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이를 찾기 위해 육성재는 현상금 사냥꾼까지 찾고 수배령도 내렸지만 결국 찾지 못하였고 화가 난 그는 또다시 블루리도로 달려왔다.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는 사과하러 온 강씨 남매를 만나게 되었다.“저 인간이 왜 여기 있는 거지?”두 사람은 다른 길로 왔기 때문에 육성재의 차를 보지 못했고 봤더라면 절대 육성재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육성재는 계속 S 조직의 일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고 강도윤이 여러 차례 육성재에게 복수를 하러 찾아왔기 때문에 신분을 의심받게 되었던 것이다. 근데 지금 강도윤이 갑자기 블루리도에 나타났으니 육성재는 분명 이승하의 신분에 대해 의심할 것이다. 육성재와 싸움을 한 적은 있지만 얼굴을 대면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강세은은 이내 강도윤의 손을 잡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도윤 오빠, 여기 경치 좋다고 사진 찍으러 오자더니 이게 뭐야? 사람이 살고 있는 저택인 데다가 경호원도 엄청 많은데 어떻게 들어가?”그녀의 가슴이 마침 팔뚝을 스쳐 지나가자 그의 몸이 살짝 굳어졌다. “산에서 볼 때는 궁전인 줄 알았는데 개인의 저택일 줄은 몰랐지. 다른 곳으로 가자.”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저 빨간 집으로 가. 산속의 풍경보다 난 호화로운 풍경이 더 좋더라.”강도윤은 그녀를 밀어내고 차 문을 당겼다. 육성재에게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차에 타려는데 옆에 있던 육성재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잠깐만.”차가운 얼굴을 한 그가 두 사람의 스포츠카 앞으로 다가가더니 싸늘하게 강도윤을 쳐다보았다. “당신 부하들의 말로는 당신이 전혀 여자에 관심이 없다고 하던데. 지금 여자를 데리고 풍경 구경이나 하고 있다고? 두 사람의 말을 내가 믿을 것 같나?”차 문을 잡고 있던 강도윤은 고개를 약간 돌린 채 그를 차갑게 노려보았다.“당신이 뭔데? 내가 여자를 데리고 풍경 구경을 하든 말든 뭔 상관이야? 믿거나 말거나. 미친놈.”오빠가 이런 말을 하는 걸 처음 들어본 강세은은 저도 모르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오빠
육성재는 그들이 이승하를 알고 있고 그것도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라고 단정했다. “강도윤,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알아내면 당신들의 신분을 이 세상에 폭로할 거니까.”조금은 당황했지만 강도윤은 시종일관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증거 있어? 내가 S 조직의 사람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증거 있냐고? 아니면 내가 S 조직의 사람과 접촉하는 거라도 봤어?”육성재는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넣고 턱을 치켜든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S 조직의 팀원 리스트를 본 적이 있거든. 그 위에 당신 이름도 있던데.”“당신도 명문가의 자제니까 잘 알겠지만 S 조직의 리스트에는 다른 명문가의 자제들 이름도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흐리게 하기 위해서지. 당신이 본 리스트에 내 이름이 있다고 해서 내가 그 조직의 진짜 팀원이라는 걸 어떻게 확신해?”S 조직은 일 처리가 늘 신중했다. 리스트에는 가짜 팀원의 이름이 섞여 있었다. 이리하면 명단이 유출되더라도 조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게 될 테니까. 다만 본부에 있는 리스트는 진짜였다. 그 리스트는 이미 이승하에 의해 훼손되었고 리스트가 없으니 다른 사람이 S 조직의 모든 팀원을 알아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S 조직에 대해 계속 추적해 왔던 육성재는 자연히 이 리스트에 가짜 이름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귀한 집안의 자제들일수록 리스트에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을 잘못 잡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로 인해 그는 많은 사람들의 미움을 샀었다. 그러니 이 정도의 근거로 강도윤을 몰아붙이는 건 설득력이 없었다. 하지만...육성재는 한 걸음 더 다가와 차가운 눈빛으로 강도윤을 쳐다보았다. “내 부하 놈이 당신 가면을 벗겼던 적이 있었어. 이 정도 증거면 충분하겠지.”그러나 강도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담담하기만 했다.“그 사람 지금 어디 있는데. 당장 나오라고 해. 나와서 날 지목하라고 해. 나오지 않는다면 당신이 소문을 퍼뜨리고 소란을 피우는 거겠지.”그가 손가락을 뻗어 강도윤의
