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86화

“처음이에요.”

온지유는 눈썹을 꿈틀댔다.

“처음인데 이 정도면 잘한 거예요. 본인 솜씨 좀 맛보세요. 인명진 씨는 요리에 재능이 있으니까.”

반 시간 뒤, 인명진은 주방에서 나왔다.

탄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을 보아 인명진이 주방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인명진이 음식을 테이블로 들고 왔을 때 온지유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두 눈 휘둥그레 뜨며 인명진을 보았다.

인명진은 행여나 어떤 음식인지 알아보지 못할까 봐 담담하게 설명도 해주었다.

“이건 닭 염통, 이거는 닭 간... 전부 닭의 내장 부위에 속하죠. 이건 닭 몸통이에요. 다리 살이라 퍽퍽하지 않을 거예요...”

인명진의 설명에 그녀는 꼭 해부학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심지어 인명진이 요리를 할 때 어떤 모습으로 닭을 해부했는지 상상이 가기도 했다. 보기만 해도 식욕이 뚝 떨어지는 그의 요리였다.

오히려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온지유가 젓가락을 들지 않자 인명진이 물었다.

“왜 그래요? 맛없어 보여요? 전 최선을 다해 만들었어요.”

“그런 게 아니라...”

온지유가 말을 이었다.

“굳이 최선을 다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요. 혹시 다른 요리도 있어요?”

“네, 감자 칩을 만들어 봤어요.”

인명진은 주방에 남아 있는 감자를 보곤 낭비하지 말자는 생각에 감자를 으깬 후 오븐에 넣었다.

온지유는 그제야 마음이 놓여 말했다.

“그럼 감자 칩을 먹을게요. 한동안 안 먹었더니 감자 칩이 먹고 싶네요.”

“알았어요.”

인명진은 얼른 오븐으로 달려가 감자 칩을 꺼내왔다.

그 순간 인명진은 우울해졌다. 온지유는 새까만 감자 칩을 보았다. 탄 것이 분명했기에 젓가락을 들 수 없었다.

“미안해요. 레시피에 있는 시간대로 타이머를 설정해 두었는데 탈 줄은 몰랐네요.”

인명진은 레시피를 엄격하게 지키며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새까맣게 타버렸다.

그 말인즉 그가 본 레시피는 잘못된 레시피라는 말이었다.

온지유는 아주 놀랐다. 이렇게나 요리를 못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이건 괜찮아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