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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Author: 임공
‘애초부터 장소미와 함께 보낼 생각이었겠지.’

시연은 씁쓸하게 웃었다.

‘앞으로는 괜히 헛수고하지 말자.’

‘괜히 마음 쓰고 노력해 봤자, 정작 본인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결국 나만 바보 되는 거잖아.’

불필요한 감정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그녀는 조용히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조용했던 방 안, 문 쪽에서 철컥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시연은 즉시 몸을 돌려, 반사적으로 상체를 일으켰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불빛이 환하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방 안으로 들어온 유건은, 손에 쥐고 있던 열쇠를 소파 위에 툭 던졌다.

‘맞네, 여기... 저 사람 집이었지?’

‘내가 문을 잠근다고 해서 이 사람이 못 들어올 리가 없잖아.’

시연은 순간적으로 잊고 있던 현실을 떠올렸다.

유건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더니, 침대 위에 편하게 앉았다.

“날 못 들어오게 해? 그럼 난 어디서 자라고?”

그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이 방은 우리 방이야. 반반씩 나눠 써야지.”

시연은 남자를 몇 초 동안 바라보다가, 곧장 침대에서 내려와 일어섰다.

“그럼 당신이 여기서 자고, 난 다른 방에서 잘게요.”

그러고는 바로 문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손목이 단단히 붙잡혔다.

“손님방은 안 치웠어.”

유건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설마, 이 시간에 성애 이모를 깨울 생각이야?”

그 말에, 시연은 순간 망설였다.

‘하긴, 나도 남한테 폐 끼치는 걸 싫어하긴 하는데.’

하지만 바로 대안을 찾았다.

“그럼 서재에서 잘게요.”

“안 돼.”

그 순간, 유건이 팔을 당겨 그녀를 품 안에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가슴팍에 파묻힌 시연.

남자의 목소리가 살짝 낮아졌다.

“여보, 오늘 내 생일이야. 그냥 한 번만 용서해 주면 안 될까?”

‘지금 이걸... 핑계라고 하는 거야?’

시연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

“이런 말... 다른 사람한테는 통할지 몰라도,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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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21화

    유건은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시연을 침대에 눕혔다.그리고 그녀를 자기 품속에 가두어, 다시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내 말 안 들려? 내가 절대 아내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왜 날 믿지 않는 거야?”시연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고 대표님, 당신이 도덕적 기준을 지킬 거라고 믿어요. 당신의 몸은, 나에 충실할 거라고요.”유건은 좋은 교육을 받았고, 도덕성과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이런 유건을 오래 봐왔기에 시연도 확신할 수 있었다.“하지만, 배신은 육체적인 것만이 아니에요. 마음의 배신도, 배신이에요.”뭔가 어색한 듯, 그녀는 말을 고쳐 잡았다.“아니, 내가 잘못 말했네요. 사실 당신의 마음도 애초부터 내 것이 아니었죠.”유건이 시연의 말을 끊었다.“지금 그렇게 말하는 거, 양심에 찔리진 않아?” ‘내가 이 여자에게 쏟아온 모든 진심이, 헛것이었단 말이야?!’“그래요.”시연은 솔직히 인정했다. “그렇게 말하는 건 좀 찔리는 것 같기도 하네요. 당신 마음은 나를 향하긴 했어요.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유건은 아무 말 없이 잠시 생각에 잠겼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결국 입을 열었다.“어떻게 해야 내 마음이 완전히 당신을 향한다고 생각할 건데?” ‘나는 진심으로 이 여자를 아내로 맞이했고, 함께 살아가려 했고...’ ‘이 여자와 배 속의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거야?’“몰라요.”시연은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절호의 순간이 오면, 당신이 다른 이유로 나와의 약속을 저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내 말이 틀렸나요?” 결국, 그녀는 오늘 밤 유건이 약속을 어긴 것을 원망하고 있었다.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바꿀 수는 없었다.유건은 시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베인 손가락을 바라보았다.“그런 얘긴 나중에 하고, 약부터 바르자.”그는 그렇게 말하며, 시연의 손을 놓고 침대에서 내려왔다.잠시 후, 약을 들고 돌아왔다.“칼에 베인 거야?”시연은 살짝 찡그리며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22화

