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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Author: 임공
“은범이?”

진짜 노은범이었다!

“시연아, 괜찮...”

은범이 갑자기 신음을 내뱉었다. 잘생긴 얼굴이 순간 일그러지며 고통에 찬 표정을 지었다.

시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

“형수님!!”

기환은 구조 요청 소리를 듣자마자 빛처럼 달려왔다. 화살처럼 뛰어 들어와 단숨에 칼을 든 남자를 제압했다.

“가만있어! 움직이지 마!”

기환은 순식간에 그 남자를 바닥에 눌러 제압했고, 피 묻은 칼이 남자의 손에서 떨어졌다.

기환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단 몇 분,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형수님 다쳤다니?!’

“형수님, 어디 다치셨어요?”

“아, 아니에요. 난 괜찮아요.”

시연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은범에게 돌렸다.

은범은 왼쪽 허리를 부여잡고 있었고, 손가락 사이로 선홍빛 피가 흘러내렸다.

시연은 즉시 판단을 내렸다.

“은범아, 너 당장 응급실로 가야 해! 기환 씨, 도와줘요!”

“네! 알겠습니다!”

순식간에 병원 내부는 분주해졌고, 은범은 긴급히 응급실로 실려 갔다.

마침 응급실 당직 중이던 의사는 시연의 동창인 김현진이었다.

“상황은 좀 어때?”

“허리에 자창이 있어. 개복 수술로 내부 확인이 필요해.”

현진은 은범이 시연과 아는 사이라는 걸 알고,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방금 상처를 확인했는데 깊지는 않아. 심각한 문제는 없을 거야.”

“고마워.”

“별거 아닌데, 뭐. 바로 수술실로 옮길게.”

시간을 지체할 틈도 없이, 은범은 응급실에서 바로 수술실로 이송되었다.

시연도 은범을 따라 수술실로 향했다.

...

한편, 구석에 있던 기환은 시연을 주시하며 유건에게 전화를 걸어 방금 벌어진 일을 보고했다.

[칼을 든 남자?]

유건의 이마가 깊게 주름졌다.

[기환아, 너 요즘 너무 태만해진 거 아니야? 내가 뭐라고 했어? 한순간도 떨어지지 말라고 했잖아.]

이 말에 기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옆에서 지한이 나서서 기환을 두둔했다.

“형님, 기환이도 사람입니다. 모든 순간을 감시할 순 없죠.”

즉, 실수할 수도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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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건이 본 것은 시연이 가져온 꽃과 묘비 위의 사진이었다. 사진 속 여자는 젊었고, 눈매와 이목구비가 시연과 닮아 있었다.그는 시선을 아래로 내린 후, 묘비에 적힌 글귀를 읽었다. “하... 이제 모든 게 명확해졌네”유건은 냉소하며 발끝에서부터 냉기가 스며들었다.그리고 단숨에 시연이 오늘 찾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바로 ‘부명주’라는 사람이었으며, 그녀는 시연의 친어머니였다.그는 천천히 시연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분이 네가 말한 ‘어르신’이야?”남자의 눈빛이 차가웠다.“지금, 내 앞에서 한번 불러보지 그래? ‘이모’라고.” 시연은 눈을 감았다가 뜬 후,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엄마예요. 오늘은 엄마의 기일이고요.”“이제야 말하네?”유건의 분노가 폭발했다. 얼굴이 굳어지고, 감정이 격해져 제어할 수 없었다.그리고 짜증스럽게 발을 구르더니, 마지막엔 참지 못하고 욕설까지 터져 나왔다.“씨X, 난 완전 바보였네! 지시연, 넌 대체 나를 뭐로 생각하는 거야?”시연은 고개를 숙였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시연, 난 네 남편이야!”법적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두 사람은 부부였다.결혼식도 했고, 부부로서 관계도 맺었다.그런데 장모 기일에, 묘지까지 왔으면서도 유건은 제지당하고 말았다.“설명해. 왜 거짓말했어? 왜 날 못 오게 했어?”시연은 두 손을 꼭 모아 쥐고, 천천히 말했다.“당신을 오게 하면... 우리 엄마한테 어떻게 소개해야 하죠?”“뭐...?”유건은 어이없어졌고, 시연은 이어서 말했다.“엄마한테 ‘이 사람이 내 남편이에요, 엄마의 사위예요’라고 해야 하나요?”“아니, 당연한 거잖아.”유건이 답했다.“하지만...”시연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난 일 년에 최소 다섯 번은 여기에 와요. 설, 한식, 추석, 그리고 생일이랑 기일...”그러다 목소리가 서늘해졌다.“그런데 다음번에 올 때, 내가 혼자라면요...?”“여보...”유건은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그러나 시연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45화

