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0화

Author: 라오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4-02 16:22:32
금방 회의를 마친 연정훈이 안경을 벗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이 집안의 도우미는 규정을 알고 있어 절대 서재 문을 두드릴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안시연뿐이다.

그는 안경을 내려놓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 샤워를 마친 여자의 상큼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안시연이 쟁반을 든 채 힘겹게 서 있었다. 연정훈이 문을 열자 쭈뼛쭈뼛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설명했다.

“아주머니가 가져다드리라고 해서요.”

쟁반에 꽤 많은 음식이 담겨있었다. 연정훈은 덤덤하게 대답한 후 몸을 옆으로 돌려 길을 내주었다.

안시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의 옆을 스쳤다.

서재가 안방보다 더 컸고 높이도 훨씬 더 높았다. 커다란 책장이 벽면 한쪽에 놓여있었는데 웅장한 느낌마저 들었다.

안시연은 음식을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 방안의 비싼 물건을 어지럽혔다간 큰일이니까.

쟁반을 상 위에 내려놓고 나서야 긴장했던 어깨를 풀었다.

연정훈은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안시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안시연이 허리를 굽혀 그릇을 정리했다. 그녀의 반쯤 마른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왔고 그의 잠옷 가운을 입은 모습이 왠지 모르게 유혹적이었다.

안시연이 허리를 곧게 펴자 연정훈도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연정훈은 계속 노트북만 들여다보았다. 안시연은 막연한 얼굴로 책상 옆에 한참 동안 서 있다가 그에게로 다가갔다.

“교수님, 식사 안 하세요?”

연정훈이 아무 대답 없자 안시연은 멋쩍어하며 테이블을 힐끔거렸다. 차를 다 마신 걸 본 그녀는 잠깐 생각하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제가 차 한잔 따라드릴게요.”

그러고는 차를 가지려 돌아서려 했다. 그런데 그녀가 발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연정훈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고 끌어당겨 자기 다리에 앉혔다.

갑자기 그의 품에 안긴 안시연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말문이 막혀버렸다.

연정훈은 한 손으로 그녀를 껴안고 다른 한 손으로 노트북을 닫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그윽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차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1화

    잠옷 가운이 벗겨지면서 냉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연정훈의 뜨거운 시선에 안시연은 마치 사과처럼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몇 초 후 안시연은 몸을 끌어안으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옷장 안에 있었다고요.”맛을 봤으니 당연히 놓아줘야지.연정훈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아, 생각났다. 있긴 있었어.”안시연이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내가 도우미에게 가져다 놓으라고 했지, 정말. 깜빡했네.”안시연은 할 말을 잃었다.‘사람을 이렇게 괴롭혀도 되나?’그녀는 화가 났지만 찍소리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눈으로 째려보기만 하며 하소연했다.안시연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충분히 매혹적인데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연정훈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 하여 자세를 바로잡고 그녀를 끌어안았다.안시연은 본능적으로 일어나 멀리 떨어지려 했지만 옆에 책상이 있어 도망칠 수가 없었다.이미 예상한 듯 또 예상하지 못한 듯한 키스가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두 사람의 입술이 닿은 순간 연정훈은 그녀의 턱을 살짝 잡아 올렸다.“읍...”호흡이 점점 가빠졌고 혀와 입술이 마구 뒤섞였다. 몸이 나른해진 안시연은 하는 수 없이 연정훈의 어깨를 잡고 그의 호흡에 따라 움직여야만 충분한 산소를 흡입할 수 있었다.연정훈은 턱을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고 점점 아래로 향하다가 그녀의 가운을 벗겼다.안시연은 긴장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발끝으로 나무 책상의 한쪽을 디뎠다.머릿속이 뒤죽박죽된 그녀는 그의 키스를 피해 목을 끌어안더니 귓가에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탁했다.“다른 데서 해요...”흥분한 연정훈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돌려 볼에 입맞춤했다.“여기서 안 할게. 괴롭히지 않을게.”안시연은 쑥스러운 나머지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의 목을 꽉 끌어안고 고개를 어깨에 깊숙이 파묻었다.연정훈의 코끝에 샴푸 냄새가 스쳤다. 분명 평소에 자주 쓰는 샴푸지만 오늘따라 더 색다르고 유혹적이었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가슴팍에 드리워진 머리카락을