    “미안해. 내 잘못이야. 벌 받을게.”...다음 날 아침.시연은 몽롱한 상태에서 손에 간지러운 느낌을 받았다.“뭐 하는 거예요?”그녀는 짜증스럽게 중얼거렸다.“내가 깨운 거야?”유건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제 곧 나가야 해서 가기 전에 약 한 번 더 발라주려고. 다 바르면 다시 자. 깨어나서도 꼭 스스로 바르고. 하루 네다섯 번 정도.”“귀찮아 죽겠어요!”시연은 이불을 확 댕겨 얼굴을 덮어버렸다.유건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하지만 다정하게 웃었다.시여의 성격은 그다지 까다로운 편이 아니었지만, 함께 지내다 보니 그녀가 기상 후 심한 짜증을 부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잠을 충분히 잤을 때는 괜찮지만, 덜 잤을 때는 아주 예민했다.“안 건드릴게. 푹 자.”...시연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오전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오늘은 별다른 업무가 없었고, 강울대병원에 가서 서류만 제출하면 되는 날이었다.그녀는 준비를 마치고 기환의 차에 올라 강울대병원으로 향했다.서류를 제출한 후, 같은 팀 펠로우인 서성안이 그녀에게 근무 스케줄을 건넸다.“이게 우리 과 다음 주 야간 근무 일정이야. 가는 길에 외래 수간호사님께 전해줘.”“알겠어요.”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서류를 받아서 들었고, 외과 건물을 나와 외래 진료실로 향했다.그녀는 수간호사에게 스케줄을 전달한 후, 외과 진료실을 한 번 힐끗 바라보았다.오늘은 오준수와 김현진이 외래 근무 중이었다. 역시나 환자들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그때, 기환이 시연에게 달려왔다.“형수님,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금방이에요. 1분이면 돼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주시거나, 그냥 소리치시면, 제가 바로 달려올게요.”“알겠어요. 빨리 다녀와요.”기환은 늘 시연을 보호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심지어 식사나 화장실 가는 일조차 마음대로 못 할 때가 많았으니 말이다.“나 괜찮아요. 여긴 사람도 많잖아요.”“금방 다녀올게요!”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환을 기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23화

    “은범이?”진짜 노은범이었다!“시연아, 괜찮...”은범이 갑자기 신음을 내뱉었다. 잘생긴 얼굴이 순간 일그러지며 고통에 찬 표정을 지었다.시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형수님!!”기환은 구조 요청 소리를 듣자마자 빛처럼 달려왔다. 화살처럼 뛰어 들어와 단숨에 칼을 든 남자를 제압했다.“가만있어! 움직이지 마!”기환은 순식간에 그 남자를 바닥에 눌러 제압했고, 피 묻은 칼이 남자의 손에서 떨어졌다.기환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단 몇 분,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형수님 다쳤다니?!’“형수님, 어디 다치셨어요?”“아, 아니에요. 난 괜찮아요.”시연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은범에게 돌렸다.은범은 왼쪽 허리를 부여잡고 있었고, 손가락 사이로 선홍빛 피가 흘러내렸다.시연은 즉시 판단을 내렸다.“은범아, 너 당장 응급실로 가야 해! 기환 씨, 도와줘요!”“네! 알겠습니다!”순식간에 병원 내부는 분주해졌고, 은범은 긴급히 응급실로 실려 갔다.마침 응급실 당직 중이던 의사는 시연의 동창인 김현진이었다.“상황은 좀 어때?”“허리에 자창이 있어. 개복 수술로 내부 확인이 필요해.”현진은 은범이 시연과 아는 사이라는 걸 알고,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방금 상처를 확인했는데 깊지는 않아. 심각한 문제는 없을 거야.”“고마워.”“별거 아닌데, 뭐. 바로 수술실로 옮길게.”시간을 지체할 틈도 없이, 은범은 응급실에서 바로 수술실로 이송되었다.시연도 은범을 따라 수술실로 향했다....한편, 구석에 있던 기환은 시연을 주시하며 유건에게 전화를 걸어 방금 벌어진 일을 보고했다.[칼을 든 남자?]유건의 이마가 깊게 주름졌다.[기환아, 너 요즘 너무 태만해진 거 아니야? 내가 뭐라고 했어? 한순간도 떨어지지 말라고 했잖아.]이 말에 기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옆에서 지한이 나서서 기환을 두둔했다.“형님, 기환이도 사람입니다. 모든 순간을 감시할 순 없죠.”즉, 실수할 수도 있다는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24화

