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921 - Chapter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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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1화

온지유가 결혼을 원치 않는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정미리는 무엇보다 온지유가 자신을 잘 돌보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나중에 혼자 지내게 되더라도 자식이 필요하면 입양을 하면 되고 원치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온지유는 그런 부모님의 마음에 깊이 감동했다. 비록 혈연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부모님이었고 온지유에게 진정한 가족을 만들어 주었다.그녀가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기를 겪을 때 부모님은 그녀의 손을 잡고 어둠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빛으로 이끌어 주었다.온지유는 눈가가 시큰해졌지만 부모님께 미소를 지어 보였다.“아버지, 어머니, 저 결심했어요. 이현 씨는 자신의 직업을 위해 생을 마감했어요. 이현 씨가 마치지 못한 일들을 제가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고 싶어요. 만약 제가 그곳에서 죽게 된다면 그것 또한 나라를 위해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여하는 것이니 후회는 없을 거예요.”온지유는 이미 결심을 굳혔다. 그녀는 돌아온 날 밤 컴퓨터로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고 기자로 일했던 경험 덕분에 답신도 곧바로 받았다.온지유에게는 떠나기 전까지 남은 3일 동안 주변 사람들을 정리하고 인사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정리한 후 S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려 했다.온경준은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들었고 정미리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마지막에 온경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새는 언젠가 둥지를 떠나 날아가겠지. 지유야, 네가 결정을 내렸으니 너의 일을 잘 해내. 다만 시간이 되면 꼭 아빠랑 엄마에게 전화해 줘. 그렇지 않으면 네 엄마는 네 걱정에 밤잠을 설치게 될 거야.”온지유가 떠나 있던 동안 정미리는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녀가 아이를 낳을 때도 곁에 있어 주지 못했기에 평생의 한으로 남았다.그들의 소중한 온지유는 정말 가여웠다. 아이도 지키지 못했고 남편도 떠나보냈으며 이제 자신의 출생 비밀까지 알게 되었다. 심지어 그녀는 전쟁 지역으로 떠나려 하고 있었다.온경준은 생각할수록 감정을 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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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온지유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싫어요. 그곳에 가면 돈 쓸 시간도 없을 거예요.”온경준은 다소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지유야, 너 아까 우리를 영원히 부모로 여긴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다면 우린 가족이야. 부모가 자식에게 돈을 주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게다가 그곳에 가면 어쩔 수 없이 돈 쓸 일이 생길 거야. 가난하고 다친 아이들이나 노인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는 없잖니?”온경준의 낮고 잠긴 목소리에는 방금까지의 비통한 감정이 사라지고 대신 차분하면서도 깊은 이해가 담겨 있었다.온지유는 그들이 이런 부분까지 생각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입을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정미리도 옆에서 거들었다.“그래, 받아. 이건 네 아빠와 내 작은 마음이야. 네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 하늘도 너를 지켜줄 거야. 우리는 네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바라.”“... 알겠어요.”결국 온지유는 부모님이 주신 카드를 받아들었다.사실 처음에는 부모님께 숨기려고도 했었지만 혹시라도 그들이 걱정하다가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결국 마지막까지 온지유를 이해해 준 건 부모님이었다. 이 돈을 받지 않으면 부모님도 마음이 편치 않으리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그날 식사는 온화하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온경준과 정미리는 계속해서 온지유의 접시에 반찬을 올려주며 말했다.“그곳에 가면 엄마 아빠한테 사진 많이 찍어서 보내고 시간 되면 영상 통화도 자주 해. 돌아오고 싶을 땐 언제든지 돌아와. 속상한 일이 있으면 바로 말하고, 알았지?”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은 비록 법로처럼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지만 온지유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부모였다.