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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장군 황후의 모든 챕터: 챕터 291 - 챕터 300

696 챕터

제291화

소욱의 분노는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후궁의 빈들은 모두 그의 은총을 갈망하는데, 오직 그녀, 봉장미만은 원하면서도 인정하지 않고 그의 앞에서 자존심을 세웠다.만약 그녀가 원치 않았다면, 어째서 어젯밤 그리 먼저 그를 유혹했단 말인가? 일이 끝나고 나서 이렇게 나오니, 마치 그가 억지로 강요한 듯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그가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봉구안은 진지하게 답했다.“폐하, 손해를 보신 것은 폐하이시옵니다.”소욱의 눈에는 여전히 냉기가 서려 있었지만, 그의 말투는 조금 누그러졌다.“내가 손해를 본 줄 안다면, 황후는 응당 잘 보상해야 할 것이 아닌가.”“만약 정말로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모두가 기뻐할 일이다.”“다시 이 ‘피임약’ 따위를 손대려 한다면, 너의 충성스러운 시녀를 죽일 것이다.”그는 어젯밤 그녀가 취한 모습을 보고 끝까지 하진 않았다는 걸 말할 생각이 없었다.드물게 군자의 도리를 지켰다고나 할까.지금 생각해보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차라리 어젯밤 정말로 그녀를 취했더라면 이런 손해는 없었을 텐데.봉구안은 겉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계산을 하고 있었다.비록 피임약을 쓰지 않는다 해도, 그녀는 결코 황제의 자식을 낳지 않을 것이었다.……전각 밖.최 상궁은 죄인을 감시하듯 연상을 노려보고 있었다.그녀는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네 이 악독한 것! 황후마마께서 너를 평소에 아끼셨건만, 너는 어떻게 마마를 해칠 수 있단 말이냐! 기다려라, 곧 폐하께서 너를 산산조각 낼 것이다!”연상은 아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자신의 처지보다 더 염려되는 것은 봉구안의 안전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황제가 나왔다.연상은 급히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최 상궁은 황제가 벌을 내릴 것을 기대하며 입꼬리를 올렸다.그러나 황제는 아무런 추궁도 하지 않고 그대로 떠나버렸다.“어?”“폐하!” 최 상궁이 급히 뒤따르며 외쳤다.소욱은 걸음을 멈추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최 상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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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최 상궁은 참지 못한 호기심에 황후의 서신을 몰래 열어 보았다. 이상하게도, 안에는 평범한 안부 인사만이 적혀 있었다. 이런 평범한 내용의 편지를 굳이 몰래 궁 밖으로 보낼 필요가 있을까? 너무 번거로운 일처럼 보였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최 상궁은 혹시 황후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믿을 만한 인물인지 보려는 것이라 말이다.그래서 그녀는 지시대로 편지를 동문으로 몰래 보냈다. 동문에는 맞이할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백이 그 편지를 받았다.겉보기에는 평범한 편지였으나, 사실 이 편지는 암호로 작성되어 있었다. 소장군이 자주 사용하는 암호 방식인 ‘삼사일오’를 사용하여, 각 문장에서 세 번째, 네 번째, 첫 번째, 다섯 번째 글자를 뽑아 연결하면 진짜 전하고자 하는 뜻이 나왔다.[교먹에게 조력자가 있음. 조사할 것]오백은 편지를 읽고 곧바로 불살랐다.……이 시각, 영화궁 내에서는 새해 첫날을 맞아 후궁들이 황후에게 새해 인사를 올리고 있었다. 가빈은 입이 가벼운지 혼자 계속 떠들었고, 그녀로 인해 다른 빈들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사실 후궁들은 저마다 불편한 속마음을 숨긴 채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저 황후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봉구안은 이들을 상대하느라 피곤했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직접 하명했다.