    ‘그래?'유건은 가슴이 점점 더 조여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마음 한쪽이 질긴 식초에 푹 담가진 것처럼 점점 쓰라려졌다.그가 말문을 열자마자,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그 사람이 널 구해줬으니까 감사한 거야? 아니면, 아직도 그 사람을 잊지 못한 거야?”시연은 당황하며 유건의 말을 곱씹었다.“내가 아직 은범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아이도 내팽개치고 여기서 기다리겠다는 걸 보면...”유건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내가 그렇게 의심하는 게 이상한 거야?”“하...”시연은 비웃음을 흘렸다. 그 순간, 소미의 머리에 꽂혀 있던 나비 모양의 머리핀이 문득 떠올랐다.‘이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나를 의심하는 거지?!’시연은 더 이상 해명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맞아요, 은범은 내 첫사랑이었어요. 우리 오랜 시간 함께했다고요. 쉽게 잊을 수 있는 기억은 아니죠.”유건이 갑자기 시연의 손목을 세게 잡자, 시연은 화들짝 놀라며 유건을 노려보았다. “고유건 씨!!”“드디어 인정하는 거야?”유건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그럼, 그렇게 좋아하는데 왜 헤어졌는데?”시연은 코웃음을 쳤다.“그 이유를, 정말 몰라서 물어요?”유건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그래, 당연히 나도 알지.’‘우리 할아버지 때문이라는 걸...’“그래, 알아.”유건은 낮고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하지만, 당신은 이미 내 아내야. 나랑 결혼한 이상, 다른 남자를 마음에 두는 건 용납할 수 없어. 절대, 안 돼!”그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시연을 번쩍 안아 올렸다.“지한아, 넌 여길 지켜. 난 네 형수를 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올 거야.”“네, 형님...”지한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유건은 이미 시연을 안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시연은 분노에 차서 남자의 가슴을 주먹으로 쳤다.“당장 내려놔요! 안 간다고 했잖아요!”하지만 유건은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내려놓으면, 그 남자를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겠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25화

    갑자기, 시연의 웃음이 사라졌다.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당신, 정말 몰라서 그래요?”‘설마...’유건의 표정이 굳어졌다. ‘혹시...’“맞아요.”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바로 그거예요. 당신이 그 ‘나비 공주’에게 선물했다던 그 머리핀...”순간, 유건의 입이 바짝 말랐다. 혀가 꼬인 듯,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그리고 등줄기를 타고 차가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시연의 목소리는 가볍고도 차분했다.“그 여자를 봤어요. 축하해요. 당신, 드디어 그 ‘나비 공주’를 찾았네요.”여자의 눈빛은 묘하게 날카로웠다.한 글자, 한 글자씩.“장... 소... 미...”‘시연이가 모든 걸 알아버렸어!!’유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가 부정하기도 전에, 이미 시연은 모든 걸 알아챈 듯했다. 그 머리핀은 그녀가 사진으로만 봤던 것이었다.처음엔 바로 떠올리지 못했지만, 수술실 앞에서 유건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자, 시연은 모든 기억이 퍼즐처럼 맞춰졌다.“하아...”시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와서 뭐가 더 궁금하겠어?’‘이건 처음부터 고유건과 장소미만의 게임이었는데.’‘나는 단지, 우연히 엮여버린 존재일 뿐...’‘소설이라면? 나는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역 조연일 거야.’시연은 창가에 몸을 기대고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녀의 그런 태도에 유건은 불안해졌다.“여보.”그는 시연의 손을 잡았다.시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빼려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유건은 답답함에 한숨을 쉬며 설명을 이어갔다.“그래, 장소미가 ‘나비 공주’였어. 나도 어젯밤에야 알았어.”‘어젯밤?’‘그렇다면, 어제 약속을 어긴 이유가...’‘바로 ‘나비 공주’를 찾기 위해서?’‘이 둘은 정말, 얽히고설켜서 끝날 수 없는 사이인가?’시연의 가슴이 순간적으로 조여왔다.그러나 표정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오히려,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렇군요. 정말 축하해요.”그녀의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26화

    시연은 순간 당황했다.‘지금 뭐라고 한 거지?’‘뭐야, 이 말도 안 되는 남자!' 차가 본가로 들어섰고, 유건은 화가 난 채 차에서 내렸다.시연도 차 문을 열었지만, 다리를 내딛기도 전에 유건이 몸을 숙여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아무리 화가 나도, 방금 큰일을 겪은 아내를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유건은 시연을 안은 채 본관으로 들어갔고, 2층 침실까지 데려가 침대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이불을 끌어 덮어주는 남자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지만 손길만큼은 부드러웠다.“푹 쉬어.”유건이 말했다.“난 병원에 다녀올게.”그렇게 말한 후, 그는 등을 돌려 방을 나서며 조용히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다.방 안은 고요해졌다. 시연은 이불 속에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난 고유건의 다정함에 눈이 멀고, 마음마저 흐려졌던 거야.’ ‘장소미가 오늘 일부러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이제부터 나도 정신을 차려야 해!’‘특히 남편의 생일을 챙긴다거나 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해!’‘이런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것은...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는 것과 다름없으니까.’...강울대병원에 도착했을 때, 은범은 이미 병실로 옮겨져 있었다.그것은 VIP 개인 병실이었다. 지한이 특별히 마련한 것이었다.다행히 은범은 큰 부상은 아니었고, 유건이 들어갔을 때 그는 의식이 또렷했다.은범은 문이 열리자 순간적으로 눈빛이 빛났지만, 그 사람이 유건임을 확인하는 순간 다시 가라앉았다.“고 대표님.”유건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시연이가 올 거라고 기대했던 거야?’유건은 비웃듯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우리 와이프가 아니라서 많이 실망했나 보군요.”“아닙니다.”은범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조금 놀랐을 뿐입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세요.”“노 사장님, 긴장하지 마세요.”유건은 담담한 말투였지만,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집사람은 많이 놀라서 먼저 집에 가서 쉬고 있습니다.”“그리고 저는 노 사장님께서 저희 집사람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27화

