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독점적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41 - 챕터 50

536 챕터

제41화

잠옷 가운이 벗겨지면서 냉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연정훈의 뜨거운 시선에 안시연은 마치 사과처럼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몇 초 후 안시연은 몸을 끌어안으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옷장 안에 있었다고요.”맛을 봤으니 당연히 놓아줘야지.연정훈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아, 생각났다. 있긴 있었어.”안시연이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내가 도우미에게 가져다 놓으라고 했지, 정말. 깜빡했네.”안시연은 할 말을 잃었다.‘사람을 이렇게 괴롭혀도 되나?’그녀는 화가 났지만 찍소리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눈으로 째려보기만 하며 하소연했다.안시연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충분히 매혹적인데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연정훈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 하여 자세를 바로잡고 그녀를 끌어안았다.안시연은 본능적으로 일어나 멀리 떨어지려 했지만 옆에 책상이 있어 도망칠 수가 없었다.이미 예상한 듯 또 예상하지 못한 듯한 키스가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두 사람의 입술이 닿은 순간 연정훈은 그녀의 턱을 살짝 잡아 올렸다.“읍...”호흡이 점점 가빠졌고 혀와 입술이 마구 뒤섞였다. 몸이 나른해진 안시연은 하는 수 없이 연정훈의 어깨를 잡고 그의 호흡에 따라 움직여야만 충분한 산소를 흡입할 수 있었다.연정훈은 턱을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고 점점 아래로 향하다가 그녀의 가운을 벗겼다.안시연은 긴장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발끝으로 나무 책상의 한쪽을 디뎠다.머릿속이 뒤죽박죽된 그녀는 그의 키스를 피해 목을 끌어안더니 귓가에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탁했다.“다른 데서 해요...”흥분한 연정훈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돌려 볼에 입맞춤했다.“여기서 안 할게. 괴롭히지 않을게.”안시연은 쑥스러운 나머지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의 목을 꽉 끌어안고 고개를 어깨에 깊숙이 파묻었다.연정훈의 코끝에 샴푸 냄새가 스쳤다. 분명 평소에 자주 쓰는 샴푸지만 오늘따라 더 색다르고 유혹적이었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가슴팍에 드리워진 머리카락을
더 보기

제42화

연정훈은 안시연을 소파 위에 눕혔다. 하지만 바로 덮친 게 아니라 소파 옆에 서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를 빤히 내려다보았다.안시연을 무릎을 꿇고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그를 올려다보았다.그의 깊고 어두운 눈을 보고 있자니 호텔에서의 그날 밤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저번 같은 일이 일어날 거란 생각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고 두 볼은 여전히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남자를 즐겁게 해준 경험이 없었던 그녀는 눈 딱 감고 먼저 그의 벨트를 풀었다.눈치 보며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에 연정훈은 기분이 좋았다. 그녀의 손을 잡고 몸을 구부리더니 턱을 살짝 올리고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격렬한 키스에 안시연은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고 옅은 신음이 저도 모르게 새어 나왔다.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안시연은 흐리멍덩한 두 눈으로 연정훈의 얼굴을 보려 했다. 연정훈은 상이라도 내리듯 잠깐 풀어주고는 입술에 살짝 입맞춤했다. 그의 키스는 그녀에게 소리 없는 위안으로 다가왔다.안시연은 정신이 해롱해롱해져 어디에 있는지조차 잊어버렸다. 연정훈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휙 돌렸다. 무릎을 꿇은 자세로 소파 등에 기대 엎드리라고 했다.연정훈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안시연은 살짝 당황했다. 등 뒤에서 벨트 금속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움찔한 안시연은 고개도 돌리지 못했다.“교수님...”그녀의 부름에 연정훈은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고 귀에 입맞춤하더니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말했다.“무서워하지 마. 오늘은 그날처럼 괴롭히지 않을게.”안시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두 볼이 점점 농염하게 변해갔다.그런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마자 긴장감이 밀려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전 다른 걸 할 줄 몰라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연정훈은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다시 한번 잠옷 가운을 벗겼다. 연정훈이 다정하게 말했다.“모르면 배우면 되지.”연정훈이 무엇을 할지 몰라 안시연은 점점 더 떨렸다. 나지막하게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더 보기