    Last Updated : 2024-04-02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2화

    연정훈은 안시연을 소파 위에 눕혔다. 하지만 바로 덮친 게 아니라 소파 옆에 서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를 빤히 내려다보았다.안시연을 무릎을 꿇고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그를 올려다보았다.그의 깊고 어두운 눈을 보고 있자니 호텔에서의 그날 밤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저번 같은 일이 일어날 거란 생각에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고 두 볼은 여전히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남자를 즐겁게 해준 경험이 없었던 그녀는 눈 딱 감고 먼저 그의 벨트를 풀었다.눈치 보며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에 연정훈은 기분이 좋았다. 그녀의 손을 잡고 몸을 구부리더니 턱을 살짝 올리고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격렬한 키스에 안시연은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고 옅은 신음이 저도 모르게 새어 나왔다.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안시연은 흐리멍덩한 두 눈으로 연정훈의 얼굴을 보려 했다. 연정훈은 상이라도 내리듯 잠깐 풀어주고는 입술에 살짝 입맞춤했다. 그의 키스는 그녀에게 소리 없는 위안으로 다가왔다.안시연은 정신이 해롱해롱해져 어디에 있는지조차 잊어버렸다. 연정훈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휙 돌렸다. 무릎을 꿇은 자세로 소파 등에 기대 엎드리라고 했다.연정훈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안시연은 살짝 당황했다. 등 뒤에서 벨트 금속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움찔한 안시연은 고개도 돌리지 못했다.“교수님...”그녀의 부름에 연정훈은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고 귀에 입맞춤하더니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말했다.“무서워하지 마. 오늘은 그날처럼 괴롭히지 않을게.”안시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두 볼이 점점 농염하게 변해갔다.그런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마자 긴장감이 밀려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전 다른 걸 할 줄 몰라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연정훈은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다시 한번 잠옷 가운을 벗겼다. 연정훈이 다정하게 말했다.“모르면 배우면 되지.”연정훈이 무엇을 할지 몰라 안시연은 점점 더 떨렸다. 나지막하게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Last Updated : 2024-04-02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3화

    허벅지 안쪽의 짜릿함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았다. 지금 이 상태로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음식이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안시연은 연정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잠옷 가운을 걸친 채로 돌아섰다. 그녀의 뜻을 알아차린 연정훈은 바로 놓아주었다.조금 전까지 한데 뒤엉킨 채로 뜨거운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이었는데 지금의 안시연은 그의 옆을 지나가면서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부리나케 화장실로 뛰어가는 모습에 연정훈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처음에는 차 안에서 갈 데까지 갔었다. 그런데 이런 작은 스킨십에도 저렇게 쑥스러워하다니.안시연은 꽤 오랜 시간 화장실에 있었다. 사실 딱히 씻을 것도 없었지만 얼굴이 너무 빨개서 연정훈을 보기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한참 동안 거울 앞에 서서 홍조가 거의 내려갈 때쯤 화장실에서 나왔다.진작 정리를 마친 연정훈은 서재의 책상 옆에 서서 냉수 한잔을 들고 있었다. 표정이 어찌나 여유로운지 조금 전의 방탕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연정훈이 물을 마시자 목젖이 아래위로 움직였다. 그 모습에 안시연은 다시 얼굴이 달아오를까 하여 바로 시선을 옮겼다.연정훈이 컵을 내려놓고 부르자 그녀가 살금살금 다가갔다. 지나가다가 소파를 봤는데 이미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정리해놓았다.연정훈은 다가온 그녀에게 물 한잔을 따라주었다.“고마워요.”그녀의 예의 바른 모습은 썸의 기운이 가득한 이 방에서 더욱 귀엽게 느껴졌다.연정훈은 몸을 뒤로 젖히고 대리석 책상에 기댄 채 유리컵에 담긴 물을 마시는 그녀를 지긋이 쳐다보았다.살짝 차가운 물인데다가 양도 많아 안시연은 절반 정도 마시고 더는 마시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연정훈의 그윽한 눈빛에 심장박동이 빨라져 저도 모르게 계속 마셨다.다행히 먼저 이상함을 눈치챈 연정훈이 손을 들어 그녀의 컵을 빼앗았다. 안시연은 그제야 컵을 내려놓고 두 눈을 깜빡이며 그를 쳐다보았다.연정훈은 그녀를 앞으로 잡아당기더니 바짝 붙은 채로 고개를 숙이고 다정하게 말했다.“물 한 잔만 줬기에

    Last Updated : 2024-04-02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4화

    안시연은 고분고분 밥부터 입에 넣었다. 하지만 대충 한두 입 먹더니 또 몰래 디저트를 먹으려 했다.연정훈은 밥을 먹지 않고 바닐라 아이스크림까지 뜬 그녀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스크림을 뜬 후 저도 모르게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연정훈이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을 줄은 몰랐다.제 발 저린 안시연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연정훈은 그 모습이 귀엽고 우스워 덤덤하게 말했다.“이리 와 봐.”그가 뭘 하려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고분고분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연정훈은 자연스럽게 그녀를 끌어안더니 고기 한 점을 집어서 그녀에게 먹여주었다. 달달하니 안시연의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이라 입을 벌려 조심스럽게 먹었다.옆에 끌어안고 계속 열심히 먹여주나 했는데 가끔 한두 젓가락 먹여줄 뿐이었다. 그리고 첫입만 고기였지, 나머지는 전부 채소였다.안시연은 먹다가 점점 느리게 씹었다. 연정훈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계속 먹여주었다. 결국 참다못한 안시연이 그에게 말했다.“교수님...”“왜?”연정훈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제가 먹는 양은 한계가 있어요. 계속 채소만 먹었다간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한다고요.”“괜찮아. 내가 먹으면 되지.”“아까 아주머니가 교수님은 단 걸 싫어한다고 하셨는데...”“오늘은 좋아해.”말문이 막힌 안시연은 원망 섞인 눈빛으로 연정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잠시 후 연정훈은 입꼬리를 실룩이며 아이스크림을 그녀에게 주었다. 안시연은 그제야 기분이 좋아졌다.연정훈의 옆에 앉아 작은 숟가락으로 한입 한입 파먹었다. 식사를 마친 연정훈은 의자에 기댄 채 그녀를 지켜보았다.음식을 먹여주는 버릇이 있는 건 아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먹는 모습을 보고 살짝 장난기가 발동하여 옆에 두고 괴롭혔던 것이었다.그때 벨 소리가 갑자기 울리자 연정훈은 시선을 거두어들이고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안시연은 고개를 들어 연정훈을 물끄러미 보았다.허리를 쭉 펴고 앉아 비싼 만년필로 서류에 끄적이면서 전화로 분부를 내리는 모습은 조금 전과

