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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Author: 라오
문손잡이가 돌아가는 그 1초 동안, 안시연은 혼이 날아갈 것 같았다.

연정훈도 그녀의 몸에 누워 잠시 동작을 멈췄다.

그러나 문은 예상과 달리 열리지 않았고 안시연은 그제서야 자신이 이미 자물쇠를 바꿨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마치 영혼이 본체에 돌아온 것처럼, 이성을 되찾은 그녀는 연정훈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가 일어서기를 바랐다.

그러나 연정훈은 서두르지 않으며 오히려 그녀의 입술을 깨물더니 귀에 대고 낮게 말했다.

“오늘 저녁에 손님 온다고 알려주지 않았어?”

안시연은 난감함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시연 씨, 문 열어요.”

안시연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연정훈은 그녀의 허리를 더욱 세게 움켜잡은 채 당황하지 않고 움직임을 이어갔다.

안시연은 다리를 조이며 그의 움직임을 거절했다.

문밖의 인기척이 커질수록 몸을 통제할 수 없는 안시연과는 달리 연정훈은 더욱 여유가 넘쳤다.

그녀는 갑자기 이해가 되었다. 왜 자신이 주지혁과 헤어지지 못하는 것을 개의치 않고 연정훈이 계속해서 찾아오는지.

연정훈은 주로 그녀의 몸만을 사랑하는 것이지 순애보 같은 스타일이 아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현재의 안시연은 그저 도망치고 싶을 뿐이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문을 두드리던 소리가 멈추고 거실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자 연정훈은 더이상 안시연을 놀리지 않고 본격적인 주제를 향해 달려갔다.

안시연은 미칠 지경이었다.

그렇게 얼마 뒤, 남자가 갑자기 동작을 멈추자 안시연은 흐느끼며 엉겁결에 자신을 꼭 안았다.

연정훈이 고개를 들고 눈썹을 찡그리며 그녀를 바라보니 안시연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있었다.

연정훈은 눈을 감더니 이내 냉정함을 되찾았고, 다시 무력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안시연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손을 보여주었다.

뼈가 두드러지게 보이는 손가락 앞부분에는 검붉은 색이 묻어있었다.

안시연은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너무 긴장해서 아랫배 통증조차 못 느끼고 있었어...’

그렇다, 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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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27화

    방음이 되지 않는 복도에 있어 안시연은 연정훈을 꼭 끌어당긴 채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얼마나 지났을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주지혁이 핸드폰을 꺼내는 것을 보고 안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허둥지둥하다가 연정훈을 끌고 아래층으로 뛰어갈 뻔하기도 했다.‘아 참, 나 핸드폰 집에 두고 왔지.’한숨을 돌리며 고개를 든 그녀는 연정훈의 아련한 눈동자와 마주쳤고 그 바람에 귀가 뜨거워졌다.밖에서 주지혁은 아직도 전화를 걸고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연정훈의 손을 잡아당기면서 그가 자신과 함께 조심히 아래층으로 내려가기를 바랐다.하지만 벽에 기대어 지긋이 그녀를 바라보는 연정훈의 얼굴에는 당황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전혀 협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안시연은 다시 한번 그의 악랄함을 목격했다.그녀는 한때 그가 이전에 이런 무자비한 일을 자주 하지 않았는지 의심했다.주지혁은 언제든 이쪽으로 올 수 있었다. 그녀는 주체할 수 없이 쿵쾅대는 심장을 뒤로 한 채 애원하며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오늘 저녁 술을 많이 마신 탓에 연정훈은 행동이 더욱 자유롭지 못했다.애원 가득한 안시연의 눈빛은 연정훈의 욕구를 더 불러일으켰다. 만약 주지혁이 갑자기 나타나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안시연이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그들은 다른 걸 했을 것이다.호텔에서 그랬던 것처럼 연정훈에게 반항하지도 못한 채 불쌍한 눈빛을 하며 말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주지혁이 있는 방향을 흘겨보다가 다시 안시연을 바라보았다. 괴롭히고 싶은 마음은 더욱 강해졌다.안시연도 바보는 아니었다.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두 팔을 들어 연정훈의 목을 잡고 힘껏 까치발을 들며 키스를 했다.작은 남자의 입술은 한없이 차가웠고,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간청했다.“교수님, 제발 내려가세요.”연정훈은 기쁜 나머지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입을 꼭 맞췄다.키스보다는 연정훈의 일방적인 약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서로의 입술이 떨어질 때, 안시연의 눈에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28화

