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독점적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31 - 챕터 40

536 챕터

제31화

주지혁이 유 대표 얘기를 꺼내자 주효진은 잠깐 의아해하더니 이내 원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안시연 그년이 뻔뻔스럽게 오빠에게 그런 얘기를 했어?”그녀의 말에 주지혁은 이상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시연 씨가 나에게 얘기했다고? 유 대표 일은 내가 직접 본 거야.”“직접 봤다고?”주효진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남매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주효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난 지금 내가 안시연에게 약을 탔던 일을 말하는 거야.”“뭘 탔다고?”주지혁이 두 눈을 부릅떴다.“몰랐어? 그럼 유 대표는 또 뭔데?”주효진은 아직도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다.주지혁은 이 일이 이미 그의 예상을 벗어난 것 같아 싸늘한 얼굴로 주효진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라고 호통쳤다. 친오빠의 표정이 확 달라진 걸 본 주효진은 하는 수 없이 전부 털어놓았다.잠시 후, 주효진은 주지혁에게서 주차장에서 있었던 일을 듣고는 손뼉을 탁 치며 분노를 터뜨렸다.“오빠, 유 대표는 안시연을 건드리지도 않았어.”주지혁의 낯빛이 사색이 되었다.“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주효진은 이틀 전에 유 대표와 호텔에 갔었다는 얘기는 차마 할 수가 없어 대충 둘러댔다.“유 대표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안시연 얘기를 꺼내더라고. 태도가 아주 안 좋았어. 안시연이 제 주제도 모르고 넘본다는지, 아무튼 엄청 언짢아했어.”그녀의 말에 주지혁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효진은 그의 옆에 앉아 계속 부채질했다.“유 대표가 안시연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그날 밤 대체 어디 간 걸까? 무조건 다른 남자와 있었을 거야. 그리고 그날 밤에도 다른 남자와 잤어. 남자를 얼마나 많이 만나고 다니는지 몰라. 걔는 오빠를 가지고 논 거라고.”주지혁이 이를 꽉 깨물었다. 살짝만 건드려도 바로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날 안시연의 몸에서 봤던 흔적이 문득 떠올랐다. 그건 분명 다른 남자가 남긴 것이었지만 안시연은 주지혁이 그런 것이라고 속였다.유 대표에게 더럽혀진 게 아니라 다른 남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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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주지혁은 안시연네 집에 여벌 옷을 두고 있었다. 그가 샤워하러 들어간 후 안시연은 그의 옷을 꺼내주었다.안시연이 옷장 앞에 서 있던 그때 시선이 옆에 놓인 가방과 목걸이에 향했다.연정훈이 처음으로 그녀에게 선물한 가방이었는데 그때 당시 버렸었다. 그런데 이튿날 이웃이 와서 문을 두드리면서 돌려주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다시 가지고 들어왔다.지금 두 물건이 한데 놓여있으니 마치 판도라의 상자 속에 꼭꼭 숨긴 죄가 언제든지 드러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안시연은 가방을 안으로 깊숙이 밀어 넣고 옷장 문을 닫았다.주지혁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안시연은 책상 앞에서 뭔가를 쓰고 있었다. 예전에는 얘기가 끊이질 않던 두 사람이 이젠 서로 얼굴을 봐도 아무 말이 없었다.주지혁은 그녀의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 후 옆에 쾅 던졌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안시연이 뒤를 돌아보았다.그녀가 일그러진 얼굴로 헤어드라이기를 거두려고 주지혁의 옆을 지나가던 그때, 주지혁은 그녀를 와락 끌어안고 옷 속을 마구 더듬거리기 시작했다.화들짝 놀란 안시연이 미간을 찌푸렸다.“나 아직 생리 중이란 말이에요.”하지만 주지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안시연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결국 입술을 훔쳤다.“다른 걸 하면 되지. 아, 그리고 앞으로 단둘이 있을 때는 말 놓자.”“말을 놓자고요? 갑자기요?”안시연은 순간 멍해졌다.“단둘이 있을 때 말 놓으면 편하잖아.”그러고는 계속하여 그녀의 몸을 더듬거렸다.“그럼 다른 걸 계속해볼까?”그의 뜻을 알아차린 안시연이 고개를 홱 돌렸다.“할 줄 몰라.”예전이었더라면 쑥스러워서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쿵쾅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이 남자는 그녀를 배신했고 손아귀에서 쥐고 흔들었다. 그동안 쌓인 감정이 점점 사라져 이제 남은 거라곤 미움밖에 없었다.안시연의 무뚝뚝한 표정을 본 주지혁은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할 줄 모르는 거야, 해주기 싫은 거야?”주지혁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점점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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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확신에 찬 주지혁의 태도와 눈앞의 가방과 목걸이를 보며 안시연은 반박할 힘조차 없었다.