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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장군 황후의 모든 챕터: 챕터 301 - 챕터 310

696 챕터

제301화

영화궁.정 귀인이 침소에 들었는데도, 황후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에 비해 최 상궁은 몹시도 안절부절못하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만약 정 귀인이 황자를 잉태하게 된다면, 황후의 은총이 더는 유일하지 않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정 귀인은 원래 영비와 똑 닮았기에, 황제가 그 이후에도 충분히 총애를 줄 것이 틀림없었다. “마마께선 어찌 저리도 태연히 자녕궁에 가서 녕비마마의 생일을 축하해 주실 생각을 하시는 걸까요! 걱정이 되지도 않으신가 봅니다…”……자녕궁.태후, 황후와 여러 후궁이 녕비의 생일을 축하하러 모였지만, 그 분위기는 도통 들뜨질 않았다. 많은 사람의 마음은 이미 방비전에 가 있었다. 이 술이 입에 맞지 않게 느껴질 뿐이었다. 태후는 본디 자신도 후궁에서 시작한 사람이라, 저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말했다. “이미 궁에 들어온 이상, 우리는 한 가족이다. 서로가 서로의 안녕을 빌어야만 이 궁이 화합을 이룰 수 있으며, 그래야 폐하께서도 천하에 더 많은 마음을 쏟을 수 있느니라.”“정 귀인이 비록 오늘 자리하진 못했으나, 특별히 예물을 보내오지 않았느냐. 너희들도 정 귀인을 배려하고, 폐하의 침소에 들 기회를 얻었다 하여 원망하지는 말거라.”모든 후궁이 마음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으나, 입으로는 일제히 대답했다. “예, 태후마마.”태후는 다시 황후 봉구안을 바라보았다. 다른 후궁들은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어 보였으나, 황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정 귀인이 침소에 든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듯하면서도, 그다지 개의치 않는 듯한 얼굴이었다. 태후는 황후가 정 귀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황후, 너는 이제 홀 몸이 아니니, 이토록 추운 날에는 특히 조심해야 하느니라.”봉구안이 고개를 숙여 말했다. “예, 태후마마.”곧이어 태후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정 귀인이 침소에 들었으니, 머지않아 이 궁에 경사가 또 찾아올지도 모르지 않느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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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황후마마.” 강빈이 나무 뒤에서 걸어나오며 무거운 눈빛을 보냈다.봉구안은 담담히 물었다.“무슨 일로 날 찾아온 것이냐?”“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야?”강빈이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영화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내전에 이르자, 강빈은 격하게 무릎을 꿇으며 간청했다.“황후마마,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봉구안은 차분하게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혹여 시침을 원하느냐?” 차가운 목소리였다.강빈은 입술을 꼭 깨물고,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거렸다.“저는 어떻게 총애를 받는지 모릅니다.”“정 귀인은 저보다 늦게 입궐했음에도 불구하고 폐하의 은총을 입었습니다. 저는 정말로 억울합니다.”“황후마마, 오늘 밤 녕비가 무례한 언사를 내뱉었으나, 그 말이 전혀 과장은 아닙니다. 마마께서는 황손을 품고 계시니 시침을 받을 수 없지 않으세요? 행여나 다른 이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까 두렵습니다…”“차라리 그럴 바엔 저라도 마마를 대신해 폐하를 모시는 것이 어떨까요? 저는 마마와 마음을 함께하고 있지 않습니까…”진심어린 간청이었으나, 봉구안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강빈, 폐하께서 누구를 총애하실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강빈의 눈물은 더욱 투명하게 빛나며 애처로운 모습이 되었다.“마마, 최소한… 저를 영화궁 근처로 옮겨주세요.”이를 듣자마자 연상이 경계를 높였다. 강빈이 황후의 덕을 입어 황제와 가까이 있으려는 속셈이라는 걸 간파한 것이다. 다른 빈들이 이를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황후가 이를 허락하신다면 내일 영화궁은 난리가 날 게 뻔했다.봉구안은 담담히 말했다.“일어나거라.”강빈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저는 일어날 수 없습니다.”“저는 입궁하여 폐하의 총애를 받아 아버지가 황성으로 돌아와 만년을 편히 보내도록 돕고자 했사옵니다. 