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911 - Chapter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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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1화

나민우는 온지유의 곁에 있어야만 마음속의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그래? 그럼 같이 가자.”...5년 뒤.온지유가 여진그룹 사무실에 발을 들이자마자 배진호가 서류를 가지고 급히 찾아왔다.“지유 씨, 이 서류 좀 보세요. S국 z그룹에서 우리 장사를 낚아챘어요. 이번 장사 때문에 저희는 6조를 날려 먹었습니다.”여이현이 이혼서류를 작성하며 재산양도서까지 온지유에게 넘겨주었기에 현재 여진그룹 제일 큰 주주는 온지유였다.그녀는 돌아오자마자 여진그룹을 물려받고 열심히 경영했다. 왜냐하면 여진그룹은 여이현이 이 세상에 남겨놓은 유일한 산업이었고 여이현이 온지유에게 이 모든 것을 보호해달라고 부탁했었기 때문이다.여이현이 세상을 떠났으니 온지유는 그가 보호하려던 모든 것을 열심히 수호할 것이다.배진호의 말에 온지유는 재빨리 결정을 내렸다.“그렇다면 S국 z그룹과 정식으로 대결을 펼쳐봅시다. 아 그리고 원래 저희랑 합작하기로 했던 회사 책임자에게 연락해서 제가 직접 가볼 것이라고 전해주세요.”온지유는 여의현 곁에서 7년 동안 배진호와 함께 회사의 크고 작은 사무를 해결했기에 이 정도 일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그뿐만 아니라 지금은 제일 큰 주주로서 모범을 보여야 했다.배진호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먼저 홍혜주 씨에게 급히 연락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오후에 출발하는 게 어떻습니까?”온지유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나지막한 목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왔다.“오후에 출발하겠다니? 어딜 가려고?”두 사람이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니 인명진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하얀 셔츠차림으로 금테 안경을 쓰고 밖으로부터 들어왔다.그의 손에는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온지유를 따라 돌아온 뒤 인명진은 진료소를 차리고 매달마다 온지유의 건강검진을 해주었다. 그들은 인명진을 보고서야 온지유가 건강검진을 받을 날임이 생각났다.온지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저는 진호 씨와 S국에 가보려고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꼭 가봐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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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배진호는 급히 말했다.“지유 씨, 먼저 방에 들어가 계세요. 제가 먼저 나서겠습니다.”여진숙은 늘 온지유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여이현이 사망한 지금 배진호는 그의 부탁을 받은 사람으로서 온지유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막아야 했다.이에 온지유는 손을 저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제가 직접 뵐 거예요.”배진호가 한두 번은 막아줄 수 있더라도 매번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온지유는 배진호의 어깨를 쓰다듬고 여진숙을 만나러 내려갔다.여진숙은 모란꽃이 새겨져 있는 흰색 치마를 입고 서 있었다. 에메랄드그린 보석을 달고 있는 그녀는 온유하고 우아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눈빛은 독기를 머금고 있었다.여진숙은 온지유를 보자마자 건방진 태도로 따졌다.“온지유, 넌 무슨 얼굴로 이곳으로 돌아온 거니?”여진숙은 하이힐을 신고 온지유에게 달려왔다. 막무가내로 휘두른 손찌검은 공중에서 온지유에게 막혔다. 온지유는 여진숙의 손목을 잡고 뒤로 꺾으며 뿌리쳤다.여진숙이 뒤로 몇 걸음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온지유 네가 감히 날 밀어? 정말 하늘 무서운 줄을 모르는구나!”지금의 온지유는 눈빛으로 굳센 의지를 나타냈고 옛날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렸다.온지유의 작은 몸에 이리도 강한 힘이 존재하고 있다니.온지유는 도도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할 말이 있으면 빨리하세요. 손찌검이나 하시지 말고. 제가 지금 많이 참아주고 있는 거예요.”온지유는 일을 해결하러 왔지 괴롭힘을 당하려고 온 것이 아니다.“온지유, 네가 뭔데 이렇게 기세가 등등한 건데? 이현이는 너 때문에 죽은 거잖아!”여진숙은 분노에 찬 두 눈으로 온지유를 바라보며 소리쳤다.노승아는 온지유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었는데 끝까지 그녀의 신분을 밝혀주지 못했다.여이현의 이름 세글자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온지유의 심장에 꽂혔다. 여이현의 죽음은 온지유에게 여전히 말할 수 없는 아픔이었다.“그래서 고작 이 말 하시려고 찾아온 거예요? 