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931 - 챕터 940

1198 챕터

제931화

별장 안, 통화를 마친 이승하는 주태현을 향해 차갑게 입을 열었다.“저 사람들 돌려보내요. 할아버지랑 마주치지 않게.”주태현은 공손히 대답하고는 반대편으로 별장을 나섰다. 주태현이 그들을 쫓아내는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그가 거실로 돌아갔다. 이태석과 하석준은 서유가 끊인 차를 마시고 있었다.“배운 적이 있었느냐?”그녀는 이태석의 찻잔에 차를 따르며 고개를 저었다.“특별히 배운 건 아니고요. 그저 인터넷 보면서 조금 배웠어요.”동아그룹에서 일할 때, 각 회사의 대표들을 접대하는 일을 했었다.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차를 즐겨 마셨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아두었던 것이다. 영상을 보고 배웠다는 말을 듣고도 웬일인지 이태석은 한소리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녀를 칭찬했다.“잘 끓였네.”하석준이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재능이 있네요.”“아닙니다. 차가 일품이어서 그런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우뚝 솟은 사내가 싸늘한 기운을 뽐내며 다가왔다.“아직도 왜 여기 계세요? 식사라도 하고 가시게요?”무례한 그의 말투에 하석진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벌떡 일어나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자 그가 한마디 더 보탰다.“하 박사님, 저녁 드시고 가시죠.”그 말을 듣고 하석진은 이태석을 향해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래요. 아직 이 대표님 집에서 밥을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럼 난 저녁까지 먹고 갈게요.”화가 난 이태석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 위에 세게 올려놓았다.“먹긴 뭘 먹어? 자네 집에는 밥 없나?”그가 소리를 지르더니 지팡이를 짚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발 여기 남아서 식사라도 하고 가라고 부탁해도 절대 안 들어줄 기세였다. 그녀는 이태석이 무서웠지만 그래도 앞으로 다가가 그를 막았다.“어르신, 식사 하고 가세요.”이태석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면서 이승하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무 표정이 없는 그의 모습에 이태석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뒤돌아섰다. 이태석이 자리를 뜬 마당에 하석진도 그곳에 남아 밥을 먹
더 보기

제932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서유는 하인들에게 연이의 목욕을 맡기고는 서재 밖에 있는 1인용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 척하면서 이승하와 택이를 전화를 엿듣고 있었다.“결혼하고 싶으면 내가 가서 육성재와 말해볼게.” 전화기 맞은편, 이 말을 듣고 택이는 무의식적으로 거절했다.이승하가 육성재를 찾아가면 그가 어떤 모습일지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보스가 자신을 위해 자존심과 체면을 버리고 육성재한테 부탁하는 건 그를 죽이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육성아의 성격상 그가 자신을 속였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절대 그와 결혼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불가능한 일로 보스가 원수에게 허리를 굽힐 필요가 있겠는가?“네가 S 조직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 수 있어. 앞으로 신분에 구속받지 않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남은 인생 보내. 너의 안전은 내가 지켜줄 테니까.”따뜻한 그의 말에 택이는 매우 감동했다. 구속을 받고 싶지는 않지만 5개월 후에 보스가 루드웰에 갈 때 그는 반드시 따라가야 했다. 보스가 위험에 처할 때 목숨을 걸고 그를 구할 생각이다. 어려서부터 보스가 그를 도와주고 지켜주고 인정해 준 데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아닙니다. 아직 저한테는 해야 할 일이 많아요...”심호흡하던 그가 핸드폰을 움켜쥐며 말을 이어갔다.“육성아가 다시 찾아오면 제가 어디 있는지 그 여자한테 알려주세요.”그녀와 잠자리까지 했었으니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었다. 그저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그의 목숨만은 가져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것만 아니면 마음대로 때려도 좋다. 몇 번을 설득해도 소용이 없자 이승하는 더 이상 뭐라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리는데 서유가 몰래 엿듣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남자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남의 말을 엿듣는 취미가 있을 줄은 몰랐네.”그한테 딱 걸린 그녀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책으로 얼굴을 가렸다. “저기... 그래서 택이 씨는 육성아 씨와 결혼하겠다고 해요?”앞으로
더 보기

