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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장군 황후의 모든 챕터: 챕터 251 - 챕터 260

696 챕터

제251화

“사모님, 저는 단지…”교먹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맹 부인은 재빨리 그 서신들을 챙겼다.그녀는 그것들이 봉구안의 물건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봉투에 ‘내 사랑 구안이에게’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맹 부인은 정색한 표정으로 교먹에게 따져물었다.“지금 뭘 하려고 했던 거지? 이것들을 불태우려고 했었니?”교먹은 옷소매를 꽉 잡고 불안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대낮에 병기를 들고 무예를 수련하던 위풍당당한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오해세요, 사모님. 저… 저는 단지… 이것들을 남겨두었다가 혹여나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언니의 명성에 누가 될까 봐 그랬어요.”그 말을 들은 맹 부인은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참 세심하기도 하지. 하지만 이것들은 네 언니가 목숨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것들이다. 이것들을 불태우기 전에 구안이의 의중은 물어봤느냐?”교먹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사모님, 사실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단지 언니를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으니까요. 언니는 이제 일국의 황후가 된 몸인데 혹여나 폐하께서 언니가 진작에 사내랑 평생을 약속했던 것을 아신다면…”교먹은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 생각이 단순하고 어리버리한 느낌을 주는 아이였다.그래서 맹 부인도 어릴 때부터 곱게 키우고 사랑을 주었지만 지금 보니 이 아이는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단순한 아이가 절대 아니었다.“네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하물며, 네 언니는 언젠가 이곳으로 돌아올 거야. 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는 사람은 구안이어야 한다.”교먹의 두 눈이 순간 어둡게 빛났지만, 이내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왔다.“예, 사모님.”‘언니가 과연 돌아올 수 있을까?’교먹이 또 부주의란 핑계로 봉구안의 물건들을 처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맹 부인은 말했다.“네 언니의 물건들은 내가 직접 보관할 테니 넌 일단 나가 있거라.”교먹은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분명 자신의 방인데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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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태황태후는 대부분 시간을 옥양산에 거주했지만 궁 안에 적지 않은 자기 사람들을 두고 있었다.태황태후가 말했다.“추석연에서 황후는 황상을 위해 목숨을 걸고 화살을 막아냈지. 하지만 아직 아무런 포상도 받지 못하였다고 들었다. 황상은 황후가 입만 열면 뭐든 들어주겠노라고 약속했지. 황후의 오라버니를 만호후에 봉하는 일도 흔쾌히 허락해 줄 수 있다고 하였다.”“하지만 황후는 지금까지 아무런 포상도 바라지 않았다.”모용선은 태황태후의 일깨움을 알아들었다.황제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지 않는 법.만약 황후가 모용 가문을 위해 나서준다면 황제는 분명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모용선은 태황태후께 감사인사를 올리고 만수궁을 나가 곧장 영화궁으로 향했다.영화궁.모용선은 내전에서 무릎을 꿇고 한사코 일어나지 않았다.봉구안은 의자에 앉아 느긋한 자세로 약을 마시고 있었다.그녀의 표정은 늘 그렇듯 평온했으며 미동 하나 없었다.“다리가 부러질 때까지 꿇고 있어도 난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없어.”모용걸 같은 사람을 구해줄 이유가 없었다.군량을 횡령했을 뿐만 아니라 겨울에 장령들이 입을 솜옷, 배를 채울 양식까지 횡령한 놈이었다.그녀가 가장 증오하는 부류가 이런 인간쓰레기였다.모용선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마마께서 오라버니의 목숨만 구해주신다면 신첩은 뭐든 하겠습니다. 그러니 마마 제발…”봉구안은 차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설마 내가 정 귀인 너의 오라버니를 해쳤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모용선은 입을 뻐금거리며 최대한 불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때, 밖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황제 폐하 납시오!”봉구안은 약그릇을 내려놓고 문쪽을 바라보았다.용포를 입은 젊은 황제가 안정된 걸음걸이로 위풍당당하게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폐하를 뵙습니다.”내전 안의 뭇 시종들과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모용선은 공손히 예를 행했다.