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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Chapter 1161 - Chapter 1170

1172 Chapters

제1161화

변여름은 쪼그려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고개를 들어 양혁수를 바라봤다.양혁수가 눈을 다치지 않았다면, 지금쯤 분명 얼굴을 잔뜩 굳힌 채 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며 훈계를 늘어놓았을 것이다.그 생각만 하면 변여름은 미소가 새어 나왔고 잠기운에 반쯤 잠긴 두 눈을 비비며 말했다.“오빠, 저한테 그런 말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시잖아요. 저 같은 사람은 차라리 죄를 더 지으면 지었지, 억울하게 뒤집어쓰는 건 못 참아요.”양혁수는 미간을 팍 찌푸렸다. 그런데 변여름이 갑자기 손을 뻗더니 슬쩍 양혁수의 손을 잡았다.“저 오빠한테 키스한 적도 없고, 안아본 적도 없어요.”변여름은 아주 태연하게 한숨까지 쉬면서 말하는데, 그 말 속에 담긴 뜻이 분명했다.‘그러니까 괜히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이럴 거면 차라리 지금 제가 오빠한테 키스라도 해버릴까요?’이제는 아예 돌려 말할 생각도 없는 듯했다.다른 여자였으면 양혁수가 욕이라도 내뱉었겠지만 변여름한테는 뭐라 하기도 참 애매했다.‘이걸 정말 때릴 수도 없고, 함부로 욕도 못 하니 원 참...’하지만 양혁수는 눈이 안 보이니 그저 소파에 기대앉아 인상만 찌푸리고 있었다.그러자 변여름은 더 들이대지 않고 나지막이 말했다.“저는 그냥 오빠가 걱정돼서 그랬어요. 방에는 절대 들어가지도 않고 거실에서만 잤어요.”“난 노지혜 같은 사람 아니에요. 괜히 어설픈 짓 해서 오빠한테 책임지라고 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주무세요, 네?”본인도 어린애면서, 꼭 어린애를 달래듯 한 말투였다.양혁수는 그 말에 설득당하게 아니라 너무 피곤해 더 따질 기운이 없어 이 정도로 넘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며칠 후면 떠날 거고, 잠깐 변여름에게 져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했다.변여름은 그날 밤에도 거실에서 잤고, 양혁수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렇게 또 한 번, 양혁수가 본인의 원칙을 하나 내려놓았다.그다음 날, 낮잠을 자다가 몸을 살짝 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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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2화

쿵!양혁수는 혼자 바닥에 나가떨어졌다.급하게 침대를 벗어나려다가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너무 서둘렀고 뭔가에 걸려 넘어지고 만 것이다.변여름은 순간적으로 잠에서 깨어나 자리에 벌떡 앉았고, 양혁수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걸 발견했다.놀란 변여름은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왔다.“오빠! 괜찮아요?”양혁수는 단 1초도 더 변여름 옆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고 최대한 평온한 척하며 변여름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애썼다.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양혁수는 변여름이 뭐라 묻기도 전에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다행히 화장실로 가는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화장실 문이 닫히고 변여름은 그 앞에 서서 조용히 기다렸다. 상황을 되짚어 보니 방금 너무 깊이 잠들어 있었던 게 후회됐다.‘설마 나 안겼던 거야? 에이. 그냥 꿈이겠지.’변여름은 말없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다음 계획을 정하기가 어려웠다.그런 생각 하고 있는데 화장실 안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변여름은 움찔했다가 곧바로 문을 두드렸다.“오빠, 샤워하는 거예요?”‘설마 샤워기 소리인 건가? 눈 다친 사람이 무리하면 안 되는데!’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물소리는 계속됐다.양혁수가 진짜 화가 났다면 변여름도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사람을 시켜 상황을 확인해 봐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물소리가 멈췄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고 양혁수가 걸어 나왔다.변여름을 스치듯 지나칠 때 양혁수에게서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변여름은 아무 말없이 욕실로 들어가 무슨 상황인지 확인해 봤다.예상과는 달리 화장실 안에는 따뜻한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양혁수는 따뜻한 물을 전혀 쓰지 않은 것 같았다.‘지금 11월인데? 찬물 샤워를 했다고?’변여름은 양혁수가 너무 화가 나 풀 곳이 없어 이렇게 화풀이를 한 게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양혁수에게 다시 이런 식으로 다가가지 않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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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3화

