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421 - Chapter 430

441 Chapters

제421화

유건은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시연을 침대에 눕혔다.그리고 그녀를 자기 품속에 가두어, 다시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내 말 안 들려? 내가 절대 아내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왜 날 믿지 않는 거야?”시연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고 대표님, 당신이 도덕적 기준을 지킬 거라고 믿어요. 당신의 몸은, 나에 충실할 거라고요.”유건은 좋은 교육을 받았고, 도덕성과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이런 유건을 오래 봐왔기에 시연도 확신할 수 있었다.“하지만, 배신은 육체적인 것만이 아니에요. 마음의 배신도, 배신이에요.”뭔가 어색한 듯, 그녀는 말을 고쳐 잡았다.“아니, 내가 잘못 말했네요. 사실 당신의 마음도 애초부터 내 것이 아니었죠.”유건이 시연의 말을 끊었다.“지금 그렇게 말하는 거, 양심에 찔리진 않아?” ‘내가 이 여자에게 쏟아온 모든 진심이, 헛것이었단 말이야?!’“그래요.”시연은 솔직히 인정했다. “그렇게 말하는 건 좀 찔리는 것 같기도 하네요. 당신 마음은 나를 향하긴 했어요.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유건은 아무 말 없이 잠시 생각에 잠겼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결국 입을 열었다.“어떻게 해야 내 마음이 완전히 당신을 향한다고 생각할 건데?” ‘나는 진심으로 이 여자를 아내로 맞이했고, 함께 살아가려 했고...’ ‘이 여자와 배 속의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거야?’“몰라요.”시연은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절호의 순간이 오면, 당신이 다른 이유로 나와의 약속을 저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내 말이 틀렸나요?” 결국, 그녀는 오늘 밤 유건이 약속을 어긴 것을 원망하고 있었다.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바꿀 수는 없었다.유건은 시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베인 손가락을 바라보았다.“그런 얘긴 나중에 하고, 약부터 바르자.”그는 그렇게 말하며, 시연의 손을 놓고 침대에서 내려왔다.잠시 후, 약을 들고 돌아왔다.“칼에 베인 거야?”시연은 살짝 찡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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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미안해. 내 잘못이야. 벌 받을게.”...다음 날 아침.시연은 몽롱한 상태에서 손에 간지러운 느낌을 받았다.“뭐 하는 거예요?”그녀는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내가 깨운 거야?”유건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제 곧 나가야 해서 가기 전에 약 한 번 더 발라주려고. 다 바르면 다시 자. 깨어나서도 꼭 스스로 바르고. 하루 네다섯 번 정도.”“귀찮아 죽겠어요!”시연은 이불을 확 댕겨 얼굴을 덮어버렸다.유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하지만 다정하게 웃었다.시여의 성격은 그다지 까다로운 편이 아니었지만, 함께 지내다 보니 그녀가 기상 후 심한 짜증을 부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잠을 충분히 잤을 때는 괜찮지만, 덜 잤을 때는 아주 예민했다.“안 건드릴게. 푹 자.”...시연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전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오늘은 별다른 업무가 없었고, 강울대병원에 가서 서류만 제출하면 되는 날이었다.그녀는 준비를 마치고 기환의 차에 올라 강울대병원으로 향했다.서류를 제출한 후, 같은 팀 펠로우인 서성안이 그녀에게 근무 스케줄을 건넸다.“이게 우리 과 다음 주 야간 근무 일정이야. 가는 길에 외래 수간호사님께 전해줘.”“알겠어요.”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서류를 받아서 들었고, 외과 건물을 나와 외래 진료실로 향했다.그녀는 수간호사에게 스케줄을 전달한 후, 외과 진료실을 한 번 힐끗 바라보았다.오늘은 오준수와 김현진이 외래 근무 중이었다. 역시나 환자들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그때, 기환이 시연에게 달려왔다.“형수님,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금방이에요. 1분이면 돼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주시거나, 그냥 소리치시면, 제가 바로 달려올게요.”“알겠어요. 빨리 다녀와요.”기환은 늘 시연을 보호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심지어 식사나 화장실 가는 일조차 마음대로 못 할 때가 많았으니 말이다.“나 괜찮아요. 여긴 사람도 많잖아요.”