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독점적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536 챕터

제21화

마치 순풍에 돛단 듯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었다. 연정훈은 안시연을 병상에 눕히더니 그녀의 허리를 잡고 키스하기 시작했다.잔잔한 키스 소리가 고즈넉한 공간 속에서 유난히 선명하게 들렸다.온 몸의 온도는 한껏 올라갔고 안시연은 저도 모르게 연정훈의 목을 팔로 감쌌다.목을 위로 젖히고 하얀 천장을 바라본 안시연은 이 순간 수치심이 극에 달했다.환자복의 옷자락이 살짝 밀려 올라가자 안시연은 천천히 시선을 옮겨 연정훈의 까맣고 깊은 눈동자를 바라봤다.그녀와 눈이 마주친 연정훈은 다시 그녀와 입술을 맞춘 후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는 늘 그렇듯 진중하고 자제하는 모습이었다.“힘 빼...”“네...”남자의 훤칠하고 잘생긴 얼굴을 본 안시연은 온몸이 점점 나른해지고 두피가 저려났다.연정훈과 같은 피지컬을 가진 사람과는 굳이 돈 때문이 아니더라도 좋은 잠자리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그래서 연정훈과 관계를 맺어도 자기는 손해 볼 게 없다고 그녀는 스스로 위로했다.안시연은 자기최면에 성공한 듯 욕망이 불타올랐고 오감도 점점 마비되는 것 같았다.그때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더니 시선이 점점 또렷해졌다. 미세하게 숨을 몰아쉬던 안시연이 고개를 돌리자 연정훈의 맑은 눈동자와 마주쳤다.“교수님...”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본 연정훈은 흥분하던 감정이 조금 가라앉은 듯 몸을 약간 위로 올렸다.“힘들어?”안시연은 말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제야 그녀는 온몸에 힘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조금...”“그럼 진작 말했어야지.”연정훈이 짐승도 아니고 어떻게 아픈 그녀의 몸을 탐할 수 있겠는가? 안시연은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 연정훈은 마치 그녀가 졸라서 이 관계를 하고 있는 듯 말했다.안시연은 입술을 꼭 깨물고 그의 움직임에 따라 몸을 위로 옮겼다.몸을 일으켜 그녀의 옆에 앉은 연정훈은 달팽이처럼 이불 속에 움츠린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흥은 깨졌지만 기분이 그리 언짢은 것 같지 않았다.연정훈은 안시연을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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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안시연은 병원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퇴원했다.퇴원한 후, 그녀는 연정훈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저 퇴원했어요. 고맙습니다, 교수님.”연정훈은 역시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외할머니가 있는 제일 병원으로 급히 돌아왔을 때는 이미 열 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안시연은 병실 앞에서 눈시울이 시뻘게진 채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는 주지혁을 만났다.주지혁은 안시연을 보고 자리에 그대로 멈춰서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괜찮아요?”하...그녀가 불구덩이에 빠지는 것도 옆에 서서 구경하던 인간이 인제 와서 또 능청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안시연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주 대표님의 생각에는요?”더운 날씨에도 긴 팔과 바지를 입은 안시연을 본 주지혁은 분명 그녀가 어제저녁 관계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주지혁은 유태호가 안시연의 위에 올라탄 장면만 떠올리면 온몸이 부르르 떨려 당장이라도 유태호를 죽이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안시연의 이런 차가운 반응 또한 그녀가 유태호와 하룻밤을 보냈을 거라는 주지혁의 추측을 뒷받침했다.주지혁은 자책하면서도 안시연이 필사적으로 저항하지 않은 것을 원망했다. 이렇게 갈팡질팡했던 그의 마음은 안시연의 허약한 안색을 본 순간, 미안함이 먼저 앞섰다.“시연 씨, 죄송해요.”안시연은 그런 주지혁을 무시하고 바로 뒤돌아서 주치의 사무실로 향했다.“병원비는 내가 냈어요.”주지혁의 말에 안시연은 걸음을 멈췄다.물론 안시연의 가방 안에는 연정훈의 카드가 들어있었지만 사실 그녀도 병원비는 주지혁이 내길 바랐다. 어차피 그것은 안시연의 돈이니까!그녀 또한 자기 돈으로 외할머니의 병을 치료해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었다.주지혁은 그녀가 멈춰 선 것을 보고 기분이 풀린 줄 알고 그녀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외할머니부터 먼저 가봐요. 다른 건 나중에 얘기하죠.”모르는 사람은 주지혁이 외할머니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줄 알 것이다.안시연은 이런 주지혁이 정말 징그럽다고 생각했다.