    Last Updated : 2024-04-02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5화

    연정훈이 서재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방으로 들어가서 샤워를 한 뒤 침실로 돌아온 그는 침대가 텅 비어있는 걸 발견했다.이건 마치 긴 마라톤을 달려서 종점에는 큰 상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으나 겨우 생수 한 병만 달랑 있는 느낌이었다.연정훈은 입술을 깨물며 침실에서 나왔다.그리고 예상대로 서재 안의 작은 소파 위에 몸을 말고 자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연정훈은 휘적휘적 걸어가서 그녀를 안아 들었다.안시연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감히 안방 침대 위에서는 자지 못했다.너무도 피곤해서 어렵게 잠이 들었는데 심지어 악몽까지 꿨다.몸 주위가 싸늘해지더니 갑자기 뜨거운 것이 닿았고, 곧이어 숨을 빼앗겼다. 안시연은 가볍게 콧소리를 냈고 찌릿한 느낌과 함께 큰 손이 몸을 유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안시연은 안달이 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그렇게 비몽사몽인 와중에 눈을 뜬 안시연은 연정훈의 어둡고 검은 눈동자를 마주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교수님...”“계속 자.”‘뭐라고요?’안시연이 입을 열려고 할 때 다시금 입술이 막혔다.남자의 건장한 몸이 겹쳐지자 안시연은 전혀 반항하지 못하고 가만히 누워서 그가 마음대로 하게 놔두었다.연정훈은 그녀의 몸 상태를 고려해서 서재에서와 마찬가지로 끝까지 하지는 않았다.그러나 연정훈은 많은 걸 알고 있었기에 침대 위에서도 다른 사람보다 더 창의적이었다. 끝까지는 못 해도 부족한 것은 참을 수 없었다.안시연은 그에게 한참을 시달려서 끝났을 때는 이불 안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너무 쑥스러워서 온몸에서 열이 났다.딸깍 소리와 함께 연정훈이 침대맡의 조명을 켰고, 그 순간 안시연은 빠르게 눈을 감았다.연정훈은 끝난 뒤에 항상 다정했다. 그는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그녀 대신 깨끗이 처리까지 해놓은 뒤에야 조명을 끄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안시연은 그의 가슴팍에 기대어 희미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아직 안 피곤해?”연정훈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안시연은

    Last Updated : 2024-04-02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6화

    안시연은 연정훈이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저 단순히 자신을 욕망한다는 걸 똑똑히 알았다.연정훈 같은 남자는 자신의 곁에 있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깊이 엮이는 걸 당연히 신경 쓸 것이다.안시연은 문자를 전부 삭제한 뒤 그 번호를 차단했다.당분간은 일이 없었기에 안시연은 병원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연정훈이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면 불쾌해할까 봐 걱정되어 결국엔 오후에 별장으로 돌아왔다.연정훈이 돌아왔을 때 안시연은 흰색의 긴 치마를 입고 식탁 옆에 서서 저녁에 먹을 음식들을 내려놓고 있었다.인기척을 들은 안시연은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돌아왔네요.”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누군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기분이 아주 기묘했다.연정훈은 기분 좋게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건넸다.안시연은 당황하면서 그다지 능숙하지 않게 받아 들었다.연정훈은 내친김에 안시연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식탁 옆으로 걸어갔다.“뭘 했어?”도우미 아주머니가 언제든 나올 수 있었기에 안시연은 불편해서 나직하게 말했다.“그냥 집에서 자주 먹는 거요.”연정훈은 식탁을 힐끗 보았다.“내가 맛볼게.”안시연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어색하게 그에게 식기를 건넸다.“연근조림은 내가 한 거예요.”안시연의 말에 연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근을 한 입 먹었다.“맛있네.”안시연은 그제야 안도했다.그녀가 조심스러워하자 연정훈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식탁 옆의 버튼을 눌렀다.그는 안시연을 잡아당기며 말했다.“그 일은 다 처리했어.”안시연은 기뻤다.그녀는 이렇게 쉽게 해결될 줄은 몰랐다. 그 일 때문에 한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는데 말이다.연정훈은 안시연이 꼼짝하지 않자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그러쥐었다.“너무 기뻐서 그래?”안시연이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연정훈을 바라보며 한참 뒤에야 겨우 말했다.“감사합니다, 교수님...”또 이 말이라니. 안시연 본인조차 질릴 정도였다.연정훈은 흥미롭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안시연은 얼굴이 살짝