제43화

허벅지 안쪽의 짜릿함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다. 지금 이 상태로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음식이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안시연은 연정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잠옷 가운을 걸친 채로 돌아섰다. 그녀의 뜻을 알아차린 연정훈은 바로 놓아주었다.조금 전까지 한데 뒤엉킨 채로 뜨거운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이었는데 지금의 안시연은 그의 옆을 지나가면서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부리나케 화장실로 뛰어가는 모습에 연정훈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처음에는 차 안에서 갈 데까지 갔었다. 그런데 이런 작은 스킨십에도 저렇게 쑥스러워하다니.안시연은 꽤 오랜 시간 화장실에 있었다. 사실 딱히 씻을 것도 없었지만 얼굴이 너무 빨개서 연정훈을 보기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한참 동안 거울 앞에 서서 홍조가 거의 내려갈 때쯤 화장실에서 나왔다.진작 정리를 마친 연정훈은 서재의 책상 옆에 서서 냉수 한잔을 들고 있었다. 표정이 어찌나 여유로운지 조금 전의 방탕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연정훈이 물을 마시자 목젖이 아래위로 움직였다. 그 모습에 안시연은 다시 얼굴이 달아오를까 하여 바로 시선을 옮겼다.연정훈이 컵을 내려놓고 부르자 그녀가 살금살금 다가갔다. 지나가다가 소파를 봤는데 이미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정리해놓았다.연정훈은 다가온 그녀에게 물 한잔을 따라주었다.“고마워요.”그녀의 예의 바른 모습은 썸의 기운이 가득한 이 방에서 더욱 귀엽게 느껴졌다.연정훈은 몸을 뒤로 젖히고 대리석 책상에 기댄 채 유리컵에 담긴 물을 마시는 그녀를 지긋이 쳐다보았다.살짝 차가운 물인데다가 양도 많아 안시연은 절반 정도 마시고 더는 마시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연정훈의 그윽한 눈빛에 심장박동이 빨라져 저도 모르게 계속 마셨다.다행히 먼저 이상함을 눈치챈 연정훈이 손을 들어 그녀의 컵을 빼앗았다. 안시연은 그제야 컵을 내려놓고 두 눈을 깜빡이며 그를 쳐다보았다.연정훈은 그녀를 앞으로 잡아당기더니 바짝 붙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 다정하게 말했다.“물 한 잔만 줬기에
더 보기

제44화

안시연은 고분고분 밥부터 입에 넣었다. 하지만 대충 한두 입 먹더니 또 몰래 디저트를 먹으려 했다.연정훈은 밥을 먹지 않고 바닐라 아이스크림까지 뜬 그녀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스크림을 뜬 후 저도 모르게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연정훈이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줄은 몰랐다.제 발 저린 안시연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연정훈은 그 모습이 귀엽고 우스워 덤덤하게 말했다.“이리 와 봐.”그가 뭘 하려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고분고분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연정훈은 자연스럽게 그녀를 끌어안더니 고기 한 점을 집어서 그녀에게 먹여주었다. 달달하니 안시연의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이라 입을 벌려 조심스럽게 먹었다.옆에 끌어안고 계속 열심히 먹여주나 했는데 가끔 한두 젓가락 먹여줄 뿐이었다. 그리고 첫입만 고기였지, 나머지는 전부 채소였다.안시연은 먹다가 점점 느리게 씹었다. 연정훈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계속 먹여주었다. 결국 참다못한 안시연이 그에게 말했다.“교수님...”“왜?”연정훈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제가 먹는 양은 한계가 있어요. 계속 채소만 먹었다간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한다고요.”“괜찮아. 내가 먹으면 되지.”“아까 아주머니가 교수님은 단 걸 싫어한다고 하셨는데...”“오늘은 좋아해.”말문이 막힌 안시연은 원망 섞인 눈빛으로 연정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잠시 후 연정훈은 입꼬리를 실룩이며 아이스크림을 그녀에게 주었다. 안시연은 그제야 기분이 좋아졌다.연정훈의 옆에 앉아 작은 숟가락으로 한입 한입 파먹었다. 식사를 마친 연정훈은 의자에 기댄 채 그녀를 지켜보았다.음식을 먹여주는 버릇이 있는 건 아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먹는 모습을 보고 살짝 장난기가 발동하여 옆에 두고 괴롭혔던 것이었다.그때 벨 소리가 갑자기 울리자 연정훈은 시선을 거두어들이고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안시연은 고개를 들어 연정훈을 물끄러미 보았다.허리를 쭉 펴고 앉아 비싼 만년필로 서류에 끄적이면서 전화로 분부를 내리는 모습은 조금 전과
더 보기

