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의 사신들은 다른 나라와 다르게 독특한 차림새로 궁에 들어섰다. 남자들은 얼굴에 문신으로 가득 꾸며져 있었고, 여자들은 얼굴을 가린 채 허리 부분이 살짝 드러나는 짧은 상의를 입고 있었다. 남강의 사신들은 독충을 기르는 데 능하고, 풍속이 기괴하여 여러 나라에서 배척받고 있었다. 그들이 전각에 들어서자, 모두가 피할 듯 몸을 물렸고, 원래 웃음 가득했던 분위기는 얼어붙어버렸다. 사람들의 시선에는 비웃음과 배척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특히나 그 여자, 허리를 드러내다니! 이 얼마나 불경스러운가!“황제 폐하를 뵙습니다!”봉구안은 눈을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다.바로 그때, 시종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던 그녀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남강의 사신들 가운데 여자라곤 오직 한 명이었다. 그 여자는 다름아닌 봉구안이 며칠 전에 만난 완부옥이었다!완부옥은 붉은 옷차림에, 얼굴을 가린 얇은 베일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며 그 아름다운 얼굴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그 눈매는 보는 이의 혼을 쏙 빼앗는 듯하여, 남자들이 그녀를 예법을 어겼다고 비난하면서도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봉구안은 태연한 표정으로 완부옥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소욱은 왕상에 앉아, 엄숙하고 위엄 있게 앉아있었다.“자리에 앉거라.”봉구안은 완부옥과 눈이 마주칠까 피하며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때 소욱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며 다소 서늘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약간 의아함을 느꼈다. ‘무슨 일이지?’소욱은 그녀가 들고 있는 술잔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것은 짐의 것이다.”그녀가 술잔을 잘못 집은 것이었다. 봉구안은 곧바로 술잔을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소욱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녀가 입을 댔던 그 술잔을 들어 남은 술을 한 번에 마셨다.사신들은 하나같이 남제의 국력이 강성하고, 황제의 통치가 훌륭하다는 찬사를 늘어놓았다.그러나 소욱은 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말들이 지루하기만 했다. 분명 자신의 생일이건만, 이런 이들
완부옥은 용상에 앉은 남제 황후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묘하게도 황후에게서 어딘가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봉구안은 아무런 내색 없이 고개를 돌려 소욱을 힐끗 보았다. 그는 마치 산에서 호랑이가 싸우는 광경을 지켜보는 듯, 한가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남강의 사신은 시선을 황후에게 고정했다.“황후마마, 이 여인이 어떻사옵니까?”궁중의 후궁들은 모두 봉구안을 바라보며 내심 황후마마께서 이 남강 사신의 요청을 거절하시길 바라고 있었다. 이미 궁궐에 여인들이 충분히 많았기 때문이다.봉구안은 조용히 사신에게 반문했다.“내가 보기에 참으로 마음에 드는구나. 다만 나의 시녀로 삼는다면, 이 여인이 억울하지 않겠느냐?”남강 사신의 얼굴빛이 순간 달라졌다. 시녀라니? 그들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완부옥은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남제 황제보다는 남제 황후가 더 마음에 들었다. 무언가 아주 딱 맞는 기분이랄까.남강의 사신은 속으로 깊이 고민했다. 완부옥을 남제 황제에게 바치려는 것은 남제의 국운을 끊고 은밀하게 황제를 제거하기 위함이었다.하지만 그녀가 황후의 시녀가 된다면 일이 제대로 성사될 리 없지 않은가?사신은 급히 바로잡았다.“황후마마, 본래 이 여인을 폐하께 바치려 했사옵니다.”봉구안은 이제야 알아차린 듯이 대답했다.“아, 내가 오해했구나. 하긴, 듣자 하니 남강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혼인을 중히 여기며 외족과 혼인을 맺지 않는다고 들었다. 또한 남강의 여인은 타인과 남편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 말이 과연 사실인가?”이러한 남강의 규율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남강 사신은 거짓말을 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렇사옵니다…”봉구안은 태연하게 다시 물었다.“그렇다면 우리 폐하께서 마음에 드신다 하더라도 이 여인을 받기가 어렵지 않겠느냐?”“게다가, 양국이 조공 관계를 맺은 이후로 여러 나라에서 남제가 호랑이와 이리 같은 나라라 하여 약소국을 괴롭힌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자국의 고유한 유산이 빼앗기는 것을 두려워한 남제의 신하들이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폐하, 절대 불가하옵니다! 