    Last Updated : 2024-04-02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7화

    일이 끝나고 연정훈은 안시연을 안고 내일 출장 계획을 설명했다.안시연은 그의 품에 기대어서 얌전히 대답했다.안시연은 둘이 어떤 사이인지 몰랐기에 당연히 그의 일에 간섭할 생각이 없었다.“내가 집에 없어서 심심하면 나가서 쇼핑이라도 해. 침대맡 서랍에 카드 있으니까 그거 써. 내일 외할머니 보러 갈 때는 운전기사에게 데려다 달라고 하고.”연정훈의 말에 안시연은 마음이 복잡했고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의 태도를 본다면 안시연을 책임질 생각인 듯했다.그러나 안시연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교수님.”안시연은 허리를 폈고 연정훈은 그녀를 놓아주며 “응”이라고 대답했다.“카드 줄 필요 없어요. 곧 일자리를 찾을 거니까요. 며칠만 지나면 돌아...”“일자리는 내가 돌아와서 찾아. 내가 찾아줄게.”연정훈이 말했다.그의 태도는 강압적이지 않았고 말할 때 목소리도 부드럽고 다정했다. 그러나 안시연은 그에게서 거부하지 말라는 강경한 느낌을 받았다.연정훈은 조용해졌다.안시연도 조용해졌다.그녀의 언짢음을 눈치챈 연정훈은 화가 나지 않았다.고양이를 기른다면 고양이에게 할퀼 것을 감안해야 했다.게다가 그는 참을성도 좋았다.연정훈은 안시연을 잡아당기며 설명했다.“사건을 해결하자마자 일자리를 찾는 건 너한테 불리해.”안시연은 시선을 내리뜨리고 조용히 있었다.“외할머니 건강도 안 좋으신데 지금 일자리까지 찾으면 외할머니를 잘 보살필 수 있겠어?”연정훈이 일침을 놓았다.안시연은 조금 기운이 빠졌지만 몸도 편안해져서 아까처럼 거부감이 크지는 않은 듯했다.“그러면 시간이 좀 지나서 외할머니 좋아지시면 그때 알아서 찾을게요.”안시연이 말했다.연정훈은 가타부타하지 않았다.방 안이 조용해지자 분위기가 이상해졌다.안시연은 잠깐 괴로워하다가 결국에는 먼저 연정훈의 목에 팔을 둘렀다.연정훈은 그녀의 등에 손을 올리면서 그녀를 받아주었다.그날 밤 연정훈은 안시연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안시연은 그의 침대에 누운 채로 오랫동안 잠들지

    Last Updated : 2024-04-02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48화

    “사모님, 대표님 출장 가셔서 지금 집에 안 계세요.”도우미 아주머니가 정중하게 말했다.“금방 떠났죠? 식탁 위에 놓인 차가 아직 따뜻하네요.”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안시연은 냉장고 앞에 서서 바짝 긴장했다.아주머니가 황급히 말했다.“제가 마신 겁니다.”김세연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여기서 아주 편한가 봐요.”아주머니는 비위를 맞추려는 듯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임유정 씨, 앉으세요. 제가 차를 내오겠습니다.”안시연은 그 말을 들었고 곧이어 아주머니가 주방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안시연이 입술을 달싹이는데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하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절대 나가시면 안 돼요. 임유정 씨는 사모님께서 몹시 마음에 들어 하는 분이라 아마도 안시연 씨를 상대하려고 온 걸 거예요.”안시연의 표정이 굳었다.아주머니의 말을 들어보니 그녀가 임자 있는 남자를 빼앗은 나쁜 여자인 듯했다.비록 이곳에서 잔 것은 겨우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누군가 찾아오면 마치 쥐새끼처럼 주방에만 숨어있어야 했다.아주머니는 그녀의 난감해하는 기색을 알아채고 한숨을 쉰 뒤 간식과 차를 준비하러 갔다.밖에서 김세연과 임유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길 보니까 혼자 사는 것 같지는 않네요. 다른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임유정이 말했다.“정훈이 걔가 또 즐길 건 잘 즐기는 편이라서 집안이 그렇게 썰렁하지는 않아.”김세연은 덤덤히 대꾸한 뒤 곧바로 화제를 바꿨다.“그런데 걔가 워낙 바빠서 집안일에는 크게 신경을 못 써. 규칙이라고는 전혀 없어. 집안에 둔 도우미 아주머니도 그래. 감히 주인집 컵을 쓰고 주인이 식사하는 식탁에서 밥을 먹잖아. 참나, 어이가 없어.”임유정은 웃었다.“남자니까 집안일 같은 거 못하는 것도 당연하죠.”“집안일 못하는 건 그렇다 쳐. 그래도 혹시 집에 도둑이라도 들면 어쩐다니? 오늘은 그냥 컵이었겠지만 다음에는 서재에 들어갈 수도 있고, 더 심하면 안방 물건도 사라질 수 있는데 말이야.”주