“금방 다녀올게요!”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환을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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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은범이?”진짜 노은범이었다!“시연아, 괜찮...”은범이 갑자기 신음을 내뱉었다. 잘생긴 얼굴이 순간 일그러지며 고통에 찬 표정을 지었다.시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형수님!!”기환은 구조 요청 소리를 듣자마자 빛처럼 달려왔다. 화살처럼 뛰어 들어와 단숨에 칼을 든 남자를 제압했다.“가만있어! 움직이지 마!”기환은 순식간에 그 남자를 바닥에 눌러 제압했고, 피 묻은 칼이 남자의 손에서 떨어졌다.기환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단 몇 분,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형수님 다쳤다니?!’“형수님, 어디 다치셨어요?”“아, 아니에요. 난 괜찮아요.”시연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은범에게 돌렸다.은범은 왼쪽 허리를 부여잡고 있었고, 손가락 사이로 선홍빛 피가 흘러내렸다.시연은 즉시 판단을 내렸다.“은범아, 너 당장 응급실로 가야 해! 기환 씨, 도와줘요!”“네! 알겠습니다!”순식간에 병원 내부는 분주해졌고, 은범은 긴급히 응급실로 실려 갔다.마침 응급실 당직 중이던 의사는 시연의 동창인 김현진이었다.“상황은 좀 어때?”“허리에 자창이 있어. 개복 수술로 내부 확인이 필요해.”현진은 은범이 시연과 아는 사이라는 걸 알고,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방금 상처를 확인했는데 깊지는 않아. 심각한 문제는 없을 거야.”“고마워.”“별거 아닌데, 뭐. 바로 수술실로 옮길게.”시간을 지체할 틈도 없이, 은범은 응급실에서 바로 수술실로 이송되었다.시연도 은범을 따라 수술실로 향했다....한편, 구석에 있던 기환은 시연을 주시하며 유건에게 전화를 걸어 방금 벌어진 일을 보고했다.[칼을 든 남자?]유건의 이마가 깊게 주름졌다.[기환아, 너 요즘 너무 태만해진 거 아니야? 내가 뭐라고 했어? 한순간도 떨어지지 말라고 했잖아.]이 말에 기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옆에서 지한이 나서서 기환을 두둔했다.“형님, 기환이도 사람입니다. 모든 순간을 감시할 순 없죠.”즉, 실수할 수도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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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그래?'유건은 가슴이 점점 더 조여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마음 한쪽이 질긴 식초에 푹 담가진 것처럼 점점 쓰라려졌다.그가 말문을 열자마자,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그 사람이 널 구해줬으니까 감사한 거야? 아니면, 아직도 그 사람을 잊지 못한 거야?”시연은 당황하며 유건의 말을 곱씹었다.“내가 아직 은범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아이도 내팽개치고 여기서 기다리겠다는 걸 보면...”유건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내가 그렇게 의심하는 게 이상한 거야?”“하...”시연은 비웃음을 흘렸다. 그 순간, 소미의 머리에 꽂혀 있던 나비 모양의 머리핀이 문득 떠올랐다.‘이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나를 의심하는 거지?!’시연은 더 이상 해명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맞아요, 은범은 내 첫사랑이었어요. 우리 오랜 시간 함께했다고요. 쉽게 잊을 수 있는 기억은 아니죠.”유건이 갑자기 시연의 손목을 세게 잡자, 시연은 화들짝 놀라며 유건을 노려보았다. “고유건 씨!!”“드디어 인정하는 거야?”유건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그럼, 그렇게 좋아하는데 왜 헤어졌는데?”시연은 코웃음을 쳤다.“그 이유를, 정말 몰라서 물어요?”유건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그래, 당연히 나도 알지.’‘우리 할아버지 때문이라는 걸...’“그래, 알아.”유건은 낮고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하지만, 당신은 이미 내 아내야. 나랑 결혼한 이상, 다른 남자를 마음에 두는 건 용납할 수 없어. 절대, 안 돼!”그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시연을 번쩍 안아 올렸다.“지한아, 넌 여길 지켜. 난 네 형수를 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올 거야.”“네, 형님...”지한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유건은 이미 시연을 안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시연은 분노에 차서 남자의 가슴을 주먹으로 쳤다.“당장 내려놔요! 안 간다고 했잖아요!”