    “왜 왔어요?”안시연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비닐 주머니를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마구 캐물으려던 주지혁은 그녀의 보수적인 옷차림과 손에 든 생리대를 보고 약간 망설였다.“어디 갔었어요?”그러자 안시연은 천천히 다가와 문을 열며 말했다.“생리가 와서 생리대 사러 갔었어요.”“내 전화는 왜 안 받아요?”“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거실에 두고 충전 중이예요. 현금으로 결제했어요.”그녀는 시종일관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하며 방에 들어가자마자 부엌으로 가서 물을 끓이고 아무런 내색 없이 차를 내왔다.집안을 빙 한 바퀴 둘러보고 난 뒤 어떠한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하고 나서야 주지혁은 한결 나아진 안색으로 물었다.“현관문 열쇠 바꿨어요?”안시연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지난번 이후로 바꿨습니다.”지난번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한 다툼이 떠오르자 주지혁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는 부엌으로 들어가 안시연을 뒤에서 껴안았다.안시연은 본능적으로 몸이 굳어 빠져나오지 못했다.하지만 그것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주지혁은 기쁜 마음에 안시연의 얼굴에 뽀뽀했다.“아직도 화내는 거예요?”“화내봐야 무슨 소용이겠어요. 곧 조이현 씨랑 결혼할 건데.”주지혁은 그녀가 질투하는 줄 알고 더욱 기뻐하며 안시연을 달랬다.“할머니 봐서라도 다른 사람 때문에 나한테 성질부리지 마요, 네?”‘곧 결혼해서 아내 될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니...’안시연의 마음속에 있던 혐오감은 극에 달했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이 끓는 틈을 타서 그녀는 차를 들고 나가 주지혁과 어느 정도 거리를 고는 무의식적으로 한마디 물었다.“사건은 언제 해결되는데요?”주지혁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영악한 눈빛을 드러내며 자연스럽게 대답했다.“다 됐어요, 이틀만 있으면 되요.”안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사건이 해결되기만 하면 그녀는 마음을 놓을 수 있다. 하지만 사건 사고는 모두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해결되는 것이 아닌데다가 주지혁의 권세가 아직 하늘을 찌를 지경에 이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29화

    “시연 씨가 임신하면 내가 시연 씨를 해외로 보내줄게요. 시연 씨 혼자 외국에 있으면 많이 그리울 거니까 몇 년 안에 반드시 이혼하고 시연 씨랑 결혼할겁니다.”...정말 끔찍한 사랑이었다.두피마저 얼얼해지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주지혁은 이 말을 마치고 침묵하는 그녀의 작은 얼굴을 보며 말을 덧붙였다.“며칠만 기다려요, 시연 씨 몸이 편해지면 같이 새로 산 집 보러 가요. 아, 우리 기념일 때 보러 갈까요?! 그럼 그날은 우리 신혼 밤을 보내는 셈이 되는거죠.”“시연 씨가 임신하면 사건 해결서랑 부동산 서류 그리고 20억 상당의 주식을 같이 줄게요.”앞의 말이 뻔뻔하다면 마지막의 말은 음흉하기 그지없었다.그는 그녀를 위협하고 있다.주지혁은 공포스러운 통제욕을 여실히 드러내며 안시연이 자신에게 단념할까 봐 기어코 그녀의 몸을 차지하려 했다.그 수단은 바로 임신으로써 그녀를 완전히 결박하는 것이었다....법률 사무소 로비에 앉아있던 안시연은 지난밤 주지혁과의 얽히고설킨 일이 떠올라 금방이라도 토할것 같았다.“안시연 씨, 장 변호사님 도착하셨습니다.”“네.”안시연은 소리를 듣고 일어나 안으로 들어갔다.현재로서 그녀는 주지혁에게 반항할 수 없기에 최악의 계획을 세우고 적어도 변호사를 잘 찾아야 했다. JX 법률 사무소는 부씨 가문 산하의 산업으로 현재 부승원이 관리하고 있으며 명성이나 실력 모두 경인 시에서 으뜸이었다.장 변호사가 매우 바쁜 탓에 면담 시간은 딱 15분으로 정해졌다.얼마 뒤, 사무실에서 나오는 안시연은 상대방의 모호한 말을 곱씹으며 불안에 떨었다.그때, 고개를 들어 보니 양복을 입은 한 무리 사람들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연정훈과 부승원이 제일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연정훈의 곁에는 우아하고 품위 있는 여성이 따라다녔다.안시연은 그 여자가 지난번 백화점에서 조이현과 이야기한, LK은행의 딸 임유정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안시연 씨, 장 변호사님은 시간이 별로 없으십니다. 혹시 문수철, 문 변호사님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30화