제933화

남자는 그제야 그녀를 내려놓고는 그녀의 손을 잡아 가드레일에 올려놓았다.그녀는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남자는 그녀의 옷을 풀어 헤치며 그녀의 등에 자신의 몸에 밀착시키고는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꼭 잡아.”말을 마친 그가 손을 뻗어 불을 끄자 방 안은 순식간에 어두컴컴해졌고 발밑의 은하수 등불만이 별빛을 띠고 있었다.그녀가 고개를 돌리는데 그가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덥석 잡고는 다른 한 손을 은밀한 곳으로 집어넣었다. 꼭 잡고 있으라는 말이 그제야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가드레일을 잡고 있지 않았다면 이미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을 것이다. 사실 그가 그녀의 허리를 받쳐주지 않았더라면 이미 바닥에 떨어졌을 것이다.이 남자가 정말... 변태같이...“택이는 동의하지 않았어.”그녀의 의식이 무너져 내릴 무렵 귓가에 차갑고도 차분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 순간에 그런 말을 하고 싶을까? 날 더 자극하는 것도 아니고...그녀가 고개를 돌리고 그를 밀어내려고 하자 남자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부었으며 손길은 점점 더 빨라졌다. “으음...” 저도 모르게 야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그녀는 재빨리 한마디 보탰다.“왜 동의하지 않는데요?”앞뒤의 목소리가 많이 차이가 났다. 그걸 모를 리가 없던 그는 피식 웃었다.“알고 싶어?”그녀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궁금하지 않아요.”남자는 그녀의 말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녀를 덥석 안아 올렸다.“허리에 다리 올려.”지탱할 곳이 없었던 그녀는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쌌다. 남자는 그 자세로 그녀를 다시 한번 벽에 밀쳤다. “이 자세, 마음에 들어?”섹스 도중에 그의 말보다 더 야하고 부끄러운 건 없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올랐다.“말 좀 안 하면 안 돼요?”피식 웃던 그가 짧게 대답하더니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얼마 후, 방 안에서 절정에 달한
더 보기

제934화

남자의 정곡을 찌른 것이다.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고 있던 그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아니.”전혀 납득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아니라고요?”그녀는 손가락을 접으며 예전에 이승하가 했던 잘못에 대해 읊조리기 시작했다. “예전에 연지유의 손도 잡았잖아요.”“그녀를 안고 병원에도 갔었고요.”“그리고...”그가 급히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잤냐고 물었잖아. 여자랑 잔 적도 없고 그런 생각 한 적도 없어. 그리고 예전의 그 일은 그저 쇼였을 뿐이야.”“그러니까 택이 씨도 그저 연기라는 거예요? 당신보다 조금 더 몰입한 것뿐이고요. 그래요?”“그 뜻이 아니잖아. 택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나도 몰라. 그리고 나랑 택이를 비교하면 안 되지.”차갑게 콧방귀를 뀌던 그녀는 그를 밀어내고 침대 가장자리로 굴러가 자리를 잡았다.“잘 거예요. 가까이 오지 말아요.”뒤에 있던 남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까지도 뜨거웠던 두 사람 사이가 순식간에 이리 식을 줄이야.이게 다 택이 그놈 때문이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동안 머뭇거리던 그가 이불 채로 그녀를 덥석 안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보통은 남자가 끝까지 쫓아다니며 여자에게 다가가 사과하고 용서를 빈다.근데 그는 이불로 그녀를 감싼 채 머리만 내밀고 있는 그녀를 자신의 다리 위로 앉혔다. 침대맡에 기댄 남자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그녀를 붙잡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었다. “유치했던 지난 내 행동에 대해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당신을 떠보는 일은 없을 거야. 당신을 사랑한다고 솔직하게 말할 거니까.”“예전의 일 때문에 화내지 마. 나 이미 개과천선한 거 안 보여? 다른 여자로 당신 화내게 하는 일 다시는 없어.”이불에 의해 얼굴 반쪽이 가려진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약속해요. 다시는 다른 여자를 이용해 날 화내게 하지 않겠다고요.”“약속할게.”“또
더 보기

