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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0화

Aвтор: 라오
양혁수는 오후에 세운에 도착했다. 거래처 대표와 함께 점심을 나눈 뒤 저녁에는 테니스 약속이 있었다.

아직 시간이 남아 그는 양지원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청했다.

양지원과 양혁수는 자주 통화했지만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반년 전이었다. 두 사람 모두 바빴고 최근 두 달간 양석진이 중요한 업무를 맡으면서 양지원 역시 여러 차례 귀빈을 접대하느라 자식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네가 올 수는 없어? 꼭 내가 네 사무실까지 가야 해?”

“양지원이 전화 너머로 투덜거리자 양혁수는 의자에 기대어 느긋하게 말했다.”

“내가 거기로 가서 양석진 씨를 만나면 어떻게 해요?”

“뭐가?”

“양석진 씨를 삼촌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아니면 아빠라고 해야 하나요?”

양지원이 말했다.

“...아빠라고 부르면 뭐 어때?”

“내가 낯가려서 못 부르겠어요.”

“그냥 핑계 대는 거잖아.”

양지원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만 해요. 할머니도 됐고 엄마도 이제 성격을 좀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변해야죠. 좀 더 성숙해지고 혼자 운전해서 나를 만나러 와요.”

양혁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내가 신선한 코코넛 두 개도 가져왔어요.”

양지원은 다시 한번 황당하다는 듯 침묵했다.

“...정말 효자네.”

‘그 먼 곳에서 코코넛을 가져오다니.’

양혁수가 웃으며 덧붙였다.

“감동이죠? 감동했으면 빨리 와요. 늦으면 난 집에 갈 거예요.”

“집에 가. 몇 달만 더 안 보면 넌 다른 사람 아들 될 거야. 어차피 내게는 아들이 있어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양혁수는 피식 웃었다.

결혼 후 오히려 더 어려지고 젊어진 듯한 양지원을 보며 그는 새삼 그녀가 마음 편히 잘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예전보다 말투는 부드러워졌고 차가운 기운 대신 애교스러움이 묻어났다.

‘참 좋네.’

가벼운 대화가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양시연이 둘째를 임신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 문득 양혁수는 양시연과 닮은 그 얼굴을 떠올렸다. 순간적으로 입을 열었지만 허예나에 대한 질문이 튀어나올 뻔한 걸 깨닫고 곧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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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혁수는 숟가락에 닿는 걸 느끼며 조심스레 입에 넣었다.그러나 국물 맛은 여전했으며 짭짤한 새우젓의 맛만 추가되었을 뿐이었다.말없이 입안의 것을 씹고 있는데 변여름이 물었다.“입에는 맞아요?”“그래...”변여름은 다행이라며 중얼거렸고 자연스럽게 양혁수의 숟가락 위로 반찬을 집어주었다. 양혁수는 본인이 우연히 반찬을 집은 건지 아니면 반찬이 밥에 잘 섞여 있던 건지 구별이 되지 않았지만 애써 무덤덤하게 입에 넣고 국물도 한술 떴다.양혁수는 본인의 의지대로 스스로 밥을 먹었고 변여름도 자신이 먹여주겠다고 떼를 쓰지 않고 몰래 집어주고 있으니 두 사람 분위기도 차츰 풀렸다.하지만 몰래 반찬을 집어주는 것도 사실 먹여주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이었다.양혁수가 이를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고 변여름은 어느새 깨끗하게 씻은 딸기를 양혁수 입가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아...”그러나 양혁수는 입을 벌리지 않고 손으로 받으려 했다.“오빠는 손도 안 씻었잖아요.”“...”겨우 딸기 하나라는 생각에 양혁수는 못 이기는 척 입을 벌렸다.그렇게 물꼬를 트고 나니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일이 번졌다.딸기에 이어 변여름은 손수 치킨을 한입 크기로 잘라 양혁수에게 건넸다.그렇게 한입씩 먹여주며 변여름이 말했다.“오빠가 자고 있을 때 연락이 네 통 정도 걸려 왔는데 하나는 지원 이모이고 다른 전화는 회사 사람인 것 같아요.”입을 꾹 다물고 있던 양혁수는 핸드폰을 건네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변여름이 건네온 치킨에 말문이 막혔다.“오빠, 이 집 치킨 맛있으니까 많이 먹어요.”양혁수는 입 안 가득 찬 치킨에 말을 잇지 못했으나 변여름은 양혁수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알아서 핸드폰을 건넸다.그러다 보니 양혁수는 지금 변여름이 자신을 ‘먹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고 아주 자연스레 변여름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변여름이 질문을 이었다.“조원희라는 사람이 두 번이나 전화를 걸었는데 다시 걸까요?”두 번이나 걸었다는 건 필시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설명했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55화