할머니 수술을 앞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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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당분간 환자를 자극해서는 안 됩니다. 꼭 명심하세요!”주임 사무실에서 나온 안시연은 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외할머니의 수술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휴식만 잘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외할머니가 쉬고 있는 동안, 그녀는 새 옷을 사러 상가에 갔다. 조금 더 정갈한 모습으로 할머니가 눈치채지 못하게 말이다.그렇게 한참을 옷을 고르고 있는데 VIP 구역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보였다.그중 하는 다름 아닌... 조이현이었다!자세히 생각해보니 그날의 일은 그녀의 필력이 빠질 수 없다.VIP 구역.임유정은 조이현을 보고 말했다.“너희 지혁 씨 아직도 좀 그래?”“아니, 괜찮아. 그냥 나한테 집중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야. 그거 알아? 지혁 씨 사무실에 아주 예쁘게 생긴 여자가 있는데...”조이현은 낮은 목소리로 피식 웃더니 임유정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그 말을 들은 임유정은 일부러 충격을 받은 듯하며 말했다.“지혁 씨가 화낼까 봐 두렵지 않아?”“지혁 씨는 몰라. 회사 사람들 말하는 거 들어보니 그 여자 이틀 동안 출근도 안 했다 하더라고. 나중에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보다는 낫지, 뭐.”안시연은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그깟 위기감 하나 때문에 남의 인생을 망친 거였어?!’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때, 또 조인현이 입을 열었다.“언니, 언니도 정훈 오빠하고 어떻게 할지 빨리 결정해. 나중에 안 좋은 일 생기게 하지 말고.”“내가 뭐가 무서워서?”임유정이 웃으며 말했다.“이 경인 시에서 누가 나랑 다툴 수 있겠어? 체면 같은 거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빼고는 말이야. 전에도 몇몇 있긴 했지만 결국 연씨 가문에 들어간 사람은 한 명도 없잖아?”임유정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말했고 안시연은 목제 선반 두 개를 사이에 두고 이 모든 것을 들었다.그때 고개를 돌리자 직원이 안시연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그녀는 서둘러 시선을 거두고는 옷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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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안시연은 황급히 카드를 받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부승원은 원래부터 냉담한 성격인 데다 그날 테니스 코트에서도 그녀와 별 얘기를 나누지 않았었다. 안시연은 고개를 숙여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계속 수속을 밟으러 갔다.얼마 안 지나, 그녀가 떠나고 나서야 부승원은 프런트 직원에게 물었다.“조금 전에 가신 분, 무슨 수속 하신 거예요?”그러자 프런트 직원은 상황을 한번 쭉 설명해주었다.말을 전해 들은 뒤, 부승원은 애매한 눈빛으로 안시연이 떠난 방향 쪽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안시연은 법률 사무소에서 나와 외할머니를 뵈러 병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그곳에 주지혁이 또 있을 줄.외할머니가 깨어나자 그는 이전보다 더욱 정성스럽게 보살피는 척했다.외할머니는 주지혁이 가자마자 안시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지혁이 사람 정말 괜찮네. 지혁이가 있으니, 앞으로 이 할머니가 걱정하지 않아도되겠어.”안시연은 멋쩍은 미소만 지었다. 그러다 문득 침대맡에 있는 과일이 눈에 들어오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우리 엄마 아직도 전화 한 통 안 왔어요?”그 말을 듣자 외할머니의 안색이 조금 변했다.안시연은 이 느낌을 어떻게 말로 형용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자신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빛에 연민과 미안함이 가득할 뿐이라고 생각될 뿐이었다.그녀의 기억에 의하면, 부모님은 단지 하나의 개념이었고 항상 외할머니가 그녀를 데리고 다녔다.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단 한 번 얼굴을 내비친 적이 있다. 때문에 안시연의 기억 속에 그녀의 얼굴은 이미 희미해졌다.안시연은 친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별로 없었으나 연세 많은 외할머니가 이렇게 큰 수술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전화 한 통 없으니 할머니가 섭섭해하실까 걱정이었다.“걔한테 알릴 필요 없어.”여기까지 말한 할머니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깊어졌다.안시연은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오늘은 할머니와 함께 자기로 했다. 