    Last Updated : 2024-04-02

Latest chapter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16화

    욕실에서 물소리가 부드럽게 퍼지고 있었다. 양시연은 큰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고 연정훈은 조금 떨어진 그곳에서 샤워하고 있었다.조명이 은은하게 빛나 욕실은 아늑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양시연은 물줄기를 마사지 모드로 바꾸고 물의 부드러운 압력에 몸이 노곤해지며 마치 물속에 녹아드는 듯했다.그런데 뒤에서 갑자기 샤워 소리가 멈췄다.타일 위에 맨발이 닿는 소리가 하나씩 울릴 때마다 양시연의 심장도 덩달아 쿵쿵 뛰었다.얼마 후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연정훈은 이미 가운을 걸치고 축축한 머리카락을 빗어 내리며 서 있었다.그는 양시연을 보며 부드럽게 물었다.“뭐 마실래?”“...물 주세요.”“알겠어.”연정훈이 이렇게 순순히 물러나자 양시연은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잠시 뒤 욕조 끝에 몸을 기대고 있던 양시연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른한 눈길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연정훈은 물 한 잔을 들고 천천히 다가왔다. 양시연이 손을 내밀어 받으려 했지만 그는 물을 건네지 않고 욕조 옆의 검은색 모던 의자에 느긋하게 몸을 기대며 앉았다.그 의자는 욕조와 가까운 곳에 있어 팔을 살짝 뻗으면 욕조 가장자리에 닿을 거리였다. 연정훈은 물잔을 들어 양시연의 입가에 가져다 댔고 컵 안에는 빨대가 꽂혀 있었다.몇 시간 전 병원에서 자신이 연정훈을 이렇게 챙겼던 기억이 스쳤다. 그땐 오히려 양시연이 연정훈을 쥐락펴락하며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터였다.‘쯧.’그녀는 불만스러운 마음에 눈을 감고 빨대를 꽉 물었다. 예상치 못하게 컵 안에는 달고 시원한 꿀물이 담겨 있었다.양시연은 반쯤 마시고 빨대를 빼낸 뒤 욕조 가장자리에 몸을 기대었다.연정훈은 컵을 거두고 의자에 기대어 앉아 양시연을 바라보며 떠날 생각이 없는 듯했다.딱 그 순간 양시연은 연정훈의 눈빛에서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아차렸고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참다 못한 그녀는 손으로 물을 퍼 올려 그의 얼굴에 튀겼다.연정훈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더니 여전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15화

    “안돼...”방안에는 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곧 뜨거운 숨소리가 들려왔다.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에 두 사람은 온몸이 바짝 긴장되었다.이젠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린 양시연은 연정훈의 어깨를 살짝 깨무는 것으로 반항을 포기했다.너무 오랫동안 잠자리를 가지지 않았다 보니 처음 관계를 가진 그날만큼이나 긴장이 되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저 눈을 뜨면 눈 앞의 전등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키스는 쉴 새 없이 몰려왔고 숨이 벅찬 양시연이 밀어내려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연정훈 이 나쁜 자식! 풀에 죽은 강아지 모습을 연기한 늑대가 따로 없어! 이러다가 정말 복상사라도 나면 어떡해!’몇 년 동안 닿지 못해 급한 연정훈의 마음을 알겠으나 양시연은 정말 이러다가 죽지 않을 까 걱정이 되었다.과거 연정훈과 처음 만났던 시절에도 이렇게 급했던 적은 없었다. 양시연은 초반에만 반항이라는 걸 시도했고 그 뒤로는 연정훈의 페이스에 겨우 맞춰갈 뿐이었다.그리고 현재, 두 손목은 연정훈의 목에 감겨 있었고 입술을 잡혀 먹힐 것처럼 키스를 하고 있었다.양시연의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이제 몸도 제 것이 아닌 것 같고 마치 연정훈과 한 몸이 된 듯한 착각이 들었다.다시 눈을 뜨자 두 사람은 자세를 바꿔 양시연이 연정훈의 위로 올라갔다.연정훈의 호흡 소리에 맞춰 양시연도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그러다가 연정훈이 한 손으로 양시연의 머리를 감싸쥐고 또 다른 한 손으로 턱을 쥔 채로 키스를 이어갔다. 그렇게 둘은 또 한 몸이 되었다.겨우 끝나가나 싶었는데 다시 불씨가 보이자 양시연은 연정훈의 가슴팍을 꼬집었다.갑작스러운 고통에 연정훈이 앓는 소리를 냈다.그리고 그 틈을 타 양시연은 빠르게 연정훈의 품에서 떨어졌다.그렇게 허둥지둥 도망을 가다가 방의 전등이 꺼졌다.하지만 캄캄한 어둠속에서도 연정훈은 정확하게 양시연을 찾아 다시 품에 꽉 껴안았다.양시연은 살짝 인상을 구긴 채로 머리를 굴려 가볍게 연정훈을 밀어냈다.이미 한바탕 체력을 써버린 터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14화