그 말이 오히려 육성재를 조금 진정시켰다. 지금까지 추적한 결과 S 조직의 사람들은 보통 암암리에 거래했고 행동했으며 대놓고 접촉한 적이 없었다. 그들은 행동할 때 모두 가면을 썼고 평소에는 가면을 벗고 왕래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정체를 본 적이 없다. 그들이 가면을 벗고 왕래한다면 누가 알아볼 수 있겠는가?때문에 강도윤의 말은 육성재의 의심을 풀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당신이 뭐라고 하든 난 당신과 이승하가 S 조직의 사람인 것 같아.”“S 조직의 사람이라니?”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두 사람의 뒤에서 울려 퍼졌다.고개를 돌리자 이승하가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190cm가 넘는 남자는 오후의 뜨거운 태양을 맞으며 그들 앞에 서 있었고 큰 그림자가 드리워져 엄청난 압박감이 몰려왔다.“방금 뭐라고 했어?”육성재한테 묻는 말이었다. “강도윤은 S 조직의 사람이고 저자가 당신은 찾아왔다는 건 당신도 S 조직의 사람이라는 거겠지. 내 말 틀렸어?”이승하가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웃었다. “내가 S 조직의 사람이었다면 JS 그룹은 진작에 S 조직의 세력을 빌려 북미 시장에 진출했을 거야. 지금까지 이리 꾸물거리지도 않았을 테지.”그렇다. 이승하가 만약 S 조직의 팀원이라면 JS 그룹은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JS 그룹은 개발 기술에 의거해 유럽 시장에 조금씩 녹아들었을 뿐 다른 세력을 빌린 적은 없었다. 육성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걸까? 강도윤이 여기 나타난 걸 보고 이승하도 S 조직의 팀원이라고 생각한 건 정말 잘못된 생각인 걸까?그가 망설이고 있을 때, 이승하의 차가운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강도윤이 S 조직의 사람인 게 확실해?”“확실해.”육성재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승하가 손을 들어 강도윤을 가리켰다.“저 사람 잡아서 경찰서로 보내.”이승하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던 그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경찰에 보내지
이승하가 나서니 일은 빨리 해결되었다. 육성재는 강도윤이 S 조직의 사람이 아니라는 자료를 받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이내 우뚝 솟은 이승하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곳은 서울이고 이승하의 구역이었다. 그러니 그한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줬을 것이다. 그러나 자료를 전송한 것은 해외에서 S 조직에 대해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경찰이었고 국내에서 수사를 한 것이 아니었다. 이승하가 아무리 능력이 대단하고는 하나 이렇게까지 대단할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이 기간에 그가 누구와도 통화하는 것을 보지 못했었다. 설마 그가 자신이 경찰서에 와서 누명을 벗을 것을 예상이라도 하고 미리 모든 것을 준비했던 것일까?납득할 수 없었던 육성재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강도윤을 건드리는 게 아니었다. 강도윤을 통해 이승하의 신분을 밝혀낸 뒤 그들의 신분을 세상에 밝혔어야 했다.지금처럼 이렇게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는 자료를 받기보다는 훨씬 나았을 테니까. 한참 동안 이승하를 쳐다보던 그가 들고 있던 자료를 내던지고는 자리를 떴다. 강도윤을 지나치던 중 그가 일부러 강도윤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잠시 후, 강도윤은 손을 뻗어 육성재에 부딪힌 옷자락을 살짝 튕겼다.“방금 육성재에게 조직의 팀원이라면 누명을 씌워야 했습니다. 그럼 다른 가문에서도 그를 가만두지는 않을 테니까요. 우리도 이참에 숨 좀 돌릴 수 있고요.”이승하는 차갑게 그를 쳐다보았다.“육성재는 이미 내 신분에 대해 의심하고 있었어. 이럴 때 내가 그한테 가짜 신분을 뒤집어씌운다면 내 정체가 들통나게 되겠지.”그제야 자신의 생각이 과격하다는 걸 깨달은 강도윤은 급히 사과했다.“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이승하는 차가운 눈을 들고 강씨 남매를 훑어보았다.“블루리도로 왜 찾아온 거야? 무슨 일인데?”이때, 옆에 있던 강세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지난번 서유 씨의 납치 사건에 대해 사과드리러 왔습니다. 이렇게 또 폐를 끼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사과하러
