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건이 본 것은 시연이 가져온 꽃과 묘비 위의 사진이었다. 사진 속 여자는 젊었고, 눈매와 이목구비가 시연과 닮아 있었다.그는 시선을 아래로 내린 후, 묘비에 적힌 글귀를 읽었다. “하... 이제 모든 게 명확해졌네”유건은 냉소하며 발끝에서부터 냉기가 스며들었다.그리고 단숨에 시연이 오늘 찾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바로 ‘부명주’라는 사람이었으며, 그녀는 시연의 친어머니였다.그는 천천히 시연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분이 네가 말한 ‘어르신’이야?”남자의 눈빛이 차가웠다.“지금, 내 앞에서 한번 불러보지 그래? ‘이모’라고.” 시연은 눈을 감았다가 뜬 후,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엄마예요. 오늘은 엄마의 기일이고요.”“이제야 말하네?”유건의 분노가 폭발했다. 얼굴이 굳어지고, 감정이 격해져 제어할 수 없었다.그리고 짜증스럽게 발을 구르더니, 마지막엔 참지 못하고 욕설까지 터져 나왔다.“씨X, 난 완전 바보였네! 지시연, 넌 대체 나를 뭐로 생각하는 거야?”시연은 고개를 숙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시연, 난 네 남편이야!”법적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두 사람은 부부였다.결혼식도 했고, 부부로서 관계도 맺었다.그런데 장모 기일에, 묘지까지 왔으면서도 유건은 제지당하고 말았다.“설명해. 왜 거짓말했어? 왜 날 못 오게 했어?”시연은 두 손을 꼭 모아 쥐고, 천천히 말했다.“당신을 오게 하면... 우리 엄마한테 어떻게 소개해야 하죠?”“뭐...?”유건은 어이없어졌고, 시연은 이어서 말했다.“엄마한테 ‘이 사람이 내 남편이에요, 엄마의 사위예요’라고 해야 하나요?”“아니, 당연한 거잖아.”유건이 답했다.“하지만...”시연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난 일 년에 최소 다섯 번은 여기에 와요. 설, 한식, 추석, 그리고 생일이랑 기일...”그러다 목소리가 서늘해졌다.“그런데 다음번에 올 때, 내가 혼자라면요...?”“여보...”유건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그러나 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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