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581 - Chapter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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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그 입 다물어요!”온지유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사람을 잘못 봤어요. 이런 말까지 할 줄은 몰랐네요.”여이현은 피하지 않고 있는 대로 맞아줬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입가에는 여전히 냉소가 걸려 있었다.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온지유를 바라보았다. 차가운 냉기가 눈 속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서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지. 난 원래도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었어.”온지유는 너무나도 상처받았다. 그의 말에 온몸이 벌벌 떨렸다. 그녀는 평생 이 정도로 나쁜 사람을 본 적 없었다.“사인을 받아내기 위해 저를 자극하는 거라면, 성공했어요. 이제 저도 이혼을 원하게 됐으니까.”온지유는 주저하지 않고 펜을 들어 이혼 합의서에 사인했다. 그리고 서류를 그에게 던지며 말했다.“꺼져요. 당장 제 집에서 꺼져요!”여이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분노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변호사는 서둘러 이혼 합의서를 챙겼다.“대표님, 이제 준비는 끝났습니다.”여이현은 가볍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온지유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으며 별장을 나섰다.그들이 떠난 후, 온지유는 방전된 듯 소파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 여이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답답한 기운은 가슴속에 맺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반대로 여이현은 별장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의 안색은 아주 어두웠다. 이제야 고개를 돌려서 별장을 바라보았으나, 그가 그리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대표님, 서류 준비는 끝났으니 이제 이혼 절차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꺼져요!”여이현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변호사는 그의 돌변한 감정에 깜짝 놀라며 움찔했다.여이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변호사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눈앞에서 알짱거리지 말고 꺼져요.”변호사는 더 이상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 서둘러 노승아의 집으로 돌아갔다.여이현은 극심한 불안과 분노로 인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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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노승아는 벌써 상상하기 시작했다. 여이현과의 결혼식이 얼마나 성대할지를 말이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가 될 것이다.바로 이때 어딘가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당연히 도우미인 줄 알고 차갑게 말했다.“혼자 있고 싶으니까 내려가요.”그러나 발걸음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스럽게 마스크팩을 뗐다.“내려가라고 했잖...”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한 순간 노승아의 눈빛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녀는 급하게 마스크팩을 치우고 정중하게 인사했다.“아버지...”“그래, 승아야.”남자는 노승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이구나. 이제 정말 처녀가 다 됐어.”노승아는 가까이 다가가서 그를 끌어안았다.“드디어 나오셨네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남자는 50대 중반으로, 노승아보다 조금 더 큰 키에 여전히 건장한 체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애정 어린 손길로 노승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동안 많이 힘들었겠구나.”“아니에요. 아버지가 겪으신 고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게다가 전 이제 연예인이잖아요. 아버지도 편안하게 모실 수 있을 정도로 벌어요.”그러나 남자의 눈빛은 묘하게 의미심장했다.“네가 효녀인 건 잘 알지만, 난 네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 우리 사업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내가 급하게 돌아온 것도 그 일 때문이다.”노승아의 얼굴은 빠르게 어두워졌다.“아버지, 정말 괜찮겠어요? 그 일로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 경찰의 감시가 아직도 심할 텐데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남자는 그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넌 지금도 여이현을 좋아하니?” 노승아는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그건...”