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은 휙 피해버렸다.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길 원하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온지유는 당연히 의심했다.“왜 피가 아직도 멈추지 않은 거예요?”상처가 생긴 지 오래되었다. 아무리 완전한 건강을 되찾지 못했다고 해도 지금도 계속 피를 흘릴 정도는 아니었다.그의 몸에 새로운 상처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인명진은 얼른 소매를 내리며 가렸다. 하지만 떨어지는 핏방울은 가릴 수 없었다.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핑계를 댔다.“아까 요리하면서 실수로 베었나 봐요. 괜찮아요.”온지유는 당연히 속지 않았다.“메스를 항상 손에 들고 있던 사람이 그런 실수를 했다고요? 날 속일 생각하지 말아요!”온지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변명을 믿지 않았다.“전혀 요리할 때 생긴 상처가 아닌 것 같네요. 대체 어쩌다가 다친 거예요?”인명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가 말하지 않으니 온지유는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인명진의 손을 잡으며 당긴 후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의 팔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임시로 치료한 것인지 제대로 감겨 있지 않았다.어쩌면 혼자 치료한 것이라 한 손으로 제대로 감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실수로 다친 거예요.”인명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전에도 봤다시피 어차피 제 몸엔 상처가 많잖아요.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닌 거죠.”말을 마친 그는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다.온지유도 더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하지만 온지유는 전혀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인명진 씨가 그런 거예요?”인명진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빼냈다.“그건 왜 묻는 거예요.”온지유가 말했다.“실수로 베인 거라면 어떻게 마침 손목을 벨 수가 있겠어요? 게다가 붕대 감은 것도 깔끔하게 감았잖아요. 그러니 스스로 상처를 냈을 가능성이 아주 크죠. 게다가 원래는 이쪽에 상처가 있었잖아요. 의사가 이렇게 허술하게 상처를 치료해줄 리가 없잖아요. 그 말인즉슨 인명진 씨가 혼자 상처를 치료했다는 의미겠죠. 그것도 아주 급하게. 그래서 피가 뚝뚝
온지유는 고개를 들어 인명진을 보았다. 인명진은 아주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그에겐 더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니까.온지유도 알고 있었다. 인명진이 지내던 곳은 원래부터 남에게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그가 말했던 것처럼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자랐다.그럼에도 온지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사람이면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자랐으니 말이다.“왜 저한테 피를 나눠준 거예요?”온지유는 속으로는 거부하고 있었다.“쓰러진 건 시간이 조금 지나면 깨어날 수 있었어요. 인명진 씨가 굳이 팔에 상처를 내가며 피를 저한테 먹일 필요가 없었다고요. 왜 자기 몸을 아끼지 않는 거예요? 전 인명진 씨가 자기 몸에 상처를 내는 거 원치 않아요.”인명진은 가볍게 피식 웃었다. 아마도 그가 한 일 중에서 가장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괜찮아요. 피를 조금 나눠준 것뿐인데요, 뭘. 그 정도로 죽지 않아요.”“그런 말 하지 말아요! 그리고 다음에 제가 쓰러져도 그러지 말아요!”온지유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저랑 같이 지내게 된 이상 인명진 씨는 존중받아야 마땅할 사람이라고요. 희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 누구의 희생도 원치 않아요. 인명진 씨에게도 자유가 있어요. 그러니 자신을 너무 속박하지 말아요.”온지유가 이런 말을 한 건 그저 그에게 앞으로 더는 그런 일 하지 말라고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녀는 그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길 바랐다.인명진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했다.“알았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제가 한 말 꼭 기억해요. 우리는 친구예요. 앞으로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저한테 말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도와줄 테니까요.”온지유는 계속 말을 이었다.“참, 인명진 씨랑 같이 있던 여자 말이에요. 그날 이후로 홍혜주 씨를 보지 못한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죠?”“걱정돼요?”“불쌍하잖아요.”온지유는 비록 그때의 기억이 없지만 홍혜주가