    안시연이 두 통의 전화를 걸었지만 주지혁은 받지 않았다.그녀는 현재 불안에 떨고 있어 병원에 가 외할머니를 만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할머니를 걱정시킬까 봐서 말이다.안시연은 주지혁이 다시 전화할 틈을 기다려 법률 사무소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한편, 연정훈과 부승원은 일을 마치고 근처 빌딩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다. 그렇게 1층 유리창을 지날 때, 한 여인이 의자에 기대어 앉아 아득한 눈길로 바깥의 차들이 늘어선 것을 쳐다보는 게 보였다.안시연과 몇번 만나보며, 연정훈은 그녀가 좋지 않은 형편에서 완강히 버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달랐다.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도 그는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담담하고 쓸쓸한 절망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내일의 떠오르는 태양을 보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이런 그녀의 모습은 어쩐지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또 괴롭힘을 당한 건가?’몇 초 후,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걸었고 그렇게 천천히 안시연의 시야에서 벗어났다.차에 올라탔지만, 그 불쌍한 작은 얼굴은 연정훈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그러다 문득 부승원에게 물었다.“시연이가 너희 법률 사무소는 왜 찾아온 거야?”그 말을 듣자 부승원의 싸늘한 눈빛이 갑자기 흥미로운 듯 번뜩였다.“몰라.”“모른다고?”“법률 사무소에 얼마나 많은 사건이 들어오는데, 내가 그걸 다 일일이 알아야 해?”부승원은 미적지근하게 말했다.“알고 싶어? 그럼 내가 가서 물어볼게.”말을 끝내고 그는 조용히 얼굴을 돌려 연정훈을 바라보았다. 눈동자에는 장난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연정훈은 곧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입가로 갖다 댔다.그러고는 무슨 생각인지 읽을 수 없도록, 가볍게 피식 웃었다.‘둘 사이에 뭔가가 있는 거군.’이윽고 부승원이 조롱하듯 말했다.“안시연 씨 꽤 예쁘더라.”“시연이는 예전에 내 제자였어.”“내 기억으로는 소현주 씨도 네 학생이었던 것 같은데?”그러자 연정훈의 얼굴에 있던 웃음기가 가라앉더니 이내 입술을 앙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31화

    주지혁이 유 대표 얘기를 꺼내자 주효진은 잠깐 의아해하더니 이내 원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안시연 그년이 뻔뻔스럽게 오빠에게 그런 얘기를 했어?”그녀의 말에 주지혁은 이상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시연 씨가 나에게 얘기했다고? 유 대표 일은 내가 직접 본 거야.”“직접 봤다고?”주효진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남매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주효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난 지금 내가 안시연에게 약을 탔던 일을 말하는 거야.”“뭘 탔다고?”주지혁이 두 눈을 부릅떴다.“몰랐어? 그럼 유 대표는 또 뭔데?”주효진은 아직도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다.주지혁은 이 일이 이미 그의 예상을 벗어난 것 같아 싸늘한 얼굴로 주효진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라고 호통쳤다. 친오빠의 표정이 확 달라진 걸 본 주효진은 하는 수 없이 전부 털어놓았다.잠시 후, 주효진은 주지혁에게서 주차장에서 있었던 일을 듣고는 손뼉을 탁 치며 분노를 터뜨렸다.“오빠, 유 대표는 안시연을 건드리지도 않았어.”주지혁의 낯빛이 사색이 되었다.“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주효진은 이틀 전에 유 대표와 호텔에 갔었다는 얘기는 차마 할 수가 없어 대충 둘러댔다.“유 대표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안시연 얘기를 꺼내더라고. 태도가 아주 안 좋았어. 안시연이 제 주제도 모르고 넘본다는지, 아무튼 엄청 언짢아했어.”그녀의 말에 주지혁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효진은 그의 옆에 앉아 계속 부채질했다.“유 대표가 안시연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그날 밤 대체 어디 간 걸까? 무조건 다른 남자와 있었을 거야. 그리고 그날 밤에도 다른 남자와 잤어. 남자를 얼마나 많이 만나고 다니는지 몰라. 걔는 오빠를 가지고 논 거라고.”주지혁이 이를 꽉 깨물었다. 살짝만 건드려도 바로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날 안시연의 몸에서 봤던 흔적이 문득 떠올랐다. 그건 분명 다른 남자가 남긴 것이었지만 안시연은 주지혁이 그런 것이라고 속였다.유 대표에게 더럽혀진 게 아니라 다른 남자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32화

    주지혁은 안시연네 집에 여벌 옷을 두고 있었다. 그가 샤워하러 들어간 후 안시연은 그의 옷을 꺼내주었다.안시연이 옷장 앞에 서 있던 그때 시선이 옆에 놓인 가방과 목걸이에 향했다.연정훈이 처음으로 그녀에게 선물한 가방이었는데 그때 당시 버렸었다. 그런데 이튿날 이웃이 와서 문을 두드리면서 돌려주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다시 가지고 들어왔다.지금 두 물건이 한데 놓여있으니 마치 판도라의 상자 속에 꼭꼭 숨긴 죄가 언제든지 드러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안시연은 가방을 안으로 깊숙이 밀어 넣고 옷장 문을 닫았다.주지혁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안시연은 책상 앞에서 뭔가를 쓰고 있었다. 예전에는 얘기가 끊이질 않던 두 사람이 이젠 서로 얼굴을 봐도 아무 말이 없었다.주지혁은 그녀의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 후 옆에 쾅 던졌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안시연이 뒤를 돌아보았다.그녀가 일그러진 얼굴로 헤어드라이기를 거두려고 주지혁의 옆을 지나가던 그때, 주지혁은 그녀를 와락 끌어안고 옷 속을 마구 더듬거리기 시작했다.화들짝 놀란 안시연이 미간을 찌푸렸다.“나 아직 생리 중이란 말이에요.”하지만 주지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안시연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결국 입술을 훔쳤다.“다른 걸 하면 되지. 아, 그리고 앞으로 단둘이 있을 때는 말 놓자.”“말을 놓자고요? 갑자기요?”안시연은 순간 멍해졌다.“단둘이 있을 때 말 놓으면 편하잖아.”그러고는 계속하여 그녀의 몸을 더듬거렸다.“그럼 다른 걸 계속해볼까?”그의 뜻을 알아차린 안시연이 고개를 홱 돌렸다.“할 줄 몰라.”예전이었더라면 쑥스러워서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쿵쾅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이 남자는 그녀를 배신했고 손아귀에서 쥐고 흔들었다. 그동안 쌓인 감정이 점점 사라져 이제 남은 거라곤 미움밖에 없었다.안시연의 무뚝뚝한 표정을 본 주지혁은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할 줄 모르는 거야, 해주기 싫은 거야?”주지혁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점점 억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33화

