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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법로의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온지유가 율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부터 가면을 쓰려 하지 않았다.지금 법로는 기분이 아주 나빠 보였다.

신무열은 법로의 뜻대로 온지유를 설득해볼 수도 있고 좋은 말을 해줄 수도 있었지만, 법로가 벌인 일 중 일부는 그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신무열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를 믿지 못하시겠다면 아버지께서 직접 안배하세요.”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의실을 나섰다.

S국, 대통령 청사.

좀 전에 대통령이 치료해주라고 한 남자는 이미 깨어났다. 그의 얼굴에 있는 큰 상처를 치료하기 위하여 약을 바르고 흰 붕대를 감아서인지 마치 백색 천으로 싸인 미라같아 보였다.

대통령은 침대 위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남자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나한테 성질을 쓰고 있는 거야?”

그가 항상 남자의 주변에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면 여기서 눈을 굴리며 누워있을 기회없이 하늘나라로 직행했을 것이다.

“아닙니다.”

너무 오래동안 말을 해본적이 없어서인지 남자의 목소리는 사포처럼 거칠었다.

대통령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 마음이 없었다면 네가 이런 태도일 리가 있겠니? 넌 몸이나 잘 챙겨. 아주 심하게 다쳤더군. 네가 목숨을 지키고, 살아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돌아가고 싶다면 내 말을 잘 들어야 할 것이야.”

남자는 그 말을 이어받지 않고 몇 초 동안의 망설임 끝에 천천히 “알겠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새까만 밤하늘에 떠 있는 둥글고 밝은 달은 마치 커다란 원반 같아 보였다.

내일은 한 가족이 함께 모이는 추석날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온지유는 아침 일찍부터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다.

핸드폰을 들어보니 아버지 온경준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비록 법로가 그녀의 친아버지라는 신분이 밝혀졌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양육의 은혜가 낳아준 은혜보다 크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영원히 온경준과 정미리일뿐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온경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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