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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Author: 라오
연정훈이 말을 잇기도 전에 주지혁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연 교수님?”

연정훈은 고개를 숙이고 빨갛게 달아오른 안시연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인데요?”

“아까 너무 바빠서 미처 감사하다고 인사를 못 한 것 같아서요. 지난번 성진대학교 동문회에서 교수님 덕분에 조 교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안시연은 조금 놀라웠다. 주지혁이 먼저 연정훈에게 동문회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꺼낼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대체 뭘 어쩌려고 그러는 걸까?’

안시연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연정훈이 스위치를 누르고 나서 아까보다 더 가까이 밀착했다. 안시연은 고개를 들면 연정훈과 닿을 것 같았다.

연정훈은 주지혁에게 대답하지 않았고 기분이 언짢아진 것 같았다.

주지혁은 대답을 들으려고 기다리지 않았고 할 말을 이어갔다.

“바쁘신 분이라 잊으셨나 봐요. 지난번에 제가 후배와 함께 인사드렸었는데, 혹시 기억하세요?”

안시연이 눈을 감았다. 그녀는 그제야 주지혁의 의도가 이해됐다. 주지혁은 연정훈의 태도를 떠보려고 온 것이었다. 그는 여전히 연정훈이 그들의 관계를 폭로할까 봐 두려워했다.

‘후배? 정말 웃기지도 않네... 이렇게 선을 긋는 건가?’

연정훈도 주지혁의 말을 듣고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시선은 안시연의 빨간 입술 위에 떨어졌다. 연정훈은 다시 한번 반복했다.

“후배?”

안시연은 그 두 글자를 듣고 조롱받는 기분이 들었다.

연정훈이 말을 이었다.

“그날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서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연정훈이 이렇게 말하자, 주지혁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말 기억이 안 나서 그렇게 말한 것인지 아닌지는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연정훈이 기억 안 난다고 말했다는 건 그들의 일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이어서 두 사람은 본론으로 들어가 잠깐 대화를 나눴다. 안시연은 두 사람의 대화에 더 이상 관심이 없었다.

통화가 끝나자, 방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연정훈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지만, 안시연은 그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심장 박동 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잠시 대치한 후, 안시연이 고개를 들려고 하자, 연정훈도 발길을 돌렸다. 안시연은 흠칫 놀라더니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연정훈은 소파로 돌아와 옆에 있던 수건을 집어 들고 머리에 남은 물기를 닦았다.

안시연은 그제야 어깨가 연정훈의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물 때문에 흥건히 젖은 것을 발견했다. 가슴골을 따라 흘러내린 차가운 물방울은 테니스 경기가 끝날 때까지 가슴에 닿아있었던 넥타이핀을 떠올리게 했다.

안시연이 그대로 서서 움직이지 않아도 연정훈은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두 사람이 관계를 했었던 것 때문인지, 연정훈은 안시연의 앞에서 서슴없이 옷을 벗고 갈아입었다. 그 모습에 당황한 안시연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한참 후, 탁자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연정훈이 찻잔 두 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뭔가를 암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제 갈 거야?’

안시연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목이 타들어 갔다. 이전의 행동을 설명하려고 했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제가 그날 오해했어요...”

“교수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학생을 가르치지 않은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거든.”

연정훈이 뜬금없는 말로 대답했다.

안시연은 목이 멨고 얼굴이 붉어졌다. 연정훈은 그녀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일깨워 주는 것 같았다.

안시연은 숨을 약간 들이마시고 말을 이었다.

“연 대표님.”

“나갈 때 카드키는 옆에 있는 사물함에 두고 가.”

연정훈은 이미 셔츠를 입고 소매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 방에서 그만 나가달라고 명확하게 말한 것이었다.

안시연은 어깨가 축 늘어졌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안했다고 말하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녀는 오늘이 지나면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고, 다시 만난다고 해도 연정훈은 더 이상 자기를 상대해 주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문이 다시 열렸다.

뒤에서 남자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

“안시연.”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안시연은 바짝 긴장했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섰다. 마치 선생님의 호명을 받는 초등학생 같았다.

