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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Author: 라오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2-29 13:44:39
주지혁이 돈을 보내겠다고 약속하자, 안시연은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기왕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한발 한발 헤쳐 나갈 수밖에 없었다.

안시연은 샤워하고 나온 후부터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웠다. 샤워장에서 나온 후 생수 한 병을 사서 복도에 앉아 있었다.

“안시연 씨?”

어디선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승우와 부승원이었다.

“이승우 씨, 변호사님!”

안시연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창백한 것을 보고 이승우가 먼저 물었다.

“어디 아프세요? 테니스 경기 때 무리했던 거 아니에요?”

안시연은 지금 컨디션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몰랐다.

“더위 먹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더위? 더위 먹은 거라고 해도 방심하지 마세요.”

이승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건네주었다.

“이거 가지고 3층 A1 라운지로 올라가시면 제가 의사를 불러올게요.”

“아닙니다.”

안시연이 괜찮다고 했음에도 이승우는 카드를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우리 사이에 뭘 사양해요. 한번 친구는 평생 친구죠.”

“...”

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부승원도 입을 열었다.

“A1 라운지는 개인 라운지가 아니고 프라이빗한 공간도 아닙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니, 거기서 푹 쉬고 나오세요. 카드는 프런트에 반납하면 돼요.”

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의 얼굴을 보니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지칠 대로 지쳤던 안시연은 개인 라운지가 아니라면 마음 놓고 쉬다가 내려와도 된다는 생각에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고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승우는 손사래 치며 말했다.

“어서 가서 쉬세요.”

안시연은 한숨을 내쉬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다.

그런데 안시연이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자마자 이승우가 부승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우리 부승원 변호사님, 멀쩡한 얼굴로 진지하게 헛소리하면 되나요?”

부승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어깨에 놓인 이승우의 손을 아래로 내려놨지만, 이승우는 또다시 올려놓으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내기를 하자, 연정훈이 저 여자한테 과연 넘어갈까?”

부승원은 대꾸하기 귀찮았다. 그리고 이내 이승우를 도와 안시연을 속인 것을 후회했다.

‘정말 싱거운 녀석이라니까...’

안시연은 3층에 도착한 후 A1 라운지를 찾아갔지만 작은 룸이었다. 카드키를 대면서 안내 문구를 확인했더니, 동시에 네 명이 이용할 수 있다고 되어있었다. 조금 전 두 사람이 말했던 것처럼 프라이빗한 공간은 아닌것 같았다.

‘치익...’

알림음이 울리고 방문이 열렸다.

방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은은한 향기가 전해져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안시연은 온몸에 힘을 빼고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런데 문을 닫으려고 할 때, 앞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고개를 든 안시연은 어안이 벙벙했다. 연정훈이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며 허리춤에 목욕 타올 한 장 두른 채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방금 샤워를 마치고 나온 게 분명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연정훈이 문 쪽으로 바라보았다.

안시연은 연정훈이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연 대표님, 저는...”

안시연은 당황한 표정으로 횡설수설 설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문고리에 손을 얹은 채로 안절부절못했다. 이 상황에서 문을 닫을 수도 닫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이때, 갑자기 밖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주 대표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연 대표님이 쉬고 있는 방이 어디예요?”

‘주지혁!’

안시연은 만약 주지혁에게 자기가 연정훈의 방에 있는 것을 들킨다거나, 여기에서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제 막 안정시켰는데...’

조금씩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심장이 떨렸다.

주지혁이 등 뒤로 다가오는 것을 느낀 안시연은 문을 홱 닫아걸고 온 힘을 다해 문에 기댔다.

이때, 연정훈이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문을 사이에 두고 안시연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었다. 연정훈이 그녀 앞에 도착했을 때, 주지혁도 막 문을 사이에 둔 그녀 뒤에 도착했다.

안시연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고, 목욕타월 한 장만 두른 연정훈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때 연정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긴 남자 휴게실인데.”

‘남자 휴게실?'

