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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장군 황후의 모든 챕터: 챕터 231 - 챕터 240

696 챕터

제231화

폐태자 소탁은 푸른 천옷을 걸친 채, 이 화려하게 금빛으로 물든 궁궐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치 아련한 구름 봉우리에 불쑥 스며든 한 줄기의 먼지 같았다. 그는 자녕궁 밖에 서서 태후의 소환을 기다리는 듯했다.오늘은 날씨가 유독 좋지 않았다. 검은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두운 그림자가 그의 몸에 드리워졌다. 강한 바람이 그의 옷자락을 흔들고 소매 안으로 파고들어 그의 누더기처럼 기운 소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연상은 복잡한 표정으로 소탁을 바라보았다. 기억 속 그는 존귀하기 그지없었는데, 지금의 모습은…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봉구안이 그런 연상의 이상한 기색을 곧바로 눈치챘다. 연상이 폐태자의 옆모습만으로도 그를 알아본 것이 신경 쓰였지만 굳이 묻지 않고 무심하게 걸음을 재촉했다.연상은 긴장된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마, 저 분은 폐…""알고 있다." 봉구안이 평온한 어조로 대답하며, 연상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자신마저 마음이 약해져 머뭇거린다면 다른 이들은 더욱 입을 맞춰 험담을 퍼뜨릴 것이었다."황후마마!" 문을 지키던 호위가 공손히 인사했다.소탁이 그 소리에 고개는 돌리지 않았으나 몸이 살짝 떨렸다. 그도 분명 과거의 약혼녀를 이곳에서 만나리라 예상치 못한 모양이었다. 그는 평범한 백성처럼 고개를 숙인 채 옆으로 물러나 길을 열어주었다.봉구안은 한 치 흔들림 없이 곧장 자녕궁 안으로 들어갔다.자녕궁 내부. 녕비가 태후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다정하게 웃음을 나누고 있었다. 봉구안의 등장은 이 친밀한 분위기를 순식간에 깨뜨렸다. 태후는 곧바로 미소를 거두었다."황후, 앉으시오. 오늘 내가 황후를 부른 것은 곧 있을 잔치에 관한 일 때문이오."그때, 우르릉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큰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연상은 불안한 듯 자꾸만 밖을 내다보았다. 녕비는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가끔 말을 보탰다.봉구안은 녕비가 딴생각을 품고 있음을 알아차렸고 연상이 불안해하는 이유도 곧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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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궁중에 퍼진 소문을 맞닥뜨리고도 봉구안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비슷한 일을 겪은 것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문을 다루기보다 중요한 것은 소문의 근원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태황태후가 갑자기 폐태자에게 추석 연회에 참석하라고 명령하신 것도 이미 누군가 계략을 세우고 있음을 의미했다. 다만, 그 계략을 꾸민 이가 태황태후이실 리는 없었다. 봉구안은 차가운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효헌궁. 녕비는 추석 연회에 나갈 음식 목록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 있던 시녀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마마, 마마께서 기회를 만드시지 않았더라면, 중전마마와 폐태자가 서로 마주할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소문이 이렇게 빠르게 퍼진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다만, 중전마마께서 마마를 의심하시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녕비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시녀의 말을 흘려넘겼다. “나를 의심한다고 해서 무슨 상관이더냐? 소문이 돌고 있다 해도 나와는 아무 관련 없는 일이지 않느냐.” 이상하게도 며칠 후, 소문은 점차 거세게 번졌고, 중전이 계신 영화궁에서도 이를 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의아하게 여긴 녕비는 시녀를 시켜 중전의 반응을 살피도록 했다. 시녀는 잠시 후 돌아와 보고했다. “마마, 추석 연회가 다가오면서 중전마마께서는 지금 연회에 나갈 선물을 준비하느라 무척 바쁘신 듯합니다. 소문에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선물 준비가 그리 바쁜 일이라고?” 녕비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모든 사람이 받을 추석 연회의 선물은 항상 통일된 품목으로 준비되기에 하급 시종들이 알아서 처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시녀가 덧붙여 말했다. “중전마마께서는 올해 특별히 다른 선물을 준비하신다고 하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저희도 알지 못하지만, 영화궁의 사람들이 그 일로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중전마마께서는 그 소문들을 아직 모르고 계신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럴 리가 있겠느냐!” 