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뺨을 후려쳤다. 손바닥의 힘이 어찌나 센지 택이의 입가에 피가 흥건히 흘러내렸다. 몇 대 더 갈겨주고 싶었는데 핏자국을 본 그녀가 들어 올렸던 손을 무의식적으로 멈춰버렸다. “왜 안 피해?”“내가 잘못한 거니까.”택이는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 분노에 찬 육성아를 올려다보았다.“미안해. 이런 식으로 당신을 이용하지 말았어야 했어.”허공에 떠 있던 그녀의 손이 다시 택이의 뺨을 내리쳤다.“잘못한 게 그것밖에 없어?”그가 아픈 볼을 감싸고는 멍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당신을 이용한 것 말고 잘못한 게 또 있는 거야?”“없어?”그녀의 눈에 점차 투명한 눈물이 고였다.“이름까지 나한테 속였잖아. 당신한테 난 아무것도 아니었구나.”변명이라도 하려고 입을 열려고 했지만 이름까지 속였으니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당신 생각은 전혀 안 했으니까...”그저 잠깐 가볍게 만나는 사이라고 생각했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 각자 필요한 것만 챙겨 쉽게 빠져나갈 거라고 생각했었다. 처음 그녀한테 접근할 때부터 택이는 간단하게 생각했었다. 지금 그녀가 이리 눈시울을 붉히며 따져 묻고 있으니 자신이 천하의 죽일 놈이 된 듯했다. “나한테 마음이 없었으니까 내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던 거겠지.”변명을 할 수 없는 말이었다.“미안해...”그녀에 대한 마음을 감춘 채 택이는 그저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하였다.“내가 원하는 게 과연 사과일까?”“그럼...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그녀의 화를 풀어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었다.그러나 그녀는 그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오해했다. 실망 어린 눈빛으로 그녀가 택이를 쳐다보았다 . 사실 그녀는 계속 그에게 기회를 주었다. 이런 순간에 그가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만 한다면 용서해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그러나 몇 번을 떠봐도 그는 전혀 마음이 없어 보였고 그저 미안하다는 말뿐이었다. 여자로서 너무나도 수치스
“현우택.”그가 창턱에서 뛰어내리려는 찰나 그녀가 빠른 속도로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를 힘껏 잡아당기더니 주먹을 불끈 쥐고 그의 몸을 내리쳤다.뒤따라오는 경호원들을 힐끗 쳐다보던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주먹을 덥석 잡았다. 손을 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택이의 힘이 어마어마했다. 그의 손에 잡혀있는 주먹은 아무리 애를 써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어떻게...”나한테 상대가 안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가 한 손으로 그녀의 주먹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는 자신의 품으로 그녀를 끌어당기면서 화장실로 몸을 피했다. 뒤따라오던 경호원들을 문밖에 가둔 뒤, 그녀를 품에 안고 있던 그가 그녀를 문에 밀치고는 고개를 숙였다.“당신을 이길 수 없던 게 아니라 당신한테 손을 쓰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야.”말을 마치자마자 그가 그녀의 얼굴을 붙잡고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었다.익숙한 숨결이 코끝을 맴돌자 그녀는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그의 키스는 약간 서툴렀다. 근데 그 서툶이 오히려 더 좋았고 그가 깨끗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몸은 깨끗한데 아깝게도 마음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라...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두 손이 그에 의해 단단히 묶여 있었다.남자는 숨을 쉴 수 없을 때까지 키스를 퍼붓고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미안해...”등을 쓰다듬던 그의 손은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번쩍 들렸고 이내 그녀의 뒷덜미를 내리쳤다.“당신...”의식을 잃기 전, 그의 눈을 쳐다보니 미안함이 가득했다.조금만 더 눈을 마주쳤더라면 가슴 아파하는 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신을 잃은 그녀를 꼭 껴안고 그가 턱을 그녀의 목덜미에 얹고는 그녀의 뺨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나 좋아해 줘서 고마워.”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이던 그가 그녀를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고는 화장실 문을 열었다.경호원들이 그녀를 부축하러 달려드는 틈을 타 택이는 빠른 속도로 화장실 창턱을 향해 달려갔다.창턱에 올라 고개를 돌리
