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궁.정 귀인이 침소에 들었는데도, 황후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에 비해 최 상궁은 몹시도 안절부절못하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만약 정 귀인이 황자를 잉태하게 된다면, 황후의 은총이 더는 유일하지 않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정 귀인은 원래 영비와 똑 닮았기에, 황제가 그 이후에도 충분히 총애를 줄 것이 틀림없었다. “마마께선 어찌 저리도 태연히 자녕궁에 가서 녕비마마의 생일을 축하해 주실 생각을 하시는 걸까요! 걱정이 되지도 않으신가 봅니다…”……자녕궁.태후, 황후와 여러 후궁이 녕비의 생일을 축하하러 모였지만, 그 분위기는 도통 들뜨질 않았다. 많은 사람의 마음은 이미 방비전에 가 있었다. 이 술이 입에 맞지 않게 느껴질 뿐이었다. 태후는 본디 자신도 후궁에서 시작한 사람이라, 저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말했다. “이미 궁에 들어온 이상, 우리는 한 가족이다. 서로가 서로의 안녕을 빌어야만 이 궁이 화합을 이룰 수 있으며, 그래야 폐하께서도 천하에 더 많은 마음을 쏟을 수 있느니라.”“정 귀인이 비록 오늘 자리하진 못했으나, 특별히 예물을 보내오지 않았느냐. 너희들도 정 귀인을 배려하고, 폐하의 침소에 들 기회를 얻었다 하여 원망하지는 말거라.”모든 후궁이 마음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으나, 입으로는 일제히 대답했다. “예, 태후마마.”태후는 다시 황후 봉구안을 바라보았다. 다른 후궁들은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어 보였으나, 황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정 귀인이 침소에 든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듯하면서도, 그다지 개의치 않는 듯한 얼굴이었다. 태후는 황후가 정 귀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황후, 너는 이제 홀 몸이 아니니, 이토록 추운 날에는 특히 조심해야 하느니라.”봉구안이 고개를 숙여 말했다. “예, 태후마마.”곧이어 태후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정 귀인이 침소에 들었으니, 머지않아 이 궁에 경사가 또 찾아올지도 모르지 않느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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