안시연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녀는 카드키에 적힌 안내 문구를 보지 못했다.

“이승우 씨가 장난...”

‘똑똑똑.’

안시연이 미처 다 해명하기도 전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주지혁이 문을 한 번씩 두드릴 때마다, 안시연은 마치 망치로 심장을 두드리는 것 같이 고통스러웠다.

연정훈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고,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덤덤하게 말했다.

“손님이 있어요.”

안시연은 잠시 얼떨떨했다.

그런데 연정훈이 갑자기 다가와 그녀의 옆에 있던 문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안시연은 깜짝 놀라며 그의 팔뚝을 움켜잡았다.

“교수님!”

주지혁이 문밖에 서 있는 것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안시연은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었고, 말투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 묻어있었다.

연정훈은 교수님이라는 호칭을 듣고 멈칫하더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가까이에 서자, 안시연은 그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몸에서 나는 은은하고 부드러운 쟈스민 향도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엔 부드러움이 전혀 없었고 한없이 차가웠다.

안시연의 손은 아직도 연정훈의 단단한 팔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시선은 노출된 다부진 몸에 놓였다.

안시연은 입술을 깨물고 머리를 숙이더니 눈을 감았다. 2초간의 대치 후, 연정훈은 손을 내려놓았다.

안시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고 할 때, 옆에 있던 월패드가 켜졌다.

안시연은 옆으로 얼굴을 돌려보고 깜짝 놀랐다. 방 안 곳곳에 편리한 룸서비스를 위해 월패드가 설치돼 있었다.

안시연이 미처 말릴 겨를도 없이 연정훈은 통화를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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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4-02-29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20화

    안시연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욕을 너무 많이 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낮은 목소리로 거짓말했다.“욕한 적 없어요.”“욕을 안 했다고? 그래...?”연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농담 섞인 말투로 한마디 덧붙였다.“너 되게 쉬운 여자네.”사실 첫 번째의 황당한 만남에서 안시연은 이미 연정훈의 진짜 모습이 그리 점잖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오늘 두 번째로 만나 보니 안시연의 이런 생각은 더욱 확실해졌다. 연정훈은 사람을 희롱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것 같다.안시연의 빨개진 얼굴을 본 연정훈은 그제야 조금 진지해지는 듯했다. “8천만 원, 빌려주면 어떻게 갚을 건데?”순간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한 안시연은 바로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제가 차용증을 써드릴게요.”정말 순진하고 유치한 대답이 아닐 수 없었다.그녀가 갚지 않는다고 연정훈이 두려워하기는 할까?연정훈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도 이자가 붙어.”안시연은 연정훈의 말뜻을 단번에 깨닫고 그를 빤히 쳐다봤다.그에게 이자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을 안시연도 잘 알고 있었다.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하지만 연정훈의 표정은 그 어떤 것도 암시하는 기색이 없이 무덤덤하기만 했다.안시연의 머릿속에는 또다시 그날의 장면들이 떠올랐다.‘설마 그날 호텔처럼 갚으라는 건가?'여기까지 생각한 안시연의 얼굴은 저도 모르게 화끈 달아올랐다.설령 지난번에는 연정훈을 유혹할 용기가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의 그녀에게는 그럴 체면이 없다.그녀는 지금 오직 할머니의 근심걱정뿐이었다. 게다가 방금 링거까지 맞아 머리가 어지러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와 거리를 두려고 무의식적으로 반걸음 뒤로 물러난 안시연은 발뒤꿈치 뒤에 무언가 있는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고개를 뒤로 돌리려는 순간 누군가가 앞에서 그녀를 잡아당겼다.안시연은 가까스로 몸을 지탱해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몸 절반은 이미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귀에서 울리던 이명

    Last Updated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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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04화