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뺨을 후려쳤다. 손바닥의 힘이 어찌나 센지 택이의 입가에 피가 흥건히 흘러내렸다. 몇 대 더 갈겨주고 싶었는데 핏자국을 본 그녀가 들어 올렸던 손을 무의식적으로 멈춰버렸다. “왜 안 피해?”“내가 잘못한 거니까.”택이는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 분노에 찬 육성아를 올려다보았다.“미안해. 이런 식으로 당신을 이용하지 말았어야 했어.”허공에 떠 있던 그녀의 손이 다시 택이의 뺨을 내리쳤다.“잘못한 게 그것밖에 없어?”그가 아픈 볼을 감싸고는 멍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당신을 이용한 것 말고 잘못한 게 또 있는 거야?”“없어?”그녀의 눈에 점차 투명한 눈물이 고였다.“이름까지 나한테 속였잖아. 당신한테 난 아무것도 아니었구나.”변명이라도 하려고 입을 열려고 했지만 이름까지 속였으니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당신 생각은 전혀 안 했으니까...”그저 잠깐 가볍게 만나는 사이라고 생각했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 각자 필요한 것만 챙겨 쉽게 빠져나갈 거라고 생각했었다. 처음 그녀한테 접근할 때부터 택이는 간단하게 생각했었다. 지금 그녀가 이리 눈시울을 붉히며 따져 묻고 있으니 자신이 천하의 죽일 놈이 된 듯했다. “나한테 마음이 없었으니까 내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던 거겠지.”변명을 할 수 없는 말이었다.“미안해...”그녀에 대한 마음을 감춘 채 택이는 그저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하였다.“내가 원하는 게 과연 사과일까?”“그럼...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그녀의 화를 풀어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었다.그러나 그녀는 그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오해했다. 실망 어린 눈빛으로 그녀가 택이를 쳐다보았다 . 사실 그녀는 계속 그에게 기회를 주었다. 이런 순간에 그가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만 한다면 용서해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그러나 몇 번을 떠봐도 그는 전혀 마음이 없어 보였고 그저 미안하다는 말뿐이었다. 여자로서 너무나도 수치스
“현우택.”그가 창턱에서 뛰어내리려는 찰나 그녀가 빠른 속도로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를 힘껏 잡아당기더니 주먹을 불끈 쥐고 그의 몸을 내리쳤다.뒤따라오는 경호원들을 힐끗 쳐다보던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주먹을 덥석 잡았다. 손을 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택이의 힘이 어마어마했다. 그의 손에 잡혀있는 주먹은 아무리 애를 써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어떻게...”나한테 상대가 안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가 한 손으로 그녀의 주먹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는 자신의 품으로 그녀를 끌어당기면서 화장실로 몸을 피했다. 뒤따라오던 경호원들을 문밖에 가둔 뒤, 그녀를 품에 안고 있던 그가 그녀를 문에 밀치고는 고개를 숙였다.“당신을 이길 수 없던 게 아니라 당신한테 손을 쓰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야.”말을 마치자마자 그가 그녀의 얼굴을 붙잡고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었다.익숙한 숨결이 코끝을 맴돌자 그녀는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그의 키스는 약간 서툴렀다. 근데 그 서툶이 오히려 더 좋았고 그가 깨끗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몸은 깨끗한데 아깝게도 마음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라...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두 손이 그에 의해 단단히 묶여 있었다.남자는 숨을 쉴 수 없을 때까지 키스를 퍼붓고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미안해...”등을 쓰다듬던 그의 손은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번쩍 들렸고 이내 그녀의 뒷덜미를 내리쳤다.“당신...”의식을 잃기 전, 그의 눈을 쳐다보니 미안함이 가득했다.조금만 더 눈을 마주쳤더라면 가슴 아파하는 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신을 잃은 그녀를 꼭 껴안고 그가 턱을 그녀의 목덜미에 얹고는 그녀의 뺨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나 좋아해 줘서 고마워.”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이던 그가 그녀를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고는 화장실 문을 열었다.경호원들이 그녀를 부축하러 달려드는 틈을 타 택이는 빠른 속도로 화장실 창턱을 향해 달려갔다.창턱에 올라 고개를 돌리
