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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281 - Chapter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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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자진궁 안에 있던 웅장한 병풍들이 황제의 손에 의해 한순간에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유사양은 장자문 밖에 서서 감히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도대체 황제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화를 내시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그는 황후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는 경사스러운 일이 아닌가? 하지만 황제의 반응을 보니, 혹시라도 황후의 뱃속 아이가 황제의 아이가 아닌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도대체 황제께서 이토록 노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효현궁.녕비의 손에 들려 있던 물건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의 얼굴에는 충격과 슬픔이 가득했다."황후가… 아이를 가졌단 말인가?"궁녀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마마. 지금 온 궁이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사옵니다."녕비는 거의 자신의 입술을 깨물 듯 격분했다."이렇게 빨리라니… 어떻게 이렇게 빨리? 황제께서… 황후를 더 이상 가까이하지 않으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아무도 그 일에 대해 감히 논하지 않지만, 제가 감히 추측하건대 사당에 계실 때…""닥쳐라!" 녕비의 눈에는 질투의 불꽃이 이글거렸다.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그 불꽃이 타올랐다. 사당이라니, 어림도 없었다!생각할수록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녕비는 질투로 몸서리치며, 황후 대신 자신이 그 영광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다른 비빈들도 황후가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듣고 대부분 녕비와 같은 마음이었다. 부러움에 사로잡히고, 질투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그에 반해, 현비는 두터운 선물을 준비하여 직접 영화궁으로 가서 축하의 뜻을 표했다. 그녀가 방문했을 때, 가빈과 강빈도 자리에 있었다. 이 둘은 진심으로 황후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가빈은 순수한 성정이라, 이 궁에서 드디어 첫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에 마냥 기뻐했다. 강빈은 황후의 세력 덕에 자신이 보호받고 있었기에, 그녀의 아이가 탄생하는 것은 무척 기쁜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주위의 사람들에게 축하받는 자리에서도 주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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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교먹은 방 안에 앉아 있었다. 촛불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며, 그 표정을 음산하게 만들었다. 황후와 황제가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었다니, 그저 놀라웠다. 그런데 황후가 아이까지 가졌다는 소식은 더욱 충격적이었다!그녀는 황후를 처리하기 위해, 황후의 중요한 약점을 일부러 모용선에게 넘긴 것이었다. 그걸로 모용선이 황후를 공격하길 바랐건만, 모용선은 이렇다 할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 그 일이 진짜인지 의심하는 것일까?사실, 모용선은 이미 그 사실을 태황태후에게 전했으나, 황후의 임신으로 인해 모든 일이 덮여버린 상황이었다.……방비전.그 시각, 모용선은 우울한 얼굴을 한 채 앉아 있었다. 그녀는 답답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입궁하기 전의 자신감은 산산이 부서지고, 그녀의 얼굴엔 처량한 기색이 가득했다. 그녀의 시녀, 추홍은 무섭다는 듯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 또한 이해할 수 없었다. 폐하는 항상 영비를 마음에 두고 계시지 않았던가. 어찌 갑자기 황후를 택한 것이란 말인가.밤이 깊어가도 방비전 위에 드리운 먹구름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그러던 중 내관이 들어와 전하였다."귀인마마, 황후마마께서 마마를 부르셨사옵니다."추홍은 크게 놀라며 불안한 기색을 드러냈다."귀인마마, 혹시 황후마마께서 마마가 태황태후께 그 일을 전한 것을 알아챈 것일까요?"’"이번에야말로 마마를 처벌하시려는 건 아닐까요?"모용선은 차분히 말하였다."걱정 말거라,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니."