    하나도 잘못이 없는 듯 당당하게 말하던 민지연은 연정훈의 차가운 시선에 점점 목소리가 낮아졌다.민지욱은 여전히 숨을 헐떡이며 울고 있었지만 연정훈을 힐끗 보다가 점점 울음소리를 낮췄다.그러자 뒤뜰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해졌다.민태용도 소식을 듣고 달려와 불만이라는 듯 양시연을 노려보았다.“그만하거라. 어린아이끼리 장난에 지금 뭐 하는 짓이냐!”그리고 이번 일을 가볍게 무마시키고 사람을 시켜 아이들의 옷을 갈아입히게 했다.그때 연정훈이 말했다.“서로의 얘기가 다르다면 누구의 말이 맞는지 제대로 확인을 해봐야죠.”연정훈이 끝까지 파고들 줄 몰랐던 사람들은 조금 당황해했다. 두 가문의 사이가 얼마나 좋은데 이런 일로 서로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었다.민태용이 연정훈을 말렸다.“정훈아, 너무 파고들지 말거라. 이건 사소한 일이지 않으냐?”“사소한 일이요?”연정훈이 말을 자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키우던 알파카가 물에 빠진 일이 사소하다는 건가요? 아니면 민지연과 민지욱이 거짓말을 하는 게 사소한 일이란 말씀인가요?”“난 거짓말한 적 없어요!”민지욱이 빠르게 반박했다.민지연도 눈물을 뚝뚝 흘렸다.“정훈 오빠, 그렇게 무턱대고 언니 말만 듣지 마요. 언니가 나와 지욱이를 물에 빠뜨리는 걸 직접 두 눈으로 봤잖아요!”민병식도 고민에 빠졌다.“그래 정훈아, 이미 벌어진 일이고 네 아내 말만 믿고 막무가내로 굴지 말 거라. 네 아내가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제 아내는 거짓말하지 않아요.”연정훈은 아주 덤덤하고 냉철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자 주변 사람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양시연은 연정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점점 화가 가셨고 차츰 이성이 돌아오고 있었다.그래서 연정훈의 옆에 서서 물었다.“할아버님, 혹시 집에 감시 카메라가 있을까요?”민병식은 침묵했다.그러자 사람들은 생각에 잠겼다. 민씨 가문 뒤뜰에 감시 카메라가 없을 수는 없었다. 그러니 양시연이 거짓말을 한다면 먼저 카메라를 확인해 보자고 말할 리가 없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03화

    민지연은 양시연이 다른 사람을 불러 함께 알파카를 구조할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이 상황에 대한 변명을 미리 생각을 해 두었다. 아무도 본인이 알파카를 개울가로 밀어 넣는 걸 보지 못했으니 말만 잘하면 누구도 본인을 탓하지 못할 것이다.그러나 양시연은 온몸이 젖도록 아무도 찾지 않고 홀로 알파카를 물 위로 끌어당겼다.민지연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깜짝 놀라버린 아이들은 다른 어른들을 부를 생각도 하지 못했다.양시연은 나비를 안아 들고 개울가 옆의 풀밭에서 거센 숨을 내쉬었다.“언니...”민지연의 부름에 양시연이 고개를 휙 돌렸다. 개울가에서 한참 실랑이하다 보니 머리는 물에 푹 젖어버렸고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지만 눈빛만은 살벌했다.그 눈빛에 민지연은 심장이 철렁했다.“뭐, 뭐예요? 알파카 스스로 개울가에 빠졌고 난 구하려고 했던 것뿐이에요!”양시연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서 치맛자락의 물을 쭉 짜냈다.민지연은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했다.그때, 양시연이 성큼성큼 민지연 쪽으로 걸어가더니 머리카락을 낚아채고 미친 것처럼 민지연의 머리를 개울가에 처박았다.민지연은 비명을 질렀다.옆의 나비도 꽥꽥 울고 있었다.정신을 차린 민지욱은 동생을 시켜 어른을 불러오게 하고 직접 양시연을 말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양시연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민지욱은 바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양시연은 고통을 참으며 민지연을 기어코 개울가에 빠뜨렸고 바로 몸을 돌려 남자아이의 옷깃을 잡고 함께 개울가에 넣어버렸다.나비는 큰 돌멩이 위로 서서 힘차게 발을 굴렀다.정원에서 뒤뜰까지 겨우 몇 걸음이면 도착할 거리였기에 사람들은 빠르게 이곳으로 몰려왔다.연정훈과 민병식이 가장 먼저 달려왔고 양시연이 민지욱을 개울가에 넣는 걸 보며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민병식은 제 손자를 끔찍하게 아꼈다. 그래서 바로 달려가 양시연을 밀어내려 했다.그러나 연정훈이 한 발 더 빨랐고 먼저 양시연의 앞을 막아섰다.“시연아!”양시연은 이제 힘에 부쳤고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02화

