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형님!” 기환의 목소리는 짧고 단호했다. 곧바로 시연이 타고 있는 차량의 위치를 유건에게 전송했다.지동성이 마련해준 그 집은, 진아의 집과 멀지 않은 강울대병원 근처였다. 차는 조용히 단지로 들어섰고, 아파트 입구에 멈췄다.짐을 내려놓고, 지동성이 말했다. “열쇠 챙겼지? 난 여분이 없어.”“네, 있어요.” 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동성의 뒤를 따랐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용히 올라가는 길. 시연은 잠깐 숨을 고르며 문을 열었다. 현관을 들어서자, 센서 등이 켜졌다.그녀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하지만 첫 번째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리모델링이 끝난 이 집은, 깔끔한 가구들과 소프트한 조명, 따뜻한 톤으로 채워져 있었다.지동성은 짐을 안방에 옮겨놓고 물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네, 좋아요.” 시연은 솔직하게 말했다. ‘편안하다. 처음으로, 진짜 내 공간이 생긴 느낌이야.’“다행이네...” 지동성은 미소를 보였지만, 이내 얼굴을 찡그리며 복부를 살짝 감쌌다.그 순간, 시연이 눈치를 챘다. “몸이 안 좋으세요?”“괜찮아.” 그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물 좀 줄래? 약을 먹어야 해서.”“네.” 시연은 바로 부엌으로 가서 컵에 물을 담아 왔다. “여기요.”“고마워.” 지동성은 약병에서 몇 알을 꺼내 물과 함께 삼켰다.아버지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시연은 괜히 미안해졌다. ‘저 나이에, 병든 몸으로 나까지 도와주고... 뭐,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보다는 더 많이 해준 셈이네.’“조금 앉아서 쉬세요. 무리하시면 안 돼요.”“응.” 지동성이 소파에 조용히 앉으려는 순간, 벨소리가 울렸다. 띵동-두 사람 모두 놀라, 서로를 바라봤다.“누구지?” 시연은 조심스럽게 현관으로 다가갔다. 문을 열자마자, 긴 다리로 정갈하게 선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절제된 표정, 억눌린 듯한 웃음, 유건이었다.시연은 본능적으로 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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