육성재는 육성아의 뒷모습을 한번 보고 차 안에 있는 택이를 다시 한번 보았다.방금 위층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잔인한 여동생이 포기하기로 결정했다니.육성재는 이런 연애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야구 방망이를 들어 운전석 창문을 세게 내리쳤다...유리가 안쪽으로 약간 찌그러들자 육성재는 손에 든 방망이로 그 찌그러진 부분을 눌러 안에 있는 사람을 직접 가리켰다.“성아가 널 놓아주라고 했으니 놓아주지. 하지만 앞으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내 눈에 띌 때마다 때릴 거니까!”육성재는 경고를 하고 나서 야구 방망이를 던져버리고 돌아서서 경호원들과 함께 재빨리 차에 탔다.후방 거울에 비치는 줄지어 선 차들이 점점 작아져 검은 점이 될 때까지 택이는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육성아, 안녕.’육성재는 육성아를 데리고 곧장 육씨 집안으로 돌아왔고, 마침 회사에서 돌아온 육우성을 만났다. 그는 양복 재킷을 벗어 하인에게 건네고 육성아에게 손짓했다. “성아야, 잠깐 이리 와봐.”기분이 좋지 않은 육성아는 계단을 오르던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그에게 걸어갔다. “아빠, 무슨 일이세요?”육우성은 육성재도 함께 자리에 앉은 후에야 육성아에게 말했다. “이런 거야. 네 숙부 집에 자식이 하나 있는데, 생김새도 괜찮고 학식도 높아. 다만 상씨 집안의 상속권이 없을 뿐이야. 한번 고려해 볼래?”육성재는 늘 정략결혼에 반대했다. “아버지, 결혼은 성아가 스스로 결정하게 해주세요.”육우성은 대답을 피했다. “이건 평범한 정략결혼이 아니야. 상씨 집안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니까 정말 귀중해.”육우성은 딸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육성아를 시집보내면 육성재가 북미 시장에 진출할 때 다른 명문가에 비해 훨씬 수월할 것이다.육성재는 미간을 찌푸렸다. “상씨 집안이라고 해도 어쩌겠어요. 저는 그저 제 여동생이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에요.”성아는 지금 택이를 좋아하는데, 이런 상태에서 정략결혼을 시키는 건 그녀의 살을 베
김윤주가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을 때, 육성아가 옆에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메마른 입술이 천천히 호를 그리며 올라갔다.“엄마, 깨셨어요?”어머니가 자신을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을 보자 육성아의 마음속 서운함이 갑자기 솟구쳐 올랐다.“엄마, 알아요? 제가 최근에 한 나쁜 놈을 만났는데, 글쎄 그놈이...”“서유는?”세 글자에 육성아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고, 어머니에게 털어놓으려던 속마음도 모두 감추었다.“서유는 어디 있어?”김윤주는 서유를 데려왔는지만 신경 썼고, 육성아를 완전히 무시했다.“오빠가 서유의 유전자가 엄마랑 맞지 않는다고 해서...”“그래서 넌 서유를 데려오지 않았다고?!”김윤주의 갑자기 높아진 음성에 육성아는 겁에 질렸다.“엄마, 서유의 심장이 엄마랑 맞지 않아요. 데려와도 아무 의미가 없어요.”김윤주는 충혈된 눈을 들어 육성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하지만 넌 나랑 약속했잖아, 반드시 서유를 데려오겠다고!”“엄마랑 약속한 일을 왜 지키지 못하는 거니?!”이렇게 히스테리컬한 어머니는 육성아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그녀의 기억 속 어머니는 항상 온화하고 부드러웠으며, 말할 때도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어머니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험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나는 서유의 심장이 필요해, 그리고 골수도 필요해. 가서, 가서 서유를 데려와!”이 요구에 육성아의 첫 반응은 어머니가 분명 병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이렇게 비이성적으로 변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엄마, 서유는 기여자가 아니에요. 데려와도 소용없어요.”“상관없어!”김윤주는 뼈만 남은 손을 뻗어 육성아의 옷소매를 움켜잡았다.“쓸 수 있든 없든 상관없어, 나는 그냥 서유의 심장을 파내고 골수를 뽑아내고 싶을 뿐이야!”미쳤다!오빠 말이 맞았다. 그들의 어머니는 변했다, 심리적으로 뒤틀려버렸다.육성아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김윤주를 잠시 바라보다가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엄마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약했고, 내민 손도 떨리고 있었다.