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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321 - Chapter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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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1화

교먹은 먼저 걱정 어린 마음으로 물었다. “기양아, 며칠 못 봤는데, 그동안 잘 지냈느냐?” 장기양은 그녀를 원망하고 싶지 않았으나, 그날 그녀가 했던 상처 주는 말들이 떠올라 더 이상 예전의 존경심을 품고 그녀를 대할 수 없었다. 그는 예의를 지키며 대답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하옵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사옵니다.” 그는 사실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 어머니께서 굶주림과 병고로 인해 고통 속에서 돌아가셨다고. 하지만 그녀는 바로 이어서 물었다. “너는 어떻게 소환을 알게 되었느냐?” 장기양은 대충 거짓말을 지어냈다. “그저 우연히 만났사옵니다.” 아무래도 그는 사저의 진짜 정체를 모르는 듯했다. 사저 역시 그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고 그를 끌어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곧이어 교먹은 상심한 표정을 지으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기양아, 내가 그날 너를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너를 전쟁터에 보내 목숨을 잃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단다.”“너의 아버지와 나는 오랜 친구였지. 장군의 일은…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단다.”“너는 장군의 유일한 혈육이니, 나는 네가 무사하고 평안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내 마음을 알아줄 수 있겠느냐?” 장기양은 그녀에게 여전히 남다른 감정이 남아 있었다. 어린 시절 그가 동경하던 영웅은 바로 명 소장군이었다. 지금도 그녀가 진심으로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을 알았기에, 설령 그 방식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녀를 원망할 수는 없었다. “소장군님, 그래도 저는 군에 들어가고 싶사옵니다. 이제 황제 폐하께서 허락하셨으니, 더는 저를 말리지 마시옵소서.” 교먹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나에게 먼저 말하도록 하여라. 다른 사람은 믿을 수 없으니라. 나는 네 아버지와 목숨을 걸고 함께 싸운 사이이니, 네 안전을 반드시 지켜주마.” 장기양의 눈가가 약간 붉어졌다. 그는 입을 떼어 어머니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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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상자 안에는 다름 아닌 현영석이 있었다. 봉구안은 의아했다. 소욱이 왜 자신에게 이 물건을 보낸 것일까? 유사양은 현영석과 상자를 내려놓으며, 황제가 이 돌을 냉궁으로 보내라고 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황제가 내려주는 물건은 모두 은혜로운 하사품이라 할 수 있지만… 돌 하나를 냉궁에 있는 황후에게 보내다니, 그 의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처음엔, 그는 황후마마가 말 타는 것을 좋아하니, 황제가 말의 형태를 띤 이 돌을 선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황제는 그때 무겁게 한 마디를 내뱉었을 뿐이었다. “황후의 성격은 이 돌과 같아, 고집 세고 완강하지.” 황제의 이 말을, 유사양은 황후에게 전하지 않았다. 감히 한 자도 말할 수 없었다. 그는 그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황후마마, 황제께서는 마마를 늘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봉구안은 그 속 뜻을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 현영석을 받아들였다. 어쨌든, 그것은 그녀의 제자 장기양이 자신의 스승에게 보낸 진심의 선물이었다. ……감찰위.교먹은 방에 틀어박혀 우울한 기운이 가득했다. 그녀는 그날 장기양을 내쫓은 것을 후회하고, 현영석 광산을 손에 넣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이제 그 모든 공적은 다른 사람의 몫이 되고 말았다! 그녀가 이 감찰위 자리에서 벗어나려면, 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이틀 후. 장기양은 황제에게 사람을 보내, 이미 스승과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고 전했다. 어전에서 이 전갈을 들은 서왕이 그 말을 듣고 근심스러운 얼굴을 했다. “폐하, 저 소환이라는 사람이 궁에 들어와 어전을 뵙기를 거절하고, 오히려 폐하께서 궁 밖으로 나가 만나야 한다 하니, 혹여 매복이 있을까 염려되옵니다.” 소욱의 깊은 눈동자는 담담하게 비쳤다. “그는 의로운 협객이니, 군왕을 죽이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신이 감히 말씀드리건대, 그래도 조심하심이 좋겠사옵니다.” “알겠다.” 