    “...미안하다.”지동성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아빠가 잘못했다. 깊이 생각하지 못했어.”“됐어요.”시연은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사과한다고 우주가 다치기 전으로 돌아가나요?”“시연아... 아, 맞다.”지동성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지갑을 꺼내어 카드를 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지난번에 주려던 거야. 받아.”시연이 움직이지 않자, 그는 다시 설득했다.“필요할 거야.”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렇게 중요한 날에 너 혼자 왔구나. 고 대표는 네 곁을 지키지 않았어, 그 말인즉슨, 그 사람은 널 충분히 아끼지 않는다는 거야. 그런 두 사람의 관계가 오래갈 것 같니? 고씨 가문을 떠나게 되면, 너는 돈이 필요할 거야.” 시연은 잠시 흔들렸다.왜냐하면 지동성이 한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사실 따지고 보면, 지동성 집안의 재산 중에는 시연과 우주의 몫도 있는 게 맞았다.“시연아, 받아. 거절하지 말고.”그때, 뒤에서 깊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럴 필요 없습니다.”...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시연은 긴장했다.뒤를 돌아보자, 유건의 모습이 보였다.그녀는 반사적으로 유건의 앞을 가로막았다.즉, 묘비를 보지 못하게 하려는 듯했다.“왜 왔어요? 기다리라고 했잖아요.”유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왜 오면 안 되는데?”‘안 왔으면, 내 와이프 딴 남자한테 뺏겼을지도 몰라.’그는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었다.멀리서도 지동성이 서 있는 걸 볼 수 있었고, 두 사람이 얘기하는 것도 알 수 있었다.처음에는 시연과 지동성이 친척과 같은 관계라고 하니, 지동성이 두 마디 정도하고 간다면 유건도 이해할 참이었다. ‘가족 같은 사이니까, 그냥 몇 마디 하는 거겠지.’하지만, 지동성은 계속 떠날 기미가 없었다.‘뭐야, 카드까지 내밀고 있잖아?’유건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는 시연의 손목을 잡아 그녀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그리고 지동성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 사장님, 아내도 따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44화

    ‘이 꽃, 누구한테 주려는 거지?’“다 준비됐습니다.”가게 주인이 꽃다발을 건넸다.“감사합니다.”“결제는 어떻게 하시겠어요?”“여기요, 고객님.”유건은 핸드폰을 꺼내 QR코드를 스캔해 결제했다....꽃집을 나서며, 유건이 손을 내밀었다.“내가 들게.”“괜찮아요.”시연은 고개를 저었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꺼냈다.“다른 일 없어요? 나는 기환 씨랑 가도 돼요.”“응?”유건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기환이랑 나랑 같아?”“아니요.”시연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그냥, 당신이 지루할까 봐요.”그는 꽃을 받아 들었다.“성묘 가는 거야?”“짐작했어요?”“하.”유건은 코웃음을 쳤다.“국화에 카네이션까지 샀는데, 너무 티 나잖아. 근데 누구 성묘야? 오늘은 무슨 날도 아니잖아.”“아는 어르신이에요.”시연의 목소리가 떨렸다.“날 많이 아껴 주셨던 분이죠.”“그럼 가자.”유건은 그녀의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딱히 할 일도 없으니까, 같이 갈게.”시연은 거절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차는 도시 서쪽에 있는 주선교의 하늘길 묘원에 멈췄다.도착하자마자, 시연이 입을 열었다.“혼자 올라갈게요. 당신이랑 기환 씨는 여기서 기다려줘요.”“안 돼.”유건은 단칼에 거절했다.“당신, 정말 정신 안 차릴 거야? 납치, 교통사고, 그것도 모자라 흉기 상해까지... 그동안 몇 번이나 당했는데, 정말 안 무서워?”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오늘은 나 혼자 가야 해요.”그녀는 계속 고집을 부렸다.유건은 타이르고 싶었지만, 시연이 그의 소매를 살짝 잡아 흔들었다.“딱 이번 한 번만...”그는 한숨을 쉬었다. 시연이 이렇게 나올 때면, 그는 결국 져줄 수밖에 없었다.“좋아, 대신 우리 눈에 보이는 곳까지만 가. 알겠지?”“그래요.”...차에서 내린 시연이 앞장서 걸었다.유건과 기환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그녀를 지켜봤다.점점 언덕을 오르자, 시연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43화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른다고요?”시연은 이를 꽉 물었다. 입을 떼자마자, 감정을 억누를 수 없이 목소리가 떨렸다.“그럼 알 필요 없어요! 하지만 지 사장님께 딱 하나만 부탁할게요. 죽을 거면 빨리 죽으세요.” “지 사장님께서 저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제가 지 사장님의 제사상은 차려줄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게 말하고, 단번에 전화를 끊었다.시연은 바로 고개를 들고, 눈을 깜빡였다.그리고 눈물이 차오르는 걸 억지로 억눌렀다. ‘우주 말고는, 지동성이든 고유건이든, 누구도 내 눈물을 볼 자격이 없어. 단 한 방울이라도!’...그렇게 이틀이 흘렀다.시연은 계속 병원에서 동생을 지켰다.다행히 우주의 머리 상처는 크지 않았고, 매일 약을 바르고 항생제만 맞으면 됐다.유건이 불러온 정신과 교수는 실력자이기 때문에, 우주의 상태는 예상보다 더 빠르게 나아지고 있었다.비록 아직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주의 심리적 치유는 서두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고, 천천히, 꾸준히 나아가야 하는 것이었다. ...오전 10시.우주의 항생제 투여를 확인한 후, 시연은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우주야, 누나는 잠깐 나갔다 올 거야. 오늘은 같이 있을 수 없어.”“누나가 어디 가는지 궁금하지 않아?”그녀는 혼잣말하듯 말했지만, 우주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엄마를 보러 가.”그 순간, 시연의 눈가가 촉촉해졌다.그녀는 우주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우주는 저항하지 않았다.이건 무의식적으로 누나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었다.‘엄마...’시연의 목소리가 떨렸다.“우주야, 엄마 기억나?”우주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그렇구나. 기억이 안 나는구나.”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럴 만도 해. 엄마가 떠났을 때, 우주는 아직 돌도 안 지난 아기였으니까.”시연이 손을 거두려는 순간, 우주가 갑자기 누나의 손을 붙잡으며 누나를 바라봤다.소년의 눈빛은 간절했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누나, 가지 말까?”시연은 깜짝 놀라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42화

