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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Chapter 1111 - Chapter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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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1화

양혁수는 속으로 변여름의 속셈을 나쁘게 생각했지만 변여름은 마치 무기를 만드는 듯한 지능으로 그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방법을 궁리했다.그는 말했다.“시간이 되면 됐지. 그렇게 흥분할 필요는 없잖아. 이번에는 네 운이 좋았어. 카드를 못 찾아서 이번엔 너한테 받지 않을게.”변여름은 입술을 핥으며 조용히 말했다.“네. 오빠, 고마워요.”“응.”어떻게 돈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양혁수는 다시 차가운 이미지로 돌아왔다.변여름은 더 이상 그를 놀리지 않기로 했다. 그가 화를 내면 아마 자신을 무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게다가 그녀의 설정은 기본적으로 착하지만 약간의 장난기가 있는 정도였기에 너무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 그녀는 그가 싫어할까 봐 걱정되었고 양시연은 아주 부드럽고 여성스러워서 그쪽 이미지로 맞춰가야 할 거로 생각했다.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그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시간이 늦었으니 빨리 쉬어.”변여름은 약간 실망했다.그저 잡담이라도 좋으니 그와 더 오래 이야기하고 싶었다.‘시간이 늦었다고? 아직 이른데. 아니다 오빠의 나이에는 밤새우는 것이 익숙지 않을 수도 있어. 그래 오빠의 말을 들어야지.’그녀는 공손하게 대답했다.“그러면 오빠, 잘 자요.”양혁수는 여전히 차갑게 한 마디로 답했고 더 이상 말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변여름은 조금 불만스러웠고 다시 한번 말했다.“잘 자요.”양혁수는 잠시 멈칫했다.3초 후 변여름은 세 번째로 강조했다.“잘...자...요.”그는 혀를 차며 재미있다는 듯이 생각했다.‘꽤 고집이 세네.’잠시 전의 놀림을 떠올리며 마지막으로 반격을 해볼까 고민했지만 변여름이 전한 '잘자'라는 말이 좋은 의도에서 나온 것임을 알기에 전화를 끊는 것보다는 그저 웃어넘기기로 했다.게다가 잠자리에 들기 전 기분이 좋지 않으면 잡생각이 많아져 잠들기 어렵다. 그는 누구보다 잠 못 이루는 고통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입을 열고 대답했다.“잘 자.”변여름은 기뻤다.그녀는 먼저 전화를 끊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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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화

어두워질 무렵 변여름의 휴대폰이 울렸고 양혁수에게서 온 메시지였다.[내일 출장 때문에 너희 아버지 생신 잔치에 못 갈 것 같아.]변여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괜찮아요. 별일 아니에요.][응. 선물은 내가 보내도록 할게.]변여름은 장난스럽게 답장을 보냈다.[그러면 제가 중간에서 가로챌 거예요. 오빠가 준 선물이라서 사실 아빠한테 주고 싶지 않아요.]양혁수는 어이없었다.“...”출장 때문에 그는 평소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왔지만 변여름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집사가 조용히 말했다.“변여름 씨는 오늘 저녁 약속이 있어서 늦게 돌아오신다고 하셨습니다.”양혁수는 짧게 대답한 뒤 허예나와 변여름에게 각각 메시지를 보냈다.변여름은 동시에 두 개의 메시지를 받았고 평소 실수한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작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양혁수가‘변여름’에게 집에 돌아오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그녀는 실수로 허예나에게 보낼 메시지를 그대로 답장했다.[모임이 있어요.]메시지를 보낸 직후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몇 글자를 멍하니 응시하던 그녀는 다행히 중요한 정보는 흘리지 않았으니 아직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서둘러 변여름 번호로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업무가 많아서 야근해야 해요.]양혁수는 변여름에게‘안전하게 다녀오고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라’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 허예나에게는 이렇게 보냈다.[오늘 밤 일찍 집에 안 돌아가도 돼?]변여름은 두 개의 메시지를 번갈아 보며 입술을 비쭉 내밀었지만 어차피 혼잣말 같은 대화였기에 자신을 위로했다.그러곤 조용히 메시지를 입력했다.[집에 가고 싶지 않아요. 아무도 저를 반기지 않으니까요. 내일 돌아갈게요.]양혁수는 오랫동안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바쁜 건지 알 수 없었다.그사이 변여름은 연구실을 나와 선배들과 함께 어두운 거리를 걷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오빠, 저 오늘 모임 있는데 남자들이랑 같이 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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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3화