    “얘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방미선이 인상을 찌푸리며 민지연을 향해 한소리를 하더니 또 양시연을 향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아이를 오냐오냐 키워서 얘가 버릇이 없어. 시연이 네가 이해해 줘.”“괜찮아요.”양시연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 어리니 그럴 수 있죠. 그리고 틀린 말도 아닌걸요.”민지연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양시연이 만만하다고 느껴지자 민채영도 말을 얹었다.민채영의 동서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양시연더러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는 시늉을 했다.양시연은 그저 말없이 디저트를 먹거나 차를 마시며 민채영의 말에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그렇게 한참을 떠들던 민채영은 양시연이 자신의 말을 여겨듣지 않자 바로 얼굴을 구겼다.그러자 옆자리의 민지연이 잽싸게 말했다.“언니, 작은 엄마가 얘기 중이잖아요. 왜 대답을 안 해요?”양시연이 마시던 차를 내려놓자 민지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언니는 우리 정훈이 오빠랑 결혼한 게 다행인 줄 알아요. 집안 어른이 얘기 중인데 대꾸도 하지 않는다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저도 어릴 땐 이런 문제로 참 많이 혼이 났어요.”“그러게요.”양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가끔은 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훈 씨가 외동이라 철없이 태클 거는 시누이가 없거든요. 시어머니도 저를 많이 챙겨주시고 절대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가르치려고 하지도 않거든요.”민채영과 민지연은 한순간에 말문이 막혔다.정신을 차린 민지연이 바로 대꾸하려고 하자 방미선이 먼저 눈치를 채고 얼굴을 굳혔다.“자꾸 랑이만 데리고 이곳저곳 다니지 말고 위층으로 올라가 있어!”민지연은 사람들 앞에서 한 소리 듣자 바로 얼굴이 시뻘게졌다. 참지 못하고 말대꾸를 하려는 찰나 연정훈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여 바로 입을 꾹 다물었다.방금까지 말을 쉬지 않고 하던 민채영도 조용해졌고 아예 단청했다.연정훈은 양시연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새로 생긴 프로젝트에 관해 얘기 중인데 너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01화

    민지연이 나타나는 순간부터 양시연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연정훈의 뒤로 몸을 숨긴 민지연은 또 나비의 목줄을 당겼다.이에 깜짝 놀라버린 나비가 상대를 확인하고 민지연과 민지연의 개를 향해 침을 뱉기 시작했다.민지연은 화들짝 놀라며 개를 안고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로 연정훈을 향해 말했다.“정훈 오빠, 시연 언니가 키우는 알파카 엄청 사나워요!”‘허.’‘그래봤자 네가 키우는 개보다 더 사납겠어?’양시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연정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키우는 개가 나비를 놀라게 한 거야. 나비는 정말 착한 아이야.”민지연은 씩씩대며 자기 개를 변호했고 연정훈은 이런 민지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개 목줄이나 잘해.”명령 시조의 말은 짧지만 강했다.목줄을 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길 거라 협박한 것도 아니었는데 민지연은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졌다.“알겠어요.”민지연이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그때, 저택에서 중년 부부가 활짝 미소를 지으며 걸어왔다.“드디어 왔구나. 미리 준비하고 너희 둘만 기다리고 있었어.”연정훈이 ‘삼촌’, ‘숙모’라 호칭하며 인사를 했고 또 양시연을 소개했다.양시연도 기죽지 않고 인사를 건넸다.양시연이 인사를 건네자 숙모 방미선은 바로 양시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양시연과 과거 친분이 있는 것처럼 다정하게 말을 걸고 활기찬 나비를 보며 칭찬도 했다.“어머, 너무 예쁜 알파카네. 이렇게 예쁜 알파카는 이름이 뭐야?”“나비예요.”“이름 잘 지었네. 이름이 참 어울려.”양시연은 살포시 미소를 지었고 옆으로 밀려난 민지연이 개 목줄을 잡고 입을 삐죽이는 걸 지켜봤다.삼촌 민병식은 연정훈과 나란히 정원으로 걸어갔고 고개를 돌려 민지연에게 경고를 날렸다.“지연아, 랑이 목줄 꼭 쥐고 있어. 네 새언니 놀라게 하지 말고.”그러자 민지연이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양시연은 방미선의 손에 이끌려 정원으로 향했다.그리고 나비는 아주 기세등등하게 개를 향해 침을 칵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00화