    우주는 즉시 입을 떼지 않았다.유건도 재촉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기다렸다.시간이 조금씩 흐르며, 우주는 서서히 힘을 풀었다.그제야 소년의 이가 천천히 팔에서 떨어졌다.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히 다가왔고, 시연은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가 우주를 안았다.“우주야, 괜찮아. 누나가 있어. 누나가 여기 있어.”우주는 아까보다 한층 조용해졌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적어도 더 이상 저항하지는 않았다.“사모님, 우주 군에게 진정제를 투여하고 상담 치료를 진행해야 합니다.”“네, 그렇게 해주세요.”시연은 우주를 천천히 놓아주며 의사와 간호사에게 맡겼다.그런데 돌아서자마자, 유건이 팔을 움켜쥐고 있었다.피가 남자의 손가락 사이로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이쪽으로 와요.”시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유건의 팔을 붙잡고 소파로 데려갔다.“기다려요.”다행히도 병원이었기에 필요한 물품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시연은 간호사에게 소독 키트를 받아왔다.그녀가 상처를 살펴보니, 우주가 제대로 힘을 준 게 확실했다.살갗이 깊게 파이고, 양쪽으로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조금만 더 오래 물었더라면, 살점이 뜯겨 나갔을지도 모른다.이것이 두 번째였다.우주 때문에 유건이 다친 것이.유건의 팔에는 아직 다 낫지 않은 화상 자국이 있었다.시연의 눈가가 붉어졌다.그녀는 감사함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소독솜을 들고 조심스럽게 상처를 닦아냈다.“좀 아플 거예요. 너무 아프면 말해요. 살살할게요.”“괜찮아, 안 아파.”유건은 태연하게 말했다.그러나 이내 시연의 눈가가 붉어진 걸 보고, 그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이 여자... 지금 나 때문에 우는 거야?’“여보.”유건은 목이 메어 시연을 불렀다.그리고 다치지 않은 팔로 그녀를 가볍게 끌어안았다.시연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왜 그래요?”“나 아파.”시연은 당황했다. “아까 안 아프다고...?”“아파, 엄청 아파.”“그 정도예요?”시연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41화

    기환은 깜짝 놀라며 급히 말했다.“오늘, 장소미 씨가 형수님한테 말하는 걸 들었어요. 형님이랑 오늘 만나서 점심 약속을 하셨다고...”유건은 순간 굳어졌다.‘뭐라고?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이제야 알 것 같았다. 왜 시연이 자신에게 차갑게 대했는지.그녀가 왜 그렇게 거리감을 두었는지.유건의 가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진작에 말했어야지!’“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기환은 억울한 얼굴로 변명했다.“기회가 없었어요...”‘형님은 형수님 곁을 지키거나, 장소미 씨와 대화하고 계셨으니...’‘내가 감히 앞에 끼어들 수가 없었던 거지...’유건은 깊은숨을 내쉬었다.그래도 이 사실을 기환이 말해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는 계속 아무것도 모른 채 헤맬 뻔했다....“아악!”병실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곧이어 쏟아지는 물건 소리, 난장판이 된 소리가 들려왔다.“우주야!”이어지는 건 시연의 다급한 목소리와 억눌린 울음.“누나야! 우주야, 누나 좀 봐! 제발...!!”유건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병실로 뛰어 들어갔다.그리고 마침 넘어지려는 시연을 붙잡았다.“괜찮아? 얼른 앉아!”“괜찮아요.”시연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그럼 어떻게 해야 안 괜찮은 건데?”병실 안에서는 간호사와 의사, 그리고 방금 도착한 정신과 교수가 우주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아무도 소년을 막을 수 없었다.우주는 이미 통제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누나를 밀쳐낼 리 없을 테니까. 유건은 단호하게 말했다.“여보, 날 믿어. 우주는 내가 맡을게.”시연은 입술을 앙다물었다.그러나 결국, 유건이 우주를 맡겠다고 하자, 한 발짝 물러났다.“그래.”유건은 시연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였다.그런 뒤, 곧장 우주에게 다가가 소년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아악...!!!”우주는 더욱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유건은 흔들리지 않았다.“우주야, 나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40화