소욱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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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봉구안은 훗날 진실이 밝혀질 때 황제가 스승을 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면권을 구하고자 했다.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사면권을 얻기 위해서는 큰 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지금 당장 주실 필요는 없사옵니다. 언젠가 폐하께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시면, 평안 전당포로 저를 찾아주시면 되옵니다.” 말을 마친 후, 그녀는 탁자 위에 은화 한 덩이를 올려놓고, 걸상 옆에 둔 긴 칼을 들고 유유히 떠나갔다. 밖에 서 있던 진한길은 그녀와 마주쳤다. 그는 이 강호에서 명성이 자자한 천영귀살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그러나 그녀는 가면을 쓰고 있어, 얼굴을 전혀 볼 수 없었다. 그 뒤에 황제가 나왔다.진한길은 한 걸음 나아가 명을 기다렸다. 소욱 황제는 앞을 응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곳에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게 된 양가의 자녀들을 사서, 고향으로 돌려보내도록 하라.” “예!” 진한길이 공손히 명을 받들었다.……현영석 광산의 일은 협의가 마무리되자, 관청에서는 본격적으로 광산 개발을 시작했다. 장기양은 정식으로 군영에 입성하기 전, 매일 밤 봉구안은 궁을 나와 그의 무예를 지도하고 병법을 가르쳤다.그는 상당한 재능이 있어, 금방 깨우쳤다. 그러던 중, 어느 평범한 맑은 날, 강빈의 부친이 궁에 들렀다. 오랜만에 만난 부녀는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팔이…” 강빈은 아버지의 비어있는 소매를 보고 슬픔이 치밀었다. 그러나 강 대인은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이 팔 하나를 내어주고 얻은 승리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겠느냐.” 강빈은 등을 돌려 눈물을 감췄다. 감정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그녀는 진지하게 물었다. “아버지, 북방이 어느정도 평정되었다고 하옵니다. 이제 황성으로 돌아오실 수 없겠사옵니까? 더는 불안에 떨고 싶지 않사옵니다…” 강 대인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말문이 막힌 듯했으나, 곧 신중하게 대답했다. “북방이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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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이 냉궁이 이리도 떠들썩할 수 있는 곳이었다니.” 소욱은 황후와 강빈이 한데 껴안고 있는 모습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강빈은 그 시선에 놀라 울던 것도 잊은 채 얼어붙었다. 그녀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어쩔 줄 몰라하며 절을 올렸다. “신, 신첩… 신첩, 황제 폐하를 뵙사옵니다!” 봉구안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절을 올렸다. “황제 폐하를 뵙사옵니다.” 소욱은 곧장 의자에 앉아 시선을 강빈에게 고정했다. “어찌하여, 냉궁에 와서 황후를 돕고 싶은 거냐?” 강빈의 두 눈은 벌겋게 부어 있었다.그녀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소욱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도대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강빈은 두려움에 떨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 “황제 폐하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신첩은… 신첩은 황후마마께서 하루 빨리 냉궁에서 나올 수 있도록 원하나이다!” 소욱은 냉소를 지으며 봉구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네가 그렇게 간청을 해도, 황후는 이곳에서 나가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 강빈은 무심코 대꾸했다. “그… 그럴 리 없사옵니다!” 어찌 냉궁에 남기를 원하는 자가 있겠는가. 봉구안은 묵묵히 서서 부정하지 않았다. 소욱은 다시 강빈을 향해 말했다. “물러가라! 짐의 허락 없이는 다시는 냉궁에 들지 말라!” 강빈은 서둘러 떠났지만, 마음속은 불안감으로 가득 찼다. 밖에 나와서야, 황제가 냉궁에 왜 온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냉궁 안. 연상은 차를 올렸다. 소욱이 한 모금 마셨으나, 차의 쓴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그는 ‘쾅’ 하고 차를 내려놓았다. 연상은 숨을 죽이며 서 있었다. 역시나 폭군이 나타나면 좋을 리 없었다… 이어 소욱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남제가 새로운 현영석 광산을 발견하였으니 이는 큰 경사다.”