하지만 유건은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내려놓으면, 그 남자를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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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갑자기, 시연의 웃음이 사라졌다.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당신, 정말 몰라서 그래요?”‘설마...’유건의 표정이 굳어졌다. ‘혹시...’“맞아요.”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바로 그거예요. 당신이 그 ‘나비 공주’에게 선물했다던 그 머리핀...”순간, 유건의 입이 바짝 말랐다. 혀가 꼬인 듯,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그리고 등줄기를 타고 차가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시연의 목소리는 가볍고도 차분했다.“그 여자를 봤어요. 축하해요. 당신, 드디어 그 ‘나비 공주’를 찾았네요.”여자의 눈빛은 묘하게 날카로웠다.한 글자, 한 글자씩.“장... 소... 미...”‘시연이가 모든 걸 알아버렸어!!’유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가 부정하기도 전에, 이미 시연은 모든 걸 알아챈 듯했다. 그 머리핀은 그녀가 사진으로만 봤던 것이었다.처음엔 바로 떠올리지 못했지만, 수술실 앞에서 유건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자, 시연은 모든 기억이 퍼즐처럼 맞춰졌다.“하아...”시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와서 뭐가 더 궁금하겠어?’‘이건 처음부터 고유건과 장소미만의 게임이었는데.’‘나는 단지, 우연히 엮여버린 존재일 뿐...’‘소설이라면? 나는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역 조연일 거야.’시연은 창가에 몸을 기대고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녀의 그런 태도에 유건은 불안해졌다.“여보.”그는 시연의 손을 잡았다.시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빼려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유건은 답답함에 한숨을 쉬며 설명을 이어갔다.“그래, 장소미가 ‘나비 공주’였어. 나도 어젯밤에야 알았어.”‘어젯밤?’‘그렇다면, 어제 약속을 어긴 이유가...’‘바로 ‘나비 공주’를 찾기 위해서?’‘이 둘은 정말, 얽히고설켜서 끝날 수 없는 사이인가?’시연의 가슴이 순간적으로 조여왔다.그러나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오히려,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렇군요. 정말 축하해요.”그녀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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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시연은 순간 당황했다.‘지금 뭐라고 한 거지?’‘뭐야, 이 말도 안 되는 남자!' 차가 본가로 들어섰고, 유건은 화가 난 채 차에서 내렸다.시연도 차 문을 열었지만, 다리를 내딛기도 전에 유건이 몸을 숙여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아무리 화가 나도, 방금 큰일을 겪은 아내를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유건은 시연을 안은 채 본관으로 들어갔고, 2층 침실까지 데려가 침대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이불을 끌어 덮어주는 남자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지만 손길만큼은 부드러웠다.“푹 쉬어.”유건이 말했다.“난 병원에 다녀올게.”그렇게 말한 후, 그는 등을 돌려 방을 나서며 조용히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다.방 안은 고요해졌다. 시연은 이불 속에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난 고유건의 다정함에 눈이 멀고, 마음마저 흐려졌던 거야.’ ‘장소미가 오늘 일부러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이제부터 나도 정신을 차려야 해!’‘특히 남편의 생일을 챙긴다거나 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해!’‘이런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과 다름없으니까.’...강울대병원에 도착했을 때, 은범은 이미 병실로 옮겨져 있었다.그것은 VIP 개인 병실이었다. 지한이 특별히 마련한 것이었다.다행히 은범은 큰 부상은 아니었고, 유건이 들어갔을 때 그는 의식이 또렷했다.은범은 문이 열리자 순간적으로 눈빛이 빛났지만, 그 사람이 유건임을 확인하는 순간 다시 가라앉았다.“고 대표님.”유건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시연이가 올 거라고 기대했던 거야?’유건은 비웃듯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우리 와이프가 아니라서 많이 실망했나 보군요.”“아닙니다.”