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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Chapter 1121 - Chapter 1130

1172 Chapters

제1121화

변여름은 병원에서 소식을 기다리는 동안 변백호와 먼저 한바탕 말싸움을 벌여야 했다. 이전까지는 변백호가 설령 자신이 일을 꾸미고 있다는 걸 알더라도 양혁수에게 알리지는 않을 거라 확신했지만, 지금 보니 변백호는 확실히 양혁수를 남다르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번엔 정말로 변여름의 만행을 폭로할 태세였다.일이 틀어지려는 순간, 허예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여름 씨,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변여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허현무의 죽음은 너무 갑작스러워 변여름의 계획에 변수가 생겼다.양혁수가 ‘허예나’에게 얼마나 빠져든 건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다면 장례식에 직접 조문을 가지 않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허예나와 마주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게다가 이 시점에서 허현무의 아내는 아마 유산을 독차지하는 데만 신경을 쏟고 있을 것이며 허예나 모녀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게 뻔했다.그러니 양혁수가 허예나를 위해 나선다면, 두 사람이 만나는 건 필연적이었다.변여름은 여러 상황을 저울질하며 물었다.[집에서 장례는 어떻게 치른대요?][큰어머니가 한강시에서 장례식하고, 유골은 화서시에 있는 선산에 묻겠다고 하세요.][그럼 큰어머니는 예나 씨와 어머님께 어떤 태도인가요? 허씨 가문에 와도 좋다고 하셨나요?]이 질문이야말로 허예나가 가장 많이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었다. 양혁수와의 만남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고 오직 변여름의 계획이 중요했다.[병원에 있을 때부터 큰어머니가 우릴 대하는 태도는 별로 좋지 않았어요. 원래부터 우리 모녀를 경계했으니 이번엔 재산 문제로 저를 집에 못 들어오게 막을 겁니다.]변여름은 단번에 결정을 내렸다.[짐 챙기세요. 어머니 짐도 챙기시고 두 시간 후에 데리러 갈 테니까 직접 가서 조문하세요.][그래도...][예나 씨 몫의 재산은 제가 챙겨줄게요. 그리고 따로 100억 더 챙겨줄 테니까 수고비라고 생각하세요.]허예나는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어 바로 승낙했다.다시 핸드폰을 확인하니 변백호가 계속 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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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2화

변여름은 사람을 시켜 허예나 모녀를 집 안으로 데려가 줬고 차에서 내리던 허예나는 걱정이 가득했다.그러나 5분 뒤, 허예나는 아주 기뻐하는 목소리로 변여름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름 씨, 저 지금 들어왔는데 큰어머니가 저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네.”변여름은 아주 침착했다.“지금 밖으로 조용히 나오셔서 저를 마중 오세요. 다른 사람이 저에 관해 묻는다면 어머님의 도우미라고 말해주세요.”“네. 알겠습니다.”밖은 어느새 굵은 빗줄기가 뚝뚝 떨어졌고 날이 어느새 어두워졌다.허예나는 우산을 쓴 채로 변여름과 함께 뒷문을 통해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허예나는 변여름을 지민영의 작은 방으로 데려가 줬다.“여름 씨, 죄송하지만 잠시만 여기에 계세요.”변여름은 창가 자리에 서서 커튼을 살짝 든 채로 정원 쪽 상황을 살폈다. 머릿속엔 방금 들어오던 경로와 저택 구조를 되짚었다.“저는 괜찮아요. 혹시 다른 사람이 예나 씨가 이곳에 온 걸 알고 있나요?”“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거예요.”“얼굴을 자주 보이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꼭 외출해야 한다면 마스크 착용하세요.”허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그전에도 늘 그래왔어요.”변여름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현정임은 정원에 작은 추모식을 마련했고 허현무의 유골함도 곧 집으로 이송이 될 것이다. 이르면 오늘 저녁, 늦으면 내일 점심까지도 추모하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이다.변여름은 작은 방에 머물며 양혁수의 일정을 살폈다.그런데!한 시간 전에 양혁수가 벌써 일정을 바꿔 비행기에 탑승한 게 아니겠는가! 사실을 알아차린 변여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허현무가 세상을 떠나기 전, 변여름은 양혁수가 행여나 허현무의 생일 연회에 참석할까 전전긍긍하며 몰래 양혁수에게 한가득 프로젝트를 떠안겼었다. 그래서 예정대로라면 적어도 3일 뒤에나 한강시에 돌아올 수 있는 일정이었다.그러니 양혁수가 지금 돌아온다는 게 뭘 의미하겠는가?변여름은 침묵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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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3화

