 사람이 아니었다.그녀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소욱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어찌된 일인가, 기쁘지 않은가?"그가 봉가 사람들을 궁에 들게 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 혈육임을 확인하기 위해 혈흔 검사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34화

    맹가.다행히 봉구안이 제때에 알려주어, 맹 부인이 미리 준비할 수 있었기에 노부인은 손주의 요절을 모른 채 지낼 수 있었다. 노부인은 침상에 기대어 며느리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내 이 늙은 몸뚱이를 왜 그리도 생각해주느라 먼 길을 돌아 추석에 나를 보러 왔느냐."맹 부인은 담담히 웃으며 대답했다. "부군 또한 어머님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이 3년 동안 한 번도 돌아오지 못해, 바라건대 용서해주시옵소서.""군주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 우리 맹가 자손들의 본분이지. 성주는 어찌 되었느냐? 이번에 양 나라와의 전쟁에서 상처를 입은 건 아니겠지?"노부인은 손주를 걱정하며 초조한 눈빛으로 맹 부인을 바라보았다. 맹 부인은 안심시킬 마음에 기쁜 소식만을 전하며 애써 슬픈 마음을 숨겼다.잠시 후, 노부인은 다시 말했다."성주도 이미 관례를 치렀으니, 이제 부모 된 이들이 성주의 혼사를 챙겨야 하지 않겠느냐."맹 부인은 내심 슬픔을 억누르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님의 말씀대로입니다. 남편과 의논해보겠습니다. 다만 성주의 눈이 높아서 누구를 고를지 고민이 많습니다."노부인은 손주를 아끼며 말했다."좋은 말은 좋은 안장을 만나고, 영웅은 미인을 만나는 법이지. 성주는 분명 최고의 짝을 만날 거야!"노부인은 병상에 지친 몸을 기대고 있었기에 말하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맹 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하인들에게 엄하게 당부했다."잘 모셔드리되, 절대 입이 가볍지 않도록 하거라.""네, 부인."맹 부인이 밖으로 나오자, 한 구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하녀 이화가 보였다. 맹 부인은 이화의 마음을 알고 있었으나, 이 아이가 좋아하는 구안 또한 여인이었기에 이 기회에 단념시키려 했다.…황성.만호후를 책봉하는 것에 대해 소욱은 깊이 생각하였으나, 아직까지 확고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본래 그는 맹성주를 염두에 두었으나, 그녀는 이제 맹교먹이 되었고, 여인이 장군이 되는 것 자체가 파격적인 일인만큼, 다시 후에 봉하는 것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35화

    “세상에나! 피야!” 겁이 많은 장빈이 가장 먼저 반응하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모두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그 궁녀가 들고 있던 도자기 조각이 그만 황후의 손을 벤 것이었다. 황후의 얇은 손가락에서는 피가 방울방울 흘러내리고 있었다. 궁녀는 더욱 두려움에 떨며 다시 땅에 엎드렸다. 연상이 분노하여 말했다. “너 일부러 그런 게 아니냐!” 용상에 앉아 있던 소욱은 냉랭한 얼굴로 죄를 지은 궁녀를 바라보았다. “건방진 것, 끌어내라!” 궁녀는 목숨만 살려달라 애원했지만, 이내 다른 궁녀가 나서서 봉구안의 상처를 치료했다. 봉구안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 궁녀의 작은 행동을 못 본 척하며 담담하게 대응했다. 봉 대인과 봉 부인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쪽을 지켜보았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봉 대인의 곁에 있던 시녀가 은침을 손에 들고 술을 따르는 척하며 봉 대인이 음식상에 얹은 손을 노렸다. 그녀의 손놀림은 너무 빨라 도무지 방어할 틈이 없었다. 봉 대인은 갑작스러운 통증에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올렸고, 바닥에 딱딱한 딱정벌레가 한 마리 있는 것을 보고는 그저 벌레에 물린 줄로만 여기고 신경 쓰지 않았다. 소욱이 봉구안에게 말했다. “황후는 옷을 갈아입고 오시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심하고, 높고 오뚝한 콧날 아래 얇은 입술에는 냉혹함이 담겨 있었다. “예.” 봉구안은 자리를 일어나 옷을 갈아입으러 갔고, 연상만을 데리고 떠났다. 봉 부인은 그런 딸을 염려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궁중에는 겉과 속이 다른 싸움과 온갖 수단이 난무하고 있었다. 구안이 베인 것이 혹여 누군가의 의도적인 짓이 아닐까? 편전 안. 연상이 추측했다. “마마, 저 궁녀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어전에서 모시는 사람이 그렇게 서투를 리가 없습니다.” 봉구안은 손에 감긴 붕대를 보며 차가운 눈빛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소욱이 준비한 일이었다. 봉