남자는 계속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내가 모를 줄 아니? 발칙하게도 법로의 독을 쓴 모양이더구나. 그 독은 법로가 개발한 거야. 네가 그 독을 손에 넣었다는 건 법로와 불가분한 관계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 은혜를 갚아야 하는 법이란다, 승아야. 나는 평생 법로를 위해 일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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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노승아에게는 이제 이 길밖에 남지 않았다....온지유는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저 끝없이 길고 고통스러웠던 것만 기억났다.그녀는 소파에서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완전히 정신이 들었을 때 동쪽 하늘에는 이미 희미한 안개가 끼어 있었다.피곤했다. 너무 피곤했다.온지유는 지친 몸을 이끌고 욕실로 가서 세수를 했다. 그리고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마치 귀신을 본 것 같았다.눈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얼굴은 혈색 없이 초췌했다. 마치 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였다.온지유는 자기 얼굴을 만지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까지 변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사랑의 상처를 입었다고 이렇게 무너져야 할까?여이현 없이는 살 수 없는 걸까?답은 ‘아니’였다.그녀는 애초에 이 악연을 끊고 이혼할 생각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그가 먼저 제안했을 뿐이다.이혼하더라도 그녀는 잘 살 것이다. 예전보다 백 배 더 멋지게 살 것이다. 힘들어하는 건 하룻밤으로 충분하다. 남은 날들은 반드시 멋지게 살아가야 한다.그녀는 세수를 하며 얼굴을 세게 문질렀다.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싶었다. 정신을 차리면 그렇게까지 연애에 매달리지 않으니까.세수를 마친 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가 빈혈 때문인지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 자리에서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아무런 감각도 없었다.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온지유는 일어나고 싶었지만,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반쯤 죽은 것처럼 온몸이 지쳐 있었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피폐해졌다.그녀는 스스로도 놀랐다. 여이현 때문에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소진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주위를 둘러보니, 곁에는 인명진이 서 있었다.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온지유는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며... 명진 씨가... 어떻게 여기에...”그는 한 번도 그녀의 집에 온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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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온지유의 인생은 운이 좋다고 하면 참으로 운이 좋았다. 행복한 가정에서 많은 사람이 그녀를 아껴주었다.그녀의 불행은 대부분 감정적인 부분에서 온 것이다. 어쩌면 그녀의 인생이 너무 안정적이어서, 감정에서만큼은 파란을 겪어야 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온지유의 말을 들은 인명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곁에 앉아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갈색 눈동자는 유난히 따뜻해 보였다.“그렇다기보다는... 지유 씨가 저한테 새 삶을 줬어요.”인명진은 더 이상 회피하지 않았다. 이제는 많은 일을 함께 마주해야 할 때였다.“기억이 돌아오면 알게 될 거예요.”그가 몇 번이나 구해준 걸로 봐서 해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 정도는 있었다. 그의 정체가 단순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심은 여전했지만 말이다.이제 그녀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은 인명진뿐이었다. 온지유는 그와 조금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명진 씨 친구는 있어요?”“아뇨.”온지유가 다시 물었다.“왜요?”“저는 친구가 필요 없어요.”“부모님은요?”“누군지도 몰라요.”“많이 외롭겠어요. 친구도 가족도 없는 삶이라니... 상상이 안 가요.”온지유는 갑자기 그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신이 그를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신은 그에게 뛰어난 외모와 의술을 주었지만, 동시에 끝없는 고독도 안겨준 것이다. 기쁨을 나눌 사람조차 없다는 것은 분명히 고통스러운 일이었다.인명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만약 온지유가 묻지 않았다면 그는 외로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그런 감정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매일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벅찼기에, 그런 건 사치라고 생각했다.