제935화

택이를 찾기 위해 육성재는 현상금 사냥꾼까지 찾고 수배령도 내렸지만 결국 찾지 못하였고 화가 난 그는 또다시 블루리도로 달려왔다.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는 사과하러 온 강씨 남매를 만나게 되었다.“저 인간이 왜 여기 있는 거지?”두 사람은 다른 길로 왔기 때문에 육성재의 차를 보지 못했고 봤더라면 절대 육성재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육성재는 계속 S 조직의 일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고 강도윤이 여러 차례 육성재에게 복수를 하러 찾아왔기 때문에 신분을 의심받게 되었던 것이다. 근데 지금 강도윤이 갑자기 블루리도에 나타났으니 육성재는 분명 이승하의 신분에 대해 의심할 것이다. 육성재와 싸움을 한 적은 있지만 얼굴을 대면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강세은은 이내 강도윤의 손을 잡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도윤 오빠, 여기 경치 좋다고 사진 찍으러 오자더니 이게 뭐야? 사람이 살고 있는 저택인 데다가 경호원도 엄청 많은데 어떻게 들어가?”그녀의 가슴이 마침 팔뚝을 스쳐 지나가자 그의 몸이 살짝 굳어졌다. “산에서 볼 때는 궁전인 줄 알았는데 개인의 저택일 줄은 몰랐지. 다른 곳으로 가자.”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저 빨간 집으로 가. 산속의 풍경보다 난 호화로운 풍경이 더 좋더라.”강도윤은 그녀를 밀어내고 차 문을 당겼다. 육성재에게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차에 타려는데 옆에 있던 육성재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잠깐만.”차가운 얼굴을 한 그가 두 사람의 스포츠카 앞으로 다가가더니 싸늘하게 강도윤을 쳐다보았다. “당신 부하들의 말로는 당신이 전혀 여자에 관심이 없다고 하던데. 지금 여자를 데리고 풍경 구경이나 하고 있다고? 두 사람의 말을 내가 믿을 것 같나?”차 문을 잡고 있던 강도윤은 고개를 약간 돌린 채 그를 차갑게 노려보았다.“당신이 뭔데? 내가 여자를 데리고 풍경 구경을 하든 말든 뭔 상관이야? 믿거나 말거나. 미친놈.”오빠가 이런 말을 하는 걸 처음 들어본 강세은은 저도 모르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오빠
더 보기

제936화

육성재는 그들이 이승하를 알고 있고 그것도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라고 단정했다. “강도윤,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알아내면 당신들의 신분을 이 세상에 폭로할 거니까.”조금은 당황했지만 강도윤은 시종일관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증거 있어? 내가 S 조직의 사람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증거 있냐고? 아니면 내가 S 조직의 사람과 접촉하는 거라도 봤어?”육성재는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넣고 턱을 치켜든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S 조직의 팀원 리스트를 본 적이 있거든. 그 위에 당신 이름도 있던데.”“당신도 명문가의 자제니까 잘 알겠지만 S 조직의 리스트에는 다른 명문가의 자제들 이름도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흐리게 하기 위해서지. 당신이 본 리스트에 내 이름이 있다고 해서 내가 그 조직의 진짜 팀원이라는 걸 어떻게 확신해?”S 조직은 일 처리가 늘 신중했다. 리스트에는 가짜 팀원의 이름이 섞여 있었다. 이리하면 명단이 유출되더라도 조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게 될 테니까. 다만 본부에 있는 리스트는 진짜였다. 그 리스트는 이미 이승하에 의해 훼손되었고 리스트가 없으니 다른 사람이 S 조직의 모든 팀원을 알아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S 조직에 대해 계속 추적해 왔던 육성재는 자연히 이 리스트에 가짜 이름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귀한 집안의 자제들일수록 리스트에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을 잘못 잡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로 인해 그는 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샀었다. 그러니 이 정도의 근거로 강도윤을 몰아붙이는 건 설득력이 없었다. 하지만...육성재는 한 걸음 더 다가와 차가운 눈빛으로 강도윤을 쳐다보았다. “내 부하 놈이 당신 가면을 벗겼던 적이 있었어. 이 정도 증거면 충분하겠지.”그러나 강도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담담하기만 했다.“그 사람 지금 어디 있는데. 당장 나오라고 해. 나와서 날 지목하라고 해. 나오지 않는다면 당신이 소문을 퍼뜨리고 소란을 피우는 거겠지.”그가 손가락을 뻗어 강도윤의
더 보기