연초 아버지께서는 북방에서 잘 지내신다고 하셨지만, 최근 며칠 밤마다 피투성이로 쓰러진 아버지를 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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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봉구안은 어떻게 정신을 잃었는지 알지 못하였다. 눈을 뜨니, 소욱이 침상 곁에 앉아 있었다.그의 얼굴엔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고, 눈빛은 매섭고 날카로웠다.“깨어났느냐?” 그의 목소리는 쉰 듯 거칠었고, 살기를 띠고 있었다.그녀의 시선이 멀리 가서 보니, 연상이 땅에 엎드려 있었다. 전각 밖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비명 소리가 그녀의 귀에 닿았다. 최 상궁 역시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매를 맞으며 억울하다고 울부짖고 있었다.“황제 폐하, 저는 중전마마께 충성하였사옵니다! 저는 결코 황손을 해칠 이유가 없사옵니다…” 봉구안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소욱이 묵직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누워 있어라!” 그녀는 의아해하였다. 몸에 힘이 없음을 똑똑히 느꼈다.이는 마치 피를 쏟아낸 듯했다.소욱의 목소리는 마치 사막의 모래와 같고, 한겨울의 냉기를 품고 있었다. “네가 진정 아이를 품고 있었더라면, 오늘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봉구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이리 심각한 일인가? 연상은 눈이 붉어진 채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폐하,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봉구안이 물었다.“중독이다.” 소욱이 딱 잘라 대답하였다. 그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 하였다.봉구안은 깜짝 놀랐다. 늘 조심하던 그녀가 어찌하여 독에 중독이 되었단 말인가? 소욱은 그녀의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 답하였다. “서역의 혈분자라 하더구나. 아무런 향이 나지 않아 술에 섞어도 알아차리기 어렵다더군.” 봉구안은 차분하게 물었다. “태중에 있는 황손을 노린 것이옵니까?” 소욱은 답하지 않았다. 그때, 신하가 전각 밖에서 고하였다. “폐하, 소신이 영화궁을 샅샅이 뒤졌사오나 혈분자는 발견되지 않았사옵니다.” “자녕궁 상황은 어떠한가?” 소욱의 음성은 냉랭하여 마치 얼음 덩어리가 떨어지는 듯하였다. “자녕궁에서 아직 소식이 없사옵니다.” 봉구안의 입술이 희게 질리었다. “폐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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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정월의 추위는 아직 가시지 않아 땅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내관들은 줄지어 땅바닥에 엎드려 매질을 당하고 있었고, 매가 내려올 때마다 살이 찢기고 피가 흘렀다. 모두가 황제를 잔혹하고 포악한 인간이라 했으나, 모용선은 지금껏 직접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목격하게 되니, 그녀는 은근히 불안한 감정이 싹텄다. 모용선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내전으로 들어섰다. 황제는 침상 옆에 앉아 깊은 주름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고, 황후는 침상에 누워 여전히 깨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신첩, 황제 폐하께 문안드리옵니다…” 모용선은 다가가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욱은 그녀의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시리도록 차가운 감정이 서려 있었다. “밖은 추운데, 여기까지 나올 일이더냐?” 이 말은 마치 그녀를 염려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모용선은 상냥한 목소리로 답했다. “신첩은 황후마마가 걱정되어 왔사옵니다. 황제 폐하, 황후마마의 용태는 어떠하옵니까?” 소욱은 봉구연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별다른 큰일은 없다.” 모용선의 시선은 황후의 배 쪽으로 향했다. 저 황손이 아직 남아 있을지 궁금했다. “여봐라, 정 귀인을 방비전에 바래다주어라.” 소욱은 담담하게 말했다. 모용선은 거절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정감 어린 빛을 띄고 있었다. “황제 폐하, 신첩이 남아 황후마마께서 깨어나실 때까지 함께 지켜보고 싶사옵니다.” 소욱의 눈빛은 여전히 냉담했다. “그럴 필요 없다. 이만 돌아가 쉬거라.” 그녀가 여기 남아 있는다고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모용선은 황제의 모습을 바라보며 망설이는 눈치를 보였다. 그녀가 이곳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황제는 단 한 번만 그녀를 쳐다보았을 뿐이었다. 