    [무슨 뜻이야, ‘의미 없다'는 게?]유건의 목소리가 한순간 싸늘해졌다.“그걸 모른다고요? 꼭 내가 하나하나 설명해 줘야겠어요?” 시연은 코웃음을 쳤다.“좋아요, 그럼 제대로 설명해 줄게요. 당신은 늘 어디 갔다 오는지 나한테 말해주지 않잖아요.” 그녀가 말하는 건, 유건이 그녀 몰래 소미를 만나러 간 일이었다.결혼 후 지금까지 총 세 번.“나는 이미 3번이나 봐줬어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믿지 않을 거예요. 당신한테서 진실을 들을 수 없는 이상, 이런 가식적인 일정 보고도 필요 없어요.”유건은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화가 치밀었다.‘내가 아내에게 전화한 게 잘못된 거야?’[마음대로 해!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앞으로 전화 안 할 테니까!]그렇게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시연은 핸드폰 내려놓고 피식 웃더니, 아무렇지 않게 다시 저녁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후, 바로 강울대병원에 가기로 했다.그녀가 집을 나서자마자 기환이 나타났다.“형수님, 이 시간에 어디 가시게요?”“강울대병원 좀 다녀오려고요.”“일 때문에요?”그녀는 숨길 생각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아니요, 은범이 좀 만나려고요.”그렇게 말하며 차에 올랐다.기환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가 모르는 사이 핸드폰 꺼내 지한에게 문자를 보냈다.[형수님, 노은범을 보러 간대...]차가 달리는 동안, 지한에게서 답장이 왔다.[형님이 그러는데, 절대 못 만나게 하래. 이번에도 못 막으면 고향 내려가서 농사나 지으래.]기환은 이를 악물었다.‘진짜 어렵네...'그는 어쩔 수 없이 결정을 내렸다.차가 병원 앞에 도착하자, 시연은 내리려 했다.하지만 차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기환 씨?”“형수님.”기환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죄송해요. 형님이 안 된다고 하셔서요.”“뭐라고요?”시연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가, 이내 냉소를 지었다.“내가 누구를 만나든 내 자유예요.”그녀는 문을 두드렸다.“기환 씨, 문 열어요.”“형수님, 정말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28화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한 번 만나야 하지 않겠어?”“직접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데. 다 고유건 때문이야. 너무 제멋대로야.”시연은 소파에 몸을 기대어 안고 있던 쿠션을 꼭 끌어안았다.생각하면 할수록 짜증이 치밀었다.“나, 오늘 밤에 여기서 자도 돼?”“완전 좋지!”진아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같이 누워서 실컷 얘기나 하자.”“좋아.”...한편, 건물 아래, 검은색 벤틀리가 천천히 멈췄다.유건은 시계를 들여다봤다. 밤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평소라면 시연이가 잠자리에 들 시간인데...’그는 차에서 내려 핸드폰을 들었고,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올려다본 5층 창문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무슨 일이에요?]“친구랑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어?”유건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낮게 말했다.술기운이 약간 올라온 상태였다.“나 지금 밑에 있어. 데리러 왔으니까 내려와.”[흥...]시연은 콧방귀를 뀌었다.[안 기다려도 돼요. 오늘 밤은 여기서 잘 거니까.]순간 유건의 손이 멈췄고, 미간이 깊게 주름졌다.“무슨 불만이든, 집에 가서 얘기하자. 이렇게 밤새 밖에 있는 건 말이 안 돼.”[뭐가 말도 안 되는데요? 난 여기 있고 싶은데요?] “지시연!!”[지금 화났어요? 그럼 화내요.]시연은 남자의 분노를 무시하며 태연하게 말했다.[당신이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건 잘 알지만, 문은 이미 잠겼는데 어쩌겠어요? 부수기라도 할 건가요?] 여기는 아파트 단지였고, 유건이 그런 짓을 할 리는 없었다.시연은 말끝을 흐리며 전화를 끊었다.유건은 핸드폰을 들고 멍하니 섰다.‘지금 뭐야? 그냥 끊는다고?'‘이대로 둘 수는 없어.’이렇게 생각한 그는 바로 계단을 올라 5층으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진아네 집 대문은 물론 내부 현관문까지 굳게 잠겨 있었다.“지시연, 문 열어!”그는 단호하게 문을 두드렸다. 한편, 안에서는 모든 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진아가 조용히 물었다.“열어줄까?”“무시해. 곧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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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41화

