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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남자아이의 머리카락은 들쭉날쭉하게 자라 있었다. 전쟁만 나지 않았고 부모와 떨어지지만 않았다면 그는 지금쯤 아주 행복한 아이였을 것이다.

온지유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넌 이름이 뭐야? 대사관에 남기 싫었던 건 혹시 부모님 때문이야?”

남자아이는 고개를 떨군 채 조용히 말했다.

“부모님을 본 적이 없어요...”

아이의 낮고 잠긴 목소리에는 서글픔이 가득 배어 있었다.

온지유는 지난 5년 동안 S국에 머물며 작은 내란에서 대규모 전쟁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봐 왔다. 이 아이가 부모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아마도 그가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가 곁에 없었다는 의미였다.

“그럼... 이름이 없는 거야?”

온지유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이에게 물을 한 잔 따라주고 그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말을 걸었다.

아이는 물을 받지도 않고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마치 잘못을 저지르고 속상해하는 아이 같았다.

온지유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 아이 역시 상처가 깊은 아이였다.

하지만 전쟁 속에서 자란 아이 중에 마음이 건강한 아이가 몇이나 있을까?

그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특집을 만들어 각국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면 휴전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온지유는 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이름이 없다면 내가 이름을 지어줄까?”

처음에는 아이가 입고 있는 흰 셔츠와 귀여운 외모를 보고 화국의 부유한 집 아이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아이의 옷은 어쩌면 쓰레기 더미에서 건진 것처럼 보였다.

부모를 본 적이 없다는 걸 보니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와 헤어졌거나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일지도 몰랐다.

“제 이름은 별이예요.”

“별이?”

아이가 천천히 대답했고 온지유는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

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의 부모님도 네가 별처럼 빛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을 거야. 당분간은 내 곁에 머물다가 대사관으로 데려다줄게.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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