    확신에 찬 주지혁의 태도와 눈앞의 가방과 목걸이를 보며 안시연은 반박할 힘조차 없었다.그런데 이상한 건 내키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다. 어쩌면 얼굴만 봐도 역겨운 주지혁 앞에서 다시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했나 보다.안시연은 눈을 잠깐 감았다가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인정하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주지혁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그녀의 팔을 꽉 잡고 이를 깨물었다.“예전에 나에게 했던 그 얘기는 전부 다 거짓말이었어?”안시연이 고개를 들었다. 머리카락은 잔뜩 헝클어졌지만 눈빛은 이상하리만큼 침착했다.“당신은 이미 확신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런데 뭘 또 물어?”주지혁은 화가 나다 못해 핏대까지 세웠다. 그녀에게 손찌검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핏발이 선 두 눈으로 말했다.“시연 씨, 당신 예전에는 이렇게 쌍스러운 여자가 아니었잖아.”안시연이 왜 이렇게 변한 걸까?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쌍스럽다는 소리에 안시연의 표정이 창백해지더니 마음속에 오랫동안 꾹 참아왔던 답답함과 원망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그녀는 주지혁을 날카롭게 째려보았다.“내가 쌍스럽다고? 주지혁, 당신은 무슨 자격으로 그런 소리를 해? 난 당신과 3년을 만났어. 나 몰래 먼저 재벌 집 딸과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애인인 척하라면서 날 해외로 내쫓았잖아. 그리고 당신 여동생이 나에게 약을 타서 먹인 바람에 다른 사람에게 몹쓸 짓을 당했어. 그때 당신은 어디 있었는데? 전화를 받기나 했어? 그날 주차장에서 날 봤지? 내가 당신에게 도와달라고 그렇게 애원했었는데 날 도와주기나 했어?”연거푸 쏟아지는 그녀의 질문에도 주지혁은 자존심을 지키려고 억지를 부렸다.“난 우리 미래를 위하여...”안시연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우는 얼굴보다도 더 슬픈 웃음이었다.“우리 미래를 위한 거라고? 그래, 정말 이 세상 사람들에게 다 알리고 싶네. 날 위한다면서 다른 남자의 노리개로 만들어? 뻔뻔스럽게 그런 말이 나와?”한꺼번에 울분을 토해내니 온몸이 막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34화

    주지혁의 계획은 그렇게 완전히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지금 안시연의 가장 큰 걱정은 외할머니였다. 하여 이튿날 아침 바로 외할머니의 간병인을 바꾸고 새 간병인에게 그녀 말고는 아무도 외할머니와 만나게 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그리고 연정훈이 그녀에게 선물한 가방과 목걸이도 전부 팔아버린 후 문 변호사에게 잘 좀 신경 써달라고 선입금했다.여러 일을 마쳤는데도 주지혁 쪽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마치 폭풍우가 오기 전의 고요함처럼 안시연은 매일 불안에 떨었다.아니나 다를까 이틀 뒤에 주지혁이 갑자기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시연 씨, 예전 일은 더는 따지지 않을 테니까 내가 좋아하는 흰색 원피스를 입고 위브로 와. 우리가 전에 눈여겨봤던 신혼집에서 기다릴게. 나중에 당신이 임신하면 해외로도 보내줄게.”안시연은 역겨운 나머지 주지혁의 번호를 차단해버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지혁이 낯선 번호로 전화했는데 정말 끈질기게 달라붙었다.“시연 씨, 내 한계를 시험하지 마.”안시연은 이미 다 같이 죽을 준비까지 마쳤다.“마음대로 해. 할 수 있으면 날 감옥에 처넣어보든가.”분노가 치밀어 오른 주지혁이 살벌하게 웃었다. 안시연은 전화를 끊고 다시 번호를 차단했다.그녀는 책상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음의 준비를 마치긴 했지만 그래도 두려웠다. 혹시라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외할머니가 혼자 남겨지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전화를 끊은 주지혁은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 그런데 그때 가느다란 팔뚝이 주지혁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조이현이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주지혁의 귓불에 키스하며 유혹했다.이틀 전 주지혁은 그녀를 불러와 밤낮으로 아주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조이현은 주지혁에게 걱정거리가 있다는 걸 알아챘다.“왜? 일이 잘 안 풀려? 아빠한테 도와달라고 할까?”주지혁은 분노를 가라앉히고 조이현을 품에 끌어안았다. 조이현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몸을 더듬거리고 있으니 안시연을 잠시나마 잊을 수가 있었다. 조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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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48화