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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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여진숙이 노승아를 보내고 여씨 가문에서 여태까지 혼자 지내온 이유가 뭐란 말인가?온지유는 입꼬리를 올려세우며 여진숙을 내쫓았다.“저는 예전부터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었어요. 지금 제가 여진그룹에서 제일 큰 주주예요. 그러니 제가 뱉어내든 말든 어머님이 알 바 아니에요. 이분을 밖으로 잘 모셔다드려 주세요.”말이 끝날 무렵 온지유의 목소리가 높아지더니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여진숙은 자기가 이 많은 사람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문밖으로 나가기 전 그녀는 온지유를 매서운 눈길로 째려보았다.‘오늘 일을 그대로 갚아줄 거야. 어디 한번 두고 봐. 내가 죽지 않으면 온지유 네가 죽는 거야.’여진숙이 떠난 뒤 온지유는 멀리서 들리는 발걸음 소리를 향해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배진호 씨, 저에게 사람을 더 붙여 주세요. 그리고 여진그룹 쪽엔 주주 회의를 한번 열어야겠어요.”여이현이 떠나기 전에 그녀에게 모든 재산을 넘겨주었다. 여이현의 사망 소식이 널리 알려졌고 그녀가 오래 자리를 비운 탓에 다른 주주들이 소란을 피울 것이 분명했다.게다가 여진숙이 혼란을 틈타 다른 주주들을 꼬드겨서 그녀를 끌어내리려 할 것이 뻔한 일이다.비록 온지유도 거액의 재산을 관리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여진숙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눈 뜨고 보고 있을 순 없었다.“지유 씨, 면이 불었어요. 아직 한 입도 드시지 못했는데 한 그릇 바꿔 달라고 할까요?”배진호가 온지유에게 다가와서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진호 씨도 일찍 쉬세요.”온지유는 머리를 저으며 거절하고는 이 층으로 올라갔다.점점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배진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대표님이 살아계신다면 두 사람이 함께 비지니스계를 휘젓고 다닐 텐데. 하늘의 뜻은 예측할 수 없이 변덕스러웠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대표님이 너무 아쉬웠다.온지유가 떠나가는 뒷모습은 배진호뿐만 아니라 인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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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홍혜주는 인명진이 무언가 알고 있으며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홍혜주의 물음에 인명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내가 뭘 안다고 그래? 내가 알고 있는 소식들은 이미 널리 알려져서 비밀이라고 하기 어려워.”인명진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은 첫눈에 율이를 알아본 것이다.그가 노승아와 손을 잡은 것도 사실은 율과 여이현을 갈라놓기 위해서였다.그는 단지 이 기회를 타서 율의 곁으로 가고 싶었을 뿐이다.하지만 그의 부주의로 율은 흉터남에게 잡혀갔다. 그러는 바람에 홍혜주도 율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녀에게 독약을 주입했다.“그래? 알겠어. 일찍 쉬어.”홍혜주는 이렇게 말하고는 돌아서서 객실로 가버렸다.내일 그녀는 온지유 곁에 있어 줘야 할 뿐만 아니라 사적인 일들도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한편, Y국에서.신무열과 법로는 의사당에 있었다.법로는 벽에 걸린 지도 앞에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지도의 북쪽에 빨간 펜으로 원을 하나 그렸다. 그와 동시에 또 지도의 남쪽에 두 개의 긴 화살표를 그렸다.“이 노석명이라는 반역자는 Y국을 다시 세우기 위해 화국까지 끌어들이려 하고 있어. 누구 마음대로!”“원으로 그려놓은 지역에 사람을 배치하도록. 이곳은 반드시 지켜내야 해. 연합군이 차지하게 해서는 안 되니까 말이야. 그리고 화살표 쪽에도 두 개의 병력을 배치해 적을 유인하도록 하게.”신무열은 법로의 의도를 이해하고 있었지만 또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다.그는 지도 앞으로 걸어가 S국의 국토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노석명이 싸움을 원한다면 S국을 끌어들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화국이라면... 한번 시도해볼 수는 있어요.”지금의 화국은 백 년 전의 화국이 아니었지만 이길 승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화국을 완전히 뒤엎을 수는 없더라도 화국으로 하여금 일련의 조치를 취하게 하여 Y국의 국제지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지금의 Y국은 국제적으로 너무 낮은 지위에 처해 있었으니 말이다.법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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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법로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온지유가 율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부터 가면을 쓰려 하지 않았다.