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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여희영은 여진숙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다.

분명 여희영은 키가 크지 않았지만 여진숙 앞에 서자 마치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여진숙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노승아와의 관계를 여씨 가문 모두가 알고 있었다니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웃음거리에 불과했던 셈이다.

그러니 여호산이 그녀의 의견을 따르지 않고 온지유를 여이현의 배우자로 선택한 것도 당연했고 여재호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도 이해가 갔다.

여희영이 그녀를 항상 경멸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온지유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하하하.”

여진숙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그 모습은 이제 더는 어느 귀부인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 없었다.

여희영은 더는 그녀를 볼 가치도 없다는 듯 돌아서서 회의실을 나섰다.

그녀는 온지유를 찾았지만 이미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온지유는 이미 여진 그룹을 떠나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홍혜주가 그녀의 곁에서 혹여 마음의 상처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하며 따라가고 있었다.

차에 앉아 있는 온지유에게 여희영의 전화가 걸려왔다.

“고모님.”

온지유는 전화를 받았다.

여희영은 그녀를 다독이며 말했다.

“네가 힘들어하는 거 알아.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아무리 슬프고 괴로워도 하루하루 살아가야 해. 네가 내게 넘겨준 재산 난 서명하지 않을 거야. 여전히 네 이름으로 남겨둘 테니 마음을 추스른 후에 네가 여진 그룹을 다시 맡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이현이가 내 꿈에라도 찾아오면 내가 뭐라 하겠어?”

온지유의 마음이 순간 무거워졌다.

꿈에 찾아오다니...

여이현은 이제 세상을 떠났고, 주변 사람들은 점차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녀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시간이 흐르고 기억이 흐릿해질 때 그녀도 여이현을 잊게 되는 걸까?

안 돼.

절대 잊을 수 없다.

여이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온지유는 목이 꽉 메어와 겨우 말을 내뱉었다.

“회사는 고모님이 맡아 주세요. 저에겐 중요한 일이 있어요. 이현 씨가 생전에 위화부대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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