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22화

작가: 일설연우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08 11:56:00
봉씨 저택.

봉 대인은 오늘 기분이 무척 좋았다.

옷시중을 들던 봉 부인이 물었다.

봉 대인은 밖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작은 소리로 부인에게 말했다.

“구안이는 앞으로 북부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소.”

봉 부인이 놀라며 물었다.

“왜죠?”

봉 대인은 오늘 장군 환영연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히 부인에게 들려주었다.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이제 우리도 안심할 수 있게 되었소!”

하지만 봉 부인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

그녀는 먼저 걱정이 앞섰다.

지금쯤 가장 속상할 사람은 아마 봉구안일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강빈은 영화궁을 찾았다.

“황후마마, 어제 신첩을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마마가 아니었더라면 신첩은 후궁의 웃음거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신첩은 가진 게 별로 없어서 폐하께 받은 포상으로 마마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능연이가 유배를 간 후로 강빈의 입지는 나날이 힘들어지고 있었다. 후궁들은 그녀를 고립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능연이에게 당한 수모를 그녀에게 앙갚음을 하려는 후궁들도 많았다.

그리하여 오늘 감사의 마음을 안고 황후를 찾아온데는 황후의 비호를 청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라 망설여졌다.

어쨌든 강빈은 능연이와 가장 가까웠던 후궁이었고 능연이는 황후의 손에 제거당한 인물이었다.

강빈은 안절부절 못하며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아무런 원한이 없는 봉구안이었기에 당연히 무고한 자를 괴롭힐 이유가 없었다.

“감사 선물은 되었다. 난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

강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황후마마, 소첩도 가빈처럼 자주 찾아뵈어도 될까요?”

봉구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마음대로 하거라.”

냉담한 반응이었지만 강빈은 마치 살 길을 찾을 것처럼 숨통이 트였다.

“감사합니다, 황후마마!”

‘마마는 그냥 겉보기만 싸늘한 분이었어!’

한편, 녕비는 아침 일찍 자녕궁으로 갔다.

태후가 유유히 말했다.

“장군 연회를 준비하며 네가 그렇게 많은 고생을 했는데 강빈조차 포상을 받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호정
2025. 01. 05. AM 07:49
댓글 모두 보기

관련 챕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23화

    서신을 읽은 맹 장군은 큰 충격을 받았다.변방을 지키느라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게 한스러울 뿐이었다.“어머니께서 이 일을 아시면…”맹 부인은 부드럽게 부군의 손을 잡아주었다.“저한테 맡기세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싸늘하게 표정을 바꾸었다.“다만 교먹 그 아이가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 선택을 하였다고 생각하십니까?”맹 장군이 물었다.“부인은 그 아이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는 것이오?”곧이어 그는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아니, 그건 아닐 것이오. 그럴 이유가 없지 않소?”교먹을 제자로 들일 때부터 자식처럼 아끼며 키웠던 아이였다.진심은 통한다고, 그는 교먹이 그렇게 배은망덕한 짓을 저질렀다고 믿을 수 없었다.맹 부인은 부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부군, 저도 그 아이를 의심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지요.”“생각을 해보세요. 용호군이 습격을 당하고 교먹이 무림맹을 이끌고 지원을 나갔죠. 그리고 구안이를 사칭하여 병사를 이끌었고요. 겉보기에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지만 어딘가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그 말을 들은 맹 장군의 안색이 진지해졌다.맹 부인이 계속해서 말했다.“전쟁이 끝난 후에 저는 용호군 사건을 몰래 조사하였습니다. 지금 당장은 부군께 확실한 증거를 보여드릴 순 없지만 했다면 흔적을 남겼을 거라고 믿습니다.”맹 장군은 부인의 신중함을 믿기에 그녀가 근거 없는 의심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부인, 일찍부터 교먹 그 아이를 의심하고 있었던 거요?”맹 부인은 부인하지 않았다.“예, 일찍부터 이상함을 느꼈지요. 이제 그 아이가 맹성주의 신분을 대체하고 나섰으니 의심에 확신이 선 것입니다.”맹 장군의 얼굴이 불그락푸르락해졌다.그는 주먹으로 목탁을 치며 정색해서 말했다.“이 모든 것이 그 아이의 계략이라면 내 친히 문호를 청소할 것이오!”맹 부인은 부군의 가슴을 다독이며 위로의 말을 했다.“어머님께는 제가 사람을 보내 모든 소식