붕대를 갈아주는 내내 변여름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양혁수는 그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용히 넘어가면 이 아침의 헤프닝도 그냥 없던 일처럼 흘러갈 수 있었다. 게다가 변여름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걸 보면 아마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그렇게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오후가 되자 담당 의사가 찾아와 눈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고정되어 있던 장치들을 모두 제거하고 당분간 붕대만 감으면 되었다. 비록 외출할 때는 보호안경을 착용해야 했지만 적어도 눈을 뜨고 앞을 볼 수는 있었다.붕대 아래 빈틈으로 시야가 확보되자 양혁수는 가장 먼저 주변을 훑어보았다.‘다행히 별문제 없군.’그러면 이제 도망칠 일만 남았다.‘오늘 밤, 무조건 떠나야 해.’드디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된 만큼 더 이상 미련 가질 이유가 없었다.이렇게 결정을 내린 후, 변여름이 혹시라도 방에 들이닥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변여름은 계속 나타나지 않았다.양혁수는 곧장 연락을 돌려 출발 시간을 조율하고 옷을 갈아입으며 짐을 간단하게 정리했다.그리고 침대 옆 서랍을 열어 짐을 꺼내려는데...‘뭐지?’서랍 안을 가득 채운 수상한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들이 ‘홀로 달랠 때’ 사용하는 그런 도구들이었다.‘뭐야, 이거?’비록 그 전에 눈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서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알고 있었고 이건 분명 이전에는 없던 물건이었다.그리고 생각해 보니 붕대를 풀기 전 변여름이 방을 여러 번 들락거렸고 서랍에도 손을 댔던 것 같았다.양혁수는 한숨을 뱉으며 서랍을 조용히 닫았다.‘변여름은 이미 눈치채고 이런 걸 준비한 거야... 정말 미친 거 아니야?’양혁수는 머리가 지끈거렸으나 시간이 촉박해 다시 서랍을 열어 신분증과 필요한 서류들을 챙겼다.그렇게 짐을 다 싸고 마지막으로 코트까지 집어 들려던 순간.“딸깍.”너무도 기가 막힌 타이밍에 딱 맞춰서 방문이 열렸다.양혁수는 선글라스를 쓴 채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좁은 시야안으로 변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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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4화

갑자기 변여름에게 안겨진 양혁수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노골적인 변여름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말했다.“이 손 놔.”변여름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손을 풀었다. 그리고 마주 향해 서서 양혁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양혁수는 머리가 지끈거렸고 바로 변여름의 곁을 지나쳐 떠나려 했다.“우리 사이 대화할 게 뭐가 더 있어? 한강시에서 이미 하고 싶은 얘기는 모두 끝났잖아.”‘이렇게 강하게 나오면 변여름도 별 수 있겠어?’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변여름은 웃음이 터졌다.‘이건 또 무슨 상황인 거지?’변여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오빠 지금 그렇게 강하게 나오면 아침에 있었던 일이 없었던 걸로 될 것 같아요?”“...”‘정말 미치겠네.’“오빠가 지금 떠나지 않고 남아준다면 앞으로 그 일을 입에 올리지 않을게요.”양혁수는 다친 눈 때문에 짙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게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안 그랬으면 당황한 표정이 그대로 변여름에게 전해졌을 것이다.양혁수는 애써 덤덤한 척하며 변여름을 지나치려 했다.“아침엔 아무 일도 없었어. 굳이 꼽자면 자꾸 선을 넘는 너 때문에 참다 참다 떠나려는 것뿐이니까.”그러나 변여름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었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로 한숨을 내뱉었다.‘오빠는 계속 이런 말투로 나랑 대화하려는 걸까? 나도 이젠 조금 화가 나는데, 어떡하지?’변여름은 이를 꽉 깨물고 협박하듯 말했다.“오빠 잊으셨나 본데 여긴 제 집이에요.”“...”“이런 식으로 저한테 굴면 저 정말 화낼 거예요.”변여름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양혁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그 날 지혜 씨가 나한테 어떤 말을 했는지 오빠도 들었을 거예요. 그러다가 내가 정말 그렇게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양혁수는 어느 날인가 이성을 잃은 변여름이 정말 무슨 사달이라도 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양혁수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지혜 씨가 어떤 얘기를 해줬는지 어디 한 번 말해보든가.”“어떤 게 듣고 싶은데요?”“네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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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5화