“새해가 시작되었으니 각 궁에서는 업무를 정리하시오. 모두 돌아가도록 하여라.”후궁들은 한마음으로 일어나 인사드리고 물러났다. 그러나 무리 중 유독 모용선만 자리에 남아 있었다.“황후마마, 어젯밤…” 모용선은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연상에게로 돌렸다.봉구안은 눈짓으로 연상에게 먼저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냈다.연상이 자리를 비우자 모용선이 말을 이었다.“어젯밤 그 신비한 자를 잡으셨사옵니까?”부친의 약점을 누군가 잡고 있다는 생각에 밤새 한잠도 못 잤던 그녀였다.봉구안은 단호히 말했다.“그 자는 매우 신중하여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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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태황태후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갔다.“네가 입궁한 지도 꽤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침소에 들지 않으면 되겠느냐?”태황태후는 이전에도 이를 추진하려 했으나, 그때 황제의 건강이 좋지 않아 미뤄졌을 뿐이었다.이제 황제가 다시 건강을 되찾았으니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게다가 황제는 원래부터 할머니인 태황태후를 극진히 공경해 왔다. 당초 황후도 성혼 후 여전히 처녀로 남아 있었는데, 태황태후가 단호히 명령을 내린 덕에 황제는 마침내 황후와 합방할 수 있었다. 모용선의 합방도 그녀로서는 자신이 있었다.모용선은 얼굴이 발그레해져 눈을 아래로 떨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마마의 뜻에 따르겠사옵니다.”그녀는 겉으로는 온화하고 순종적인 듯 보였으나, 눈빛 속에는 야망이 서려 있었다. 입궁하여 후궁이 되고 황자를 낳는 것, 그것이 그녀의 목표였다. 다만 모친의 일로 인해 잠시 발이 묶였을 뿐이었다. 이제 황후가 먼저 기회를 잡았으니, 그 신비한 자와의 문제는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어차피 황후는 이미 그 신비한 자와 갈라섰고, 그녀 부친의 매관매직 증거 또한 불태워버렸으며, 황후는 모용선과 협력해 함께 그 자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현재로서는 그 신비한 자도, 황후도 그녀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만수궁이 이렇듯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동안, 자녕궁에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태후는 자신의 조카딸을 일러 당부했다.“남자는 한 번 맛보면 갈망이 생기기 마련이니라. 황 귀비가 유배를 간 후 황제가 다시 여자를 가까이하게 된 것은 좋은 일이다.”“지금 황후는 아이를 가졌으니 침소에 나서지 못할 것이다. 너는 자주 영화궁을 방문하여, 머지않아 기회를 잡고 성은을 입어라.”녕비는 이를 알아듣고, 약간 비웃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태후마마, 제가 잘 알고 있사옵니다. 이런 때에 다른 이들이 기회를 노릴 테니, 제가 그런 것들을 절대 쉽게 두지는 않을 것이옵니다.”그녀는 곧 말투를 바꾸어 물었다.“하지만 태후마마, 정말 황후가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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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교먹은 계속 서 있다가, 봉구안의 명령을 듣고 무릎을 꿇으라는 소리에 순간 당황하였다. 봉구안의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무릎을 꿇으라 했거늘, 감히 서 있을 셈이냐? 너는 신하로서의 예의를 모른단 말이냐?”교먹은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말문이 막혔다. 아무리 그녀가 말재주가 뛰어나도, 황권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이전에 봉구안은 그녀를 몹시 아꼈다. 