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너머로 전해지는 시연의 말에, 유건의 감정은 점점 더 불안정해졌다. 아내에게 사고가 났다면, 자신은 남편으로서 당연히 걱정해야 했다. 하지만 시연은 기가 막히게도, 이런 상황에서도 유건을 미치게 했다. 특히 시연의 입에서 나온 ‘바쁘면 안 와도 된다’는 그 한마디.‘도대체 지시연 눈에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남편이었길래, 아내와 아이의 생사가 달린 상황에서도 무관심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분노가 극에 달한 순간, 유건은 오히려 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나한테 말은 왜 한 거야?]예상치 못한 반응에, 시연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담담하게 대답했다. “나중에 집에 갔을 때, 내가 없으면 찾을 것 같아서요...” ‘하. 참나...’ 유건은 소리 없이 비웃었다. ‘그래, 당연히 찾겠지.’ ‘하지만 내가 너한테 ‘그 정도 의미’밖에 안 되는 거야?’ 이 순간, 남자의 감정이 폭발했다. [지시연, 일부러 그러는 거지?][어제 일 때문인가? 일부러 날 엿먹이려고?] “뭐라고요...?” 시연은 어리둥절한 듯 반문했지만, 유건은 더 이상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이건 우연이 아니야.’‘이 여자, 지금 나를 벌주고 있는 거야!!’ ‘그래, 인정하지. 처음 잘못한 건 나니까.’ 유건은 겨우 분노를 억눌렀지만, 날카로운 말투로 말했다. [기다려. 곧 갈 테니까.] “네.” 전화를 끊고 나서도, 시연은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 ‘왜 저렇게 화를 내지? 내가 귀찮아서 그런 건가?’ ‘그럼 안 오면 되잖아. 난 와달라고 한 적 없는데.’ ‘...’ “시연아.” 은범이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잠시 밖에서 통화하느라 자리를 비웠던 모양이었다. 은범이 의자를 당겨 앉자, 시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은범아, 너 바쁘지 않아? 나 혼자 있어도 괜찮아.” 은범은 손목시계를 한 번 보고 나서, 태연하게 말했다. “고 대표님이 오면 갈게. 아마 곧 도착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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