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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Author: 라오
안시연은 오늘 아침 연정훈이 골라준 샴페인 색의 나시 치마를 입어서 우아했다.

그러나 김세연의 앞에 섰을 때 그녀는 수치심을 느꼈다.

김세연은 마치 물건의 값을 가늠하는 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는데 마치 벌거벗겨진 채 공개 처형당하는 기분이었다.

“이름이 뭐니?”

김세연이 물었다.

안시연은 목이 타는 기분을 참으면서 작게 대답했다.

“안시연이라고 합니다.”

“몇 살?”

“스물넷입니다.”

김세연은 싱긋 웃더니 평온하게 말했다.

“꽤 어리네.”

그러고는 안시연을 힐끗 보고 말했다.

“고개 들어봐.”

안시연은 주먹을 꽉 쥔 채 고개를 살짝 들었다.

김세연은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꽤 예쁘네. 정훈이랑은 어떻게 안 거니?”

안시연이 입을 달싹이며 말했다.

“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교수님께서…”

“교수님?”

김세연의 눈살이 찌푸려지자 안시연은 말문이 턱 막혔다.

역시나 김세연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너 성진대 다녀?”

“…네.”

“정훈이가 널 가르쳤었고?”

안시연은 잠깐 침묵했다. 사생 관계라는 걸 밝히자 김세연은 무척 화가 난 듯 보였다.

“너희 성진대 여대생들은 하나같이 영리하구나. 언제 너희 성진대 교장을 만나면 한마디 해야겠어.”

안시연은 당황스러워 고개를 완전히 들어 올렸다.

김세연은 그제야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여리고 청초하며 눈동자도 맑은 것이 보기 드문 미녀였고 그 여자보다 더 아름다웠다.

김세연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녀는 연정훈이 여자를 여럿 만나고 다니는 것에 간섭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번에 그 학생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게다가 안시연도 똑같은 요물이었다.

김세연이 단호히 말했다.

“넌 여기서 지낼 수 없다.”

안시연은 이미 예상한 일이라 반박하지 않았다.

“정훈이가 너에게 카드를 줬지?”

김세연은 갑자기 강경한 태도로 명령을 내렸다.

“지금 당장 여기서 떠나. 호텔도 괜찮고 월세방도 괜찮으니 네가 살 곳은 네가 알아서 찾아. 이 집은 정훈이가 성인이 됐을 때 걔 할아버지가 선물로 준 거야. 이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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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대를 갈아주는 내내 변여름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양혁수는 그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용히 넘어가면 이 아침의 헤프닝도 그냥 없던 일처럼 흘러갈 수 있었다. 게다가 변여름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걸 보면 아마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그렇게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오후가 되자 담당 의사가 찾아와 눈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고정되어 있던 장치들을 모두 제거하고 당분간 붕대만 감으면 되었다. 비록 외출할 때는 보호안경을 착용해야 했지만 적어도 눈을 뜨고 앞을 볼 수는 있었다.붕대 아래 빈틈으로 시야가 확보되자 양혁수는 가장 먼저 주변을 훑어보았다.‘다행히 별문제 없군.’그러면 이제 도망칠 일만 남았다.‘오늘 밤, 무조건 떠나야 해.’드디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된 만큼 더 이상 미련 가질 이유가 없었다.이렇게 결정을 내린 후, 변여름이 혹시라도 방에 들이닥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변여름은 계속 나타나지 않았다.양혁수는 곧장 연락을 돌려 출발 시간을 조율하고 옷을 갈아입으며 짐을 간단하게 정리했다.그리고 침대 옆 서랍을 열어 짐을 꺼내려는데...‘뭐지?’서랍 안을 가득 채운 수상한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들이 ‘홀로 달랠 때’ 사용하는 그런 도구들이었다.‘뭐야, 이거?’비록 그 전에 눈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서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알고 있었고 이건 분명 이전에는 없던 물건이었다.그리고 생각해 보니 붕대를 풀기 전 변여름이 방을 여러 번 들락거렸고 서랍에도 손을 댔던 것 같았다.양혁수는 한숨을 뱉으며 서랍을 조용히 닫았다.‘변여름은 이미 눈치채고 이런 걸 준비한 거야... 정말 미친 거 아니야?’양혁수는 머리가 지끈거렸으나 시간이 촉박해 다시 서랍을 열어 신분증과 필요한 서류들을 챙겼다.그렇게 짐을 다 싸고 마지막으로 코트까지 집어 들려던 순간.“딸깍.”너무도 기가 막힌 타이밍에 딱 맞춰서 방문이 열렸다.양혁수는 선글라스를 쓴 채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좁은 시야안으로 변여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62화