    최신 업데이트 : 2024-11-08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24화

    소욱은 몰래 자객을 쫓아 영화궁까지 쫓아왔다. 그리고 그 여자객이 침전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바닥에 흐른 피가 욕실까지 이어졌다.사내의 눈빛이 서슬퍼렇게 빛이 났다.욕실 문이 열리고 황후가 나왔다.“폐하께서 납시셨는데 왜 아무도 알리지 않은 것이냐?”여인은 얇은 잠옷에 금방 목욕을 마치고 나온 것처럼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고 머리에도 물기가 묻어 있었다. 그녀는 맨발로 걸어 소욱의 앞으로 다가왔다. 서늘한 바람이 불자 그녀의 치맛자락이 하늘하늘 휘날리며 그녀의 가녀린 종아리가 시야에 언뜰거렸다.소욱의 평온한 얼굴에 살짝 금이 가기 시작했다.그가 황후를 지나쳐 욕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황후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폐하, 안에 정리가 아직 되지 않았습니다.”휘릭!소욱은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잡고 밀쳐서 벽에 밀착시켰다.그리고 매처럼 예리한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줄곧 목욕을 하고 있었나?”봉구안은 평온한 표정을 유지한 채 답했다.“예.”“조금 전 자객이 안으로 들어왔는데 보았느냐?”봉구안은 시선을 떨구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소욱은 그녀의 턱을 치켜올리고 대답을 재촉했다.“짐의 수색을 거부하는 것이냐? 황후, 짐이 그 여인을 찾아내길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찾아내지 못한다면…”그는 잠깐 숨을 고르고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계속해서 말했다.“찾아내지 못한다면 네가 바로 그 자객인 것이다.”봉구안은 침착하게 그를 응시하며 말했다.“폐하의 목숨을 살린 아이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소욱은 그녀의 저지를 무시하고 욕실로 들어갔다.그와 동시에 밖에서 진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잡아!”소욱의 싸늘한 시선이 봉구안에게 닿았다.봉구안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그의 입에서 천수독의 단서를 듣고 싶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해서 일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다.채찍을 발견한 후로 그가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기에 당연히 오늘 밤도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다.단서의 중요성과 이번 외

    최신 업데이트 : 2024-11-08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25화

    장군연이 끝난 후, 소욱은 각 지방 장령들과 양나라 항복에 관한 문제를 상의했다.교먹은 황성에 있는 동안 수시로 입궁했다.그녀가 자주 서재를 출입하는 바람에 후궁의 비빈들은 질투에 휩싸였다.아침 문안을 할 때, 그들은 봉구안에게 불만을 표했다.“아무리 장군이라지만 여인에 불과한데 어째 그리 분수를 모르는지 모르겠습니다!”“맹 소장군은 폐하가 가장 아끼는 장령이니 저희와 비할 바가 못 되지요.”“후궁에 거의 출입하지 않는 폐하께서 맹 소장군이랑은 수시로 붙어다닙니다. 오늘도 어마장에서 사냥을 하시더라니깐요. 황후마마, 후궁에 또 여인이 추가될지도 모르겠습니다.”봉구안은 평온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소욱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교먹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여장군이 되었으니 후궁의 일원이 되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그렇게 할 일이 없으면 궁중법도나 좀 베끼거라.”그 말을 들은 비빈들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그들이 모두 떠난 후, 강빈은 남아 봉구안에게 조심스레 건의했다.“마마, 외람된 말씀이지만 자고로 여장군이 황후가 된 선례가 적지 않습니다. 맹 소장군은 확실히 보통 여자들과는 다르지요. 민심도 그녀를 향하고 있고 폐하의 찬사도 받는 몸이니 경계를 늦추시면 안 됩니다.”봉구안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소욱이 누굴 후궁에 들이든, 누굴 황후의 자리에 앉히든 그녀의 관심사가 아니었다.봉구안이 말이 없자, 강빈은 자신이 너무 직설적으로 말한 것 같아 우회해서 말했다.“다만 맹 소장군의 용모가 남자처럼 거칠게 생겼으니 아마 폐하께서 남녀의 감정을 느끼긴 힘들 것 같네요.”“마마의 입지가 더 단단해지고 황자를 잉태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 누구도 마마의 지위를 흔들지는 못할 겁니다.”봉구안은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강빈, 난 널 영원히 보호해 줄 순 없어. 그러니 내 책사가 될 필요도 없고 내 앞에서 아양을 떨 필요도 없어.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거라. 폐하의 총애를 위해 움직이든가. 이런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최신 업데이트 : 2024-11-08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26화