    “오빠, 다른 사람이 오빠를 돌보는 건 내가 못 믿겠어서 그래요.”양혁수는 속으로 생각했다.‘네가 날 돌보는 게 더 말이 안 되는 일이야.’변여름은 그런 그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 아무 말없이 손을 잡아 화장실로 이끌었다. 문을 열고 세면대 근처까지 안내한 뒤 침착하게 설명했다.“오빠, 화장실 공간이 좀 작아요. 왼쪽으로 1미터 가면 변기이고 난 바로 밖에 있을 테니까 끝나면 불러요.”말을 마치자마자 변여름은 조용히 문을 닫고 얌전히 문 앞에서 기다렸다.양혁수는 더 이상 변여름과 말다툼할 여력이 없었다. 지금 당장 급한 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정말 큰 일이었다.“변여름.”“네. 저 여기 있어요.”“멀리 떨어져.”“아...”잠시 뒤, 문밖에서 변여름이 침대에 앉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변여름은 두 손 검지손가락을 귀에 쏙 집어넣고는 친절하게 외쳤다.“오빠, 나 귀도 막았어요!”“...”얼마 후, 양혁수가 화장실에서 나왔다.변여름은 어느새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창문을 등지고 앉은 양혁수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수다를 들었다. 어제 결혼식 이야기를 하는데 그 누구도 두려운 기색은 없었으며 오히려 웃음소리까지 섞여 있었다.이 집안 사람들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친구들까지도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이 근처 1km 반경 안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인간은 자기 혼자뿐인 것 같았다.양혁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가만 생각해 보니 그동안 양혁수는 안일하고 평온한 일상에 익숙해졌고 이번 일은 꽤나 오랜만에 겪는 황당한 사건이었다.옆에서 변여름은 뜨거운 국밥을 숟가락으로 저으며 온도를 식히고 있었다. 그러다 양혁수의 작은 움직임에도 관심을 보였다.“너희 가문에는 이런 일이 자주 있는 거야?”“아니요.”변여름은 침착하게 답했다.“우리도 오랜만에 겪는 일이에요. 이번 일은 그냥 사업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벌인 짓이래요.”양혁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변씨 가문 사업에 사고가 안 나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54화