무릎 꿇게 한 적은커녕 오래 서 있게 하지도 않았었다.이 격차에 교먹은 큰 충격을 받아 여전히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었다.봉구안이 명을 내리자, 황실의 호위 한 명이 들어왔다. 교먹은 이 모습을 보고 군영에서의 봉구안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때도 봉구안이 한마디만 외치면, 병사들이 즉각 명령을 받들곤 했었다. 이것이 바로 권력이었다. 장군으로서의 권력도 이렇듯 강했는데, 황후가 되니 더욱 그러했다.봉구안은 날카롭게 말했다.“맹교먹이 본궁에게 무례한 언행을 하였으니, 끌고 나가 한 시진 동안 무릎을 꿇게 하라.”호위들은 명을 받자마자 망설임 없이 교먹을 내전 밖으로 끌고 나갔다. 교먹은 소리쳤다.“황후마마, 저는 남제의 공신입니다! 저에게 이러실 수는 없사옵니다!”봉구안은 다시 찻잔을 들며, 뚜껑으로 찻잎을 가볍게 저어내리며 무심한 듯 명령했다.“시끄럽구나. 저 자의 입을 막아라.”공신이라니? 먼 이야기까지 들 필요도 없었다. 양 나라와의 전투에서 그녀는 두 번이나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나갔었다. 당시 그녀는 수도 없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었다. 당시 배에 난 그 칼자국은 양 나라의 황제가 직접 찌른 것으로, 아무리 봉 부인이 준 연고를 발랐다 한들 완전히 가릴 수 없었다. 교먹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는데, 무슨 공신이란 말인가!……전각 밖.교먹은 입이 막힌 채 어깨를 붙들려 강제로 차가운 돌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이제 널리 알려진 남제의 첫 여자 장군이자, 지금의 감찰위 맹 대인이었기에 궁중 누구나 다 아는 인물이었다. 지나가던 궁녀들은 이 모습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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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교먹은 그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 속에서 반 시진 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러다 황제가 오자마자, 그녀는 급히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무력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뜻밖에도 황제는 그녀를 쳐다 보지도 않고 곧장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교먹은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어붙은 손을 꽉 쥐었다. 봉구안이 황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황제는… 아마도 봉구안을 무척 좋아하는 듯했다. 다만, 아무리 여인을 아낀다 해도, 그녀가 조정을 간섭하거나, 전장에서 공을 세운 장군을 이처럼 함부로 대하는 것을 용납하진 않으리라!전각 안에서, 소욱은 들어오자마자 모든 사람을 물러가게 했다. 최 상궁은 마지막으로 황후를 보며 ‘결국 큰일이 났구나’ 하는 눈빛으로 무척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봉구안은 일어나 절을 올렸으나, 얼굴에는 전혀 미안함이나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황제 폐하를 뵙습니다.”소욱은 엄중한 표정으로 그녀를 꾸짖었다.“어찌하여 맹교먹에게 무릎을 꿇게 했는가?”그는 그녀가 훌륭한 장수를 모욕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었지만, 먼저 사정을 물어보려 했다. 그가 그녀를 잘 아는 바, 아무런 이유 없이 아랫사람에게 벌을 내릴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봉구안은 평온한 얼굴로 대답했다.“그녀가 불경한 언사를 하였기에, 제가 벌을 내렸사옵니다.”소욱은 눈살을 찌푸렸다.“어떻게 불경했는지 분명히 말해보거라.”“그녀는 제게 폐하께 잘 말씀드려, 다시 북방으로 돌아가 대장군 자리를 맡게 해달라 간청했사옵니다.”“황성에 남아 감찰위로 있는 것이 싫다 하였사옵니다.” 봉구안은 거짓말을 태연하게 지어냈다. 듣는 이가 다른 이였다면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욱은 본래 의심이 많은 성격이었다.