그런데 이상한 건 내키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다. 어쩌면 얼굴만 봐도 역겨운 주지혁 앞에서 다시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했나 보다.안시연은 눈을 잠깐 감았다가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인정하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주지혁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그녀의 팔을 꽉 잡고 이를 깨물었다.“예전에 나에게 했던 그 얘기는 전부 다 거짓말이었어?”안시연이 고개를 들었다. 머리카락은 잔뜩 헝클어졌지만 눈빛은 이상하리만큼 침착했다.“당신은 이미 확신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런데 뭘 또 물어?”주지혁은 화가 나다 못해 핏대까지 세웠다. 그녀에게 손찌검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핏발이 선 두 눈으로 말했다.“시연 씨, 당신 예전에는 이렇게 쌍스러운 여자가 아니었잖아.”안시연이 왜 이렇게 변한 걸까?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쌍스럽다는 소리에 안시연의 표정이 창백해지더니 마음속에 오랫동안 꾹 참아왔던 답답함과 원망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그녀는 주지혁을 날카롭게 째려보았다.“내가 쌍스럽다고? 주지혁, 당신은 무슨 자격으로 그런 소리를 해? 난 당신과 3년을 만났어. 나 몰래 먼저 재벌 집 딸과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애인인 척하라면서 날 해외로 내쫓았잖아. 그리고 당신 여동생이 나에게 약을 타서 먹인 바람에 다른 사람에게 몹쓸 짓을 당했어. 그때 당신은 어디 있었는데? 전화를 받기나 했어? 그날 주차장에서 날 봤지? 내가 당신에게 도와달라고 그렇게 애원했었는데 날 도와주기나 했어?”연거푸 쏟아지는 그녀의 질문에도 주지혁은 자존심을 지키려고 억지를 부렸다.“난 우리 미래를 위하여...”안시연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우는 얼굴보다도 더 슬픈 웃음이었다.“우리 미래를 위한 거라고? 그래, 정말 이 세상 사람들에게 다 알리고 싶네. 날 위한다면서 다른 남자의 노리개로 만들어? 뻔뻔스럽게 그런 말이 나와?”한꺼번에 울분을 토해내니 온몸이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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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주지혁의 계획은 그렇게 완전히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지금 안시연의 가장 큰 걱정은 외할머니였다. 하여 이튿날 아침 바로 외할머니의 간병인을 바꾸고 새 간병인에게 그녀 말고는 아무도 외할머니와 만나게 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그리고 연정훈이 그녀에게 선물한 가방과 목걸이도 전부 팔아버린 후 문 변호사에게 잘 좀 신경 써달라고 선입금했다.여러 일을 마쳤는데도 주지혁 쪽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마치 폭풍우가 오기 전의 고요함처럼 안시연은 매일 불안에 떨었다.아니나 다를까 이틀 뒤에 주지혁이 갑자기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시연 씨, 예전 일은 더는 따지지 않을 테니까 내가 좋아하는 흰색 원피스를 입고 위브로 와. 우리가 전에 눈여겨봤던 신혼집에서 기다릴게. 나중에 당신이 임신하면 해외로도 보내줄게.”안시연은 역겨운 나머지 주지혁의 번호를 차단해버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지혁이 낯선 번호로 전화했는데 정말 끈질기게 달라붙었다.“시연 씨, 내 한계를 시험하지 마.”안시연은 이미 다 같이 죽을 준비까지 마쳤다.“마음대로 해. 할 수 있으면 날 감옥에 처넣어보든가.”분노가 치밀어 오른 주지혁이 살벌하게 웃었다. 안시연은 전화를 끊고 다시 번호를 차단했다.그녀는 책상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음의 준비를 마치긴 했지만 그래도 두려웠다. 혹시라도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외할머니가 혼자 남겨지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전화를 끊은 주지혁은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 그런데 그때 가느다란 팔뚝이 주지혁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조이현이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주지혁의 귓불에 키스하며 유혹했다.이틀 전 주지혁은 그녀를 불러와 밤낮으로 아주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조이현은 주지혁에게 걱정거리가 있다는 걸 알아챘다.“왜? 일이 잘 안 풀려? 아빠한테 도와달라고 할까?”주지혁은 분노를 가라앉히고 조이현을 품에 끌어안았다. 조이현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몸을 더듬거리고 있으니 안시연을 잠시나마 잊을 수가 있었다. 조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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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한 시간 후, 법률 사무소.