온지유는 전쟁 지역에 종군 기자로 가게 되었으니 챙겨갈 물건이 많지 않았다. 부모님은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당부하고 나서야 그녀를 배웅했다.온경준과 정미리는 그녀가 집을 떠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차에 오른 온지유는 곁에 있던 홍혜주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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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온지유의 곁에서 가장 먼저 그녀를 지키고 싶었다.하지만 온지유는 모든 것을 스스로 헤쳐 나가고 싶었다. 그녀는 홍혜주의 마음이 선의임을 알았지만 홍혜주가 언제까지나 자신 곁에 머무르도록 할 수는 없었다.“혜주 씨도 해야 할 일이 있잖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이 결정을 내린 이상 나도 나를 잘 지킬 거예요.”홍혜주는 온지유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한번 결심한 일은 쉽게 바꾸지 않을 사람이었다.홍혜주는 겉으로는 온지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반드시 그녀 곁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죽은 여이현도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자신도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터였다.심지어... 인명진도 말이다.온지유는 이곳의 모든 일을 정리한 후 S국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5년 후.온지유는 이제 능숙한 종군 기자가 되었다. 이날도 평소처럼 S국 북부에서 최신 전황을 보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도를 진행하던 중 전장이 불길에 휩싸이며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전황 보도는 전투의 격화로 중단되었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군대와 함께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총성이 요란하게 울리다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를 때쯤 마침내 전투가 멈췄다.온지유는 먼저 보도를 진행하고 나서 군인들과 함께 구조 활동에 나섰다.그러다 문득 한 아이가 시멘트 덩어리 밑에 깔린 것을 발견했다. 아이 위에 떨어진 시멘트 판 밑에는 책상이 있어 그 틈에 있던 아이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얼굴은 먼지로 가득 덮여 있었다.온지유는 상황을 보자마자 즉시 아이를 구하러 달려갔다. 아이는 온지유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외쳤다.“엄마...”온지유는 S국에서 5년을 보냈다. 여기서 종군 기자로 활동할 수 있게 허가받은 후 처음엔 작은 내란에 불과했던 이곳이 결국 대규모 전쟁으로 번져버렸다.여기에 노석명이 연합 동맹군을 결성하여 대규모 군대로 성장한 것도 포함된다. 지금 노석명의 세력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해졌다.그동안 수많은 난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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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아이는 작은 고양이처럼 그녀의 가슴에 순하게 기대어 있었다. 작은 손바닥을 그녀 앞에 올려놓은 모습이 꽤 힘이 있어 보였다.온지유는 아이의 손을 살짝 떼어 내려 했지만 그 순간 아이가 나직이 말했다.“심장 소리가 정말 편안해요...”그러면서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았다.종군 기자로 활동한 지난 5년 동안 온지유는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지만 이 아이만큼은 묘한 느낌을 주었다.아이는 부드럽고 애틋한 목소리로 그녀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온지유는 아이를 안은 채 밖으로 나왔다. 예상치 못하게 모래바람이 몰아쳤지만 다행히 빠르게 화국 군용 차량에 올랐다.“대사관까지 좀 태워주실 수 있을까요?”“알겠습니다.”운전병은 온지유의 목에 걸린 기자증을 눈여겨보았다. 특히 그녀가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차는 대사관까지 40분을 달려 도착했고 온지유는 아이를 안은 채 대사관으로 들어섰다. 전담 직원을 찾아가 아이를 맡기려 했으나 아이는 필사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괜찮아. 이분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우리를 집으로 돌아가게 해줄 거고 네 엄마 아빠를 찾는 것도 도와주실 거야.”온지유는 부드럽게 아이를 달랬다.말하지 않아도 이 아이 역시 부모와 헤어진 것이 분명했다.어쩌면 부모가 이미 희생되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를 대사관에 데려가 직원이 아이의 신상을 등록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그러나 아이는 온지유의 뒤로 몸을 숨기며 그녀와 직원이 아무리 달래도 앞에 나와 말하려 하지 않았다.직원은 고민 끝에 말했다.“아이가 말도 잘 안 하고 자꾸 당신에게만 의지하는데 혹시 며칠만 아이를 맡아 주실 수 있을까요?”“이쪽 전투가 몇 가지 이유로 며칠간 멈출 예정입니다. 그동안 아이를 잘 돌봐 주세요. 제가 전문 인력을 불러오겠습니다.”