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유건을 보면서 소미는 바로 눈치챘다. 지금 남자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소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 “응.” 유건은 짧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 소미 씨. 지금 당장 가봐야 해.” “미안하긴요.” 소미는 별것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우린 오랜 친구인데, 그런 걸로 사과할 필요 없어요. 급한 일 있으면 얼른 가요.” 유건은 그녀의 배려에 감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마워.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조심해서 가요!” 소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건이 사라지는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이어서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손안에 쥔 나비 머리핀을 서서히 꽉 쥐었다. ...차 안. 지한은 운전석에서 전화를 걸었다. “기환아, 형수님을 꼭 붙잡아 둬. 형님, 지금 가는 중이야.” 기환이 난감한 목소리로 답했다. [최대한 노력해 볼게.] 그러나 통화를 끝내기가 무섭게, 시연은 이미 문을 열고 나갔다. 기환은 순간 당황하며 급하게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형수님, 형님 곧 도착하십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시연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너무 늦었어요. 식사 시간도 훌쩍 지났으니, 저도 이제 들어가 봐야죠.” 기환은 속수무책이었다. ‘형수님을 강제로 붙잡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결국, 한숨을 삼키며 시연을 따라 차에 올랐다. ‘형님이 실수하신 건 맞지...’‘아무리 바빴다고 해도, 임신 중인 형수님을 두 시간이나 기다리게 하다니...’ 기환은 차를 몰며 지한에게 전화를 걸까 고민했지만, 마땅한 변명이 없었다. ‘오늘은... 형님이 잘못하신 거야.’ 두 사람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건이 도착했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건 텅 빈 테이블, 아직 꺼지지 않은 촛불, 치우지 않은 식기들.그리고... 텅 빈 의자.유건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고, 바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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