“때가 어느 때인데 소환을 거절하고 도망쳐? M국에서 블록버스터를 찍는 줄 아나.”한 젊은 여자 변호사가 복도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때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부승원이 그 소리를 들었다.부승원은 법률 사무소의 파트너로서 다가가 상황을 물어보았다. 변호사 문나경이 한숨을 내쉬면서 자초지종을 그에게 설명했다. 부승원은 중점을 단번에 캐치했다.“안시연 씨?”“네, 그 여자예요.”문나경이 분노를 터트렸다.“그 여자도 참 재수가 없어요. 어떻게 된 건지 자기 사장을 건드린 바람에 그 사장이 지금 괴롭히려고 난리도 아니에요.”부승원은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문나경에게 조용히 하라고 한 후 옆으로 가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출장 다녀온 연정훈이 비행기에서 내린 지 고작 두 시간 남짓 되었다. 부승원이 전화했을 때 그는 마침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무슨 일이야?”부승원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시연 씨에게 일이 생겼어.”연정훈은 무덤덤하게 계속 물을 마셨다. 일주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 이젠 안시연 생각이 별로 나지 않았다. 그런데 방금 샤워한 탓인지 몸의 에너지가 막 끓어올라 안시연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살짝 구미가 당겼다.그는 소파에 앉아 두 눈을 감고 물었다.“무슨 일이 생겼는데?”“지금 경찰서에 있는데 주지혁이 아주 괴롭히려고 작정했나 봐.”그 소리에 연정훈은 두 눈을 떴고 부승원이 계속하여 말했다.“시연 씨도 참 재미있는 여자야. 외할머니가 위독하셔서 병원에 급히 가야 한다면서 경찰 앞에서 대놓고 도망쳤대.”연정훈은 실눈을 뜨고 생각에 잠겼다.그날 밤 병원에서 안시연이 초조하게 설명하던 가여운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주지혁이 외할머니의 수술비를 가로챈 바람에 억울해도 참고 양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할머니가 위독한 지금 그녀는 감옥에 가게 생겼다.분명 안시연을 본 것도 아닌데 연정훈의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절망에 빠진 안시연의 얼굴이 떠올랐다.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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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안시연은 곤경에 빠진 그녀를 구해준 사람이 연정훈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지난번에도 연정훈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나 지옥 속에 사는 그녀를 인간 세상에 데려다주었다. 두 사람의 눈빛이 서로 마주쳤다. 안시연은 뭐라 얘기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연정훈은 벌겋게 부어오른 그녀의 두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가을바람에 나부끼는 낙엽처럼 언제든지 쓰러질 것만 같았다. 연정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단 여기서 나가자.”안시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해가 벌써 뉘엿뉘엿 지고 있었지만 한여름이라 날씨는 여전히 무더웠다.밖으로 나와보니 석양의 잔조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안시연은 마치 오랜 시간 실명했던 사람처럼 갑자기 햇볕을 쬐어 그런지 눈앞이 캄캄해졌다. 계단을 내려가다가 여러 번이나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할 때마다 연정훈이 부축해주었다.안시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저도 모르게 연정훈의 양복 옷자락을 꽉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요, 교수님...”연정훈은 괜찮다고 무덤덤하게 대답한 후 그녀를 부축하여 차에 올라탔다.멀지 않은 나무 밑에 벤츠 한 대가 서 있었다. 주지혁은 연정훈이 안시연을 데려가는 모습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문득 클럽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이 전광석화처럼 스쳐 지나갔고 그제야 다 알게 되었다.‘안시연과 붙어먹은 남자가 연정훈이었구나!’주지혁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권력과 지위를 상징하는 검은색 벤틀리를 보고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참을 수밖에 없었다.‘어쩐지 날 배신하더라니. 더 높은 나무에 올라탄 거였어!’휴대 전화가 울려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조이현의 전화였다.“지혁 씨, 나 배 아파. 병원에 데려다주면 안 돼?”엄살을 부리는 조이현의 목소리에 주지혁은 짜증이 확 밀려왔다. 특히 점점 멀어져가는 연정훈의 차를 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이현의 말에 무뚝뚝하게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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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안시연이 눈물을 쓱 닦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나중에 제가 갚아드릴게요...”