    “그럼 뭐라고 말해야 하나요?”“무조건 괜찮다고 말하세요. 만약 문제 생기면 본인의 눈을 대신 주겠다고 말이에요!”양혁수가 눈을 뜨기도 전에, 먼저 들려온 건 노지혜가 의사를 윽박지르는 소리였다.양혁수는 천천히 몸의 감각을 확인했다. 팔다리는 멀쩡했고, 감각도 정상이었다. 다만 눈앞이 온통 어두웠지만 실명한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 문이 열렸고 들어온 사람은 변여름이었다. 변여름은 들어오자마자 노지혜와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의사는 지체 없이 대답했다.“아무 문제없습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제 눈을 바치겠습니다!”“...”이제 변여름이 대답할 차례였으나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대신 종이를 넘기는 사각거리는 소리만 들렸다.한참 후에야 변여름이 입을 열었다.“됐어요. 이제 가보셔도 돼요. 여긴 제가 있을게요.”“네네! 알겠습니다!”의사는 마치 해방이라는 듯 밝게 대답하고 황급히 병실을 나갔다.양혁수는 조용히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변여름.”그 순간, 변여름이 얼마나 빠르게 다가왔는지 침대 옆으로 바람이 일렁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오빠! 깨어났어요?”“응.”양혁수는 변여름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지금 내 상태는 어때?”“눈꺼풀이 유리 파편에 긁혔지만 안구는 문제없대요.”그 말을 듣자 양혁수는 안심하며 긴 숨을 내쉬었다.변여름은 양혁수가 행여나 걱정할까 봐 말을 덧붙였다.“지금 눈이 안 보이는 건 눈을 뜨지 못하게 고정 장치랑 붕대를 감아둬서 그런 거예요. 잠시 휴식하고 붕대를 풀면 정상적으로 돌아올 거예요.”“다른 건?”“미약한 뇌진탕이랑 등에 충격으로 인한 타박상이 있어요.”양혁수는 천천히 몸을 움직여봤고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앞이 보이지 않는 게 꽤 불안했다.“다른 사람들은?”“부상자는 있지만, 사망자는 없어요.”그건 그나마 다행이었다.변여름은 붕대로 가려진 양혁수의 눈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오빠, 미안해요. 내가 판단을 잘못해서... 그 길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53화

    양혁수가 변여름을 발견한 건 우연이었지만 그 이후로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자신을 계속해서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심스럽지만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시선이었다.그때 음악이 울려 퍼지며 결혼식이 시작되었다.양혁수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어디에서 차를 탈 거냐는 비서의 질문에 답장을 보냈다.식장은 축복의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신부가 드디어 신랑 앞에 마주했고, 주례는 뻔한 멘트를 읊기 시작했다.양혁수는 시큰둥했다. 아침부터 그 쌍둥이들한테 시달려서인지 아직도 정신이 혼미했다.미간을 지그시 누르며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변여름이 양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어설프게 각도를 조절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충 봐도, 자기랑 같이 찍히려고 하는 것 같았다.휴대폰 화면에 뭐가 찍혔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변여름이 잠깐 동작을 멈춘 걸 보니, 마침 양혁수가 쳐다보는 순간이 찍힌 모양이었다.스크린 속에서 서로의 시선이 맞닿는 묘한 순간 변여름이 망설이지 않고 셔터를 눌렀다.찰칵!양혁수는 변여름의 뻔뻔한 태도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피식 나갔다.그렇게 두 사람은 말없이 몇 초간 시선을 마주했다.그런데 그때.콰과광!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발음이 식장을 뒤흔들었다.순간적으로 엄청난 충격이 몰아쳤고, 사방에서 날아온 파편들이 양혁수를 비롯한 주변의 하객들을 노렸다.그리고 비명과 구조 요청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폭탄이야!”정신을 차린 양혁수는 힘겹게 몸을 지탱하며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아직 경호원들이 도착하지 않았는데 누군가가 그의 손목을 잡아챘다.“오빠! 이쪽으로 가요!”변여름이었다.지금은 시시비비를 따질 때가 아니었고 양혁수는 곧장 변여름을 따라 움직였다.하객들은 모두 호텔 밖으로 도망치고 있었지만 변여름은 반대로 움직였다. 양혁수를 데리고 호텔 내부로 들어가, 가장 외진 길을 선택해 빠르게 이동했다.그리고 무선 장비를 이용해 가족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전원이 무사하다는 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52화

