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욱은 벌떡 몸을 일으키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자진궁으로 돌아간다.”그는 더 이상의 설명도 없이 그대로 영화궁을 떠났다.봉구안은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이유를 모르는 연상이 물었다.“마마, 폐하께선 식사 잘하시다가 어찌 갑자기 가신 건가요?”봉구안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해시 초, 장신궁에 불이 켜졌다.소욱은 대전 안에 앉아 한 시진을 기다렸다.늦은 시간이 되자 진길이 말했다.“폐하, 안 올 것 같습니다…”이때, 문밖에서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진길의 눈빛이 순간 빛났다.여자객이 과연 황후인 걸까?소욱이 눈짓하자 진길은 재빨리 가서 문을 열었다.하지만 문밖에 나타난 사람은 여자객이 아닌 어린 태감이었다.어린 태감은 황제를 보자 울먹이며 무릎을 꿇었다.“소… 소인… 폐하를 뵈옵니다.”소욱의 눈이 어둡게 빛났다.진길이 태감에게 물었다.“여긴 무슨 일로 들어왔느냐!”태감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소인은 장신궁을 지나가다가 불이 켜져 있는데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길래 혹시 궁녀가 청소를 하나 하여…”진길은 매섭게 상대의 말을 자르고 턱을 치켜올렸다.“폐하의 안전에서 거짓말을 하다니! 참수형에 처할 것이다!”태감이 당황하며 납작 엎드렸다.“폐하,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소인은… 사실 궁녀와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장신궁에 불이 켜져 있기에 궁녀가 약속 시간 전에 미리 도착한 줄 알고… 잘못했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폐하!”자리에서 일어선 소욱은 태감 앞으로 다가가서 싸늘한 눈빛으로 상대를 주시하며 말했다.“형자사로 보내거라.”“예!”태감은 곧장 큰절을 올리며 애원했다.“목숨만 살려주십시오, 폐하!”소욱은 애원의 소리를 무시한 채, 밖으로 향하며 목에 있는 은사의 흔적을 닦았다.‘역시 너무 허술해서 안 속았나.’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까이에서 눈으로 직접 봐야 눈치챌 수 있는 것이었다.소욱은 마치 어둠 속에서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눈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