“그래도 이렇게 잘살고 있잖아요.”인명진은 무심하게 말했다.온지유는 고개를 숙이고 부드럽게 위로했다.“괜찮아요. 이제 제가 친구 되어줄게요. 슬프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 언제든 말해요. 제가 기꺼이 들어줄게요.”온지유는 그렇게 인명진에게 마음을 열었다.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기 마련이다. 그녀는 이별에 빠져서 소중한 인연을, 즉 새로운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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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인명진의 표정은 아주 복잡했다. 속으로는 만약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았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온지유의 손조차 감히 만지지 못하는 겁쟁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녀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그래도 인명진은 더 이상 거부하지 않고 그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온지유의 손목에 있던 염주의 붉은빛이 점점 짙어졌다. 그걸 발견한 온지유는 인명진에게 물었다.“이 염주 색이 변한 것 같지 않아요?”인명진은 시선을 내리깔며 대답했다.“그래요?”햇빛 아래로 자리를 옮기자 붉은빛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진작 색이 바랜 줄 알았는데 갑자기 짙어졌어요. 이거 명진 씨 염주 맞죠? 명진 씨는 아무것도 못 느꼈어요?”인명진은 무심코 주먹을 꽉 쥐다가 웃으며 말했다.“그거 아마 가짜일 거예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딱히 확인해 본 적 없어서요.”“가짜라면 왜 지니고 다녔어요?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요. 근데 피가 있는 염주라니, 살짝 이상하기는 해요.”그녀는 염주를 코끝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약초 향에, 약간의 피 냄새도 나요. 정말 이상해요. 명진 씨는 몰랐어요?”그녀는 또다시 물었다.인명진은 온지유의 통찰력이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 그녀는 모르는 것이 많더라도 이상한 점은 빠르게 알아챘다. 어떻게 설명해도 납득시키기 어려워 보였다.“됐어요, 인제 그만 생각할래요. 명진 씨가 이 염주를 준 이후로, 저는 정말 보호받는 느낌이었어요. 몸도 한결 가벼워졌고요.”온지유는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그렇게 지쳤던 몸이 벌써 기운을 차렸다. 어쩌면 이 염주의 효과일지도 몰랐다.온지유가 질문을 멈추자 인명진은 몰래 한시름 놓았다. 그리고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자고 일어나니 배고프지 않아요? 제가 밥 해줄게요.”“명진 씨 요리도 할 줄 알아요?”온지유는 인명진의 집에 가본 적 있었다. 심지어 그가 일하는 곳도 가본 적 있었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생활의 흔적은 없었다. 그는 한 번도 요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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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처음이에요.”온지유는 눈썹을 꿈틀댔다.“처음인데 이 정도면 잘한 거예요. 본인 솜씨 좀 맛보세요. 인명진 씨는 요리에 재능이 있으니까.”반 시간 뒤, 인명진은 주방에서 나왔다.탄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을 보아 인명진이 주방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의미였다.하지만 인명진이 음식을 테이블로 들고 왔을 때 온지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두 눈 휘둥그레 뜨며 인명진을 보았다.인명진은 행여나 어떤 음식인지 알아보지 못할까 봐 담담하게 설명도 해주었다.“이건 닭 염통, 이거는 닭 간... 전부 닭의 내장 부위에 속하죠. 이건 닭 몸통이에요. 다리 살이라 퍽퍽하지 않을 거예요...”인명진의 설명에 그녀는 꼭 해부학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그녀는 심지어 인명진이 요리를 할 때 어떤 모습으로 닭을 해부했는지 상상이 가기도 했다. 보기만 해도 식욕이 뚝 떨어지는 그의 요리였다.오히려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온지유가 젓가락을 들지 않자 인명진이 물었다.“왜 그래요? 맛없어 보여요? 전 최선을 다해 만들었어요.”“그런 게 아니라...”온지유가 말을 이었다.“굳이 최선을 다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요. 혹시 다른 요리도 있어요?”“네, 감자 칩을 만들어 봤어요.”인명진은 주방에 남아 있는 감자를 보곤 낭비하지 말자는 생각에 감자를 으깬 후 오븐에 넣었다.온지유는 그제야 마음이 놓여 말했다.“그럼 감자 칩을 먹을게요. 한동안 안 먹었더니 감자 칩이 먹고 싶네요.”“알았어요.”인명진은 얼른 오븐으로 달려가 감자 칩을 꺼내왔다.그 순간 인명진은 우울해졌다. 온지유는 새까만 감자 칩을 보았다. 탄 것이 분명했기에 젓가락을 들 수 없었다.“미안해요. 레시피에 있는 시간대로 타이머를 설정해 두었는데 탈 줄은 몰랐네요.”인명진은 레시피를 엄격하게 지키며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새까맣게 타버렸다.그 말인즉 그가 본 레시피는 잘못된 레시피라는 말이었다.온지유는 아주 놀랐다. 