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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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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농가의 뜰 안, 숨막힐 것 같은 분위기가 고조되었다.진길은 다급히 답했다.“마마께서는 별채에 잠시 있겠다 하셨습니다!”하지만 그가 황제와 함께 별채로 들어갔을 때, 안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진길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분명 황후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볼일을 갔었는데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소욱의 시선이 안쪽에 있는 창문에 닿았다.항상 냉정함을 유지하던 그의 두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지금 당장 사람이라도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3일 후, 운성 밖의 한 역관.창가에 위치한 식탁 앞에 두 사람이 마주앉아 있었다.“소… 도련님, 이미 운성을 빠져나왔는데 이제 어디로 갈까요?”오백이 살짝 떨떠름한 목소리로 물었다.그의 앞에는 가면을 쓰고 사내로 변장한 봉구안이 앉아 있었다.봉구안은 물 한모금 마시고 낮은 소리로 답했다.“장미를 데리고 비밀 리에 북부로 갈 것이다.”“예!”곧이어 찻잔을 내려놓은 봉구안이 물었다.“시체는 준비해 두었느냐?”오백은 고개를 끄덕이고 낮은 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분부하신 대로 도련님과 체형이 비슷한 시체에 도련님의 옷을 입혀 산 속에 버리고 왔습니다. 아마 들짐승들이 달려들 것이고 관병들이 발견해도 시체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을 터이니 완벽한 수였습니다.”봉구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가사약을 먹는다는 건 신체에 부담이 가는 일이라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었다.5일 후.봉구안은 말을 타고 장미의 거처를 찾았다.오백도 그녀와 동행했다.송려는 그들이 장미를 데리고 떠나려 한다는 소리를 듣고 걱정스레 말했다.“이 아씨의 의식은 좋았다 나빴다 하는데 굳이 떠나겠다면 나랑 같이 동행하지 않겠소?”송려는 본디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사람이었다.하지만 한번 맡은 환자를 중도에 포기하는 일은 없었다.장미를 위해 봉구안은 그러자고 허락했다.그녀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마차를 빌려 장미를 태우고 출발하기로 했다.방 안.채월은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봉장미는 멍하니 침상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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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봉 부인은 큰 충격에 빠졌다.진짜로 도망갔다니! 그녀는 부모마저 버리고 떠난 딸의 매정함이 서운하기도 했다.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봉 대인은 방도가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분명 맹건 부부가 종용했을 거야! 당장 서신을 써서 대체 어쩌자고 이러는지 따져야겠어!”봉 대인 입장에서 봉구안은 그의 딸이고 애초에 맹씨 가문에 양육을 부탁한 것뿐이었다.이제 그녀도 성인이 되었고 혼인을 했으니 맹씨 가문은 그녀와의 왕래를 끊어야 마땅했다.봉 대인이 나간 후, 봉 부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서운함도 있지만 더 많은 것은 걱정이었다.열 달 배 아파 낳은 딸이니 그녀가 어딜 가는지 잘 살고는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서재.봉 대인이 붓대를 드는데 집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안으로 들어섰다.“나리, 큰일 났습니다!”산 넘어 산이란 말이 이럴 때를 두고 한 말 같았다.하지만 봉 대인 입장에서 아무리 큰일이라도 황후가 도망친 일보다 심각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되었다.조심스레 문을 닫은 집사가 낮은 소리로 그에게 아뢰었다.“나리, 장미 아가씨가 실종됐습니다. 채월 그 계집도 사라졌어요!”봉 대인의 얼굴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뭐라!”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장미를 그곳에 숨겨두고 매 달 집사를 보내 필요한 식량과 돈을 전달하고는 했었다.며칠 전까지 모든 게 정상이었는데 왜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 걸까.잠시 후, 봉 대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구안이야!’두 사람이 같이 사라졌다는 건 둘이 같이 도망쳤다는 의미일 것이다!‘망할 계집을 봤나!’봉 대인은 화가 나서 숨이 올라오지 않았다.결국 그는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얼굴로 의자에 쓰러졌다.