안시연을 바라보는 연정훈의 시선은 무겁고 그윽했다.

“여자애가 속셈만 너무 많아도 득 될 거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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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우희는 깜짝 놀라버렸다!양시연한테 몰래 했던 말인데 부승원이 어떻게 알아버린 걸까!‘설마 시연 언니가...’‘시연 언니 나빠!’반우희는 얼굴이 순식간에 뜨거워졌고 따뜻한 모자까지 쓰고 있는 탓에 온몸에 열기가 돌았다.“난 그런 말 한 적 없어요!”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부정을 했고 두 눈을 부릅뜬 채로 뒤로 물러서며 손가락질했다.“변호사님 사실 취한 거 아니죠?”“그래.”‘뭐지?’방금 부승원의 볼을 잡아당기던 행동이 떠올라 반우희는 깜짝 놀라버렸고 손까지 덜덜 떨렸다.그래서 도망이라도 갈까 했는데 몰래 살펴본 부승원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왜 그러지?’반우희는 한 번 더 곁눈질했다.‘정말 취한 거야? 아닌 거야?’‘술 마신 사람들은 보통 취해도 아닌 척하잖아.’반우희는 침을 꿀꺽 삼키고 조금 다가가 부승원을 휙 밀쳤다.부승원은 여전히 표정 변화 한번 없었다.그래서 반우희는 긴장되던 기분이 조금 풀어졌고 좀 더 용기를 내어 손가락으로 부승원의 볼을 콕콕 찔렀다.“...”부승원은 어이가 없어 차가운 시선으로 반우희를 노려보았다.그러나 이번에도 화를 내지 않는 부승원을 보며 반우희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가슴을 내리 쓸었다.“아, 깜짝이야. 정말 멀쩡한 줄 알았잖아요.”그리고 그 옆으로 척 앉으며 말을 꺼냈다.“난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그건 다 시연 언니가 변호사님한테 잘 보이려고 거짓말한 거예요.”부승원은 잠시 침묵했다.“시연 씨가 알려줬다고 말한 적 없어.”반우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깜빡였다. 겨우 안심했던 심장이 다시 쿵쿵 뛰었다. 그래서 몰래 부승원의 표정을 살피며 생각에 잠겼다.‘정말 취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걸 보면 멀쩡한 것 같은데?’부승원은 반우희 옆으로 조금 더 다가가 시선을 고정했다.더 정확하게는 반우희의 볼살로 향했다.모자가 꽉 쪼인 탓에 볼살이 더 통통하게 보였다.양시연이 자주 반우희의 볼살을 꼬집던 걸 부승원도 지켜봤었다.반우희는 어떻게 변명을 늘어놓을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3화

    부승원이 반우희를 빤히 바라보고 있자 반우희는 눈앞에서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다가 부승원이 눈을 깜빡이자 웃음을 터뜨렸다.이어 반우희는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시간이 많이 늦어서 이만 가볼게요.”그리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고쳐 썼고 부승원을 향해 말했다.“침대까지 부축해 줄 게요. 오늘엔 샤워도 하지 말고 내일 아침 일어나서 하는 게 어때요?”부승원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고 반우희가 눈을 반짝였다.“꿀물이 이렇게 효과가 좋은 건가?”부승원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정말 멍청하긴.’‘꿀물이 무슨 보약도 아니고.’부승원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반우희가 떠나려는 걸 지켜봤다. 반우희는 지하철을 놓치면 높은 비용의 택시를 타야 한다고 말했다.부승원은 손을 뻗어 반우희의 손목을 잡았다.기사를 불러 반우희를 바래다주게 하겠다고 말하려고 했으나 사실 부승원은 반우희가 떠나지 않았으면 했다.계속 종알거리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왜 그래요?”반우희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돌려 잡힌 손을 바라봤다.“뭐예요? 손 놔야 내가 부축하죠.”부승원은 알아들었지만 그렇지 못한 척을 했다.더 정확하게는 반우희가 바라는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방으로 데려가면 반우희는 힘들게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반우희를 빤히 바라봤다.그 시선에 기분이 이상해진 반우희가 침을 꿀꺽 삼키며 그 손길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소파에 나란히 앉아 이렇게 말했다.“부승원 씨, 손 놔줘요. 나 이만 집에 가봐야 한다니까요?”반우희는 아주 나긋하게 부승원을 타일렀다.부승원은 잡힌 손에서 땀이 나는 게 느껴졌고 또 방금 반우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게 묘하게 느껴졌다.“들려요?”반우희가 또 부승원을 톡톡 두드렸다.그러나 부승원은 꼼짝도 하지 않고 버티다가 다른 손으로 반우희의 보드라운 머리를 쓰다듬었다.반우희는 깜짝 놀라 두 눈을 커다랗게 떴고 부승원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2화