백지희는 자신이 꿈을 꾸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여이현과 온지유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도 보았는데 왜 이렇듯 쉽게 이혼해 버린 것일까.“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여이현 그 쓰레기가 마음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거 아니야? 안 되겠어, 내가 찾아가서 따질 거야!”온지유는 이미 현실을 받아들였다.“그러지 마. 난 오히려 이혼 잘한 것 같아. 지금 돈도 있고 집도 있고 편하게 생활하고 있잖아. 난 앞으로 평생 일 안 하고 놀아도 문제없다고. 그러니까 그냥 축하해줘.”“그래도 그 여우한테 좋은 일만 했잖아!”백지희는 온지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좋은 일한 적 없어. 그러니까 이제 더는 신경 쓰지 마. 다 지나간 일이잖아.”“그래, 알았어. 난 그냥 네가 우울해하고 있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 내가 곁에 있어 주려고 했더니 넌 전화도 안 받고.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백지희는 진심으로 그녀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녀도 온지유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적응 능력이 뛰어났던 온지유였기에 당연히 여이현의 곁에 오래 머물 수 있었던 것이다. 쓰러지지 않는 잡초처럼 무슨 일을 당해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만약 그녀였다면, 여이현 같은 남자와 한시도 버틸 수 없어 바로 이혼했을 것이다.“난 괜찮아. 조금 더 쉬고 출근할 생각이야.”온지유는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었다.“너 임신했잖아. 태교에 집중해야 하는 거 아니야?”“괜찮아. 난 아직 일할 수 있어. 어차피 힘쓰는 일도 아닌데 뭐.”백지희도 더는 할 말이 없었다.온지유의 생활이었으니 말이다. 걱정되긴 했지만 온지유가 원한다면 어쩔 수가 없었다.전화를 끊은 후 온지유는 티브이를 켰다.백지희에게서 이미 소식을 들었던지라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노승아는 아주 거만했다. 대범하게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자신이 여이현의 여자친구라고 밝혔다.원래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보려고 애를 쓰던 사람이었으니 이번이
“알았어요.”인명진은 온지유를 문 앞까지 배웅했다.온지유는 자전거를 타고 시내 중심으로 갔다.시내는 그녀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여이현이 위치까지 고려해 그녀에게 별장을 선물해 주었기 때문이다.사람이 많은 시간이었던지라 그녀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다.초록 불이 켜지지 그녀는 얼른 자전거를 밀며 가려고 했지만, 누군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도와드릴게요.”온지유는 뒤돌아보았다. 젊은 남자가 그녀의 자전거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아마도 그녀가 임산부였던 탓에 자전거를 혼자 밀기엔 힘들어 보여서 도와주겠다고 한 것 같았다.그녀는 캐주얼한 옷차림에 머리는 곱게 땋은 뒤 짚 모자를 쓰고 있었다. 품이 좀 너른 원피스를 입고 있었지만, 배가 불룩 나왔다.옷차림만 임산부였을 뿐이지 다른 곳은 전혀 임산부로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아직 낯선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정도로 힘들지 않았지만, 호의를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었기에 입을 열었다.“고맙습니다.”그녀가 먼저 횡단보도를 건너자 남자는 그녀의 자전거를 밀며 따라왔다.그녀는 계속 자전거 도로로 걸어갔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유난히 지나가는 자전거가 적었다.아니, 거의 없었다.고개를 돌려 건너편을 보았다. 그곳엔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쌩쌩 지나가고 있었다.그런데 그녀가 걷는 길엔 아무도 없었다.이상해도 너무 이상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어느 한 금은방으로 왔다.들어가자마자 앉아 있던 금은방 사장이 안경을 꼈다. 겉보기엔 50대 중반으로 보였고 키도 별로 크지 않았다. 온지유가 들어오자 사장이 물었다.“뭘 팔러 오셨어요?”“반지를 팔려고요.”온지유는 미리 빼둔 반지를 테이블 위에 꺼내놓았다.“이건 얼마에 팔 수 있을까요.”사장은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를 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그동안 다이아몬드 반지를 꽤나 많이 받아봤지만 이렇게 큰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는 드물었다. 소장 가치가 엄청났기에 그는 바로 확대경으로 자세하게 관찰하며 말했다.“1
