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401 - Chapter 410

453 Chapters

제401화

“형님, 지동성 사장님께서 형수님을 찾아오셨어요... 그런데요, 형수님이 울고 계세요. 저한테도 화를 내셨고요...”유건은 조용히 끝까지 들었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알겠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네, 형님.”전화를 끊자마자, 유건은 핸드폰을 꽉 쥐었다.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자칫하면 핸드폰이 부러질 뻔했다.‘지, 동, 성... 간 이식이 필요하다며?’ ‘병세가 심각해서 죽기 일보 직전이라더니, 시연이를 찾아갔다고?’ ‘난 불안해서 시연이의 과거를 캐는 게 아니야.’‘우리는 결혼한 사이라고. 그런 인간과의 일은 이미 끝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나저나, 시연이가 울었다고?’ ‘아직도 그 인간을 신경 쓰는 건가?’‘대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눈물을 흘릴 만큼 가치 있는 관계였나?’머릿속이 복잡해진 유건은 일찍 퇴근해 강울대병원으로 시연을 데리러 갔다.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시연이 급히 내려왔다. 유건은 시연을 유심히 바라봤는데, 여자의 눈이 약간 부어 있었다. 시연은 확실히 울었다. 그것도 꽤 심하게. 유건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여자의 손을 잡았다. “오늘 바빴어?” “그럭저럭이요.” 시연은 더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기 일을 얘기해봤자, 유건은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그래.” 유건은 무심한 듯 물었다. “오늘은 누구를 만났어?” 이 질문은 너무 티가 났기에, 시연은 곧장 알아차릴 수 있었다. ‘기환 씨가 말해줬나 보네.’ “기환 씨가 말했줬어요?” “응.” 유건은 숨기지 않았고, 시연의 손을 천천히 주무르면서 말했다. “그 인간 만나서 무슨 얘기 했는데?” 그리고 한 손으로 시연의 긴 머리를 쓸어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기환 말로는 당신이 울었다던데, 그 인간 때문이야?” 시연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 사람 얘기를 꼭 해야 해요?” 순간, 유건의 얼
Read more

제402화

서재.유건은 심란한 마음에 담배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불을 붙이려다가 그대로 멈췄다. ‘시연이는 임신 중이잖아. 담배 냄새를 맡기 싫어서...’‘나한테 집 안에서는 담배 피우지 말라고 했었는데...’ ‘정 피우고 싶으면 베란다나 마당에 나가서 피우라고 했어.’ 이렇게 생각한 유건은 괜히 더 답답해져서, 손에 든 담배를 대충 던져버렸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주지한이었다. “무슨 일이야?” [형님.]지한의 목소리가 살짝 들떠 있었다. [이걸...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쯧.” 유건은 이미 짜증이 쌓인 상태였고, 질질 끄는 소리를 들을 여유가 없었다. “할 말 있으면 빨리 해. 안 할 것 같으면 전화는 왜 했어?” [네, 형님.] 지한은 더 이상 뜸을 들이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다만, 흥분한 기색을 숨기지는 못했다. [형님, 그 ‘머리핀’ 기억하세요?] ‘머리핀?’ 유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에 쥔 라이터를 굴렸다. “설마... 나비 머리핀?” [네, 형님.] 그때, 유건은 경매에서 낙찰받아 ‘나비 공주’에게 ‘나비 머리핀’을 선물했다. 그리고 그 ‘나비 머리핀’은, ‘나비 공주’와 연락이 끊긴 뒤, 유건이 유일하게 그녀를 찾아낼 수 있는 단서가 되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포기한 적 없지만, ‘나비 공주’에 대한 흔적은 물론, 그 ‘나비 머리핀’조차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시간이 지나면서, 유건은 어쩌면 두 사람의 인연이 거기까지였다고 체념했고,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그 일은 언급하는 거지? 혹시...?’“계속 말해.” 유건은 눈을 가늘게 뜨며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형님, 짐작하신 대로입니다. 그 ‘나비 머리핀’... 흔적을 찾았어요.] 유건의 목젖이 크게 움직였다. “어디서?” [얼마 전에, 그 머리핀이 암시장에 나왔습니다.]“흥!” 유건은 가볍게 코웃음
Read more