    와이너리.노지혜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 위층을 확인하더니 여유롭게 머리카락 한 올을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두 사람 떠났어.”변여름은 테이블에 엎드린 채로 노트북을 조작했고 영상을 앞으로 당겨 양혁수와 변백호가 투덕거리는 장면을 되돌아봤다.노지혜도 관심을 보이더니 콕 집어 이렇게 말했다.“백호 오빠가 이겼네.”변여름은 노지혜를 힐끗 쳐다보았고 노지혜는 미소를 지었다.그러자 변여름은 안 보여줄 거라는 듯이 아예 노트북을 옆으로 밀어버렸다.“...”“아, 근데 말이야. 네가 고백했을 때 혁수 씨 반응 어땠어?”변여름은 턱을 괴고 다시 영상의 타임라인을 조정했다. 이번엔 양혁수가 카메라를 쳐다보던 순간을 되돌려보았다.“우리한테 들킨 거 알고 있었네.”“어쩐지 네가 심하게 오글거리더라.”변여름은 아무렇지 않은 듯 굴었지만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그러게 왜 날 그렇게 매몰차게 밀어낸 거야.’‘난 그냥 고백만 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것도 못 하게 하고. 흥’노지혜가 다시 다가와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근데 이제 두 사람 모두 자리 비웠는데 약 정말 줘?”“음... 일단 지혜 씨가 갖고 있어요.”노지혜는 단번에 눈치챘고 변여름의 어깨를 감싸안더니, 귀에 대고 더 위험한 계획을 속삭였다.변여름은 순진한 얼굴로 연신 손을 휘저으며 거부 의사를 표했지만 눈이 반짝거렸다.양혁수는 변여름이 일부러 그랬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질질 끌지 않고 고백 같은 건 아예 못 하게 단칼에 잘라, 최대한 빨리 집에 돌려보냈다.하지만 변여름은 꼭 끝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그래서 할 수 없이 양혁수는 변여름을 애써 모른 척했다. 평소처럼 행동하면서 결혼식이 끝나는 대로 곧장 떠날 계획을 세웠고 앞으로 엮일 일은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그런데, 밤에 혼자 있으면 자꾸 변여름 생각이 났다.‘대체 내 어디가 좋다는 거야?’‘몇 년 동안 얼굴도 자주 못 봤고... 그때는 완전 어린애였는데?’어린아이의 짝사랑이니 그렇지 상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51화

    변백호는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양혁수는 이런 변백호를 옆에 꼭 잡아 두고 계속 타자를 했다.[그러니까. 너한테 그런 재주가 있을 리가 없지.]“...”변백호는 길게 한숨을 내뱉고 핸드폰을 빼앗아 들더니 토독토독 타자를 했다.[대단한 실력자이신 네가 그럼 우리 가문 유전자 개량에 힘 좀 써보지 그래?][그러니까 내 매부가 되어줘.]그리고 서늘한 미소를 짓는 이모티콘까지 덧붙였다.양혁수는 코웃음을 치며 휴대폰을 되찾아왔고 아래층에서 여전히 소녀들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변여름이 말했다.“난 엄마가 하도 눈치를 줘서 도운 것뿐이에요.”“엄마가 그러는데 오빠가 지혜 씨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으니 나더러 오빠가 빠져나갈 구실을 만들어 주라고 했단 말이에요.”양혁수는 옆에 앉아 있는 변백호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눈빛엔 장난기가 스쳤다.변백호는 무표정하게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노지혜는 집요하게 변여름을 부추겼다.“바로 그거야! 어쩌면 혁수 씨도 그런 구실이 필요할 수도 있잖아? 그러니까 내 말 대로 먼저 혁수 씨 마음을 잡고 다시 내 방법대로 해.”“거절할게요.”“왜?”“내가 오빠를 많이 좋아하니까요.”소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으며 그냥 사실을 말하는 듯했지만, 그 안엔 단단한 확신이 배어 있었다.“난 오빠가 정말 좋아요.”변여름이 한 번 더 강조하자 노지혜는 입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재미없어.”“좋아하면 그냥 덮쳐야지.”“싫어요. 혁수 오빠가 싫어할 거예요.”“너 진짜 재미없다.”노지혜의 한숨 섞인 투정과 함께 순간 침묵이 흘렀다.조금 전까지 변백호를 놀리던 양혁수는, 예상치 못한 변여름의 고백에 바짝 굳어버려 변백호 옆에 조용히 서 있었다.변백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미소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양혁수를 바라보았다. 아까 자신이 당한 걸 그대로 돌려주는 듯한 얼굴이었다.그리고 휴대폰을 꺼내는 것도 귀찮았는지 변백호는 다시 양혁수의 폰을 빼앗았으며 잠금 해제를 하고 재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50화