제45화

연정훈이 서재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방으로 들어가서 샤워를 한 뒤 침실로 돌아온 그는 침대가 텅 비어있는 걸 발견했다.이건 마치 긴 마라톤을 달려서 종점에는 큰 상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으나 겨우 생수 한 병만 달랑 있는 느낌이었다.연정훈은 입술을 깨물며 침실에서 나왔다.그리고 예상대로 서재 안의 작은 소파 위에 몸을 말고 자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연정훈은 휘적휘적 걸어가서 그녀를 안아 들었다.안시연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감히 안방 침대 위에서는 자지 못했다.너무도 피곤해서 어렵게 잠이 들었는데 심지어 악몽까지 꿨다.몸 주위가 싸늘해지더니 갑자기 뜨거운 것이 닿았고, 곧이어 숨을 빼앗겼다. 안시연은 가볍게 콧소리를 냈고 찌릿한 느낌과 함께 큰 손이 몸을 유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안시연은 안달이 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그렇게 비몽사몽인 와중에 눈을 뜬 안시연은 연정훈의 어둡고 검은 눈동자를 마주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교수님...”“계속 자.”‘뭐라고요?’안시연이 입을 열려고 할 때 다시금 입술이 막혔다.남자의 건장한 몸이 겹쳐지자 안시연은 전혀 반항하지 못하고 가만히 누워서 그가 마음대로 하게 놔두었다.연정훈은 그녀의 몸 상태를 고려해서 서재에서와 마찬가지로 끝까지 하지는 않았다.그러나 연정훈은 많은 걸 알고 있었기에 침대 위에서도 다른 사람보다 더 창의적이었다. 끝까지는 못 해도 부족한 것은 참을 수 없었다.안시연은 그에게 한참을 시달려서 끝났을 때는 이불 안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너무 쑥스러워서 온몸에서 열이 났다.딸깍 소리와 함께 연정훈이 침대맡의 조명을 켰고, 그 순간 안시연은 빠르게 눈을 감았다.연정훈은 끝난 뒤에 항상 다정했다. 그는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그녀 대신 깨끗이 처리까지 해놓은 뒤에야 조명을 끄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안시연은 그의 가슴팍에 기대어 희미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아직 안 피곤해?”연정훈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안시연은
더 보기

제46화

안시연은 연정훈이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저 단순히 자신을 욕망한다는 걸 똑똑히 알았다.연정훈 같은 남자는 자신의 곁에 있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깊이 엮이는 걸 당연히 신경 쓸 것이다.안시연은 문자를 전부 삭제한 뒤 그 번호를 차단했다.당분간은 일이 없었기에 안시연은 병원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연정훈이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면 불쾌해할까 봐 걱정되어 결국엔 오후에 별장으로 돌아왔다.연정훈이 돌아왔을 때 안시연은 흰색의 긴 치마를 입고 식탁 옆에 서서 저녁에 먹을 음식들을 내려놓고 있었다.인기척을 들은 안시연은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돌아왔네요.”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누군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분이 아주 기묘했다.연정훈은 기분 좋게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건넸다.안시연은 당황하면서 그다지 능숙하지 않게 받아 들었다.연정훈은 내친김에 안시연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식탁 옆으로 걸어갔다.“뭘 했어?”도우미 아주머니가 언제든 나올 수 있었기에 안시연은 불편해서 나직하게 말했다.“그냥 집에서 자주 먹는 거요.”연정훈은 식탁을 힐끗 보았다.“내가 맛볼게.”안시연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어색하게 그에게 식기를 건넸다.“연근조림은 내가 한 거예요.”안시연의 말에 연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근을 한 입 먹었다.“맛있네.”안시연은 그제야 안도했다.그녀가 조심스러워하자 연정훈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식탁 옆의 버튼을 눌렀다.그는 안시연을 잡아당기며 말했다.“그 일은 다 처리했어.”안시연은 기뻤다.그녀는 이렇게 쉽게 해결될 줄은 몰랐다. 그 일 때문에 한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는데 말이다.연정훈은 안시연이 꼼짝하지 않자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그러쥐었다.“너무 기뻐서 그래?”안시연이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연정훈을 바라보며 한참 뒤에야 겨우 말했다.“감사합니다, 교수님...”또 이 말이라니. 안시연 본인조차 질릴 정도였다.연정훈은 흥미롭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안시연은 얼굴이 살짝
더 보기