    “아니에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그냥 내 말 들어.”유건은 단호했다.“민환이 데려다줄 거야. 이미 충분히 복잡해졌어. 더 걱정하게 만들지 마, 응?”“알겠어요.”소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를 보내고 나서도, 유건의 미간은 펴지지 않았다.소미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장 여사가 혼자 있는 우주를 발견했다? 우주는 왜 혼자 있었던 거지?” ‘그 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병실은 고요했다.우주는 약물로 인해 깊이 잠들어 있었고, 시연도 침대 옆에서 고개를 숙인 채 잠들어 있었다.유건은 조용히 다가가 시연을 안아 올려 옆에 있는 보호자 침대에 눕혔다.“으음.”시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흐느적거렸다.순간, 유건은 긴장했다. 시연을 깨운 줄 알고 멈칫했지만, 다행히도 다시 조용해졌다.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여자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그때, 시연이 희미하게 신음했다.“엄마...”유건의 손길이 멈췄다.그녀는 다시 한번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엄마... 엄마... 으흑...”끝내 억누른 듯한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눈을 감은 채, 시연의 눈가에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우리 와이프가...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구나.’사람은 가장 약해지고, 슬프고, 무력할 때 본능적으로 어머니를 찾는다.유건은 여자의 깨끗한 얼굴 위로 흐르는 눈물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렸다.그는 결국 시연 곁에 누워,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았다.그리고 한 손으로 시연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아주 부드럽고도 인내심 있는 손길이었다.점차 시연의 떨림이 잦아들었고, 마침내 조용히 눈을 떴다.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그녀는 그 불편함에 손을 올려 닦으려 했다.“손으로 닦지 마.”유건이 시연의 손을 붙잡고,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내가 닦아줄게.”남자의 손길은 조심스러웠다.시연은 훨씬 편안해졌다. 하지만 정신이 또렷해지자, 이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39화

    시연의 손목이 단단히 잡혔다.유건이 그녀를 붙잡고 말했다.“앉아.”시연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그는 애타고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한마디 했다고 그렇게까지 날 몰아붙여야 해? 내가 우주를 신경 안 쓴다고? 당신, 정말 몰라서 이러는 거야, 아니면 일부러 날 화나게 하려는 거야?”시연은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유건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우주 상태는 깨어나야 정확히 알 수 있어. 나도 함께할 거야. 당신 곁에서 우주를 지킬게, 응?”“당신...?”시연이 비웃듯 눈썹을 올렸다.“그럴 시간이나 있어요? 고 대표님은 아주 바쁘신 분이잖아요.”그런 냉소적인 태도에, 유건은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이해하고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있어,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낼 거야.”그는 시연을 부드럽게 눌러 앉혔다.“그러니까 지금은 일단 밥 좀 먹어. 응?”“싫어요!”유건은 미간을 좁혔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는 분명 잘못한 게 없었고, 도착했을 때 소미와 말을 섞지도 않았다.그런데도 시연은 마치 자신에게 큰 원한이라도 있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대체 뭐가 문제지?’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은 달래는 게 우선이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먹을래?”“간단해요.”시연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내 앞에서 사라져 줘요. 당신 얼굴만 안 보면, 나도 식욕이 생길 거예요.”유건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억눌렀다.두 손을 꼭 쥐고,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래, 갈 테니까 꼭 먹어.”그는 돌아서서 나갔다.그 순간, 시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식기를 들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유건은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그러나 동시에 서운함이 밀려왔다.‘내가 그렇게까지 역겨운 존재야?’그는 잘못한 게 없었다.그리고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한 가지가 있었다. ‘우주가 왜 지 사장 집에서 다친 채 발견된 거지?’이런 생각을 하는 동시에 시연의 눈빛을 떠올렸다.‘시연이의 그 눈빛... 단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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