    쿵!양혁수는 혼자 바닥에 나가떨어졌다.급하게 침대를 벗어나려다가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너무 서둘렀고 뭔가에 걸려 넘어지고 만 것이다.변여름은 순간적으로 잠에서 깨어나 자리에 벌떡 앉았고, 양혁수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걸 발견했다.놀란 변여름은 재빨리 침대에서 내려왔다.“오빠! 괜찮아요?”양혁수는 단 1초도 더 변여름 옆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고 최대한 평온한 척하며 변여름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애썼다.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양혁수는 변여름이 뭐라 묻기도 전에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다행히 화장실로 가는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화장실 문이 닫히고 변여름은 그 앞에 서서 조용히 기다렸다. 상황을 되짚어 보니 방금 너무 깊이 잠들어 있었던 게 후회됐다.‘설마 나 안겼던 거야? 에이. 그냥 꿈이겠지.’변여름은 말없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다음 계획을 정하기가 어려웠다.그런 생각 하고 있는데 화장실 안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변여름은 움찔했다가 곧바로 문을 두드렸다.“오빠, 샤워하는 거예요?”‘설마 샤워기 소리인 건가? 눈 다친 사람이 무리하면 안 되는데!’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물소리는 계속됐다.양혁수가 진짜 화가 났다면 변여름도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사람을 시켜 상황을 확인해 봐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물소리가 멈췄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고 양혁수가 걸어 나왔다.변여름을 스치듯 지나칠 때 양혁수에게서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변여름은 아무 말없이 욕실로 들어가 무슨 상황인지 확인해 봤다.예상과는 달리 화장실 안에는 따뜻한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양혁수는 따뜻한 물을 전혀 쓰지 않은 것 같았다.‘지금 11월인데? 찬물 샤워를 했다고?’변여름은 양혁수가 너무 화가 나 풀 곳이 없어 이렇게 화풀이를 한 게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양혁수에게 다시 이런 식으로 다가가지 않겠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61화

    변여름은 쪼그려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고개를 들어 양혁수를 바라봤다.양혁수가 눈을 다치지 않았다면, 지금쯤 분명 얼굴을 잔뜩 굳힌 채 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며 훈계를 늘어놓았을 것이다.그 생각만 하면 변여름은 미소가 새어 나왔고 잠기운에 반쯤 잠긴 두 눈을 비비며 말했다.“오빠, 저한테 그런 말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시잖아요. 저 같은 사람은 차라리 죄를 더 지으면 지었지, 억울하게 뒤집어쓰는 건 못 참아요.”양혁수는 미간을 팍 찌푸렸다. 그런데 변여름이 갑자기 손을 뻗더니 슬쩍 양혁수의 손을 잡았다.“저 오빠한테 키스한 적도 없고, 안아본 적도 없어요.”변여름은 아주 태연하게 한숨까지 쉬면서 말하는데, 그 말 속에 담긴 뜻이 분명했다.‘그러니까 괜히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이럴 거면 차라리 지금 제가 오빠한테 키스라도 해버릴까요?’이제는 아예 돌려 말할 생각도 없는 듯했다.다른 여자였으면 양혁수가 욕이라도 내뱉었겠지만 변여름한테는 뭐라 하기도 참 애매했다.‘이걸 정말 때릴 수도 없고, 함부로 욕도 못 하니 원 참...’하지만 양혁수는 눈이 안 보이니 그저 소파에 기대앉아 인상만 찌푸리고 있었다.그러자 변여름은 더 들이대지 않고 나지막이 말했다.“저는 그냥 오빠가 걱정돼서 그랬어요. 방에는 절대 들어가지도 않고 거실에서만 잤어요.”“난 노지혜 같은 사람 아니에요. 괜히 어설픈 짓 해서 오빠한테 책임지라고 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주무세요, 네?”본인도 어린애면서, 꼭 어린애를 달래듯 한 말투였다.양혁수는 그 말에 설득당하게 아니라 너무 피곤해 더 따질 기운이 없어 이 정도로 넘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며칠 후면 떠날 거고, 잠깐 변여름에게 져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했다.변여름은 그날 밤에도 거실에서 잤고, 양혁수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렇게 또 한 번, 양혁수가 본인의 원칙을 하나 내려놓았다.그다음 날, 낮잠을 자다가 몸을 살짝 돌리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60화