[내가 뭘 어떻게 도왔으면 하는데?]변여름은 메시지를 확인하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 정말 본인이 허예나가 되어 당장이라도 양혁수를 만나고 싶었다.[정말 저를 도우실 건가요?]변여름이 다시 묻자 양혁수는 잠시 뜸을 들이며 말했다.[봐서.]변여름이 재빨리 타자하는데 양혁수가 말을 보탰다.[살인, 방화는 안 돼.]변여름은 핸드폰을 꼭 쥐었다.‘그러니까 돕는다는 거네. 살인, 방화만 아니면.’변여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계속 질문을 이었다.[벌써 저택 정원에 추모식까지 마련해 뒀는데 내일 조문하러 올 거예요?][오전에 시간 되면 갈게.][오기 전에 꼭 연락해야 해요. 제가 마중 갈게요.]먼저 만나자고 하는 허예나에 양혁수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이 시작되었다. 사진으로 얼굴을 확인했으니 허예나의 얼굴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저도 모르게 내일의 만남이 기대되었다.양혁수는 이런 기대를 단순한 호기심으로 치부하였다. 온라인으로 만난 친구를 만나면 설레는 마음과 같은 거로 생각했다.[그래.]양혁수의 대답에 변여름은 입꼬리를 올렸다.[오늘은 더는 연락하지 못할 것 같아요. 엄마가 너무 속상해하셔서 곁을 지켜드려야 할 것 같아요.][응. 너도 일찍 쉬어.]평소와 다름없는 안녕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양혁수가 일정을 앞당겨 돌아온 건 허씨 가문에 조문하러 가기 위함이 맞았다.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허예나의 처지를 생각하니 가문에서 당하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비행기에 오르면서도 양혁수는 이런 자신이 어이가 없었다.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여자에게 이렇게 마음을 쓰다니. 정말 말이 되지 않았다.하지만 주선으로 만난 사이이고 그동안 그렇게 많은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았으니 정이 든 것도 당연했다.다른 한편, 변여름은 핸드폰을 내려두고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 잠에 들 수 없었다.두근거리는 이유를 굳이 꼽자면, 양혁수의 마음속에 허예나가 들어선 걸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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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4화

양혁수는 멍하니 셔터가 떨어지는 걸 지켜보았다. 작은 문부터 셔터까지 거리가 있었는데 죽을힘을 다해서 달리지 않는 이상 탈출하는 건 불가능했다.솔직히 말해 양혁수는 그렇게 전력 질주하는 게 귀찮았다.그리고 굳이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셔터가 고장으로 인해 오작동한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딸깍.셔터가 아예 닫히고 차고의 전등도 모조리 꺼졌다.순식간에 차고 안은 암흑이 되었다.‘허.’‘역시. 그러면 그렇지.’‘나를 먼저 만나자고 한 건 다 이유가 있겠어.’7년 전이었다면 양혁수는 바로 작은 문을 걷어차고 내키는 대로 움직였을 것이다.그러나 나이를 먹고 나니 인내심이 는 건지 어린아이의 수작에 그렇게 화를 내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침착하게 핸드폰을 찾아 손전등을 켰고 켜자마자 작은 문의 손잡이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양혁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문 뒤의 사람도 그 자리 그대로 멈췄다.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양혁수는 쯧 하고 소리를 내며 몸을 돌렸다.그리고 예상대로 문이 열렸다.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양혁수의 뒤로 들려왔다.“이게 네가 날 만나자고 한 이유야?”말을 마치자마자 등 뒤로 다가온 소녀는 바로 양혁수를 덥석 안았다. 자연스러운 손놀림이 마치 몇 번이고 시물레이션을 해본 것 같았다.“...”양혁수는 핸드폰을 들어 주변을 환하게 비추려 했다.그러나 등 뒤의 사람이 한 발 더 빨랐고 양혁수의 손을 잡고 핸드폰을 빼앗았다.양혁수는 당연히 핸드폰을 뺏기지 않으려 했다.하지만 순순히 핸드폰을 내어준 건, 차에서 내리며 외투를 걸치지 않아 얇은 셔츠만 입은 상태에서 등 뒤로 소녀의 말랑한 볼이 느껴져 반항할 의지가 사라진 것이었다.핸드폰을 뺏기고 2초 뒤 주변은 다시 캄캄해졌다.보통 캄캄한 게 아니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양혁수는 차라리 두 눈을 감았고 속으로 욕을 읊조렸다.‘하. 미치겠네.’“손 풀어.”그리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변여름은 고분고분 손을 풀고 망설임 없이 양혁수의 앞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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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화