녕비는 터무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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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소문이 온 궁에 퍼져도, 봉구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추석 연회 준비와 출궁 계획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 혼자만 나가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봉가도 생각해야 했다. 그녀가 홀연히 사라지면 봉가가 곤경에 처할 것이 뻔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죽음을 가장하여 탈출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봉가나 소욱 황제 모두 더는 그녀를 찾지 않을 것이고, 그녀 또한 뒷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하지만, 멀쩡한 몸으로 갑자기 죽게 된다면 분명 사람들의 의심을 살 것이었다. 그러니 시기를 고르는 것이 중요했다. 그녀는 그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황제 폐하, 납시오!"봉구안은 서둘러 정돈한 뒤 일어나 맞이하였다. 소욱은 영화궁에 들어서서 그녀의 눈 밑에 엷은 다크서클이 진 것을 보고 며칠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것을 짐작하였다. 그녀가 이 추석 연회를 준비하느라 분명 마음과 힘을 쏟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소욱은 그녀가 그렇게 애쓰는 것이 사실은 출궁을 위한 준비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폐하, 무슨 분부가 있으신지요?" 봉구안의 눈빛은 평온하고 일렁임이 없었다. 소욱은 주상에 앉아 소매의 주름을 매만지며 무심히 말하는 듯하였다."짐이 그 연회 참석자 명단을 보았도다."봉구안은 그가 폐태자의 일에 관해 물을 줄 알고 준비하고 있었으나, 그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가족을 그리워한다 하니, 이번 추석 연회에 그대의 부모도 궁에 들 수 있도록 하겠소.”봉구안은 약간 놀랐다. 그녀가 전에 외가에 가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적은 있었으나, 부모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그들 곁에서 자라지 않아 애틋한 정이나 끌림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욱은 원래 세심하거나 배려심 깊은 사람이 아니었다.그녀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소욱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어찌된 일인가, 기쁘지 않은가?"그가 봉가 사람들을 궁에 들게 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 혈육임을 확인하기 위해 혈흔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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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맹가.다행히 봉구안이 제때에 알려주어, 맹 부인이 미리 준비할 수 있었기에 노부인은 손주의 요절을 모른 채 지낼 수 있었다. 노부인은 침상에 기대어 며느리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내 이 늙은 몸뚱이를 왜 그리도 생각해주느라 먼 길을 돌아 추석에 나를 보러 왔느냐."맹 부인은 담담히 웃으며 대답했다. "부군 또한 어머님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이 3년 동안 한 번도 돌아오지 못해, 바라건대 용서해주시옵소서.""군주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 우리 맹가 자손들의 본분이지. 성주는 어찌 되었느냐? 이번에 양 나라와의 전쟁에서 상처를 입은 건 아니겠지?"노부인은 손주를 걱정하며 초조한 눈빛으로 맹 부인을 바라보았다. 맹 부인은 안심시킬 마음에 기쁜 소식만을 전하며 애써 슬픈 마음을 숨겼다.잠시 후, 노부인은 다시 말했다."성주도 이미 관례를 치렀으니, 이제 부모 된 이들이 성주의 혼사를 챙겨야 하지 않겠느냐."맹 부인은 내심 슬픔을 억누르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님의 말씀대로입니다. 남편과 의논해보겠습니다. 다만 성주의 눈이 높아서 누구를 고를지 고민이 많습니다."노부인은 손주를 아끼며 말했다."좋은 말은 좋은 안장을 만나고, 영웅은 미인을 만나는 법이지. 성주는 분명 최고의 짝을 만날 거야!"노부인은 병상에 지친 몸을 기대고 있었기에 말하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맹 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하인들에게 엄하게 당부했다."잘 모셔드리되, 절대 입이 가볍지 않도록 하거라.""네, 부인."