제47화

일이 끝나고 연정훈은 안시연을 안고 내일 출장 계획을 설명했다.안시연은 그의 품에 기대어서 얌전히 대답했다.안시연은 둘이 어떤 사이인지 몰랐기에 당연히 그의 일에 간섭할 생각이 없었다.“내가 집에 없어서 심심하면 나가서 쇼핑이라도 해. 침대맡 서랍에 카드 있으니까 그거 써. 내일 외할머니 보러 갈 때는 운전기사에게 데려다 달라고 하고.”연정훈의 말에 안시연은 마음이 복잡했고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의 태도를 본다면 안시연을 책임질 생각인 듯했다.그러나 안시연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교수님.”안시연은 허리를 폈고 연정훈은 그녀를 놓아주며 “응”이라고 대답했다.“카드 줄 필요 없어요. 곧 일자리를 찾을 거니까요. 며칠만 지나면 돌아...”“일자리는 내가 돌아와서 찾아. 내가 찾아줄게.”연정훈이 말했다.그의 태도는 강압적이지 않았고 말할 때 목소리도 부드럽고 다정했다. 그러나 안시연은 그에게서 거부하지 말라는 강경한 느낌을 받았다.연정훈은 조용해졌다.안시연도 조용해졌다.그녀의 언짢음을 눈치챈 연정훈은 화가 나지 않았다.고양이를 기른다면 고양이에게 할퀼 것을 감안해야 했다.게다가 그는 참을성도 좋았다.연정훈은 안시연을 잡아당기며 설명했다.“사건을 해결하자마자 일자리를 찾는 건 너한테 불리해.”안시연은 시선을 내리뜨리고 조용히 있었다.“외할머니 건강도 안 좋으신데 지금 일자리까지 찾으면 외할머니를 잘 보살필 수 있겠어?”연정훈이 일침을 놓았다.안시연은 조금 기운이 빠졌지만 몸도 편안해져서 아까처럼 거부감이 크지는 않은 듯했다.“그러면 시간이 좀 지나서 외할머니 좋아지시면 그때 알아서 찾을게요.”안시연이 말했다.연정훈은 가타부타하지 않았다.방 안이 조용해지자 분위기가 이상해졌다.안시연은 잠깐 괴로워하다가 결국에는 먼저 연정훈의 목에 팔을 둘렀다.연정훈은 그녀의 등에 손을 올리면서 그녀를 받아주었다.그날 밤 연정훈은 안시연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안시연은 그의 침대에 누운 채로 오랫동안 잠들지
더 보기

제48화

“사모님, 대표님 출장 가셔서 지금 집에 안 계세요.”도우미 아주머니가 정중하게 말했다.“금방 떠났죠? 식탁 위에 놓인 차가 아직 따뜻하네요.”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안시연은 냉장고 앞에 서서 바짝 긴장했다.아주머니가 황급히 말했다.“제가 마신 겁니다.”김세연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여기서 아주 편한가 봐요.”아주머니는 비위를 맞추려는 듯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임유정 씨, 앉으세요. 제가 차를 내오겠습니다.”안시연은 그 말을 들었고 곧이어 아주머니가 주방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안시연이 입술을 달싹이는데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하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절대 나가시면 안 돼요. 임유정 씨는 사모님께서 몹시 마음에 들어 하는 분이라 아마도 안시연 씨를 상대하려고 온 걸 거예요.”안시연의 표정이 굳었다.아주머니의 말을 들어보니 그녀가 임자 있는 남자를 빼앗은 나쁜 여자인 듯했다.비록 이곳에서 잔 것은 겨우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누군가 찾아오면 마치 쥐새끼처럼 주방에만 숨어있어야 했다.아주머니는 그녀의 난감해하는 기색을 알아채고 한숨을 쉰 뒤 간식과 차를 준비하러 갔다.밖에서 김세연과 임유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길 보니까 혼자 사는 것 같지는 않네요. 다른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임유정이 말했다.“정훈이 걔가 또 즐길 건 잘 즐기는 편이라서 집안이 그렇게 썰렁하지는 않아.”김세연은 덤덤히 대꾸한 뒤 곧바로 화제를 바꿨다.“그런데 걔가 워낙 바빠서 집안일에는 크게 신경을 못 써. 규칙이라고는 전혀 없어. 집안에 둔 도우미 아주머니도 그래. 감히 주인집 컵을 쓰고 주인이 식사하는 식탁에서 밥을 먹잖아. 참나, 어이가 없어.”임유정은 웃었다.“남자니까 집안일 같은 거 못하는 것도 당연하죠.”“집안일 못하는 건 그렇다 쳐. 그래도 혹시 집에 도둑이라도 들면 어쩐다니? 오늘은 그냥 컵이었겠지만 다음에는 서재에 들어갈 수도 있고, 더 심하면 안방 물건도 사라질 수 있는데 말이야.”주
더 보기