아직 이 현영석 광산이 제대로 채굴되지도 않았고, 얼마만큼의 현영석을 얻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사옵니다. 설령 충분히 많다 해도, 이 나라에도 주고, 저 나라에도 준다면 남는 게 거의 없을 것이옵니다!”“맞습니다, 폐하! 이것이야말로 헛된 수고만 하는 격이 아니옵니까?”이 말에 사신들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바로 맞섰다.“헛된 수고라니요? 저희는 오십만 냥을 내어 장인들의 품삯으로 쓸 의향이 있사옵니다!”“황제 폐하, 저희 북월도 은 오십만 냥을 내겠사옵니다!”그러자 남제의 백발 노신이 기세등등하게 나섰다.“지금 이게 돈 문제는 아니지 않소! 현영석 같은 귀중한 물건이 과연 얼마의 가치를 지니는지, 그대들도 다 잘 알고 있지 않소!”물론 그들은 알고 있었다.현영석은 매우 드문 희귀한 광물이었다. 지난 백 년 동안 북연국만이 독점하고 있었고, 그 현영석의 풍부한 자원 덕분에 강력한 ‘화룡’을 주조하여 전장에서 무패의 강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타국에서는 현영석을 조금이라도 얻기 위해 비굴한 태도로 천금의 값까지 치렀으나, 손에 쥐는 양은 얼마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북연이 아예 타국에 현영석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기까지 했다. 이제 남제에서 현영석 광산이 발견되었으니, 어느 나라라도 이 이권에 한몫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했다. 설령 자신들이 많은 이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남제가 이를 독점해 두 번째 강국으로 떠오르는 일은 용납할 수 없었다.소욱은 술잔을 홀짝이며 차가운 눈빛을 드리웠다. 오늘 생일 연회가 참으로 따분하기 그지없었다.사신과 남제의 신하들이 계속 언성을 높이며 다투고 있을 때, 서녀국의 사신이 입을 열었다.“황제 폐하, 서로 한 발씩 물러나 보는 건 어떻사옵니까?”“저희 서녀국은 현영석을 요구하지 않겠사옵니다. 다만 남제께서 새로 개발한 죽화총의 제작을 중단해 주셨으면 하옵니다. 죽화총을 제작
사신들은 허리에 밧줄이 묶여 있어 몸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다. 말들이 뛰기 시작하자 목숨을 부지하려고 사신들은 다리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두 다리가 네 다리의 속도를 따라갈 리 만무하여 이내 쓰러져 땅바닥에 질질 끌려 다녔다.아무리 모래 땅이라지만 이 고문을 견뎌내기란 여간한 일이 아니었다. 몇 바퀴가 지나자 사방에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옷이 닳아 살가죽이 벗겨지고, 땅바닥에 피자국이 번졌다. 사신들은 연이어 자비를 구했다.“제발,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폐하!”“폐하, 감히 다시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사옵니다!”나머지 사신들은 그 모습을 보고 다행히 함부로 나서지 않았음을 내심 감사했다. 그러나 소요하는 그들의 소리에도 불구하고, 소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술을 마시고 음식을 즐겼으며, 인명이 오가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였다. 연회 분위기는 차갑고 무거웠으며, 누구 하나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하지만 그런 가운데, 유독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남강의 사신이자 여장부인 완부옥이었다.그녀는 남강의 사신이 말에 끌려다니는 참혹한 광경을 보면서도 마음의 짐 없이 술과 음식을 즐겼고, 심지어 궁녀에게 술을 더 올리라 지시할 정도였다. 술에 거하게 취한 뒤, 그녀는 해장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잠시 물러나기까지 하였다.그 모습을 살피던 봉구안은 그저 묵묵히 지켜보며 눈에 냉정한 빛을 담았다.이윽고 두 잔의 차가 지나간 후, 한 나이 많은 신하가 염려의 뜻을 담아 간언하였다.“폐하, 저들은 타국에서 온 사신들이옵니다. 만에 하나 불상사가 발생하면 남제의 대국 체통이 손상될 수도 있사옵니다.”온화하고 어진 성품으로 알려진 서왕도 거들며 폐하께 자비를 청했다. 후궁 중에는 평소 자비심이 깊은 모용선이 일어나 부드럽게 조언했다.“폐하, 오늘은 폐하의 생신이옵니다. 피를 보면 길하지 않으니, 부디 액운을 피하시옵소서.”소욱은 시선을 옆으로 돌려, 봉구안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의 의견을 중요하게 여기는
연상은 내전으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이 사실을 알렸다.봉구안은 암기를 정리하던 중 이 말을 듣고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유사양이 직접 말한 것이냐?” 연상은 고개를 저었다. “직접 그렇게 말한 건 아니지만, 그런 낌새였어요…”“또 돌아가신 영비마마 이후로는 폐하께서 그 누구도 자진궁으로 부르신 적이 없다 하니, 더욱 그 말이 오싹했습니다…”“마마, 오늘 밤 정말 자진궁에 가실 건가요?” 봉구안은 무심하게 대꾸했다. “그건 네가 염려할 일이 아니다. 다만 당장 할 일이 있으니 어서 가서 하도록 하여라.” 연상은 무슨 중대한 일이라도 있는 줄 알고 귀를 기울였으나, 봉구안이 지시한 것은 약환을 가루로 갈아 놓으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벌레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이 계절에는 궁에 독충이나 뱀이 나오지 않을 터인데 말이다.