그러나 추홍은 여전히 불안에 휩싸여 말했다."마마, 그러시다면 제가 지금 태황태후마마께…""그럴 필요 없다." 모용선은 그녀의 말을 단호히 막았다. 태황태후가 그녀를 아끼는 이유는 단순히 그녀가 같은 모용가 사람이라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무엇이 궁중에서 살아남는 길인지 아는 사람이었기에 태황태후의 사랑을 받는 것이었다. 모든 일을 태황태후에게 의지하다 보면 오히려 그녀의 불만을 살 것이었다.모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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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봉구안이 편지를 꺼내어 모용선에게 건넸다. 모용선의 시선은 그 편지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직접 보거라." 봉구안이 냉랭하게 말했다.모용선은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 편지를 받아 들고 펼쳤다. 편지에는 확실히 아버지의 죄에 대한 증거가 담겨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순간 요동쳤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편지를 다시 접고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자리에 앉았지만 가슴속 심란함은 끊이질 않았다.‘혹여 이 편지가 위조된 것일 수도 있어. 그러나, 이미 한 번 실수하여 오라버니의 목숨을 잃게 한 죄가 있는 내가, 아버지마저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어…’모용선은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눈앞에선 봉구안이 그 편지를 등잔불 위에 올려놓는 것을 보고 그 말을 삼켰다. 불꽃이 편지의 한쪽 끝에서 번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온 편지를 재로 만들어버렸다.모용선은 크게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황후마마!"도무지 황후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봉구안은 편지를 다 태우고 난 뒤에야 그녀에게 냉정한 시선을 던졌다."너에게 말해두겠지만, 예전에 황 귀비를 쳐낸 것 또한 미궁 속 그 자의 도움 덕이었다."모용선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이미 그 자와 오래 전부터 연을 맺고 계셨단 말입니까? 그럼에도, 어찌하여 저에게 이를 말씀하시는 것인지…"봉구안은 쓸쓸한 듯 말했다."당시 나도 너와 같은 선택을 했다. 그리하여 그 자의 졸개가 되었고, 그 결과 모든 비밀이 그의 손아귀에서 샅샅이 드러나버렸지."봉구안은 모용선을 똑바로 바라보며 얼음처럼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혹 너도 그와 같은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어, 감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조심하거라. 그 자가 너를 주시하고 있다면, 너는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모용선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눈이 자신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는 황후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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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침상 발 뒤에서 나온 이는 바로 봉구안이었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봉구안은 손에 든 검을 날카롭게 세워 그 신비한 자의 목 앞에 들이밀며 차가운 살기를 드러냈다. 신비한 자는 뜻밖의 매복에 깜짝 놀라 몸이 경직되었다.전각 안은 어둠에 잠겨 있어, 등불 하나조차 켜지지 않은 상태였다. 봉구안은 한 손으로 화침을 꺼내어 불꽃을 불어 켜고, 그것을 벽 옆에 놓인 등잔에 던져 불을 밝혔다. 전각 안에 비로소 어렴풋한 빛이 퍼졌다.신비한 자는 즉시 공격할 태세를 취했으나, 봉구안의 검날이 그의 목에 아슬아슬하게 다가오며 얕게 상처를 남겼다. 봉구안이 냉혹하게 말했다."넌 나를 이길 수 없단다. 교먹아."검은 얼굴 가면 아래에서 교먹의 입술이 굳게 닫혔다. 봉구안은 수차례 자신이 틀렸기를 바랐으나, 드러난 신비한 자의 눈을 보자 차갑게 얼어붙는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교먹 또한 변장술에 능했으나 눈의 모양만은 바꿀 수 없었다. 그 눈을 보자마자 그녀는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봉구안의 눈에는 강렬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내가 직접 너의 가면을 벗겨야겠느냐?"전각 안에는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신비한 자는 전각 밖을 바라보았지만, 놀랍게도 밖에도 호위병이 없었다. 그녀는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역시 함정이었군…"잠시 후, 신비한 자는 마치 운명을 받아들이듯 미세하게 떨리는 손을 들어 가면을 벗어 던졌다. 과연 그 정체는 교먹이었다! 