최신 챕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55화

    고인이 된 친부 이야기가 나오자, 서여국 황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어릴 적에, 아바마마께서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궁 안에는 아바마마의 용모파기조차 남아 있지 않다.”“나도 그분의 얼굴이 어떤지 기억나지 않는다. 꼭 용모파기가 필요하다면, 그 시절을 기억하는 노인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봉구안은 난처해졌다.용모파기가 없다는 건 외모에 대한 단서가 전혀 없다는 뜻이었다.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실낱같은 단서를 찾는 건 마치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았다.서여국 황제가 말을 이었다.“그때 나는 숙연과 겨우 두세 살이었다. 남자들이 반란을 일으켜 궁으로 들이닥쳤고, 어마마마께서는 혈통을 지키기 위해 나와 숙연을 궁 밖으로 내보내 숨기셨다.”“훗날 자매가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옥비녀를 반으로 나누셨지.”“이것이 내가 가진 옥비녀의 반쪽이다.”황제는 흰 옥비녀의 반쪽을 꺼내 보였다. 비녀 머리와 일부 자루만 남은 상태였다.봉구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렇다면 진짜 여동생 분께서 나머지 비녀 조각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서여국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반쪽 옥비녀와 비단 상자를 봉구안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것을 너에게 맡기마.”이는 서여국 황제가 봉구안을 깊이 신뢰한다는 표시였다.봉구안은 두 손으로 옥비녀를 받으며 차분한 눈빛을 띠었다. 그 눈빛에는 사람을 안심시키는 믿음직스러운 기운이 담겨 있었다.서여국 황제가 손목을 붙잡았다.봉구안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서여국 황제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소장군, 정말로 서여국에 남을 마음이 없느냐?”그녀는 끝내 포기하지 못한 듯 물었다.봉구안이 서여국에 충성을 맹세한다면, 섭정왕의 자리는 물론이고 그보다 더 높은 자리도 내어줄 의사가 있었다.멀리서 은칠이 붓을 들고 무언가를 쓰려 했지만, 은이가 이를 눈치채고는 단숨에 붓을 빼앗아 부러뜨렸다.은이는 부러진 붓을 내던지며 말없이 은칠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이렇게 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54화

    비록 봉구안이 은위들에게 물러나라고 명령했지만,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서여국 황제가 자신의 암위들을 향해 말했다. “물러나라.” 그녀의 단호한 한마디에 암위들은 즉시 자취를 감췄다. 이제 곁에는 모신만 남았지만, 황제는 여전히 태연했다. 그녀는 봉구안을 바라보며 은근히 이간질을 하기 시작하였다.“보아하니, 그들은 네 명령을 따르는 척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제국 황제의 명령을 따르며 너를 감시하는구나. 네가 서여국에 머물고 싶어도 결국 넌 남제로 끌려가겠지.” 은칠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 “마마, 저희는…”하지만 봉구안은 은칠의 말을 무시한 채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차분하고 당당하게 서여국 황제를 향해 말했다. “폐하, 굳이 저와 남제 폐하를 이간질할 필요는 없습니다. 외적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지금은 힘을 합쳐야 할 때지, 이런 무의미한 일을 할 때가 아닙니다.” 서여국 황제는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결국 우리는 길이 다르구나. 나는 네가 남제 남성들의 권력 아래 있는 걸 싫어해, 여인들 편에 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봉구안은 담담히 답했다. “서여국의 여인이나 남제의 남성이나 다르지 않습니다.”“길은 같을 수 있습니다. 그 길은 천하 대동, 남녀가 평등한 길입니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억누른다면 그 길은 기울고 불공평하며, 멀리 갈 수 없습니다.” “서여국의 내란도 조여란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나라가 혼란했기 때문입니다. 그 자가 군사들을 설득해 반란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남녀 간 불공평 때문이었습니다. 외지인으로서 드릴 말씀은 여기까지입니다. 제 말에 기분이 상하셨다면, 부디 절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서여국 황제는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서여국이 남성에게 불공평한 나라이고, 남제가 여성에게 불공평한 나라라면, 어느 쪽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느냐?” 봉구안은 고요한 목소리로 답했다. “길이 멀고 험해 천 년이 지나도 답을 내릴 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53화

