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소한 공간 속에서 안시연이 냉정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난 누군가를 넘본 적 없어.”주지혁이 계속 압박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도 이렇게 피곤하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주지혁은 무척 후회했다. 안시연을 지나치게 압박한 탓에 남 좋은 일만 했으니 말이다.“다른 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안시연이 말했다.“시연 씨!”주지혁은 그녀를 부르더니 한결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저번에는 내가 심했어. 내가 사과할게.”안시연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주지혁은 계속해 말했다.“내 사과를 받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그래도 3년간 만난 정이 있잖아. 난 예전부터 시연 씨를 내 아내로 생각했었어. 난 정말로 시연 씨가 너무 힘들게 사는 걸 원하지 않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아이 안 가져도 괜찮아. 나도 더는 부담 주지 않을게. 그리고 외할머니를 데리고 경인을 떠나도 돼.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 가고 싶다고 해도 좋아. 내가 준비해 줄게.”그러니까 말하자면 그녀를 보내버리고 싶다는 뜻이었다.안시연은 숨을 내쉬며 약간 누그러진 태도로 말했다.“유럽은?”“당연히 되지!”주지혁이 기쁜 목소리로 단숨에 승낙했다.안시연은 눈을 감은 뒤 코웃음치면서 일침을 가했다.“주지혁 씨, 쓸데없이 힘 빼지 마. 내가 모를 줄 알고? 날 해외로 보내면서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을 거라니, 내가 그걸 믿을 거 같아?”경인을 떠난다면 주지혁은 모든 걸 자기 마음대로 하려 할 것이다.“시연 씨, 그...”“자꾸 시연 씨라고 부르지 마. 지혁 씨는 괜찮을지 몰라도 난 역겨워서 토 나올 정도니까.”안시연은 원래도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였는데 최근 들어 겪었던 일들을 생각해 보니 더욱더 원통해서 말투가 사나워졌다.“앞으로 나한테 연락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우리 통화 녹음본 조이현 씨한테 보낼 거니까. 조이현 씨 임신했다면서? 재벌 집 딸이랑 결혼해서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지혁 씨 꿈이 부서질까 봐 두렵지 않아?”주지혁은 순간 놀라서 말문이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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