변여름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고 재빨리 주위를 살폈지만 그는 없었다.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휴대폰을 꽉 쥐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아니요.”양혁수가 말했다.“반쯤 취했네.”‘응? 어떻게 알았지?’변여름은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혹시 이 기술이 술 냄새까지 전달할 수 있나 의심했다.하지만 금세 자신이 취해서 정신이 없고 판단력이 떨어져 목소리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녀는 그냥 인정했다.“네. 다들 술을 마셨는데 저만 안 마실 순 없잖아요.”“집에 갔어?”“아직이에요.”“밖에서 나한테 전화하는 거야?”그의 목소리는 불편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변여름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그가 자신을 걱정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네. 아직 끝나지 않아서 제가 먼저 나왔어요.”그녀는 1인용 의자에 얌전히 앉아 언제든지 역할에 몰입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맞아요. 누가 저한테 고백했어요. 더 이상 그 안에 있기가 민망해서 나왔어요.”반면 양혁수는 서재에 앉아 화면에 뜬 문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키보드의 엔터키를 치고 의자에 등을 기대어 뒤로 젖혔다.“갑자기 고백이라니?”“네.”변여름은 어쩔 수 없다는 어조로 말했다.“사람들 다 있는 앞에서 정말 쪽팔렸어요.”‘멍청하군.’양혁수는 속으로 그런 공개적인 고백을 평가하며 이어서 물었다.“그러면 다음에는 어떻게 할 거야?”“모르겠어요.”“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너무 민망해요. 하지만... 그냥 가버리면 좀 그런 것 같기도 하고.”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약간 억울한 듯했다.“게다가 좀 어지러워서 함부로 돌아다닐 수가 없어요.”변여름은 진심 반, 농담 반으로 그와 대화를 나누며 또 그가'허예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려고 했다.양혁수는 잠시 멈칫하며 물었다.“다른 친구들은 없어?”“다른 친구들은 그 선배랑 친해서 분위기를 더 부추기며 유도했어요.”“그런 자리에 가는 건 바보짓이야.”양혁수는 드디어 독설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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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됐어요.”변여름의 단호한 거절이 들려오자 양혁수는 문을 열려던 손을 멈췄다.“왜?”“저를 데려다줄 친구가 있어요.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낸 진짜 친구예요.”그녀는 힘주어 말했지만 이내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아까 한 말 거짓이었어요...”그녀는 먼저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양혁수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고 화가 난 기색도 없었다.어차피 그녀를 마중 나온 것이 아니라 변여름을 데리러 가야 했으니까.“알았어.”그가 짧게 대답했다.변여름은 그가 화가 났는지 알 수 없었다. 벽에 기대어 한 손을 뒤로 하고 조용히 다시 한번 말했다.“죄송해요.”양혁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무심한 듯 말했다.“앞으로 그런 장난은 치지 마. 재미없어.”“네.”그녀는 순순히 대답했다.잠시 뜸을 들인 후 변여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아까는 오빠가... 화낼지 궁금했어요.”“내가 화내길 바랐어?”“아니요. 오빠가 질투할까 봐 그랬어요.”양혁수는 아래층에서 걸음을 멈췄고반대편에서 변여름은 눈을 감고 조용히 말했다.“오빠는 질투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렇죠? 누가 저한테 고백했는데 왜 질투하지 않는 거예요?”그녀의 목소리는 어딘가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양혁수는 목이 약간 메마른 것을 느꼈다.휴대폰 너머로 그녀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없었고 머릿속에서도 완벽하게 그려지진 않았지만 마치 작은 깃털이 마음을 간질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목을 가다듬으며 밖으로 걸어 나가며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괜찮으면 빨리 집에 가.”“아직 대답 안 해줬잖아요.”변여름은 끈질기게 매달리며 중얼거렸다.“질투하지 않는 건 내가 싫어서 그런 거예요? 왜 저를 싫어하는 거예요? 제가 오빠를 위해 요리했는데 정말 맛있었잖아요.”양혁수는 침묵했다.“...”그는 마침내 그녀에게 대답할 말을 찾았다.“우리 집 아주머니가 해준 음식도 맛있는데 나도 아주머니를 좋아해야 해?”“그건 달라요.”마침내 변여름은 그가 처음 상상했던 것처럼 말끝을 늘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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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5화