    주변 공기는 3초 동안 얼어붙었다.양시연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도망가려 몸을 움직였다.그러나 연정훈의 품안에서 도망갈 구멍은 없었고 어느새 두 손이 잡히고 다리까지 포획된 채로 키스가 이어졌다.“읍!”도망은커녕 호흡까지 뺏겨버렸다.병원에서의 키스는 감히 키스라고 불리울 수도 없었다.강렬한 키스는 양시연을 삼켜버릴 것 같았다. 양시연이 고개를 돌리려 하면 연정훈이 손을 뻗어 턱을 잡고 입을 벌리게 했다. 입술을 할짝이고 깊게 감아오는 바람에 양시연은 온 몸에 짜릿짜릿 전율이 울렸다. 양시연은 어느새 이성을 잃고 힘이 스르르 풀려버렸다.양시연이 반항할 의지가 없어 보이자 연정훈은 잡았던 손을 놓고 겁없이 이불 안으로 들어왔다.그 사이 양시연의 입술에서 잠시 멀어져 이마 위로 거친 숨소리를 늘어놨다. 그리고 콧등, 볼, 귀, 쇄골까지 키스를 이어갔다.양시연은 연정훈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심장이 콩닥콩닥거렸다.연정훈은 절대 틈을 보이지 않고 양시연을 점점 더 옭아맸다. 그래서 양시연은 연정훈이 오늘을 위해 오랫동안 계획을 세웠던 건 아닌 지 의심이 갔다.양시연은 두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쳐든 채로 키스를 순순히 받아드렸다.“정훈 씨...”그 소리에 연정훈도 두 눈을 감고 지금 이 순간을 몸으로 느꼈다.“왜?”양시연은 침을 꿀꺽 삼키고 양 손을 연정훈의 어깨 위로 올렸다. 그리고 살짝 밀어내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나랑 약속했잖아요... 음...”말이 끝나기도 전에 쇄골에서 짧은 고통이 찾아왔다.연정훈은 고개를 들어 다시 양시연의 콧등에 키스를 하며 말했다.“며칠 동안 날 애달게 한 거로 아직 부족해?”양시연은 온 몸에 개미가 기어다니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고 나른한 얼굴로 연정훈을 노려보며 말했다.“누가 애달게 했다고... 그래요?”“널 건드리게도 하지 못하게 했잖아.”“그건...”“안된다는 말은 하지마.”연정훈은 양시연의 입술에 입을 맞췄고 양시연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리고 연정훈은 양시연의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13화

    병원에서 나오자 벌써 저녁 11시가 넘었다.그러나 연정훈은 전혀 졸린 기색 없이 되려 활력이 넘쳤다.그건 양시연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도착한 양시연은 여 아주머니에게 연정훈의 상태를 알려주고 또 나비를 찾았다.드디어 침대에 누운 두 사람은 그제야 긴 한숨을 내쉬었다.샤워를 마치고 나니 안방 공기에 달콤한 바디 워시 향이 맴돌았다.양시연은 이불을 쭉 당겼고 이불에서 상대의 체온이 느껴졌다.양시연이 고개를 돌려 연정훈에게 물었다.“아직도 불편해요?”어둠 속에서 연정훈은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고 조금 뒤척이다가 거친 호흡을 내쉬었다.이상을 눈치 챈 양시연이 물었다.“어디 아파요?”연정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위가 조금 아프네.”양시연은 큰일이라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연정훈의 옆으로 다가갔다.“팥빙수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덥고 차고 반복하니까 위가 아픈거죠.”그리고 빠르게 연정훈 주변의 무드등을 켰다.어두운 불빛이 연정훈의 얼굴을 비췄고 연정훈의 안색이 평소보다 창백한게 보였다. 게다가 눈만 꿈뻑거리는 모습에 공격력은 제로로 보였다.“약 챙겨 올 게요.”양시연은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가려 했다.그러나 이불 속에서 연정훈이 손을 뻗어 양시연을 잡았다.연정훈의 손바닥은 아직도 비정상적으로 뜨거웠고 그 온도에 양시연은 심장이 철렁했다.“왜 그래요?”양시연이 낮은 목소리로 묻자 연정훈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약 먹을 필요 없어. 그냥 위가 조금 쓰릴 뿐이야.”양시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소화가 안돼서 그래요. 소화제 가지고 올 게요.”그러나 연정훈은 대답 대신 양시연을 침대에 도로 눕게 했다.“약 바로 저기 있는데...”양시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정훈은 이불을 덮어주고 양 팔로 양시연을 품에 가두었다.“...”양시연은 두 눈을 감고 이를 꽉 깨물었다.‘정말...’그리고 고개를 돌려 연정훈을 힐끗 노려봤다.“또 힘이 솟아나는 거죠?”“그래.”연정훈이 솔직하게 대답하자 양시연은 어이가 없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12화

    연정훈은 가만히 양시연을 바라만 볼 뿐 움직이지 않았다.양시연도 다급해하지 않고 미소를 지은 채로 연정훈과 시선을 마주했다.연정훈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목을 가다듬었다. 양시연의 페이스에 말릴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그래서 먼저 입을 열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양시연은 여전히 말없이 연정훈을 향해 손을 젓고 있었다.“...”그렇게 한참 실랑이가 이어지고 연정훈은 양시연의 옆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양시연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서로의 호흡이 섞이고 닿을락 말락 가까이 붙었다.양시연의 시선은 연정훈의 입술로 고정되고 그 시선은 심히 도발적이었다.연정훈은 침을 꿀꺽 넘기고 숨까지 멎은 채로 이어질 양시연의 행동을 기다렸다.양시연의 시선은 입술에서 코까지,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눈으로 향했다.양시연은 자세를 바로 하고 턱을 살짝 치켜들어 당장이라도 연정훈에게 키스할 것처럼 굴었다.그러자 연정훈은 온몸이 굳어버렸다.양시연의 호흡이 점점 더 가깝게 느껴졌으나 곧 허공에 멈춰 섰다.연정훈은 멈칫했고 웃음기 섞인 양시연을 발견했다.“...”그제야 당한 걸 알아차린 연정훈은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두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휙 돌렸다.양시연은 웃음이 터졌고 연정훈이 고개를 돌리는 찰나 머리를 잡고 입술에 키스했다.쪽.선명한 소리에 연정훈은 이게 꿈이 아닌지 의심이 갔다.방금까지 털을 바짝 세우고 있던 고양이가 순식간에 장화 신은 고양이로 변해버렸다.양시연은 속으로 웃고 있었지만, 티를 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링거를 톡톡 두드렸다.“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연정훈은 양시연의 몸에 위치추적기라도 단 듯 시선으로 졸졸 따라갔다.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한참 뒤 연정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소리만 크고 실속은 없네...”양시연은 뒷짐을 진 채로 말했다.“계속 그러면 뽀뽀도 없어요.”“...”연정훈은 방금 사이에 코피를 얼마나 흘린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11화