    황제가 옆에 있는지라 교먹은 많은 것을 말할 수 없었다.그녀는 봉구안에게 공손히 예를 행하였다.“전장에 나간 병사들을 위해 마마께서 기도를 올려주셨다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꼭 찾아뵙고 직접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그리하여 조금 전 폐하와 어마장에 있을 때 무리한 요구를 한 것입니다. 마마, 차로 술을 대신하여 마마께 한잔 올리겠습니다.”봉구안은 담담히 답했다.“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니 그리 감사할 것은 없네.”소욱이 말했다.“기도는 쉽지만 피 흘려 전장에서 싸운 전사들의 공로는 쉬운 것이 아니지. 그러니 황후가 공로를 세웠다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다.”연상은 당장 반박하고 싶었다.전장에 나가 피 흘려 싸운 사람은 봉구안이었다.그런데 모든 공로가 교먹에게 돌아갔으니 괘씸하기 그지없었다.교먹이 진지하게 말했다.“폐하, 마마의 백일기도가 없었더라면 저희도 이리 쉽게 대승을 거둘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황제의 말을 바로 반박하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하물며 그 상대가 한낱 여인이라면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소욱은 책망하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맹 장군이 황후에게 공로가 있다면 그런 것이지.”황제가 맹 소장군을 얼마나 신뢰하고 아끼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봉구안이 물었다.“교… 아니, 맹 소장군, 언제 북부로 돌아갈 생각인가?”“여기에서의 일을 마쳤으니 이틀 후에 출발할 생각입니다.”봉구안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북부의 안녕은 이제 장군께 맡기겠네.”교먹은 자리에서 일어서 공손히 예를 행했다.“걱정 마십시오. 마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열심히 변방을 수호하겠습니다. 소신도 마마의 건강과 안녕, 그리고 남제를 위해 하루빨리 귀한 황태자를 잉태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봉구안은 순간 가슴이 철렁해서 고개를 들고 교먹을 바라봤다.두 사람 사이에 타인은 알아볼 수 없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곧이어 봉구안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중생을 뒤흔들 아름다운 미소였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교먹은 오싹한 소름이 돋았

    최신 업데이트 : 2024-11-08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27화

    봉장미가 정신을 차린 것은 특대 희소식이었다.사실을 전해들은 봉구안은 그날 밤 궁을 나갔다.깊은 밤, 채월은 찾아온 봉구안에게 문을 열어주었다.그리고 그녀를 안으로 들어보낸 후, 문밖을 지켰다.방 안.봉장미는 가면을 쓰고 들어온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봉구안이 가면을 벗은 후에야 봉장미의 눈에서 눈물이 솟구쳤다.“언니…”봉구안은 재빨리 그녀에게로 다가갔다.봉장미는 언니의 허리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언니! 언니 맞아? 언니야?”봉구안은 치솟는 감정을 억제하며 손을 들어 동생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그래. 언니가 돌아왔어.”막 정신을 차린 봉장미는 아직 의식이 몽롱한 상태였고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당연히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대부분 시간을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채월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언니를 만난 후에야 그녀의 영혼이 돌아온 것 같았다.봉구안은 자리에 앉아 손으로 동생의 눈물을 닦아주었다.봉장미는 극도로 야위어 있었다.“황성을 떠나 언니랑 북부로 갈래?”봉장미 앞에서 봉구안은 한없이 부드러웠다.그녀는 혹시라도 동생이 잔혹한 기억을 떠올릴까, 그 사건에 대해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오히려 먼저 입을 연 것은 봉장미였다.“언니, 산적들이… 그들이 나한테…”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마치 무서웠던 그날로 돌아간 것처럼 불안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봉구안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겁내지 마, 장미야. 더 이상 말하지도 마.”“다 지나간 일이야. 언니랑 북부로 가자. 언니가 영원히 곁에 있어줄게.”모든 안 좋은 기억들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사라질 것이다.봉장미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아니, 지나가지 않을 거야.”“언니, 나한테 그들이 보여. 아직도 그들이 보인다고…”그녀는 갑자기 봉구안의 등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들이 거기 서 있어. 그리고 황귀비까지… 그들이 날 잡으러 왔어… 언니, 빨리 저들을 쫓아내 줘!”그녀는 불안에 떨며 봉구안의 품

    최신 업데이트 : 2024-11-08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28화

    밤중의 역관 주변은 무척이나 고요했다.교먹은 봉구안에게 다가가서 반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언니, 어떻게 온 거야?”봉구안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교먹은 애써 침착한 척, 피하지 않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봉구안을 바라봤다.봉구안은 그녀의 어깨에 내려앉은 낙엽을 떼버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배웅하러 왔어.”교먹은 그제야 큰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눈물을 글썽였다.“언니, 난 또… 장군연에 있었던 일 때문에 다시는 날 보러 안 올 줄 알았어…”그녀는 감동한 얼굴로 봉구안을 끌어안았다.“언니!”봉구안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주먹을 움켜쥐었다.잠시 후, 그녀는 교먹을 밀어내고 상대의 눈동자를 주시하며 물었다.“정말 날 속인 적 없니?”교먹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지! 나 항상 언니한테는 숨기는 게 없었잖아! 걱정 마, 내가 지금 맹 소장군이긴 하지만 이 자리는 언제나 언니의 것이야. 사부, 사모님과 함께 언니를 기다리고 있을게.”“난 언니의 신분과 공훈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 거야.”봉구안은 교먹의 볼을 매만지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기다리고 있어. 곧 돌아갈 것 같으니까.”순간 교먹의 얼굴 근육이 눈에 띄게 굳었다.입으론 웃고 있었지만 그 잠깐의 반응을 봉구안은 놓치지 않았다.잠시 후.봉구안은 제 자리에 서서 교먹이 역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배웅했다.교먹은 많이 아쉬운 듯,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문이 닫히고 구름이 달빛을 가리자, 봉구안은 어둠속에서 음침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평생 황궁에서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를 지키며 살아.”봉장미의 기억 속에 황귀비가 했던 말이었다.봉장미를 그렇게 유린해 놓고 그녀가 황궁에 들어갈 수 있다고 어떻게 확신했을까?채월은 봉장미가 아무에게도 황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그건 그만큼 불경한 발언이었다.그런데 배후의 인물은 어떻게 봉장미가 평생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의 곁을 지킬 거라고 확신했을까?어쩜 그