나머지 시간 동안 그의 시선은 온통 황후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런데 원래 오늘 밤은 황제가 방비전에서 그녀와 함께 머물기로 되어 있던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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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태황태후는 다소 의외였다. 황제가 이렇게 쉽게 황후를 내칠 줄은 몰랐던 것이다.보아하니 예전에 황제가 폐위를 반대한 이유는 오로지 황후의 뱃속에 있는 아이 때문이었던 듯했다. 하지만 곧이어, 소욱이 말했다.“하지만 이 일을 함부로 할 수는 없사옵니다. 할마마마께서는 어떤 이유로 황후를 폐위하시려 하십니까?”태황태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황후가 큰 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쉽게 그녀를 폐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명서의 일은 대중에게 밝힐 수 없는 일이었다. 이래저래 난감했다.“황후가 중병에 걸렸다고 알리도록 하여라.”……황후의 유산 소식은 곧 궁 밖 봉가에 전해졌다. 봉 대인은 마치 큰 재앙이 닥친 듯, 그 소식을 듣자마자 갑자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황후가… 유산했다고?”그의 외손자, 장차 태자가 될 아이, 그리고 봉가의 영광이 모두 사라진 것이었다! 봉 부인은 황후의 건강을 더욱 걱정했다. 그녀는 봉안진에게 당부했다.“네가 가서 자세히 알아보거라. 황후께서 어찌 되셨는지, 그 독이 혹여 몸에 해가 되진 않았는지 말이다…”봉 대인도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그래! 어서 가서 알아보아라. 장차 다시 아이를 가질 수 있는지도 말이다!”이번 태를 지키지 못했더라도 다음 태가 있으니 말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였다.그러나 봉 부인은 그의 말에 크게 실망했다.……그 시각, 영화궁 안에서는…지난밤의 대대적인 추궁에도 불구하고 독을 쓴 자를 찾아내지 못하였다. 뜻밖에도 몇몇 궁의 첩자가 드러났다. 마치 한바탕 비를 맞은 듯 어지러운 과정이었으나, 끝나고 나니 궁은 오히려 깨끗해진 기운이 감돌았다.봉구안은 독에 중독이 되었지만, 해독이 빠르게 이루어졌고 하룻밤 푹 쉰 덕에 이미 많이 회복하여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이는 평소 그녀가 몸을 단련한 덕분에 일반인보다 회복이 빨랐기 때문이었다.오후가 되어 소욱이 찾아왔다. 그가 들어오자 영화궁의 궁인들은 모두 공포에 사로잡혔다. 아침까지만 해도 영화궁 밖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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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만수궁.태황태후가 다시 물었다.“단지 황후를 냉궁에 보내려는 것이더냐? 내가 그렇게 폐위하라고 일렀겄만”“황후를 폐위하겠다는 조서는 내려오지 않았느냐?”시녀가 다소 당황한 듯 대답했다.“폐위 교지는... 아직 내려지지 않았사옵니다.”태황태후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황제는 대체 이 일을 어찌하려는 것인가?혹시 황제가 아직도 황후를 폐할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닐까?아니, 그녀가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황제는 정무에 바쁘니 잠시 이 일을 잊고 있었을 것이다.“좋다, 며칠 더 기다려 보자꾸나.”황후를 폐위하는 일은 각종 명분을 거쳐야 하니, 하루 이틀에 될 일은 아니었다.한편, 자녕궁.마찬가지로 황후 폐위 소식을 들은 태후는 격하게 반응했다.“또 태황태후의 뜻이더냐?”“황상께서는 어찌 모든 일을 태황태후의 뜻대로 하시는 게냐! 황후와의 합방도 그렇고, 정귀인을 불러들여 시침하는 것도 그렇고, 이젠 황후를 폐위하는 일마저 나와 상의도 없이 결정하는구나!”“황상은 어쩌면 나를 어미로 여기지 않는지도 모르겠다!”계 상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태후마마, 황제 폐하께서는 태황태후의 말씀을 지극히 따르시니, 정 귀인이 곧 세력을 얻게 될까 두렵사옵니다.”태후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황후를 폐위하겠다는 교지는 내렸느냐?”“태후마마께 아뢰옵건대, 아직 내리지 않았사옵니다.”태후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그렇다면 아직 희망이 있는 것이로구나! 황상의 성정은 나도 익히 아느니라. 황상이 결단을 내린 일이라면 절대 지체하지 않을 터.”계 상궁은 다소 혼란스러워하며 물었다.“폐하께서 황후를 놓지 못하신다면, 어찌하여 황후를 냉궁에 유폐시키셨단 말입니까?”“게다가 황후마마께서는 방금 아이를 잃으셨으니, 몸과 마음이 더욱 약해지셨사옵니다.”태후는 짐작하듯 말했다.“아마 황후에게 충분히 요양할 기회를 주려는 것일 게다. 군주의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음식을 드러내 놓고 먹지도 못하는 법, 하물며 아끼는 여인을 어찌 공공연히 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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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봉구안이 독을 먹고 난 지 고작 열네 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소욱은 독을 쓴 범인을 잡아들였다. 