온지유는 말없이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아이가 그녀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그녀는 아이의 눈을 내려다보았다. 반짝이는 흑요석 같은 눈동자에 촉촉한 눈물이 고여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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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남자아이의 머리카락은 들쭉날쭉하게 자라 있었다. 전쟁만 나지 않았고 부모와 떨어지지만 않았다면 그는 지금쯤 아주 행복한 아이였을 것이다.온지유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넌 이름이 뭐야? 대사관에 남기 싫었던 건 혹시 부모님 때문이야?”남자아이는 고개를 떨군 채 조용히 말했다.“부모님을 본 적이 없어요...”아이의 낮고 잠긴 목소리에는 서글픔이 가득 배어 있었다.온지유는 지난 5년 동안 S국에 머물며 작은 내란에서 대규모 전쟁에 이르기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봐 왔다. 이 아이가 부모를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아마도 그가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가 곁에 없었다는 의미였다.“그럼... 이름이 없는 거야?”온지유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이에게 물을 한 잔 따라주고 그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말을 걸었다.아이는 물을 받지도 않고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마치 잘못을 저지르고 속상해하는 아이 같았다.온지유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 아이 역시 상처가 깊은 아이였다.하지만 전쟁 속에서 자란 아이 중에 마음이 건강한 아이가 몇이나 있을까?그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특집을 만들어 각국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면 휴전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온지유는 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름이 없다면 내가 이름을 지어줄까?”처음에는 아이가 입고 있는 흰 셔츠와 귀여운 외모를 보고 화국의 부유한 집 아이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아이의 옷은 어쩌면 쓰레기 더미에서 건진 것처럼 보였다.부모를 본 적이 없다는 걸 보니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와 헤어졌거나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일지도 몰랐다.“제 이름은 별이예요.”“별이?”아이가 천천히 대답했고 온지유는 그의 이름을 되뇌었다.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의 부모님도 네가 별처럼 빛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을 거야. 당분간은 내 곁에 머물다가 대사관으로 데려다줄게. 하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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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구마를 받았다. 별이는 천천히 한입 베어 물었고 온지유가 물을 한 잔 떠오면서 말했다.“부족하면 더 줄 테니까 많이 먹어.”별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온지유는 피식 웃었다. 별이는 말하기 싫어하는 아이였다. 별이를 계속 지켜보면 부담스러워할까 봐 천막 안의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집합을 뜻하는 호각 소리가 울려 퍼졌다.깜짝 놀란 온지유는 군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 틀림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때, 온지유를 더 놀라게 했던 것은 고작 5살 된 아이가 고구마를 내려놓고 바른 자세로 서서 경례 자세를 취한 것이었다. 온지유는 군의 규칙에 익숙해진 어린아이가 군인의 아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별이가 만약 열사의 유자녀라면 고향이 아닌 이곳에서 지내게 할 수 없었다.“별이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별이는 군인도 아닌데 어떻게 경례하는 것을 배운 거야? 누가 가르쳐주었는지 알려줄 수 있어?”온지유는 별이 앞에 쭈그려 앉아 조심스럽게 물었다. 별이는 온지유를 빤히 쳐다보더니 쭈뼛거리다가 천천히 대답했다.“할아버지예요.”별이의 말에 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고 할아버지를 잃고 나서 먼지투성이가 된 채로 밖에서 떠돌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잠깐 여기서 쉬고 있어. 나갔다가 곧 돌아올 테니까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말고 이곳에서 기다려야 해.”온지유는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온지유는 곧바로 대사관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대사관의 담당자한테 오늘 알게 된 것을 말했다.“저한테 데려가라고 했던 아이한테 물었더니 이름이 별이래요. 부모님을 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방금 집합 호각 소리를 들었을 때 군인처럼 바른 자세로 서서 경례하더라고요. 