집사가 다급히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나리, 괜찮으십니까?”봉 대인은 말없이 집사를 노려볼 뿐이었다.“야… 약을 가져오너라!”봉 대인은 심장 질환이 있어 충격에 약했다.집사가 다급히 약을 가져와서 그에게 먹였다.점차 안정을 찾은 후, 봉 대인은 집사에게 분부했다.“절대 아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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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봉구안은 몸을 비틀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상대의 어깨를 잡고 바닥에 메쳤다.쾅!그자는 식탁에 허리를 부딪히고 쓰러졌고 식탁은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났다.“악!”동료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자 나머지 인원들이 동시에 그녀에게 달려들었다.하지만 얼마 못가 그들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봉구안은 담담한 얼굴로 그들의 앞에 서서 냉랭한 살기를 뿜어냈다.놈들이 사납게 그녀에게 경고했다.“감히 우릴 쳤어? 우리 북대영 병사들이야! 맹 소장군 들어봤어? 우린 소장군 사람들이라고! 북대영을 건드리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봉구안은 싸늘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군 규정이 엄격한 북대영에 어찌 너희 같은 망나니들이 들어온 거지?”그들이 차갑게 코웃음치며 말했다.“우린 나라를 지킨 장령들이고 공훈을 지닌 몸이라고! 우린 그런 대접받을 자격이 있어!”“우리가 아니었으면 양나라 군대가 진작에 쳐들어왔어! 지금의 태평 성세가 어딨다고!”봉구안은 한손으로 그들 중 한 명의 멱살을 잡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나랑 같이 북대영으로 가서 너희들의 맹 장군에게 좀 따져보자. 너희가 해도 되고 하면 안 될 짓이 무엇인지!”상대가 말했다.“맹 장군이 아니라 맹 소장군이야. 우린 맹 소장군의 말만 따라! 맹 장군이 뭔데? 겉으로는 성인군자인 척하면서 뇌물을 받고 나랏돈을 횡령하는 모용걸과 같은 족속이라고! 죽어 마땅해!”봉구안의 눈빛이 순간 변했다.“누가 횡령하고 뇌물을 받았단 말이냐!”‘사부께 무슨 일이 생긴 걸까?’“장군부가 차압을 당했는데 못 들었어? 하긴, 너희 지방에서 왔지?”봉구안은 그제야 한달 사이에 북대영에 많은 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스승은 옥에 갇혀 심문을 받고 있고 지금 북대영을 관리하는 자는 교먹이었다.2층의 객방.송려가 침을 놔주어서야 봉장미는 점차 안정을 찾았다.그녀는 지금 상처입은 동물과도 같아서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오백은 누가 들어오지 못하게 묵묵히 밖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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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왜 그 아이를 의심하는 거니?”맹 부인이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봉구안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사모인 맹 부인이었다.그녀는 장미가 당한 일들에 대해 일일이 설명했고 교먹을 의심하게 된 이유까지 덧붙였다.자초지종을 들은 맹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일리가 있어.”“만약 교먹이 처음부터 소장군 자리를 노렸다면 너를 피해 장미에게 그런 잔인한 일을 벌였을 리 없어.”“만약 이 일이 그 아이의 짓이라면 정말 무서운 아이야!”맹 부인은 장미 사건에 교먹이 개입되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언제부터 이렇게 잔혹하게 변해간 걸까!봉구안도 마음이 착잡했다.“저도 그 아이를 의심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이 많은 사건들이 그 아이를 향하고 있어요.”맹 부인도 그 의견에 동의했다.“그리고 또 하나가 있어. 원래는 증거를 잡은 후에 너한테 말하려고 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말해도 무방할 것 같구나.”“난 용호군이 기습을 당한 사건에 교먹이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어. 며칠 전까지 줄곧 그 일을 몰래 조사했는데 아쉽게도 증거는 못 잡았어.”봉구안은 사모를 위로했다.“그 아이가 한 일이라면 필히 흔적을 남겼을 겁니다. 지금 시급한 건 사부님 사건이에요.”맹 부인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장군부에 그런 물건을 몰래 들여올 사람은 교먹뿐이더구나. 하지만 그 아이가 어떻게 그 많은 상자들을 몰래 저택으로 운송했는지는 아직도 갈피가 안 잡혀.”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육 숙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장군, 어떻게 오셨나요?”교먹이 온 것이다!봉구안은 재빨리 몸을 숨겼고 맹 부인은 담담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다.