    봉구안은 눈앞에 나란히 서 있는 서여국의 미남들을 흘낏 쳐다보았다. 그녀는 냉정하게 말했다. “저들을 처리하기 전에, 약은 남겨 두십시오.” 그들은 속으로 탄식했다. 앞에 있는 귀인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무정했다. 자신들의 목숨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그녀는 약만 걱정하는 듯했다. 모신은 곁에서 조용히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이 맹 소장군은 남색에 전혀 관심이 없군.’….한편, 서여국 황제가 보낸 미남들을 몰아낸 것을 지켜본 봉구안의 호위들은 눈빛에 살기를 띄우며 말했다.“저따위로 우리 황후마마를 유혹하려 들다니, 당장 찾아가 처리해야겠습니다.”다른 곳에 숨어 있던 은이 역시 이 상황을 보고 머리를 저었다. “형님, 서여국 황제가 대체 무슨 속셈으로 미남들을 보낸 걸까요?”은이는 입에 물고 있던 강아지풀을 살짝 씹으며 비웃었다. “뻔하지. 서여국 황제는 황후마마를 남겨두고 싶어 하는 거다.” “뭐라고요?!” 호위들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만약 서여국 황제의 유혹에 넘어간다면, 우리 황제 폐하는 어찌 된단 말인가!”그러나 다행히도, 황후는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미남들을 거절하고, 그 어떤 것도 받지 않았다.한 시진 후. 서여국 황제는 봉구안이 머물고 있는 편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봉구안은 태연한 얼굴로 황제를 마주했다. “내 듣자 하니, 맹 소장군은 내가 준비한 사람들에게 불만이 있다 하더구나.” 이 질문에 대답하기란 쉽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황제가 보낸 미남들은 단순히 약을 발라주는 임무를 맡은 것처럼 보였다. 만약 봉구안이 이들에게 미남계를 쓴 것이라 비난한다면, 황제는 오히려 그녀가 스스로를 과대평가한다고 역이용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봉구안은 차분하게 고개를 들며 말했다. “폐하의 깊은 뜻과 서여국 남자들의 준수한 외모를 보아 외신이 불만을 가질 리 없지요.” “다만… 제가 서여국으로 출사하기 전, 불전에 서약을 한 바 있습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52화