온지유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왔을 때 금은방 사장은 전전긍긍하며 문 앞에 서 있었다.그의 이마엔 식은땀이 가득했다. 꼭 두려운 것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그녀가 나오자마자 사장이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아이고, 아가씨. 드디어 나왔네요. 이 반지는 그냥 팔지 말고 가지고 있어요. 나도 안 받을 테니까!”그는 얼른 반지를 온지유에게 돌려주었다.“네? 왜 갑자기 안 사시겠다는 거예요?”온지유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1000만 원에 사시겠다면서요.”“안 사, 안 살 거예요!”사장은 그녀를 재촉했다.“이 반지를 살 돈이 없으니까 얼른 반지 들고 나가요. 차라리 다른 금은방에 가서 팔아요!”그렇게 온지유는 쫓겨났다.고개를 돌리자 사장이 급하게 문을 닫는 것을 보았다. 셔터까지 내리는 것을 보아 오늘 장사는 그만둘 생각인 것 같았다.그런 사장의 모습에 온지유는 너무도 이상했다.그저 화장실에 갔을 뿐인데 왜 갑자기 저러는 것일까?온지유는 핸드폰을 꺼내 사장이 조금 전 그녀의 계좌로 입금한 1000만 원을 보았다.“아직 돈도 못 돌려 드렸는데...”가게 안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마치 1000만 원도 필요 없는 듯했다.너무도 수상했다.온지유는 남의 돈을 거저 가질 생각이 없었다. 사장이 사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녀는 돈을 돌려주었다.이내 다른 곳으로 갔다.근처의 금은방에 전부 다 들러보았지만, 그녀가 보여준 반지를 보자마자 기겁을 하며 사지 않겠다고 했다.원래였다면 응당 처음 들어간 금은방 사장처럼 좋아하는 표정을 지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다들 거부하고 있었다.그렇다는 건 분명 뭔가 있다는 소리였다.온지유는 그냥 가지고 있기로 했다. 어차피 팔지도 못하니 말이다.자전거를 타고 이내 대형 마트로 갔다.퇴근 시간이었던지라 마트엔 사람이 많았다. 자전거를 주차해둔 뒤 평소에 즐겨 마시던 요구르트를 샀다.그리고 과일과 채소, 심심하면 먹을 간식도 샀다.어느새 한가득 사 버린 그녀였다.힘이 조금 셌던 그녀는
온지유는 남자가 빼앗아 든 봉투를 확 빼앗았다.“말할 생각이 없으면 그냥 도와주지도 말아요. 전 남의 도움을 받는 게 더 어색하거든요.”“잠깐만요, 천천히 걸어요!”힘 있게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본 청년은 행여나 그녀가 넘어질까 봐 얼른 걱정이 담긴 목소리를 내었다.온지유는 큰 봉투를 자전거 바구니에 담은 뒤 떠나려고 했다.그녀는 자전거를 천천히 탔다. 청년은 계속 그녀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청년을 힐끗 보던 그녀는 결국 자전거에서 내려와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대체 왜 따라오는 거죠? 따라오지 마세요, 아니면 그쪽한테 이런 일을 시킨 사람을 내 앞으로 데려오시던가요! 자꾸 따라오면 신고할 거예요!”온지유는 다소 표정을 잔뜩 굳히며 말했기에 청년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그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지시를 듣고 있었던지라 결국 가버리고 말았다.청년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온지유는 다시 자전거를 탔다.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자꾸 쫓아오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며칠 동안 집에만 있었던지라 누군가 따라오며 그녀를 지켜주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생각에 잠겨있던 탓에 저도 모르게 방향감을 잃고 휘청거리게 되었다.“어어...”하마터면 자전거에서 떨어져 넘어질 뻔했다.하지만 누군가 그녀의 자전거를 꽉 붙잡아 주었기에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차가운 표정의 남자가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그녀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면서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은은한 노을빛이 남자의 몸에 내려앉으며 슬픔과 쓸쓸함을 가려주었다...짧은 몇 초 만에 온지유는 힘껏 손을 뿌리쳤다.“당신이었네요!”여이현은 시선을 거두며 또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뭐가 나였는데?”온지유는 그의 눈을 빤히 보았다. 목소리고 표정도 어느새 차가워졌다.“나한테 사람을 붙인 게 당신이잖아요.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난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어.”여이현은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길 가다가 우연히 자전거를 타며
