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39화

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뺨을 후려쳤다. 손바닥의 힘이 어찌나 센지 택이의 입가에 피가 흥건히 흘러내렸다.

몇 대 더 갈겨주고 싶었는데 핏자국을 본 그녀가 들어 올렸던 손을 무의식적으로 멈춰버렸다.

“왜 안 피해?”

“내가 잘못한 거니까.”

택이는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 분노에 찬 육성아를 올려다보았다.

“미안해. 이런 식으로 당신을 이용하지 말았어야 했어.”

허공에 떠 있던 그녀의 손이 다시 택이의 뺨을 내리쳤다.

“잘못한 게 그것밖에 없어?”

그가 아픈 볼을 감싸고는 멍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당신을 이용한 것 말고 잘못한 게 또 있는 거야?”

“없어?”

그녀의 눈에 점차 투명한 눈물이 고였다.

“이름까지 나한테 속였잖아. 당신한테 난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변명이라도 하려고 입을 열려고 했지만 이름까지 속였으니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당신 생각은 전혀 안 했으니까...”

그저 잠깐 가볍게 만나는 사이라고 생각했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 각자 필요한 것만 챙겨 쉽게 빠져나갈 거라고 생각했었다.

처음 그녀한테 접근할 때부터 택이는 간단하게 생각했었다. 지금 그녀가 이리 눈시울을 붉히며 따져 묻고 있으니 자신이 천하의 죽일 놈이 된 듯했다.

“나한테 마음이 없었으니까 내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던 거겠지.”

변명을 할 수 없는 말이었다.

“미안해...”

그녀에 대한 마음을 감춘 채 택이는 그저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하였다.

“내가 원하는 게 과연 사과일까?”

“그럼...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그녀의 화를 풀어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오해했다.

실망 어린 눈빛으로 그녀가 택이를 쳐다보았다 .

사실 그녀는 계속 그에게 기회를 주었다. 이런 순간에 그가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만 한다면 용서해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몇 번을 떠봐도 그는 전혀 마음이 없어 보였고 그저 미안하다는 말뿐이었다.

여자로서 너무나도 수치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