제49화

안시연은 오늘 아침 연정훈이 골라준 샴페인 색의 나시 치마를 입어서 우아했다.그러나 김세연의 앞에 섰을 때 그녀는 수치심을 느꼈다.김세연은 마치 물건의 값을 가늠하는 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는데 마치 벌거벗겨진 채 공개 처형당하는 기분이었다.“이름이 뭐니?”김세연이 물었다.안시연은 목이 타는 기분을 참으면서 작게 대답했다.“안시연이라고 합니다.”“몇 살?”“스물넷입니다.”김세연은 싱긋 웃더니 평온하게 말했다.“꽤 어리네.”그러고는 안시연을 힐끗 보고 말했다.“고개 들어봐.”안시연은 주먹을 꽉 쥔 채 고개를 살짝 들었다.김세연은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꽤 예쁘네. 정훈이랑은 어떻게 안 거니?”안시연이 입을 달싹이며 말했다.“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교수님께서…”“교수님?”김세연의 눈살이 찌푸려지자 안시연은 말문이 턱 막혔다.역시나 김세연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너 성진대 다녀?”“…네.”“정훈이가 널 가르쳤었고?”안시연은 잠깐 침묵했다. 사생 관계라는 걸 밝히자 김세연은 무척 화가 난 듯 보였다.“너희 성진대 여대생들은 하나같이 영리하구나. 언제 너희 성진대 교장을 만나면 한마디 해야겠어.”안시연은 당황스러워 고개를 완전히 들어 올렸다.김세연은 그제야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여리고 청초하며 눈동자도 맑은 것이 보기 드문 미녀였고 그 여자보다 더 아름다웠다.김세연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그녀는 연정훈이 여자를 여럿 만나고 다니는 것에 간섭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번에 그 학생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게다가 안시연도 똑같은 요물이었다.김세연이 단호히 말했다.“넌 여기서 지낼 수 없다.”안시연은 이미 예상한 일이라 반박하지 않았다.“정훈이가 너에게 카드를 줬지?”김세연은 갑자기 강경한 태도로 명령을 내렸다.“지금 당장 여기서 떠나. 호텔도 괜찮고 월세방도 괜찮으니 네가 살 곳은 네가 알아서 찾아. 이 집은 정훈이가 성인이 됐을 때 걔 할아버지가 선물로 준 거야. 이 집에
더 보기

제50화

안시연은 부랴부랴 떠난 뒤 길가에서 택시를 잡았다.마음이 복잡한 탓에 가는 길에 누군가 계속 사진을 찍었다는 걸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길가 구석 자리에서 남자가 카메라를 꺼내며 빠르게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임유정 씨, 사진 찍었습니다. 보내드렸어요.”“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계속 지켜보고 있겠습니다.”택시를 탄 안시연은 창밖의 경치를 바라보면서 저도 모르게 안도했다.김세연의 말에 난처함을 느낀 건 사실이지만 그 호화로운 집에서 나오는 것엔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그녀는 어젯밤 연정훈과 앞으로 어떤 사이로 지내야 할지 고민하느라 잘 자지 못했다. 연정훈은 안시연에게 있어 럭셔리 브랜드 매장에서 가장 비싼 보석처럼 절대 다가갈 수 없는 존재였다.그의 곁에 남는다면 안시연은 뭘 하든 항상 촉박하게 해야 했고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 머리를 몇 번이나 굴려야 할 정도였다.연정훈에게 고맙고 또 그를 좋아하는 것도 맞지만 동시에 그가 두려웠다.그런 생각을 하던 안시연은 결국 연정훈에게 똑똑히 의사를 전달하려고 마음먹었다.택시는 아파트에 도착했고 안시연은 돈을 지불한 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안시연은 문 앞에 서 있는 집주인을 마주쳤다.“성하 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김성하는 안시연을 보자 연신 눈을 흘겼다.“무슨 일이냐고요? 어쩜 이렇게 뻔뻔하게 나한테 그걸 묻는 건지.”안시연은 의아했다.김성하는 몸이 뚱뚱한 편이지만 목소리가 얇았다. 그녀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방언을 구사하며 소리를 빽 질렀다.“안시연 씨, 전에 나한테 회계라고 하지 않았어요? 설마 날 속인 건 아니죠? 어젯밤에 글쎄 어떤 남자가 시연 씨 집 문 앞에서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시연 씨를 꼭 만나겠다고. 그래서 이웃집에서 신고했다니까요.”남자라는 말에 안시연은 곧바로 주지혁을 떠올렸다.그녀는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해 해명하려 했는데 문득 어떤 생각이 들어 물었다.“성하 언니, 왜 저한테 연락하지 않으셨어요?”김성하는
더 보기
이전
1
...
34567
...
5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