잠들기 전, 할머니가 한마디 물었다.“지혁이랑은 언제 결혼할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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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부엌의 냄비에서 보글보글 거품이 피어올랐다.안시연은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잠시도 편히 있을 수 없었다.그때,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안시연이 고개를 돌려 보니 연정훈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단추가 잠기지 않은 셔츠 깃 사이로 목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안시연을 조용하게 바라보았다.그 눈빛에 안시연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알코올 알레르기 있으세요?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해산물 알레르기가 있어.”“실수로 먹은 거에요?”“오랫동안 먹지 않아서, 두 입만 먹어봤어.”“아...”냄비에서는 계속 거품이 올라왔다.‘아 참, 아까 올라올 때 운전 기사님이 바로 차를 몰고 가셨지? 설마... 교수님이 여기 남아서 나랑 같이 밤을 보낼 거라 생각한 건가?’사방은 고요했다.연정훈은 안시연의 고지식한 행동을 보고 입꼬리를 약간 올렸다.“내 카드 안 썼어?”안시연은 잠시 의아해하다가, 연정훈이 그 블랙카드를 자주 쓰는 모양이니 결제내역을 보는 것쯤이야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문득 떠올렸다.“안 썼어요.”“외할머니 수술은 다 끝났어?”그 말에 안시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 사람이 저한테 돈을 돌려줬어요.”연정훈은 침묵했다. 그러고는 얼마 안 지나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화해했어?”“... 그렇다고는 할 수 없어요.”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투에 담담한 조롱을 섞어 말했다.“표면적으로만 관계를 정리했을 뿐, 아직 남아있긴 한다는 거네.”안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일부러 이렇게 말한 것이었다. 연정훈의 신분으로는 아마 다시는 그녀를 보지 않을 테니.연정훈이 그녀에게 물었다.“이럴 거면, 왜 감히 나를 데리고 올라왔어?”“... 그 사람이랑 마주치는 게 두렵지 않아서요.”안시연은 그의 말에 농담과 조롱이 섞여 있다고 느꼈다.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니, 노란 불빛아래 남자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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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문손잡이가 돌아가는 그 1초 동안, 안시연은 혼이 날아갈 것 같았다.연정훈도 그녀의 몸에 누워 잠시 동작을 멈췄다.그러나 문은 예상과 달리 열리지 않았고 안시연은 그제서야 자신이 이미 자물쇠를 바꿨다는 사실을 떠올렸다.마치 영혼이 본체에 돌아온 것처럼, 이성을 되찾은 그녀는 연정훈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가 일어서기를 바랐다.그러나 연정훈은 서두르지 않으며 오히려 그녀의 입술을 깨물더니 귀에 대고 낮게 말했다.“오늘 저녁에 손님 온다고 알려주지 않았어?”안시연은 난감함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시연 씨, 문 열어요.”안시연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그러나 연정훈은 그녀의 허리를 더욱 세게 움켜잡은 채 당황하지 않고 움직임을 이어갔다.안시연은 다리를 조이며 그의 움직임을 거절했다.문밖의 인기척이 커질수록 몸을 통제할 수 없는 안시연과는 달리 연정훈은 더욱 여유가 넘쳤다.그녀는 갑자기 이해가 되었다. 왜 자신이 주지혁과 헤어지지 못하는 것을 개의치 않고 연정훈이 계속해서 찾아오는지.연정훈은 주로 그녀의 몸만을 사랑하는 것이지 순애보 같은 스타일이 아니다.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현재의 안시연은 그저 도망치고 싶을 뿐이었다.얼마쯤 지났을까, 문을 두드리던 소리가 멈추고 거실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자 연정훈은 더이상 안시연을 놀리지 않고 본격적인 주제를 향해 달려갔다.안시연은 미칠 지경이었다.그렇게 얼마 뒤, 남자가 갑자기 동작을 멈추자 안시연은 흐느끼며 엉겁결에 자신을 꼭 안았다.연정훈이 고개를 들고 눈썹을 찡그리며 그녀를 바라보니 안시연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있었다.연정훈은 눈을 감더니 이내 냉정함을 되찾았고, 다시 무력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안시연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손을 보여주었다.뼈가 두드러지게 보이는 손가락 앞부분에는 검붉은 색이 묻어있었다.안시연은 잠시 어리둥절해졌다.‘너무 긴장해서 아랫배 통증조차 못 느끼고 있었어...’