소욱은 옷자락을 잡고 상석에 앉아 싸늘한 눈으로 모용선을 바라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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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서재.대리사경이 엄숙한 얼굴로 보고를 올렸다.“폐하, 관병들이 모용걸의 저택에서 수색해낸 장부입니다. 군량만 횡령한 것이 아니라 운성상인들로부터 뇌물까지 받은 정황이 드러났습니다.”적우부 전쟁에서 승리한 후, 남제는 홍매강의 관할권을 장악하고 선박과 매매 금지령을 내렸다. 모용걸은 그들에게 관선으로 위장하여 홍매강을 통행할 수 있는 특권을 주었던 것이다.“운성 상인들은 고가로 자철광을 적우부에 팔고 모용걸은 그들로부터 3할의 수고비를 받았던 거로 알려졌습니다.”소욱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했다.몰래 자철광을 타국에 내다 팔다니.나라를 팔아먹은 죄로 모용걸은 열 번 죽여도 모자란 놈이었다.오마분시로도 그가 저지를 죄를 처벌하기엔 부족한 것 같았다.당일, 감옥에 수감된 모용걸은 혹독한 심문을 못 견디고 모든 죄를 자백하였다.그의 말에 따르면 운성의 관료와 상인, 도적들이 결탁하여 나라가 운영하는 자철광으로 수많은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관부에 납부하는 자철광은 대부분 다른 광석으로 채워졌다. 관부의 매수가가 너무 낮다는 것이 이유였다.반면 적우부에 파는 자철광은 상등품이었다.이런 비밀 거래는 이미 선황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사실을 전해들은 소욱은 화가 나서 헛웃음이 나왔다.“운성이 아주 썩어들어가고 있었구나!”분명 엄격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대리사경이 계속해서 말했다.“폐하, 모용걸 사건을 듣다 보니 몇몇 흠차 대신들의 죽음이 떠올랐습니다.”“선황께서 즉위하셨을 때, 여러 번 흠차 대신을 운성으로 보내 자철광의 채굴 과정을 감독하게 하였죠.”“하지만 그 관원들은 모두 인황산을 경과할 때 벼랑에서 추락하여 숨졌습니다.”“귀안록에 따르면 인황산은 산세가 가파르고 험준한 산봉오리로 이루어져 있어 평소에도 원혼이 자주 출몰한다는 괴담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곳을 지나던 흠차 대신들이 모두 벼랑에서 추락하여 시신도 찾지 못하게 되었지요.”“그 뒤로 황성의 대신들은 운성으로 가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었습니다.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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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봉구안이 일어서며 말했다.“폐하, 사복 순방은 대외적으로 위장 신분이 필요합니다.”“신변에 호위무사들을 많이 데리고 나가면 분명 의심을 사게 될 것입니다. 일부 지방 관료들은 패주 노릇을 하며 각지에 자기 사람들을 풀어 동향을 관찰하게 하지요. 눈에 띄는 외부인이 성에 진입하면 경계를 불러일으킬 것이고 놈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신첩과 동행하면 폐하의 부인으로 위장할 수 있고 오라버니는 많은 강호인사들과 인맥이 있으니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소욱은 부인이라는 말에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그녀가 이렇게 출궁을 주장하는 이유는 아마 그의 안위를 걱정해서일 것이다.그녀는 내력을 희생해가며 그를 위해 해독을 해주었고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위해 날아오는 화살을 대신 맞지 않았는가.처음에는 황후가 사복 순방에 동행하겠다고 하였을 때 황당하다고만 생각했지만 달리 생각해 보니 이번 출궁은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황후는 출중한 무공실력을 지니고 있고 침술로 독을 해독할 수도 있으니 중요한 순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그리고 그녀가 제기한 이유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가장 중요한 건 황후가 진짜 봉장미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녀가 어릴 때부터 무공을 연마한 것에 관해서 그는 아직도 의문을 품고 있었다.진길이 조사한 데 의하면 봉장미는 어릴 때부터 가야금과 바둑, 서예와 그림을 배웠고 나중에는 황성에서 손에 꼽히는 여 수재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머리가 비상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한다.하지만 그가 아는 봉장미는 두터운 내공에 각 문파의 무공 초식을 꿰고 있으며 아주 뛰어난 경공실력까지 겸비하고 있었고 그것은 절대 몰래 한가할 때 배워서 이룰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문무를 겸비한 인재가 하필이면 여인이라니!하지만 그녀가 분신술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은 아마 해내기가 불가능한 것들이었다.분명 그 과정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있을 것이다.그는 이번 출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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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겉보기에는 아주 초라한 방이었는데 침상 위에 온갖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침상 옆의 욕조 주변에는 전신 거울이 놓여 있었다.