그날 저녁, 봉구안은 자진궁으로 향했다. 환관이 그녀를 안내하였다. 황제의 침전은 다른 궁실보다 더더욱 엄숙하고 위엄 있게 솟아 있었다.정문에서 주전까지 이어진 백옥 바닥은 아흔아홉 개의 돌로 깔려 있었으며, ‘자진궁’이라 새겨진 세 글자는 황금빛으로 빛나며 젊은 황제의 포부와 위엄을 나타내고 있었다. 주전에는 용과 봉황이 정교하게 조각된 기둥이 서 있었고, 특히 용의 눈빛은 마치 진짜 용이 돌기둥을 휘감고 있는 듯 날카롭게 빛났다. 감히 정면으로 올려다보기가 어려운 기세였다.봉구안의 허리춤에는 향낭이 매달려 있었다. 어둠 속에서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지만,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 주머니에서 약가루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는 남쪽 지방의 독충들을 억제하는 약재로, 그녀가 특별히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이날 연회에서 남방에서 온 완부옥이 도중에 자리를 비운 것을 떠올리니, 궁 안에 무언가를 남겨두었을 가능성이 컸다. 남방에서 헌납한 여인의 이례적인 행동을 떠올리자, 봉구안은 그들이 소욱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염려되었다. 그래서 오늘 밤 황제가 그녀를 부르지 않았더라
책상과 옥좌 사이의 거리는 한 사람만 간신히 설 수 있을 만큼 좁았다. 봉구안은 책상을 등지고, 소욱을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소욱은 옥좌에 앉아 상반신을 여전히 곧게 세웠지만,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는 자세가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그녀가 갑자기 다가온 이유를 알지 못했다. 혹 투항하여 껴안으려는 건가 싶었으나, 그녀는 그저 그 자리에 직립해 있을 뿐이었다. 봉구안은 즉각적으로 다가왔지만, 그럴 새도 없이 책상 위에 벌레가 꿈틀거렸다. 그것은 갈색을 띠며 지렁이처럼 보였고, 작아서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그러나 봉구안은 그 즉시 알아챘다. 바로 '천주충'이었다! 평범해 보이지만, 체내로 들어가면 순식간에 번식하여 무한히 증가하는 벌레였다. 이 벌레들은 사람의 내장을 갉아 먹고 뼈에 붙어, 결국엔 사람을 껍데기만 남기고 파괴해 버렸다. 이 급박한 순간, 그녀는 가장 짧은 거리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한 손을 허리에 두고 약 가루를 움켜쥐고 내공을 이용해 뒤로 흩뿌렸다. 그러자 천주충은 그 자리에서 즉시 굳더니 바람에 사라져 버렸다. 봉구안이 책상의 천주충을 제거하자, 갑자기 허리로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소욱의 강인한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아 단번에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그대로 그의 품에 부딪힐 뻔했으나, 재빠르게 반응해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짚어 충격을 완화했다. 그러나 숨 돌릴 틈도 없이 그녀의 입술이 갑작스레 닿았다. 봉구안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눈앞에는 소욱의 날카롭고 냉소적인 눈빛이 있었다. ……궁 밖에서는 유사양이 먼지떨이를 손에 쥔 채 지루한 표정으로 하늘의 별을 헤아리고 있었다. 그때, 진한길이 급히 궁으로 들어갔다. 유사양은 황후가 안에 계시다는걸 알리려 했으나, 촛불이 꺼지지 않은 걸 보고는 아무 일 없으리라 생각하며 말하지 않았다. 또한, 진한길이 너무 급히 전각 안으로 들어간 터라 그는 더더욱 그를 막을 기회가 없었다.하지만, 진한길은 곧 다소 경
침대에 눕는 순간, 봉구안은 정신이 들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황제의 입술을 깨물어 피를 내었다. 피비린내가 그녀를 자극하며, 그녀는 갑자기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녀는 힘껏 밀어내며, 곧바로 이성을 되찾았다.황제는 입술을 뗀 후, 힘이 빠진 듯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의 높은 콧날이 그녀의 목에 닿아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피부를 달구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보려 했으나, 황제의 거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오늘 이곳에 머무르겠느냐.” 이곳은 자진궁. 황 귀비가 아무리 총애를 받았어도 발을 들이지 못한 곳이었다. 그의 말은 곧 그녀에게 뒤를 맡기겠느냐는 뜻이었다. 봉구안은 곧바로 대답했다. “신첩은 이제 돌아가야 하옵니다.” 그녀는 너무 직접적으로 거절하지 않았다. 그를 불쾌하게 만들어선 안 되었다. 황제들의 자존심은 종종 작은 일에도 무너지고, 그럴 때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소욱이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에는 약간의 냉기가 서려 있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한쪽 무릎을 침상에 세우고, 여전히 그녀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봉구안은 차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 차분함은 오히려 그에게 불안을 일으켰다. 