그렇다, 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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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방음이 되지 않는 복도에 있어 안시연은 연정훈을 꼭 끌어당긴 채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얼마나 지났을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주지혁이 핸드폰을 꺼내는 것을 보고 안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허둥지둥하다가 연정훈을 끌고 아래층으로 뛰어갈 뻔하기도 했다.‘아 참, 나 핸드폰 집에 두고 왔지.’한숨을 돌리며 고개를 든 그녀는 연정훈의 아련한 눈동자와 마주쳤고 그 바람에 귀가 뜨거워졌다.밖에서 주지혁은 아직도 전화를 걸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연정훈의 손을 잡아당기면서 그가 자신과 함께 조심히 아래층으로 내려가기를 바랐다.하지만 벽에 기대어 지긋이 그녀를 바라보는 연정훈의 얼굴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전혀 협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안시연은 다시 한번 그의 악랄함을 목격했다.그녀는 한때 그가 이전에 이런 무자비한 일을 자주 하지 않았는지 의심했다.주지혁은 언제든 이쪽으로 올 수 있었다. 그녀는 주체할 수 없이 쿵쾅대는 심장을 뒤로 한 채 애원하며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오늘 저녁 술을 많이 마신 탓에 연정훈은 행동이 더욱 자유롭지 못했다.애원 가득한 안시연의 눈빛은 연정훈의 욕구를 더 불러일으켰다. 만약 주지혁이 갑자기 나타나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안시연이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그들은 다른 걸 했을 것이다.호텔에서 그랬던 것처럼 연정훈에게 반항하지도 못한 채 불쌍한 눈빛을 하며 말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주지혁이 있는 방향을 흘겨보다가 다시 안시연을 바라보았다. 괴롭히고 싶은 마음은 더욱 강해졌다.안시연도 바보는 아니었다.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두 팔을 들어 연정훈의 목을 잡고 힘껏 까치발을 들며 키스를 했다.작은 남자의 입술은 한없이 차가웠고,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간청했다.“교수님, 제발 내려가세요.”연정훈은 기쁜 나머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입을 꼭 맞췄다.키스보다는 연정훈의 일방적인 약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서로의 입술이 떨어질 때, 안시연의 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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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왜 왔어요?”안시연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비닐 주머니를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마구 캐물으려던 주지혁은 그녀의 보수적인 옷차림과 손에 든 생리대를 보고 약간 망설였다.“어디 갔었어요?”그러자 안시연은 천천히 다가와 문을 열며 말했다.“생리가 와서 생리대 사러 갔었어요.”“내 전화는 왜 안 받아요?”“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거실에 두고 충전 중이예요. 현금으로 결제했어요.”그녀는 시종일관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하며 방에 들어가자마자 부엌으로 가서 물을 끓이고 아무런 내색 없이 차를 내왔다.집안을 빙 한 바퀴 둘러보고 난 뒤 어떠한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하고 나서야 주지혁은 한결 나아진 안색으로 물었다.“현관문 열쇠 바꿨어요?”안시연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지난번 이후로 바꿨습니다.”지난번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한 다툼이 떠오르자 주지혁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는 부엌으로 들어가 안시연을 뒤에서 껴안았다.안시연은 본능적으로 몸이 굳어 빠져나오지 못했다.하지만 그것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주지혁은 기쁜 마음에 안시연의 얼굴에 뽀뽀했다.“아직도 화내는 거예요?”“화내봐야 무슨 소용이겠어요. 곧 조이현 씨랑 결혼할 건데.”주지혁은 그녀가 질투하는 줄 알고 더욱 기뻐하며 안시연을 달랬다.“할머니 봐서라도 다른 사람 때문에 나한테 성질부리지 마요, 네?”‘곧 결혼해서 아내 될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니...’안시연의 마음속에 있던 혐오감은 극에 달했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이 끓는 틈을 타서 그녀는 차를 들고 나가 주지혁과 어느 정도 거리를 고는 무의식적으로 한마디 물었다.“사건은 언제 해결되는데요?”주지혁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영악한 눈빛을 드러내며 자연스럽게 대답했다.“다 됐어요, 이틀만 있으면 되요.”안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사건이 해결되기만 하면 그녀는 마음을 놓을 수 있다. 