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센터 쪽은 변여름이 미리 사람을 배치해 두었고, 양혁수가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물건은 이미 변여름 손에 전달되었다.그리고 실험실 건물 아래에 앉은 변여름이 양혁수와 나눈 메시지를 훑어보며 디테일을 체크했다. 보통 젊은 남녀가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식은 대체로 이러했던 것 같았다. 노지혜도 그렇고, 연구실 다른 동료들도 그러했다. 그래서 변여름은 자신이 보통 연애를 꽤 비슷하게 따라 했다고 생각했다.변여름의 옆에는 두 개의 선물 상자가 놓여 있었다. 하나는 온통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팔찌였고, 다른 하나는 루비 목걸이였다. 세밀하게 조각된 루비는 그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뜨거운 태양 같았다. 그리고 두 개를 나란히 비교해 보니, 화려한 붉은 색감이 더욱 생동감 있고, 더 정성을 들여 고른 선물로 보였다.변여름은 시선을 거두고 조용히 물건을 정리한 뒤 다시 오피스텔로 돌아갔다. 허예나가 선물을 받는 데 걸릴 시간을 계산한 후, 변여름은 따로 준비해 둔 작은 상자를 들고 다시 밖으로 나섰으며 목적지는 대나무 숲길 근처였다.한편, 양혁수가 막 책상에 앉으려던 찰나, 휴대폰 화면이 반짝였다. 뜻밖에도 영상 통화 요청이었으며 상대는 허예나였다.식사도 여러 번 같이했고 대화도 자주 나눴지만 영상 통화는 처음이었다. 양혁수는 잠시 망설였으나 이내 별생각 없이 통화를 받았다.영상은 연결되었지만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양혁수는 카메라를 자신에게 맞추지 않았고, 상대 화면에서도 허예나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화면은 온통 어둡기만 했고, 마른 나뭇잎을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어디야?”양혁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어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아파트로 돌아가는 길이에요.”양혁수는 허예나의 평소 말투를 떠올려 보았다. 허예나 성격상 말끝을 길게 늘이며 이야기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차분했다.“돌아가는 길에 가로등 없어?”“고장 났는데 좀 무서워서 전화했어요.”양혁수는 대답 없이 휴대폰을 한 손에 쥐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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