    최신 업데이트 : 2024-11-08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29화

    서재로 들어선 봉구안은 태연한 얼굴로 예를 행했다.“폐하를 뵙습니다.”유사양은 황후의 얼굴을 살짝 살폈다. 안색으로 보아 어디 아파 보이지는 않은데 눈빛은 더욱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소욱은 상서더미에서 고개를 들고 그녀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지?”“폐하, 신첩은 부모님을 뵈러 친정에 한번 다녀오고 싶습니다.”교먹이 그 배후라면 증거를 찾아내야 했다.아직 실질적 증거가 없으니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고 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무고하게 애먼 사람을 모함하고 싶진 않았다.계속 황궁에 있는 것은 무의미했다.봉구안은 고개를 숙이고 황제의 답을 기다렸다.사내는 한참 그녀를 빤히 바라보더니 위압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황후가 함부로 황궁을 떠날 순 없지. 부모님이 그리우면 궁으로 부르면 될 일이다.”봉구안은 가슴이 갑갑했다.이 기회에 출궁하였다가 다신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런데 소욱의 경계심이 이토록 강할 줄이야.계속 간청을 드린다면 오히려 의심만 살 뿐이었다.정당한 방법으로 궁을 나갈 수 없다면 위험하더라도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 옳았다.“알겠습니다. 그럼 신첩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유사양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참으로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황후였다.간만에 폐하를 알현하러 온 건데 왜 제대로 대화조차 나누려 하지 않은 걸까?소욱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진길에게 분부했다.“영화궁을 잘 감시하고 있거라.”갑자기 친정에 가고 싶다니, 황후에게 뭔가 있음이 틀림없었다.효현궁.녕비는 모용선의 그림에 글을 써주었고 후자는 그녀의 글이 훌륭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강가에 무성히 자라난 들풀을 갈망하는 궁궐에 자란 버드나무. 누각에 서 있는 가녀린 여인은 아련한 눈으로 창가를 바라보네. 모두가 서로 아끼고 사랑을 주는 부부관계를 희망하지만 그것을 바랄 수 없는 궁중의 여인들은 시에 소망을 담을 수밖에 없지요.”“이 궁에서 폐하의 정실은 황후뿐이니까요.”말

    최신 업데이트 : 2024-11-08
  • 폭군의 장군 황후   제230화

    폐태자는 형제를 모해했다가 선제에 의해 서인으로 강등당한 인물이었다. 원칙대로라면 이번 추석연회에 참석할 자격이 없었다.태황태후는 처음 모용선의 제안을 들었을 때,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모용선은 부드럽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태황태후에게 말했다.“마마께선 신첩에게 이런 말을 하셨지요. 페하께서는 자식을 하나만 둘지언정, 아들들이 황위를 두고 다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요.”“마마께서 이 일 때문에 근심이시니 저도 마마의 근심을 풀어드리고 싶었습니다.”“어쩜 폐태자를 불러온다면 폐하의 형제애를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렇게 된다면 폐하가 마음을 바꾸실 수도 있고 자식은 많은 게 복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요. 황궁에 황자가 한 명만 존재한다면 많이 외로울 것 같아요.”태황태후는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황제가 한 말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만약 소욱이 정말 자식을 한 명만 낳을 계획이라면 그 아이는 황후의 아이일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모용선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좀 더 생각을 해보마.”태황태후가 폐태자의 입궁을 동의한다고 해도 그의 신분은 골칫거리였다.모용선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예를 취했다.“예.”불과 이틀 후, 만수궁 궁인이 영화궁으로 오더니 폐태자를 명단에 넣으라는 태황태후의 뜻을 전했다.봉구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반면 연상은 얼굴에 근심을 드러냈다.만수궁 궁인들이 돌아간 후, 그녀는 다급히 말했다.“태황태후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폐태자라면 본디 마마와 혼약이 있었던 분 아닌가요?”정확히 말하면 봉장미와 혼약이 있었던 사람이었다.봉구안은 잠깐 붓놀림을 멈추었다.그녀도 알고 있는 일이었으나, 그쪽으로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봉장미는 선황이 선택한 황가의 며느리로 성년 후에 태자와 결혼할 운명이었다.하지만 세상 일이 변화무쌍하여 혼약이 정해지자마자 일년도 안 되어 태자는 죄를 짓고 태자의 자리를 박탈당하면서 혼사도 흐지부지 되었다.그러나 선황의 뜻에 따라