은범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조금 놀랐을 뿐입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노 사장님, 긴장하지 마세요.”유건은 담담한 말투였지만,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집사람은 많이 놀라서 먼저 집에 가서 쉬고 있습니다.”“그리고 저는 노 사장님께서 저희 집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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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무슨 뜻이야, ‘의미 없다'는 게?]유건의 목소리가 한순간 싸늘해졌다.“그걸 모른다고요? 꼭 내가 하나하나 설명해 줘야겠어요?” 시연은 코웃음을 쳤다.“좋아요, 그럼 제대로 설명해 줄게요. 당신은 늘 어디 갔다 오는지 나한테 말해주지 않잖아요.” 그녀가 말하는 건, 유건이 그녀 몰래 소미를 만나러 간 일이었다.결혼 후 지금까지 총 세 번.“나는 이미 3번이나 봐줬어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믿지 않을 거예요. 당신한테서 진실을 들을 수 없는 이상, 이런 가식적인 일정 보고도 필요 없어요.”유건은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화가 치밀었다.‘내가 아내에게 전화한 게 잘못된 거야?’[마음대로 해!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앞으로 전화 안 할 테니까!]그렇게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시연은 핸드폰 내려놓고 피식 웃더니, 아무렇지 않게 다시 저녁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후, 바로 강울대병원에 가기로 했다.그녀가 집을 나서자마자 기환이 나타났다.“형수님, 이 시간에 어디 가시게요?”“강울대병원 좀 다녀오려고요.”“일 때문에요?”그녀는 숨길 생각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아니요, 은범이 좀 만나려고요.”그렇게 말하며 차에 올랐다.기환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가 모르는 사이 핸드폰 꺼내 지한에게 문자를 보냈다.[형수님, 노은범을 보러 간대...]차가 달리는 동안, 지한에게서 답장이 왔다.[형님이 그러는데, 절대 못 만나게 하래. 이번에도 못 막으면 고향 내려가서 농사나 지으래.]기환은 이를 악물었다.‘진짜 어렵네...'그는 어쩔 수 없이 결정을 내렸다.차가 병원 앞에 도착하자, 시연은 내리려 했다.하지만 차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기환 씨?”“형수님.”기환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죄송해요. 형님이 안 된다고 하셔서요.”“뭐라고요?”시연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가, 이내 냉소를 지었다.“내가 누구를 만나든 내 자유예요.”그녀는 문을 두드렸다.“기환 씨, 문 열어요.”“형수님,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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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한 번 만나야 하지 않겠어?”“직접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데. 다 고유건 때문이야. 너무 제멋대로야.”시연은 소파에 몸을 기대어 안고 있던 쿠션을 꼭 끌어안았다.생각하면 할수록 짜증이 치밀었다.“나, 오늘 밤에 여기서 자도 돼?”“완전 좋지!”진아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같이 누워서 실컷 얘기나 하자.”“좋아.”...한편, 건물 아래, 검은색 벤틀리가 천천히 멈췄다.유건은 시계를 들여다봤다. 밤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평소라면 시연이가 잠자리에 들 시간인데...’그는 차에서 내려 핸드폰을 들었고,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올려다본 5층 창문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무슨 일이에요?]“친구랑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어?”유건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낮게 말했다.술기운이 약간 올라온 상태였다.“나 지금 밑에 있어. 데리러 왔으니까 내려와.”[흥...]시연은 콧방귀를 뀌었다.[안 기다려도 돼요. 오늘 밤은 여기서 잘 거니까.]순간 유건의 손이 멈췄고, 미간이 깊게 주름졌다.“무슨 불만이든, 집에 가서 얘기하자. 이렇게 밤새 밖에 있는 건 말이 안 돼.”[뭐가 말도 안 되는데요? 난 여기 있고 싶은데요?] “지시연!!”[지금 화났어요? 그럼 화내요.]시연은 남자의 분노를 무시하며 태연하게 말했다.[당신이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건 잘 알지만, 문은 이미 잠겼는데 어쩌겠어요? 부수기라도 할 건가요?] 여기는 아파트 단지였고, 유건이 그런 짓을 할 리는 없었다.시연은 말끝을 흐리며 전화를 끊었다.유건은 핸드폰을 들고 멍하니 섰다.‘지금 뭐야? 그냥 끊는다고?'‘이대로 둘 수는 없어.’