제403화

시연은 상황을 파악하고 왕성애에게 말했다. “제가 부를게요.” “그럼 저는 먼저 내려가서 준비할게요.” “네.” 시연은 몸을 돌려 서재 문 앞에 선 후,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 “문 안 잠갔어!” 낮고도 분명한 남자의 목소리... 그 안에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다. 시연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문을 밀고 들어갔다. 책상 뒤쪽, 유건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두 다리는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놓은 채. 그는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뭔가를 보고 있었지만,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바쁜 업무 중일지도 몰라서 시연은 다가가지 않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직도 바빠요? 밥은 먹어야죠.” 그러나 유건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안 먹어.” “왜요?” 시연은 유건의 고약한 성격을 익히 알고 있었다. ‘밥을 거르는 건... 정말 너무 유치하지 않나?’ “밥부터 먹어요. 어린애처럼 굴지 말고...” 그 말에 유건은 예상치 못한 듯 눈을 들었다. “오, 그럼 우리 지 선생님도 내가 떼쓴다는 걸 아는 건가?” “알죠.” 시연이 미간을 좁혔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모시러 온 거잖아요.” “그게 다야?” 유건이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럼 더 어떻게 해야 해요?” ‘이 사람, 대체 뭘 원하는 거지?’ 시연의 태도에 자극받은 유건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안 먹는다니까! 나가!” 그가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키며 고함쳤다. 그 소리에 시연은 두 걸음 물러섰지만, 곧바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안 먹으면 말든가! 대체 뭔데 이 난리야?’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밥 먹을 거예요, 말 거예요?” 이번에 유건은 대답조차 하지 않고, 아예 무시했다.‘그래... 알아서 해라.’ 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단호하게 돌아서 문을 열고 나갔다. 심지어 문까지 살짝 닫아주는 친절함까지 보였다. 문이 닫히는 순간, 유건은 한 초 정도 멍하니 굳
Read more

제404화

시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모님, 제가 한 번 더 가볼게요. 그런데 장담은 못 해요.” “당연히 효과가 있을 거예요! 유건 도련님, 지금도 사모님이 오셔서 달래주길 기다리고 계실 거라니까요!” 시연은 마지막 한 숟갈까지 국을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 위층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똑같이 문을 두드렸다. “또 무슨 일이야!!” 안에서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 거칠고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시연은 잠시 주저했지만, 그래도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안을 보자마자,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짧은 사이에 방 안은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얼마나 화가 난 거예요...?” 책상은 엉망이었고, 바닥엔 컴퓨터, 서류, 책, 재떨이, 장식품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 와중에 유건은 소파에 몸을 기댄 상태였다. 왼손 손가락 사이에는 담배 한 개비가 끼워져 있었고, 오른손엔 라이터를 쥐고 있었다. 라이터 뚜껑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반복하면서. ‘담배 피우고 싶은데, 참고 있는 건가...?’시연은 문득 깨달았다. ‘이 남자, 단 한 번도 내 앞에서는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것 같아.’ 이 생각이 드는 순간, 조금 전까지 느껴지던 불편한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래, 고유건 씨의 성질이 더러운 건 맞지만, 그만큼 세심한 면도 있는 건 인정해야 해.’ 시연은 조용히 다가가 남자 앞에 섰다. “내가 잘못했으니까 밥 먹어요, 네?” “오?” 유건이 비웃듯 낮게 웃었다. “뭘 잘못했는데?” “아이고...” 시연은 아주 작게 한숨을 내쉬고 조용히 말했다. “나랑 지동성,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앞으로도 그런 관계가 될 일은 절대 없을 거고요.” 그녀가 말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였다. 유건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예요. 대체 뭘 더 묻고 싶은 건데요?” 시연은 쓰게 웃었다. “그 사람, 그냥 내 오랜 지인일 뿐이에요. 당신이 생
Read more