    부승원이 줄곧 한마디 말도 하지 않자 반우희는 부승원이 술에 잔뜩 취해 필름이 끊긴 상황이라 짐작했다.그래서 목에 걸었던 가방을 다시 내려 두고 가슴 앞으로 팔짱을 척 끼며 말했다.“저기요. 내가 누군지 기억해요?”“...”부승원이 아무 대답 없자 반우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모르면 다행이고.’그리고 그 옆으로 풀썩 주저앉더니 한참 그 자리에서 휴식을 취했다.이어 고개를 돌려 부승원을 향해 말했다.“이따가 꿀물 타 줄 게요. 그거 마시는 것만 보면 난 이만 갈 거예요.”부승원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해요.”반우희는 일방적으로 대답을 했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반우희는 빠르게 주방으로 향하더니 예쁘게 포장된 꿀을 찾아 꿀물을 타기 시작했다.부승원은 반우희가 며칠 전부터 그곳에 둔 간식을 욕심내고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이 갔다. 꿀단지 옆에는 치즈와 쿠키 등 다양한 간식이 놓여 있었다.반우희는 그 안에 둔 간식을 쫙 꺼내더니 하나하나 고르며 말했다.“변호사님은 꿀만 드시고 다른 건 잘 먹지도 않으시니 그냥 두면 낭비예요. 낭비.”그리고 그 간식을 죄다 본인의 가방에 담는 게 아니겠는가?“...”‘내가 취한 거지. 죽은 것도 아니잖아.’반우희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간식을 챙겼고 부승원을 향해 아이 달리듯 말했다.“거기 가만히 누워 있어요. 바로 돌아올게요.”부승원은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으나 반우희가 자신을 ‘죽은 사람’ 취급했던 걸 떠올리며 간신히 참았다.‘헤헤.’반우희는 술에 취해 흐트러진 부승원이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그래서 다가와 두 볼을 꼭 쥐며 말했다.“아이고 착하지.”부승원은 깜짝 놀라 버렸다.‘지금 이게...’반우희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다시 꿀물에 집중했다.그리고 꿀물을 컵에 담고 빨대를 꽂아 부승원의 옆으로 다가와 건넸다.부승원은 늘 반우희가 사고뭉치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엔 컵에 빨대까지 꽂아 온 센스를 보며 너무 멍청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1화