지금 법로는 기분이 아주 나빠 보였다.신무열은 법로의 뜻대로 온지유를 설득해볼 수도 있고 좋은 말을 해줄 수도 있었지만, 법로가 벌인 일 중 일부는 그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신무열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를 믿지 못하시겠다면 아버지께서 직접 안배하세요.”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의실을 나섰다.S국, 대통령 청사.좀 전에 대통령이 치료해주라고 한 남자는 이미 깨어났다. 그의 얼굴에 있는 큰 상처를 치료하기 위하여 약을 바르고 흰 붕대를 감아서인지 마치 백색 천으로 싸인 미라같아 보였다.대통령은 침대 위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남자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나한테 성질을 쓰고 있는 거야?”그가 항상 남자의 주변에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면 여기서 눈을 굴리며 누워있을 기회없이 하늘나라로 직행했을 것이다.“아닙니다.”너무 오래동안 말을 해본적이 없어서인지 남자의 목소리는 사포처럼 거칠었다.대통령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그 마음이 없었다면 네가 이런 태도일 리가 있겠니? 넌 몸이나 잘 챙겨. 아주 심하게 다쳤더군. 네가 목숨을 지키고, 살아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돌아가고 싶다면 내 말을 잘 들어야 할 것이야.”남자는 그 말을 이어받지 않고 몇 초 동안의 망설임 끝에 천천히 “알겠어요.”라고 대답했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새까만 밤하늘에 떠 있는 둥글고 밝은 달은 마치 커다란 원반 같아 보였다.내일은 한 가족이 함께 모이는 추석날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온지유는 아침 일찍부터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다.핸드폰을 들어보니 아버지 온경준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비록 법로가 그녀의 친아버지라는 신분이 밝혀졌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양육의 은혜가 낳아준 은혜보다 크다고 생각했다.그녀의 부모님은 영원히 온경준과 정미리일뿐이다.전화를 받자마자 온경준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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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온지유가 아직 집에 있을 때 회사의 주주들이 전화를 걸어 재촉하기 시작했다.배진호의 전화는 물론 집 전화까지 끊임없이 울렸다.각기 다른 사람들이었지만 말투와 내용은 모두 똑같았다.“대표님께서 당신에게 재산을 넘긴 건 우리 같은 주주들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일이에요. 게다가 그건 공증도 받지 않았다고요.”“당신이 대표님의 유일한 상속인이 아니라는 건 잘 알 테고 어서 삼킨 걸 뱉어내야 할 겁니다!”“당신이 회사로 오지 않으면 우리가 수려원으로 직접 찾아갈 수밖에 없겠군요.”심지어 목소리는 갈수록 늘어나며 거칠어졌다.온지유의 입가에는 싸늘한 미소가 떠올랐다.“업무 이야기를 하려면 당연히 회사에서 해야죠. 여러분은 나와 내 남편의 가족도 아닌 데다 우리 동의 없이 여기까지 들어올 권리는 없을 텐데요?”말을 마친 온지유는 배진호와 도우미에게 눈짓을 보냈고 두 사람은 동시에 전화를 끊었다.온지유는 아침밥조차 먹기 싫어졌다.“지금 여진 그룹으로 출발해요. 배 비서님, 고모님도 부르세요.”“네.”배진호도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홍혜주는 무심결에 온지유의 뒤에 서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집을 나섰다.계속 그들을 지켜보던 인명진은 그들이 떠나자 수려원을 나섰다....여진 그룹.주주와 고위층 인사들이 전부 온지유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들어서자마자 그들은 벌떼처럼 몰려들어 온지유를 둘러쌌다.“당신은 이미 대표님과 이혼했어요. 이제 대표님의 모든 재산을 상속받을 자격이 없다고요. 게다가 전에 어르신께서 당신에게 준 주식도 있잖아요.”“내놓으세요. 우리도 좋게 해결하고 싶으니까, 억지로 다른 방법을 쓰게 만들지 말란 말입니다.”“모두 내 체면과 여씨 가문을 봐서 너그럽게 넘기려는 거야. 그러니까 좋게 말할 때 들어 괜히 고집부려서 일 크게 만들지 말고.”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진숙이 사람들 사이를 뚫고 걸어 나왔다.여진숙은 목을 꼿꼿이 세우고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온지유가 입을 떼기도 전에 배진호가 준비한 서류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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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온지유는 여이현이 가장 아끼던 사람이었다. 만약 여이현이 살아 있었다면 온지유가 조금이라도 억울한 일을 겪는 걸 절대 두고 보지 않았을 것이다.지금 배진호가 온지유의 곁에 서 있는 이유는 단지 여이현의 뜻을 지키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그는 여이현을 대신해 온지유를 보호해야 했고 동시에 자신의 결백도 지켜야 했다.