그는 봉구안을 날카롭게 살폈다.“맹 대인이 과거 그대의 행적을 내게 누설했기에, 오늘 마침 구실을 찾아 맹 대인을 겨울바람 속에 무릎 꿇린 것이 아니더냐.”“만일 그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둔다면, 남제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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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교먹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은 소욱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그의 검은 눈썹이 단단히 좁혀지고, 목소리 속에 억눌린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는 봉구안을 꾸짖었다.“황후, 참 ‘잘’했습니다!”그는 즉시 교먹을 편전으로 옮기고, 어의를 불러 진찰을 명했다. 동시에 영화궁 전각의 모두에게 오늘의 일을 절대 밖으로 흘리지 말라고 엄중히 명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교먹은 따뜻한 편전에서 눈을 떴다. 전각 안에는 궁녀들이 그녀를 시중들고 있었다.“맹 대인, 좀 괜찮으십니까?” 궁녀 한 명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사실 교먹은 기절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인내심이 바닥나서 속임수를 쓴 것뿐이었다. 지금 그녀는 침상에 누워 힘없이 보이려 애쓰며 말했다.“일… 일으켜주게. 아직 한 시진을 다 채우지 못했네…”쿵!그녀는 마치 다리가 얼어붙기라도 한 듯, 일어서려다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궁녀는 깜짝 놀라 그녀를 급히 부축했다.“맹 대인,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폐하께서 명하셨으니 오늘은 더 이상 무릎을 꿇지 않으셔도 되옵니다…”교먹은 고개를 저으며, 침상을 붙잡고 다시 일어서려 애썼다.“안 돼. 황후께서 무릎 꿇으라 하셨으니 내가 어찌 명을 어기겠는가?”그녀는 헛된 고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황제에게 봉구안이 자신과 같은 공신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반드시 알려야 했다!궁녀는 그녀를 겨우 부축하며 숨을 몰아쉬었다. 당황한 채로 말했다.“맹 대인, 정말로 더 이상 꿇으실 필요 없사옵니다! 폐하께서 대인께서 하는 일에는 마무리가 깔끔하신 걸 잘 아시기에 특별히 당부하셨사옵니다.”“만약 대인께서 다시 꿇고 싶으시다면, 대신 남제의 법률을 백 번 필사하여 황후마마께 바치면 된다고 하셨사옵니다.”“…”황제의 의도가 무엇이란 말인가!진심으로 그녀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그렇다면, 황후마마는…”황후는 아무런 벌도 받지 않는단 말인가?직접 물을 수 없어 그녀는 돌려서 물어보았다.“폐하와 황후마마는 본디 매우 사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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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소욱은 그 향낭을 손에 쥐고서 미묘한 기색을 느꼈다. 그는 봉구안을 바라보며 그녀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외부의 사람들에게 명을 내렸다.“어의를 부르거라!”얼마 지나지 않아, 황후의 태진을 담당하던 어의가 들어왔다. 그는 황후가 임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어의는 향낭을 코에 대고 한 번 냄새를 맡자, 곧 결론을 내렸다.“폐하께 아뢰옵니다. 이는 ‘영릉향’으로, 피를 순환시키고 어혈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사옵니다.”이 시점까지는 그저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곧 어의의 말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이어졌다.“그러나, 이 물건은 사향과 마찬가지로 임산부가 장기간 접촉하면 태아에게 영향을 미쳐 유산에 이르게 하거나 사태를 일으킬 위험이 있사옵니다!”