이렇게나 요리를 못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이건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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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인명진은 휙 피해버렸다.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길 원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온지유는 당연히 의심했다.“왜 피가 아직도 멈추지 않은 거예요?”상처가 생긴 지 오래되었다. 아무리 완전한 건강을 되찾지 못했다고 해도 지금도 계속 피를 흘릴 정도는 아니었다.그의 몸에 새로운 상처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인명진은 얼른 소매를 내리며 가렸다. 하지만 떨어지는 핏방울은 가릴 수 없었다.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핑계를 댔다.“아까 요리하면서 실수로 베었나 봐요. 괜찮아요.”온지유는 당연히 속지 않았다.“메스를 항상 손에 들고 있던 사람이 그런 실수를 했다고요? 날 속일 생각하지 말아요!”온지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변명을 믿지 않았다.“전혀 요리할 때 생긴 상처가 아닌 것 같네요. 대체 어쩌다가 다친 거예요?”인명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가 말하지 않으니 온지유는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인명진의 손을 잡으며 당긴 후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의 팔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임시로 치료한 것인지 제대로 감겨 있지 않았다.어쩌면 혼자 치료한 것이라 한 손으로 제대로 감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실수로 다친 거예요.”인명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전에도 봤다시피 어차피 제 몸엔 상처가 많잖아요.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닌 거죠.”말을 마친 그는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다.온지유도 더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하지만 온지유는 전혀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인명진 씨가 그런 거예요?”인명진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빼냈다.“그건 왜 묻는 거예요.”온지유가 말했다.“실수로 베인 거라면 어떻게 마침 손목을 벨 수가 있겠어요? 게다가 붕대 감은 것도 깔끔하게 감았잖아요. 그러니 스스로 상처를 냈을 가능성이 아주 크죠. 게다가 원래는 이쪽에 상처가 있었잖아요. 의사가 이렇게 허술하게 상처를 치료해줄 리가 없잖아요. 그 말인즉슨 인명진 씨가 혼자 상처를 치료했다는 의미겠죠. 그것도 아주 급하게. 그래서 피가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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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온지유는 고개를 들어 인명진을 보았다. 인명진은 아주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그에겐 더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니까.온지유도 알고 있었다. 인명진이 지내던 곳은 원래부터 남에게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그가 말했던 것처럼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자랐다.그럼에도 온지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사람이면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자랐으니 말이다.“왜 저한테 피를 나눠준 거예요?”온지유는 속으로는 거부하고 있었다.“쓰러진 건 시간이 조금 지나면 깨어날 수 있었어요. 인명진 씨가 굳이 팔에 상처를 내가며 피를 저한테 먹일 필요가 없었다고요. 왜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 거예요? 전 인명진 씨가 자기 몸에 상처를 내는 거 원치 않아요.”인명진은 가볍게 피식 웃었다. 아마도 그가 한 일 중에서 가장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괜찮아요. 피를 조금 나눠준 것뿐인데요, 뭘. 그 정도로 죽지 않아요.”“그런 말 하지 말아요! 그리고 다음에 제가 쓰러져도 그러지 말아요!”온지유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저랑 같이 지내게 된 이상 인명진 씨는 존중받아야 마땅할 사람이라고요. 희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 누구의 희생도 원치 않아요. 인명진 씨에게도 자유가 있어요. 그러니 자신을 너무 속박하지 말아요.”온지유가 이런 말을 한 건 그저 그에게 앞으로 더는 그런 일 하지 말라고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녀는 그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길 바랐다.인명진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했다.“알았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제가 한 말 꼭 기억해요. 우리는 친구예요. 앞으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저한테 말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도와줄 테니까요.”온지유는 계속 말을 이었다.“참, 인명진 씨랑 같이 있던 여자 말이에요. 그날 이후로 홍혜주 씨를 보지 못한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죠?”“걱정돼요?”“불쌍하잖아요.”