봉구안도 그 범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가 어떻게 희귀한 독약인 ‘혈분자’를 구했는지 궁금했다.연상이 소식을 알아왔다. “마마, 범인은 바로 이 미인이라는 자라 합니다! 정 귀인과 같은 시기에 입궁한 분이라고 들었습니다…”“그날 자녕궁에서 녕비마마의 생신을 축하하는 연회가 열렸지 않았습니까? 이 미인이 그 자리에서 마마의 술에 몰래 독을 타 넣었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황제께서 어찌 그 사실을 알아내셨는지는 저도 알지 못했습니다. 범행이 드러난 후, 이 미인은 자결을 명 받았으며, 죽기 전 형벌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전신에 멀쩡한 피부 한 점 남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연상은 이야기를 하며 몸서리를 쳤다.밤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와 더욱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봉구안은 이 미인에 대해 별다른 인상이 없었다. 이 궁 안에서 서로 해치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때로는 깊은 원한이 없어도, 단지 시기심 하나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곳이 이 궁이었다. 십여 년을 함께한 교먹도 자신을 배신했는데, 하물며 이 미인 같은 사람에게 이런 일로 악감정이 생길 리가 없지 않은가?봉구안은 마치 남의 일처럼 담담히 반응했다. “자, 그만 자거라.” 이 냉궁에서 그녀는 오히려 평온하게 잠들었다.연상은 봉구안이 이토록 무관심한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마, 이 미인이 독을 넣어 마마를 죽일 뻔하였사온데, 인과응보를 받아 저리된 것을 보고 통쾌하지 않으세요?” 봉구안의 차가운 눈동자에 깊은 뜻이 서렸다. “이 일의 원인은 이 미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미인이 존재하지도 않는 황손을 해치려 했다는 걸 알았더라면 얼마나 후회했겠는가.다음 날 아침, 조정에서는 많은 대신들이 황후를 위해 간언을 올렸다. “황제 폐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황후마마께서는 현명하고 어질신 분이시옵니다. 그런 분을 폐위하시다니요… 그럴 수는 없사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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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봉 대인은 냉궁에 이르러, 손수 우물에서 물을 긷고 있는 봉구안을 보자 불같이 화를 냈다. ‘어찌 이리 안일하게 지내는 게냐!’‘가족이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못된 것, 내 어쩌다 이런 매정한 딸을 두었단 말인가!’ 이를 본 연상이가 나아가며 고하였다. “대감 어르신!” 봉구안도 눈을 들어보니, 화가 나 얼굴이 붉어진 봉 대인의 모습이 보였다. …… 오늘따라 햇살이 따스해 많은 한기를 몰아내었으나, 냉궁의 내전에는 해가 들지 않아 음침하고 차가웠다. 연상이 간단히 불을 피워 방을 데웠고, 봉 대인은 체면도 잊고 불가에 앉아 얼어붙은 손을 녹였다. 봉구안은 멀찍이 서서 직접 등불을 밝혔다. 봉 대인이 목에 힘을 주고 말을 이었다. “그렇다! 내 확실히 명부를 바꾸었으나, 그건 다 널 위해서였다!” “며칠간 밖에서 분주히 발품을 팔며 고생하고 있는데, 너는 오히려 내가 죽기를 바라고 있구나!” “어찌 황제 폐하께 나를 벌하라 일렀단 말이더냐!” “내가 죽으면 봉가는 끝이다! 너 또한 맘이 편할 줄 아느냐!” “좋다. 네게 아비인 나를 생각할 마음이 없다 해도, 어미는? 네 큰오라비는? 그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이더냐!” 봉 대인이 쉴 새 없이 타이르며 말하였으나, 봉구안은 딱 한 마디만 내뱉었다. “제 명에 없는 것은 욕심낼 필요가 없다 생각합니다.” 봉 대인은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벌떡 일어섰다. “내 그 명부 따위 믿지 않을 것이다!” 이윽고 현 상황을 떠올린 봉 대인은 다소 화를 가라앉히고 다시 간청하였다. “황후, 제발 봉가와 네 어미를 위하여 황제께 청을 올려 다오. 황제가 너를 여전히 지켜주고자 하는 뜻이 있음을 내 들었느니라…” 봉구안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황제께서 무어라 말씀하셨사옵니까?” 봉 대인은 황제가 한 말을 곧이 곧대로 옮겨 전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덧붙였다. “지금으로선 네가 아비와 봉가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봉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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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밤이 깊었다. 