“임산부뿐만 아니라, 일반 여인들도 이 향낭을 지니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봉구안은 소매 속에서 손을 살짝 쥐어 보았다. 결국 들키고 말았구나…소욱의 눈빛은 차갑게 변하며 한순간에 서릿발 같은 빛이 사라져, 오히려 얼음 같은 싸늘함만이 남았다. 그 기운은 사람을 떨게 만들 정도였다.그러나 그의 감정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물리친 뒤, 황제로서의 권위와 평정을 간신히 지키며 봉구안에게 차분히 물었다.“이 향낭, 그대 것이냐, 아니면 누군가가 준 것이냐?”두 경우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봉구안은 그 자리에서 평온한 얼굴로 대답했다.“신첩의 것이옵니다.”황제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그 속엔 차가운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네 몸을 해칠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이 향낭을 지니고 있었다니…”“황후, 내가 그대를 칭찬해야 할지, 어리석다 꾸짖어야 할지 모르겠구나!”쾅…소욱의 내공이 터져 나오자, 벽 옆의 화병이 기류에 깨지며 청명한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져 땅에 흩어졌다. 그의 마음 또한 화병과 같았다. 흐트러져, 도무지 잡히지 않았다.그는 황후의 고요한 눈동자를 마주할 때마다, 주먹을 베개에 내리치는 것처럼 그의 모든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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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교먹은 황제가 영화궁을 떠나는 것을 보자, 즉시 뒤따라갔다. 그녀는 감찰관의 직위를 가진 무관으로, 소환이 없이는 입궐할 수 없었다. 더구나 그녀는 여성이었기에, 아무리 높은 관직에 있어도 조정에 나아가 정사를 논할 수 없었다.결국 황제를 직접 뵐 기회가 극히 드물었던 것이다.그녀는 어떤 사안을 고하려 했으나, 눈앞의 황제는 두 눈에 핏줄이 서고 무언가를 당장이라도 죽일 듯한 살기를 뿜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속에 순간적으로 떨림이 일었다. 황제는 평소에 그저 엄격하고 무뚝뚝한 인상만을 주었을 뿐, 지금처럼 두려움을 일으키는 모습은 아니었다.“무슨 일이냐.” 소욱의 기세는 마치 차가운 얼음 조각처럼, 주위의 온기를 모두 얼어붙게 만들었다.교먹은 빠르게 정신을 가다듬고 손을 모아 절하며 말했다.“신이 한 가지 병기 설계도를 올리고자 하옵니다!”찬바람이 휘몰아쳐 그녀의 얼굴을 스칠 때, 소욱은 사사로운 일을 단념하고 임금으로서의 자리에 재빨리 복귀하였다. 그는 병기 설계도를 받아 들고 가볍게 살펴보았다. 그의 눈에는 순식간에 감탄의 빛이 떠올랐고, 교먹을 향해 아낌없는 칭찬을 건넸다.“예전부터 들었노라. 그대의 재주가 남다르다 하더니, 여러 신형 병기를 창안하였구나.”“그대를 감찰관에 두기에는 그대의 재능을 묻어두는 셈이로구나.”교먹은 몸을 굽혀 절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으나, 그 눈 속에는 칭찬으로 인한 기쁨은 없었다.무엇보다 이 도면은 그녀가 그린 것이 아니라, 봉구안의 방에서 몰래 가져온 것이었기 때문이다.……영화궁.최상궁은 마치 먹잇감을 맡은 사냥개처럼 급히 안으로 들어가 봉구안에게 보고하였다.“마마, 그 맹 소장군이 아무리 여자라지만, 경계해야 할 자이옵니다.”“들으니, 폐하께서 영화궁을 떠나시자 곧바로 그 뒤를 따랐다고 들었사옵니다. 지금쯤 두 사람이 추운 정자에서 술을 나누며 담소를 나누고 있을 것이옵니다.”“에구구... 마마께서 직접 보셨다면 마음이 상하셨겠지요. 그 맹 소장군은 분수도 모르고 남자 앞에서 술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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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봉구안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소위 신형 죽화총은 겉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교먹이 보물처럼 여겨 공을 세우려 가져온 것은 사실 그녀가 버린 폐기물에 불과했다.이때, 군기감 내에서는 모두가 그 병기 도면을 둘러싸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맹 대인은 정말 여걸이로구나! 