“승려의 말에 따르면, 네가 이 황후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운명이라 하더군.” “할마마마께서도 이제 더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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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사람이란 모이면 헤어지고,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는 법. 봉구안이 마지막으로 자신을 가르쳐 주시는 것임을 알게 된 장기양은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언젠가는 군영에 올라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봉구안은 그에게 이미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으며, 특히 병법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별의 순간, 봉구안은 그에게 긴 창을 선물로 주었다. 이 선물을 받은 장기양의 두 눈이 반짝였다. “스승님, 어찌 제가 긴 창을 좋아하는 줄 아셨사옵니까!” 그는 즉시 한 번 써보았고, 손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긴 창이 공기를 가르며 땅에 닿자, 힘이 넘치고 용맹해 보였다. 그것은 마치 그의 몸의 일부가 된 듯했다. 그는 한 번도 이렇게 손에 딱 맞는 무기를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장기양의 눈동자가 점점 붉어지며 흥분이 감돌았다. 그는 즉시 무릎을 꿇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제게 주신 가장 좋은 선물이옵니다!” 그는 반드시 이 창을 들고 공을 세워, 스승님의 명성을 빛낼 것을 다짐했다. 봉구안은 그 창을 들고 설명했다. “이 긴 창은 우근목으로 만들었으며, 단단하고 유연함을 지녔다. 창끝은 쇠를 뚫고 지나갈 정도지…” 장기양은 우근목을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창을 제작할 때 가장 좋은 재료로 여겨지며, 값비싼 나무였다. 모든 우근목이 창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반듯하고 옹이 하나 없는 것을 선별해 쓰는 것이며, 그런 나무는 백 중 하나 꼴로 찾아볼 수 있었다. 맹 소장군이 자주 쓰던 붉은 깃과 은으로 빛나는 창도 우근목으로 제작되었다. 곧이어 장기양을 더욱 놀라게 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봉구안이 창의 끝부분을 가볍게 돌리자 날카롭기 그지없는 단검 하나가 튀어나왔다. 봉구안이 설명을 덧붙였다. “긴 창은 근접전에 부적합하다. 말에서 떨어지거나 궁지에 몰렸을 때는 후속 무기가 필요하지.” 장기양은 고개를 힘껏 끄덕이며, 단검을 빼어들어 보았다. 장기양은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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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완부옥이라고!?’ 가면을 쓴 남자는 놀랄 새도 없이 목이 잘려 떨어졌다. 소리를 듣고 장기양은 급히 몸을 일으켰다. ‘완부옥…’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았다. 그녀가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장기양은 본능적으로 도망치려 했다. 그 순간, 차가운 바람이 스치더니 얼음같이 차가운 손이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부드럽지만 무시무시한 여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였다. “너가 바로 소환이 새로 들인 제자더냐?” ‘스승님을 알다니?’ 장기양은 끝내 대답을 피했다. 여인은 웃음을 흘렸다. “속이 아주 단단한 녀석이군. 괜찮다. 뭐 시간은 많으니…” 그녀의 길고 날카로운 손가락이 그의 머리를 조이자, 장기양은 머릿속에 있는 핏줄이 끊어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 장기양은 이를 악물고, 단 한 마디의 애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여인은 흥미를 잃었는지 손을 거두며 그를 아래로 밀쳤다. 그리고 그의 턱을 슬쩍 들어 올리며 속삭였다. “어린 것 치고는 대단하군.” “그래, 이만두지. 소환은 자기 사람을 잘 챙기는 사람이지. 내가 나중에 혼나지 않으려면 오늘은 이쯤하고 널 놓아줘야겠지.” 장기양의 이마는 차가운 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녀에게서는 매우 짙은 향이 뿜어져 나왔고, 그는 그 향기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왜 스승님을 찾는 것이옵니까?” 완부옥의 눈매는 짙은 살기를 띄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탄탄하고 매끄러워 절대 나이를 먹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가슴 위에 손가락을 슬쩍 올려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 어리석은 녀석아, 내가 바로 네 사모다. 네 스승이 내 이야기를 안 했단 말이더냐?” 장기양은 본능적으로 믿기 힘들었다. 완부옥은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갑자기 화를 내며 그를 힘껏 밀쳐버렸다. 얼굴에는 화염같은 분노가 떠올랐고, 그녀는 하늘을 향해 외쳤다. “소환, 두고 보아라. 