    탁호연은 눈앞의 탁승호를 찬찬히 살폈다.비록 멀쩡한 옷차림이었으나 금방 갈아입힌 흔적이 있었고 드러난 얼굴이나 다른 부위에는 상처가 가득했다.친동생이었으니 탁승호의 멍청함을 탓하다가도 마음이 아파졌다.“대체 왜 그렇게 멍청한 짓을 벌인 거야?”탁호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탁승호는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했다. 착하고 바르던 탁승호의 눈동자가 텅 비어 있었다.“이건 누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니까 상관하지 말고 돌아가.”탁호연은 화가 나 참을 수가 없었다.“어떻게 그 말을 믿을 수 있어? 우리 가문 모든 사람이 양씨 가문에서 먹고 사는데 네가 그런 일을 벌인다면 우리 가족 모두가 망한다는 생각 안 해봤어?”탁승호는 주먹을 꽉 쥐었다.“할머니 때문에 널 보러 온 거야. 그러니까 제발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알고 있는 거 모두 말해! 다행히 아가씨 모자가 멀쩡하니 넌 잘하면 살 수 있을 거야!”양시연 모자가 평안하다는 말에 탁승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내가 제대로 해내지 못해 미안하네.”“멍청한 놈!”탁호연은 화가 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양민아가 시킨 거지? 맞지?”탁승호는 대답이 없었다.“대체 왜? 전에 양씨 가문에서 지낼 때 양민아가 너 한 번이라도 제대로 봐준 적 있어?”“누나는 몰라!”탁승호는 탁호연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더 이상 삶의 미련이 없다는 듯 천장의 불빛을 직시하며 말했다.“모두가 날 무시해도 그 사람은 달랐다고.”“우리 사이엔 아이가 있어. 이번에 복수만 제대로 해주면 다른 곳으로 이주해 다시 시작하기로 했어.”탁호연은 너무 화가 나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너 정말 제정신이니? 그 사람이 뭘 잘못 먹었다고 네 아이를 낳아줘?”그 말에 탁승호의 얼굴이 굳어졌다.“거봐, 누나도 날 무시하잖아.”“...”‘이렇게 멍청한 일만 골라서 하는데 누가 널 인정하겠어?’친동생만 아니었다면 탁호연은 바로 등을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동생을 살리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려 노력했다.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47화

    반우희는 세 동생과 함께 병실을 찾았다. 승주의 목에는 아직도 붕대가 감겨 있었고 일부러 다리를 절뚝거리는 모습이 꽤 우스꽝스러웠다.네 명이 병실 안으로 들어서자 병실안의 모든 사람이 시선을 돌렸다.양석진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이번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들었으니 다들 감격해했다.표세연은 직접 의자를 당겨와 양시연의 옆자리에 두며 네 명 더러 편히 앉게 했다.양석진은 지금껏 보배처럼 안고 있던 아이를 반우희에게 넘겨줬다.반우희는 숨도 크게 쉬지 못하며 말했다.“세상에...”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너무 작고 소중해요.”반우희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아이의 향기를 맡았고 또 고개를 들어 이렇게 말했다.“정말 아기 향이 느껴지는데요!”그 말에 사람들은 웃음이 터졌다.반우희의 뒤에 서 있던 부승원도 사차원다운 반우희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승주는 고개를 빼꼼 내밀고 아이를 보며 말했다.“아기 정말 대단해요. 머리카락 한 올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태어났잖아요.”그러자 동준이 바로 말을 이었다.“당연하지. 머리카락 몇 올 없으니까.”“...”양시연은 웃음이 터져버렸고 상처가 땅겨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예민하게 발견한 연정훈이 허리를 숙여 양시연에게 물었다.“아파?”양시연은 미소를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너무 웃다가 상처가 땅겨서 그래요.”반우희는 바로 고개를 돌려 동준이를 교육했다.“말 함부로 하지마. 금방 태어난 아기는 머리카락이 적어도 곧 자랄 거야.”동준은 발꿈치를 쳐들고 반우희처럼 킁킁거렸다.“정말 아기 향이네요.”“...”아이의 천진난만함에 분위기는 한층 더 화기애애해졌다.기분이 한결 가벼워진 양시연이 반우희를 향해 말했다.“우리 아기가 머리카락 한 올 다치지 않고 태어날 수 있었던 건 모두 우희 씨랑 승주 덕분이에요.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먼저 좋은 이모를 알아봤어요.”반우희는 기분이 퍽 좋아져 가슴팍을 툭툭 내리치며 말했다.“이모 대단하지?”양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또 승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46화