“지금이라도 전등 켜면 방금까지는 장난이라고 쳐줄게.”양혁수의 말에 변여름이 바로 말을 이었다.“오빠, 혹시 내가 못생겼을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굳이 얼굴을 보이지 않을 이유가 있어?”변여름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양혁수의 손을 잡고 서서히 제 얼굴에 내려놓았다.“직접 만져보세요. 이목구비가 어떤지 확인해 봐요.”양혁수는 침묵했다.손끝에 닿는 온도는 조금 차가웠고 피부는 깐 달걀처럼 매끈하고 보드라웠다.소녀는 양혁수의 손에 얼굴을 비비며 제 이마와 코와 입술이 손에 닿도록 했다.“어때요?”변여름은 낮은 소리로 물었고 양혁수는 몰래 숨을 참았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문 채로 손을 휙 뺐다.“눈, 코, 입은 제 위치에 있네. 그럼 못생긴 건 아니지 뭐.”“제대로 만져봐요.”소녀는 다시 손을 잡아당겨 제 머리 위로 내려놓았다.양혁수는 손가락을 움찔했고 손끝에 머리핀이 닿았다.변여름은 잠시 멈칫한 양혁수가 느껴졌고 말을 덧붙였다.“내가 산 머리핀인데 고양이 캐릭터예요.”“...”‘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거야.’그런 생각을 하며 양혁수는 또 손을 빼내려 했다.그러나 변여름은 그 손목을 잡고 절대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그렇게 잡힌 양혁수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고 갑자기 유치한 생각이 떠올랐다.변여름은 양혁수를 계속 놀려주려 했으나, 예상과 달리 양혁수는 풀어 헤친 변여름의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쓸어 넘겨주고 정확하게 귀를 잡고 힘을 주어 잡아당겼다.“...”“오빠!”양혁수는 장난이었으나 가빠진 상대의 숨소리에 바로 힘을 풀고 손을 거뒀다.이에 변여름은 입을 삐죽였다.‘왜 손을 거두고 그래. 조금 놀란 거지 만지지 못하게 하려는 거 아니었는데.’양혁수는 아예 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었다.“대체 뭐 하자는 거야?”“아무것도 아니에요. 추모식 말고 오빠 따로 만나고 싶어서 그랬어요.”변여름은 아주 솔직했고 제 감정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양혁수는 살짝 찌푸리던 인상을 풀었으나 일부러 계속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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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6화

양혁수는 순순히 차에 올랐다. 사실 고분고분 차에 오른 건 빠르게 차 안의 전등을 켜버려 소녀를 깜짝 놀라게 할 생각이었다.그러나 차에 오르고 변여름은 양혁수의 옆자리에 찰싹 붙었고 점점 더 다가왔다.되레 당황한 건 양혁수 쪽이었고 밀어내지도 못해 몸을 살짝 옆으로 돌렸다.“지금 뭐 하는 거야?”“잠시면 되니까 그대로 움직이지 말고 계세요.”“바른대로 말해. 뭐 하려는 거야?”“설마 내가 허튼수작이라도 부릴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그럼 내가 걱정하지 않게 됐어? 넌 정말 그럴 것 같단 말이지.”“최대한 참아 볼게요.”변여름은 한 손으로 양혁수의 어깨를 꾹 눌렀다.만약 양혁수가 반대 손을 뻗는다면 바로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변여름이 조금만 더 과감한 사람이었다면 양혁수의 다리 위를 올라탈 수도 있었다.그 모든 가능성이 양혁수의 머릿속을 스치고 있는데 눈가에 천 조각이 느껴졌다.긴 천 조각은 정확하게 양혁수의 눈을 덮었고 은은한 향기가 풍겨왔다. 변여름은 조심스럽게 양혁수의 뒤통수에 매듭을 지었다.“이건 오빠 차니까 오빠가 전등이라도 확 켜버리면 내가 얼마나 놀라겠어요? 그러니까 혹시나 해서 오빠 눈을 가려야겠어요.”“...”‘대체 무슨 의심은 그렇게 많은 건지.’변여름은 점차 렌즈에 적응이 되어 어둠 속에서도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으나 주변이 온통 깜깜한 탓에 양혁수의 표정까지 보이지는 않았다.그래서 상상으로 눈을 가린 양혁수의 모습을 떠올렸고 부드러운 손놀림과는 달리 머릿속엔 아주 불순한 생각만 가득했다.지금이라도 전등을 켜고 그 모습을 눈에 담고 싶었다.“자. 다됐어요.”변여름은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손을 내렸다.양혁수는 두 손을 어디에 두면 좋을지 몰랐고 긴 한숨을 푹 내쉬었다.“얌전히 제 자리에 앉아. 안 그러면 전등 확 켤 거니까.”“네네. 알겠어요.”변여름은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고 고분고분 옆자리에 앉았다.천 조작은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런 속박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양혁수는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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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7화