맹 부인이 밖으로 나오자, 한 구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하녀 이화가 보였다. 맹 부인은 이화의 마음을 알고 있었으나, 이 아이가 좋아하는 구안 또한 여인이었기에 이 기회에 단념시키려 했다.…황성.만호후를 책봉하는 것에 대해 소욱은 깊이 생각하였으나, 아직까지 확고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본래 그는 맹성주를 염두에 두었으나, 그녀는 이제 맹교먹이 되었고, 여인이 장군이 되는 것 자체가 파격적인 일인만큼, 다시 후에 봉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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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세상에나! 피야!” 겁이 많은 장빈이 가장 먼저 반응하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모두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그 궁녀가 들고 있던 도자기 조각이 그만 황후의 손을 벤 것이었다. 황후의 얇은 손가락에서는 피가 방울방울 흘러내리고 있었다. 궁녀는 더욱 두려움에 떨며 다시 땅에 엎드렸다. 연상이 분노하여 말했다. “너 일부러 그런 게 아니냐!” 용상에 앉아 있던 소욱은 냉랭한 얼굴로 죄를 지은 궁녀를 바라보았다. “건방진 것, 끌어내라!” 궁녀는 목숨만 살려달라 애원했지만, 이내 다른 궁녀가 나서서 봉구안의 상처를 치료했다. 봉구안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 궁녀의 작은 행동을 못 본 척하며 담담하게 대응했다. 봉 대인과 봉 부인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쪽을 지켜보았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봉 대인의 곁에 있던 시녀가 은침을 손에 들고 술을 따르는 척하며 봉 대인이 음식상에 얹은 손을 노렸다. 그녀의 손놀림은 너무 빨라 도무지 방어할 틈이 없었다. 봉 대인은 갑작스러운 통증에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올렸고, 바닥에 딱딱한 딱정벌레가 한 마리 있는 것을 보고는 그저 벌레에 물린 줄로만 여기고 신경 쓰지 않았다. 소욱이 봉구안에게 말했다. “황후는 옷을 갈아입고 오시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심하고, 높고 오뚝한 콧날 아래 얇은 입술에는 냉혹함이 담겨 있었다. “예.” 봉구안은 자리를 일어나 옷을 갈아입으러 갔고, 연상만을 데리고 떠났다. 봉 부인은 그런 딸을 염려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궁중에는 겉과 속이 다른 싸움과 온갖 수단이 난무하고 있었다. 구안이 베인 것이 혹여 누군가의 의도적인 짓이 아닐까? 편전 안. 연상이 추측했다. “마마, 저 궁녀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어전에서 모시는 사람이 그렇게 서투를 리가 없습니다.” 봉구안은 손에 감긴 붕대를 보며 차가운 눈빛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소욱이 준비한 일이었다.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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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연회장에서 그 향낭과 손수건을 보자, 소탁의 얼굴빛이 변하며 자신과 황후가 모함당했음을 직감했다. 좌중의 봉 대인과 봉 부인은 서로를 바라보며 불안해했다. 추석 선물을 뒤엎은 궁인은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음을 알고 허둥지둥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편 종친 중 어린 소세자가 장난스럽고 활발하게 앞으로 뛰어나와 그 손수건을 집어 들었다. 배운 한두 글자가 있다고 여긴 그는 아직 어린 목소리로 읊기 시작했다. “두 기슭 푸른 산이 서로 보내고 맞이하니, 누가 이별의 슬픔을 알겠는가. 그대 눈물 가득하고, 내 눈물 또한 가득하네. 오색 끈으로 맺은 마음의 매듭은 아직 이루지 못했건만, 강머리의 조수가 이미 평온해졌네.”“아버지, 이 시는 참으로 애달파요! 전혀 추석의 단란함과는 다르네요!” 비빈들은 입을 떡 벌린 채 서로를 바라보며 놀라워했다. 이 시는 마음이 통했으나 인연을 이루지 못한 슬픔을 표현한 애절한 사랑의 시였다. 이 추석 선물은 황후가 폐태자를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황후가 폐태자에 대한 그리움을 잊지 못했다는 것이 아닌가! 소욱은 싸늘한 시선으로 봉구안을 바라보았다. 황후가 어찌 폐태자에게 정을 품을 수 있다는 말인가?! 봉구안은 아무런 표정 없이 듣고 있었으며, 아무도 그녀의 마음속 생각을 알 수 없었다. 봉 부인은 참지 못하고 급히 일어나 설명했다. “폐하, 이것은 분명 누군가의 계략이옵니다…” 쾅! 상좌의 태황태후가 갑자기 상을 내리치며 엄한 눈빛으로 봉구안을 응시하며 질책했다. “황후, 네가 말해 보아라! 이는 대체 무슨 일이냐!” 봉구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태황태후마마, 신첩은 이 물건이 어디서 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태황태후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모른다고?”“이 추석 선물은 네가 친히 준비한 것이 아니더냐!” 