    양혁수는 보지 않아도 현재 변여름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상상이 되었다. 아마도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순수 무구한 표정을 하고 있으나 그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할 것이다.양혁수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말했다.“그럴 가능성없지 않잖아.”변여름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그럼 내 걱정이 터무니없는 걱정은 아니지 않아?”“네. 맞아요.”이번에도 변여름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양혁수는 수비 대신 공격을 하면 뻔뻔한 변여름을 제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변여름은 생각보다도 더 강적이었다.“걱정도 참. 내가 정말 보고 싶었다면 여기 카메라라도 달아놓으면 그만이잖아요.”양혁수는 경악을 했다.변여름은 입꼬리를 올렸고 고개를 들어 양혁수를 바라보며 말했다.“농담이에요.”“오빠 걱정하지 마요. 나 그렇게 변태 아니에요.”‘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고.’변여름의 말에 양혁수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고 이 욕실에 정말 카메라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됐다.그때, 변여름이 갑자기 손을 뻗어 셔츠 가장 윗단추를 건드렸다.깜짝 놀란 양혁수는 서둘러 뒷걸음치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변여름.”그러나 변여름은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다시 천천히 걸어와 계속 단추를 하나둘 풀었다.양혁수는 변여름의 손목을 잡았고 변여름이 덤덤하게 말했다.“오빠, 셋 셀 때까지 이 손 안 놓으면 오빠 목욕할 때 나 몰래 들어올 거예요. 그리고 오빠가 잠 들었을 때 몰래 방으로 들어올 거예요.”이어 변여름은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셋...”양혁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렸다.변여름은 정말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긴장에 숨을 헐떡이는 양혁수를 보며 변여름을 웃음을 꾹 참고 남은 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그리고 양혁수가 셔츠를 벗는 동안 뒤를 돌아 프라이버시를 지켜줬다.몇 초 뒤, 변여름은 양혁수의 셔츠를 받아 쥐고 문밖으로 향했다.“오빠 나 정말 나가요. 도움 필요하면 남자 도우미 부를 테니 말해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59화