    최신 업데이트 : 2024-11-08

최신 챕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18화

    그녀더러 소욱을 죽이라니?봉구안의 손바닥이 서늘해졌다.그녀는 태연한 얼굴로 양연삭에게 되물었다.“이 탑에서 나갈 방도가 있습니까?”말인즉슨, 황제가 그 비밀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그러나 양연삭은 그런 말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황제를 당장 죽여라.”봉구안은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가 소욱을 보호하며 말했다.“보물과 황제, 둘다 필요합니다.”자룡왕은 이미 몸을 가누고 일어서며 양연삭에게 외쳤다.“교주님, 이건 계략입니다! 소환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양연삭은 봉구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봉구안은 태연하게 고백했다.“저는 소수자입니다. 미남을 좋아하죠. 황제는 제가 아직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입니다.”“만약 황제를 죽이신다면, 여러분 중 누가 이보다 나은 장난감을 저에게 보상해 주시겠습니까?”그녀는 말하며 시선으로 오왕을 훑었다. 마치 물건을 고르듯, 눈빛은 방자하고 조롱기가 섞여 있었다.“참고로, 저는 자극적인 놀이를 좋아합니다. 당신들 중 감당할 자가 있다면, 나이가 좀 많더라도 상관없습니다.”그 말에 자룡왕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양연삭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길을 안내하거라.”봉구안은 마치 아쉽다는 듯 오왕을 흘낏 보았으나, 그들 중 누구도 그녀의 시선을 감히 마주 보지 못했다.양연삭은 탑의 제9층에서 떠나지 않고, 자룡왕과 적룡왕에게 봉구안을 따라가라고 명령했다.봉구안은 그들을 탑의 5층 돌계단까지 데려갔다.그러고는 더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았다.그녀는 눈앞의 돌벽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입니다.”자룡왕과 적룡왕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즉시 봉구안을 죽이려 하였다.그러나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기억이 잘못되었습니다. 아마도 한 층 더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자룡왕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옷깃을 붙잡았다.“소환, 경고하겠다. 잔꾀 부리지 말거라!”봉구안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물었다.“교주님께서는 보물의 절반을 줄 만큼 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17화

    봉구안은 원래 쓰던 가면이 깨져버려 다른 이의 가면을 대신 쓰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형에 조금 맞지 않아 그녀의 얼굴이 유난히 좁고 작아 보였다.소욱은 살기를 가득 담은 얼굴로 중앙에 있는 이를 차갑게 노려보고 있었다.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양연삭은 가부좌 자세로 앉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어쨌든 그의 곁에는 다섯 명의 왕이 그를 지키고 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다음, 아무도 예상치 못한 장면이 벌어졌다.봉구안이 뒤에서 기습을 가해 은침 하나를 소욱의 뒷목에 꽂았다.소욱은 검을 쥔 채 동작을 멈추더니 믿기 힘든 듯 뒤를 돌아보았다. 배신감에 휩싸인 표정이었다.“네가 어째서…”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땅바닥에 쓰러졌고, 그가 들고 있던 검 역시 ‘쾅’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한 채 쓸모없는 쇳덩이에 불과했다.천룡회의 다섯 왕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무슨 상황이지?양연삭은 쓰러진 황제를 한 번 보더니 봉구안을 다시 바라보았다.봉구안은 쓰러진 소욱을 무시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공손히 예를 올렸다.“저는 소환이라 합니다.”자룡왕은 분노에 찬 냉소를 터트렸다.“소환? 네가 감히 여기에 나타나다니! 우리가 누군지 알기는 하느냐?”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손에 든 무기를 봉구안의 목에 들이댔다.그러나 그녀는 피하지 않고 차분히 대답했다.“압니다. 여러분들은 천룡회의 사람들이지요.”“예전에 우리 천룡회를 멸망시킨 자가 바로 너구나. 오늘, 네놈을 당장 죽여, 천룡회 일원들의 복수를 할 것이다!”자룡왕이 곧바로 공격하려던 찰나, 봉구안이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저를 죽이신다면, 여러분은 보물을 찾을 가능성이 더더욱 없어집니다.”“멈춰라.”양연삭이 직접 말을 꺼냈다.자룡왕은 즉시 공격을 멈췄다.“네놈,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봉구안은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자룡왕을 지나쳐 교주 양연삭을 향해 말했다.“여러분처럼 저 또한 이번에 구중탑에 들어온 것은 남제 태조 황제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16화