제405화

마치 홀린 듯, 시연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손끝이 자연스레 유건의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들었고, 천천히 그에게 응답했다. 작은 불씨가, 순식간에 화르르 불타올랐다.그러다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시연이 나지막이 물었다. “배 안 고파요? 밥부터 먹어요, 네?” “응...” 유건 역시 더 이상 참을 자신이 없었다. 더 가면, 선을 넘어버릴 것 같았으니까.그는 그대로 시연을 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 문을 열고 나섰다. 문 앞에서 기다리던 왕성애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린 채 얼어붙었다.그녀는 한참이 지나도 시연이 내려오지 않길래, 혹시 두 사람이 싸우는 건 아닌가 걱정돼서 올라와 본 참이었다. ‘아니, 이건 대체 뭐야?!’ 하지만 곧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유건 도련님, 사모님... 저녁 준비 다 됐어요. 어서 내려가세요.” 시연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유건의 어깨를 치며 내려가려 했다. “내려줘요!” 하지만 유건은 태연하게 대꾸했다. “고생 많았어요, 이모님.” 그러면서도 품 안의 시연을 놓을 생각은 전혀 없는 듯했다. 그대로 그녀를 안고 계단을 내려갔다. “가만히 좀 있어. 부부가 집에서 좀 안고 있겠다는데,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해?” “됐어요! 난 당신처럼 뻔뻔하지 않다고요!!” 왕성애는 조용히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서재 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또 한 번 얼어붙었다. “어머나, 세상에!” 책상 위에 널브러진 서류들, 바닥에 떨어진 컴퓨터와 의자, 깨진 재떨이... ‘유건 도련님의 성질, 정말 장난 아니네...’ ‘저 난리를 치고도 꼭 껴안고 있다니...’‘젊은 부부, 참 다이내믹하네.’ 다음 날. 시연은 늦잠을 잔 뒤, 오후가 돼서야 강울대병원으로 출근했다. 오전에 쉬었던 만큼, 진료 시간이 되자 예약된 환자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음 환자분, 들어오세요.” 그녀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손짓하며, 컴퓨터에서 환자 정보를
Read more

제406화

유건에게 자신의 밉고 추한 모습을 들킬까 두려워서였을까? 소미는 결국 그렇게 떠나버렸고, 아예 포기해 버렸다. 왜냐하면 소미에게 체면이란, 자신을 낳아 기르고 스무 해 넘게 사랑해 준 아버지의 목숨보다도 중요한 것이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태연히 내뱉을 수 있지?' 시연의 눈빛이 서늘하게 식어갔다. 자신이 지동성을 구하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쳐도, 소미가 지동성을 모른 척한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소미는 진료실을 나와 두리번거렸다. 역시나,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정기환이 서 있었다.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고유건이 지시연한테 보디가드를 붙였다고?’ ‘그렇다면, 지금... 고유건한테 지시연이 그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건가?’ ‘그 남자, 나는 단 한 번도 그렇게 소중히 여긴 적이 없어!’ ...어느새 여섯 시 반이 되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시연은 마지막 환자까지 진료를 마쳤다. 다행히, 유건도 오늘은 꽤 바쁜 모양이었다. 둘은 일곱 시에 강울대 후문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시연은 짐을 정리하고 나서도 시간이 아직 여유로웠다. 여기서 강울대 후문까지는 걸어서 십 분이면 충분했다. 그녀는 어깨에 가방을 멘 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후문 앞, 바로 옆에는 작은 상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시연은 특별한 목적 없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한 베이커리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유리문 너머로 갓 구운 에그타르트를 진열대에 올려놓는 직원이 보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 아주 맛있어 보였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익숙한 저음과 함께 따뜻한 체온이 등 뒤에 닿았다. 시연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익숙한 페퍼민트 향의 오드콜로뉴. 바로 유건이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 품에 안긴 채 가리켰다. “저기, 에그타르트...” “먹고 싶어?” 시연은 한참을
Read more