전화를 끊고 변여름은 복도에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고백했던 선배가 여러 번 다가와 사과할 기회를 얻었지만 변여름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머릿속은 오로지 양혁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원래는 양혁수가 요양센터에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양혁수에게서 전화가 왔다.허예나에게 걸려 온 전화가 아니라 그녀에게 직접 온 전화였다.변여름은 물을 마시며 복도를 몇 번 왔다 갔다 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멀리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선배는 의아해했다.‘???’마침내 변여름은 컨디션이 회복되었음을 느끼고 미소를 지으며 양혁수의 전화를 받았다.“혁수 오빠.”양혁수는 물었다.“아직 연구실에 있어?”변여름은 잠시 생각했다.양혁수는 이어서 말했다.“내가 데리러 갈게. 일 끝났으면 문 앞으로 나와.”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변여름은 기뻤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주변을 살피며 양혁수가 자신과 허예나를 연상할 가능성은 적지만 그래도 약간의 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오빠, 저 일 끝났어요. 바로 갈게요.”“응.”양혁수가 대답했다.“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나와.”“네.”변여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곧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재빨리 방으로 돌아가 모두의 놀란 시선 속에서 가방을 챙겼다.지도교수가 그녀를 불렀다.“여름아...”“선생님, 오빠가 데리러 와서 먼저 가볼게요.”지도교수는 당황스러웠다.‘?’“그럼...”“교수님, 선배님, 안녕히 계세요. 내일 뵙겠습니다.”그녀는 말을 마친 후 번개처럼 사라졌다. 모두 어리둥절했다.변여름은 연구실에 온 지 오래되었고 항상 말이 적었으며 마치 로봇처럼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기에 그들은 그녀의 얼굴에 이렇게 생생한 표정이 드러난 것을 본 적이 없었다.사람들은 그녀가 오빠가 데리러 왔다고 말하며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에 놀랐다.‘기뻐? 당연히 기쁘지.’변여름은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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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6화

“여름아.”“네.”‘쯧.’“어지러우면 그렇게 크게 고개를 흔들지 마.”“네.”‘젠장, 다 소용없었군.’그는 속도를 조금 줄이며 변여름에게 의자를 더 낮추라고 말했다.변여름은 머리를 굴렸다. 버튼을 못 찾았다고 하면 차를 세워줄 테고 직접 조절해 달라고 부탁하면 그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하지만 버튼이 너무 눈에 띄어 모른 척할 수 없었다.‘에휴. 디자이너가 너무 성실했네.’결국 그녀는 스스로 의자를 조절하고 얌전히 몸을 기댔다. 어차피 그가 잔소리할 거란 걸 알았고 아직 한 번도 혼난 적이 없어서 은근히 기대되기도 했다.“오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그냥 하세요.”양혁수는 어이없다는 듯 숨을 들이마셨다.“...”왠지 변여름은 혼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그는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네가 혼자 한강시에 왔으니 네 오빠가 널 내게 맡긴 이상 내가 책임져야 해.”변여름은 눈을 깜빡이며 듣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양혁수는 이어서 말했다.“교수님과 저녁을 먹는 건 괜찮지만 술을 마실 거라면 미리 연락해서 데리러 오라고 하거나 어디로 와야 할지 알려줘야 해.”그는 운전대 위로 시선을 두며 덧붙였다.“네가 천재라는 건 알지만 머리가 좋다고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야.”변여름은 정신을 가다듬고 상체를 일으켜 고개를 끄덕였다.양혁수는 그녀가 집중해서 듣는 듯한 모습에 피식 웃었다.“됐어. 그냥 누워 있어. 곧 도착할 거야.”변여름은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대답했다.최근 일이 많아 활력이 넘쳤지만 버거운 나날이 이어져 그녀는 피곤했다. 거기에 술까지 더해지니 몸이 더 무거워졌고, 깊은 피로가 스며들었다.그런데도 머리는 여전히 깨어 있었고 눈을 감고 싶지 않았다. 계속해서 그를 바라보고 싶었다.양혁수는 동생을 타이르는 일에는 서툴렀고 할 말을 마친 뒤엔 조용히 운전에 집중했다.그러다 몇 번 시간을 확인했다. 허예나가 요양센터에 도착했을 것 같았지만 그녀에게선 아무런 메시지도 오지 않았다.겉으로는 아무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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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7화