온지유는 비록 그때의 기억이 없지만 홍혜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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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백지희는 자신이 꿈을 꾸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여이현과 온지유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도 보았는데 왜 이렇듯 쉽게 이혼해 버린 것일까.“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여이현 그 쓰레기가 마음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거 아니야? 안 되겠어, 내가 찾아가서 따질 거야!”온지유는 이미 현실을 받아들였다.“그러지 마. 난 오히려 이혼 잘한 것 같아. 지금 돈도 있고 집도 있고 편하게 생활하고 있잖아. 난 앞으로 평생 일 안 하고 놀아도 문제없다고. 그러니까 그냥 축하해줘.”“그래도 그 여우한테 좋은 일만 했잖아!”백지희는 온지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좋은 일한 적 없어. 그러니까 이제 더는 신경 쓰지 마. 다 지나간 일이잖아.”“그래, 알았어. 난 그냥 네가 우울해하고 있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 내가 곁에 있어 주려고 했더니 넌 전화도 안 받고.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백지희는 진심으로 그녀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녀도 온지유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적응 능력이 뛰어났던 온지유였기에 당연히 여이현의 곁에 오래 머물 수 있었던 것이다. 쓰러지지 않는 잡초처럼 무슨 일을 당해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만약 그녀였다면, 여이현 같은 남자와 한시도 버틸 수 없어 바로 이혼했을 것이다.“난 괜찮아. 조금 더 쉬고 출근할 생각이야.”온지유는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었다.“너 임신했잖아. 태교에 집중해야 하는 거 아니야?”“괜찮아. 난 아직 일할 수 있어. 어차피 힘쓰는 일도 아닌데 뭐.”백지희도 더는 할 말이 없었다.온지유의 생활이었으니 말이다. 걱정되긴 했지만 온지유가 원한다면 어쩔 수가 없었다.전화를 끊은 후 온지유는 티브이를 켰다.백지희에게서 이미 소식을 들었던지라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노승아는 아주 거만했다. 대범하게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자신이 여이현의 여자친구라고 밝혔다.원래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보려고 애를 쓰던 사람이었으니 이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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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알았어요.”인명진은 온지유를 문 앞까지 배웅했다.온지유는 자전거를 타고 시내 중심으로 갔다.시내는 그녀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여이현이 위치까지 고려해 그녀에게 별장을 선물해 주었기 때문이다.사람이 많은 시간이었던지라 그녀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다.초록 불이 켜지지 그녀는 얼른 자전거를 밀며 가려고 했지만, 누군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도와드릴게요.”온지유는 뒤돌아보았다. 젊은 남자가 그녀의 자전거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아마도 그녀가 임산부였던 탓에 자전거를 혼자 밀기엔 힘들어 보여서 도와주겠다고 한 것 같았다.그녀는 캐주얼한 옷차림에 머리는 곱게 땋은 뒤 짚 모자를 쓰고 있었다. 품이 좀 너른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배가 불룩 나왔다.옷차림만 임산부였을 뿐이지 다른 곳은 전혀 임산부로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아직 낯선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정도로 힘들지 않았지만, 호의를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었기에 입을 열었다.“고맙습니다.”그녀가 먼저 횡단보도를 건너자 남자는 그녀의 자전거를 밀며 따라왔다.그녀는 계속 자전거 도로로 걸어갔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유난히 지나가는 자전거가 적었다.아니, 거의 없었다.고개를 돌려 건너편을 보았다. 그곳엔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쌩쌩 지나가고 있었다.그런데 그녀가 걷는 길엔 아무도 없었다.이상해도 너무 이상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어느 한 금은방으로 왔다.들어가자마자 앉아 있던 금은방 사장이 안경을 꼈다. 겉보기엔 50대 중반으로 보였고 키도 별로 크지 않았다. 온지유가 들어오자 사장이 물었다.“뭘 팔러 오셨어요?”“반지를 팔려고요.”온지유는 미리 빼둔 반지를 테이블 위에 꺼내놓았다.“이건 얼마에 팔 수 있을까요.”사장은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를 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그동안 다이아몬드 반지를 꽤나 많이 받아봤지만 이렇게 큰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는 드물었다. 소장 가치가 엄청났기에 그는 바로 확대경으로 자세하게 관찰하며 말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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