그의 입술 끝에는 그녀가 물어 터뜨린 피가 남아 있었고, 그로 인해 그에게 살벌한 기운이 더해졌다. 그는 그녀의 손을 붙잡아 손바닥을 펴더니, 그녀의 손목 사이를 세게 물었다. 그러나 봉구안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고 눈살조차 찌푸리지 않았다. 소욱의 눈은 매서운 매의 눈처럼 그녀를 노려보며 손목을 깨물고 혀끝으로 그 자리를 핥았다. 갑자기 봉구안의 손끝이 저릿해졌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소욱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그녀를 시험하려 들었고, 그녀가 욕심을 부리지 않는지 확인하려 했다. 그런데 지금, 그는 대체 뭘 하는 걸까? 봉구안
밤은 이미 깊었으나, 완부옥은 아직 잠들지 않았다. 자시가 되어 음기가 무겁게 내려앉자, 그녀는 침상에 앉아 향로에 불을 붙여 독충을 기르고 있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그녀는 눈을 번쩍 뜨고, 서늘하고 음흉한 눈빛을 빛냈다. 잘됐다, 그녀의 새로운 독충을 그들에게 시험해볼 기회였다... 쾅!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문을 부수고 들이닥쳤다. 좁은 방안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완부옥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크게 휘저었고, 모양이 이상한 매미 같기도 하고 사마귀 같기도 한 독충이 튕겨져 나갔다. 그 독충은 날아서 한 검은 옷의 사람에게 붙었다. 단 한 순간에 그 사람은 온몸이 불타오르는 듯 뜨거움을 느꼈다. 그는 곧바로 비명을 지르며 옷을 벗기 시작했고, 연신 뜨겁다고 외쳤다. 그 불타는 고통은 몸 안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것이었기에 아무리 벗어도 달아오름이 멈추지 않았다. 그는 견디다 못해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진한길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남강 여인, 정말 악독하다! 절대 살아남아서는 안 될 존재였다. 그 독충은 순식간에 두 사람을 해쳤다. 침상 위에 있던 완부옥은 자세를 바꾸어, 마치 투계놀이를 구경하듯 흥미롭게 반쯤 누워 있었다. 독충이 세 번째 사람을 해치려 하자, 진한길은 독충의 비행 방향을 예측하고는, 검을 번뜩이며 움직였다. 검이 번뜩이는 순간, 독충은 바닥에 떨어져 죽었다. 황제의 곁을 지키며 호위하는 진한길의 무술 실력은 단연 최고였다.게다가 완부옥이 방금 길들인 독충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진한길의 검에 죽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완부옥은 그제야 눈을 번쩍 뜨고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눈은 서늘한 기운을 내뿜었다. “내 보물을 죽이다니, 죽고싶은 게로구나!” 수십 명의 검은 옷의 사람들이 즉시 진을 쳐 그녀를 포박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그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완부옥은 내력을 뿜어내어 그물을 치더니, 그물의 끝
황성.오늘의 망강루는 유난히 북적거렸다.소욱은 황후가 서여국에 출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했다. 특히 그녀의 가짜 회임에 대해 사람들이 눈치채는 일이 없도록 신경 썼다. 그 때문에 그는 궁 안에서 비응군을 위한 축하 연회를 열 수 없었다. 대신 궁 밖의 망강루를 빌려 연회를 준비했다. 1층에는 수십 개의 식탁이 놓였고, 비응군은 나눠 앉아 있었다.한편, 은위들은 따로 두 개의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그 누구도 은칠에게는 말을 걸지 않았다.그가 워낙 귀찮은 존재였기 때문이다.남제로 오는 길 내내 그는 멈추지 않고 글을 써댔다. 그 때문에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욕은 욕대로 먹고, 매를 맞기까지 했다.은칠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황후의 출사 기록을 충실히 작성한 것은 자신인데, 얻어맞는 것도 자신이었다.이제야 깨달았다. 사관 노릇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하지만 이런 미움을 사는 역할도… 그는 여전히 감당해야 했다.2층, 별실.문 밖에서는 진한길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방 안에서는 황제와 황후가 단둘이 고요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강을 내려다보며 멀리까지 펼쳐진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봉구안은 서여국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서여국 황제에게는 몇십 년 전에 잃어버린 여동생이 있다고 합니다. 제게 자신의 여동생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어요. 이게 유일한 단서인데, 부러진 옥비녀 반쪽입니다."소욱은 그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는 듯 무심하게 대답했다."사람을 찾는 일이면 본국에서 해결하면 될 일이 아니더냐? 서여국에는 사람이 없단 말이냐?"그는 그저 황후와 함께 식사를 하며 그녀를 위로하고 싶었다.그러나 봉구안의 마음은 여전히 국사에 있었다.그녀는 오히려 남제의 상황을 물었다."제가 없는 동안 담대연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습니까?"소욱은 차분한 얼굴로 진지하게 말했다."첩보에 따르면, 겉으로는 남제를 도와 적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는 듯하지만…"그때 갑자기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소욱
