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혁수는 어릴 때부터 타고난 인기에 지금껏 받은 고백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그런데 서른네 살이 되는 해에 족히 열 살은 더 어린 꼬마에게 고백 폭탄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치도 못했다.며칠을 곱씹어본 끝에, 양혁수는 결론을 내렸다.이건 마치 산적 두목한테 납치당한 기분이었다!그러나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산적 두목은 말투가 부드럽고 귀에 착 감기는 데다, 모든 일에 적당히를 알고, 양혁수를 모시는 방식도 너무 완벽해서 반박할 구석이 없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양혁수는 불평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양혁수가 두 번의 진료를 받고 일상생활이 가능해지자, ‘두목’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양혁수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비서 노릇도 하고, 가끔은 가정부 노릇도 했다.변여름은 양혁수가 읽어야 하는 서류들은 미리 검토한 후 요점만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고, 업무 효율은 원래 비서보다 더 뛰어났다. 게다가 식사 시간이 되면, 준비한 과일을 다양한 모양 틀로 찍어냈다.처음엔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몇 번 먹다 보니 과일을 입에 넣기 전에 오늘엔 별 모양인가, 하트 모양인가 확인하는 버릇까지 생겼다.그리고 무엇보다 변여름은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즐거워했다. 가끔 양혁수가 작은 부탁을 하면, 대단한 일이라도 된 듯 기뻐하며 도왔다.지친 기색 없이 기꺼이 헌신하는 변여름 덕분에 양혁수는 점점 더 게을러졌고, 어느새 낮잠까지 챙겼다.낮잠 자다가 조금이라도 뒤척이면 어김없이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깼어요?”‘지금 일상이 신선놀음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반려동물이 된 것 같다고 해야 하나...’양지원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양혁수는 내심 양지원이 오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양지원이 봤다면 또 놀려댈 게 뻔했다.차츰 이곳 생활에 적응이 되고 굳이 급히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겠다 생각한 양혁수는 바로 양지원에게 전화를 걸어, 오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붕대만 풀면 바로 떠날 것이라 계획을 차렸다.해가 질 녘, 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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