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연이 눈물을 쓱 닦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나중에 제가 갚아드릴게요...”“지난번에 돈을 빌려 갈 때도 똑같은 말을 했었는데.”연정훈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장난을 쳤다.“헛약속을 하는 버릇은 여전하네?”안시연은 아무 말 없이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었다.그녀가 더는 울지 않자 연정훈도 장난을 멈췄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안시연의 눈가에 묻은 눈물을 닦아주었다.“일단 할머니께 가봐. 배상은 나중에 진정한 다음에 다시 얘기해.”안시연은 연정훈이 장난삼아 한 얘기라는 걸 알고 있었다.지금 이 순간 연정훈의 의도가 뭐든 안시연은 그저 고맙기만 했다. 그녀는 감정을 추스르고 의사에게서 상황을 자세히 전해 들은 후 외할머니를 뵈러 갔다. 외할머니를 보고 나왔을 때 의사들도 이미 다 퇴근한 시간이었다.연정훈은 아직도 가지 않고 복도에 있었다. 안시연이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교수님, 저녁 드셨어요?”연정훈은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안시연도 쓸데없는 얘기인 걸 뻔히 알면서도 연정훈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아무 말이나 내뱉은 것이었다.안시연이 또 한마디 했다.“안 드셨으면 제가 밥 살게요...”연정훈은 살짝 감동한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밥 사줄 돈이 있어?”안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무일푼이었다.그녀의 모습에 연정훈이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그러더니 의자에서 일어나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안시연은 2초 정도 망설이다가 결국 따라나섰다.엘리베이터가 크지 않은 데다가 또 둘 뿐이라 숨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안시연은 계속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다행히 십여 초 만에 아래층에 도착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 그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그때, 마주 향해 걸어오는 주지혁, 조이현과 딱 마주쳤다.“임신이라니, 정말 깜짝 놀랐어.”얼굴에 화색을 띠고 얘기하던 조이현은 안시연을 보자마자 순간 멈칫했다.안시연은 이젠 주지혁을 보고도 화가 나지 않았고 남은 거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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