“지난번에 돈을 빌려 갈 때도 똑같은 말을 했었는데.”연정훈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장난을 쳤다.“헛약속을 하는 버릇은 여전하네?”안시연은 아무 말 없이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었다.그녀가 더는 울지 않자 연정훈도 장난을 멈췄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안시연의 눈가에 묻은 눈물을 닦아주었다.“일단 할머니께 가봐. 배상은 나중에 진정한 다음에 다시 얘기해.”안시연은 연정훈이 장난삼아 한 얘기라는 걸 알고 있었다.지금 이 순간 연정훈의 의도가 뭐든 안시연은 그저 고맙기만 했다. 그녀는 감정을 추스르고 의사에게서 상황을 자세히 전해 들은 후 외할머니를 뵈러 갔다. 외할머니를 보고 나왔을 때 의사들도 이미 다 퇴근한 시간이었다.연정훈은 아직도 가지 않고 복도에 있었다. 안시연이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교수님, 저녁 드셨어요?”연정훈은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안시연도 쓸데없는 얘기인 걸 뻔히 알면서도 연정훈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아무 말이나 내뱉은 것이었다.안시연이 또 한마디 했다.“안 드셨으면 제가 밥 살게요...”연정훈은 살짝 감동한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밥 사줄 돈이 있어?”안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무일푼이었다.그녀의 모습에 연정훈이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그러더니 의자에서 일어나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안시연은 2초 정도 망설이다가 결국 따라나섰다.엘리베이터가 크지 않은 데다가 또 둘 뿐이라 숨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안시연은 계속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다행히 십여 초 만에 아래층에 도착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그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때, 마주 향해 걸어오는 주지혁, 조이현과 딱 마주쳤다.“임신이라니, 정말 깜짝 놀랐어.”얼굴에 화색을 띠고 얘기하던 조이현은 안시연을 보자마자 순간 멈칫했다.안시연은 이젠 주지혁을 보고도 화가 나지 않았고 남은 거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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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주지혁도 평소 그녀의 이름을 불렀었다. 하지만 연정훈이 그녀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렀을 땐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연정훈이 주지혁에게 엿 먹이려고 일부러 이러는 걸 알면서도 안시연은 가슴이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려 꼼짝달싹할 수가 없었다.주지혁과 조이현의 표정이 아주 변화무쌍하게 바뀌었고 그 어떤 반박도 하지 못했다.조금 전까지 화색을 띠던 조이현의 표정이 잔뜩 굳어졌다.“걱정 마세요, 대표님. 제가 지혁 씨에게 빨리 처리하라고 다그칠게요.”“그래.”연정훈은 덤덤하게 대답한 후 더는 두 사람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안시연을 껴안고 자리를 떠났다.다른 남자의 품에서 고분고분한 안시연을 보며 화가 치밀어 오른 주지혁은 왼손을 불끈 쥐었다. 그의 화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조이현이 원망을 쏟아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주지혁은 애써 화를 억눌렀다.“밑에 애들이 한 거라 나도 잘 몰라.”“어찌 됐든 일단 소송부터 취하해.”조이현은 결론부터 내렸다.“안시연이 공금을 횡령했든 안 했든 중요하지 않아. 걔가 당신 회사를 팔았더라도 고소 못 해. 연정훈을 건드리면 당신이 아니라 우리 아빠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고.”그러고는 안시연과 연정훈이 떠난 방향을 보며 짜증을 냈다.그녀가 지금 가장 걱정하는 건 안시연이 그녀와 주지혁에게 복수하는 것이었다.조이현이 갑자기 휴대 전화를 꺼냈다. 그 모습을 본 주지혁이 눈살을 찌푸렸다.“뭐 하려고?”“유정 언니에게 전화해서 알려줘야지.”주지혁은 순간 멈칫했다. 임유정의 수단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안시연이 임유정을 만난다면 절대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조이현을 말리고 싶은 생각이 뇌리에 잠깐 스쳤지만 결국 참았다. 임유정이 나서는 것도 나쁠 게 없었다. 안시연이 현실을 직시하면 다시 주지혁의 곁으로 돌아올 테니까.주지혁은 연정훈이 약혼녀와 안시연 사이에서 절대 안시연을 택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연정훈은 안시연과 함께 그가 자주 머무르는 강남시티로 왔다.오는 길 내내 안시연은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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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안시연은 별다른 생각 없이 그저 막연하기만 했다. 