    기환은 깜짝 놀라며 급히 말했다.“오늘, 장소미 씨가 형수님한테 말하는 걸 들었어요. 형님이랑 오늘 만나서 점심 약속을 하셨다고...”유건은 순간 굳어졌다.‘뭐라고?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이제야 알 것 같았다. 왜 시연이 자신에게 차갑게 대했는지.그녀가 왜 그렇게 거리감을 두었는지.유건의 가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진작에 말했어야지!’“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기환은 억울한 얼굴로 변명했다.“기회가 없었어요...”‘형님은 형수님 곁을 지키거나, 장소미 씨와 대화하고 계셨으니...’‘내가 감히 앞에 끼어들 수가 없었던 거지...’유건은 깊은숨을 내쉬었다.그래도 이 사실을 기환이 말해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는 계속 아무것도 모른 채 헤맬 뻔했다....“아악!”병실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곧이어 쏟아지는 물건 소리, 난장판이 된 소리가 들려왔다.“우주야!”이어지는 건 시연의 다급한 목소리와 억눌린 울음.“누나야! 우주야, 누나 좀 봐! 제발...!!”유건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병실로 뛰어 들어갔다.그리고 마침 넘어지려는 시연을 붙잡았다.“괜찮아? 얼른 앉아!”“괜찮아요.”시연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그럼 어떻게 해야 안 괜찮은 건데?”병실 안에서는 간호사와 의사, 그리고 방금 도착한 정신과 교수가 우주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아무도 소년을 막을 수 없었다.우주는 이미 통제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누나를 밀쳐낼 리 없을 테니까. 유건은 단호하게 말했다.“여보, 날 믿어. 우주는 내가 맡을게.”시연은 입술을 앙다물었다.그러나 결국, 유건이 우주를 맡겠다고 하자, 한 발짝 물러났다.“그래.”유건은 시연의 머리를 가볍게 토닥였다.그런 뒤, 곧장 우주에게 다가가 소년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아악...!!!”우주는 더욱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유건은 흔들리지 않았다.“우주야, 나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40화

    “아니에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그냥 내 말 들어.”유건은 단호했다.“민환이 데려다줄 거야. 이미 충분히 복잡해졌어. 더 걱정하게 만들지 마, 응?”“알겠어요.”소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를 보내고 나서도, 유건의 미간은 펴지지 않았다.소미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장 여사가 혼자 있는 우주를 발견했다? 우주는 왜 혼자 있었던 거지?” ‘그 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병실은 고요했다.우주는 약물로 인해 깊이 잠들어 있었고, 시연도 침대 옆에서 고개를 숙인 채 잠들어 있었다.유건은 조용히 다가가 시연을 안아 올려 옆에 있는 보호자 침대에 눕혔다.“으음.”시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흐느적거렸다.순간, 유건은 긴장했다. 시연을 깨운 줄 알고 멈칫했지만, 다행히도 다시 조용해졌다.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여자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그때, 시연이 희미하게 신음했다.“엄마...”유건의 손길이 멈췄다.그녀는 다시 한번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엄마... 엄마... 으흑...”끝내 억누른 듯한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눈을 감은 채, 시연의 눈가에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우리 와이프가...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구나.’사람은 가장 약해지고, 슬프고, 무력할 때 본능적으로 어머니를 찾는다.유건은 여자의 깨끗한 얼굴 위로 흐르는 눈물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렸다.그는 결국 시연 곁에 누워,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았다.그리고 한 손으로 시연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아주 부드럽고도 인내심 있는 손길이었다.점차 시연의 떨림이 잦아들었고, 마침내 조용히 눈을 떴다.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그녀는 그 불편함에 손을 올려 닦으려 했다.“손으로 닦지 마.”유건이 시연의 손을 붙잡고,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내가 닦아줄게.”남자의 손길은 조심스러웠다.시연은 훨씬 편안해졌다. 하지만 정신이 또렷해지자, 이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39화