창가에는 긴 의자가 있었는데 모양이 굉장히 독특했다.객잔 주인은 무표정한 그들의 얼굴을 보고 조심스레 물었다.“우리 객잔에서 가장 잘나가는 방인데 별로 마음에 안 드십니까?”소욱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괜찮군.”그는 진길을 시켜 은화를 지불하라고 지시했다.객잔 주인은 그제야 싱글벙글 웃으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소욱이 안으로 들어간 후, 봉구안도 당당히 안으로 들어갔다.사내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그녀는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오라버니께서 그러셨는데 많은 검은 객잔들이 환각향을 쓴다고 합니다.”소욱은 별로 개의치 않고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이때, 봉구안이 갑작스럽게 그를 밀쳤다.“조심하세요!”벽 안쪽에 숨겨진 장롱이 보였는데 건드리기만 하면 화살을 발사할 것 같았다.두 사람이 서로 시선을 교환한 후에, 소욱은 앞으로 한발 다가섰다.장롱 안에는 민간인 화가가 그린 춘궁도가 들어 있었다.소욱이 황제로 즉위하면서 가장 먼저 불살라 버리라고 한 것들이었다.객잔은 관부의 수색을 피하기 위해 금기된 물건들을 숨겨진 장롱 안에 보관한 듯했다.멀찌감치 서 있던 봉구안이 궁금한 얼굴로 다가오자 소욱은 장롱 문을 닫고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별거 아니니 신경 쓸 거 없어.”봉구안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9월 중순의 기온은 점차 싸늘해지고 있었다.소욱은 방을 봉구안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어딘가로 나가서 밤새 돌아오지 않았다.봉구안은 그가 어디로 갔는지 신경도 안 쓰였지만, 그래도 홀로 방에 있자니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다음 날 아침, 소욱은 진길의 방에서 나왔다.여전히 풍채 늠름한 소욱에 반해 진길의 눈가는 거뭇거뭇했고 어딘가 힘이 없어 보였다.문을 열고 나온 봉구안은 그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랐다.‘폐하는 사실 여인이 아닌 사내에게 관심이 있는 게 아닐까?’소욱은 당연히 그녀가 무슨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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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거대한 바위의 위력은 마차를 순식간에 산산조각내 버렸다.진길의 고함이 산골짜기에 울려퍼졌다.위기의 순간에 소욱이 마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옆에 있던 여인은 그보다 먼저 그의 손을 잡고 그를 바깥으로 이끌었다.그녀는 이미 진길이 주의를 주기 전에 바위의 동향을 예측하고 움직였던 것이다.그들이 마차를 벗어난 순간에 마차는 바위에 짓눌려 산산조각이 났다.놀란 말은 미친듯이 질주하다가 벼랑으로 추락했다.3인은 두 개의 거대한 바위 사이에 갇혀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후퇴할 수도 없었다.장검을 빼든 진길은 소욱의 앞을 가로막고 주변을 경계했다.“나리, 분명 놈들이 주변에 숨어 있을 겁니다!”소욱이 시선을 내리자 황후는 여전히 그의 손을 잡은 채, 진길처럼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진길과 다른 점은 진길은 방어에 치중하였다면, 봉구안은 출구를 찾고 있었다.그녀는 이곳에서 목숨을 잃고 싶지 않았다.바위가 낙하하던 순간, 그녀는 절대 두 개뿐이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고 분명 세 번째 바위가 떨어져 그들의 목숨을 취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그들은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살 수 있었다.하지만 험난한 산길에서 전방은 바위에 의해 가로막혔으니 어디로 도망간단 말인가!갑자기, 봉구안은 벼랑끝으로 걸음을 옮겼다.그 모습을 본 진길이 비명을 질렀다.“위험합니다!”그는 하도 당황한 나머지, 하마터면 마마라는 칭호까지 붙일 뻔했다.봉구안은 진길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벼랑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곧이어 그녀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래로 뛰어야 합니다!”진길은 순간 아연실색했다.죽음을 자초하는 길 아닌가!봉구안은 벼랑 아래쪽을 가리키며 계속해서 말했다.“바위벽을 타고 자란 덩굴은 미인가시라는 품종인데 뿌리가 바위벽 내부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어 줄기는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뛰어내리면서 덩굴을 잡는다면...”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녀는 소욱을 끌고 아래로 뛰었다.진길은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하지만 그는 비명을 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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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봉구안은 사내의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나가서 지원군이라도…”소욱이 싸늘한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잘랐다.