    10시를 넘기자 병실에는 따뜻한 햇살이 비춰왔다.양시연은 밖의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정훈도 눈을 떴다.“더 쉬어야 하지 않겠어요?”고작 몇 시간 눈 붙인 거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그러나 연정훈은 세수를 마치고 한결 개운해진 얼굴로 양시연에게 다가가 이마에 키스했다.“오후에 시간 봐서 또 눈 붙일게. 아버님도 오셨는데 일단 얼굴 뵙는 게 좋겠어.”양시연의 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했지만 연정훈의 말을 듣고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리고 연정훈을 마음 아파하며 이렇게 말했다.“일단 좀 쉬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 시켜서 음식 주문해요. 정훈 씨도 밥 챙겨 먹고 아버님도 드셔야죠.”그 말에 연정훈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어머님이 지금껏 아버님을 굶겼을까 봐?”“정훈 씨 부모님은 생각도 안 해요?”그러자 연정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표세연은 아마도 손자에 정신이 팔려 연재혁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그래. 아들 노릇이나 하지 뭐.’“잠시 나갔다 올 테니 얌전히 기다려.”“그래요...”비록 병원에서 지냈지만 연정훈이 있어 병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따뜻한 햇살이 느껴져 어제의 악몽 같은 시간은 차츰 잊혀갔다.어젠 정말 악몽 같은 하루였고 오늘은 이제 잠에서 깰 시간이었다.병실을 비웠다가 다시 찾은 연정훈은 양석진과 양지원, 그리고 표세연이 함께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는 양석진의 품에 안겨 있었고 연재혁은 보이지 않았다.부모님을 보고 양시연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조금 버거워 보였다.“움직이지 말고 편하게 누워 있어. 필요한 게 있으면 우리가 해줄게.”그 모습에 표세연이 서둘러 다가가 말했다.양시연은 기운이 없었지만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평소 무표정이던 양석진도 오늘만큼은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리고 막 태어난 손자를 안고 있는 모습이 아주 조심스러웠다.“자, 시연이한테 보여줘야죠.”양지원이 양석진의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45화

    반우희는 얼굴이 뜨거워져 몰래 손등으로 열기를 식혔다. 그리고 부승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눈을 반짝거렸다.“오늘따라 변호사님이 다르게 보여요.”“뭐가 다른데?”“칭찬을 너무...”그리고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이었다.“솔직하게 하셔서 말이에요!”“...”부승원은 과거와는 달리 부드러운 얼굴로 반우희를 빤히 바라봤다.“우리 변호사는 증거 없이 허튼 말 하지 않아.”‘헤헤.’반우희는 기분이 퍽 좋아져 부승원의 품에서 나오지 않았다.“전에는 왜 그렇게 칭찬을 아꼈어요?”“네가 거만해질까 봐.”“그럼 오늘엔 걱정 안 돼요?”부승원은 잠시 뜸을 들이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했다. 두 사람이 이렇게 함께 있는 순간에도 부승원은 반우희의 연락이 끊기던 공포가 불시에 찾아왔고, 반우희가 불길이 가득한 차량에 있었다는 생각만으로 심장이 철렁했다.부승원은 폭탄이 터지는 순간을 직접 목격했고 불길이 한순간에 반우희를 집어삼키는 걸 봤었다.하마터면 소중한 사람을 잃을 뻔했다는 생각에 부승원은 다시 반우희에게 깐깐하게 대할 수 없었다.그리고 전에는 반우희가 마냥 어린 친구로 보여 더 빨리 성장하라고 채찍질을 한 것이었다.그런데 지금 보니 반우희는 이미 성숙하고 용감한 사람이라 자신이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았다.양시연을 구하던 반우희는 양시연이 뭘 걱정하는지 눈치채고 가장 빠르게 상황을 안정시켰다.양시연을 구한 뒤 언제 또 폭발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기사를 포기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키우다시피 한 동생 승주와 함께 불길에 달려들었다.“변호사님.”부승원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반우희는 부승원의 볼을 콕콕 찔렀다.그러자 부승원은 반우희에게 이렇게 말했다.“앞으론 마음대로 거만해도 돼.”“네?”“거만하게 사는 게 뭐 흠도 아니잖아. 적어도 넌 독립적이고 강한 사람이라는 의미니까.”반우희는 이게 꿈속은 아닌지 의심이 되었다.평소의 부승원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을 법한 말이었다.하지만... 부승원의 이런 변화에 반우희는 너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44화