변여름은 아기 새에게 먹이를 먹이는 것처럼 양혁수에게 음식을 넘겨줬다.“배불러.”양혁수가 멈추라고 하자 변여름은 아쉬운 마음에 남은 과자 한 조각을 제 입에 넣었다.양혁수는 그래도 오늘 저택을 찾은 그 목적을 잊지는 않았다.“아버지 화장 날짜는 정했어?”“내일이에요.”양혁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설마 다른 사생아가 찾아올까 봐 큰어머님이 급하게 화장 날짜를 잡은 거 아니야?”“네. 맞아요.”변여름은 허현무에 대한 질문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허예나 본인도 허현무에게 남은 감정이 없었다.그래도 사건이 마무리된다면 변여름은 허예나 모녀가 편히 지낼 곳은 마련해 줄 것이다.양혁수는 허예나가 적어도 유산에 관해 얘기를 꺼내며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한참이 지나도 허예나는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사방이 캄캄해 상대가 잘 보이지는 않아도 양혁수는 상대가 저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이유가 유산 쟁탈이 아니라 고작 연애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이런 생각을 하는데 변여름이 양혁수를 불렀다.“오빠, 차에 마실 물 있어요?”시간이 지날수록 양혁수는 허예나의 목소리가 점점 더 잠기는 걸 발견했다.그래서 손을 더듬어 생수를 찾아 허예나에게 건넸다.변여름은 생수를 받아쥐고 손쉽게 그 뚜껑을 열었다.그러나 이미 누군가 마신 건지 새 생수를 따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두 사람은 모두 당황해 버렸다.생각해 보니 양혁수가 방금 마셨던 물 같았다.“앞에 있는 새 생수 가져다줄게.”변여름은 그 말을 무시하고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그 물을 마시는 소리가 귓가에 아주 선명하게 들렸다.‘쯧.’그냥 물을 마셨을 뿐인데 긴장한 양혁수가 느껴져 변여름은 그 상황이 조금 웃겼다.변여름은 이런 양혁수를 빤히 보다가 생수 뚜껑을 닫고 양혁수의 손에 생수를 쥐여주었다.양혁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생수를 원위치에 내려놓았다.그때, 변여름은 양혁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고 양혁수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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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8화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양혁수가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변여름이 대답했다.“잠깐 기대고 있는 것도 안 돼요?”“...”양혁수는 길게 심호흡하고 뒷말은 삼켰다.이에 만족한 변여름은 양혁수의 오른쪽 팔에 더 바짝 다가가고 깍지 낀 손에도 더 힘을 주었다.양혁수는 과감하게 다가오는 허예나의 행동에 조금 적응이 된 것 같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상황이 점점 의아하게 느껴졌다.왠지 허예나는 처음부터 자신을 노리고 지금껏 모두 계산된 행동으로 움직인 것 같았다.“예나야.”변여름이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양혁수를 바라봤다.양혁수도 변여름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우리 혹시 전에 알던 사이이니?”의문문이었지만 왠지 확신에 찬 말투였다.변여름은 양심에 찔려 조금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그럼 날 기억은 해요?”“...”양혁수가 기억을 할 리가 없었다.그전에도 종종 이런 의심을 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허예나를 과거에 만난 적이 없는 것 같았다.“넌 날 알고 있었던 거지?”양혁수는 질문을 바꿨다.하지만 변여름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익숙함을 느끼는 양혁수에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양혁수는 정말 과거에 허예나와 친분이 있었는데 자신이 홀라당 잊어버리는 무례를 저질렀을까 걱정을 했다.한참 침묵이 흐르고 변여름은 솔직하게 말했다.“맞아요. 난 오빠를 알고 있었어요.”“그리고 오빠를 노리고 온 것도 맞아요. 주선 상대가 오빠가 아니었다면 돈을 억만으로 줘도 하지 않았을 거예요.”양혁수는 변여름의 말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대신 상대를 향한 호기심이 점점 더 커졌으며 왼쪽 손은 저도 모르게 조명 버튼을 찾았다.궁금증이 발동하는 순간 양혁수는 행동으로 옮겼다.고민하고 망설이는 건 전혀 양혁수다운 행동이 아니었다.대체 지금 눈앞의 이 사람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딸깍. 조명 버튼이 켜지고 주변이 환해졌다.갑자기 변덕을 부린 양혁수에 변여름은 헛숨을 들이마시었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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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9화