이렇게 생각한 그는 바로 계단을 올라 5층으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진아네 집 대문은 물론 내부 현관문까지 굳게 잠겨 있었다.“지시연, 문 열어!”그는 단호하게 문을 두드렸다. 한편, 안에서는 모든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진아가 조용히 물었다.“열어줄까?”“무시해. 곧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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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네, 그래요.”진아는 유건의 말에 순간 당황했다.‘집에서 보내온 음식이라니, 직접 가져온 것도 아니고...’“고 대표님.”그녀는 도저히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혹시, 밤새 여기 있었던 거예요?”“응.”유건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바라봤다.“그리고, 이 사실을 시연이한테 꼭 말해줘.”‘고 대표... 은근히 뻔뻔하시네.'...방 안, 시연은 침대 머리에 기대어 비몽사몽인 상태였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벌써 다녀왔어? 이렇게 빨리...”하지만, 그녀가 또렷하게 본 건 진아의 뒤를 따르는 사람이었다. 유건도 함께 들어온 것. 그는 태연한 얼굴로 보온 도시락을 테이블에 올려놓더니, 자연스럽게 침대 옆에 앉아 시연의 손을 잡았다.“일어났으면 아침 먹자. 내가 가져다줄까?”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당신, 여긴 왜 있어요?”유건은 대답 대신 진아를 바라봤다.“어...”진아는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시연아, 고 대표님이 밤새 밑에서 기다리셨대.”시연은 순간 멍해졌다.‘밤을 새웠다고? 이해가 안 되네.’“왜요?”“왜긴.”유건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정리해 주며 미소를 지었다.“내 와이프가 화나서 집에 안 가겠다고 하는데, 혼자 돌아가면 남자도 아니지.”이 말은, 일반적인 부부 사이에서라면 완벽하게 맞는 말이었다.하지만 시연의 눈엔 두 사람이 보통 부부가 아니었다.‘이 남자, 나를 그렇게까지 사랑하나?'‘이미 본인이 사랑하는 ‘나비 공주’를 찾지 않았나?'시연의 가슴이 순간적으로 빠르게 뛰었다.“멍하니 뭐 해?”유건은 이불을 걷어내고 그녀를 안아 식탁으로 옮겼고, 보온 도시락을 열어 아침을 세팅하며 말했다.“성애 이모님이 아침 일찍 만든 거야. 막 도착했으니 아직 따뜻해. 얼른 먹어.”“당신...”시연은 목이 잠긴 듯했다.“이모님께 부탁한 거예요?”“당연하지.”유건은 피식 웃었다.“나 아니면 누가 하겠어? 어서 먹어. 내가 계란 까줄게.”그는 손수 계란 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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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그런 일이 있었어?'시연은 순간 놀랐다. 그녀는 전혀 몰랐다.“보아하니, 고 대표님이 널 많이 아끼는 것 같아.”은범은 부드럽게 웃었다.“시연아, 너도 좋은 사람 옆에서 잘 살아야 해.”“너도 마찬가지야.”그녀는 문득 떠올랐다.“그런데 어제 강울대병원에는 왜 온 거였어? 어디 아팠던 거야?”순간, 은범의 표정이 약간 어색해졌다.하지만 그는 곧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픈 건 아니고, 그냥 비타민 좀 처방받으러 왔어.”‘비타민?’시연은 며칠 전 그가 약봉지에 넣어둔 수면제를 떠올렸다.‘혹시, 내가 잘못 본 건가?’“그래. 푹 쉬어. 나중에 다시 올게.”“응.”시연이 돌아서자, 유건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따라나섰다....병실을 나선 후, 시연은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고마워요.”“또 내가 싫어하는 말을 하는 거야?”유건이 눈썹을 살짝 들었다.조금 전에 은범이 사업 이야기를 꺼내는 걸 직접 들었으니, 라이벌이긴 해도, 은범이 최소한의 품위는 있는 남자란 걸 인정해야만 했다. “당신이 듣기 싫어도, 난 꼭 말해야 해요.”시연은 단호했다.“당신이 아니었으면, 난 또 은범이한테 빚을 졌을 거예요.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몰랐을 텐데...”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녀가 유건에게 진 빚이 더 커지는 셈이었다.“우린 부부고, 하나니까 그런 말은 필요 없어. 더 말하면 나 화낼 거야.”유건은 일부러 얼굴을 굳히더니, 여자의 손을 잡고 걸음을 재촉했다.시연은 순간 멍해졌다.‘부부는 하나?'‘그 말은, 나랑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건가?’...그동안 고상훈의 몸 상태는 아주 좋아졌다.양회청 교수의 진료 결과, 앞으로 2주 후에도 문제가 없다면 수술 일정을 고려해도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이 말을 듣고, 시연은 본격적으로 준비에 들어갔다.앞으로의 2주간의 생활 패턴, 식단 등 모든 사항을 주치의 및 담당 간호사와 함께 꼼꼼하게 조율했다.“너무 무리하지 마라.”고상훈은 시연이 너무 신경 쓰는 것 같아 조용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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