“아무데도 가지 말고 여기 있거라.”말을 마친 그는 다시 의식을 잃었다.하지만 그의 손은 봉구안의 손목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봉구안은 안간힘을 써서야 겨우 그의 손아귀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손목을 보니 이미 뻘건 자국이 나 있었다.‘얼마나 꽉 잡고 있었던 거야…’봉구안이 밖으로 나가려는데 뜨거운 물을 들고 들어온 노부부가 그녀를 보고 재빨리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아씨!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혹시… 이대로 저 사내를 두고 떠나시려고요?”봉구안은 괜히 찔려서 얼굴을 붉혔다.노부부가 말했다.“아씨! 이대로 가시면 안 되지요! 아씨가 가면 저 안의 사내는… 혹시라도 이대로 죽으면 우리 두 늙은이들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한단 말입니까!”그들은 봉구안이 사내를 내팽개치고 혼자 도망갈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봉구안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최대한 부드럽게 그들에게 말했다.“두고 떠나는 게 아니라 하인들과 함께 동행했는데 그 하인을 찾으러 가는 겁니다. 부군께서는 이미 고비를 넘겨서 걱정하지 않으셔도…”“어쨌든 이대로 떠나시는 건 아니됩니다! 우린 평범한 백성들이고 괜한 시비에 휘말리고 싶지 않습니다!”할아버지는 강경한 태도로 대문을 잠가버렸다.할머니는 대야를 내려놓고 봉구안을 안으로 등떠밀었다.어린 손자도 의심의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곧이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방 문이 밖에서 잠겼다.한 시진 후.소욱은 정신을 차렸다.눈을 뜬 그에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방 문을 바라보고 있는 봉구안의 모습이었다.무표정한 얼굴을 하고는 있지만 그녀의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봉구안도 침상에서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고개를 돌리자마자 약간은 우울해 보이는 그의 눈동자와 마주쳤다.화살에 부상을 입은데다 높은 곳에 추락하다가 뼈를 다쳤는지 생각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모양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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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갑자기 나타난 소욱 덕분에 봉구안은 도주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평온하고 침착하게 대답했다.“산길이 험난할 것 같아 진으로 가서 의원을 데려올 생각이었습니다.”아이는 바구니를 집어 봉구안에게 돌려주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말했다.“누나, 산길은 전혀 험난하지 않아요.”소욱은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해명을 기다렸다.봉구안은 더 이상의 해명 없이 그들에게 물었다.“두 사람이 어떻게 같이 나왔지요?”아이가 소욱을 가리키며 대신 답했다.“누나의 부군이 저한테 누나 찾으러 같이 가달라고 했어요. 두 분은 금슬이 좋나 봐요. 마치 저희 부모님처럼 한시도 떨어져 있기 싫나 봐요!”소욱은 입가에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금슬이 좋긴 하지.”봉구안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그 뒤로 세 사람은 그 길로 다시 농가로 돌아갔다.방으로 들어온 소욱은 봉구안의 손목을 꽉 잡고 냉랭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나가서 뭘 하려고 했던 거지?”봉구안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담담히 답했다.“의원을 찾아보려고 했습니다.”소욱은 의심의 눈초리로 그녀를 노려보다가 여러 차례 목숨 걸고 자신을 구해주었던 그녀의 마음이 떠올라서 다시 의심을 거두었다.하물며 이곳을 떠난들, 그녀가 어디로 갈 수 있을까?‘괜한 의심이었나.’하지만 해야 할 말은 꼭 해야 했다.“너의 신분을 잊지 말거라.”봉구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예.”한편, 오백은 송려에게서 가사약을 받았다.송려가 정중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안 쓰는 게 좋다고 전하거라.”“몸의 근간을 해치는 약이야. 심각하면 근맥이 모두 끊어지고 내력을 모두 소실할 수도 있어.”“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약이야. 이 약을 먹고 다시는 깨어나지 못한 사람도 있다고 하지.”설명을 들은 오백은 불안에 떨었다.“그렇게 위험한 약이라고요!”송려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약은 다 독성이 있기 마련이야. 죽은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약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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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자객이 공격하는 동시에 봉구안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소욱은 그녀의 허리를 꽉 붙잡고 몸을 뒤집어 그녀를 아래로 숨겼다.