    시연의 손목이 단단히 잡혔다.유건이 그녀를 붙잡고 말했다.“앉아.”시연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그는 애타고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한마디 했다고 그렇게까지 날 몰아붙여야 해? 내가 우주를 신경 안 쓴다고? 당신, 정말 몰라서 이러는 거야, 아니면 일부러 날 화나게 하려는 거야?”시연은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유건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우주 상태는 깨어나야 정확히 알 수 있어. 나도 함께할 거야. 당신 곁에서 우주를 지킬게, 응?”“당신...?”시연이 비웃듯 눈썹을 올렸다.“그럴 시간이나 있어요? 고 대표님은 아주 바쁘신 분이잖아요.”그런 냉소적인 태도에, 유건은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이해하고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있어,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낼 거야.”그는 시연을 부드럽게 눌러 앉혔다.“그러니까 지금은 일단 밥 좀 먹어. 응?”“싫어요!”유건은 미간을 좁혔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는 분명 잘못한 게 없었고, 도착했을 때 소미와 말을 섞지도 않았다.그런데도 시연은 마치 자신에게 큰 원한이라도 있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대체 뭐가 문제지?’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은 달래는 게 우선이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먹을래?”“간단해요.”시연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내 앞에서 사라져 줘요. 당신 얼굴만 안 보면, 나도 식욕이 생길 거예요.”유건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억눌렀다.두 손을 꼭 쥐고,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래, 갈 테니까 꼭 먹어.”그는 돌아서서 나갔다.그 순간, 시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식기를 들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유건은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그러나 동시에 서운함이 밀려왔다.‘내가 그렇게까지 역겨운 존재야?’그는 잘못한 게 없었다.그리고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한 가지가 있었다. ‘우주가 왜 지 사장 집에서 다친 채 발견된 거지?’이런 생각을 하는 동시에 시연의 눈빛을 떠올렸다.‘시연이의 그 눈빛... 단순한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38화

    “무슨 뜻이야? 제대로 설명해.”“그러니까...”소미는 긴장한 채 연신 침을 삼켰다.“오늘... 나 사실 유건 씨랑 점심 먹기로 했어. 네가 전화했을 때, 마침 같이 있었어...”그 순간.시연은 기억을 되짚었다. 그리고 깨달았다.‘그때, 장소미와 고유건이 같이 있었던 거야?’두 사람은 또 만난 거였다.‘내가 모르는 사이에 대체 몇 번을 만난 거야?’‘아니, 셀 수도 없겠지.’시연은 갑자기 온몸이 차갑게 식어갔다....그때, 문가에서 여러 명의 발소리가 들려왔다.유건이 지한과 민환을 데리고 들어왔다.“여보!”유건은 단번에 시연을 발견했고, 곧바로 그녀가 짓누르고 있던 소미를 보았다.“소미 씨!”이 광경에 깜짝 놀란 그는 급히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고 시연의 손목을 붙잡았다.“놔.”“유건 씨...”소미는 눈물을 글썽이며, 마치 억울함을 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흥!”시연은 가볍게 비웃었다.“고 대표님, 지금 영웅 구출 작전인가요?”이어서 힘을 풀며 손을 놓았다.“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손도 못 댔으니까요. 고 대표님의 ‘나비 공주’는 잘 있어요.”유건은 당황했다.“여보?!”시연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기환 씨, 아직도 내 지시를 들을 수 있어요?”“당연합니다.”“고마워요.”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곧바로 기환에게 지시했다.“우리 우주 좀 안아줘요.”그녀는 우주를 안을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아직 ‘고씨 가문의 안주인’이라는 명목이 있으니, 이를 이용할 수 있을 때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네.”기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우주에게 다가갔다.그제야 유건은 구석에 쓰러져 있는 우주를 보았다.소년의 머리는 피투성이였다.유건의 표정이 순간 얼어붙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기환, 움직이지 마.”유건이 단호하게 막았다.“예?!”시연은 눈썹을 치켜세웠다.“고 대표님, 약속을 깨겠다는 거예요? 방금 본인도 허락했잖아요.”“그런 게 아니야.”유건은 고개를 저었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37화

    “우주야...!!!”무릎이 풀리며, 시연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손을 살며시 뻗었지만, 혹여 우주가 아플까 봐 닿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차오르고, 목소리조차 떨렸다.“우주야!! 제발 깨어나!! 누나한테 말 좀 해봐!!”그러나, 우주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시연의 이성은 그 순간 완전히 타버렸다.그녀는 벌떡 일어나, 장미리와 소미를 노려보았다. 눈빛이 날카롭게 갈라졌다.“너희들이었어.”추궁이 아니라, 확신이었다.“아, 아니...”장미리는 겁에 질려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시연의 눈빛은 너무나도 무서웠다.장미리의 입술이 덜덜 떨렸다.“내 말 좀 들어봐... 내가 그런 게 아니야...”“허.”시연은 비웃음을 터뜨렸다. ‘당신 말을 믿을 리가 없잖아!!’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단숨에 장미리의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었다.“아악!”여자의 비명이 터졌다. 장미리는 고통스러워 몸부림쳤다.그러나 시연은 더욱 세게 머리를 틀어쥐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나이 들어서 기억력이 나빠졌어? 내가 경고했지, 우주는 건드리지 말라고.”시연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눈빛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너희가 우주한테 어떻게 했는지, 그대로 돌려줄게.”“아야야! 소미야!”“지시연!”소미도 당황하며 다급히 소리쳤다.“당장 놔! 내 말 안 들려?”시연은 단 한 번도 소미를 쳐다보지 않았다.그저 장미리의 머리를 움켜쥐고, 마치 병든 닭이라도 잡듯 머리를 탁자 위로 내리찍었다.쿵!“으아악!”장미리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울부짖었다.“살려줘! 살려달라고! 으아아...”소미는 손을 떨며 기환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다급하게 명령했다.“뭐 해요? 그렇게 가만히 있을 거예요? 유건 씨가 지시연을 보호하라고 했지, 우리 엄마를 이렇게 두라고 한 건 아닐 텐데요? 당장 막아요!”기환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움직이지 않았다.소미는 당황했고, 하는 수 없이 직접 나섰다.“지시연! 그만해! 이렇게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36화