양혁수는 마음을 단단히 먹으려 했다. 그리고 이젠 정말 강하게 내치려고 하는데 변여름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이며 울리는 순간 마음이 자꾸 흔들렸다.잠시 침묵 끝에 양혁수가 입을 열었다.“여름아, 너 이러는 거 의미 없어.”양혁수는 본인이 솔직하게 말한다면 변여름도 다시 이성을 되찾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말을 꺼냈다.양혁수는 ‘의미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변여름이 꽂힌 건 그 앞의 호칭 ‘여름아’였다.양혁수가 처음으로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불러줬다.눈을 감싸고 있는 붕대 때문에 양혁수는 눈앞의 변여름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지 못했다.“그럼, 뭐가 의미 있는 건데요?”변여름은 양혁수가 자신을 다정하게 불러준 걸 보아 잠시 말할 기회를 주고자 했다.“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일에 노력해야 성과가 생기는 법이야.”“난 성공하지 못할 일에 노력하고 있는 거고요?”“나한테 넌 그냥 동생일 뿐이야. 난 널 좋아할 수 없어.”변여름은 입을 삐죽였다. 그저 동생이라는 말에 변여름은 기분이 확 잡쳤다.“오빠, 오늘 아침 날 품에 안았을 때도 난 그냥 동생이었어요?”“...”양혁수는 숨이 멎는 기분이 들었다.그러나 변여름은 양혁수를 봐줄 생각이 없는 건지 점점 더 몰아붙였다.“오빠랑 동생 사이에 그렇게 해도 되나 보죠?”“...”“아닐 것 같은데?”변여름은 제가 한 질문을 이어서 답하며 말했다.양혁수는 변여름이 제가 한 말은 하나도 여겨듣지 않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소귀에 경 읽기가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정말 그 상황이 백번 이해가 갔다.양지원은 양혁수가 골칫덩어리에 늘 아픈 손가락이라 했는데 변여름에 비하면 아주 순진하고 착한 아이가 따로 없었다.양혁수는 한참 고민하다가 어린아이 훈육하는 말투는 잠시 내려두고 진지하게 말했다.“오빠와 동생 사이를 떠나서 난 너한테 아무 감정 없어.”변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오빠가 시연 언니 좋아한다는 걸.”양혁수는 부정하지 않았다.“그걸 안다면 다시 이런 짓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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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6화

“내가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널 혐오하는 건 아니야. 이 두 감정은 모순되지 않아.”변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팔을 살며시 풀고 천천히 돌아서며 고개를 들었다.“그러면 오빠는 내가 혐오스럽지 않다는 거죠?”양혁수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변여름이 먼저 입을 열었다.“오빠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혐오스럽지도 싫지도 않아. 그냥 아무 느낌이 없어.”그녀는 일방적으로 판단을 내렸고 말투에는 그 생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오빠, 그럼 날 불편해하지 말고 무시하세요.”양혁수는 깊은 한숨을 쉬며 뒤에 있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내가 널 무시한다고 해도 어떻게 무시해? 네가 날 따라다니면서 시간을 낭비하게 둘 것 같아? 나랑 네 오빠는 십 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야. 네 오빠야 모른 척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난 그러지 못해.”“또 저희 오빠 때문인가요...”변여름은 조용히 중얼거렸다.그 순간 양혁수의 머릿속이 번쩍였다. 혹여 변여름이 또 다른 나쁜 생각을 품고 변백호를 해결하러 갈까 봐 두려웠다.“네 오빠가 없더라도 난 너와 얽히고 싶지 않아. 우리 둘 다 시간 낭비야.”“틀렸어요.”변여름이 단호하게 그의 말을 바로잡았다.“내 시간 낭비죠. 오빠, 방금 나한테 아무 느낌이 없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오빠에게 영향을 미쳐서는 안 돼요.”“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양혁수의 목소리에 감정이 묻어났다. 변여름은 그 미세한 떨림을 놓치지 않았다. 은밀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놓고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내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오빠는 내 말을 반박할 수 있어요.”그녀는 다시 양손을 등 뒤로 모으며 말을 이었다.“내가 오빠의 시간을 낭비한다고 걱정한다면 그럴 필요 없어요. 난 기꺼이 오빠에게 시간을 쓰는 거고 그걸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게 하면 오빠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난 오빠에게서 행복을 얻을 수 있어요."저희 오빠를 생각해서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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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7화