제937화

그 말이 오히려 육성재를 조금 진정시켰다. 지금까지 추적한 결과 S 조직의 사람들은 보통 암암리에 거래했고 행동했으며 대놓고 접촉한 적이 없었다. 그들은 행동할 때 모두 가면을 썼고 평소에는 가면을 벗고 왕래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정체를 본 적이 없다. 그들이 가면을 벗고 왕래한다면 누가 알아볼 수 있겠는가?때문에 강도윤의 말은 육성재의 의심을 풀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당신이 뭐라고 하든 난 당신과 이승하가 S 조직의 사람인 것 같아.”“S 조직의 사람이라니?”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두 사람의 뒤에서 울려 퍼졌다.고개를 돌리자 이승하가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190cm가 넘는 남자는 오후의 뜨거운 태양을 맞으며 그들 앞에 서 있었고 큰 그림자가 드리워져 엄청난 압박감이 몰려왔다.“방금 뭐라고 했어?”육성재한테 묻는 말이었다. “강도윤은 S 조직의 사람이고 저자가 당신은 찾아왔다는 건 당신도 S 조직의 사람이라는 거겠지. 내 말 틀렸어?”이승하가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웃었다. “내가 S 조직의 사람이었다면 JS 그룹은 진작에 S 조직의 세력을 빌려 북미 시장에 진출했을 거야. 지금까지 이리 꾸물거리지도 않았을 테지.”그렇다. 이승하가 만약 S 조직의 팀원이라면 JS 그룹은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JS 그룹은 개발 기술에 의거해 유럽 시장에 조금씩 녹아들었을 뿐 다른 세력을 빌린 적은 없었다. 육성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걸까? 강도윤이 여기 나타난 걸 보고 이승하도 S 조직의 팀원이라고 생각한 건 정말 잘못된 생각인 걸까?그가 망설이고 있을 때, 이승하의 차가운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강도윤이 S 조직의 사람인 게 확실해?”“확실해.”육성재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승하가 손을 들어 강도윤을 가리켰다.“저 사람 잡아서 경찰서로 보내.”이승하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던 그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경찰에 보내지
더 보기

제938화

이승하가 나서니 일은 빨리 해결되었다. 육성재는 강도윤이 S 조직의 사람이 아니라는 자료를 받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이내 우뚝 솟은 이승하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곳은 서울이고 이승하의 구역이었다. 그러니 그한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줬을 것이다. 그러나 자료를 전송한 것은 해외에서 S 조직에 대해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경찰이었고 국내에서 수사를 한 것이 아니었다. 이승하가 아무리 능력이 대단하고는 하나 이렇게까지 대단할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이 기간에 그가 누구와도 통화하는 것을 보지 못했었다. 설마 그가 자신이 경찰서에 와서 누명을 벗을 것을 예상이라도 하고 미리 모든 것을 준비했던 것일까?납득할 수 없었던 육성재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강도윤을 건드리는 게 아니었다. 강도윤을 통해 이승하의 신분을 밝혀낸 뒤 그들의 신분을 세상에 밝혔어야 했다.지금처럼 이렇게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는 자료를 받기보다는 훨씬 나았을 테니까. 한참 동안 이승하를 쳐다보던 그가 들고 있던 자료를 내던지고는 자리를 떴다. 강도윤을 지나치던 중 그가 일부러 강도윤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잠시 후, 강도윤은 손을 뻗어 육성재에 부딪힌 옷자락을 살짝 튕겼다.“방금 육성재에게 조직의 팀원이라면 누명을 씌워야 했습니다. 그럼 다른 가문에서도 그를 가만두지는 않을 테니까요. 우리도 이참에 숨 좀 돌릴 수 있고요.”이승하는 차갑게 그를 쳐다보았다.“육성재는 이미 내 신분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어. 이럴 때 내가 그한테 가짜 신분을 뒤집어씌운다면 내 정체가 들통나게 되겠지.”그제야 자신의 생각이 과격하다는 걸 깨달은 강도윤은 급히 사과했다.“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이승하는 차가운 눈을 들고 강씨 남매를 훑어보았다.“블루리도로 왜 찾아온 거야? 무슨 일인데?”이때, 옆에 있던 강세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지난번 서유 씨의 납치 사건에 대해 사과드리러 왔습니다. 이렇게 또 폐를 끼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사과하러
더 보기