어둠 속에 그녀는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싸늘한 살기는 느낄 수 있었다.쾅!사내가 손을 뻗자 강력한 내력이 파도가 되어 침상 근처에 있는 자객들을 공격했다.털썩!몇몇 자객들이 바닥에 쓰러졌고 침상의 상대가 잠들지 않았다는 것을 의식하자 급기야 소리쳤다.“같이 덤벼!”곧이어 침상에서 한 사내가 몸을 일으켰다.그는 강력한 위압감을 풍기며 말했다.“같이 덤빈다고? 마침 잘됐네. 안 그래도 살인을 한지 정말 오래됐거든.”소욱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그대로 몸을 날려 한 자객의 가슴에 주먹을 꽂았다.그 자객은 신음 한번 못 내고 쓰러졌다.몸을 일으킨 봉구안은 조용히 상황을 살폈다.자객들은 소욱의 상대가 아니었다.잠시 후, 안뜰에 불빛이 보이더니 진길이 시위들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섰다.“폐하를 호위하라!”황제의 내전 시위들이라 전부 일당 백하는 고수들이었다.그들은 자객들을 하나씩 쓰러뜨리기 시작했다.소욱이 음침한 목소리로 분부했다.“모두 끌고 가거라.”“예!”방 안은 여전히 불이 꺼진 상태였다.전투가 끝난 후, 소욱은 어둠 속에서 침상으로 돌아왔다.봉구안이 담담히 물었다.“일부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이목을 끈 이유가 놈들을 유인하기 위함이었습니까?”소욱은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앞에 서서 손으로 그녀의 턱을 붙잡아 치켜올리고 말했다.“왜 마취향이 너에게 통하지 않았는지 말해 보거라.”봉구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에게 되물었다.“신첩이 놈들과 공범이라고 생각하십니까?”그녀는 교묘히 화제를 돌렸다.소욱은 단지 그녀가 무공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그녀의 입을 통해 직접 듣고 싶었을 뿐이었다.“황후, 짐의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궁으로 돌아가기 전에 사실을 털어놓는 게 좋을 거야.”봉구안은 침묵을 택했다.소욱은 손을 뻗어 그녀를 침상에 쓰러뜨렸다.가까이 다가온 사내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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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신속히 몸을 일으킨 봉구안은 혐오스럽다는 듯이 입가를 닦았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고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상대가 황제가 아니었다면 주먹이 나갔을 것이다.따라서 몸을 일으킨 소욱은 어둠 속에서 그녀를 빤히 노려보았다.곧이어 그는 그녀의 팔목을 잡아당겨 자신과 시선을 맞추게 했다.“밀고 당기기라고 해도 거기까지만 하는 게 좋을 거다.”봉구안은 들을수록 화가 치밀었다.그녀는 최대한 분노를 억제하고 평온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뭔가 오해를 하셨나 본데, 신첩은 폐하와 밀고 당기기를 할 생각이 없습니다.”소욱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그녀를 잡고 있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그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넌 짐을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던졌다. 그리고 짐의 처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지.”봉구안은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어 반박했다.“폐하를 구한 건 폐하이기 때문입니다. 대신들이 폐하를 지키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죠. 시위가 폐하의 안위를 지키는 것을 모두 애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폐하의 처가 되겠다고 한 일은 아마 잘못 기억하고 계셨을 겁니다. 저는 이미 황후이고 그런 말을 폐하께 했을 리가 없지요.”소욱의 표정이 점점 음침하게 굳어갔다.현실이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짐이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황후, 정말로…”“그런 적 없습니다.”봉구안은 그가 물으려는 게 뭔지 알기에 서둘러 대답했다.이미 여기 오기 전부터 황제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대놓고 말을 하지 않으니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이다.하지만 지금은 참을 수 없었다.상대가 황제라서 에둘러 말한 것뿐이었다.그녀는 숨을 고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혼인식 날, 폐하께선 신첩에게 경고하셨지요. 총애를 받을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요. 신첩은 그 말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폐하께 경외심은 있지만 다른 감정은…”거기까지 들은 소욱이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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