봉구안은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눈앞에 보인 것은 온몸에 보랏빛 옷을 차려입고 눈에 띄게 화려한 소욱이었다.그녀는 잠시 할 말을 잃어 질끈 눈을 감았다.저 사람이 정말 자기 서방이 맞단 말인가? 그 위엄 넘치는 한 나라의 황제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봉구안은 못 본 척하고 조용히 자리를 뜨고 싶었다.하지만 소욱은 아내를 향한 그리움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 그의 옷자락이 바람에 펄럭이며 흩날렸다.비응군은 눈치 있게 물러나 황후와 황제가 단둘이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 하지만 취사는 날카로운 눈으로 황후가 살짝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알아차렸다. “부인!”소욱은 흥분한 얼굴로 봉구안을 와락 끌어안았다.공공장소에서 그는 그녀를 황후라 부를 수 없었다.두 사람이 가까워지자, 봉구안은 그의 옷에서 풍기는 강한 향을 느꼈다. 그 향은 다소 자극적이었다.봉구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누구신지 모르겠지만, 당장 제 몸에서 떨어지세요.”“구안아, 방금 뭐라고 했느냐?”그의 눈빛이 반짝였지만 어리둥절한 기색이 역력했다.봉구안은 억지로 웃으며 두어 번 헛기침을 했다.“아무것도 아닙니다.”차마 그에게 귀신에게 씌었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녀는 왜 이렇게 요란한 옷을 입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나라의 황제가 이토록 화려하게 차려입다니, 예전에 그가 자신에게 골라준 옷 색감은 아주 훌륭했다. 허나 정작 왜 본인은 이런 그릇된 선택을 하는 걸까.봉구안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마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려는 듯했다.소욱은 그녀를 데리고 서둘러 가마에 올랐다.가마 안에서 그는 봉구안의 손을 꼭 붙잡고 입을 맞추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그러나 봉구안은 손을 뿌리치며 그의 얼굴을 의심스러운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가 이렇게까지 의심스러워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이 사람이 진짜 소욱이 맞는지, 혹시 다른 누군가가 그의 얼굴로 변장한 것은 아
그 손님은 소년을 향해 노발대발하며 크게 소리쳤다. “야! 이 어린놈아! 돈을 냈으면 일을 해야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이냐?”“내가 '그대의 손을 잡고, 그대와 함께 늙어가리라'라고 써달랬으면, 그대로 쓰면 될 걸 왜 이리 말이 많아!” 소년은 창백하고 여위었지만, 붓을 움켜쥔 손과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묻어났다.“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그건 군가라고요. 전우들끼리 사용하는 것을 어찌 애첩에게 주는 시에 사용을 한단 말입니까!” “그 군가는 이리 함부로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손님은 이를 갈며 격분했다. “애첩? 지금 내 부인을 능멸하는 것이냐! 어린 게 버릇없이! 오냐, 좋다! 오늘 내 널 죽여버릴 것이다!” 소년은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쳤다. “절 죽인다 해도 나으리께서는 간부음녀를 하고 계신 것입니다! 간통한 남자와 음란한 여자라는 뜻이죠. 이미 아내가 있는 주제에 기생과 혼인하려고 하다니, 대장부로서 부끄러운 줄 아세요! 차라리 환관이 되는 게 낫겠습니다! 그러면 자식도 못 낳을 테니 말입니다!” 그의 말은 사람에게 짐승을 비유하는 것처럼 모욕적이고 날카로웠다. “이 꼬맹이,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는구나!” 손님은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채 손을 올렸지만, 갑자기 그의 귀를 누군가 잡아챘다. “누구야! 감히 내 귀를…” 고개를 돌린 그는 자신을 잡은 이가 다름 아닌 그의 정실 부인이라는 걸 발견했다. 그는 예상치 못한 아내의 등장에 놀란 기색이 역력하였다. “내가 널 먹여 살리고, 궁 안에 들어가 시험 보라고 뒷바라지했더니… 감히 기방에서 여인을 만나러 다녀?” 그러고는 그녀는 소년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여보게, 정말 고맙네. 자네가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면 난 끝내 이 사실을 알지 못했을 걸세. 이 사람이 이렇게 간악한 줄도 모르고 정말 당할 뻔했네.” 소년은 두 손을 모아 진지하게 인사했다. “별말씀을요. 악을 벌하고 선을 드러내는 건 누구나 해야 할 일입니다.”