여이현은 길을 힐끗 보았다.“그래, 그냥 지나가던 길이야.”그는 여전히 아닌 척했다.온지유도 더는 어쩔 수 없었다. 다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대치하고 있었다.온지유는 천천히 자전거를 타며 앞으로 가고 있었고 여이현의 차는 그녀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꼭 그녀의 껌딱지처럼 말이다. 온지유는 집으로 가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자전거를 틀었다.그러자 여이현의 안색이 더 심하게 구겨졌다. 그는 빵빵 소리를 내며 온지유에게 알렸다.“거긴 네 집이 있는 방향이 아니잖아.”“전 바로 집으로 가겠다고 한 적 없어요.”온지유가 말했다.“조금 더 돌다 가면 안 되는 거예요?”그리고 이내 비꼬며 말했다.“참, 이런 우연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설마, 여이현 씨가 가려는 길도 이쪽 길일 줄이야.”여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지유는 기분이 너무도 불쾌했고 화가 치밀었다. 여이현이 대체 왜 자신을 따라오는 것인지 몰랐다.먼저 이혼하자고 한 사람도 그였고, 지금 그녀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사람도 그였다.그녀는 결국 멈추어 서곤 고개를 돌려 잔뜩 굳어진 얼굴로 그를 보았다.“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여이현은 고개를 들어 물었다.“뭐가?”온지유는 자전거를 세워두고 그의 앞으로 다가와 날이 선 목소리로 말했다.“따라오지 말아요. 당신이랑 저는 이미 끝난 사이라고요! 당신이 이러면 이럴수록 저한테 피해만 준다는 거 몰라서 이래요? 이혼할 때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사인했잖아요, 아니었어요? 앞으로 더는 만나지 말라면서 저한테 선을 긋던 사람도 당신이었잖아요. 여진 그룹 대표가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나 했더니 전혀 아니었네요. 대체 저한테서 뭘 바라고 있는 거예요?”여이현도 몰랐다. 대체 뭘 원하는지.그저 행여나 그녀가 위험해질까 봐 걱정되었다.동시에 그가 곁에 없으니 임산부인 그녀가 혼자 어떻게 생활할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했다.걱정되는 건 아주 많았다.길을 가고 있는 그녀의 모습만 봐도 다치게 될까 봐 걱정되
“더 쉬지 않고요?”인명진이 그녀를 뒤따르며 물었다.“네, 충분히 쉬었어요. 더 쉬고 있다간 온몸이 뻐근해질 테니 그냥 내일부터 출근하려고요.”설령 그녀에게 이 별장이 있고 죽을 때까지 돈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대도 지루한 것은 지루한 것이었다.“알았어요.”온지유는 다음 날 출근했다.그녀가 출근하자 공아영이 그간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그녀는 더는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지금 아영 씨 눈앞에 보이는 건 뭐예요? 일단 일부터 해요.”공아영은 백지희와 같은 기분을 느꼈다. 화가 났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온지유가 더는 언급하고 싶지 않아 하니 더 물어볼 수 없었다.그러나 공아영이 입을 다물고 있어도 사무실의 다른 직원들이 수군대고 있었다.“실시간 인기 검색어 봤어요? 전부 노승아의 이름으로 도배되었어요!”“아마 노승아와 여이현 대표가 결혼할 거라는 소식이 갑자기 나오면서 그런 것 같아요.”“전에는 그냥 뜬 소문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그게 정말일 줄이야. 정말 소설 속 여주인공 같네요!”“다들 혹시 이 방송 보셨어요? 여이현 대표가 다른 여자한테 프러포즈했다던데, 그 여자가 설마 노승아는 아니겠어요?”그들이 말하는 방송엔 온지유의 뒷모습만 나왔다. 얼굴을 찍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 여자가 온지유임을 몰랐다.“노승아의 뒷모습은 아닌 것 같아요. 전 뭔가 좀 알 것 같은데... 그래도 며칠 되었다고 결혼 소식이 나오니 조금 이상하네요.”“여이현 대표가 쓰레기일 줄은 몰랐네요. 그런데 노승아는 그런 쓰레기가 뭐가 좋다고 결혼하려는 건지, 참.”“어디 결혼뿐이겠어요? 지금 SNS에서 해명하느라 바쁘잖아요. 두 사람의 연애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약혼반지까지 SNS에 올려 자랑하던데요.”“노승아도 연애하면 상대에게 눈이 멀게 되는 사람이었네요.”“불쌍하네요. 여이현 대표가 유부남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쯧쯧, 여이현 대표는 안 좋은 소문이 더 많네요.”“그걸 누가 알겠어요? 우리도 얼른 사실이나 파헤쳐 보자고요. 여이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