이런 그녀의 모습은 방금 전 칼을 들고 심장을 파내려 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마치 방금 전은 임종 전의 일시적인 회복에 불과했던 것 같았다.육성재와 육성아는 이런 김윤주를 보고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녀가 연기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죽어가고 있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워 보였다.늘 어머니를 믿어왔던 육성아는 칼에 찔렸음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누르며 몸을 굽혀 그녀의 손을 잡았다.“엄마, 저도 엄마가 돌아가시는 걸 원하지 않아요. 하지만 정말 죄송해요. 적합한 공여자를 찾지 못해서...”이렇게 과거의 일을 잊고 하는 말에 김윤주의 눈가가 점점 붉어졌다.“성아야, 내 아이... 엄마가 네게 미안하구나.”그녀의 사과에 육성아의 마음이 조금 나아졌고,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모녀 사이에 때리고 욕하는 것은 다 정상이에요. 저는 엄마를 원망하지 않아요.”김윤주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다. 마치 고맙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는 이 순간에 구원을 받게 해줘서.그녀는 힘겹게 눈동자를 돌려 육성재를 바라보았다.“아들...”김윤주가 내민 다른 한 손을 보고 육성재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손을 내밀었다.“보아하니 엄마는 네가 구해올 공여자를 기다리지 못할 것 같구나...”육성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무의식적으로 힘을 주었다.“어머니, 제가 의사를 부르겠습니다.”김윤주는 모든 힘을 다해 그의 손을 꽉 잡았다.“가지 마라.”진정으로 죽음과 마주하자 김윤주는 갑자기 그것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다만 하늘이 그녀의 숨을 계속 붙들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그녀가 무언가를 말해야 한다는 듯이.그녀는 자신의 두 자녀의 손을 어루만지며 오랫동안 망설인 끝에 김영주에게 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그들에게 고백했다.“김종수, 내 동생은 사실 둘째 누나를 꽤 좋아했어. 내가 이간질해서 그들의 남매 관이씨 집안 나빠졌고, 종수가 김영주에게 보낸 돈도 내가 가져가 가방을
육씨 집안에서는 원래 육성아와 상씨 집안의 셋째 도련님과의 만남을 주선하려 했지만, 김윤주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 우선 그녀의 장례를 치러야 했다.김윤주의 장례를 마치고 육우성은 서재로 돌아와 서랍을 열어 한 장의 사진을 꺼내 그 위의 인물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육성재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 “아버지, 외삼촌 일행이 오셨습니다...”육우성은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즉시 손에 든 사진을 서랍 안에 숨겼다.육성재는 잠시 멍해졌다. 어머니의 사진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왜 이렇게 긴장하는 걸까.서랍을 닫은 육우성가 일어섰다. “가자.”육성재는 몸을 돌리다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2초 정도 그 자리에 머물다 방향을 바꿔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서랍을 열었고, 눈에 들어온 것은 서유의 사진이었다. 아니... 이건 서유가 아니라 김영주였다!아버지가 계속 김영주의 사진을 숨겨두고 있었다니, 아버지 마음속에는 김영주를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던 걸까.이를 깨달은 육성재는 부모님이 그들 앞에서 보여준 애정이 극도로 위선적이었다고 느꼈다.그는 전에는 서유를 경멸했었다. 돈을 위해 몸을 팔고 출신이 천하고 자존심 없는 여자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지금은 서유가 이런 인생을 살게 된 원인이 그의 부모라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결혼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써서 김영주를 해쳤다.그의 아버지는 약혼자를 버리고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김윤주를 선택했다.그와 육성아가 누린 달콤한 사랑은 모두 김초희와 서유를 짓밟고 얻은 것이었다.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서유를 경멸할 수 있었을까?육성재는 이를 생각하며 눈 밑에 다시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그의 행동을 용서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의 육성재처럼 말이다.김윤주가 김영주를 해쳤기 때문에 김초희와 서유가 유랑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는 걸 알면서도.하지만 김윤주가 죽었으니, 과거의 원수는 김윤주의 죽음과 함께 없었던 일로 할 수 있지 않을까?육성재는 답을 찾지