제407화

“뭐 잃어버렸어요?” 시연도 궁금해했다. “라이터.” 유건이 손짓으로 크기를 가늠하며 말했다. “내가 평소에 쓰던 거.” “아...” 시연은 어렴풋이 기억났다. “집에 두고 온 거 아닐까요?” ‘어제저녁에 서재에서 본 것 같은데...’ “아니야.” 주머니를 뒤져보다가 결국 포기한 유건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회사에서 나올 때까진 있었어.” 그 라이터를 유건이 꽤 애착을 보이는 물건이었다. “할아버지가 내 생일 선물로 주신 거거든.” 그래서 그는 더 아쉬운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 있는 물건을 잃어버리면 속상할 수밖에 없으니까. “차 안에 두고 내린 거 아닐까요?” 시연은 먹던 에그타르트를 잠시 내려놓고 음식 포장 용기를 정리하며 말했다. “차에서 한번 찾아보자고요.” “그래.” 둘은 차로 가서 꼼꼼히 뒤져봤지만, 없었다. 유건은 한숨을 내쉬며 아직도 라이터를 찾고 있는 시연의 손을 붙잡았다. “됐어, 그만 찾자.” 그는 이미 잃어버렸다고 확신한 후, 찾지 않으리라 마음먹은 듯했다. 시연은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몰라 그냥 말없이 있었다. “뭐야, 왜 그렇게 멍한 표정을 지어?” 유건은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고, 에그타르트 포장박스를 열면서 말했다. “당신이 먹는 걸 방해했네. 어서 먹어. 식으면 맛없잖아.” 그러면서 옆에 있던 에그타르트의 겉 부분을 주워 입에 넣었다. 그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시연은 알았다. 그 라이터는 유건에게 정말 소중한 물건이었다. 그건 할아버지인 고상훈, 유건의 유일한 가족이 선물해 준 것이니까. ‘그런데, 이 사람의 생일이 언제였더라?’시연은 갑자기 아주 알고 싶어졌다.그날 밤. 본가로 돌아온 시연은 유건이 샤워하는 틈을 타 조용히 혼인관계증명서를 꺼냈다. 거기에 유건의 생년월일이 적혀 있었다. “18일...” 시연은 중얼거렸다. “곧이네?” 몰랐다면 모를까, 이제
Read more

제408화

시연이 가장 고민되는 건 역시 생일 선물이었다. ‘뭘 주면 좋을까?’ ‘그 사람한테 부족한 게 있긴 할까?’ ‘옷? 명품 시계...?’ 이런 것들은 유건이 필요하지도 않을뿐더러, 시연에게 살 돈조차 없을 터였다. 물론, 결혼 후 유건이 다시 시연에게 가족 카드를 넘겨주긴 했지만, 남편의 돈으로 선물을 사는 건, 시연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때, 문득 시연의 머릿속에 스친 생각이 있었다. ‘맞다! 라이터!’ 마침 얼마 전에 유건이 라이터를 잃어버렸으니, 그것이 가장 적합한 선물일 터였다. 게다가 라이터라면 아무리 명품이어도 터무니없이 비싸진 않을 테니, 웬만하면 시연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썩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았다. 유건이 잃어버린 건, 고상훈이 사준 것이었으니 말이다.‘의미가 중요한 물건이었는데, 단순히 새 걸로 대체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그녀는 점심때 임진아를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점심 약속을 잡고, 둘이 식당에서 만났다. 진아가 자기 카드로 계산하려 하자, 시연이 막으며 말했다. “내가 살게. 부탁할 게 있어서.” “오?” 진아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고, 트레이를 들고 자리 잡은 뒤에야 물었다. “그래서 무슨 부탁인데?” “너희 집 공장에 좀 들어가게 해주면 안 될까?” 시연은 진아 입에 미트볼 하나를 쏙 집어넣으며 말했다. “응?” 진아는 볼이 빵빵해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지.” 진아네 집은 작은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 크진 않지만, 생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재벌까진 아니어도 가족끼리 넉넉하게 살고 있었다. 그녀는 궁금한 듯 물었다. “근데 거긴 왜 가려고?” 공장에는 대부분 중장비가 있는데, 시연은 지금 임산부였다. “히히.” 시연이 눈을 빛내며 웃었다. “라이터 하나 만들려고.” 진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라이터? 그걸 왜 직접
Read more

