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아, 시연아...]은범의 목구멍이 막힌 듯 답답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시연의 이름만을 반복해서 부를 뿐.시연도 조용히 들으며 속으로 말하고 있었다. ‘은이야, 잘 있어.'그리고 2초 후, 먼저 전화를 끊었다. 묵묵히, 아무 말도 없이.진아는 조용히 시연을 살폈다. 친구는 베이스 메이크업을 한 얼굴이었지만, 그 위에는 건조한 흔적뿐이었다.시연은 울지 않았다.왜일까... 이 순간, 진아는 조금 마음이 쓰였다. 시연 때문이 아니라... 은범 때문이었다.시연은 얼굴을 들고 미소를 지었다.“선생님들, 통화 다 끝났어요. 계속해 주세요.”...하객들로 가득 찬 예식장.유건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때, 주지한이 유건의 뒤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노은범 사장님이 오셨습니다. 입구에서 경비들이 막고 있습니다.”그리고 잠시 망설이더니 덧붙였다.“그런데... 형수님이랑 통화한 것 같습니다.”‘오?’유건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 “아직도 문 앞에 서 있어?”“네.”그렇다면, 시연은 은범을 만나러 가지도 않았고, 들어오라고 하지도 않은 것이었다.유건은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계속 지켜봐. 그 외에는 신경 쓰지 말고.”“네.”...오늘은 결혼식을 올리기에 더없이 좋은 길일이었다. G시에서 내려오는 전통에 따라, 유건은 친구들과 함께 사주단자와 혼서를 지참한 중매인을 대동하여 신부의 집을 찾아야 했다.한편, 신부 측에서는 가족과 친지가 모여 이들을 정중히 맞이하고, 집 앞 마당 한가운데 마련된 상 위에 가지고 온 사주단자와 혼서를 올려두게 된다.그러나 유건과 시연의 결혼식은 집이 아닌 제남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러 전통적인 절차를 생략하고, 신랑 측을 대표하여 신랑인 유건이 사람들 앞에서 직접 혼서를 낭독하기로 했다.“첫째, 오늘을 시작으로 신랑 신부 두 사람이 정식으로 인연 맺음을 하늘에 고합니다.”“둘째, 두 가문이 이제 하나 되어 화목하기를 기원합니다.”“셋째, 길러주신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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