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의 냄비에서 보글보글 거품이 피어올랐다.안시연은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잠시도 편히 있을 수 없었다.그때,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안시연이 고개를 돌려 보니 연정훈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단추가 잠기지 않은 셔츠 깃 사이로 목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안시연을 조용하게 바라보았다.그 눈빛에 안시연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알코올 알레르기 있으세요?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해산물 알레르기가 있어.”“실수로 먹은 거에요?”“오랫동안 먹지 않아서, 두 입만 먹어봤어.”“아...”냄비에서는 계속 거품이 올라왔다.‘아 참, 아까 올라올 때 운전 기사님이 바로 차를 몰고 가셨지? 설마... 교수님이 여기 남아서 나랑 같이 밤을 보낼 거라 생각한 건가?’사방은 고요했다.연정훈은 안시연의 고지식한 행동을 보고 입꼬리를 약간 올렸다.“내 카드 안 썼어?”안시연은 잠시 의아해하다가, 연정훈이 그 블랙카드를 자주 쓰는 모양이니 결제내역을 보는 것쯤이야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문득 떠올렸다.“안 썼어요.”“외할머니 수술은 다 끝났어?”그 말에 안시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사람이 저한테 돈을 돌려줬어요.”연정훈은 침묵했다. 그러고는 얼마 안 지나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화해했어?”“... 그렇다고는 할 수 없어요.”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투에 담담한 조롱을 섞어 말했다.“표면적으로만 관계를 정리했을 뿐, 아직 남아있긴 한다는 거네.”안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일부러 이렇게 말한 것이었다. 연정훈의 신분으로는 아마 다시는 그녀를 보지 않을 테니.연정훈이 그녀에게 물었다.“이럴 거면, 왜 감히 나를 데리고 올라왔어?”“... 그 사람이랑 마주치는 게 두렵지 않아서요.”안시연은 그의 말에 농담과 조롱이 섞여 있다고 느꼈다.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니, 노란 불빛아래 남자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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