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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온지유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싫어요. 그곳에 가면 돈 쓸 시간도 없을 거예요.”

온경준은 다소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유야, 너 아까 우리를 영원히 부모로 여긴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다면 우린 가족이야. 부모가 자식에게 돈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게다가 그곳에 가면 어쩔 수 없이 돈 쓸 일이 생길 거야. 가난하고 다친 아이들이나 노인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는 없잖니?”

온경준의 낮고 잠긴 목소리에는 방금까지의 비통한 감정이 사라지고 대신 차분하면서도 깊은 이해가 담겨 있었다.

온지유는 그들이 이런 부분까지 생각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입을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미리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래, 받아. 이건 네 아빠와 내 작은 마음이야. 네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 하늘도 너를 지켜줄 거야. 우리는 네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

“... 알겠어요.”

결국 온지유는 부모님이 주신 카드를 받아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부모님께 숨기려고도 했었지만 혹시라도 그들이 걱정하다가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온지유를 이해해 준 건 부모님이었다. 이 돈을 받지 않으면 부모님도 마음이 편치 않으리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날 식사는 온화하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온경준과 정미리는 계속해서 온지유의 접시에 반찬을 올려주며 말했다.

“그곳에 가면 엄마 아빠한테 사진 많이 찍어서 보내고 시간 되면 영상 통화도 자주 해. 돌아오고 싶을 땐 언제든지 돌아와. 속상한 일이 있으면 바로 말하고, 알았지?”

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비록 법로처럼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지만 온지유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부모였다.

온지유는 전쟁 지역에 종군 기자로 가게 되었으니 챙겨갈 물건이 많지 않았다. 부모님은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당부하고 나서야 그녀를 배웅했다.

온경준과 정미리는 그녀가 집을 떠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차에 오른 온지유는 곁에 있던 홍혜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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