봉구안은 야행복으로 갈아입고 조용히 궁을 빠져나왔다. 냉궁은 영화궁과는 달라, 경비도 적고 방어가 느슨하여 누구도 황후의 이탈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궁 밖, 오백은 소장군의 신호 화살을 보고 곧장 허름한 절로 달려갔다. “소장군!” 그가 공손히 예를 갖추었다. 봉구안은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예리한 눈빛만을 드러냈다. “조사는 어떻게 되었느냐?” “소인은 줄곧 교먹을 추적하였사온데, 엊그제 드디어 실마리를 찾았사옵니다.” “교먹의 저택 앞에 있는 채소 장수가 매우 수상하였습니다.” “소인은 잠시 더 지켜본 후 움직일 생각이옵니다.” 봉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심하는 것이 맞다.” 오백은 오히려 그녀의 상황을 염려하였다. “소장군, 듣기로는 태중에 아이가 있다고 하였는데, 또한 냉궁에 갇히셨다 들었사옵니다. 괜찮으시온지요?” 봉구안은 냉정하게 답했다. “무사하다.’“오늘 내가 궁을 나선 이유는 세 가지를 지시하기 위함이다.” “첫째, 교먹의 조력자를 찾아내거라.” “둘째, 북대영에 쓸 만한 인재가 있는지 알아보아라.” “셋째, 최근 성가신 일이 무엇인지, 면사 금패를 얻을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알아보거라.” 오백은 늘 충직하여, 무슨 일이든 맡기면 절대 태만히 하지 않았다. “예, 소인 반드시 신속히 처리하겠사옵니다!” 봉구안은 그에게 당부하였다. “무엇보다 조심하거라.” “예!” 오백이 떠나기 전, 문득 한 가지를 떠올렸다. “소장군, 군기감이 교먹이 제공한 도면대로 새로운 죽화총을 만들어냈사옵니다.”“지금 교먹의 명성이 날로 커지고 있사온데, 자칫하면 소장군께서 통제하기 힘들어질까 염려되옵니다.” 봉구안은 태연히 말했다. “상관없다.” ……냉궁에서의 생활은 무미건조했으나, 한편으론 한가로웠다. 봉구안은 며칠을 지내며 오히려 영화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가빈과 강빈 두 사람이 그녀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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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아, 뜨거워!” “으악! 너무 뜨거워!” 병사들이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죽화총을 하나둘 내던졌다. 탄환이 그만 관중석 쪽으로 날아갔다. “폐하를 보호하라!” 어전 시위인 진길한이 재빨리 음식상을 들어 방패로 삼았다. 소욱은 태연히 앉아 있으면서도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 새로 만든 이 죽화총이 완벽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다른 대신들은 순식간에 몸을 피하며 혼란이 일었다. 마침내 탄환이 모두 떨어져 위험이 사라지자, 여러 관료들이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살폈다. 그때 교먹도 순간 멍해졌다. 어찌 된 일인가? 설계도에는 분명히 단열판이 있었는데! 다른 시령들도 설계도를 살펴보았고, 모두가 완벽하다고 했었다. 소욱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현장을 훑어보더니 교먹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아무 말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했는데도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다. 교먹은 곧바로 죄를 청했다. “폐하, 제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신다면,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겠사옵니다. 원래 설계도대로만 만들었다면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터인데…” 그녀는 무심코 책임을 회피하려 했고, 이를 본 군기감 사람들이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마치 설계도를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듯 보였다. 교먹은 곧 자신이 부적절한 말을 했음을 깨닫고 급히 정정했다. “아니, 혹시 제 설계도에… 설계도에 아직 미흡한 점이 있는 것 같사옵니다.” 황제는 엄숙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교먹의 재능을 생각하여 이번에는 그냥 넘기기로 했으나, 그는 자비로운 군주가 아니었다. “한 달만 더 주겠다.” “한 달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여라.”그리 말하고 황제는 자리를 떠났다. 대신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황제의 뒤를 따르는 자와 교먹을 위로하는 자로 나뉘었다. “맹 대인은 젊고 유능하니, 한 달이면 충분히 수습하겠지요!” “그렇습니다. 맹 소장군께서는 좀처럼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셨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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