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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서유는 하인들에게 연이의 목욕을 맡기고는 서재 밖에 있는 1인용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 척하면서 이승하와 택이를 전화를 엿듣고 있었다.

“결혼하고 싶으면 내가 가서 육성재와 말해볼게.”

전화기 맞은편, 이 말을 듣고 택이는 무의식적으로 거절했다.

이승하가 육성재를 찾아가면 그가 어떤 모습일지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보스가 자신을 위해 자존심과 체면을 버리고 육성재한테 부탁하는 건 그를 죽이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육성아의 성격상 그가 자신을 속였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절대 그와 결혼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불가능한 일로 보스가 원수에게 허리를 굽힐 필요가 있겠는가?

“네가 S 조직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 수 있어. 앞으로 신분에 구속받지 않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남은 인생 보내. 너의 안전은 내가 지켜줄 테니까.”

따뜻한 그의 말에 택이는 매우 감동했다.

구속을 받고 싶지는 않지만 5개월 후에 보스가 루드웰에 갈 때 그는 반드시 따라가야 했다.

보스가 위험에 처할 때 목숨을 걸고 그를 구할 생각이다. 어려서부터 보스가 그를 도와주고 지켜주고 인정해 준 데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아닙니다. 아직 저한테는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심호흡하던 그가 핸드폰을 움켜쥐며 말을 이어갔다.

“육성아가 다시 찾아오면 제가 어디 있는지 그 여자한테 알려주세요.”

그녀와 잠자리까지 했었으니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었다. 그저 그녀를 다시 만났을 때, 그의 목숨만은 가져가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것만 아니면 마음대로 때려도 좋다.

몇 번을 설득해도 소용이 없자 이승하는 더 이상 뭐라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리는데 서유가 몰래 엿듣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남자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남의 말을 엿듣는 취미가 있을 줄은 몰랐네.”

그한테 딱 걸린 그녀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책으로 얼굴을 가렸다.

“저기... 그래서 택이 씨는 육성아 씨와 결혼하겠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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