이토록 정교한 도면을 그리다니!""우리 군기감은 이렇게 좋은 물건을 오랜만에 보네! 어서 저 공인들에게 알리게나. 다른 일은 모두 제쳐두고, 이 신형 대나무 화포부터 제작에 들어가게!""아주 기대가 되는구만!"그들은 도면을 볼수록 교먹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나왔다. 이렇듯 놀라운 여인이 세상에 또 있으랴. 그녀가 남제에 태어나 남제에서 자란 것이 그저 다행스럽게 여겨질 뿐이었다.죽화총, 일명 돌격 화포는 짧으면 한 자, 길면 일곱 자까지 달했다. 외관은 기다란 통처럼 생겼으며, 화약의 폭발을 통해 특수한 탄환을 발사하는 무기였다. 과거의 구형 대나무 화포는 천연의 굵은 대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몇 번만 발사해도 화약의 폭발로 인해 대나무가 매우 약해졌고, 특히 총신 끝부분은 쉽게 파손되었다. 그리하여 폭발 사고가 자주 발생해 화포를 쏘는 자에게 큰 상처를 입히곤 했다. 때문에 이 대나무 화포는 전장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으며, 남제의 군기감에서도 매년 일부를 제작하긴 했으나 일시적인 전투에 쓰일 뿐, 그 수량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얼마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게 되어 자원을 낭비하는 셈이었다.그런데 맹교먹이 그린 도면에서는 대나무 대신 철판을 사용하고, 총신 구조를 간소화하여 폭발 위험이 없고 반복 사용이 가능하도록 제안하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대체처럼 보였으나, 이전에 여러 사장이 시도했지만 그 다음 난관을 넘지 못한 난제였다. 이제 마침내 실행 가능한 방안이 나타났으니 어찌 사람들을 흥분시키지 않겠는가!군기감의 공인들은 의욕을 불태우며 즉시 제작에 착수했다. 교먹이 올 때마다 그들은 달려들어 온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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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효현궁.녕비는 머리를 빗고 있던 중이었다. 갑자기 머리장식을 거칠게 내리치자, 뒤에서 머리를 손질하던 궁녀가 깜짝 놀라다 이내 땅에 무릎을 꿇었다."마마, 노여움을 푸소서!"녕비는 동경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복잡한 눈빛을 띄었다. 오늘은 그녀의 스무 살 생일이었다. 오랜 세월의 고된 삶과 우울함으로 이 얼굴은 이제 소녀 같지 않았다. 화장을 해야만 피부에 광택이 돌고 탄력 있어 보였다. "어디 가서 믿겠느냐? 내가 비의 자리에 있지만, 한 번도 폐하와 동침하지 못했다는 걸."황후가 뒤늦게 들어온 것도 참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궁에 들어온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모용가의 모용선까지 그녀보다 우위를 점했다. 그것도 자신의 생일날에 말이다...녕비는 체념하지 않고 궁녀에게 물었다."정녕 폐하께서 정 귀인과 함께 동침하겠다고 하였느냐?"궁녀는 그 자리에 엎드려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사옵니다… 정녕 그렇사옵니다."궁녀는 마마의 심기가 불편한 줄 알면서도 거짓말은 할 수 없었다. 정 귀인이 오늘밤 동침할 것이라는 소식은 궁 안에 이미 널리 퍼져 있어 감출 수 없었다.녕비는 조소하듯이 헛웃음을 지었다."좋다. 태황태후께서 정말 수완이 좋으시군. 드디어 외가 손녀를 용상에 올려 놓았구나."이런 불경한 말을 입 밖에 낼 수 있는 것도 자신의 궁에서였기에 가능했다. 궁녀는 덜덜 떨며 억지 웃음을 지으며 조심스레 권했다."마마, 오늘은 마마의 생신이옵니다. 태후마마께서 특별히 자녕궁에서 연회를 베푸셨으니 다른 사소한 일로 복을 깨트리지 마소서."녕비는 냉소를 머금었다."내가 또 한 살 먹었다는 것이 무슨 축하할 일이라고! 고모께서는 분명 나를 꾸짖으려는 것일 게다!"궁녀는 맞장구치며 말했다."마마는 꽃보다도 아름다우십니다. 마마께서 아직 젊으시니 궁에 새로 들어온 이들도 마마의 빼어난 미모를 따를 수 없사옵니다."녕비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릴 적부터 태후의 눈에 들어 특별히 아낌없이 키워졌겠는가.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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