기쁨과 슬픔을 한꺼번에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껏 예민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낯선 곳에 혼자 버려지니 두려움이 덜컥 밀려와 저도 모르게 유일하게 아는 사람을 잡은 것이었다.연정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방금 이 행동이 선을 넘었다는 생각에 다시 손을 놓았다. 연정훈은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안시연이 이 어색함을 깨뜨리려고 나지막이 말했다.“고마워요.”연정훈은 차분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무덤덤하게 말했다.“내가 널 구하러 가기 전에 연속 몇 시간이나 일했는지 알아?”안시연은 고개를 들고 막연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새벽 다섯 시부터 쉬지를 못했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네 소식을 들었거든.”그녀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그의 말을 듣고 나니 더욱 미안해졌다. 안시연이 뭐라 얘기하려는데 연정훈이 먼저 가로채면서 농담하듯 말했다.“너도 이 정도면 괜찮은 거지 뭐. 연속 세 번이나 말로만 고맙다고 했잖아.”안시연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장난을 눈치챈 그녀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었다.‘교수님의 은혜를 그냥 받으려는 뜻은 아니었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고맙다고만 했을 뿐인데...’연정훈은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보며 손을 내밀어 헝클어진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정말 교활하고 능숙한 남자였다.“가서 샤워해. 그리고 마음도 좀 진정하고.”연정훈의 차분한 목소리가 안시연의 귀에 또박또박 박혔다.안시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연정훈이 곧바로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한마디 보탰다.“진정되고 나서 잘 생각해 봐.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할지.”...욕실 안이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연정훈의 농담 반 진담 반인 말 때문에 안시연은 계속 시무룩해 있었다.연정훈은 벌써 안시연을 세 번이나 구해주었다. 처음에 ‘보답’한 것 말고 나머지 두 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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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금방 회의를 마친 연정훈이 안경을 벗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이 집안의 도우미는 규정을 알고 있어 절대 서재 문을 두드릴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안시연뿐이다.그는 안경을 내려놓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 샤워를 마친 여자의 상큼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안시연이 쟁반을 든 채 힘겹게 서 있었다. 연정훈이 문을 열자 쭈뼛쭈뼛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설명했다.“아주머니가 가져다드리라고 해서요.”쟁반에 꽤 많은 음식이 담겨있었다. 연정훈은 덤덤하게 대답한 후 몸을 옆으로 돌려 길을 내주었다.안시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의 옆을 스쳤다.서재가 안방보다 더 컸고 높이도 훨씬 더 높았다. 커다란 책장이 벽면 한쪽에 놓여있었는데 웅장한 느낌마저 들었다.안시연은 음식을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 방안의 비싼 물건을 어지럽혔다간 큰일이니까.쟁반을 상 위에 내려놓고 나서야 긴장했던 어깨를 풀었다.연정훈은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안시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안시연이 허리를 굽혀 그릇을 정리했다. 그녀의 반쯤 마른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왔고 그의 잠옷 가운을 입은 모습이 왠지 모르게 유혹적이었다.안시연이 허리를 곧게 펴자 연정훈도 시선을 거두어들였다.연정훈은 계속 노트북만 들여다보았다. 안시연은 막연한 얼굴로 책상 옆에 한참 동안 서 있다가 그에게로 다가갔다.“교수님, 식사 안 하세요?”연정훈이 아무 대답 없자 안시연은 멋쩍어하며 테이블을 힐끔거렸다. 차를 다 마신 걸 본 그녀는 잠깐 생각하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제가 차 한잔 따라드릴게요.”그러고는 차를 가지려 돌아서려 했다. 그런데 그녀가 발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연정훈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고 끌어당겨 자기 다리에 앉혔다.갑자기 그의 품에 안긴 안시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말문이 막혀버렸다.연정훈은 한 손으로 그녀를 껴안고 다른 한 손으로 노트북을 닫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그윽하게 쳐다보며 말했다.“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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