그녀는 봉구안에게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언니, 난 그저 언니가 너무 보고 싶어 변장하고 궁에 몰래 들어와서 함께 제야를 보내려 했을 뿐이야. 그런데 궁이 너무 넓어 길을 잃고 말았어…"그녀는 계속 변명하며 봉구안이 믿어주기를 기대했지만, 봉구안은 냉소를 지었다."방금 내가 왜 정 귀인의 전각에 있는지 묻지 않았어?"모용선은 신비한 자를 잡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고, 이미 며칠 전부터 방비전의 호위들이 교체되어 있었다. 이날이 설날 당일인 만큼, 봉구안은 교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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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교먹은 복수의 쾌감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봉구안을 쳐다보았다."내가 한 일들을 후회하지 않아.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언니는 내 것을 빼앗아 간 것이 한둘이 아니지 않았어?""어릴 때 맹가에 굶어 쓰러져 있었던 나, 온순하고 영리한 내 성격이라면 분명 맹가에 남아 그들의 양녀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 거야.""그런데 언니는 굳이 끼어들어 나를 제자로만 삼게 하고, 결국 언니는 양녀가 되어 맹가의 아씨가 되었지.""맹가 아씨의 자리를 바로 언니가 빼앗아 간 거야! 같은 부모에게 버려진 처지면서도 언니는 나보다 항상 위에 서고자 했던 거 아니야!"봉구안은 교먹이 그때부터 자신을 미워해왔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차가운 실망이 밀려들었다. 교먹이 그녀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자신이 맹가에 남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정작 그녀는 제자로 받아들여질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교먹은 그 이유로 그녀를 미워하고, 그 증오로 인해...봉구안은 더는 해명하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교먹의 말들이 단지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교먹이 봉가의 일을 알고 있다면 그녀가 어릴 때부터 맹가에서 자랐으며, 사부와 사모가 본래 그녀의 양부모였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주장에 불과했다. 이미 어둠에 물든 사람은 깨달을 수 없는 법이다.교먹은 계속해서 태연하게 말했다."언니가 강호를 떠돌던 몇 년간, 내가 사부님과 사모님을 모셨어.""사부님과 사모님은 분명 나를 아껴주셨지. 그런데 언니가 돌아온 이후,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 두 분의 눈에는 그저 언니만 있는 듯했어!""군영에 들어갔을 때도, 내가 무공이 모자란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언니는 나를 암위로 만들었잖아. 그것도 바로 언니의 암위로 말이야!""그리고 사부님께서 나를 내쫓으려 하신 것도 언니가 무슨 말을 전했기 때문이었겠지!""언니, 언니는 내가 언니의 공로를 빼앗을까 두려웠던 거지? 언니는 정말… 정말 이기적이었어!""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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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맹 소장군이 죽으면 북방이 크게 혼란스러워질 거야.”“남제를 호시탐탐 노리는 여러 부족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지?” 봉구안은 단호하게 말했다. “너 자신을 진정 맹성주라고 생각하는거야?” 교먹은 검날을 붙잡고 봉구안이 더 깊이 찌르지 못하게 저지했다. 그녀의 손바닥에는 깊은 상처가 났고, 피를 내뱉으며 비웃는 말투로 말했다. “맞아, 내가 맹성주를 가장한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언니도 황후 행세를 하기 위해 황궁에 시집온 게 아니었어?” “나는 고아로서 의지할 사람도 없고 혈육인 가족도 없지. 그런데 언니는 다르잖아? 언니 뒤에는 봉가가 있고, 또 그토록 아끼는 맹가도 있잖아.”“우리 둘 중 누가 더 큰 죄인이며, 누가 더 많은 사람들을 연루시키고 있는 지는 생각해 봤어?” 교먹의 상처에서 피는 점점 더 흘러내렸다. 그녀는 애처로운 눈길로 봉구안을 바라보며 사악하게 웃었다. “언니, 한번 잘 생각해봐. 나를 죽이면 언니도 마찬가지로 이 궁에서 떠나야 할 지도 몰라.” “내가 밖에 사람들을 남겨 두었으니, 내 죽음이 알려지면 언니가 대신 시집온 사실도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거야. 그러면 봉가와 맹가는 모두 처벌을 피하지 못할 지도 몰라.”“언니, 나는 손해 볼 일이 없어.” 교먹의 이 말들은 한마디 한마디가 봉구안의 살갗을 파고들어 뼈까지 후벼 팠다. 그녀가 아끼던 동생이 자신을 해치기 위해 참으로 치밀한 계책을 세웠고, 심지어 친부모처럼 여겨온 사부와 사모까지도 제물로 삼으려 하다니…봉구안은 눈앞에 있는 교먹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모든 것을 계획하고 있었고,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자신은 생존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 눈빛 속에는 도발과 승자의 여유가 가득했다. 봉구안은 수많은 사람을 죽였으나, 자신의 사람에게 검을 겨눈 것은 처음이었다. 