봉구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취사가 이런 말을 꺼낼 정도라면, 아마 그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그녀는 남제의 황후가 되었고, 다시 군대를 이끌 기회는 없을 터였다. 취사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모든 말을 털어놓았다. 죽을 각오로 한 이야기였다. "저희는 황후마마께서 조직하시고, 훈련시켜 주셨습니다. 전장에서 싸우기 위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황궁 금군에 편입된 뒤로, 형제들은 길을 잃은 것처럼 방황하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마마께서 소장군이 아니시지만, 황제의 깊은 신임을 받고 계시지 않습니까? 교무당에서 직책을 맡으실 수 있을 정도인데, 어찌 새로운 군대를 조직하지 못하시겠습니까?” “황후마마, 불경한 말인 줄 알지만, 서여국 황제의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제 폐하와 혼인하신 뒤로 실권이 없으시니, 이제 남은 건 자녀를 돌보고 내조하는 일뿐이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뛰어난 무예를 그냥 묵히시는 건 정말 안타깝습니다.” 봉구안은 차갑게 그의 말을 끊었다. "서여국 황제가 너를 찾아온 적이 있느냐?" 취사는 순간 얼어붙었다.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그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렇습니다. 저를 찾아와 설득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서여국에 남게 도와달라고 부탁하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마마의 뛰어난 무예 실력을 안타깝게 여기시며, 마마께서 권력을 가지실 수 있도록 설득해달라고 하셨습니다."봉구안은 손에 들고 있던 구운 생선을 다시 내려놓았다. 그녀는 술주머니를 들어 몇 모금 마셨다. 몸은 따뜻해졌지만, 마음은 공허해졌다. "너도 알다시피 남제와 서여국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황후가 군대를 이끌다니? 이 소식이 알려지면 조정의 신하들이 들고일어날 것이 뻔했다. 설령 소욱이 그녀를 아무리 용인한다고 해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허락할 리 없었다. 그녀 또한 소욱에게 부담이 갈만한 일을 할 생각은 없었다.