하지만 사건 사고는 모두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해결되는 것이 아닌데다가 주지혁의 권세가 아직 하늘을 찌를 지경에 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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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시연 씨가 임신하면 내가 시연 씨를 해외로 보내줄게요. 시연 씨 혼자 외국에 있으면 많이 그리울 거니까 몇 년 안에 반드시 이혼하고 시연 씨랑 결혼할겁니다.”...정말 끔찍한 사랑이었다.두피마저 얼얼해지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주지혁은 이 말을 마치고 침묵하는 그녀의 작은 얼굴을 보며 말을 덧붙였다.“며칠만 기다려요, 시연 씨 몸이 편해지면 같이 새로 산 집 보러 가요. 아, 우리 기념일 때 보러 갈까요?! 그럼 그날은 우리 신혼 밤을 보내는 셈이 되는거죠.”“시연 씨가 임신하면 사건 해결서랑 부동산 서류 그리고 20억 상당의 주식을 같이 줄게요.”앞의 말이 뻔뻔하다면 마지막의 말은 음흉하기 그지없었다.그는 그녀를 위협하고 있다.주지혁은 공포스러운 통제욕을 여실히 드러내며 안시연이 자신에게 단념할까 봐 기어코 그녀의 몸을 차지하려 했다.그 수단은 바로 임신으로써 그녀를 완전히 결박하는 것이었다....법률 사무소 로비에 앉아있던 안시연은 지난밤 주지혁과의 얽히고설킨 일이 떠올라 금방이라도 토할것 같았다.“안시연 씨, 장 변호사님 도착하셨습니다.”“네.”안시연은 소리를 듣고 일어나 안으로 들어갔다.현재로서 그녀는 주지혁에게 반항할 수 없기에 최악의 계획을 세우고 적어도 변호사를 잘 찾아야 했다. JX 법률 사무소는 부씨 가문 산하의 산업으로 현재 부승원이 관리하고 있으며 명성이나 실력 모두 경인 시에서 으뜸이었다.장 변호사가 매우 바쁜 탓에 면담 시간은 딱 15분으로 정해졌다.얼마 뒤, 사무실에서 나오는 안시연은 상대방의 모호한 말을 곱씹으며 불안에 떨었다.그때, 고개를 들어 보니 양복을 입은 한 무리 사람들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연정훈과 부승원이 제일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연정훈의 곁에는 우아하고 품위 있는 여성이 따라다녔다.안시연은 그 여자가 지난번 백화점에서 조이현과 이야기한, LK은행의 딸 임유정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안시연 씨, 장 변호사님은 시간이 별로 없으십니다. 혹시 문수철, 문 변호사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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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안시연이 두 통의 전화를 걸었지만 주지혁은 받지 않았다.그녀는 현재 불안에 떨고 있어 병원에 가 외할머니를 만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할머니를 걱정시킬까 봐서 말이다.안시연은 주지혁이 다시 전화할 틈을 기다려 법률 사무소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한편, 연정훈과 부승원은 일을 마치고 근처 빌딩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다. 그렇게 1층 유리창을 지날 때, 한 여인이 의자에 기대어 앉아 아득한 눈길로 바깥의 차들이 늘어선 것을 쳐다보는 게 보였다.안시연과 몇번 만나보며, 연정훈은 그녀가 좋지 않은 형편에서 완강히 버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달랐다.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도 그는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담담하고 쓸쓸한 절망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내일의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이런 그녀의 모습은 어쩐지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또 괴롭힘을 당한 건가?’몇 초 후,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걸었고 그렇게 천천히 안시연의 시야에서 벗어났다.차에 올라탔지만, 그 불쌍한 작은 얼굴은 연정훈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그러다 문득 부승원에게 물었다.“시연이가 너희 법률 사무소는 왜 찾아온 거야?”그 말을 듣자 부승원의 싸늘한 눈빛이 갑자기 흥미로운 듯 번뜩였다.“몰라.”“모른다고?”“법률 사무소에 얼마나 많은 사건이 들어오는데, 내가 그걸 다 일일이 알아야 해?”부승원은 미적지근하게 말했다.“알고 싶어? 그럼 내가 가서 물어볼게.”말을 끝내고 그는 조용히 얼굴을 돌려 연정훈을 바라보았다. 눈동자에는 장난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연정훈은 곧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입가로 갖다 댔다.그러고는 무슨 생각인지 읽을 수 없도록, 가볍게 피식 웃었다.‘둘 사이에 뭔가가 있는 거군.’이윽고 부승원이 조롱하듯 말했다.“안시연 씨 꽤 예쁘더라.”“시연이는 예전에 내 제자였어.”“내 기억으로는 소현주 씨도 네 학생이었던 것 같은데?”그러자 연정훈의 얼굴에 있던 웃음기가 가라앉더니 이내 입술을 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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