마당에서 교먹이 거의 쓰러져 가는 담장을 수리해 주고 있었다.맹 부인을 본 그녀는 짐짓 놀란 얼굴로 말했다.“어머니, 안 그래도 안 보여서 걱정했는데 여기 와계셨군요.”교먹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환히 웃고 있었다.육 숙모는 맹 부인이 오랜 지인을 만나러 온 줄 알고 비밀을 지켜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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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벽 안쪽에 새로 교체한 벽돌의 이음새가 이상했다.봉구안은 딱히 티를 내지 않고 육 숙모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자신이 왔다간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밤이 되자 그녀는 육 숙모댁 서쪽 별채에 숨어들었다.잡동사니들을 다 정리하고 나니 안쪽에 느슨해진 벽돌들이 보였다. 대충 칠해진 진흙을 걷어내니 네모난 판자가 보였다.그 판자를 뜯어내자 지하통로가 나 있었다.그녀는 횃불로 안을 비춰보고 교먹이 어떻게 상자들을 장군부로 운반했는지 알아차렸다.다음 날.봉구안은 다시 맹 부인을 찾았다.그녀가 어제 알아본 일을 설명하기도 전에 맹 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네 생부가 보낸 긴급 서신이야. 네 사부께 보내는 거였는데 내가 먼저 뜯어서 읽었어. 너도 한번 읽어보렴.”맹 부인의 표정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봉구안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서신을 열어보니 폭군은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고 그 일로 봉 대인을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맹 부인은 그녀의 손을 잡고 무언의 위로를 건넸다.봉구안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폐하께선 아무 연유도 없이 봉씨 가문을 치려 하지 않을 겁니다.”지금 그녀에게 더 중요한 것은 북부의 일을 해결하는 것이었다.곧이어 그녀는 서신을 내버려두고 맹 부인께 육 숙모네 집에서 발견한 단서를 설명했다.설명을 들은 맹 부인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육 숙모네 집에 지하통로를 만들었단 말이냐!”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분명 지하통로를 처리하러 다시 돌아올 겁니다.”“네 말이 맞아. 사람을 시켜 감시해야겠어.”황성.어느덧 시간은 흘러 10월말이 되었다.봉안진과 주씨 가문 여식과의 혼례가 곧 앞으로 다가왔다.혼례를 준비하는 봉씨 저택은 기쁨이 흘러넘쳐야 마땅하나, 봉 대인은 점점 우울에 빠져 있었다.봉 부인 역시 마찬가지였다.북부에 보낸 서신은 지금도 답신이 오지 않고 있었다.그는 치미는 분노를 발설할 곳이 없었다.‘대체 내 딸을 어떻게 구워삶았길래!’무릇 여자라면 현모양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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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교먹은 장물의 출처를 밝혀냈고 그것들이 무덤도둑의 소행이라는 것을 증명해냈다.그들은 은닉한 장물들을 몰래 장군부로 운반했다.가장 위험한 곳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자신했던 그들은 관병들이 장군부를 수색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맹건은 무죄 석방되었고 흠차 대신도 신상을 규명하는 서신을 황성에 보냈다.이 일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했다.맹 소장군이 아버지를 구한 일은 군영의 미담이 되어 퍼져나갔다.장군부는 드디어 차압이 풀렸다.맹 장군이 돌아오는 날, 맹 부인과 교먹은 대문 앞에서 그를 마중했다.“아버지!”교먹은 격앙된 목소리로 맹 장군을 부르며 맹 부인보다도 먼저 달려나갔다.맹 부인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참을 침묵했다.그날 밤.맹 부인은 봉구안과 만났다.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교먹은 대체 뭘 원하는 걸까?”이렇게 큰 판을 설계하여 그녀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일까?봉구안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어쩌면 사모께서 용호군 사건을 조사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맹 부인은 그제야 이해가 갔다.“내 주의를 분산시켜 용호군 사건에 대한 조사를 멈추게 하기 위함이라는 거지?”맹 부인의 얼굴이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정말 치밀한 아이구나! 나와 네 사부가 그 아이에게 대체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식으로 우릴 대한단 말이냐!”봉구안이 싸늘히 말했다.“도덕이라는 것이 없고 아주 잔인한 아이입니다.”“사모와 사부님의 안전, 그리고 나아가서 북대영의 안녕을 위해서라도 교먹을 계속 북부에 남겨둘 수는 없습니다.”맹 부인은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무슨 계획이라도 있는 것이냐?”