변백호는 양혁수를 달래듯 말했다.“어차피 눈이 안 좋아서 여기 남아서 변여름이 이틀 더 돌봐주는 것도 괜찮아. 이 기회에 변여름이 너에게 싫증 나게 만들면 되지. 누군가를 좋아하게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싫어하게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잖아?”“헛소리하지 마.”양혁수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날 바보로 보는 거야? 너희 남매 지금 내 앞에서 쇼하는 거잖아. 나를 세 살짜리 꼬맹이 달래듯 하지 마.”변백호는 잠시 침묵했다.“...”‘정말 골치 아프네. 네가 이걸 알다니.’그는 잠시 목을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난 너를 이해할 수 없어. 왜 그렇게 변여름을 무서워해?”“내가 변여름을 무서워한다고?”양혁수는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너의 입장을 고려해서 네 여동생의 미래를 지체시키고 싶지 않아.”“내 여동생이 지체되는 걸 나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왜 너는 그렇게 신경 쓰는 거야?”양혁수는 그의 말에 의문을 느꼈다.‘이게 사람이 할 말이야?’변백호가 말했다.“친구 사이에 내가 너에게 빚진 걸로 하자. 변여름의 성인식 때 선물을 못 했으니까 네가 여름이를 조금 귀찮게 해줘. 그걸로 내가 여름에게 선물을 한 걸로 치자고.”양혁수는 어이없었다.“...”그는 곧바로 손을 들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붕대를 풀었다.주변에 있는 의자를 찾지 못한 게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변백호를 때려눕히고 말았을 거다.“혁수야, 그러지 마.”갑자기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의 행동을 막았다.양혁수는 잠시 멈칫하다가 그 목소리가 함은화의 목소리라는 걸 알아챘다. 그는 문 쪽을 바라보았고 붕대 틈새로 여러 명이 들어오는 걸 보았다.역시 방 안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변여름은 들어오지 않았고 대신 그녀의 어머니와 몇 명의 형수들이 들어왔다.방 가득 여성들이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양혁수를 둘러싸고 걱정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짐 가방을 들고 뭐 하는 거야? 갈 거야? 농담하지 마, 이틀 더 있어. 혁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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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8화

양지원이 양혁수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양혁수의 어이없고 짜증 섞인 불평을 듣고 한참을 웃다가 멈췄다.“백호 한 말도 틀리지 않아. 네가 꼬시는 능력은 있는데 차버리는 건 못하겠어?”양혁수는 할 말을 잃었다.그는 온갖 생각을 해봤지만 도대체 자신이 어떤 점에서 변여름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을 고치고 싶은 마음이었다.“됐어요.”양지원이 말했다.“그냥 휴가라고 생각하고 좀 있어. 요 몇 년 동안 너무 심심하게 살았잖아. 이참에 좀 짜릿한 일을 겪어봐.”“차라리 심심한 게 나아요.”양지원은 속으로 혀를 찼다.양지원과 양혁수는 전화를 끊었고 양혁수는 대나무 의자에 기대어 앉아 계속 머리를 앓았다.그는 벌써 사흘 더 있었지만 변여름은 마치 껌딱지처럼 그를 따라다녔다.이때 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목이 마른 것 같아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물을 찾았다. 손으로 컵을 만지려는 순간 컵이 이미 그의 손 아래로 밀려왔다.고민할 것도 없이 그는 변여름이 돌아왔음을 직감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컵을 들어 익숙하게 빨대를 물고 한 모금 마셨다.이 엉터리 컵도 변여름이 그를 괴롭히려고 만든 것이었다. 분홍색 큰 개구리 모양이었고 버튼을 누르면 뚜껑이 항상 ‘탁’하고 튀어나왔다.변여름은 그의 눈이 불편하니까 이 컵을 쓰면 물을 쏟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오빠, 나는 이미 찰리 선생님과 약속을 잡았어요. 우리는 저녁 6시에 가요.”변여름이 말했다.그의 눈은 다친 곳이 나아서 더 이상 붕대를 감을 필요는 없었지만 흉터가 남아 있어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했다.양혁수는 말했다.“저녁에 갈 필요 없어. 오후에 갈 거야.”변여름은 고개를 숙이고 과일을 깎으며 자연스럽게 말했다.“오빠는 셋째 오빠와 오후에 골프 치기로 했잖아요? 골프 치고 샤워하면 시간이 늦어질 거예요.”양혁수는 침묵했다.‘잊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이마를 눌렀다.양혁수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양지원은 특별히 지시해 일로 그를 귀찮게 하지 않았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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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9화