배진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대표님께서는 생전에 이미 모든 재산을 온지유 씨에게 양도하셨습니다. 여기가 그 양도 날짜입니다. 당시 온지유 씨는 출산 중이었지만 아이를 잃고 말았습니다. 온지유 씨는 대표님 곁에 수년을 함께하며 일해 온 사람입니다. 이 정도는 충분히 받을 만한 권리가 있습니다.”“지유야, 나 찾았니?”배진호가 말을 마친 순간 온지유가 대답할 틈도 없이 약간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멀리서 여희영이 보랏빛 원피스를 입고 짙은 와인색 단발머리를 단정히 한 채 우아하고도 매혹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온지유는 미소를 지으며 여희영에게 다가가 인사했다.“고모님, 와주셨군요.”그녀는 먼저 인사를 한 뒤 다시 주주들을 향해 말했다.“여진 그룹의 재산을 제가 상속받는 게 여러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재산 전부를 여씨 가문 사람에게 넘기겠습니다. 여러분이든, 여씨 가문의 다른 분들이든, 서로 분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알아서 해결하세요.”온지유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표정 또한 흔들림이 없었다.“지유야,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니?”여희영은 완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배진호에게서 온지유가 자신을 찾는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다소 의아했지만 여진 그룹까지 오게 된 이유가 재산을 전부 자신에게 넘기기 위함이라니 상상조차 못 했다.이 재산은 여이현이 온지유에게 남긴 것인데.누구에게 얼마나 줄지는 여이현의 자유였고 온지유가 여이현 곁에서 보낸 세월을 생각하면 그녀가 당연히 받을 자격이 있었다.여진숙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여희영과는 오래전부터 사이가 나빠져 연락도 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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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여진숙은 날카로운 눈빛을 내비치며 얼굴이 잔뜩 어두워졌다.그녀의 태도는 여희영과 한바탕 싸울 기세였다.하지만 여희영은 여진숙의 그런 모습에 전혀 굽히지 않았다.“외부인에게 넘긴다고요? 내가 지금 외부인인가요?”온지유는 재산을 여희영에게 넘겼음에도 여진숙이 이토록 큰 반응을 보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모님, 제가 고모님을 부른 건 다른 사람들과 다투라고 한 게 아니에요. 그럴 생각도 없으니 화내지 마세요. 이 재산을 고모님께 드릴지 여부는 제 권한이에요.”온지유는 배진호에게 눈짓을 보냈고 배진호는 그녀의 뜻에 따라 준비된 서류 원본을 여희영에게 건넸다.여희영은 살짝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 없이 서류를 건네받았다.온지유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는 제 할 일이 있어요. 회사 경영에는 큰 관심도 없고요. 고모님, 이현 씨는 이 회사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여씨 가문을 지키길 바랐어요. 고모님이 가장 적합한 분이세요.”“배 비서님, 휴가 관련해서는 고모님께 상의하세요.”온지유는 몹시 지쳐 보였다.그녀는 이미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결정했다. 이곳을 떠나는 이유는 이 도시가 여이현과의 추억이 가득한 곳이었기 때문이다.특히 이 회사는 더욱 그랬다.온지유는 이 회사를 지키려다 오히려 추억 속에 갇힐까 봐 두려웠다.온지유가 당부를 마치고 뒤돌아섰다.홍혜주가 그녀 곁을 지키고 있었기에 배진호는 마음이 놓였다.이제 모든 서류가 여희영의 손에 있었고 배진호는 여희영이 모든 절차를 완료할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여희영은 여씨 가문 사람이었기에 다른 주주들도 더 이상 뭐라 할 수 없었다.하지만 여진숙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성난 얼굴로 여희영 앞에 서서 말했다.“희영 씨, 왜 굳이 온지유 편을 들겠다는 거죠? 당신 속셈 모를 줄 알아요? 여씨 가문의 모든 권력을 차지하려는 거잖아. 온지유랑 짜고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말해봐요. 대체 그 여자가 무슨 조건을 걸었길래 당신이 이렇게 돕는 거야?”여진숙의 분노에 차 있는 모습에도 여희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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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여희영은 여진숙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다.분명 여희영은 키가 크지 않았지만 여진숙 앞에 서자 마치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여진숙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노승아와의 관계를 여씨 가문 모두가 알고 있었다니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웃음거리에 불과했던 셈이다.그러니 여호산이 그녀의 의견을 따르지 않고 온지유를 여이현의 배우자로 선택한 것도 당연했고 여재호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갔다.