제409화

유건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설마 확인 전화? 내가 어디서 사고라도 칠까 봐?]그는 짧게 웃고는 덧붙였다. [걱정하지 마. 당연히 집에 들어갈 거야.]유건은 이미 결혼한 몸이었으니, 늦더라도, 밤을 새우더라도, 결국 집에 돌아가 아내 곁에서 자야만 했다. 시연은 괜히 찔리는 마음에 말했다. “그럼, 먼저 끊을게요.” [그래, 잘 자.] 전화를 끊은 후, 시연은 생각에 잠겼다. ‘나는 단순히 확인차 전화한 게 아니야. 그 사람이 사고라도 칠까 봐 걱정해서 전화한 건 더더욱 아니고...’그 순간, 그녀는 뭔가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혹시 임신해서 예민해진 걸까?’ ‘그저 느낌이면 좋겠는데...’ 이태길.검은색 벤틀리가 길목에 멈춰 섰다. 이곳은 오래된 구도심이라 골목이 좁아 더 이상 차가 들어갈 수 없었다. “형님, 안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시면 됩니다.” 주지한이 조수석 문을 열며 말했다. 유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서 내렸고, 지한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며칠 전, 지한은 암시장에 ‘나비 머리핀’에 대한 조사를 부탁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드디어 정보를 얻었다. 지한은 상당한 금액을 들여 판매자의 정보를 사들였고, 거래 장소를 이곳으로 잡았다. 만남의 장소는 판매자가 지정했다. 연락도 철저히 온라인을 통해서만 이뤄졌고, 신원도 철저히 감췄다. 암시장 거래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형님, 저기입니다.” 눈앞에는 작은 찻집이 하나 있었다. 외관은 허름하고, 별 특징도 없어 보였다. 유건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지한은 유건을 곁에서 지켜보며, ‘형님’의 긴장한 기색을 알아챘다. ‘형님이 긴장하는 건 당연해.’ ‘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어쩌면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나비 공주’와 마주할 수도 있을 테니까.’ 지한은 유건이 소미와 시연 중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 몰라도, ‘나비 공주’만큼은 특별히
Read more

제410화

지한은 냉소를 지으며, 슬쩍 눈짓으로 출구 쪽을 가리켰다. “저희 쪽 사람들이 주 사장님을 경찰서에 넘길 겁니다. 어차피, 그 머리핀은 주 사장님의 것이 아니니까요.” 순간, 얼굴 굳은 주완식이 목이 타는 듯, 한 번 침을 꿀꺽 삼켰다. “어... 어떻게 알았습니까? 이게 내 것이 아니라는 걸?”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말하시죠!” 지한이 갑자기 날카롭게 소리쳤다. “말하겠습니다! 말하면 되잖아요!” 주완식은 겁을 먹고 덜덜 떨었다. 그는 애초에 평범한 중년 남성이었고, 강압적인 분위기에 약한 타입이었다. 그래서 지한이 따로 손을 쓸 필요도 없었다. “훔, 훔친 겁니다!” ‘훔쳤다고?’ 유건과 지한이 눈을 마주쳤다. 그 ‘나비 머리핀’이 정말 주완식의 것이 아니라면, 그의 가족이나 친구의 것도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유건이 말하기도 전에 지한이 먼저 질문을 던졌다. “누구한테서 훔친 거죠?” 유건은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 답을 기다리며 숨을 죽였다. “그, 그게...” 주완식은 난감한 듯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장난합니까?” “아, 아니요! 정말, 정말 모릅니다!” 주완식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더니 유건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누구 건지 알았으면, 애초에 훔치지도 않았을 겁니다!” “어디서 훔쳤죠?” “남자입니까, 여자입니까? 설마, 그것도 모르는 겁니까?” 이번엔 주완식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압니다.” 그는 기억을 더듬는 듯 말했다. “지하철에서 마주친 여자였습니다. 그때 화장품 파우치랑 같이 훔쳤는데, 처음엔 지갑인 줄 알았습니다. 아니, 최소한 핸드폰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헛소리 집어치우세요.” 지한이 유건의 표정을 살피고는 단호하게 끊었다.주완식이 제공하는 정보로는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었다.이 도시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 하루에 얼마나 많겠는가?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대체 어
Read more
PREV
1
...
3940414243
...
46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