    병원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반우희는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간식을 먹고 있었다. 부승원은 또 한가득 간식을 들고 반우희에게 걸어갔다.“아까 그렇게 많이 먹고 또 들어가?”옆자리에 앉은 부승원은 반우희의 배에 걸신이라도 든 건 아닌지 의심하는 말투로 말했다.그러자 반우희는 팔짱을 척 끼며 이렇게 말했다.“간식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병실에는 동생들이 있으니까 제대로 대화도 할 수가 없어요.”부승원은 밤새 반우희의 옆을 지켰고 어디에 상처가 났는지 다 외울 지경이었지만 가까이에서 이마 상처를 보니 또 마음이 철렁했다.통화하다가 핸드폰 너머의 반우희가 비명을 지르는 순간, 부승원은 정말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그래서 예전과는 달리 다정한 얼굴로 반우희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상처를 살폈다. 그리고 목이 메어 겨우 말을 짜냈다.“많이 아파?”반우희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이런 상처쯤이야 껌이죠.”방금까지 승주와 투닥거리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반우희는 영웅 놀이에 심취되어 있었다.“정말 바보 같아.”부승원이 고개를 숙여 반우희의 이마에 키스하며 말했다.“어떻게 아프지 않을 수 있겠어?”부승원이 가까이 다가오자 반우희는 깜짝 놀랐다. 그런데 부승원의 눈동자에 자신이 가득한 걸 보며 또 미소를 지었다. 이어 부승원의 품에 꼭 안기며 얼굴을 비볐다.“정말이에요. 하나도 안 아파요.”반우희는 고개를 번쩍 쳐들고 말했다.“뽀뽀 두 번만 더 해주면 정말 다 나을지도 몰라요.”“...”부승원은 고개를 슬쩍 돌리다가 다시 반우희를 바라보더니 정말 반우희의 말대로 이마에 연속 두 번 뽀뽀했다.정말 들어줄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반우희는 당황하다가 또 바보 같은 미소를 지었다.‘역시 불행 끝에 행복이 온다더니. 하나도 틀린 말 아니야.’부승원이 또 질문을 이어갔다.“안 무서웠어?”“무서웠죠. 얼마나 무서웠는데요.”반우희가 오버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너무 마음이 급해서 시속 200까지 달렸는데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하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43화

    “이번에 우희 씨랑 승주가 없었으면 우리 세 식구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옆 병실 양시연의 말에 연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생명의 은인이니까 평생 보답하면서 살아야지.”양시연도 고개를 끄덕였다.부부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대화 주제가 또 아기로 돌아갔다.“우리 아기 이름은 뭐라고 지을까요?”연정훈은 양시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아주머니가 이름은 막 지어야 오래 산다고 하지 않았어? 전에 고민해 봤는데 쑥쑥이 어때?”“싫어요.”양시연은 단번에 거절하고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이름을 막 짓는다니요! 우리 아기를 그렇게 함부로 부를 수는 없어요. 우리끼리 부르는 애칭이라고 해도 신중하게 생각해야죠.”연정훈도 농담으로 한 말이었고 양시연의 손등에 짧게 키스를 하며 말했다.“며칠 몸 추스르고 다시 결정하자. 일단은 아기라고 부를 수밖에.”그러자 양시연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귀한 아기를 왕자라고 불러도 아쉬울 따름이었다.“어젯밤 한숨도 쉬지 못한 거 아니에요?”양시연은 시간을 확인했고 벌써 아침이 되어 있었다.연정훈은 불안함으로 밤을 지새우고 양시연이 의식을 되찾은 뒤로는 또 흥분에 휩싸여 하나도 졸린 줄 몰랐다.그러나 양시연의 말에 왠지 다시 잠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너랑 조금만 더 같이 있다가 너 잠들면 나도 잘게.”양시연이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지금 당장 자요.”“하나도 안 졸린데?”“안 졸려도 눈 감고 있으면 잠 들 수 있을 거예요.”양시연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정훈 씨 제외하면 믿을 사람은 부모님밖에 없어요. 그런데 부모님을 이곳으로 부를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정훈 씨라도 푹 쉬고 날 보살펴야죠.”그 말을 듣고 나니 연정훈도 별수가 없었다.그래서 양시연을 다시 체크하고 사람을 불러 아기를 데려가게 했다. 그리고 양시연 옆의 간이침대에 몸을 뉘었다.아기가 떠나고 양시연은 마음이 텅 빈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고개를 돌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42화

    다른 한 편 옆 병실에서.“그때, 갑자기 온몸의 피가 들끓는 기분이 들었고 발로 뻥 차니 문이 펑 하고 열렸어!”승주는 정신을 차리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쌩쌩한 모습으로 허풍을 불기 시작했다. 동생들은 그 이야기를 영웅 설처럼 들었지만 옆의 반우희는 몰래 혀를 끌끌 찼다.‘벌써 허풍이 늘어서 어떡하냐.’“너희 쪽은 심각한 편도 아니었어. 앞쪽의 내가 얼마나 위험천만했는데. 내가 문을 박차고 단번에 아저씨를 끌어냈다고!”반우희가 승주의 말을 자르자 승주는 벌떡 몸을 일으키며 반박했다.“뭐가 안 심각해요! 다른 사람이었으면 절대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라고요!”반우희는 쯧 하고 혀를 찼다.반우희가 여전히 인정하지 않자 승주는 또 말을 바꿔 이렇게 말했다.“그러는 누나는 며칠 전만 해도 운전 실력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자랑하더니. 아주 범퍼카 운전하는 줄만 알았어요.”‘뭐라고!’반우희는 소매를 걷어붙이며 말했다.“뭐? 범퍼카? 운전하는 내내 다른 차량과 스치지도 않았어.”“마지막에 들이박을 때 위치 선정은 정말 말도 마요.”승주는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고 반우희는 큰 모욕을 당한 것처럼 씩씩거렸다.‘웃기지 마. 모두가 무사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내 덕분이라고!’두 사람이 다투려고 하자 부승원이 제때 끼어들었다.“야식 도착. 야식 먹을 사람?”반우희와 승주는 동시에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나요!”“...”두 사람은 정말 모르는 사람이 봐도 한 가족으로 보였다.부승원은 야식을 한가득 주문했고 사람을 시켜 순서대로 병실 안으로 옮기게 했다. 그러자 병실 안에는 순식간에 향기로운 냄새로 가득했다.반우희와 승주는 동시에 고개를 번쩍 들고 강아지처럼 코를 킁킁거렸다.‘맛있는 냄새...’희주와 동준은 현재 두 사람을 영웅으로 받들고 있었고 각자 한 사람을 책임져 쿠션과 밥상을 내왔다.많은 음식 중에서 찜닭의 향이 제일 좋았다.포장을 뜯자 군침이 쏟아져 우희와 승주는 하마터면 침대에서 내려와 찜닭으로 돌진할 뻔했다.부승원은 찜닭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41화