    양시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연정훈은 양시연의 편애가 필요했고 이런 자신을 달래주기를 원했다.그래서 냉전을 시작한 걸 누구보다 후회했다. 게다가 양시연은 연정훈이 그러든 말든 평소와 다름없이 먹고 자고 했으니 연정훈은 후회막심했다.“내일 양혁수 보러 가도 돼.”연정훈이 꽤 진지한 얼굴로 말하자 양시연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이젠 질투 안 해요?”“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넌 양혁수 보러 갈 거잖아.”그 말을 들은 양시연은 연정훈이 평소에 쌓인 게 많다는 게 느껴졌다.“내일 정훈 씨 건강하게 회복되면 혁수 보러 갈게요.”“그럴 필요 없어. 바로 비행기 티켓 끊어.”“정훈 씨가 나으면...”“난 그렇게 빨리 괜찮아지지 않을 거야.”“왜요?”“네가 날 피해 다닐수록 난 예민해질 테고, 또 양혁수에 질투하게 될 거야.”연정훈은 갑자기 풀이 죽은 얼굴로 말했다.그러자 양시연이 다급해졌다.“내가 언제 정훈 씨 피해 다녔다고 그래요?”“이불 덮고 잠만 자는 게 그 뜻이지 뭐.”“...”양시연은 그제야 연정훈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우린 법상 부부가 되었는데도 그렇게 불안해요?”연정훈은 대꾸하지 않았다.그러자 양시연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톡 쐈다.“링거까지 꽂고 꼭 그렇게 불순한 생각을 해야겠어요?”서론을 길게 늘여놓은 건 결국 양시연과 잠자리를 가지고 싶다는 뜻이었다.“난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야.”양시연이 힐끗 노려봤다.“이미 연정훈 씨 아내인데 내가 어딜 도망가겠어요?”양시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쳇.’연정훈은 침을 꿀꺽 넘겼다. 양시연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는데 마치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두 사람 사이에는 꽤 거리가 있었는데 말이다.그래서 다시 침을 꿀꺽 넘기며 애써 침착하게 행동했다.“누가 알아? 네가 정인 그룹만 손에 쥐고 튈지?”“내가 왜 그러겠어요. 이렇게 좋은 남편을 어디 가서 또 찾는다고.”연정훈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양시연은 자연스레 고개를 돌려 연정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10화

    양시연의 시선은 또 연정훈의 목울대로 향했고 숟가락에 묻은 팥빙수를 슬쩍 핥는 것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았다. 그러자 숟가락을 입에 대니 가만히 올려다보던 연정훈의 시선이 자연스레 떠올랐다.‘음... 뭐랄까?’마치 비에 폭삭 젖어버린 큰 강아지가 문밖으로 쫓겨나 풀이 죽은 모습 같았다.양시연은 연정훈의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잠금 화면을 톡톡 두드렸다.그러자 잠금 화면이 풀리고 거실에 앉아 책을 보는 본인을 찍은 사진이 보였다. 아마도 2층 계단에서 몰래 찍은 것 같았다.‘이건 언제 찍은 거지?’양시연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슬쩍 올렸고 고개를 드니 팥빙수를 먹던 연정훈은 뭐에 걸린 듯 캑캑 대고 있었다.“줘요.”양시연의 말에 연정훈은 고분고분 팥빙수를 넘겼다. 그리고 양시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힘에 부친 듯 크게 호흡을 들이마셨다.연정훈이 더 이상 팥빙수에 관심을 보이지 않자 양시연은 휴지로 연정훈의 입가를 닦아주고 일어서서 과일을 챙겨왔다.연정훈은 이런 양시연을 대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뭘 봐요? 다음에도 이렇게 멍청한 짓을 하면 정말 국물도 없어요.”연정훈은 기분이 퍽 좋아졌다.지금 보니 오늘도 크게 손해를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다음번에는 적정량만 조절하면 되었다.“돌아가면 여 아주머니와 제대로 얘기를 해야겠어.”연정훈이 덤덤하게 말했다.“무슨 얘기요?”“다음에도 보약을 챙겨줄 거면 적정량을 제대로 체크해보라고 언질을 줘야지.”양시연은 어이가 없었다.그래서 어처구니없다는 듯 손가락으로 연정훈의 이마를 쭉 밀었다.“그런 바보 같은 소리 마요.”“건강으로 장난할 생각하지 마요. 적당량을 딱 마셔 병원에 올 정도는 아니었어도 몸은 어딘가 불편했을 거예요. 난 그 탕약에 위험한 신고가 딱 느껴지던데 어떻게 그걸 먹어요?”연정훈은 되려 당당하게 말했다.“그걸 재고 따지면 우리 사이엔 진전이 없을걸.”“...”양시연은 연정훈을 말없이 째려보았다.“알고 보니 정훈 씨도 변태였나 보네요.”“나도 그런 사람이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09화