고인이 된 친부 이야기가 나오자, 서여국 황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어릴 적에, 아바마마께서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궁 안에는 아바마마의 용모파기조차 남아 있지 않다.”“나도 그분의 얼굴이 어떤지 기억나지 않는다. 꼭 용모파기가 필요하다면, 그 시절을 기억하는 노인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봉구안은 난처해졌다.용모파기가 없다는 건 외모에 대한 단서가 전혀 없다는 뜻이었다.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실낱같은 단서를 찾는 건 마치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았다.서여국 황제가 말을 이었다.“그때 나는 숙연과 겨우 두세 살이었다. 남자들이 반란을 일으켜 궁으로 들이닥쳤고, 어마마마께서는 혈통을 지키기 위해 나와 숙연을 궁 밖으로 내보내 숨기셨다.”“훗날 자매가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옥비녀를 반으로 나누셨지.”“이것이 내가 가진 옥비녀의 반쪽이다.”황제는 흰 옥비녀의 반쪽을 꺼내 보였다. 비녀 머리와 일부 자루만 남은 상태였다.봉구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렇다면 진짜 여동생 분께서 나머지 비녀 조각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서여국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반쪽 옥비녀와 비단 상자를 봉구안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것을 너에게 맡기마.”이는 서여국 황제가 봉구안을 깊이 신뢰한다는 표시였다.봉구안은 두 손으로 옥비녀를 받으며 차분한 눈빛을 띠었다. 그 눈빛에는 사람을 안심시키는 믿음직스러운 기운이 담겨 있었다.서여국 황제가 손목을 붙잡았다.봉구안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서여국 황제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소장군, 정말로 서여국에 남을 마음이 없느냐?”그녀는 끝내 포기하지 못한 듯 물었다.봉구안이 서여국에 충성을 맹세한다면, 섭정왕의 자리는 물론이고 그보다 더 높은 자리도 내어줄 의사가 있었다.멀리서 은칠이 붓을 들고 무언가를 쓰려 했지만, 은이가 이를 눈치채고는 단숨에 붓을 빼앗아 부러뜨렸다.은이는 부러진 붓을 내던지며 말없이 은칠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이렇게 말
비록 봉구안이 은위들에게 물러나라고 명령했지만,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서여국 황제가 자신의 암위들을 향해 말했다. “물러나라.” 그녀의 단호한 한마디에 암위들은 즉시 자취를 감췄다. 이제 곁에는 모신만 남았지만, 황제는 여전히 태연했다. 그녀는 봉구안을 바라보며 은근히 이간질을 하기 시작하였다.“보아하니, 그들은 네 명령을 따르는 척하지만 실상은 여전히 제국 황제의 명령을 따르며 너를 감시하는구나. 네가 서여국에 머물고 싶어도 결국 넌 남제로 끌려가겠지.” 은칠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 “마마, 저희는…”하지만 봉구안은 은칠의 말을 무시한 채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차분하고 당당하게 서여국 황제를 향해 말했다. “폐하, 굳이 저와 남제 폐하를 이간질할 필요는 없습니다. 외적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지금은 힘을 합쳐야 할 때지, 이런 무의미한 일을 할 때가 아닙니다.” 서여국 황제는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결국 우리는 길이 다르구나. 나는 네가 남제 남성들의 권력 아래 있는 걸 싫어해, 여인들 편에 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봉구안은 담담히 답했다. “서여국의 여인이나 남제의 남성이나 다르지 않습니다.”“길은 같을 수 있습니다. 그 길은 천하 대동, 남녀가 평등한 길입니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억누른다면 그 길은 기울고 불공평하며, 멀리 갈 수 없습니다.” “서여국의 내란도 조여란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나라가 혼란했기 때문입니다. 그 자가 군사들을 설득해 반란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남녀 간 불공평 때문이었습니다. 외지인으로서 드릴 말씀은 여기까지입니다. 제 말에 기분이 상하셨다면, 부디 절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서여국 황제는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서여국이 남성에게 불공평한 나라이고, 남제가 여성에게 불공평한 나라라면, 어느 쪽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느냐?” 봉구안은 고요한 목소리로 답했다. “길이 멀고 험해 천 년이 지나도 답을 내릴 수
봉구안은 눈앞에 나란히 서 있는 서여국의 미남들을 흘낏 쳐다보았다. 그녀는 냉정하게 말했다. “저들을 처리하기 전에, 약은 남겨 두십시오.” 그들은 속으로 탄식했다. 앞에 있는 귀인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무정했다. 자신들의 목숨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그녀는 약만 걱정하는 듯했다. 모신은 곁에서 조용히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 이 맹 소장군은 남색에 전혀 관심이 없군.’….한편, 서여국 황제가 보낸 미남들을 몰아낸 것을 지켜본 봉구안의 호위들은 눈빛에 살기를 띄우며 말했다.“저따위로 우리 황후마마를 유혹하려 들다니, 당장 찾아가 처리해야겠습니다.”다른 곳에 숨어 있던 은이 역시 이 상황을 보고 머리를 저었다. “형님, 서여국 황제가 대체 무슨 속셈으로 미남들을 보낸 걸까요?”은이는 입에 물고 있던 강아지풀을 살짝 씹으며 비웃었다. “뻔하지. 서여국 황제는 황후마마를 남겨두고 싶어 하는 거다.” “뭐라고요?!” 호위들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만약 서여국 황제의 유혹에 넘어간다면, 우리 황제 폐하는 어찌 된단 말인가!”그러나 다행히도, 황후는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미남들을 거절하고, 그 어떤 것도 받지 않았다.한 시진 후. 서여국 황제는 봉구안이 머물고 있는 편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봉구안은 태연한 얼굴로 황제를 마주했다. “내 듣자 하니, 맹 소장군은 내가 준비한 사람들에게 불만이 있다 하더구나.” 이 질문에 대답하기란 쉽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황제가 보낸 미남들은 단순히 약을 발라주는 임무를 맡은 것처럼 보였다. 만약 봉구안이 이들에게 미남계를 쓴 것이라 비난한다면, 황제는 오히려 그녀가 스스로를 과대평가한다고 역이용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봉구안은 차분하게 고개를 들며 말했다. “폐하의 깊은 뜻과 서여국 남자들의 준수한 외모를 보아 외신이 불만을 가질 리 없지요.” “다만… 제가 서여국으로 출사하기 전, 불전에 서약을 한 바 있습니다.”“