    봉구안이 고개를 돌려 소욱을 보며 물었다.“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소욱의 새까만 눈동자는 깊은 심연처럼 어두웠다. 부상을 입은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앉은 그는 품에서 단검을 꺼냈다.곧이어 그는 단검을 붓 삼아 땅 위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봉구안은 그 곁에 앉아 그의 손끝에서 그려지는 선들을 바라보았다. 이내 그것이 지도임을 알아차렸다.소욱은 이 나라의 군주답게 남제의 강산 지리에 능통했다.그는 붓 대신 칼을 들고도 능숙하게, 경계선이며 성곽, 산맥과 호수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그려냈다.그녀는 그가 왜 이런 걸 그리는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부상 탓에 그는 지도의 반쯤을 그리다 기운이 달린 듯 힘들어 보였다.봉구안이 그의 몸을 부축하며 나직이 말했다.“나머지는 제가 그리겠습니다.”봉구안은 강호를 떠돌며 산천초목을 두루 보아왔다.군영에 들어간 이후에는 국가의 지형을 숙지하는 것이 필수였다.소욱은 그녀를 믿고 단검을 건네주었고, 이후 그는 다시 벽에 기대며 가슴을 감싸 안고 힘겹게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두 시진이 지나고 봉구안이 지도를 완성했다.그녀는 돌아보며 물었다.“이제 되었습니까?”소욱은 고개를 저었다.“아직 한 폭이 더 남았다.”하지만 그것은 자신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이었다.그는 비범한 기억력을 바탕으로 또 다른 그림을 그렸다.봉구안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이건… 선성이 아닙니까?”소욱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선성에 숨겨진 보물의 지도다.”그는 말하며 단검을 선성의 특정 위치에 꽂았다.봉구안의 미간이 더욱 깊어졌다.“보물이 이곳… 요호에 있다는 말씀입니까?”소욱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맞아. 요호는 300년 넘게 존재했지. 하지만 남제는 겨우 200여 년 전 건국되었는데, 태조 황제가 어떻게 호수 속에 보물을 숨겼겠느냐?”봉구안이 고개를 숙여 깊이 생각에 잠겼다.확실히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보물을 호수에 묻으려면 호수를 완전히 비우고 물을 다시 채워야 한다.그렇게 큰 움직임이 있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15화

    봉구안은 손에 쥔 깨진 가면을 한 번 보고는 가볍게 내려놓았다. 이미 쓸 수 없게 되어 더 이상 얼굴을 가릴 수 없었으나, 그녀는 이곳의 사람들에게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신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겨 제6층으로 향했다.뒤편에서, 그녀에게 패배한 남자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이를 갈며 말했다.“내가… 내 내공 절반을 빼앗기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꼴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그제야 봉구안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이미 내공의 일부를 잃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녀는 이겼다.앞으로 네 층만 더 오르면 단회욱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연이은 싸움에 그녀는 몸이 너무 지친 상태였다.소욱이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잠시 쉬거라.”그러나 봉구안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조금만 더 올라가면 곧…”소욱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녀의 목덜미를 가볍게 쳐서 잠시 그녀를 기절시켰다.그는 그녀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계속 싸운다면, 아홉 번째 층에 도달하기도 전에 그녀는 탈진하여 목숨을 잃을 터였다.그는 기절한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네가 필요 없다고 해도, 가끔은 나에게 기대도 괜찮지 않겠느냐.”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봉구안이 눈을 떴을 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차가운 돌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눈앞에는 소욱의 얼굴이 보였다.그는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의 손등은 특히 끔찍했다. 살갗이 벗겨져 하얀 뼈마저 드러나 있었다.봉구안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폐하… 어찌하여… 여긴 대체 어딥니까!”소욱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오랜 시간 물 한 모금조차 마시지 못한 것처럼 갈라져 있었다.“여기는 제8층이다. 마지막 층을 앞두고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장소를 찾았다.”“폐하 혼자서 8층까지 올라왔다고요?” 봉구안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14화

    방금 전, 구중탑의 입구가 열렸을 때, 모두가 그 광경을 목격했다.진한길은 단정이 옳다고 생각했다.입구가 열릴 수 있다면, 당연히 안에 있던 사람들도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그러나 남산왕은 냉소하며 말했다.“그렇게 간단했다면, 구중탑이 구중탑이라 불렸겠느냐.”“구중탑의 입구는 단순히 문을 열고 닫는 문제가 아니다.”“지금 너희가 본 것은 외문이지.”“그 안에는 내문이라는 것이 또 있느니라.”“보통 외문이 닫혀 있으면, 내문은 열린 상태일 것이다. 허나 외문이 열리면, 내문은 먼저 닫히고, 내외문 사이에는 단방향 만화살 진법이 작동하지…”“그걸 피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진한길은 구중탑이 미워 죽을 지경이었다.그는 남산왕에게 간청했다.“남산왕 전하, 제발 입구를 열어 주십시오. 저희가 들어가 황제 폐하를 보호하겠습니다!”남산왕의 시선은 차가웠다.“안 된다.”규칙은 어길 수 없었다.진한길은 그 자리에서 검을 뽑았다.하지만 남산왕은 한 번 당해 본 터라, 이미 방비를 마친 상태였다.그의 한마디 명령에 십이사명이 나타나, 진한길과 그의 호위병들을 철저히 막아섰다.남산왕은 냉정하게 말했다.“탑에 들어가려면 규칙을 지켜야 한다.”“십이사명조차 이기지 못하면, 탑에 들어가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진한길은 남산왕의 이런 고지식함이 이해되지 않았다.“남산왕 전하, 황제 폐하께서 위험에 처하셨습니다. 이럴 때 규칙이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단정은 거침없이 말했다.“규칙을 어길 만한 실력이 없는게 아니겠습니까.”봉구안도 결국 남산왕을 협박해서 들어가지 않았던가.그리고 이전에 있었던 천룡회 사람들.단정은 확신했다. 남산왕이 십이사명을 제압할 힘이 있었다면, 그 역시 규칙을 어겼을 것이다.진한길의 표정은 냉랭해졌다.“남산왕 전하, 전하께서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소인도 감히 전하께 무례를 범하겠습니다!”단정은 두 팔을 가슴에 모으고 비웃듯 말했다.“뭘 그리 길게 말하십니까. 그냥 처리하면 될 일입니다.”“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13화

