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훈은 마지막 한 마디만 내던지고 돌아서서 안방으로 들어갔다.안시연은 약간 넋을 잃고 라운지에서 걸어 나왔다. 부끄럽고 민망한 상황 때문에 현기증마저 사라졌다.30분 전까지 건물 아래에서 바람피운 전 남자친구와 서로 애틋하게 마음을 표현하더니, 30분 후엔 그의 방에 무턱대고 나타나다니... 안시연의 입장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 되었다.연정훈이 안시연에게 양다리를 걸친다고 비아냥거린다고 해도, 그녀는 아니라고 설명하기 어려웠다.안시연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가 아무 데나 으슥한 곳을 찾았다. 그녀는 잠시도 더 있고 싶지 않았지만, 주지혁이 입금하기를 기다려야 했다.아이러니하게도 안시연은 분명히 자기 돈으로 외할머니의 병원비를 납부하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알랑거리며 머리를 숙여야 했다.막 자리에 앉으려는데 멀리서 낯익은 그림자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얼마 전, 바로 이 사람, 유태호가 안시연에게 나쁜 마음을 품었기 때문에 주효진도 잔꾀를 부렸던 것이었다. 만약 그날 밤 도망가서 연정훈을 만나지 못했다면, 안시연은 아마 이미 이 남자의 노리개로 됐을 것이다.안시연은 더이상 순순히 수모를 당하지 않았다. 유태호가 가까이 다가오자, 안시연은 기다리지 않고 돌아서서 가버렸다.“안시연 씨?”유태호가 뒤에서 그녀를 불렀지만, 안시연은 고개도 돌아보지 않았다.조이현이 아래로 내려와 주지혁을 찾다가 마침 멀지 않은 곳에서 안시연이 황급히 걸어가는 모습이 보았다. 그리고 그 뒤로 뚱뚱한 늑대 같은 남자가 따라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조이현도 유태호를 잘 알고 있었다. 출신은 별로지만, 장사에 이골이 나 벌여놓은 일은 꽤 된다고 소문이 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됨됨이가 덜됐다고 악명이 높았다.‘이렇게 되면 안시연은...’오늘 조이현이 안시연을 데리고 나온 것은 그녀를 연정훈의 품에 안겨주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연정훈은 욕정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유명했기 때문에 성공할 거라고 희망을 품지 않았다. 심지어 조이현은 차라리 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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