교먹이 첫 번째였다. 그녀의 눈가에는 옅은 붉은 빛이 돌았고, 마음속에서는 그녀를 죽이고 싶어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러나 그녀는 또한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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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황궁 대전 안.설 연회는 한참 분위기기가 화기애애하게 무르익고 있었다. 궁중의 비빈들은 평소의 날카로운 신경전을 잠시 잊고, 웃고 떠들며 새해 소원을 빌고 있었다. 그러나 이토록 흥겨운 자리에도 황후의 자리는 계속 비어 있었다. 소욱은 몇 번이나 그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이를 눈치챈 태후가 물었다. “황후가 몸이 좋지 않다는데, 어의를 보내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모용선이 일어나서 말했다. “태후마마, 조금 전 제가 사람을 보내 황후마마를 살펴보았사옵니다. 황후마마께서 무척 피곤하신지라 이미 잠드신 상태였사옵니다.” 정 귀인은 불심이 깊고 섬세한 성격이어서, 황후의 상태를 살피러 갔다는 사실은 그리 의심할 일이 아니었다. 모두들 그녀의 말을 믿었다. 태후는 자애롭게 웃었다. “아이를 가진 여인들은 항상 졸음이 많은 법이지. 폐하, 폐하께서도 황후를 좀더 살펴주어야 합니다.” 소욱의 눈빛은 무척 차가웠다. 술잔을 들어 한 모금에 들이켰다. 모두들 그가 태후의 말을 듣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술잔을 내려놓은 소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마마마, 어마마마, 잠시 황후를 살펴보러 다녀오겠사옵니다.” 태황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후는 다소 놀란 눈치였다. 황제가 자신의 말을 이렇게 순순히 듣는 것은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모용선은 마음속으로 그를 막고 싶었으나, 황제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난 후였다. 그녀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황후가 방비전에서 그 신비로운 자를 잡고 있을 터인데, 괜찮을까? ……영화궁. 내전. 봉구안은 탁자 옆에 앉아 술을 잔잔히 들이키고 있었다. 모두들 술이야말로 시름을 덜어준다 말하지만, 술동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어도 그녀는 아직 취하지 않았다. 연상은 황후의 변한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고, 조용히 그녀를 타이르고 있었다. “마마, 더는 마시지 마세요. 술은 몸을 상하게 합니다…” 봉구안은 다가온 그녀의 손을 밀어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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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폐허가 된 사찰 안, 남자들은 번갈아 가며 들어왔다 나갔다.처음에 교먹은 울부짖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소리조차 내지 못하게 되었다. 그녀는 풀더미에 쓰러져, 멍한 눈으로 문만 응시했다. 마치 혼이 빠져나간 인형처럼 온몸이 얼어붙었다.그녀는 정말로 생각지도 못했다. 언니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대할 줄은 말이다! 너무 아팠다… 언니는 평생 자기를 지켜주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언니는 확실히 거짓말쟁이였다!영화궁.내전의 장자문 바깥에서 연상은 차를 들고 들어가려다 기묘한 소리를 들었다. 곧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고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어디선가 나타난 유사양이 그녀를 끌고 나갔다.연상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그녀는 내전에 뛰어들어 막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이 무력해서 마마를 보호하지 못한 것이 원망스러웠다.……대전.황제가 떠난 후, 궁녀들은 한층 풀이 죽어보였다. 자리마다 서로 황제의 움직임을 속삭였다."폐하께서는 어찌 돌아오시지 않는거지?""설마… 오늘은 섣달 그믐밤이지 않습니까… 곧 돌아오시겠지요.""하지만, 이제 곧 연회가 끝나가는 걸요…"태후 역시 의아하게 여겨 사람을 시켜 물어보게 했다. 곧이어 계 상궁이 태후의 귀에 조심스레 전했다."황제 폐하께서 영화궁으로 가신 후 돌아오지 않으셨사옵니다. 그곳에 머무시는 것 같사옵니다."태후는 순간 놀랐다."어리석은 짓이로다! 이게 어찌 되겠는가!"황후가 이제 겨우 두 달 된 몸인데, 만일 일이 잘못된다면 어찌 될 것인가!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황제는 그렇게 분별없는 분이 아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설 연회는 끝이 났다. 궁녀들은 각자의 궁으로 돌아갔다.녕비는 현비를 불러 세웠다."언니, 폐하께서 요즘 황후 마마에게 정말로 마음을 쏟고 계신가 봐요. 영화궁에 가셨다더니 돌아오지 않으셨다지요. 우리들은 아무래도 폐하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네요."현비는 목소리가 힘없게 들렸지만 미소를 띠며 말했다."