변여름은 정답을 맞힌 것처럼 자신감 있게 문제를 풀었다.양혁수는 속으로 의아해하며 변여름이 너무 영리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대화가 끝난 후 변여름은 모든 것을 간파한 듯 코웃음을 치며 말을 마무리했다.양혁수는 웃으며 변여름을 쳐다보았다.“나이도 어린데 생각이 참 많네.”변여름이 말했다.“제가 생각하는 건 거의 다 맞아요.”“됐어. 자. 더 이상 말하지 마. 너랑 얘기하면 머리 아파.”변여름은 침묵했다.‘...’‘흥. 얼굴도 못 본 사람이랑 얘기할 때는 머리 안 아픈가?’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심한 질투를 느꼈다. 전에는 스스로 위로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수 없었다. 양혁수가 너무 차별적으로 대하는 것이 너무 분명했기 때문이다.그 생각에 그녀는 가방을 꽉 끌어안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양혁수는 그녀를 쳐다보았고 그녀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이상하네. 참 드문 일이야. 이 꼬맹이도 짜증을 낼 때가 있네.’“집에 가면 아주머니께 부탁해서 수정과를 끓여 달라고 할게.”그가 말했다.“유 아주머니가 수정과를 정말 맛있게 만들어.”변여름은 고양이가 아니었고 만약 고양이라면 지금쯤 귀가 쫑긋 섰을 것이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마침내 대답했다.“네.”양혁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달래기 쉽네.’그는 에어컨 온도를 조절한 후 아무 말 없이 집까지 운전했다.차에서 내리려던 변여름은 원래 혼자 내리려고 했으나 고개를 돌려 보니 그가 휴대폰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그 자리에 그대로 다시 누웠다.양혁수는 역시나 그녀가 차에서 내리지 않자 다가가 문을 열어주고 몸을 숙여 차 안을 들여다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여름아, 몸이 안 좋아?”변여름은 고개를 끄덕였다.“좀 힘이 없어요.”속으로는 양혁수가 자신을 안아줄 거로 생각했지만 그는 몸을 돌려 허리를 굽혔다.“자, 내가 업어줄게.”변여름은 어이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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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8화

양혁수는 메시지를 보내고 다시 변여름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아 멍하니 있었고 그는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의사를 불러줄까?”“아니요.”변여름은 눈을 떴다.“숙취 해소제 한 잔만 마시면 돼요.”양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매우 불편해 보이자 그는 바로 돌아가지 않고 옆 소파에 앉으려 했다. 그러나 변여름은 가방을 뒤지더니 무언가를 찾아 그에게 건넸다.“뭐야?”“먹는 거예요.”양혁수는 그녀의 침대 옆으로 다가가 앉았고 상자 안에 꽃 모양의 송편 네 개가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다.변여름이 말했다.“녹두 송편이에요.”“그런데 왜 빨간색이야?”“색소를 넣었어요.”양혁수는 웃으며 송편을 받아 들었다.“어디서 난 거야?”변여름은 가방을 내려놓고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답했다.“연구실에 있는 언니 고향 특산품인데 두 상자나 받았어요.”“하나는 나 주려고 남겨둔 거야?”“아니요. 두 상자 다 제가 먹었고 이건 염치 불고하고 따로 얻어낸 거예요.”양혁수는 침묵했다.“...”그는 상자를 열고 웃으며 말했다.“어떤 녹두 송편이길래 그렇게 맛있어?”“자스민 향이 나고 속도 꽉 차 있어요.”양혁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를 입에 넣었다.달콤한 작은 송편 안에는 부드러운 크림이 가득 차 있었다.“정말 맛있네.”그는 감탄하며 고개를 들었다.“차 안에서 했던 말 취소할게. 네가 네 형보다 훨씬 낫네.”변여름은 그가 먹지 않은 송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다행히 그와 대화했던 허예나는 가상의 인물이라 얼굴도 없지.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이 그에게 준 것을 허예나에게 넘겼을지도 몰랐다.그녀는 조용히 안도하며 눈을 들었다.“오빠, 괜히 우리 오빠 얘기 꺼내지 말고 그냥 칭찬만 해주세요. 우리 오빠, 혁수 오빠한테 연락한 지 오래됐잖아요. 우애도 없는데 우리 오빠는 신경 쓰지 마세요.”양혁수는 그녀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집에서 너희 오빠한테 학대라도 받았어? 너 이간질하는 거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변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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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9화