    연정훈이 멈칫하자 양시연은 숟가락으로 연정훈의 입술을 톡톡 건드렸다.“입 벌리고 빨리 먹어요.”“...”연정훈은 배가 고픈 건 아니었으나 목이 바짝바짝 마르고 있었다. 그리고 양시연이 장난이 아닌 진심으로 보이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러자 양시연은 냉큼 숟가락을 돌려 제 입에 넣었다.“음! 너무 맛있네!”“...”‘그럼 그렇지.’연정훈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이렇게 중얼거렸다.“그러다가 큰코다치는 수가 있어.”“그럴 리가요.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라고 했어요.”“...”연정훈은 다시 눈을 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치사하게.”그러자 양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팥빙수를 맛있게 먹다가 이상할 정도로 얼굴이 붉어진 연정훈 얼굴을 보며 양시연이 말했다.“정훈 씨에게도 이런 날이 다 오네요.”‘다시 냉전하기만 해 봐. 흥.’내킬 만큼 괴롭힌 양시연은 다시 자세를 고쳐 앉았다. 막 도착한 팥빙수는 이가 시릴 만큼 차가웠지만 이젠 조금 녹아 먹기 딱 좋았다.팥빙수의 상태를 체크한 양시연은 숟가락으로 크게 퍼 연정훈에게 건넸다.“먹어봐요. 팥이 많은 게 좋으면 팥만 골라서 줄게요.”그리고 고개를 숙여 직접 입가까지 가져다주었다.그러나 이번에는 연정훈이 양시연을 못 본 척 무시했다.티가 나게 삐진 연정훈을 보며 양시연은 웃음이 나왔다.그래서 말라 터진 연정훈의 입술을 노크하듯 숟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자자. 방금까진 장난이었어요. 지금 조금 녹아서 딱 먹기 좋아요.”연정훈은 다정한 양시연의 말투에 마음이 녹았다. 그러나 여전히 입을 굳게 닫은 채로 이어질 양시연의 행동을 기다렸다.그때, 양시연은 연정훈의 두 볼을 쭈욱 잡아당겼다.눈을 깜빡이다가 다시 시선을 마주한 연정훈의 두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다.양시연은 연정훈의 두 볼을 만지작거리다가 좌우로 흔들기까지 했다.“계속 입 벌리지 않으면 내가 정말 다 먹어버릴지도 몰라요.”‘내가 어린애인 줄 아나? 겨우 이런 말로 겁먹게?’연정훈은 속으로 꿍얼거렸으나 양시연의 미소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708화

    속셈이 들통나자 연정훈은 자세를 고쳐 누우며 이렇게 말했다.“빨리 휴지나 챙겨서 갈아줘. 코피가 아직도 멈추지 않은 것 같아.”양시연이 쯧하고 혀를 찼다.“말하지 마요. 코피를 그렇게 흘렸는데 아직도 힘이 남아 있어요?”“...”“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이렇게 치졸한 방법을 써야겠어요?”양시연이 재차 속을 긁자 연정훈은 다시 눈을 감았다.“뭐예요? 눈만 감으면 장땡이라는 건가?”“...”‘체면을 이렇게 구기다니!’다시 등을 돌린 연정훈을 보며 양시연은 웃음을 터뜨렸다.드디어 의사가 병실을 찾았다.그리고 그 뒤로 여 아주머니도 함께였는데 양시연과 달리 여 아주머니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요즘 들어 여 아주머니는 연정훈이 꽤 마음에 들었는데 오늘 연정훈을 다치게 만든 게 본인이다 보니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여 아주머니는 자책하며 마른 입술의 연정훈을 향해 물었다.“차가운 음료수라도 가지고 올까요?”연정훈은 생각보다 덤덤했고 방금 양시연이 팥빙수 얘기를 꺼낸 걸 떠올리며 가볍게 부탁했다. 왠지 자꾸 목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 같았다.“네네. 바로 만들어 올게요.”여 아주머니는 드디어 안심이라는 듯 말했다.연정훈이 입꼬리를 올렸다.“1인분만 만드시면 돼요. 수고스럽게 많이 만드실 필요 없으세요.”여 아주머니는 양시연을 힐끗 바라봤고 연정훈이 바로 말을 이었다.“시연이는 안 먹을 거예요. 저 놀리느라 먹을 시간이 없거든요.”여 아주머니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이었다.연정훈의 말에 양시연은 연정훈을 힐끗 노려보았다.하지만 여 아주머니는 아픈 아이를 달래듯 연정훈을 달래며 양시연더러 옆을 잘 지키고 있으라고 당부했다.“알겠어요.”양시연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여 아주머니가 병실을 나섰다.그렇게 병실에는 양시연과 연정훈만 남겨지고, 양시연은 고개를 돌려 장난기 넘치는 얼굴로 연정훈을 바라봤다.연정훈은 아예 이불을 쭉 당겨 얼굴까지 가렸다.눈 감고 자는 척하는 연정훈의 속셈을 눈치챈 양시연은 혀를 쯧쯧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