    양혁수는 축축한 건 질색이라 평소 머리가 완전히 건조될 때까지 말리는 편이었다.양혁수는 드라이어를 들고 능숙하게 방향을 바꿔가며 바람을 조절했고 그 바람에 양혁수가 입은 셔츠 자락이 말리면서 양혁수의 탄탄한 몸이 그대로 드러냈다.변여름은 원래 가만히 서서 양혁수가 필요할 때 물건을 건네줄 생각이었다.하지만 주변에 은은하게 샴푸 향이 퍼지고 변여름의 시선은 자꾸 두어 개 단추를 풀어 헤쳐 드러난 양혁수의 쇄골로 향했다.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멍해지고 저도 모르게 자꾸 양혁수를 힐끔대다가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음... 이건 좀 아닌 것 같아.’변여름은 슬그머니 자세를 틀어 양혁수를 등지고 벽을 바라보며 반성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드라이어 소리가 멈췄다.변여름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고 양혁수는 무심하게 머리를 정리하고 있었다.그런데 길고 하얀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모습이 너무나도 예뻤다.‘안돼! 이 음란 마귀야 멈춰!’변여름은 인상을 팍 찌푸렸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해 제 볼을 꽉 꼬집었다.‘좀 참으라고!’“여름아.”양혁수의 부름에 변여름이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왜요, 오빠?”“목욕물 받아놓고 나가줘.”이제 양혁수는 아주 자연스럽게 변여름을 부려 먹었다.“알았어요.”변여름은 양혁수가 소파에 앉는 걸 확인하고 욕실로 향했다.그 사이, 양혁수는 소파에 기대앉아 시원한 과일 주스를 마시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유리컵을 내려놓자마자 변여름이 욕실에서 나오며 말했다.“오빠, 준비 끝났으니까 들어가요.”“혼자 할 수 있으니까 이만 나가.”“오빠 들어가는 것까지 도와주고 나갈게요.”양혁수는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머리를 대신 감겨주는 건 그렇다 쳐도, 씻는 건 꽤 사적인 영역이었다.솔직히 변여름이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면 목욕물과 갈아입을 옷도 부탁하고 싶지 않았다.욕실 안은 바깥보다 더 축축했다.변여름은 양혁수를 부축해 안으로 들어가며 어느 물건은 어디에 두었는지 설명해 줬다.양혁수는 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58화

    양혁수는 어릴 때부터 타고난 인기에 지금껏 받은 고백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그런데 서른네 살이 되는 해에 족히 열 살은 더 어린 꼬마에게 고백 폭탄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치도 못했다.며칠을 곱씹어본 끝에, 양혁수는 결론을 내렸다.이건 마치 산적 두목한테 납치당한 기분이었다!그러나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산적 두목은 말투가 부드럽고 귀에 착 감기는 데다, 모든 일에 적당히를 알고, 양혁수를 모시는 방식도 너무 완벽해서 반박할 구석이 없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양혁수는 불평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양혁수가 두 번의 진료를 받고 일상생활이 가능해지자, ‘두목’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양혁수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비서 노릇도 하고, 가끔은 가정부 노릇도 했다.변여름은 양혁수가 읽어야 하는 서류들은 미리 검토한 후 요점만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고, 업무 효율은 원래 비서보다 더 뛰어났다. 게다가 식사 시간이 되면, 준비한 과일을 다양한 모양 틀로 찍어냈다.처음엔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몇 번 먹다 보니 과일을 입에 넣기 전에 오늘엔 별 모양인가, 하트 모양인가 확인하는 버릇까지 생겼다.그리고 무엇보다 변여름은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즐거워했다. 가끔 양혁수가 작은 부탁을 하면, 대단한 일이라도 된 듯 기뻐하며 도왔다.지친 기색 없이 기꺼이 헌신하는 변여름 덕분에 양혁수는 점점 더 게을러졌고, 어느새 낮잠까지 챙겼다.낮잠 자다가 조금이라도 뒤척이면 어김없이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깼어요?”‘지금 일상이 신선놀음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반려동물이 된 것 같다고 해야 하나...’양지원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양혁수는 내심 양지원이 오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양지원이 봤다면 또 놀려댈 게 뻔했다.차츰 이곳 생활에 적응이 되고 굳이 급히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겠다 생각한 양혁수는 바로 양지원에게 전화를 걸어, 오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붕대만 풀면 바로 떠날 것이라 계획을 차렸다.해가 질 녘, 변여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57화