다음 날 저녁.장군부로 돌아온 교먹은 익숙한 인영을 보았다.그녀는 마당에서 사부, 사모와 활짝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놀란 교먹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가갔다.“언니?”은색 가면을 쓴 봉구안이 뒤돌아서더니 그녀를 향해 담담히 웃었다.“왔구나, 내 동생.”저택 안에는 외부인이 없었다.교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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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자진궁.진길은 다급한 걸음걸이로 안으로 들어섰다.“폐하, 황후마마께서 북부에 계신다는 소식이 있습니다!”곧이어, 병풍 뒤에서 온몸으로 냉기를 풍기는 황제가 걸어나왔다.소욱의 두 눈에서는 참을 수 없는 살기와 분노가 요동치고 있었다.‘내 이럴 줄 알았지.’황제는 싸늘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시위들 데리고 북부로 떠나거라.”하지만 그는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그렇게 대단한 재주를 가진 여자라면 진길이 그녀의 상대가 될 수 있을 리 만무했다.조회.봉 대인은 이미 죽을 준비를 마친 듯, 공허한 표정으로 조회에 임했다.‘내가 딸을 잘못 가르친 탓이지. 어찌 자기 자유만 추구하고 가문의 모두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단 말이냐.’힘든 조회가 끝나고 황제가 자신을 남길 거라고 생각했지만 황제는 마치 한달 기약을 잊기라도 한 듯이, 조회가 끝나고 대전을 나가버렸다.봉 대인은 황제의 뜻을 알 수 없어 제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오늘은 안 죽어도 된다는 건가?’한편, 자녕궁.태후는 가빈의 헛소리를 듣고 있다가 인상을 찌푸렸다.“황후가 사당에 없다고?”가빈은 확신에 찬 어조로 답했다.“예, 태후마마! 제발 황후마마를 살려주시옵소서! 분명 폐하께서 황후마마를 어딘가로 끌고 갔을 겁니다!”그녀가 할 수 있는 건 태후께 청을 들이는 일뿐이었다.태후는 겉으로 티는 나지 않았지만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멍청한 것!’황제가 황후를 어디로 끌고 갔을 리가 없고 분명 황후의 신변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다.어쩜 황후는 위험에 처해 돌아오지 못할 처지에 놓였을지도 모른다.다만 황제가 왜 이 일을 굳이 숨기고 거짓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11월17일.황제는 직접 변방 군영을 시찰하겠다고 나섰다.하지만 그가 어느 군영으로 갈지는 아무도 몰랐다.북부.봉구안은 소환의 신분으로 가면을 쓰고 북대영을 출입했다.그녀가 군영에 오자마자 교먹은 그녀의 옆에 바짝 붙어다녔다.사람들은 두 사람이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고 생각했다.교먹이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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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사내는 느긋하게 등을 돌리고 싸늘한 눈으로 봉구안을 응시했다.그리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여기가 황궁보다 편하더냐.”말투는 담담했지만 봉구안은 그가 분노를 억제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황후가 신변에서 도망을 쳤으니 황제로서 존엄에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소욱은 걸음을 움직여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섰다.그녀는 물러서지 않고 조용히 그를 기다렸다.사내는 그녀와 한걸음 남겨두고 걸음을 멈추었다. 사내의 거대한 체구가 햇빛을 가려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었다.곧이어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면사포를 벗겼다.그는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매만지다가 마지막에 턱끝에 닿았다.“왜 도망친 거지?”말투는 부드럽고 온화했지만 당장이라도 살인을 저지를 것 같은 눈빛이었다.봉구안은 두려움없이 그의 눈을 응시하며 답했다.“두려웠기 때문입니다.”문득 사내의 손이 그녀의 목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계속 말해보거라.”봉구안은 죽음 앞에 두려워서 벌벌 떠는 대신, 평온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날 밤에… 신첩은 오라버니께 배운 기술로 폐하를 기절시켰지요. 그후로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지요.”“자유를 잃은 이 삶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여자 사체를 하나 찾아서 황후가 이미 죽었다고 모두가 믿게 하고 싶었지요.”소욱의 눈빛은 날카롭고 어두웠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심연 같았다.“정말 죽고 싶었다면 짐이 네 요구를 들어줄 수도 있다.”봉구안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담담히 말을 이었다.