    서여국 황궁, 천택궁 별채.은위 몇 명이 전각 밖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안에서는 어의가 봉구안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봉구안은 내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치명적이지 않았다.어의가 물러나려 하자 봉구안은 몸을 일으키려 했다.그 순간, 서여국 황제가 그녀의 어깨를 눌러 앉히며 말했다.“가만히 앉아 있거라. 내가 명을 내려 어혈을 풀고 멍을 가라앉히는 약을 바르게 하겠다.”봉구안은 고개를 약간 숙이며 정중히 대답했다.“폐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서여국 황제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할 사람은 내가 아니겠느냐.”“그대의 계책이 아니었다면 내 계획대로 갔을 것이고, 그랬다면 많은 무고한 병사들이 희생되었을 것이다.”“이번 작전으로 피해를 줄였고, 조여란과 가짜 숙연까지 명분 있게 제거했으니 일석삼조가 아니겠느냐.”봉구안은 조심스럽게 말했다.“조여란이 동산국과 손잡고 남제를 멸하려 한 만큼, 동산국으로부터 적잖은 지원을 받았을 것입니다.”“그 자를 처단하기 전에 이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서여국 황제의 눈빛에는 차갑고 날카로운 기운이 번뜩였다.“그 말이 맞다. 이 일은 반드시 철저히 파헤칠 것이다.”서여국에서 반역과 군주 시해는 이미 죽음에 값하는 죄였다.게다가 외국과 결탁한 죄는 나라를 배신한 중죄였다.그녀는 이 중죄를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서여국 천옥.조여란은 형틀에 묶인 채 기운이 거의 다 빠진 상태였다.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린 그녀는 감옥을 직접 찾은 서여국 황제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폐하, 이렇게 무정하실 수 있습니까?”“제가 잘못한 건 많지만, 전장에서 함께 싸우며 폐하의 목숨을 구해드린 적도 있지 않습니까?”“또한, 쌍둥이 여동생을 찾아드린 것도 저입니다! 이런 공로를 생각하신다면 제 죄를 덜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서여국 황제는 냉소하며 말했다.“여동생이라니? 네가 조종하여 내 여동생 행세를 하게 만든 창부를 말하는 것이냐? 그런 자가 내 혈육이라 할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51화

    서여국 황제는 평온한 얼굴로 봉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잠시 후 궁으로 돌아가거라. 어의에게 너의 상태를 잘 살피게 하겠다."봉구안은 서여국으로 비밀 사절로 파견된 상태였고, 황제와 그녀의 심복 모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녀의 신분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황제의 호위병으로 알고 있을 뿐이었다.황제의 배려에 봉구안은 사양하려 했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모신이 먼저 물었다."폐하, 저 관료들은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황제는 조여란이 화살로 모두를 살해하려 했던 순간, 관료들 중 일부가 외쳤던 말을 떠올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조여란의 동조자는 모두 체포하고, 나머지는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라.""예, 폐하!"그 순간, 반역죄가 자신들에게 닥쳤음을 깨달은 관료들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폐하, 살려주십시오!""폐하! 순간의 실수였습니다!""폐하, 조여란의 강요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반란을 일으킬 마음은 없었습니다!""폐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그러나 서여국 황제는 이들의 간청을 전혀 듣지 않고 단호하게 명령했다."끌고 가거라!"그렇게 조여란의 동조자들은 모두 체포되었다."아아…" 숙연은 조여란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며 점점 불안에 휩싸였다. 그녀는 급히 몸을 떨며 말했다."저는 조여란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저 억울하게 끌려온 것뿐입니다."서여국 황제는 차갑고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억울하다고? 내가 본 건 너와 조여란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서여국 황제는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숙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머리를 저었다."아닙니다! 언니,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처음에는 조여란이 반역자인 줄도 몰랐습니다…"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여국 황제는 검을 뽑아 숙연의 목에 겨누며 비웃듯 말했다."아직도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구나?"숙연의 동공이 흔들리며 그녀는 급히 외쳤다."언니, 저… 저는 언니의 친동생입니다…!"그 순간, 황제는 매섭게 칼로 그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50화