몸에 밴 것처럼 호각 소리를 듣자마자 경례했고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거래요. 군인의 아이라면 제대로 조사해서 아이가 좋은 곳에서 지낼 수 있게 해줄 수 있잖아요.”대사관에서 별이가 군인의 아이인지 조사하면 금방 결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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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온지유는 가난해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도와줬고 음식과 생활용품을 전달했다. 온지유가 다른 사람을 돕기 좋아하는 것은 부대에 있는 모두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별이는 온지유의 손을 꼭 잡았고 긴장했는지 작은 손에 땀이 났다.“별이야, 옷이 마음에 들어? 이것도 한 번 봐봐.”온지유는 새로 산 옷을 두 벌 꺼내서 보여주었다. 전쟁 때문에 하얀 옷을 입으면 쉽게 더러워졌기에 여러 색깔이 섞인 옷을 사주었다. 시장이 멀어서 더 많은 것을 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며칠 후에 별이를 대사관에 데려다주고 별이의 신분이 밝혀지면 그때 별이에게 다른 것을 선물하겠다고 다짐했다.별이는 붉어진 두 눈으로 온지유를 바라보았고 옷에는 관심이 없었다. 온지유는 별이를 꼭 안아주면서 다독였다.“별이야, 이곳은 우리 화국 군인들이 지내는 곳이라 안전해. 다른 나라 군인처럼 너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야. 내가 곁에 있어 줄 테니까 두려워하지 마. 자, 새 옷을 한 번 입어볼까?”온지유의 말에 별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온지유는 별이를 안아 들어서 침대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앞으로는 천막 앞에서 날 기다리지 마. 천막을 나오면 위험하니까 무슨 소리가 나면 침대거나 책상 아래에 숨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나오면 안 돼. 알겠지?”화국은 백 년 전처럼 나약하지 않았고 강해진 군사력으로 다른 나라와 겨룰 수 있게 되었지만 다른 나라들이 힘을 모아 화국을 상대한다면 형세가 기울게 될 것이다.욕심으로 가득 찬 다른 나라들은 언제든지 화국을 공격할 수 있었고 습격을 받으면 별이를 지킬 수 없었기에 어디에 숨어야 할지 알려주어야 했다. 별이는 온지유의 손을 꽉 붙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별이는 전쟁이 일어나는 것보다 온지유를 못 보게 되는 것이 더 두려웠다. 별이는 말수가 적었고 다른 사람과 같은 공간에 있기 싫어했지만 어쩐지 온지유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졌다. 온지유의 품에 안겨서 온지유의 심장이 두근대는 소리를 들으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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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온 기자님.”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온지유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군복을 입고 있는 부대의 군인이 천막 앞에 서 있었다. 온지유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무슨 일 있어요?”“Y 국에서 물자를 지원했는데 온 기자님이 직접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알겠어요.”5년 동안 온지유가 어디에 있든 Y 국에서는 물자를 지원했고 신무열과 법로 대신 다른 사람이 물자를 가져왔다. 그리고 매달 계좌에 거액의 돈이 들어왔다. Y 국에서 지원해 준 물자로 가난한 백성을 살릴 수 있었고 군인에게 더 좋은 음식을 대접할 수 있었기에 온지유는 거절하지 않았다. 게다가 신무열과 법로를 만나지 않아도 되기에 큰 부담이 없었다. 온지유는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말했다.“아줌마가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줘.”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온지유는 말하려고 하지 않는 별이를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만약 대사관에서 이 아이를 온지유에게 맡긴다면 인명진을 불러서 별이와 만나게 할 생각이었다. 어린아이가 말하지 않는 것은 자폐증 증상 중 하나일 수도 있었다. 자폐증이 맞다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었다.온지유는 군인과 함께 물자를 받으러 갔고 물자 리스트에 사인하려고 했다.“지유야.”갑자기 들려온 부드러운 목소리에 온지유는 고개를 번뜩 들었다. 눈앞에 서 있는 남자는 하얀 셔츠를 입고 미소를 지은 채 온지유를 바라보고 있었다. 5년 전처럼 여전히 우아하고 다정한 신무열이었다. 신무열이 Y 국을 통치하고 있었기에 내부의 전란을 다스리고 나라를 통일시켰다. 그러면서 화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오면서 물자를 지원했다. 온지유는 다 알고 있었지만 신무열에게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무열이 직접 물자를 가져온 것을 봐서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신무열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온지유가 먼저 물었다.“무슨 일로 오셨어요?”온지유는 물자 리스트에 사인하고는 같이 온 군인에게 전하면서 말했다.