너를 찾아내면 너의 피부를 벗기고 뼈를 발라내어 갈기갈기 찣어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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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녕비는 영화궁에 당도하였으나, 황후가 취침 중이라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불이 났거늘, 황후께서는 어찌 태평하게 자고 계실 수 있단 말인가? 녕비는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계속 기다렸다. 한 시진이 지나고서야 궁인이 말을 전하러 왔다. “녕비마마, 황후마마께서 잠에서 깨어나셨사옵니다. 안으로 들라 하옵니다.” 녕비는 이번에 온 목적이 분명하여,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봉구안에게 예를 올리고, 곧바로 입을 열었다. “황후마마, 마마께서 냉궁에 계셨던 사이, 정비가 무척이나 득의양양하고 있사옵니다!” “폐하께서는 각지에서 들어온 진귀한 공물들을 모두 정비에게만 주셨사옵니다.”“송구하오나, 심지어 마마께서 황손을 품고 계셨을 때조차 이토록 많은 하사품을 받으신 적은 없지 않사옵니까?” “정비는 남을 불쾌하게 만드는 데 도가 튼 자이옵니다. 폐하께서 내려주신 물건들을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며, 자신이 총애받고 있음을 자랑하고 다니고 있사옵니다. 이런 꼴을, 마마께서 참을 수 있으시겠사옵니까? 신첩은 도저히 참을 수 없사옵니다!” 봉구안은 주인의 자리에 단정히 앉아 차를 마시며, 녕비의 말을 다 듣고 나서 나직히 물었다. “너는 참을 수 없어 날 찾아온 것이더냐? 내가 나서서 정비를 혼내주길 바라는 것이냐?” 녕비는 말이 너무 과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즉시 부인하였다. “아니옵니다, 신첩은 그저 마마께 충심을 품고 있사옵고, 그저 마마가 걱정이 되어…” 봉구안은 그녀의 말을 자르며 이어갔다. “정비가 총애받는 것은 그녀 나름의 능력이 있다는 뜻이 아니겠느냐. 진정으로 나에게 충심이 있다면 조신히 행동하고, 말썽을 일으키지 말거라.” 녕비는 다시 꾀어내려 하였다. “황후마마, 만일 정비가 황손을 해친 것이라면 어떠시겠사옵니까?” 봉구안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녕비는 황후가 이 일을 무척 중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말을 이었다. “예전에 잡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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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소욱은 차가운 표정으로 중엄 있게 봉구안에게 말했다.“그대에게 그저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다. 정비를 궁의 일을 돕도록 지시한 것은 할마마마의 뜻이지, 본래 내 뜻이 아니었다!”봉구안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진지한 얼굴로 되물었다.“그러니까… 폐하께서는 정비를 탐탁지 않게 여기신다는 말씀이옵니까?”소욱은 숨을 조금 거칠게 내쉬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녀를 봉장미라고 부를 게 아니라 봉돌이라 불렀어야 했구나! 그는 그녀가 궁중의 헛소문에 흔들려 자신이 정비를 편애한다 믿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녀가 오해하든 말든 자신이 굳이 해명할 이유가 없었다.소욱은 차갑게 말했다.“오늘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거라.”……그날 밤, 황제는 흥혜궁에 들렀다. 황제의 냉랭한 기운에 주변에서 시중을 드는 자들은 감히 한 마디도 하지 못하였다. 정비조차 침묵을 지켰다. 저녁상을 마치고 황제가 떠나려 하자, 정비는 용기를 내어 그의 소매를 잡았다. 소욱의 얼굴에 곧바로 불쾌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고개를 돌리자, 정비가 부끄러운 듯 눈을 내리깔며 입술을 뗐다.“전하, 들으니 오늘 밤 월식이 있사옵니다. 폐화와 함께 달을 감상하고 싶사옵니다.”소욱은 엄숙히 반문했다.“달이 사라지거늘, 무엇을 감상하겠다는 것이냐?”정비는 당황해 잠시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왜 하필 감상을 운운했던가.“폐하…”그녀가 말을 고치려 하였으나, 소욱은 그녀의 손을 흔들어 뿌리치며 냉정하게 말했다.“짐은 아직 결재해야 할 주서가 산더미 같으니,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한가하지 않다.”정비는 즉시 얼굴에 죄송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신첩이 경솔하였사옵니다.”황제가 이곳에 와서 식사를 함께 한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총임을, 나아가 침소에 들기를 고대해서는 아니 되었다. 정비는 그가 흥혜궁 밖으로 나설 때까지 끝까지 공손히 배웅하였다.……소욱은 원래 바로 어전으로 가려 했으나, 잠시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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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천구가 달을 삼키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 밤이었다. 