서여국 황궁, 천택궁 별채.은위 몇 명이 전각 밖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안에서는 어의가 봉구안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봉구안은 내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치명적이지 않았다.어의가 물러나려 하자 봉구안은 몸을 일으키려 했다.그 순간, 서여국 황제가 그녀의 어깨를 눌러 앉히며 말했다.“가만히 앉아 있거라. 내가 명을 내려 어혈을 풀고 멍을 가라앉히는 약을 바르게 하겠다.”봉구안은 고개를 약간 숙이며 정중히 대답했다.“폐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서여국 황제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할 사람은 내가 아니겠느냐.”“그대의 계책이 아니었다면 내 계획대로 갔을 것이고, 그랬다면 많은 무고한 병사들이 희생되었을 것이다.”“이번 작전으로 피해를 줄였고, 조여란과 가짜 숙연까지 명분 있게 제거했으니 일석삼조가 아니겠느냐.”봉구안은 조심스럽게 말했다.“조여란이 동산국과 손잡고 남제를 멸하려 한 만큼, 동산국으로부터 적잖은 지원을 받았을 것입니다.”“그 자를 처단하기 전에 이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서여국 황제의 눈빛에는 차갑고 날카로운 기운이 번뜩였다.“그 말이 맞다. 이 일은 반드시 철저히 파헤칠 것이다.”서여국에서 반역과 군주 시해는 이미 죽음에 값하는 죄였다.게다가 외국과 결탁한 죄는 나라를 배신한 중죄였다.그녀는 이 중죄를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서여국 천옥.조여란은 형틀에 묶인 채 기운이 거의 다 빠진 상태였다.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린 그녀는 감옥을 직접 찾은 서여국 황제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폐하, 이렇게 무정하실 수 있습니까?”“제가 잘못한 건 많지만, 전장에서 함께 싸우며 폐하의 목숨을 구해드린 적도 있지 않습니까?”“또한, 쌍둥이 여동생을 찾아드린 것도 저입니다! 이런 공로를 생각하신다면 제 죄를 덜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서여국 황제는 냉소하며 말했다.“여동생이라니? 네가 조종하여 내 여동생 행세를 하게 만든 창부를 말하는 것이냐? 그런 자가 내 혈육이라 할
서여국 황제는 평온한 얼굴로 봉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잠시 후 궁으로 돌아가거라. 어의에게 너의 상태를 잘 살피게 하겠다."봉구안은 서여국으로 비밀 사절로 파견된 상태였고, 황제와 그녀의 심복 모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녀의 신분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황제의 호위병으로 알고 있을 뿐이었다.황제의 배려에 봉구안은 사양하려 했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모신이 먼저 물었다."폐하, 저 관료들은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황제는 조여란이 화살로 모두를 살해하려 했던 순간, 관료들 중 일부가 외쳤던 말을 떠올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조여란의 동조자는 모두 체포하고, 나머지는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라.""예, 폐하!"그 순간, 반역죄가 자신들에게 닥쳤음을 깨달은 관료들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폐하, 살려주십시오!""폐하! 순간의 실수였습니다!""폐하, 조여란의 강요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반란을 일으킬 마음은 없었습니다!""폐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그러나 서여국 황제는 이들의 간청을 전혀 듣지 않고 단호하게 명령했다."끌고 가거라!"그렇게 조여란의 동조자들은 모두 체포되었다."아아…" 숙연은 조여란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며 점점 불안에 휩싸였다. 그녀는 급히 몸을 떨며 말했다."저는 조여란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저 억울하게 끌려온 것뿐입니다."서여국 황제는 차갑고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억울하다고? 내가 본 건 너와 조여란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서여국 황제는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숙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머리를 저었다."아닙니다! 언니,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처음에는 조여란이 반역자인 줄도 몰랐습니다…"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여국 황제는 검을 뽑아 숙연의 목에 겨누며 비웃듯 말했다."아직도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구나?"숙연의 동공이 흔들리며 그녀는 급히 외쳤다."언니, 저… 저는 언니의 친동생입니다…!"그 순간, 황제는 매섭게 칼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