    지동성은 간 이식을 기다리며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그리고 그 문제로 인해, 지동성은 이미 장미리와 소미에게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상태였다.소미는 더 이상 어머니를 책망할 수 없었다. ‘이젠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됐어...’쾅!갑자기 철문이 거세게 두들겨졌다.“문 열어! 당신들,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당장 문 열고, 우리 우주를 돌려줘!”장미리와 소미는 깜짝 놀라 서로를 쳐다보았다.“어떡하지?”“일단 우주를 일으켜요!”“그래.”모녀는 힘을 합쳐 우주를 부축했다.“그다음은?”“숨겨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감춰야 해요!”소미가 단호히 말했다.“그리고, 엄마가 나가서 최대한 지시연을 붙잡아 둬요. 절대 안으로 들이지 말고요!”“알았어.”...문밖에서 시연은 한참을 문을 두드렸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더 이상 기다릴 인내심이 바닥났다.그녀는 정기환을 돌아보며 말했다.“문 따요!”“네!”그러나 기환이 움직이기도 전에, 문이 안에서 열렸다.나온 사람은 장미리였다.“어머나.”장미리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비꼬듯 말했다.“이렇게 시끄럽게 구는 게 누구신가 했더니, 너였구나?”시연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어어, 뭐 하는 거야?”장미리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시연은 차갑게 말했다.“우리 우주를 데려가야겠어요.”“하?”장미리는 코웃음을 쳤다.“그 애가 여기 있다고 누가 그래? 밥도 가려 먹는데, 말도 가려 해야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고 싶어?” “그래요?”시연의 표정은 변함없었다.“좋아요, 만약 오늘 내가 우주를 찾지 못하면, 내 잘못을 인정할게요. 고소하세요.”장미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이를 악물었다.“이X이...”그러나 시연은 더 이상 장미리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기환 씨.”그녀는 지체 없이 명령했다.“문 부숴요.”“알겠습니다.”“잠깐!”장미리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시연 혼자라면 어떻게든 막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녀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35화

    “네!”기환은 손쉽게 가사도우미를 제압했다.그녀는 속수무책으로 시연이 창고로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외쳤다.“사모님! 사모님! 사모님! 으읍...!”하지만 가사도우미의 입은 기환에 의해 막혀버렸다....창고 안.장미리는 소미의 말을 듣고 기분 좋게 웃었다.“생각지도 못했는데, 네가 그런 운을 타고났구나.”그리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보아하니, 하늘의 뜻이야! 하늘이 너랑 고 대표를 갈라놓고 싶지 않으신 거야!”“엄마.”소미는 눈살을 찌푸리며 단호히 말했다.“앞으로는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무슨 일이든 저랑 상의하세요.”“알겠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미리는 귀를 쫑긋 세웠다.“어라? 방금 가사도우미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진짜요?”소미는 깜짝 놀라며 다급히 물었다.“설마 지시연이 벌써 온 걸까요?”“그럴 리가 있나? 이렇게 빨리?”“저도 빨리 왔는데, 지시연이 못 올 이유가 있겠어요?” “그럼 어쩌지? 시연이 그 계집애, 쉬운 상대가 아닌데!”“그래서 제가 엄마한테 매번 조심하라고 한 거잖아요!”...갑자기 우주가 반응을 보였다.그는 ‘지시연’이라는 이름을 들었다. 자신의 누나 이름. ‘누나가 나를 찾아왔어!! 누나가 나를 구하러 왔어!!’소년은 벌떡 일어섰다.그리고 187cm의 큰 키로 곧장 문 쪽을 향해 달려갔다.이와 동시에 주먹을 꽉 쥔 채, 끊임없이 외쳤다.“누나! 누나!”장미리와 소미는 깜짝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장미리는 급히 우주를 붙잡았다.“우주야, 착하지? 어디 가려고? 네 누나는 여기 있잖아.”그러면서 손가락으로 소미를 가리켰다.하지만 우주는 소미를 보며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그 시선은 낯설고도 두려움이 가득했다.소년은 머리를 세차게 저었다.“아니, 아니야! 우리 누나 아니야!”그는 장미리의 팔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소리쳤다.“누나! 누나!”...창고로 향하던 시연은 그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췄다.“우주다!”그녀는 곧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34화