봉구안의 모친은 딸을 변호하려 했으나, 옆에 앉은 봉 대인이 그녀의 옷소매를 살짝 당겨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때, 녕비가 마치 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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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황제가 명을 내리자, 모두 어쩔 수 없이 각자 받은 선물 상자를 열게 되었다. 그러나 열기 시작하는 순서가 엇갈리며 곧 누군가가 외쳤다. "동상고야! 여기 제 추석 선물 속에 동상고가 한 상자 더 들어 있사옵니다!" 모용선은 이 말을 듣자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마침 그녀와 같은 편인 녕비가 나서서 말했다."폐하, 설령 무언가 발견되었다 하여도, 그것이 곧바로 황후마마와 연관된다 단정할 수는 없사옵니다..." “녕비, 이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옆에 있던 가빈이 손이 빠르게 움직여 녕비의 추석 선물 상자를 열었고, 그 속에 의심스러운 물건을 발견하였다.“아니, 어쩌다 죽은 쥐가 들어 있는 것이오?” 녕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연이어 다른 후궁들도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였다.“이 추석 병과가 쥐에게 갉아먹힌 듯하오! 불결하구나!” “이건 또 무엇이오?” 심지어 태후의 추석 선물 속에는 호위의 허리띠가 들어 있었다. 태후는 태황태후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황제에게 말했다.“소첩은 이 나이 먹도록 후궁을 더럽히는 행위는 결코 하지 않았사옵니다! 황상, 반드시 철저히 조사해주시옵소서!” 순식간에 궁 안은 혼란에 휩싸였다. 모용선은 모두의 반응을 보며 손에 쥔 수건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곧바로 봉구안을 바라보았다.어찌하여 이리 되었단 말인가? 황후가 꾸민 짓인가? 봉구안은 그녀를 바라보며,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을 띠었다. 그 눈빛은 모용선의 겉으로 드러나는 자애로운 모습 속에 감춰진 어두운 속내를 비추는 듯하였다. 모용선은 깜짝 놀라 얼굴을 돌려 녕비를 바라보았다. 녕비는 모용선을 향해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었으니, 그 속에는 계산이 깃들어 있었다. 그랬다. 그녀가 모용선을 배신한 것이다. 아니었더라면, 황후가 어찌 이런 일을 미리 짐작하고 이렇듯 큰 소동을 일으켜 여러 사람을 연루시켜 상황을 뒤흔들 수 있었겠는가. 녕비는 황후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황후에게 특별히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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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용상 위에서 소욱은 상소문을 자세히 살피며 한 자도 놓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들었고, 처음 시선을 둔 곳은 황후였다. 봉구안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신첩은 이 상소문이 누가 가지고 온 것인지, 어찌 정 귀인의 추석 선물에 들어간 것인지 알지 못하옵니다.” 녕비는 황후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황후에게 모용선이 폐태자의 추석 선물에 손을 쓸 계획이라고 알렸다. 그 때문에 황후가 다른 사람의 추석 선물에 손을 대어 혼란을 일으키고자 한 것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고, 이쯤에서 끝내려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상소문은 그녀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상소문을 모용선의 추석 선물에 넣다니… 황후의 독한 한 수에 혀를 내둘렀다. 이 순간, 그녀는 황후와 적이 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늦게나마 알아차린 그녀는 봉구안과 함께 교묘히 입을 맞추었다. “폐하께서 추석 선물을 열어보라 하지 않으셨더라면 이 상소문은 정 귀인이 그대로 가져갔을 것이옵니다. 오라버니에게 불리한 물건을 어떻게 처리했을지 뻔하지 않사옵니까.” 모용선은 돌연 일어섰다. “폐하, 신첩…신첩은 알지 못하옵니다.” “정녕 모르는 일이옵니다.”그녀의 눈물이 맺히자, 이는 오히려 녕비를 독살스러운 여인으로 보이게 했다. 소욱은 침착히 입을 열었다. “죄 없는 자는 억울하게 하지 않을 것이나, 죄 있는 자는 결코 용서치 않으리라!” 그의 엄중한 눈빛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모용선은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다. 태황태후는 황제의 이 상소문에 대한 태도를 알아차리고 먼저 의견을 내놓았다. “황상, 이 상소문에 적힌 일이 진위가 어찌 되었든 내일 조정에서 신하들이 조사하도록 해야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지금 당장 잡아야 할 자는 바로 이 추석 선물에 손을 댄 자라 생각하나이다.”태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태황태후의 말씀이 지당하옵니다. 