“실험하다 실수로 손을 살짝 베었어요.”변여름이 말했다.양혁수는 속으로 그녀가 요 며칠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실험에서 다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과일은 더 자르지 않아도 돼. 굳이 나를 위해 요리할 필요 없어.”그가 차분히 말하자 변여름은 잠시 멈칫했다.그의 차가운 말투를 듣자 그녀는 또다시 그가 거절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변여름의 마음은 때론 강철처럼 단단했지만 가끔은 무너질 때도 있었다.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과일을 입에 넣으며 평소처럼 혼자 감정을 추스르려 했다.양혁수는 그녀 곁에서 일어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저택 쪽으로 걸어갔다.“일단 손에 난 상처부터 낫게 해. 네가 해준 밥 몇 끼쯤 안 먹어도 괜찮으니까.”변여름은 의아했다.‘응?’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던 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순간 퍼지는 빛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고개를 돌리니 그는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변여름은 손에 쥔 것을 내려놓고 양혁수를 따라 뛰어갔다....멕하든의 겨울은 비교적 따뜻했다.양시연이 첫눈 사진을 공유했을 때 양혁수는 이미 한 달 넘게 변씨 가문에 머물고 있었다.두 번만 더 치료받으면 눈 위의 흉터를 완전히 지울 수 있을 터였다.밤이 되자 변여름은 이미 차를 준비해 두었고 밖에서 뛰어 들어와 그에게 말했다.“오빠, 이제 출발할까요?”양혁수는 소파에서 일어나 변여름이 건네준 겉옷을 받아 들고 함께 밖으로 나갔다.양혁수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요즘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자주 착용했다.시간이 흐르면서 예전의 거침없고 활기찬 모습은 많이 사라졌고 안경을 쓰니 더욱 편안하고 자유로운 옷차림을 했다. 마치 느긋한 귀공자처럼 보였다.변여름은 그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겼고 원인을 찾으려 애썼다.차에 타자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조용했다.찰리의 개인 병원은 규모가 크지 않았고 낮에는 꽤 바빴지만 요즘 밤에는 양혁수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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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0화

양혁수는 술을 조금 마신 탓에 졸음이 밀려왔다.몽롱한 가운데 그는 마치 경인처럼 눈이 내리는 어느 도시를 떠올렸다. 한때 홀로 그곳을 여행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고 용산 거리의 눈 내린 풍경은 언제나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변여름이 갑자기 그를 불렀고 졸음은 한순간에 흩어졌다.“구운 바나나?”“네. 달콤해요.”양혁수는 그녀가 열정적으로 추천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사자.”“그럼 제가 사러 갈게요.”변여름은 기분 좋게 웃으며 재빨리 안전벨트를 풀었다.양혁수는 귀찮아 차에서 내리지 않으려 했지만 그녀가 차 앞을 돌아 지나가는 순간 마주 오는 건장한 남자 둘을 보고는 망설임 없이 차 문을 열고 그녀를 따라 걸었다.편의점은 길 건너편에 있었고 길이 넓어 변여름은 거의 반대편까지 다다랐다. 돌아서서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그녀는 살짝 놀랐다.양혁수는 코트를 여미며 그녀 옆을 지나쳤다.“멍하니 뭐 해? 더 늦으면 네 구운 바나나 다 팔릴지도 몰라.”“괜찮아요.”변여름은 그를 따라잡으며 기분 좋게 웃었다.“저긴 늦게까지 구워요.”편의점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밖에서는 이미 달콤한 향이 퍼지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구운 고구마도 팔았는데 꿀 시럽 같은 것을 곁들여 양혁수에게는 다소 낯선 맛이었다.하지만 졸음은 어느새 사라졌고 변여름과 함께 유리창 앞에 앉아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변여름은 드물게 어린 소녀 같은 모습을 보이며 높은 의자에 앉아 발을 가볍게 흔들었다. 한 입씩 맛보며 천천히 음식을 나눠 주었다.“앞에 식당이 하나 더 있어요. 오빠랑 노지혜 씨랑 자주 가는 곳인데 다음엔 오빠도 같이 가요.”변여름이 양혁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양혁수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그는 변여름의 집착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그녀가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양혁수는 손을 뻗어 힘주어 그녀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나를 데려간다고? 네가 나를 데려갈 필요 있어? 이 도시는 십 년 전에 네 오빠랑 다 돌아다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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