    양시연이 연정훈의 손을 잡고 행복하게 집으로 향한 것과는 달리, 술에 취한 부승원은 휘청거리며 겨우 차에 올랐다.얼마 뒤, 기사는 부승원의 오피스텔 아래로 주차했다.부승원은 머리가 빙빙 돌았지만 핸드폰에 찍힌 월급이 눈에 들어왔다.‘부부가 그래도 양심은 있군. 돈은 넉넉하네.’그러나 부승원은 바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머리가 너무 어지럽기도 하고 연정훈이 늘 씀씀이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대표님, 위층으로 모실까요?”“괜찮아요.”부승원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몸을 바로 세웠다.기사는 안심이 되지 않아 차에서 내려 부승원의 팔을 부축했다.차에서 내린 부승원은 찬 바람을 좀 쐬고 나니 취기가 좀 가시는 것 같아 기사를 먼저 보냈다.그리고 밝은 달빛을 빌어 오피스텔 안으로 걸어갔다.그런데 왠지 술김에 뭔가 중요한 일을 잊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뭔지 떠오르지 않았다.그때 오피스텔 안에서 즐거운 노랫소리가 들려왔고 부승원은 그제야 그게 무엇인지 떠올랐다.바로 반우희였다.반우희가 지금 본인의 집에 있는 것이었다.부승원은 기분이 퍽 좋아졌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예상 대로 하얀 토끼 모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반우희는 오늘도 긴 토끼 모자를 쓰고 눈 코 입을 제외한 머리는 꽁꽁 싸매진 상태였다. 그리고 하얀색 패딩까지 입어 더 동글동글해 보였다.부승원은 그 자리에 멈춰 섰고 하얀 토끼는 눈을 깜빡깜빡했다.부승원이 술을 많이 마신 걸 알아차린 반우희는 눈치를 보다가 몰래 도망칠 생각을 했다.반우희가 인사를 할 생각이 없자 부승원은 좋았던 기분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내가 반우희한테 못해 준 게 뭐가 있어? 일자리도 찾아주고 골치 아픈 소송도 해결해 주고 집에 둔 간식도 먹게 해줬는데 대체 뭐가 불만이라고 인사도 하지 않고 날 피하는 거야!’그 생각을 하며 부승원은 길게 심호흡했고 반우희가 슬쩍 자리를 떠나자 너무 화가 나 호흡이 거칠어졌다.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은 부승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20화

    연정훈이 정인을 장악한 이후 이사회는 대대적인 개편을 겪었다.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임원들은 과감히 쳐냈고 손실이 크더라도 그는 확고히 발언권을 쥐고자 했다.오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과거에 연정훈의 결단 앞에 굴복했던 이들이다. 하지만 양시연이 대표로 바뀌자 그들은 다시 슬금슬금 기회를 엿보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연정훈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들의 태도는 순식간에 돌변했다.시연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답답함을 느꼈다. 그들은 마치 땅속 깊이 파묻혀 있다가도 빛을 찾아 위로 올라가려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던 중 탁자 밑에 있던 그녀의 손이 누군가에 의해 따뜻하게 감싸졌다.“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연정훈이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양시연은 그를 부른 일이 마음에 걸려 살짝 민망해졌고 더구나 집을 나설 때 둘은 아직 완전히 화해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살짝 손을 빼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뭐가 차갑다는 거예요. 딱 적당한데요.”그 말을 하며 연정훈을 힐끔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몇 시에 경인에 도착했어요?”“6시 좀 넘어서.”‘그렇다면 곧바로 온 셈이잖아.’그녀는 연정훈이 자신을 챙긴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가 조심스레 음식을 골라 그녀의 접시에 담아주는 모습을 보고 남아 있던 작은 짜증도 서서히 사라졌다.양시연은 그의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나 억울한 일 당한 거 아니에요. 당신 안 와도 나 혼자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요.”“알아. 하지만 집에서 기다리느라 심심해서 차라리 데리러 온 거지.”연정훈은 고기 한 점을 집어 그녀의 입가로 가져갔다.양시연은 입을 벌려 고기를 받아먹었다. 연정훈은 그녀가 열심히 씹는 모습을 보며 나비가 떠올랐다.그는 미소를 지었고 양시연은 그의 표정을 곁눈질로 보고는 재빨리 자세를 고쳐 우아하고 단정하게 먹기 시작했다.연정훈은 침묵했다.“...”그들은 싸움도 순식간에 했지만 화해하는 것도 빨랐다. 더구나 저녁 식탁에 적군이 있다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19화