    변여름은 정말 집에 없었고 양혁수는 도착한 지 하루가 다 지나도록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변씨 가문에는 가족 인수가 많아 평소에는 모이기 힘들었지만 이번에는 온 가족이 모두 모였다.양혁수는 예전에 해외에 있을 때 변씨 가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성격이 잘 맞아 변백호의 어머니는 그를 아들처럼 여겼고 양혁수는 자신을 낯선 사람처럼 생각하지 않고 변씨 가문에 오면 자유롭게 행동했다.이번에는 달랐다. 변여름이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양혁수는 함부로 돌아다니지 않았다. 그는 가장 한적한 방을 요구했고 결혼식 전까지는 운동하고 식사하는 것 외에는 혼자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변씨 가문 사람들을 최대한 피했다.결혼식 전날 저녁 양혁수는 야외 수영을 마친 뒤 식당을 지나가다가 가까운 가정부에게 식사를 방으로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나오는 길에 마침 변여름과 마주쳤다.그는 흰색 긴 잠옷을 입고 간단한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머리는 축축하게 젖어 물이 뚝뚝 떨어졌다.변여름은 긴팔 옷과 긴 바지를 입고 책가방을 메고 있었으며 품에 책을 안고 있었다.두 사람이 마주치자 잠시 멈칫했다.양혁수는 변백호의 말을 듣지 말고 호텔에 머물러야 했다고 후회했다.그는 입술을 꽉 깨물며 어른다운 품위를 지키려 애쓰며 먼저 말을 걸려고 했다.그런데 변여름은 아무 말 없이 그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인사를 한 후 빠르게 그를 지나쳐 걸어갔다.양혁수는 그 자리에 서서 앞으로 떨어지는 두 장의 나뭇잎을 바라보았다. 어이없다는 생각이 최고조에 달했다.‘칙.’불쾌한 표정을 짓고 그는 병뚜껑을 열어 물을 반 컵 마시며 얼굴을 찌푸린 채 위층으로 올라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변백호가 그를 술자리에 초대했다.양혁수는 짜증이 났지만 두 잔 정도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변씨 가문의 와인 저장고는 엄청나게 컸다. 안팎으로 세 겹으로 되어 있었고 마치 도서관 같았다.두 사람은 직접 내려가 와인을 고른 뒤 양혁수는 가장 비싼 와인만 골랐다.와인을 들고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49화