“하지만 북부로 도망치는 길에서 힘들게 사는 백성들을 보았습니다. 신첩은 저를 곱게 길러주신 부모님이 떠올랐지요. 그리하여 욕심을 내려놓기로 하였습니다. 황후로 사는 것도 그리 나쁜 삶은 아니지요.”“폐하, 신첩의 잘못을 알고 있습니다.”소욱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압박했다.“뭘 잘못했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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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교먹은 곧장 황제와 황후가 있는 막사로 갔다.맹 장군이 친히 말동무를 해드리고 있었다.황제의 옆에 앉은 황후의 입술이 유난히 빨갰는데 딱 봐도 격렬한 입맞춤 후에 남은 흔적이었다.황제의 시선은 수시로 황후에게 향하고 있었고 마치 그녀를 많이 아끼는 것처럼 보였다.이는 교먹이 바라던 장면이 아니었다.황제가 도망친 비빈을 잡았는데 당연히 엄벌에 처해야 마땅했다.하물며 황성에서 그녀가 본 황제는 분명 황후를 좋아하지 않았다.봉구안은 분명 황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 테고 거세게 반항을 해야 마땅했다.그들 사이가 이렇게 화목할 리가 없었다.교먹은 여러 의문을 참으며 억지미소로 예를 행했다.“소신, 폐하와 황후마마를 뵈옵니다.”“예는 되었다.”소욱은 대외적으로 황후가 처음부터 자신과 동행하여 변방의 장령들을 위로할 계획이었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긴 여정에 지쳐 잠시 역관에다 쉬다가 늦었다고도 덧붙였다.허점이 많은 해명이었지만 아무도 감히 의문을 제기하지 못했다.맹 장군은 두 사람을 위해 거처를 마련했다 했지만 소욱은 다른 일정이 있다며 거절했다.그 뒤로 소욱은 계속해서 연무장을 둘러보았다. 봉구안이 말했다.“북대영에은 여인군이 있다고 들었는데 맹 장군, 날 위해 길을 안내해 줄 수 있겠나?”교먹이 미처 뭐라 하기 전에 소욱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황후, 군영은 황궁과 달라. 짐의 옆에 있거라. 보고 싶은 게 있으면 저들에게 시키면 될 일이다.”그는 더 이상 그녀에게 도망칠 기회를 주지 않았다.봉구안은 공손히 답했다.“예.”교먹은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황후가 자신을 따로 부르려 한다는 건 분명 황제가 왜 그 오두막에 나타났는지 묻기 위해서일 것이다.그녀는 당연히 자신이 밀고했다는 것을 황후에게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북대영의 연무장은 무척 훌륭했다. 여인군은 풍채가 남달랐는데 대부분 전장에 부군을 잃은 미망인들로 구성되어 부군 대신 변방을 지키겠다는 것을 구호로 삼고 있었다. 아주 감동적인 사례였다.연무가 끝난 후, 소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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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봉구안은 담담한 어조로 해명했다.“폐하는 줄곧 맹씨 부자의 손에 너무 많은 병력이 치중될까 걱정하셨지요.”“교먹은 맹건의 제자이자 그동안 자식처럼 돌본 아이이니 교먹을 황성으로 부른다면 맹건 장군의 약점을 잡은 셈이 됩니다.”소욱은 냉소를 지었다.“맹교먹을 인질로 삼자는 말로 들리는군. 황후는 자신을 구해준 은인에게 이런 식으로 대하나?”봉구안은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사적인 감정보다는 폐하의 심려를 덜어드리고 싶습니다. 북대영에서 맹 소장군의 위망은 이미 군주를 넘어섰지요.”“신첩이 보기에 이는 아주 위험한 상황입니다. 소장군을 황성으로 부른다면 점차 북대영의 관할권도 폐하의 손으로 들어올 것입니다.”그녀의 진솔한 제안은 소욱으로 하여금 점차 후궁은 정치에 간섭할 수 없다는 법도를 잊게 만들었다.그 역시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맹씨 부자는 혁혁한 전공을 세웠고 황제로서 그들을 견제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황제라는 자리는 본디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하는 자리이며, 이는 소욱도 예외가 아니었다.전쟁을 치를 때, 그는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들을 지켰지만 천하가 태평한 지금 그에게는 권력을 한곳으로 모으는 작업이 필요했다.북부에 시찰을 와서 군영과 북부 백성들이 맹씨 부자를 신으로 칭하는 것 또한 보았다.그러니 그는 신이라는 칭호를 없앨 필요가 있었다.2각이 지난 후, 마차는 온천 객잔 앞에 멈추었다.산을 등지고 지은 이 객잔은 각 방마다 온천이 있었는데 남제에서도 호화롭기로 유명한 객잔이었다.황성에는 천연 온천이 없었다.멀리 고생하며 이곳까지 왔는데 소욱은 굳이 일만 하다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진길이 두 사람을 부축하여 마차에서 내렸다.객잔 주인은 사십 대 정도로 보이는 여인이었는데 그 나이에도 여전히 매혹적이었다.이 객잔에 투숙하는 투숙객들은 대부분이 부자 아니면 관료들이었으나 소욱의 주변으로 풍기는 비범한 기질은 여주인을 놀라게 했다.눈앞의 사내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옥패만 봐도 귀중하여 구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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