    봉구안은 허공으로 치솟으며 다리로 신속하게 상대를 공격했다.경공을 잘하는 그녀였기에 발차기 실력도 남달랐다.조여란은 그녀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그 과정에 발길질에 맞은 그녀의 얼굴은 퉁퉁 부어올랐다.착지한 봉구안은 한손을 등 뒤에 감추고 한손을 뻗으며 조여란을 도발했다.조여란의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그녀는 옷섶으로 흐르는 피를 닦고는 음침한 눈으로 봉구안을 노려보았다.“너 대체 정체가 뭐냐!”황제 신변의 호위가 이 정도로 강했던가?봉구안은 대답 대신, 이차 공격을 시전했다.철갑옷 같은 기공을 상대하려면 기교가 중요했다.그녀는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응집했다.그리고 손바닥을 아래로 둔 채로 신속히 전방을 향해 찌르기를 시전했다.그녀의 손이 조여란의 가슴에 닿았다.평범한 주먹질처럼 보여도 뾰족하게 튀어나온 중지에 모든 힘이 실렸다.봉구안은 내력을 집중하여 중지에 실었기에 그 위력은 상당했다.“푸흡!”조여란의 등이 굽어지더니 입으로 피가 섞인 열물을 토해냈다.그녀는 뒤로 엉거주춤 물러나 가까스로 다시 중심을 잡았다.“철갑옷!”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봉구안의 주먹이 그녀의 늑골을 향해 날아왔다.뼈를 관통할 것 같은 위력이 담긴 일격에 조여란은 신음을 내뱉으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네 이년! 숙천설이 대체 너한테 뭘 약속했길래… 악!”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주먹이 눈을 향해 날아왔다.조여란은 눈을 붙잡고 다시 뒤로 물러났다.“숙천설! 자신 있으면 나랑 붙어! 남의 등 뒤에 숨어 있는 게 무슨 황제야! 나와! 숙천설!”서여국 황제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헀다.“조여란, 네 철갑옷이 천하무적은 아니었군.”조여란은 이를 갈았다.“그럴 리 없어!”봉구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헀다.“철갑옷은 날카로운 검이 아니면 상처를 낼 수 없지. 섭정왕,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네가 이긴다면 길을 비키도록 하지.”말을 마친 그녀는 손을 뻗었다.“검을 가져오너라!”잽싸게 모습을 드러낸 은육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9화

    봉구안은 싸늘한 눈으로 조여란을 바라보며 전의를 불태웠다.그 유명한 철갑옷 공법을 한번 눈앞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순식간에 봉구안은 발로 땅을 구르며 앞을 향해 튕겨나갔다.조여란은 그 자리에서 자세를 취하고 기를 운용하여 공법을 시전했다. 온몸의 근육이 단단하게 굳기 시작하더니 마치 단단한 방패를 연상케 했다.봉구안은 상대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지만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창을 받아라!”그녀가 창술에 능하다는 것을 아는 서여국 황제가 그녀를 향해 무기를 던졌다.봉구안은 창을 받고는 고개도 안 돌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조여란은 음침한 얼굴로 다시 공법을 시전했다.장창이 그녀의 어깨를 찔렀지만 생채기 하나 남기지 못했다.봉구안은 다시 정신을 다잡고 상대의 가슴을 향해 창을 찔렀다.하지만 극한으로 끌어올린 조여란의 철갑옷 공법 때문에 창끝은 그녀의 옷을 찢고도 가슴에 상처 하나 남기지 못했다.봉구안의 모든 초식은 상대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장창이 부러질 때까지 찔렀는데도 조여란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진기를 응집한 조여란은 산발이 된 머리를 휘날리며 음산한 눈빛으로 소리쳤다.“숙천설,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그녀는 봉구안을 밀치고 서여국 황제에게 달려들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황제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봉구안은 다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분노한 조여란이 호통쳤다.“주제도 모르는 것, 감히 내 앞을 가로막다니! 그래! 네년부터 죽여주마!”곧이어 조여란의 공세가 이어졌다.두 사람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육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그림자 호위 은삼이 은이에게 말했다.“형님, 도와드려야 하지 않을까요?”은이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마마께선 지시를 받고 움직이라 했다.”은삼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조여란 저 여자 꽤 하는데요? 마마께서 다칠까 걱정돼요.”은칠이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마마와 조여란이 결전을 벌이는데 은삼이 재수없는 말만 하며 마마를 저주했습니다.]탁!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8화