여희영이 그녀를 항상 경멸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온지유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하하하.”여진숙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그 모습은 이제 더는 어느 귀부인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 없었다.여희영은 더는 그녀를 볼 가치도 없다는 듯 돌아서서 회의실을 나섰다.그녀는 온지유를 찾았지만 이미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온지유는 이미 여진 그룹을 떠나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홍혜주가 그녀의 곁에서 혹여 마음의 상처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하며 따라가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온지유에게 여희영의 전화가 걸려왔다.“고모님.”온지유는 전화를 받았다.여희영은 그녀를 다독이며 말했다.“네가 힘들어하는 거 알아.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아무리 슬프고 괴로워도 하루하루 살아가야 해. 네가 내게 넘겨준 재산 난 서명하지 않을 거야. 여전히 네 이름으로 남겨둘 테니 마음을 추스른 후에 네가 여진 그룹을 다시 맡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이현이가 내 꿈에라도 찾아오면 내가 뭐라 하겠어?”온지유의 마음이 순간 무거워졌다.꿈에 찾아오다니...여이현은 이제 세상을 떠났고, 주변 사람들은 점차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녀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다.그렇다면 시간이 흐르고 기억이 흐릿해질 때 그녀도 여이현을 잊게 되는 걸까?안 돼.절대 잊을 수 없다.여이현을 잊어서는 안 된다.온지유는 목이 꽉 메어와 겨우 말을 내뱉었다.“회사는 고모님이 맡아 주세요. 저에겐 중요한 일이 있어요. 이현 씨가 생전에 위화부대에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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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온지유의 말에 온경준과 정미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한 번 나갔다 오더니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지? 설마?’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그러나 목에 뭔가 걸린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검은 눈동자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문제의 본질을 어렴풋이 짐작했지만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할지 막막했다.결국 온지유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버지, 어머니, 저는 두 분의 친딸이 아니지만 두 분께서는 저를 친딸처럼 키워주셨어요.”말을 마치자마자 온지유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온경준과 정미리는 당장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 하지만 온지유는 이미 다시 바닥에 머리를 숙였다.온지유는 그들에게 여섯 번 절을 올렸다.온지유의 눈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두 분께서 저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는 제가 평생 갚을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온지유로서 살아갈 거고 두 분께서 저에게 주신 사랑은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두 분은 영원히 저의 부모님이에요. 이건 제 모든 저축입니다.”온지유는 그동안 두 분의 계좌에 생활비를 꾸준히 송금해 왔지만 부모님은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두었다.그녀가 집에 올 때마다 필요한 걸 사주고 용돈까지 챙겨주며 그녀가 잘 지내고 있는지 항상 걱정했다.그러나 이번에 온지유는 모든 돈을 한 번에 드리기로 결심했다.혹시 전쟁터에서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부모님께 돈을 드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지유야! 나도 너희 아빠도 돈이 있어. 이걸 왜 다 우리한테 주는 거야? 너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니? 제발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마!”정미리는 당황한 나머지 온지유의 어깨를 꼭 잡고 눈물을 흘리며 목이 메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온지유가 마치 유언을 남기듯 말하는 것이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여이현의 죽음이 큰 충격을 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인생을 멈출 순 없다고 생각했다.살아 있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정미리는 애써 그녀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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