이 자는 심보가 흉악하여, 어쩌면 모용 장군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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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폐하를 지켜라!" 진한길이 황제 앞에 나서며 외쳤다.소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을 내려다보며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전 안의 다른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못했고, 곧 혼비백산하여 숨을 곳을 찾기 시작했다.소욱은 명령을 내렸다. "우선 태황태후를 모시고 나가라!"그 말을 들은 태후는 마음이 서늘해졌다. 봉 부인은 제일 먼저 딸을 떠올렸으나, 봉 대인이 억지로 끌어내며 질타했다. "여기 수많은 호위들이 있는데 무엇을 걱정하는 겁니까, 부인!"봉구안은 자주 암살을 겪었기에 주위를 살피며 이 암살이 치밀하게 계획된 것임을 예감했다. 어지럽게 쏘는 화살들은 아마도 눈속임이고,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려는 수법일 터였다. 진정한 살수는 예상치 못한 곳에 숨겨져 있을 것이다.문득, 그녀의 눈에 그것이 보였다! 어수선한 틈을 타 기둥 뒤에 숨어 있던 내시 차림의 자가 황제를 겨냥해 소매 안에서 은밀히 화살을 드러낸 것이다.봉구안의 얼굴에서 더 이상 평정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뇌리에는 오직 '호위' 한 단어만 떠올랐다. 그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곧장 소욱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소욱 또한 무공이 높은 자였다. 암살자의 화살이 날아오는 순간, 그는 그것을 보았다.그러나 순식간에 한 사람의 그림자가 그 앞으로 날아들었다. 다른 후궁들이 모두 제 목숨을 구하는 데에만 급급할 때, 황후는 굳건히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마치 끊어진 연처럼 중상을 입고 그 앞에 쓰러졌다.찰나의 순간, 그 화살이 마치 그의 가슴을 찌르는 듯해 소욱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했다.몸은 이미 그 어떤 의지보다 먼저 움직였고, 그는 황후를 받쳐 들었다."마마!" 군중 속에서 연상은 경악하여 외쳤다. 그녀는 봉구안이 언제 그리로 달려갔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봉 부인은 그 광경을 보고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소리쳤다.이때 봉구안의 의식은 매우 또렷했다. 자신이 목숨을 잃을 위기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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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비록 황후가 직접 나서서 화살을 빼야 한다고 말했으나, 그녀의 몸은 황제의 것이었으므로 어의는 황제의 명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소욱의 얼굴은 얼음같이 차갑게 굳어 있었고,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빼거라.”황제의 허락이 떨어지자, 어의는 정확한 각도와 힘으로 그 화살을 뽑아냈다. 봉구안은 몸 밑의 이불을 단단히 움켜쥐고, 단 한 번 억눌린 신음만 내었을 뿐, 더 이상의 고통스러운 소리는 내지 않았다. 굵은 땀방울이 그녀의 관자놀이와 머리카락을 적셨다. 어의는 곧 그 철촉을 검사하더니, 갑자기 손을 떨며 소욱에게 말했다. “폐하, 역시 소인의 예상대로 이 화살에는 독이 묻어 있습니다!” “목숨에 지장은 없겠느냐?” 소욱이 물었다. 어의가 대답했다. “다행히 빨리 뽑아내어, 마마께서는 큰 위험에 처하지 않으실 것입니다.”어의는 곧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소욱은 침상 곁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어의가 봉구안의 등을 드러내기 위해 옷을 자르고, 특제 약수를 몇 차례 뿌려 상처에 남은 독을 씻어낸 후 약가루를 뿌려 붕대로 감쌀 참이었다.“중궁마마, 상당히 아프실 수 있습니다. 참아주십시오.” 봉구안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베개에 반쯤 얼굴을 기대고, 창백하고 쇠약해진 모습이었으나 눈빛은 굳건했다. 약수가 상처에 닿자 수천 마리의 개미가 피부를 물어뜯는 듯한 고통이 몰려왔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쥔 채 한마디의 비명도 내지 않았다. 어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내도 참기 힘든 고통을 여인이 이렇게 잘 참다니…그는 동작을 재빨리 마무리하고 독혈을 짜내기 시작하였다. 마침내 정상적인 붉은 피가 나오자 멈췄다. 봉구안은 결국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의식을 잃고 말았다. 어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의사로서 남녀 구분 없이 환자를 돌보아야 한다지만, 필경 상대는 황후였다... 상처를 붕대로 감싸려면 가슴 둘레를 한 바퀴 감아야 했기에, 황후의 옷을 벗겨야 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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