    바둑판 위에는 핏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승려의 두 발은 잘려 나갔고, 그의 눈은 분노와 공포로 뒤집혀 있었다.소욱은 칼을 든 채 서서, 잔인하고 난폭하게 웃었다.“계속 수를 두어 보거라.”봉구안조차도, 소욱이 이렇게 잔혹하고 단호한 방식으로 이 대국을 끝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바둑의 흐름이 어긋나지 않도록 유지하면서도, 승려의 두 발을 잘라냈다.주변의 사람들은 이 광경에 격분하여 들고일어났다.봉구안은 냉소하며 말했다.“뭐야, 지는 걸 못 참겠다는 것이냐?”이 한마디는 그들의 남아 있던 자존심을 건드렸다.승려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놈들을 보내라!”이렇게 해서, 그들은 가볍게 두 번째 층을 통과했다.그들이 떠난 뒤, 승려는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 옆으로 물러섰다.승려는 냉랭하게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음흉하게 웃었다.“사층 위부터가, 구중탑의 진정한 꽃이라 할 수 있지...”…반 시진이 지난 후였다.쾅!봉구안은 내팽개쳐져, 등을 벽에 부딪혔다.소욱은 두 눈으로 이를 똑똑히 보면서도 손을 쓰지 못했다.왜냐하면, 이것이 네 번째 층의 도전 규칙이기 때문이었다.도전자는 눈을 가리고 맨손으로 근접 전투를 해야만 했다.규칙을 지키고 상대를 이긴다면, 그들은 통과할 수 있었다.하지만 규칙을 어기면, 그들의 적은 무려 스무 명이 넘는 사람이 될 터였다.소욱은 깊이 고민한 끝에 감정을 억제할 수밖에 없었다.위급한 상황일수록, 감정에 휘둘려선 안 되는 법이었다.더군다나, 봉구안은 전장을 수없이 경험한 사람이었다.그녀가 이렇게 쉽게 패배할 리 없었다.소욱의 눈빛은 점차 차갑게 변했다.봉구안의 상대는 건장한 거구의 남자였다.그녀는 유사한 적을 만난 적이 있었다. 예컨대, 양나라의 ‘괴두’라 불리던 자가 그러했다.하지만 이 자는 괴두보다 훨씬 건장했고, 공격 속도도 빨랐다.더군다나 그는 눈을 가리지 않았다.시야를 차단당한 봉구안은 단시간 내에 적의 약점을 찾아내지 못했다.주변 사람들은 모두 환호하며 소리를 질러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12화

    세 개의 주사위 중 어느 하나도 부서지지 않았다.하지만…세 개의 주사위 중 열여덟 면의 숫자가 모두 사라지고, 매끈한 표면만 남아 있었다.“뭐야. 숫자가 다 사라졌잖아?”아까까지 시체를 처리하던 노인이 불쑥 나서며 말했다.“숫자가 전부 사라졌다고?”임육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눈앞에 있는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그 주사위는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던 보물이었다!“이놈을 죽여버릴 것이다!”소욱이 바로 나섰다.임육의 목덜미를 거칠게 움켜쥐며 눈을 가늘게 떴다.“감히 내 여자를 건드리겠다고? 죽고싶어?”봉구안이 차분히 말했다.“말한 대로 주사위를 부순 적은 없지 않느냐? 결과를 인정하거라.”임육은 목이 졸린 채로도 봉구안을 향해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이 망할 녀석아!”노인이 임육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됐네, 패배를 그만 인정하거라.”그는 다시 봉구안과 소욱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두 사람은 이만 위층으로 올라가거라.”그제야 소욱은 임육의 목덜미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봉구안은 이 노인이 이 층의 진정한 실권자임을 알아차렸다.그의 말은 묵직한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봉구안은 그에게 공손히 예를 갖추며 물었다.“혹시 망서화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노인이 살짝 미소 지었다.“들어본 적이 없네. 이 층엔 꽃이나 풀 같은 건 본 적이 없어.”봉구안은 그러면 됐다며 작별 인사를 남겼다.임육은 숫자가 사라진 주사위를 쥔 채, 땅에 주저앉아 혼이 빠진 듯 멍하니 있었다.노인은 두 손을 뒤로 깍지 낀 채 고개를 저었다.“경솔했구만.”젊은이의 도박 실력은 임육만 못했으나, 주사위 소리를 구분하는 모습만 봐도 그녀가 신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첫 두 판은 일부러 져 주었다.세 번째 판에서 작은 점수를 내겠다고 한 순간, 임육의 승산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었다.도박은 열 번 하면 아홉 번은 잃는다고 한다. 잃는 것은 단지 돈과 기술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11화