    조여란 신변의 병사들이 활시위를 잡았다.이때 누군가가 외쳤다.“당장 그만둬!”조여란은 의아한 얼굴로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수많은 사람들이 광화사 대문을 열고 반란군의 앞으로 다가갔다.서여국의 관원들이었다.문무백관이 거의 다 이곳에 잡혀왔다.황제가 한 짓일 것이다.조여란이 차갑게 말했다.“저들을 인질로 나를 협박하려고? 난 누구든 죽일 수 있어!”대신들은 미친 사람처럼 발악하는 조여란의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섭정왕! 자네가 이런 사람이었을 줄이야!”“조여란, 감히 반역을 꾀하다니!”“우릴 다 죽이면 천하 백성들에게는 뭐라고 설명하려고? 조정에 관원이 한 명도 없으면 넌 황제가 되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조여란은 이미 이성을 상실했다.“멍청한 것들은 버려도 좋아!”갑자기 검은 인영이 공중에서 나타났다. 그는 조여란도 익숙한 인물, 숙연을 데리고 있었다.“이 여자도 내칠 것이냐?”봉구안은 숙연을 앞으로 밀치며 싸늘하게 물었다.고공 비행에 숙연은 이미 겁에 질려 얼굴이 파리하게 질린 상태였다.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조여란을 향해 소리쳤다.“왕야, 나 좀 구해줘!”봉구안은 뒤에서 그녀의 턱을 잡고 비아냥거렸다.“숙연 대인, 이럴 때는 폐하께 살려달라 애원해야 하는 거 아닌가?”조여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사실 그녀 역시 숙연에게 정이 있었다. 어쨌거나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키운 장기말이었다.하지만 그것보다는 대의가 더 중요했다.“활시위를 당겨라!”곧 화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올 것을 감지한 뭇 대신들이 소리를 질렀다.“조여란, 미쳤어? 우리 같은 편이잖아!”“황시위를 당기라니까!”조여란은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숙연은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하고 조여란을 바라보고 있었다.심지어 조여란이 데려온 병사들마저 모두 죽이라는 말에 동요하고 있었다.황제를 살해하는 것은 황위를 빼앗기 위함이지만 관원들을 죽이면 어떻게 될까?그들은 무고한 사람들이었다.병사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얼굴을 가린 그림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7화

    광화사.조여란의 대군과 호원아의 대군이 대치 중에 있었다.“호원아, 넌 무단으로 직무지를 떠나 폐하를 해하려고 하였다. 내가 섭정대권으로 너를 처단할 것이다!”호원아는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난 폐하의 명을 받들어 광화사를 지키고 있는데 무슨 죄가 있단 말이냐! 조여란, 반역은 네가 했지! 그리고 너희들, 감히 조여란과 결탁하더니! 폐하께 미안하지도 않느냐!”조여란의 옆에 선 한 장군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방구 뀐 놈이 성낸다고! 호원아, 당장 비켜! 우린 폐하가 무사한지 확인해야겠다!”친히 광화사 대문을 지키고 선 호원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를 들여보내? 꿈 깨!”조여란은 차갑게 식은 눈동자로 전방을 노려보며 손짓했다.“활시위를 당겨라!”그녀가 데려온 대군은 호원아가 이끄는 부대보다 인원수가 훨씬 많았다.아무리 호원아라도 쪽수 앞에서는 별 수가 없을 것이다.갑옷을 입은 호원아가 근엄한 목소리로 명령했다.“포진하고 화살을 방어해라!”뭇 병사들이 방패를 들고 광화사 안쪽까지 후퇴했다.화살비가 한바탕 쏟아진 후, 조여란은 마치 충신처럼 안쪽을 향해 외쳤다.“폐하, 소신이 너무 늦게 와서 송구합니다!”쾅!이때 대문이 열렸다.고개를 든 조여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용포를 입고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황제였다.“섭정왕, 늦었군.”서여국 황제의 신변에는 수십 명의 고수가 지키고 있었다.조여란은 싸늘한 눈빛으로 황제를 가리키며 말했다.“넌 폐하가 아니야!”모신 상궁이 분노한 말투로 반문했다.“섭정왕, 미친 것이냐! 폐하께서 여기 계신데 감히 손가락질을 해?”조여란은 등 뒤에 서 있는 뭇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최근 폐하와 똑같이 생긴 여인이 광화사에 진입하였다는 보고가 있었다. 폐하를 사칭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호원아 너의 간계였구나.”“호원아, 네가 가짜 황제를 내세우고 진짜 폐하를 해한 게 틀림없어!”호원하가 분통해서 말했다.“조여란, 함부로 사람 모함하지 말거라!”서여국 황제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