제939화

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뺨을 후려쳤다. 손바닥의 힘이 어찌나 센지 택이의 입가에 피가 흥건히 흘러내렸다. 몇 대 더 갈겨주고 싶었는데 핏자국을 본 그녀가 들어 올렸던 손을 무의식적으로 멈춰버렸다. “왜 안 피해?”“내가 잘못한 거니까.”택이는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 분노에 찬 육성아를 올려다보았다.“미안해. 이런 식으로 당신을 이용하지 말았어야 했어.”허공에 떠 있던 그녀의 손이 다시 택이의 뺨을 내리쳤다.“잘못한 게 그것밖에 없어?”그가 아픈 볼을 감싸고는 멍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당신을 이용한 것 말고 잘못한 게 또 있는 거야?”“없어?”그녀의 눈에 점차 투명한 눈물이 고였다.“이름까지 나한테 속였잖아. 당신한테 난 아무것도 아니었구나.”변명이라도 하려고 입을 열려고 했지만 이름까지 속였으니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당신 생각은 전혀 안 했으니까...”그저 잠깐 가볍게 만나는 사이라고 생각했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 각자 필요한 것만 챙겨 쉽게 빠져나갈 거라고 생각했었다. 처음 그녀한테 접근할 때부터 택이는 간단하게 생각했었다. 지금 그녀가 이리 눈시울을 붉히며 따져 묻고 있으니 자신이 천하의 죽일 놈이 된 듯했다. “나한테 마음이 없었으니까 내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던 거겠지.”변명을 할 수 없는 말이었다.“미안해...”그녀에 대한 마음을 감춘 채 택이는 그저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하였다.“내가 원하는 게 과연 사과일까?”“그럼...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그녀의 화를 풀어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었다.그러나 그녀는 그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오해했다. 실망 어린 눈빛으로 그녀가 택이를 쳐다보았다 . 사실 그녀는 계속 그에게 기회를 주었다. 이런 순간에 그가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만 한다면 용서해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그러나 몇 번을 떠봐도 그는 전혀 마음이 없어 보였고 그저 미안하다는 말뿐이었다. 여자로서 너무나도 수치스
더 보기

제940화

“현우택.”그가 창턱에서 뛰어내리려는 찰나 그녀가 빠른 속도로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를 힘껏 잡아당기더니 주먹을 불끈 쥐고 그의 몸을 내리쳤다.뒤따라오는 경호원들을 힐끗 쳐다보던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주먹을 덥석 잡았다. 손을 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택이의 힘이 어마어마했다. 그의 손에 잡혀있는 주먹은 아무리 애를 써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어떻게...”나한테 상대가 안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가 한 손으로 그녀의 주먹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는 자신의 품으로 그녀를 끌어당기면서 화장실로 몸을 피했다. 뒤따라오던 경호원들을 문밖에 가둔 뒤, 그녀를 품에 안고 있던 그가 그녀를 문에 밀치고는 고개를 숙였다.“당신을 이길 수 없던 게 아니라 당신한테 손을 쓰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야.”말을 마치자마자 그가 그녀의 얼굴을 붙잡고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었다.익숙한 숨결이 코끝을 맴돌자 그녀는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그의 키스는 약간 서툴렀다. 근데 그 서툶이 오히려 더 좋았고 그가 깨끗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몸은 깨끗한데 아깝게도 마음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라...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두 손이 그에 의해 단단히 묶여 있었다.남자는 숨을 쉴 수 없을 때까지 키스를 퍼붓고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미안해...”등을 쓰다듬던 그의 손은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번쩍 들렸고 이내 그녀의 뒷덜미를 내리쳤다.“당신...”의식을 잃기 전, 그의 눈을 쳐다보니 미안함이 가득했다.조금만 더 눈을 마주쳤더라면 가슴 아파하는 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신을 잃은 그녀를 꼭 껴안고 그가 턱을 그녀의 목덜미에 얹고는 그녀의 뺨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나 좋아해 줘서 고마워.”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이던 그가 그녀를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고는 화장실 문을 열었다.경호원들이 그녀를 부축하러 달려드는 틈을 타 택이는 빠른 속도로 화장실 창턱을 향해 달려갔다.창턱에 올라 고개를 돌리
더 보기
이전
1
...
9293949596
...
120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