육성재는 육성아의 뒷모습을 한번 보고 차 안에 있는 택이를 다시 한번 보았다.방금 위층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잔인한 여동생이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니.육성재는 이런 연애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야구 방망이를 들어 운전석 창문을 세게 내리쳤다...유리가 안쪽으로 약간 찌그러들자 육성재는 손에 든 방망이로 그 찌그러진 부분을 눌러 안에 있는 사람을 직접 가리켰다.“성아가 널 놓아주라고 했으니 놓아주지. 하지만 앞으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내 눈에 띌 때마다 때릴 거니까!”육성재는 경고를 하고 나서 야구 방망이를 던져버리고 돌아서서 경호원들과 함께 재빨리 차에 탔다.후방 거울에 비치는 줄지어 선 차들이 점점 작아져 검은 점이 될 때까지 택이는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육성아, 안녕.’육성재는 육성아를 데리고 곧장 육씨 집안으로 돌아왔고, 마침 회사에서 돌아온 육우성을 만났다. 그는 양복 재킷을 벗어 하인에게 건네고 육성아에게 손짓했다. “성아야, 잠깐 이리 와봐.”기분이 좋지 않은 육성아는 계단을 오르던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그에게 걸어갔다. “아빠, 무슨 일이세요?”육우성은 육성재도 함께 자리에 앉은 후에야 육성아에게 말했다. “이런 거야. 네 숙부 집에 자식이 하나 있는데, 생김새도 괜찮고 학식도 높아. 다만 상씨 집안의 상속권이 없을 뿐이야. 한번 고려해 볼래?”육성재는 늘 정략결혼에 반대했다. “아버지, 결혼은 성아가 스스로 결정하게 해주세요.”육우성은 대답을 피했다. “이건 평범한 정략결혼이 아니야. 상씨 집안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니까 정말 귀중해.”육우성은 딸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육성아를 시집보내면 육성재가 북미 시장에 진출할 때 다른 명문가에 비해 훨씬 수월할 것이다.육성재는 미간을 찌푸렸다. “상씨 집안이라고 해도 어쩌겠어요. 저는 그저 제 여동생이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에요.”성아는 지금 택이를 좋아하는데, 이런 상태에서 정략결혼을 시키는 건 그녀의 살을 베
김윤주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을 때, 육성아가 옆에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메마른 입술이 천천히 호를 그리며 올라갔다.“엄마, 깨셨어요?”어머니가 자신을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을 보자 육성아의 마음속 서운함이 갑자기 솟구쳐 올랐다.“엄마, 알아요? 제가 최근에 한 나쁜 놈을 만났는데, 글쎄 그놈이...”“서유는?”세 글자에 육성아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고, 어머니에게 털어놓으려던 속마음도 모두 감추었다.“서유는 어디 있어?”김윤주는 서유를 데려왔는지만 신경 썼고, 육성아를 완전히 무시했다.“오빠가 서유의 유전자가 엄마랑 맞지 않는다고 해서...”“그래서 넌 서유를 데려오지 않았다고?!”김윤주의 갑자기 높아진 음성에 육성아는 겁에 질렸다.“엄마, 서유의 심장이 엄마랑 맞지 않아요. 데려와도 아무 의미가 없어요.”김윤주는 충혈된 눈을 들어 육성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하지만 넌 나랑 약속했잖아, 반드시 서유를 데려오겠다고!”“엄마랑 약속한 일을 왜 지키지 못하는 거니?!”이렇게 히스테리컬한 어머니는 육성아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그녀의 기억 속 어머니는 항상 온화하고 부드러웠으며, 말할 때도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어머니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험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나는 서유의 심장이 필요해, 그리고 골수도 필요해. 가서, 가서 서유를 데려와!”이 요구에 육성아의 첫 반응은 어머니가 분명 병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이렇게 비이성적으로 변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엄마, 서유는 기여자가 아니에요. 데려와도 소용없어요.”“상관없어!”김윤주는 뼈만 남은 손을 뻗어 육성아의 옷소매를 움켜잡았다.“쓸 수 있든 없든 상관없어, 나는 그냥 서유의 심장을 파내고 골수를 뽑아내고 싶을 뿐이야!”미쳤다!오빠 말이 맞았다. 그들의 어머니는 변했다, 심리적으로 뒤틀려버렸다.육성아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김윤주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