궁궐에 야금령이 내려 순찰 중인 호위병들이 더욱 엄중히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이때, 봉구안은 평안 전당포에서 신호탄을 보고 급히 달려갔다. 막 전당포의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묘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느꼈다. 어둠 속에서 은은한 향이 코를 찌르는 순간, 날카로운 살기가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봉구안은 재빨리 그자의 손목을 잡아, 일격을 막아냈다. 그런데 상대는 순식간에 그녀의 품 안으로 쓰러지더니, 부드럽고 풍성한 몸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오라버니, 그리웠어요.” 봉구안은 속으로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골칫덩이가 찾아온 것이다.그때, 최백이 등불을 밝혀 방안이 훤해졌다. 그는 얼굴이 가득한 죄책감을 띠고 봉구안을 차마 쳐다보지 못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부맹주를 배신한 자였다. 봉구안은 품에 안긴 여인을 냉정하게 밀쳐냈다.완부옥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면사 아래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린 채 미소를 머금었다.“3년 만에 보는데, 그동안 더욱 건장해지셨군요.” 봉구안은 완부옥을 상대하는 것이 매우 곤란했다. 이 여인은 독을 가진 자였다. 남방의 독왕에게 사사받은 탓에, 그녀의 몸엔 독이 스며있었다.“무슨 일로 날 찾은 것이오?” 봉구안이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가 또다시 뱀을 가지고 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완부옥은 뱀을 팔에 감고, 손으로 뱀의 급소를 쥔 채 봉구안을 미소 띤 눈으로 바라보았다.“그렇게 조급해하지 마세요. 오라버니께서 제가 3살 연상이라고 싫어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보세요.” 그녀는 한 손으로 면사를 벗어, 매끈하고 윤기 나는 얼굴을 드러냈다. “3년 전과 다름없이 곱고 젊지 않습니까? 이렇게라면 그 3년의 나이차는 덮어질 터인데…”봉구안은 예상했다. 이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그녀가 스스로에게 얼마나 혹독하게 대했는지를.곁에 있던 최백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듯 묘하게 흥분했다. 봉구안이 싸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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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장미의 편지는 아주 단순했다. 아이 같은 어조로 일상의 자잘한 일들을 서술하고 있었다. 그러나 봉구안은 그 편지를 한참 동안이나 들여다보았다. 장미의 병이 아직 다 낫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나마 단순하고 즐겁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방 자유각.봉장미는 은빛 외투를 걸치고, 마당의 그네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반나절이나 멍하니 앉아 있는 일이 잦았다. 시녀 채월은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고 그녀 곁을 지켰고, 송려는 별채에서 온갖 약재를 다루고 있었다. 이곳엔 불청객이라 할 사람 하나 없이, 매일 고요하고 평온한 나날이었다.채월이 장미에게 약을 먹이려 하면, 그녀는 얌전히 입을 벌려 약을 받아먹었다. 그러나 시선은 늘 멀리 고정된 채,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마치 꿈속에 살고 있는 사람처럼, 그 누구도 그녀를 깨우지 못하는 것 같았다. 채월은 그처럼 순종적인 아씨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려왔다. 아씨가 그 불결한 일들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말이다.“아씨, 오늘도 구안 아씨께 서신을 쓰실 건가요?” 봉장미는 갑자기 반응을 보였다. “서신, 언니한테 서신을 써야겠지…” 그렇게 말하더니,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기쁜 얼굴로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채월은 감정이 벅차올랐다. 그녀는 아씨의 기억이 가장 행복했던 그때에 머물기를 바랐다. 그리하면 아씨가 아프지 않을 테니까하고 말이다…황성.봉구안이 냉궁에서 나온 후, 봉 부인이 급히 입궁하였다. 그녀는 딸의 손을 잡고 안도에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간곡히 당부를 건넸다.“그동안 네 일로 우리 모두가 마음을 졸였단다.”“너는 비록 황후의 몸이지만, 황제의 한마디로 네 처지가 결정될 수 있으니 자식을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알겠니?”“지난번에 아이를 잃어 마음이 얼마나 슬펐겠니… 몸은 잘 회복했느냐?” 봉 부인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채 봉구안을 바라보았다. 자식 문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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