    화해의 첫걸음은 연정훈이 내민 말이었다.“오늘 저녁에 작은 모임이 있어. 같이 가자.”양시연은 속으로 살짝 기뻐하며 유치하게 연정훈이 먼저 말을 꺼낸 거로 생각했다.“어디에서 열려요?”“우리 외삼촌이 계신 민씨 가문에서.”양시연은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할머니 쪽 친척인가요?”“응. 그분들은 경인에 잘 안 계셔. 우리가 결혼해서 온 거야.”양시연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결혼 후 신부를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풍습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젊은 세대에서는 이런 풍습이 잘 지켜지지 않지만, 연씨 가문처럼 대가족을 중요시하는 가문에서는 이 전통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양시연과 연정훈이 신혼여행을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친척들은 며칠 동안은 방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약속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예를 들어 연정훈 어머니의 친정 쪽인 표씨 가문에서는 이미 약속을 잡았지만, 그쪽에서는 배려심을 발휘해 날짜를 다음 달로 미뤘다. 새로 결혼한 부부의 신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민씨 가문은 조금 이상했다. 저녁 식사 초대는 양시연에게 직접 알리지 않고 연정훈에게만 급히 약속을 잡은 듯했다.연정훈은 양시연의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나랑 같이 가면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해.”양시연은 죽을 한 숟가락 떠먹으며 그를 쳐다보지 않고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어떤 사람들은 말은 그럴듯하게 하지만, 정작 본인들이 저에게 눈치를 주죠.”연정훈은 어이없었다.“...”그는 이참에 변명하려 했지만, 양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훈 씨라고 한 적 없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연정훈은 침묵했다.“...”결국 그는 침묵을 택하고 아무 말 없이 그녀에게 반찬을 집어주었다.양시연은 콧노래를 부르듯이 살짝 기분이 풀려 그가 준 반찬을 집어 먹었다.두 사람은 절반쯤 화해한 상태가 되었다.오후에는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며 여러 번 대화를 나누었고 마침내 관계는 평소처럼 정상적인 소통 상태로 돌아왔다.여 아주머니는 몇 번이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99화