동생아,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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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황제는 몸을 일으켜 앉았고, 느슨하게 풀린 옷깃 사이로 다부진 허리와 복부가 드러나 있었다. 그의 허리와 복부에는 어젯밤 그녀가 남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가 봉구안의 턱을 움켜쥐고, 그녀의 머리를 자기 쪽으로 돌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마치 포식 후 나른해진 맹수처럼 그의 눈빛은 평온하고도 나른했다. 다른 게 있다면, 전에는 없던 온기가 섞여 있었다.“어젯밤…”봉구안의 눈빛은 죽은 물처럼 고요했다.“신첩이 취한 탓에 실례가 있었다면 부디 용서하시옵소서.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옵니다.”그의 검은 눈썹이 약간 내려앉고, 눈빛에 담겼던 온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황후는 어젯밤, 황손을 속히 잉태하겠다고 약조하지 않았소? 단 한 번으로 족한 것이오?”봉구안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가 어찌 그런 허무맹랑한 약속을 할 수 있단 말인가!“취중의 말은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소욱의 눈동자에 차가운 기운이 스쳐 갔다.“취했으면, 무르려 하는 것이오? 황후께서 어젯밤은 스스로 몸을 내던지며 날 끌어안고 원하신 것이 아닌가? 이것도 무르시겠소?”그의 말은 다소 과장이 섞였으나, 그녀가 먼저 다가간 것은 사실이었다.봉구안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묵묵히 입을 다물었다.소욱은 그녀의 그 태도를 보자 ‘바지를 올리면 사람을 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보통은 배신한 남자를 두고 하는 말인데, 여인도 이렇게 무정할 수 있을 줄이야.그는 분에 차서 헛웃음을 터뜨렸다.그의 시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워 그녀를 베어버릴 듯했다.“좋소. 내가 개한테 물린 걸로 치지. 다음번엔 내 손에 걸리지 않도록 하시오.”그는 자신의 옷을 집어 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침상 발이 내려오며 봉구안의 모든 시야를 차단했다.그녀는 멍하니 어지럽혀진 침상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소욱은 자리를 떠나 자진궁으로 돌아갔다. 그에게는 깊은 울분이 감돌고 있었다.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궁인들은 숨을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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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피임약을 떳떳하게 구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봉구안은 연상에게 명하여, 어의들에게 핑계를 대어 몰래 약을 가져오도록 지시하였다.연상은 일을 깔끔히 처리해 약을 손에 넣었고, 작은 주방에서 몰래 약을 달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광경을 관리하는 최 상궁이 보게 되었다.최 상궁은 요즘 혈색이 좋았다. 황후마마께서 잉태하셨기에, 그녀도 자연히 지위가 올라 눈에 힘이 들어간 터였다.이제는 하루 종일 영화궁 사람들을 주시하며, 누군가 황후마마의 태를 해치려는 자가 있는지 경계하고 있었는데, 마침내 수상한 장면을 발견한 것이다.연상은 의심스럽게 몰래 약을 달이고 있었고, 그것도 어의가 지시하지 않은 약이었다.‘이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없어!’최 상궁은 먼저 연상을 주방에서 멀리 끌어내고는, 빠르게 약의 뚜껑을 열어 확인했다.경험이 풍부한 최 상궁은 금세 약재에 사향 같은 강한 약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황후마마 뱃속의 금쪽 같은 자식이 없어지면, 영화궁 전체가 무사하지 못할 터였다!최 상궁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연상, 평소엔 충성스러운 하인 행세를 하더니, 알고 보니 전부 가식이었구나! 이번엔 제대로 혼을 내줄 터이다!”최 상궁은 바로 황후에게 일러바칠 생각이었다.그러나 곧 생각을 바꾸어, 황후께서는 워낙 주변 사람들을 감싸주시는 터라, 괜히 묵과될 가능성이 있음을 깨달았다.최 상궁은 눈을 굴리며 꾀를 생각해내고는, 곧장 주방을 떠났다.……반 시진 후.약이 다 달여졌다.연상은 약을 봉구안 앞에 가져다 바치면서 살짝 떨리는 손을 억누르려 했다.황후마마가 임신하셨다는 소문이 허위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정말 뱃속에 있을 가능성이…연상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마마, 궁중의 사람들은 모두 마마께서 태중에 아이를 두셨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에 마마께서 우려하시던…”봉구안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연상을 쏘아보며 입을 막았다.“쓸데없는 짓 하지 말거라.”가능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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