    “네가 무슨 방법이라도 대서 날 국내로 보내줘.”양혁수가 변백호를 향해 말했다.양혁수가 정신을 차린 뒤로 변백호는 처음 병실을 찾았다.변여름은 방금 병실을 나섰고 엉망인 양혁수의 입가를 보며 변백호는 방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이 되었다.“눈이 회복될 때까지 두 날만 더 쉬어.”양혁수는 고민도 하지 않고 말했다.“타박상뿐이고 안구는 다치지도 않았다면서 뭔 회복을 기다리는 거야?”“서둘러줘. 오늘 밤, 늦어서 내일 아침엔 돌아가야 해. 국내에 할 일이 많다고.”변백호는 바로 양혁수의 마음을 쿡 찔렀다.“너 여름이 무서워서 그러는 거지?”“...”양혁수는 긴 한숨을 내쉬었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했다.“너희 부모님께 말 좀 잘해줘. 난 네 매부 되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으니까.”“말해봤자 소용없어. 여름이는 너만 좋아하니까.”변백호가 바로 받아쳤고 양혁수는 이런 변백호를 노려보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너 정말 미쳤어? 나한테 여동생이 있었다면 띠동갑 되는 남자한테는 다리를 분질러서라도 절대 보내지 않을 거야. 너라도 정신 제대로 차려야 하는 거 아니야?”“내가, 여름이 다리를 분질러라고?”변백호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양혁수는 아직도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하지만 사실 양혁수는 누구보다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그래서 더 마음이 무거웠다.“그러니까 너희 부모님께 말해서 여름이 좀 잘 타일러줘.”“소용없어. 오히려 두 분이 여름이 돕겠다고 나설지도 몰라. 우리가 오랜 친구인 걸 보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은걸.”“...”변백호는 양혁수에게 충고를 남겼다.“네가 정말 여름에게 마음이 없다면 너무 티 내지는 말고 당분간만 참아줘. 갖지 못하는 것에 더 목을 매게 된다는 말도 있잖아. 일단은 옆에 두고 여름이가 차츰 관심이 식을 때까지 내버려둬. 그렇게 같이 지내다가 너한테 질리면 가버릴 수도 있잖아.”“...”‘그걸 충고라고! 정말 하나도 도움이 안 돼!’양혁수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156화

    양혁수는 숟가락에 닿는 걸 느끼며 조심스레 입에 넣었다.그러나 국물 맛은 여전했으며 짭짤한 새우젓의 맛만 추가되었을 뿐이었다.말없이 입안의 것을 씹고 있는데 변여름이 물었다.“입에는 맞아요?”“그래...”변여름은 다행이라며 중얼거렸고 자연스럽게 양혁수의 숟가락 위로 반찬을 집어주었다. 양혁수는 본인이 우연히 반찬을 집은 건지 아니면 반찬이 밥에 잘 섞여 있던 건지 구별이 되지 않았지만 애써 무덤덤하게 입에 넣고 국물도 한술 떴다.양혁수는 본인의 의지대로 스스로 밥을 먹었고 변여름도 자신이 먹여주겠다고 떼를 쓰지 않고 몰래 집어주고 있으니 두 사람 분위기도 차츰 풀렸다.하지만 몰래 반찬을 집어주는 것도 사실 먹여주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이었다.양혁수가 이를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고 변여름은 어느새 깨끗하게 씻은 딸기를 양혁수 입가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아...”그러나 양혁수는 입을 벌리지 않고 손으로 받으려 했다.“오빠는 손도 안 씻었잖아요.”“...”겨우 딸기 하나라는 생각에 양혁수는 못 이기는 척 입을 벌렸다.그렇게 물꼬를 트고 나니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일이 번졌다.딸기에 이어 변여름은 손수 치킨을 한입 크기로 잘라 양혁수에게 건넸다.그렇게 한입씩 먹여주며 변여름이 말했다.“오빠가 자고 있을 때 연락이 네 통 정도 걸려 왔는데 하나는 지원 이모이고 다른 전화는 회사 사람인 것 같아요.”입을 꾹 다물고 있던 양혁수는 핸드폰을 건네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변여름이 건네온 치킨에 말문이 막혔다.“오빠, 이 집 치킨 맛있으니까 많이 먹어요.”양혁수는 입 안 가득 찬 치킨에 말을 잇지 못했으나 변여름은 양혁수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알아서 핸드폰을 건넸다.그러다 보니 양혁수는 지금 변여름이 자신을 ‘먹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고 아주 자연스레 변여름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변여름이 질문을 이었다.“조원희라는 사람이 두 번이나 전화를 걸었는데 다시 걸까요?”두 번이나 걸었다는 건 필시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설명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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