    연정훈은 참 행운이라 생각했다.아이가 그렇게 큰 충격을 받고도 양시연의 뱃속에서 무사했으니 말이다.양시연은 연정훈의 말에 심장이 철렁했고 엄마로서 죄책감을 느꼈다.“이렇게 작은 녀석이 벌써 큰 위기를 넘겼으니...”그리고 연정훈은 양시연보다도 더 죄책감을 느꼈다. 본인이 모자의 곁을 지켜주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내일 내가 타려고 했던 차량이었는데 나 때문에 너희 두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어.”양시연은 두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사건이 벌어진 뒤로 연정훈은 양시연과 아이를 제외하고 다른 일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가 차츰 이성을 되찾고 임성원을 시켜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들었다.“탁승호가 벌인 짓이라고요?”임성원의 말에 양시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 사람은 여 아주머니 손자예요!”임성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일단 저희 쪽에서 조치하고 있습니다. 몇 시간 뒤 제대로 된 심문해 볼 계획입니다.”양시연은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탁승호일 줄은 몰랐다.연정훈은 양시연이 안 좋은 생각을 할까 봐 빠르게 말을 보탰다.“누군가 뒤에서 지시한 게 분명해. 그게 누구인지는 우리도 잘 알고 있고. 탁승호는 그냥 이용당한 것뿐이야.”그리고 표정을 살짝 굳히며 뒷말을 이었다.“그러나 이런 일을 벌였으니 뒷감당은 해야겠지?”과거와 똑같은 방법으로 벌어진 교통사고였다. 그러니 이건 척 보아도 조씨 가문이 벌인 짓인 게 틀림없었다.양시연도 너무 화가 나 이를 악물었고 연정훈의 손을 꽉 잡았다.가족과 연루된 문제라면 양시연도 용납이 되지 않았다!하지만 양시연에게 있어 건강을 챙기는 게 제일 우선이었으며 본인과 아이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양시연에게 사고가 생기는 순간, 연정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조재민을 죽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조재민이 벌인 게 아닐 수 있어도 혐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40화

    양시연의 불안한 기색을 알아챈 연정훈은 몸을 숙여 조용히 속삭였다.“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 의사 선생님이 잠깐만 볼 거야.”양시연은 연정훈의 말을 되새기며 천천히 손을 놓았고 그가 멀리 가지 않고 곁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의사가 진찰하는 동안 그녀의 오감이 점차 선명해졌고 주변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피곤함에 눈을 감았다. 그러다 곧 배에 무게가 덜어진 느낌을 받았다.오랜 시간 동안 아이와 하나였는데 갑자기 떨어져 나간 그 느낌은 너무나도 강렬했다.그녀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며 가슴이 조여들고 불안감이 밀려왔다.“아기...아기는 어디에 있나요?”연정훈이 급히 앞으로 다가가며 설명을 덧붙였다.“아기는 괜찮아. 아무 문제 없어. 다만 검사를 받아야 해서 네 곁에 두지 않은 거야.”‘괜찮다면 왜 검사를 받아야 하지?’양시연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건 사고 당시의 아찔한 장면들이었고 순간적으로 연정훈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통증조차 잊은 채 몸을 움직이려 하며 그의 손을 꼭 잡고 다급하게 말했다.“내 아기... 보여줘요. 제발 나한테 보여줘요.”“양시연 씨, 아이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제발 무리하지 마세요. 몸에 여러 군데 골절도 있고 과다출혈도 있으셔서 회복이 가장 중요합니다.”의사의 말을 듣고서야 양시연은 억지로 쥐어짜 낸 힘을 풀었다. 다만 연정훈을 계속 쳐다본 탓에 눈이 너무 건조해져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연정훈은 그런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걱정하지 마. 이제 끝났어. 너도 무사하고 아기도 괜찮아. 반우희 씨도 모두 다 괜찮아.”양시연은 정신을 가다듬고 사고에 연루된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연정훈이 모두 무사하다고 하자 그녀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말 한마디조차 할 수 없었다. 온몸이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온 듯했고 뼈마디 하나하나가 다시 맞춰진 것처럼 낯설었다. 마취 효과가 남아 있어 강한 통증은 없었지만 몸을 자유롭게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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