변여름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홱 들었다.“오빠, 저는 괜찮아요. 오빠도 일찍 쉬세요.”“갑자기 로봇처럼 변했네?”변여름이 말했다.“네. 충전 완료됐어요.”양혁수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가자. 일찍 자. 잘 자.”“잘 자요.”변여름은 그가 나가는 것을 보고서야 천천히 베개에 기대앉았다.불편한 마음을 달래려 했지만 자고 싶지 않아서 참을 수 없었다. 결국 휴대폰을 꺼내 허예나와 양혁수의 통화 내용을 다시 확인하며 그들의 대화 하나하나를 떠올렸다.그녀는 생각에 잠기면서 한때는 기쁨을 느꼈고 그에게 더 가까워진 것 같았지만 곧 질투심에 휩싸였다. 만약 진실이 밝혀지면 그가 너무 화를 내서 영원히 자신을 무시할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그녀는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가장 안전한 방법은 다른 모습을 보이며 그에게 계속 다가가는 것이라고 결심했다.진실이 밝혀지더라도 그가 아무리 화를 내더라도 그가 만난 적 없는 그 사람을 완전히 잊을 수는 없을 것이며 그녀를 더 이상 여동생처럼 대할 수 없을 것이다.결심을 굳힌 변여름은 컴퓨터를 켜고 다시 불안한 생각에 잠겼다.계획표를 열고 양시연과 닮은 사진을 보자 잠시 멈칫하며 생각에 잠겼다.‘맞아. 방금 느꼈던 질투는 헛된 감정이었어. 허예나는 혁수 오빠와 아직 아무런 관계도 아니잖아. 시연 언니야말로 오빠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사람이야.’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몸을 곧게 펴고 머릿속으로 논리적인 해석을 하며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다음 날 아침 양혁수는 출장을 떠났고 변여름은 허현무의 생일 잔치에 차질이 없도록 특별히 휴가를 내어 그날 하루를 바짝 신경 써 보냈다.그녀는 길가의 카페에 앉아 심심풀이로 유치한 게임을 하고 있었다.노지혜가 추천한 게임이었고 변태가 정상인이 되려면 정상인의 게임에 참여해야 한다며 요즘 연구실 사람 중 절반이 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그 생각을 하며 변여름은 노지혜에게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변백호 씨가 어젯밤에 나한테 너에 대해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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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0화

양혁수는 오후에 세운에 도착했다. 거래처 대표와 함께 점심을 나눈 뒤 저녁에는 테니스 약속이 있었다.아직 시간이 남아 그는 양지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청했다.양지원과 양혁수는 자주 통화했지만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반년 전이었다. 두 사람 모두 바빴고 최근 두 달간 양석진이 중요한 업무를 맡으면서 양지원 역시 여러 차례 귀빈을 접대하느라 자식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네가 올 수는 없어? 꼭 내가 네 사무실까지 가야 해?”“양지원이 전화 너머로 투덜거리자 양혁수는 의자에 기대어 느긋하게 말했다.”“내가 거기로 가서 양석진 씨를 만나면 어떻게 해요?”“뭐가?”“양석진 씨를 삼촌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아니면 아빠라고 해야 하나요?”양지원이 말했다.“...아빠라고 부르면 뭐 어때?”“내가 낯가려서 못 부르겠어요.”“그냥 핑계 대는 거잖아.”양지원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그만 해요. 할머니도 됐고 엄마도 이제 성격을 좀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변해야죠. 좀 더 성숙해지고 혼자 운전해서 나를 만나러 와요.”양혁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내가 신선한 코코넛 두 개도 가져왔어요.”양지원은 다시 한번 황당하다는 듯 침묵했다.“...정말 효자네.”‘그 먼 곳에서 코코넛을 가져오다니.’양혁수가 웃으며 덧붙였다.“감동이죠? 감동했으면 빨리 와요. 늦으면 난 집에 갈 거예요.”“집에 가. 몇 달만 더 안 보면 넌 다른 사람 아들 될 거야. 어차피 내게는 아들이 있어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양혁수는 피식 웃었다.결혼 후 오히려 더 어려지고 젊어진 듯한 양지원을 보며 그는 새삼 그녀가 마음 편히 잘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예전보다 말투는 부드러워졌고 차가운 기운 대신 애교스러움이 묻어났다.‘참 좋네.’가벼운 대화가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양시연이 둘째를 임신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 문득 양혁수는 양시연과 닮은 그 얼굴을 떠올렸다. 순간적으로 입을 열었지만 허예나에 대한 질문이 튀어나올 뻔한 걸 깨닫고 곧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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