    서재에서.연정훈은 같은 자세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눈을 감고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끼며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지 여러 번 의심했다.‘양시연...’속으로 양시연의 이름을 되뇌며 좋아서 미소가 번지다가도 이내 이를 갈았다.‘진짜 당해낼 수가 없네. 내가 졌네. 양시연한테 완전히 넘어갔어.'연정훈은 잠깐 양시연이 자신이 엔이라는 걸 알고 일부러 괴롭힌 게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곧바로 침실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에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는데 그제야 자신이 아직도 엔인 척하며 사진을 찍었던 옷을 입고 있다는 걸 깨달았고 서둘러 옷을 벗어 던졌다.옷을 벗었을 뿐만 아니라 아예 버렸다. 옷만이 아니라 물을 마셨던 컵조차 그대로 버렸다.그리고 자기 손을 내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안타깝게도 손은 잘라버릴 수 없네.’다행히 사진은 몇 초 만에 사라지는 플래시 이미지였고 양시연도 연정훈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 몇 초만 더 있었어도 양시연은 알아봤을 수도 있다.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서재에서 한참 동안 서 있었다. 마음이 진정되기를 기다린 뒤에야 침실로 돌아갔다.침실에서 양시연은 일련의 일을 마무리한 뒤 기분이 한결 상쾌해졌다.인터넷 속 노련한 남자들에게 한 방 먹인 듯한 기분이었다. 다시는 어린 여자애를 만만하게 보거나 함부로 아무에게나 치근덕대지 못하도록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양시연은 침대에 누워 연정훈을 걱정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들어오지 않는 걸 보니 혹시 회사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싶었다.소리가 나자 양시연은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연정훈은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고 마음속으로 준비했다.양시연이 올린 게시물의 문구가 떠올라 연정훈의 가슴에 억누를 수 없는 흥분이 밀려왔다. 겉으로는 침착한 척했지만, 그의 눈빛은 설렘과 흔들림으로 가득했다.그가 침대 옆으로 다가갔을 때 방 안은 어두운 조명으로 부드럽게 물들어 있었다. 양시연은 조용히 자는 척하며 침대에 누워 있었고 연정훈 쪽으로 등을 돌리지 않은 채 똑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98화

    양시연은 몰래 연정훈을 살폈다.연정훈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전화를 받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간간이 차가운 대답만 내뱉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겉으로는 업무 통화를 하는 듯 보였다.반대편에서 이승우는 갑작스럽게 엉뚱한 제안을 내놓았다.“간단하지 않아? 네가 양시연 씨한테 과감한 셀카 이미지를 보내봐. 시연 씨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지 않냐?”연정훈은 이마를 찌푸렸다.그의 첫 생각은 분명 양시연이 엔을 바로 차단할 거라는 것이었다.그러나 이승우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근데 혹시 시연 씨가 재빨리 캡처해서 저장이라도 하면? 그러면 너희가 온라인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 거지. 은근히 짜릿하지 않아?”연정훈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끊는다.”“야야야!”이승우는 급히 웃으며 말렸다.“농담이지.농담. 왜 이렇게 진지해?”“진지하게 말하자면 네가 해봐. 보내고 나면 시연 씨는 바로 너를 차단할 거야. 그동안 유지해 온 냉철하고 전문적인 이미지가 느끼한 남자 이미지로 추락하겠지. 그러면 넌 앞으로 시연 씨 앞에서 연기할 필요도 없어지잖아. 숨어있던 가상 라이벌도 제거되고.”이승우의 마지막 한마디가 연정훈을 잠시 고민하게 했다.결국 그는 전화를 끊었다.양시연은 연정훈의 굳어진 표정을 보며 회사가 파산 위기에 몰린 것 같은 심각한 분위기를 느꼈다.‘그러지 마. 아직 내 손에 오지도 않았다고.'양시연은 노트북을 품에 안고 연정훈의 움직임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보았다.연정훈은 서재로 향했다.양시연은 문득 궁금해졌다. 정말 중요한 일이 있나 싶어 물어보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었다.약 15분이 지나자 그녀의 화면이 갑자기 흔들렸다.양시연이 클릭하자 한 장의 이미지가 번쩍 떴다.이미지 속에는 검은 셔츠를 입은 남자가 있었다. 셔츠의 목 부분 단추 두 개가 풀려 있었고 물잔을 든 손가락의 관절이 또렷하게 보였다. 컵이 그의 입술 가까이에 놓인 상태였고 날카롭고 뛰어난 턱선이 매끄럽게 드러나 있었다.물 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97화