육우성은 진실을 알고 난 후 깨달았다. 그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그러니까 정말로 그 사람이었구나...” 그는 계속해서 김윤주를 의심해왔지만, 김윤주가 보여준 연약함과 선함은 전혀 술수를 부릴 것 같은 여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당시 김영주의 얼굴을 망가뜨린 사람이 정말로 그녀였고, 그의 술에 약을 탄 사람도 그녀였다.김윤주, 당신 정말 연기를 잘했어! 30여 년 동안이나 연기를 했으니, 정말 대단하군!육우성은 양 주먹을 꽉 쥐고 분노에 차서 탁자를 내리쳤다. “네 어머니가 나랑 김영주의 인생을 망쳤어!”육성재가 차갑게 말했다. “어머니만 탓할 순 없죠. 결국 아버지도 영주 이모가 얼굴이 망가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물러서셨잖아요. 제 말이 틀렸나요, 아버지?”주먹을 쥐고 있던 손이 갑자기 멈췄다. 마치 누군가 그의 마음을 찔렀다는 듯이 약간 당황하며 화를 냈다.“네 어머니가 심혜진을 부추겨 김영주의 얼굴을 망가뜨리지 않았다면, 내 아버지가 왜 김영주를 집에서 쫓겨냈겠어? 내가 어떻게 김영주과의 약혼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겠니? 이 모든 것이 네 어머니가 저지른 죄야!”육성재는 입꼬리를 올리며 냉소를 지었다.“아버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정말로 얼굴이 망가진 사람과 결혼하고 싶으셨나요? 완전히 달라진 얼굴을 보며 평생을 살고 싶으셨나요?”육우성은 처음 김영주의 망가진 얼굴을 봤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정말 놀랐었다.하지만 그때는 겨우 20대 초반이었고, 어려서 철이 없었을 뿐이었다.지금의 그라면... 지금의 그라면 두렵지 않을까? 받아들일 수 있을까?마치 영혼을 압박하는 질문처럼, 육우성의 마음 가장 깊은 곳을 파고들어 그는 당장 대답을 찾지 못했다.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김종수는 갑자기 이렇게 많은 정보를 얻게 되어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며 소파에서 일어났다.“난 믿지 않아.” 그는 이 네 글자를 남기고 목걸이를 꽉 쥔 채 돌아서서 나갔다.만약 이걸 믿는다면, 그동안 둘째 누나에 대한 원망으로 인해 죽
이 메시지를 받은 이승하는 서유와 함께 연이를 데리러 가고 있었다. 그는 이 메시지를 잠시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육성아가 택이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육성재가 자존심을 버리고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을 테니까.이승하는 택이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지만, 그래도 택이에게 전화를 걸어 육성아를 되찾으라고 권했다.“성아 씨가 상씨 집안과 정략결혼을 한다고요?”택이는 전화기를 쥔 손이 약간 떨리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억제했다.“지금 런던으로 가면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이미 런던에 있던 택이는 몇 초간 망설이다가 축하 인사를 전하기로 했다.“상씨 집안은 아주 좋은 집안입니다. 성아 씨가 셋째 도련님과 결혼하면 잘 어울릴 거예요. 그러니 굳이 제가 방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스피커폰으로 통화 중이어서 서유, 소지섭, 소수빈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대표님, 어르신께서 또 저한테 임무를 주셨어요. 먼저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택이는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 이 일을 침착하게 대하려 했지만, 마음은 이미 흐트러져 있었다.한 사람을 포기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심장까지 찌릿찌릿 아플 정도로.대표님께서 당시 사모님을 위해 죽을 듯이 애쓰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그때는 공감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택이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창문을 열었다. 런던 광장의 풍경이 보였지만, 육성아와 상씨 집안 셋째 도련님이 어디서 만나는지 더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육성아는 육우성을 따라 상씨 집안 셋째 아들을 만나러 갔다. 상대방은 189cm의 키에 아름다운 체형과 준수한 용모를 지녔고, 거동 하나하나에서 고상함이 묻어났다.특히 그의 눈은 맑은 샘물 같이 깨끗하고 맑아 한 번 보기만 해도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것을 직접 말하지는 않았다.지금처럼 육우성이 자신을 낮추며 그의