    퇴근 시간이 되어 양시연은 저녁 약속 장소로 갔다. 연정훈에게서 여전히 연락이 없었지만 양시연은 마음을 다잡고 미팅에 집중하기로 했다.3개월 동안 임신 사실을 알리지 말라는 조언을 받긴 했지만 당연히 술자리에서는 숨기지 않았다.이사회는 이미 양시연이 임신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술은 양시연 쪽으로 오지 않았고 겉으로는 꽤 배려심 있어 보였다.그러나 몇 차례 웃으며 대화를 나눈 후 누군가 입을 열었다.“양 대표님 임신 중이시라면 집에서 푹 쉬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정인 그룹도 이렇게 오래 걸어왔고 인재도 넘쳐나지 않습니까. 연 대표님이 남긴 유능한 인재들뿐만 아니라 부 변호사도 돕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네. 맞아요.”“안 되면 우리 같은 이 늙은이들이라도 도와드리겠습니다.”겉치레 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양시연은 웃으며 말했다.“여러분께서 뒤에서 버텨주지 않으셨다면 제가 이런 때에 어떻게 감히 임신했겠어요. 앞으로도 여러분께 의지할 일이 많을 겁니다. 지금은 아직 힘들지 않으니 괜히 짐을 더 드리지는 않겠습니다.”그러면서 양시연은 잔을 들고 말했다.“제가 술 대신 차로 여러분께 먼저 한 잔 올리겠습니다.”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그녀의 말에 응했다.양시연은 술을 마실 수 없었지만 그녀 주변 사람들은 마실 수 있었다. 연정훈이 남겨둔 사람들이 있는 데다 부승원은 최근 그녀의 절친 동맹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많은 일을 부승원이 처리해 주었기에 이사회 사람 중 일부는 부승원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자연스럽게 술잔이 부승원 쪽으로 몰렸다.다행히 참석한 양쪽 인원 모두 적지 않았고 양시연은 뻔뻔한 면모도 갖추고 있어 누군가 지나치게 튀는 행동을 하면 과일 주스를 들고 그 사람에게 단독 건배를 제안했다.“이렇게 하죠. 제 체면을 봐서 저는 원샷 할 테니 편하게 드세요.”“아니에요. 그건 안 되죠.”‘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당신 배 속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 목숨이 위태로워질 텐데!’결국 임원들은 조금 자제할 수밖에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18화

    ‘내가 반우희를 화나게 한 거야?’부승원은 드디어 천지가 뒤집힌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그가 아주 미세하게 숨을 고르는 것을 본 양시연은 손을 들어 밑으로 내리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별일 아니에요. 그냥 상황 좀 파악해 보려던 거예요. 보세요 반우희가 아직 어린애 같은 면이 있잖아요. 가끔 기분 상할 때도 있는 거죠.”부승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런 사소한 일은 나한테 말할 필요 없어요. 내가 청소해 줄 사람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부 대표님,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부승원은 양시연의 말에 관심 없다는 듯 서류를 집으려 손을 뻗자 양시연은 서류를 건네주며 가볍게 말했다.“반우희가 그러던데요. 요즘 부 대표님이 너무 잘생겨 보인대요. 자꾸 보고 싶어진다고요.”부승원은 당황해 순간 멈칫했다.???양시연은 펜으로 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잠시 후에 오 회장님과 저녁 약속 있잖아요. 부 대표님은 먼저 하실 일 하세요. 약속 시간이 되면 같이 내려가요.”말을 마친 양시연은 서랍을 열어 아무렇지 않은 척 잉크를 꺼냈다.“만년필은 계속 잉크를 채워 넣어야 하는 게 정말 불편하네요.”부승원은 침묵했다.“...”양시연은 고개를 들어 의아한 척 물었다.“어? 아직 뭐 할 말 있으세요?”부승원은 잠시 망설이며 방금 자기가 잘못 들었는지 의심했지만 다시 묻기도 애매해 결국 못 들은 척하며 얼굴을 굳히고 문을 나섰다.양시연은 뒤에서 목을 쭉 빼고 고개를 내밀었다.‘흥. 고상한 척은 잘해.’양시연은 부승원의 말투를 흉내 내며 중얼거렸다.“내가 뭐 청소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연정훈 씨랑 똑같네. 어쩐지 서로 친구가 되었구나.’그녀는 문득 연정훈이 오늘 오후에 돌아온다고 했던 걸 떠올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하지만 아직도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문밖에서 부승원은 복도에 서서 한참 동안 말없이 있었다. 반우희가 요즘 자신을 대놓고 피하는 것도 모자라 양시연한테 그런 말을 했다는 걸 생각하니 부승원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17화