    양혁수는 결국 변씨 가문에 가기로 결심했다. 양지원의 역지사지 전략 때문도 아니었고 변여름 때문도 아니었으며 변백호 때문이었다.그는 친구가 많지 않았고 그중에서도 변백호는 높은 위치에 있었다.10년 넘게 쌓아온 우정이 변여름의 장난 때문에 틀어질 이유는 없었다.그는 변씨 가문에 머물지 않으면 아마 변여름을 만날 일도 없을 것이고 단지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뿐이었다. 11월이 되자 날씨가 적당해졌다.그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변백호가 직접 그를 마중 나왔다.변백호를 만나자마자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양혁수는 짐 가방을 변백호에게 던지고 마치 대장처럼 앞장서서 걸어갔다.변백호는 이미 익숙했다. 예전에도 그의 건방진 태도를 참아냈고 이번에는 여동생이 사고를 쳐서 약간 찔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짐을 들어주는 정도는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공항을 나서자 양혁수는 뒷좌석으로 향했다.그때 두 명의 인형 같은 아이들이 나타났다.“안녕하세요.”달콤한 목소리로 동시에 인사를 건넸다.양혁수는 전혀 배려하지 않고 쾅 소리와 함께 차 문을 닫고 조수석으로 향하며 차에 탄 변백호에게 불쾌한 시선을 보냈다.변백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꼭 따라와야 한다고 해서 달래도 소용없었어.”양혁수는 말이 없었다.노지혜가 낳은 이 두 아이는 마치 악마의 화신 같았다.지금은 여섯 살이지만 몇 년 전에 아주 어렸을 때 알록달록한 큰 거미를 들고 변백호의 베개 밑에 숨겨 놓았다. 한밤중에 변백호 거의 기절할 뻔했다.양혁수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지만 내내 졸면서도 신경은 예민했다.이상하게도 이 두 아이는 내내 조용했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변백호는 뒤를 돌아보았지만 두 아이는 각자 카메라를 들고 양혁수를 계속 찍고 있었다.“너희 뭐 하는 거야?”작은 여자아이 하니가 먼저 대답했다. 목소리는 달콤하고 순수하며 설탕을 입힌 사과 같았다.“마크가 영상을 찍으면 고모랑 뭐든 바꿔줄 수 있다고 했어요.”작은 남자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양혁수가 움직이지 않는 틈을 타 그의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48화

    “도대체 무슨 일이야? 회사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양지원은 모르는 척했다.양혁수가 양지원을 바라보자 그녀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양혁수는 콧방귀를 뀌었다.“...쳇.”양지원은 어이없었다.“...”‘이 녀석.’그녀는 혀를 차더니 휴지를 던져 그의 어깨를 툭 쳤다.‘누구한테 감히 쳇이야?’양혁수는 차갑게 말했다.“변백호, 그 입이 가벼운 놈이 또 다 말했죠?”양지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꽤 영리하네.’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더 이상 숨기지 않고 구경이라도 하듯 미소를 지었다.“왜? 변여름한테 당해서 마음 아파 집에 틀어박힌 거야?”양혁수는 인정하지 않았다.“대표는 연차 써서 그냥 쉬고 싶을 때 쉬는 거예요.”‘아무 이유도 없어.’양지원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변여름과는 무관해?”“꼬맹이 하나 때문에 내가 진지할 이유 없어요.”“그래.”양지원은 가방에서 초대장을 꺼내 그의 얼굴 옆에 툭 내려놓았다.양혁수는 흘끗 보았다.“뭐예요?”“변씨 가문의 둘째 아들 결혼식이야. 한 번 가봐.”양혁수의 머릿속을 변여름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는 별다른 고민 없이 거절했다.“안 갈 거예요.”“왜?”“귀찮아요.”“우리 두 집안이 가까운 사이인데 네가 안 가면 보기 좋지 않아.”양지원은 느긋하게 말하다가 문득 말투를 바꿨다.“아니면 변여름을 마주칠까 봐 가기 싫은 거야?”양혁수는 침묵했다.“...”그는 입을 열려고 했지만 양지원이 먼저 말을 꺼냈다.“아니지. 꼬맹이가 장난을 친 것뿐이야. 너는 어른이잖아. 그렇게 옹졸하게 굴지 마. 한번 가서 축하도 해주고 그 아이가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안심시켜.”“말이 쉽죠.”양혁수는 무의식적으로 반박했다.양지원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쳐다보았다.양혁수는 잠시 멈칫하며 이마에 주름이 더 깊어졌다.양지원은 그가 이렇게 답답해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고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내가 틀린 말 했어? 별일 아니잖아. 아니면...”그녀는 갑자기 비웃는 듯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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