    임육은 노련한 도박꾼이라 상대방이 어느 정도 실력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러나 눈앞의 청년은 눈빛이 차갑고 깊어 보였으며, 마치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노련함을 지닌 것 같았다.임육은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돼지우리, 미끄럼구덩이, 아니면 허리 맞추기 중에 뭐로 할까?”돼지우리는 네 개의 주사위를 사용하고, 미끄럼구덩이는 세 개를 사용하며, 허리 맞추기는 여섯 개 중 특정 방식으로 노는 것을 뜻했다.소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봉구안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미끄럼구덩이로 하자구나.”임육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좋지. 미끄럼구덩이.”말을 마치고 나서 임육은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젊은이, 주사위를 많이 굴려본 적은 없겠구먼?”봉구안은 가면 아래로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 상대의 의도를 탐색하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시합이 시작되었고 삼세판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하지만 임육은 자신의 도박 기술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젊은이, 세 판 중 한 판이라도 나를 이길 수 있다면 그 판을 네가 이긴 것으로 하지.”임육은 손가락을 풀며 느긋하게 주사위 통을 들었다. 몇 번 흔들어 세 개의 주사위를 통 안에 넣었다.그의 손목이 돌면서 주사위가 통 안에서 맑은 소리를 냈다.과연 ‘광도선’이라는 이름답게, 그의 손놀림은 신출귀몰했다.봉구안은 모든 감각을 집중하며 특히 귀를 곤두세웠다.주사위 통이 탁자 위에 놓였다.임육은 악의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이긴다면, 네 팔 하나를 가져갈 것이다.”그리고 통을 열자, 주사위는 3, 4, 5가 나왔다. ‘화순’이었다.봉구안은 그가 여유롭게 일부러 실력을 감춘 것을 알 수 있었다.이번엔 봉구안 차례였다.그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주사위 통을 들었지만, 몇 번 흔들고 바로 통을 내려놓았다.통을 열자, 임육의 일행들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1, 2, 3! 소부도, 벌칙이네!”임육은 광기에 찬 웃음을 터뜨리며 탁자 위로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10화

    봉구안과 소욱은 잔뜩 긴장을 한 채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굽은 등을 한 노인이 걸어 내려오는데, 그의 눈빛은 음산하고도 갈망에 찬 빛을 내며 그들의 손을 주시하고 있었다.노인은 기대에 차 있던 눈빛을 곧바로 잃고 말았다.“그들이 너희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았느냐?”봉구안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소욱이 설명했다.“조정에서 보낸 죄인은 탑에 들어갈 때 음식을 함께 가지고 들어오게 되어 있다.”그들은 급히 탑에 들어간 탓에, 남산왕이 사전에 먹을 것을 준비할 틈이 없었다.봉구안은 이해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노인에게 말했다.“저희 형제는 급히 탑에 들어오느라 음식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노인은 코웃음을 치며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조정에서 새로운 이를 보낸 지가 꽤나 오래되었지... 괜찮다, 괜찮아.”그의 행동은 비정상적이었다. 말할 때도 그들을 바라보지 않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아무렇지도 않게 바닥에 놓인 시체 하나를 붙잡아 그 다리를 끌고 계단 위로 올라갔다.봉구안과 소욱은 눈빛을 교환한 뒤 곧장 그를 따라 올라갔다.그들은 구중탑의 두 번째 층에 도달했다.이 층에는 스무 명 남짓 되는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 앉아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두 사람을 들여다보고 있었다.아까 그 노인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의 손에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자마자 눈빛이 어두워졌다.이내 모두 경계하며 손에 쥔 무기를 꺼내들고 방어 자세를 취했다.노인은 몸을 웅크린 채 앉아 시체의 옷을 능숙하게 벗겨내며 봉구안과 소욱에게 말했다.“몇 달 전에도 너희처럼 먹을 것이 없는 자들이 왔었지. 그리고 이 구중탑을 완전히 뒤집어 놓고 갔어...”그가 말을 다 채우기도 전에 갑자기 힘을 주더니, 시체의 팔 하나를 단번에 뜯어내 버렸다.그 옆에서는 다른 사람이 그 팔을 받아 능숙하게 몇 번 칼질을 해 고기를 조각내더니, 냄비에 넣었다.봉구안은 눈썹을 찌푸렸다.노인은 뒤돌아 보며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은 신입이시니 아직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