“먼저 가서 체크하세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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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너도 종군 기자를 해서 알고 있겠지만 노석명은 죽지 않았어. 그 욕심 가득한 놈이 아직 살아있단 말이야. 그래서 너의 도움이 필요해.”신무열은 심호흡하고는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온지유는 멈칫하더니 물었다.“내가 뭘 도와주면 되나요?”신무열이 직접 물자를 가지고 찾아왔으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주어야 했다.“노승아가 신분을 위장해서 나를 찾아왔잖아. 그것 때문에 노석명이 하마터면 Y 국의 통치권을 손에 넣을 뻔했어. 네가 Y 국에 오면 노석명도 소식을 듣고 다시 찾아올 거야.”신무열은 말하면서 온지유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온지유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듣고 있다가 생각에 잠겼다. 신무열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온지유를 보면서 거절당할 것이라고 여겼지만 온지유는 흔쾌히 동의했다.“그래요. 무열 씨랑 같이 갈게요.”온지유와 여이현이 Y 국에 있을 때, 온지유가 노승아한테 잡혀갔을 때 신무열이 나서서 온지유를 보호해 주었다. 그래서 신무열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마음먹은 것이다.“오늘 같이 가자.”신무열이 다급히 말했다.“며칠 기다려주면 안 돼요?”온지유는 곧바로 같이 떠날 수 있었지만 별이를 곁에 두고 갑자기 떠날 수 없었다. 신무열은 육감적으로 온지유한테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신무열이 입술을 깨물더니 한참 후에야 물었다.“무슨 일 있어?”신무열은 온지유의 발목을 잡는 사람은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이때 온지유가 입을 열었다.“대사관에서 맡긴 아이가 있는데, 세 날 정도 돌봐줘야 해요.”온지유가 솔직하게 말하자 신무열은 깜짝 놀랐다. 온지유는 5년 동안 종군 기자로 활약했을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와 노인을 도와주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래서 사람들이 온지유를 보살이라고 불렀다.“그럼 세 날 뒤에 데리러 올게.”“알겠어요.”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 날 동안 온지유는 기사를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별이는 곁에서 울지도 않고 징징대지도 않았다. 별이가 너무 조용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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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군의관은 별이의 몸을 검사하고 응급조치를 취했다. 그러고는 온지유한테 알려주었다.“천식이라 항상 약을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천식이라는 말을 들은 온지유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 병은 유전으로 생길 수도 있지만 후천적으로도 걸릴 수 있는 병이었다. 항상 약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발작을 일으킨 뒤에 즉사할 수도 있었다.만약 별이가 온지유를 만나지 못해서 부대에서 함께 지내지 않았다면 발작을 일으켜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별이는 의식을 잃으면서도 온지유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온지유는 별이가 힘겹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별이는 분명 대사관에 가지 않고 온지유와 함께 있고 싶다고 말했었다. 온지유가 유일하게 별이에게 따뜻한 품을 내어준 사람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혹은...“켁!”기침 소리에 정신이 든 온지유는 별이가 깨어난 것을 보고 침대맡으로 다가갔다. 별이는 슬픈 두 눈으로 온지유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온지유와 떨어지기 싫고 대사관에 가기 싫다는 뜻이었다.이 아이에게는 온지유가 필요했다. 방심했다가는 아이가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온지유는 신무열과 함께 Y 국으로 가기로 했기에 다녀온 후에 별이와 함께 지내면서 인명진에게 치료를 부탁하려고 했다. 온지유는 별이의 작은 손을 꼭 잡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네가 아줌마 곁에 있고 싶다면 그렇게 해. 네가 건강해질 때까지 함께 있어 줄 테니까 다 나으면 네 가족을 찾으러 가자.”별이가 고개를 또 흔들자 온지유는 어린아이가 가족을 잃은 줄 알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별이는 그저 온지유와 함께 있고 싶어서 고개를 흔들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무열이 미간을 찌푸렸다. 온지유가 천막을 빠져나오자 신무열이 다가가 말했다.“오늘 밤에 나랑 같이 가자. 만약 이 아이가 걱정된다면 데리고 가면 돼.”신무열은 입술을 깨물더니 큰 결심을 내렸다. 온지유는 신무열이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신무열은 온지유를 위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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