    “연정훈 씨에게 삼계탕을 끓여주세요. 연정훈 씨가 돌아오면 아주머니께서 직접 가져다주세요.”양시연이 조용히 여 아주머니에게 말했다.여 아주머니는 기쁘게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연정훈 씨를 생각하면서 앞에서 좀 웃어줘요. 연정훈 씨 답답해서 쓰러지겠어요.”“싫어요. 정훈 씨가 먼저 냉전 시작했잖아요.”여 아주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양시연의 입가에 살짝 번진 미소를 보고는 이 부부가 그저 서로 장난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다지 심각한 갈등이 아니라 일상에 재미를 더하려는 정도였다.연정훈이 주차장에서 올라오자 양시연은 거실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나비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나비는 기운차게 먹이를 먹으며 주위를 뛰어다녔다.둘 다 고집스러운 성격답게 연정훈의 존재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였다.‘하.’연정훈은 차가운 얼굴로 계단으로 향하려다가 여 아주머니가 불려 세워졌다.여 아주머니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특별히 삼계탕을 끓였어요. 한 그릇 드셔보세요!”연정훈은 여 아주머니에게는 늘 예의를 갖추었다. 장모님 댁에서 오래 함께한 식구였기에 괜한 감정을 상하게 할 이유는 없었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의 양시연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양시연은 연정훈을 힐끗 쳐다보다가 그가 자신을 보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내심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고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여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여 아주머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양시연은 입술을 삐쭉 내밀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 아주머니는 두 사람을 어린아이 대하듯 탕을 각각 한 그릇씩 가져다주었다.연정훈에게 그릇을 건넬 때 여 아주머니는 사실 이 삼계탕이 양시연이 부탁한 것임을 말하고 싶었지만, 뒤에서 들려온 양시연의 가벼운 기침 소리에 말을 삼켰다.마침 연정훈이 고개를 들었다.여 아주머니는 양시연을 등지고 조용히 연정훈에게 다가가 그녀를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양시연 씨가 끓이라고 한 거예요.”연정훈은 잠시 멍해졌다.여 아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696화

    양시연과 연정훈의 냉전은 여 아주머니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처음에 여 아주머니는 무조건 양시연 편을 들며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며칠이 지나도 연정훈이 전혀 화를 내지 않자 여 아주머니는 오히려 민망해졌다.여 아주머니는 양지원에게 전화를 걸어 처음에는 불평했지만, 점점 좋은 말들로 대화를 이어갔다.“제 생각엔 연정훈 씨는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시연 씨가 좀 무심한 것 같아요. 아침 식사할 때도 표정이 안 좋고 연정훈 씨가 여러 번 말을 걸려고 해도 휴대폰만 보면서 눈길도 주지 않더라고요.”양시연은 그 말을 우연히 듣고 일부러 가볍게 기침했다.여 아주머니는 뒤를 돌아 민망한 듯 웃음을 지었다.양시연은 전화가 끊기자 일부러 질투하는 척하며 한숨을 쉬고 불평했다.“아주머니는 엄마 쪽 분인데 왜 외부인 좋은 말만 해요?”“외부인이라니요?”여 아주머니는 양시연을 노려보며 말했다.“그건 시연 씨의 남편이에요. 우리 집안 식구이죠!”양시연은 웃으며 들고 있던 차를 내려놓고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아무 문제 없어요.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정말요?”“네. 그냥 정훈 씨를 살짝 놀리는 중이에요.”여 아주머니는 말없이 양시연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좋은 걸 배워야죠. 아씨처럼 남편을 괴롭히고...”양시연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엄마가 아빠를 어떻게 괴롭히는데요?”“에이. 그게 중점이 아니잖아요.”양시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부엌을 빠져나갔다.사실 그녀와 연정훈의 냉전은 진지한 것도 아니었고 큰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어린애들처럼 서로 삐쳐 있는 상태였다.연정훈이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양시연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왜 양혁수 이야기만 나오면 민감해지고 긴장하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 전에 그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정훈이 앞으로도 무슨 일이 생기면 벙어리처럼 입을 닫아버릴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양시연은 냉전을 좋아하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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