진심으로 보이는 변여름의 말에 양혁수는 고개를 돌려 변여름을 바라봤다.천 조각으로 시야는 가려졌지만 왠지 시선이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변여름은 손을 들어 양혁수의 눈썹을 쓸었다.작게 소름이 돋은 양혁수는 변여름의 손길을 피하며 말했다.“그래. 네 말 믿을게.”변여름은 몰래 입꼬리를 올렸다.차고 밖은 점점 더 소란스러워졌고 시간을 확인한 변여름은 더는 지체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가문 저택에서 제 멋대로 굴 수는 없었다.그래서 양혁수의 품에 안겨 있던 변여름은 뺏았던 양혁수의 핸드폰을 다시 돌려주고 안대도 다시 정돈하며 말했다.“오빠 나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내가 내리기 전까지 안대 벗지 않기로 약속해 주면 안 돼요?”“알겠어.”변여름은 양혁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물끄러미 바라봤다.“아까 오빠가 뱉은 말은 꼭 지킨다고 그랬잖아요.”“...”양혁수는 반박하지 않았고 변여름은 입꼬리를 올렸다.하지만 이렇게 떠나긴 아쉬웠던 변여름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양혁수를 카메라에 담았다.이상함을 느낀 양혁수는 단번에 변여름의 손목을 낚아챘다.“뭐 하는 거야?”“사진 한 장만 찍으려고요.”변여름은 솔직하게 말했다.“너 지금 안 가면 바로 이 안대 벗어버릴 거야.”지금 양혁수가 하고 있는 건 평범한 천 조각이 아니었다. 검은색 레이스가 붙은 조각이 눈가를 감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양혁수는 알지 못할 것이다.변여름은 알겠다고 대답은 했으나 손놀림은 더 빨라졌다. 손을 높게 들고 양혁수가 방심한 사이 빠르게 버튼을 눌렀다.찰칵 소리와 함께 플래시가 켜졌다.양혁수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고 혼내기도 전에 변여름은 양혁수의 손아귀에서 도망쳐 빠르게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오빠. 나 진짜 가볼게요.”너무 가까워진 거리에 양혁수는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양혁수는 인상을 더 찌푸렸으나 감히 변여름을 혼내지는 못했다.그리고 긴 한숨을 뱉고 있는데 변여름이 안대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이건 첫 만남 선물로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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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기사가 돌아오고 양혁수는 무표정으로 안대를 외투 주머니에 숨겼다.“어디 다녀오신 거예요?”양혁수의 질문에 기사는 난처해하며 말했다.“오늘따라 배가 아파서 화장실 좀 다녀왔습니다.”잘은 모르겠지만 허씨 가문 도우미가 내준 차를 마시고 갑자기 배가 끊어지게 아팠다.양혁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이게 우연일 리는 없어. 누군가 수작을 부린 거지.’허예나는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늘 낮은 자세로 보였지만 지금 보니 허현무 본처도 허예나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 같았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기사가 물었다.“추모식을 찾은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데 지금 바로 들어가시는 게 어떨까요?”“그래요.”기사가 문을 열며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저기 가장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바로 허씨 가문의 장남인데 소문에 따르면 아주 음흉하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장사는 돈이 안 된다고 더러운 일만 골라서 한다고 해요.”양혁수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양혁수는 내부로 통하는 문이 아닌 다른 사람들처럼 정문으로 정원을 향했다. 그리고 방금 기사의 말을 곱씹으며 자기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했다.허예나는 작은 수작은 부려도 허씨 가문 장남 같은 사람에게 걸린다면 죽어도 자신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한 건지 알지 못할 것이다.다른 한편 저택 안에서.변여름이 드디어 돌아오자 허예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금방 떠날 거니까 오빠가 가면 예나 씨도 나가세요. 괜히 마주치지 말고요.”“네. 알겠습니다.”변여름은 다시 작은 방으로 돌아가 창가에 기대 밖을 바라봤다. 감히 커튼을 완전히 열지는 못하고 작은 틈 사이로 밖을 훔쳐봤다.허예나는 이런 변여름을 힐끔대며 이상하게 생각했다.허예나와 변여름의 첫 만남은 사실 변여름의 납치로 시작되었다. 허예나는 이번엔 정말 죽겠구나 싶었는데 변여름이 갑자기 거액을 제시하며 거래하자고 했다.변여름은 돈을 건네며 한강시에서 가장 기세 높은 그 남자를 속이자고 했고 허예나는 속으로 변여름이 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변태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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