    “뭐?”장미리는 순간 얼이 빠졌다.“너희, 이미 헤어진 거 아니었어? 설마 아직 가능성이 있는 거야?”“네.”소미는 애매하게 대답했다.“정말?”장미리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딸의 손을 붙잡았다.“어서 말해봐. 어떻게 된 거야? 너, 어떻게 한 거야?”“엄마...”...지씨 저택 앞.시연은 정말 오랜만에 이 집을 찾아왔는데, 이미 오래전부터 문과 비밀번호가 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오늘 길에 자신이 초인종을 눌러도 지동성 일가가 자신을 들여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정기환이 있었으니까.기환은 시연의 지시에 따라 차를 집 앞에 세웠다.낯익은 대문을 바라보며 그는 당황했다.‘여기... 장소미네 집 아니야?’‘형수님은 여기 온 이유가 대체 뭐지?’“기환 씨.”시연이 저택 대문 너머를 가리켰다.“담 넘을 수 있죠?”‘그건...’솔직히 이 정도 담장은 기환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수고스럽겠지만, 담을 넘어서 문 좀 열어줘요.”“형수님.”기환은 머뭇거렸다.“이거 불법침입 아닌가요? 경찰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시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했다.“아, 기환 씨도 여기가 어딘지 아나 보네요? 여기가 장소미네 집이라서 망설이는 거죠?” 기환이 순간에 말문이 막혔다.‘우리 형수님... 역시나 똑똑하시네.’“그렇다면...”시연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억지로 기환 씨를 시킬 필요 없겠네요. 내가 직접 넘을게요.”그러면서 소매를 걷어붙였다.“아이고!”기환이 깜짝 놀라 그녀를 붙잡았다.“형수님! 장난하지 마세요! 어떻게 형수님이 담을 넘어요?”결국 그는 체념한 듯 한숨을 쉬고 말했다.“제가 할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고마워요.”기환은 가뿐히 담장을 넘어 문을 열었다. 시연은 아무렇지 않게 발을 들였고,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아니... 시연 아가씨?”가사도우미가 시연을 보자마자 경악했다.“여길 어떻게...?”시연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433화

    ‘지씨 집안 사람들!’이 생각이 시연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설마...’그리고 생각할수록 가능성이 커졌다.시연과 지동성 일가의 원한은 목숨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며 뿌리 깊은 원한이 되었다. 시연은 갑자기 병원에 있는 지동성을 떠올렸고, 그 병약한 얼굴이 눈앞에 스쳐 갔다.그리고 소미가 몇 번이나 간 청한 간 이식...‘혹시, 나에게서 방법을 찾지 못하자 우주에게 손을 뻗은 건 아닐까?’그녀는 단숨에 자리에서 일어섰다.‘백만 분의 일의 가능성이라도 놓칠 수 없어!’...지씨 저택.소미는 급히 집으로 돌아왔고, 장미리가 보이지 않자, 바로 가사도우미를 불렀다.“우리 엄마는 어디 계세요?”“사모님께서는 뒤쪽 창고에 계십니다.”“네, 알았어요.”소미는 곧장 창고로 향했는데, 밖에서도 장미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자, 우주야, 착하지? 조금이라도 먹어야 해. 안 먹으면 힘이 없어진단다.”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소미는 문을 두드렸다.“누구야?” 장미리의 목소리가 순간 긴장했다.“엄마, 저예요. 문 좀 열어주세요.”잠시 후, 문이 열렸고, 장미리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우리 딸이구나.”그러면서 그녀는 소미의 손을 잡아 안으로 끌어들였다.창고 안은 어두웠고, 낮인데도 불빛이 필요할 정도였다.희미한 주황빛 조명이 공간을 비췄고, 그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웠다.소미의 시선이 한 곳으로 꽂혔다.구석에 놓인 작은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우주.소년은 겁에 질려 있었다. 아이는 온몸이 긴장된 채 땅만 바라보고 있었고, 두 손은 꼭 쥔 채 무릎 위에 올려져 있었다.“엄마!”소미는 눈살을 찌푸리며 어머니를 노려보았다.“진짜... 엄마였어요? 대체 왜 그랬어요?”유건에게 우주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녀는 바로 어머니 장미리를 의심했다.“왜냐고?”장미리는 되려 반문했다.“네 간이 안 맞잖니? 지시연 그 계집애는 끝까지 거부하고. 그러면 남은 선택지는 우주뿐이잖아!”“네?”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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