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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온지유의 말에 온경준과 정미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 번 나갔다 오더니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지? 설마?’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그러나 목에 뭔가 걸린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검은 눈동자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문제의 본질을 어렴풋이 짐작했지만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할지 막막했다.

결국 온지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 어머니, 저는 두 분의 친딸이 아니지만 두 분께서는 저를 친딸처럼 키워주셨어요.”

말을 마치자마자 온지유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온경준과 정미리는 당장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 하지만 온지유는 이미 다시 바닥에 머리를 숙였다.

온지유는 그들에게 여섯 번 절을 올렸다.

온지유의 눈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두 분께서 저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는 제가 평생 갚을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온지유로서 살아갈 거고 두 분께서 저에게 주신 사랑은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두 분은 영원히 저의 부모님이에요. 이건 제 모든 저축입니다.”

온지유는 그동안 두 분의 계좌에 생활비를 꾸준히 송금해 왔지만 부모님은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두었다.

그녀가 집에 올 때마다 필요한 걸 사주고 용돈까지 챙겨주며 그녀가 잘 지내고 있는지 항상 걱정했다.

그러나 이번에 온지유는 모든 돈을 한 번에 드리기로 결심했다.

혹시 전쟁터에서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부모님께 돈을 드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유야! 나도 너희 아빠도 돈이 있어. 이걸 왜 다 우리한테 주는 거야? 너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니? 제발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마!”

정미리는 당황한 나머지 온지유의 어깨를 꼭 잡고 눈물을 흘리며 목이 메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온지유가 마치 유언을 남기듯 말하는 것이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여이현의 죽음이 큰 충격을 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인생을 멈출 순 없다고 생각했다.

살아 있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정미리는 애써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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