    “왜 갑자기 청소하고 싶지 않아졌어요?”양시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고 반우희가 이렇게 높은 급여를 마다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반우희는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요즘 조금 불편한 일이 있어서요.”양시연은 반우희의 집에 세 아이 중 누가 또 사고를 친 건 아닌지 떠올리며 부드럽게 물었다.“혹시 무슨 어려운 일이 생긴 건가요?”반우희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흐리며 잠시 머뭇거렸고 아무래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눈치였다.양시연은 눈동자를 굴리며 자기도 골치거리가 많지만 반우희의 사정이 궁금해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반우희 씨, 저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저한테도 얘기 안하고요.”반우희는 얼굴을 붉히며 조금 망설이다가 말했다.“그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요.”양시연은 손짓으로 반우희를 불렀다.‘여기로 와요.’“나한테만 얘기해요.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말 안 할게요.”반우희는 잠시 고민하더니 의자에 앉아 양시연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고 두 손을 단정하게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한숨을 쉬었다.양시연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물었다.“부 대표님이 또 괴롭힌 거예요?”“그건 아니에요.”“그러면 뭐죠?”반우희는 책상에 팔꿈치를 괴고 연속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부 대표님 저...요즘 다시 잘생겨 보이기 시작했어요.”‘푸.’다행히 양시연은 차를 마시지 않았고, 그렇지 않았다면 차를 입 밖으로 뿜어낼 뻔했다.양시연은 입술을 가볍게 만지며 속으로 흥미가 생겼고 반우희의 팔을 살짝 찌르며 물었다.“왜요?”반우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눈이 내리던 날 부승원이 그녀를 안아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반우희는 몸을 숙여 손으로 턱을 괴고 통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석양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그냥 모르겠어요. 그런데 요즘 자꾸 멋있어 보여요. 하...”양시연은 잠시 침묵했다.“...”‘우희 씨 참 솔직하네요. 만약 내가 우희 씨라면 이런 건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 거야.’“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816화

    “내가 집에 없는 동안 출근할 때 너무 무리하지 마. 힘들면 집에 와서 쉬어.”연정훈은 옷을 갈아입으며 양시연에게 당부했다.양시연은 연정훈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의 생필품을 캐리어에 하나씩 차곡차곡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캐리어를 닫으며 마치 자신이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보여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말했다.“정훈 씨도 무리하지 마세요. 밖에서 조심하세요."연정훈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양시연을 힐끗 바라봤고 그녀는 그의 시선을 느끼고는 눈을 살짝 흘겼다.“시간 끌지 말고 빨리 가세요.”재촉하는 양시연의 말에 연정훈은 고개를 끄덕였고 출발 직전 그는 양시연을 살짝 끌어당겨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현주 일은 더 이상 생각하지 마. 임성원에게 확인했는데 일을 아주 깔끔히 처리했대.”그 말은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제야 양시연의 얼굴이 조금 풀리며 한층 부드러워지더니 연정훈에게 물었다.“병원을 신고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냈어요? 어떻게 그렇게 딱 맞춰 소현주 씨의 사고를 발견하고 병원까지 옮길 수 있었죠?”연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결국 알아낼 수 있을 거야.”그 말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의미였고 천천히 파악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른다. 너무 서두르면 상대방이 계획적으로 만든 함정에 걸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양시연은 그 모든 상황이 단순한 우연일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대비책이 준비된 상태라면 차분히 대응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소현주 씨 상태는 어때요?”“사람은 깨어났는데 정신 상태가 불안정해.”“완전히 정신을 놓은 건가요?”“지금은 그런 상태야. 병원 의사들이 그렇게 진단했어.”연정훈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에휴. 이제 당분간 이 골칫거리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네. 골치 아프게 되었어.’아이까지 가진 몸으로 남편의 전 여자친구 문제까지 신경 써야 한다니 양시연은 불만이 가득했다. 생각할수록 답답해지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몰라요. 난 신경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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